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대리의 집은 수원이라 종종 함께 퇴근한다. 이 사람이랑 한 1년 정도 말을 안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요즘은 다시 관계가 급 개선되고 있다. 다행이다. D대리는 우리 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여성성을 키우고 있는데, 그래서 D대리와 수다를 떨면 정말이지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상하게 자꾸만 D대리 앞에서는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모드가 된다. ㅋㅋㅋ 정말이지 우리는 D언니라고 부른다. ㅋㅋㅋ
연봉 협상의 계절이다. 원래 이번 주로 예정돼 있었는데, 회사 내부적으로 조율해야할 것들이 좀 많아 연기가 된 상태이다. 애써 초연하려 하지만, 신경쓰이긴 한다. 솔직히 금액적인 부분에 신경이 쓰이기보다는, 나에 대한 회사의 평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평가 따위 중요치 않다고 쿨하게 말하고 싶지만, 중요한가보다. 은근히 신경쓰이고 궁금한 걸 보면.
나보다 입사가 3개월 늦어 애매하게 기수가 바뀌어 나보다 연차가 낮아져버린 D대리와 연봉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이 사람이 내 연봉을 알고 있다는 거다. 웃으며 날리는 한마디에 뜨끔, 하며 매우 깜짝 놀란 사건. 게다가 D대리는 동기들과 연봉 공유를 해서 어느 정도 연봉이 오르는지에 대한 정보도 꿰고 있다고 한다. 나는 매우 심한 충격을 받았다.
나는 하나도 모른다. 누가 연봉을 얼마나 받는지. 대략적인 인상폭이 어느 정도고, 내가 어느 정도 수준의 인상률을 적용 받았다는 정도만 알지 남들의 연봉에 대해서 관심만 있을 뿐 딱히 알려고는 하지 않았다. (차마 관심도 없었고, 라고는 못쓰겠고) 그냥 재무이사님이 동기들끼리 연봉 공유는 하지 말라고 하셨으니까, 그리고 원래 그런 건 비밀스러운 거니까, 나는 그냥 아무에게도 말하지도 않았고, 내가 누구의 연봉도 알지 못하듯, 아무도 내 연봉이 얼마인지 모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예의상 서로의 연봉에 대해 묻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건 서로에게 편견으로 작용할 수 있으니까, 혹은 서로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는 문제니까 궁금해도 참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 연봉이 얼마였는지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하나도 모르는데 ㅜㅜ 내가 너무 순진했다. 억울해 억울해 정말 ㅜㅜ 이사님이 그런거 말하지 말랬는데 왜말해요!!!!! 라고 항변했다가 초무시를 당하고 말았다. 으흑. 그렇다고 해도 동기도 없고 술도 잘 안마시는 내가 알 방법이라고는 없구나. 아 완전 손해보는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