남대문이 불타 사라진 일에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이렇게 다함께 격분할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남대문이 소중한 문화재인 건 맞지만, 남대문이 국보 1호라 해서 우리 나라의 수많은 다른 문화재들보다 탁월하게 훌륭하거나 훨씬 더 소중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운하 건설을 가장 큰 공약으로 내세운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은 나라다. 남대문만큼이나 소중한, 수없이 많은 문화재들을 '고의로' 없애버리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는 이야기를 너무 당연한 듯 한 사람을 지지했던 국민들이니, 그리고 그 옆에 어떻게든 땅한뙈기 장만해 보려고 애를 쓰는 사람들이 즐비한 곳이니, 사람들이 남대문 앞에서 이렇게까지 황망해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나보다. 문화재는 괜찮고, 남대문은 안된다는 사고는 어디서 왔는지, 대운하 착공 뒤 사라지게 될 문화재 하나 하나에 이렇게 가슴 아픈 마음을 과연 가져줄 것인지 의문이다. 순위 매기기에 의한 상징성이라는 것이 우리의 사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실감할 수 있었다.

사실 내가 대운하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환경이지만, 그리고 지금까지 가장 크게 대두됐던 이유도 환경이지만, 자신이 살지 않을, 미래세계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니, 그래서 크게 개의치 않고 추진하려 하던 사람들이니 이제부터라도 부디 과거(문화재)가 좀 발목을 잡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남대문이 보기 좋게, 아름다운 형태로 복원되는 것에는 사실 큰 관심이 없다. 그래봐야 이미 원형과 같을 수는 없으니까. 더 화려하고, 더 아름답게 복원한다 하더라도 이미 불타버린 남대문이 이전의 가치와 동일한 가치를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것들을 계기로, 대운하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조금이라도 힘이 실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던 그의 추진력에 제동이 걸리길 바랄 따름이다. 운하에 쓸려 없어질 문화재들도 남대문처럼 소중한 문화재라는 걸 이제라도 깨달은 사람들이 좀 더 많이 대운하 사업에 반대해 주길, 그래서 대운하 사업이 부디 중단되길 바란다. 적어도 내게, 아니 앞으로의 우리 모두에게, 그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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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2-12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 역시 운하를 반대하는 이유는 첫째가 환경이며 둘째가 경제성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리 광분하는 이유는 일종의 어설픈 노스텔지어가 아닐까 라고도 생각도 들어요. 어쩌면 죄진 놈이 성낸다..일지도 모르겠고요..^^

웽스북스 2008-02-13 00:0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러니 서로 니탓 네탓 하고 있는 거겠죠? 도무지 내탓은 별로 없더라는

해적오리 2008-02-12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동감....

웽스북스 2008-02-13 00:08   좋아요 0 | URL
역시 감은 겨울에 먹는 감이 맛있다구요? (민망해서 이런 딴청을, 앗 딴청님!) ㅋㅋ

L.SHIN 2008-02-12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힘 있고 멋진 말이로고~

웽스북스 2008-02-13 00:08   좋아요 0 | URL
흐흐 에쓰님 저 방금 스트레칭 했어요 ^_^

L.SHIN 2008-02-13 11:01   좋아요 0 | URL
오오~ 앞으로 1주일만 계속 해 보는겁니다.
그럼 그 후부터는 스트레칭도 습관이 되고, 숙면도 할 수 있고~^^

웽스북스 2008-02-13 16:34   좋아요 0 | URL
흐흐 3주 플랜 따라서 해보려구요 ^_^
오늘 아침에 벌떡! 일어났어요 약발 너무 잘받는다니까요 ㅋㅋ

바람돌이 2008-02-12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솔직히 남대문의 붕괴에 이렇게까지 여론이 들끓을거라고는 예상치 못했어요. 어쩌면 tv의 힘일지도 모르겠네요. 대운하가 건설되면 소리소문없이 문화재들이 파괴되고 사라지겠지만 숭례문의 붕괴는 실시간으로 스펙트컬한 영상으로 생중계되었잖아요. 그 힘도 크겠죠. 님의 말대로 남대문의 붕괴가 대운하에 제동을 걸수 있다면 진정 남대문은 장렬하게 전사했다고 할 수도 있겠죠.

웽스북스 2008-02-13 00:09   좋아요 0 | URL
영상의 힘도 역시 무시하지는 못하겠네요- 저는 그 시간에 TV를 안보고 있어서, 미처 그 부분은 생각지 못했어요-

깐따삐야 2008-02-12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잘 썼다. 정말! 추천 팍팍 날려야 할 페이퍼에요!

웽스북스 2008-02-13 00:12   좋아요 0 | URL
그럼 곶감 2개 주세요 ^_^
(추천 하나보다 곶감이 더 좋은 단순 웬디)

깐따삐야 2008-02-13 00:21   좋아요 0 | URL
2개로는 한참 부족하죠. 근데 곶감은 너무 먹으면 변비에 걸린다는. ㅋㅋㅋㅋ

웽스북스 2008-02-13 00:24   좋아요 0 | URL
으흡, 정말요? -_- ㅋㅋ
난 2개만 먹을래요

다락방 2008-02-13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웬디양님.
국민들이 '대운하'때문에 그분을 대통령으로 뽑은것도 아니구요, '문화재를 고의로 없애겠다'는 말 때문에 뽑은것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여전히 대운하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크구요.
남대문이 다른 문화재보다 더 소중하다고 생각해서 국민들이 격분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른 문화재보다 더 자주 보이고, 더 친근한 것이었잖아요. 그리고 그것이 파괴되어가는 모습이 생생하게 중계가 됐구요. 이 나라의 대통령을 어떻게 뽑아놨든, 그 장면을 보고 서운하고 속상한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되어지는데요, 저는.


웽스북스 2008-02-13 00:17   좋아요 0 | URL
그 말 때문에 뽑았다는 게 아니라, 그게 제 1 공약인 사람을, 게다가 추진력까지 넘쳐나서 그걸 할 게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사람을 뽑았다는 말이었어요- 남대문이 다른 문화재보다 더 소중하다는 게 아니라, 다른 문화재들도 남대문만큼 소중하다는 이야기였구요. 그것두 하나가 아니라 수많은 여러개잖아요. 서운하고 속상해하는 게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구, 그것 만큼 다른 문화재들을 향한 속상한 마음도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말이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속상해하고 광분해할 다른 에너지들을, 현재 남아있으나 고의로 수장될 수도 있는 문화재들에게 쏟아줬으면 하는 바람이었구요. ^_^ 남대문은 이미 사라진 거구, 사라지지 않을 수 있는 것들은 지켜야겠지요. 지금보니 글을 너무 띄엄띄엄 써서 곡해의 소지들이 있네요- 회사에서 몰래 써서 그래요 ㅋㅋ

대운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너무 무력해요. 그분의 추진력 앞에서요. 이러다 정말 운하를 팔 것 같아서 너무너무 걱정되거든요 ;;

순오기 2008-02-13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숭례문의 전사가 대운하 발목이라도 꽉 잡고 늘어졌으면... 간절히 바랍니다!ㅠㅠ

웽스북스 2008-02-13 16:32   좋아요 0 | URL
발못 도끼로 찍고 피 철철 흘리면서 대운하 팔 것 같아 걱정이지요 ㅜㅜ

라주미힌 2008-02-13 0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수강산이 국보1호죠... ㅎㅎ

웽스북스 2008-02-13 16:32   좋아요 0 | URL
라주미힌님 말씀이 정답입니다. 역시 한마디로 축약하는 저 능력에 저는 오늘도 감탄이에요 ^-^

보석 2008-02-13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이 순간에도 소리없이 사라지고 있을 수많은 문화재에 애도.

웽스북스 2008-02-13 16:34   좋아요 0 | URL
묵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