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여행을 가자며 넣었던 펀드가 시대의 흐름을 그대로 타며 상승과 하락을 거듭하다가 드디어 만기의 그날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즈음하여, 올해와 내년, 여행을 가자고, 일단 올해는 가볍게 교토로, 라고 정하고 지난 여름에 잡았던 여행을 11월 말, 가을의 끝자락에서야 다녀왔다. 직장을 옮기는 바람에 사라져버린 기본 휴가ㅠㅠ에 내년에 예정되어 있던 안식년 휴가까지 바람타고 날아가는 바람에, 다음 여행을 기약할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하여, 이번 여행은 좀 잘 다녀올 필요가 있었다. 덕분에 맛있는 것 잘 먹고, 잘 쉬다가 왔는데, 돌아보니 무슨 식도락 여행이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하고. 할머니 단풍 여행 같기도 하고. 뭐 암튼 그렇다.



간사이 공항에서 내려, 링쿠타운이라는 곳으로 가서 쇼핑. 실은 쇼핑부터 하러 간 것부터가 계획의 틀어짐이었으나, 날씨가 추울 줄 알고 두꺼운 코트만 잔뜩 챙겨간 나는 (일단 저 목도리부터가 ㄷㄷㄷ, 헉, 그러고보니 저 목도리 두고온 것 같다 ㅜㅜ) 저 곳에서 자주색 가디건을 사지 않았더라면 이번 여행이 매우 괴로울 뻔했다. 의외로 비싼데다가 엔화의 압박 때문에 가디건 외에는 친구도 나도 산 것이 없는.



첫번째 점심은 모스버거. 일본에 왔으면 그래도 꼭 먹어봐야 한다는? ㅎ




이 날은 하루종일 정말 뛰어다녔는데 덕분에 친구의 이 가방은 무려 에스컬레이터를 구르는 수고까지 했어야했다. 아. 수고한 가방에게 박수를 보내며 찍은 사진. (팔다리허리어깨삭신이 쑤시다는 가방의 외침이 들리시나요)



아라시야마로 가는 밤의 토롯코 열차. 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녹음,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설경을 본다는 열차인데 광산용으로 쓰던 것을 관광용으로 개발했단다. 일본 사람들이 관광상품을 잘 만드는구나, 라는 것을 실감했다고나할까. 밤의 토롯코열차는 라이트업한 단풍을 구경할 수 있는데, 밤이라 한껏 고조된 분위기여서, 사람들의 탄성소리가 남다르다. 기사 아저씨가 노래도 불러준다. 그야말로, 낭만 열차.





어쩌다보니 음식만 계속 올리는데. ㅎㅎ 아라시야마에서 제일 평범해보이는 오코노미야키 가게에 들어가 야끼소바와 오코노미야끼를. 맛있었다. 하하.



밤에는 호텔 바에 올라가 와인과 칵테일을. 저 멀리 보이는 것이 교토타워. 우리가 묵었던 호텔의 바는 회전식 바로 유명했는데, 가만히 앉아있으면 바 자체가 원형으로 회전해 오래도록 앉아있으면 한바퀴를 돌면서 교토 전체의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엔화라 현실감각이 없었으나, 나중에 체크아웃하며 계산할 때즈음, 우리의 현실감각이 우리를 울렸다)



일본에서 정말 흔히 볼 수 있는 자전거를 탄 사람들. 교토에서는 애 둘을 앞뒤로 태우고 비오는 날 우산까지 쓰는 놀라운 신공을 지닌 엄마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었는데, 정말 이런 풍경을 마주하니 재미있지 않은가! ㅎㅎ 비가 안와서 우산쓴 모습까지는 볼 수 없어 아쉬웠다.



단풍으로 가장 유명하다는 곳에서 찍은 사진인데, 유치원생부터 할머니들까지, 단풍을 보기 위해 많은 인파가 몰린 덕에 단풍보다 사람 구경을 더 많이 한 것 같다.



여행 내내 함께한 홀가와. 애초 목표한 만큼 찍지는 못했지만, 저녀석의 눈으로 본 스무장 남짓의 녀석들이 과연 잘 나와주었을지 궁금하다. |





어딜 가나 쉽게 눈에 띄는 간절함의 향연.



단풍과 하늘은 참 잘어울린다







거리에서 만난 풍경들



길을 찾기 어려울 땐 마음을 따르면 된다.
그냥, 이 길이 마음에 드니까, 여기로 내려가자, 라고 했던 그 곳에,



우리가 찾던 이노다 커피가 있었으니까.



바깥에 자리를 잡아 커피 한잔과 함께 사진을 정리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교토의 유명한 화장품 브랜드라는 요지야 언니도 처음 만났고.



좋아하는 우편함 사진도 간간히 찍고



연신, 하늘에 감탄하고, 또 감사하면서



그렇게 걸어다녔던 거리. (저 밑에 유치원 모자 보이나요? ㅜㅜ)



여행자에게 친절한 일본 사람. 무표정하게 걷다가도, 스미마셍...하면, 이런 얼굴이 된다. 그런데, 이런 친절한 얼굴로, 정말 간까지 다 내줄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맺고 끊는 것이 매우 정확해 놀라운 것이다. 하하.



카모강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 중 하나. 저 곳에 잠시 앉아 나도 풍경이 되고 싶었다.



니시키 시장. 그야말로 시장. 절임 및 생선 요리들이 많고, 간간히 간식거리들도 많아 매우 생동감이 느껴지던 거리.



이 곳에서 꼭 먹어봐야 한다던 두유 아이스크림. 정말 맛있었다. (그런데 가격이...ㄷㄷㄷ)



덴뿌라의 고향이니, 역시 하나 먹어주시는 센스. 아. 니시키시장, 너무 좋다. 하하.



은각사로 들어가던 길. 은각사는 공사중이라 들어가지는 않았으나, 이 숲길 사이로 보이던 하늘이 너무 좋았다.



내려오는 길에는 슈와 당고를 먹어주시는 센스. 하하. (정말 먹으러 간 것 같다)



철학의 길에서 만난 귀여운 녀석. 이녀석, 정말 편안해 보이잖아. 하하.



철학의 길을 걷던 시간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물에 비친 단풍. 단풍에 질려갈 즈음이었는데도, 저 장면은 마음에 쏙 들어왔다



나는 볼 수 없는 모습



저녁은 백엔 스시. 참치를 못먹던 친구가 참치를 좋아하게 된 곳. 여기도 정말 맛있었고.



낮에 봤던 가모강변에 있는 곳이어서 더욱 좋았을 뿐이고.



편의점 문화가 발달한 곳답게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가 망한 로손 편의점을 일본 곳곳에서 볼 수 있었는데, 우리 역시 이 곳에 얽힌 여러 사연들이 생겨버렸다



셋째날, 다시 아라시야마를 찾은 이유는, 낮의 그 곳이 다시 보고 싶었다, 는 것을 빌미로,
첫째날 문닫아서 가지 못했던 아링코 녹차 케잌을 먹기 위해서였다는 -_- ㅎ







첫날 정신 없이 뛰었던 이 길은, 실은 매우 아름다운 길이었다는 것을, 다시 가지 못했으면 알지 못했을 것이다. 교토의 좋은 점 중 하나는 높은 건물이 많지 않아, 어디서고 넓고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다는 점.



교토를 지나 고베로 옮겨. 그 유명하다는 일본 3대 야경 중 하나.



안되는 영어로, 높은 층을 요구한 결과, 이런 아름다운 야경을 만났다. 하하하. -_-v



여행 로망 중 하나는, 하루는 현지 구매 패션으로 다니기. 신발은 못샀지만, 저 자주색 가디건과 원피스는 일본에서 구매해 입고 다녔다. 흐흐.



산책하는 노부부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여기저기에, 자전거. 자전거!



사실 고베로 간 이유 중 하나가 와규(맥주를 먹여 길렀다는 고베 특산 소고기)를 먹기 위해서였다. 매우 고급 와규집으로 가지는 못했지만, 꽤 괜찮았던. 잘생긴 아저씨가 구워주던 와규.



헤헷. 맛있겠다. (어라. 이거 보는데 배고프다)



하루종일 걸어다녔더니 다리가 아프다. 아이고. (사실 이 날부터는 귀찮아서 사진도 잘 안찍은...) 산노미야역 앞에서 일단 휴식중.



저녁은 백화점 지하에서 사온 녀석들로 저렴하게 해결. (명란젓 넣은 오니기리 너무 좋아요. 유부 초밥도 맛있었다. ㅎㅎ) 일찍 들어와 마시려고 산 사케로 반신욕을 하고, 12시간이나 숙소에서 쉬어주신 덕에 오늘은 이시간까지 잠도 안온다 ㅜㅜ 

마지막 밤, 친구는 일본 드라마를 보고, 나는 가지고 간 미시마유키오의 금각사를 읽는데 (참고로 금각사는 안갔습니다) 반가운 지명들이 마구 등장해 나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정말, 가져가기, 잘했다. 하하.



고베에서 간사이 공항까지는 배로 이동하기로 하고, 항구로 가기 위해 포트라이너를 탔는데, 의외로 신났다.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도 좋고.



작은 열차여서 그런지,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풍경도 정겹고



고생한 가방들은 제멋대로, 마치 체스말처럼 굴러다녀 귀여웠다. ㅎㅎ
(역시 이후로는 귀찮아서 사진이 없는...)


아쉬움은 남지만 미련은 없는 여행이었던 것 같다. 친구 H덕에 편안히 잘 다녀올 수 있었던 것 같던. 실은 매우 게으른 터라, 여행을 계획하는 것도 귀찮아하는, 그래서 누가 좀 이렇게 다 떠서 떠먹여줘야 움직이는데, 이번 여행을 다녀와서는, 다음엔 어디든, 혼자서 여행을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실은 한 다섯장 정도만 올리고 자려고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하하.



아. 맞다. 이 사진을 올린다는 걸 깜빡.



철학의 길에서 만난 가을 분위기 물씬 풍기는 가랑잎.
Bye, f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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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09-11-30 0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에 저도 꼭 가보고 말겠어요. 촛대 같은 교토타워!!

웽스북스 2009-12-05 11:31   좋아요 0 | URL
네. 전 다음에는 봄에 가보고 싶어요. 흐흣.

누구엄마 2009-11-30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풍놀이 못가서 병난 저에게 제대로 염장되어주셨습니다 ㅜ_ㅜ

아름다운 사진에 제 작은 눈도 @_@

부럽고 부러운 모습이옵니다!

웽스북스 2009-12-05 11:31   좋아요 0 | URL
에이. 그대만큼 또 잘놀러 다니는 사람이 어딨다고.
아. 그러고보니 이번 시즌은 정말 바빠보이긴 하더라
투잡(?)이 쉬운건 아니지. 화이링!

다락방 2009-11-30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엄청 부지런히 돌아다녔군요! 중간에 저 스테이크 보다가 입에 침나왔어요. 저게 와규라구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에요.

자, 그렇게 멋지게 가을과 작별인사를 하고 나니 다시 일할 힘이 생겼나요? 기운내요!

웽스북스 2009-12-05 11:32   좋아요 0 | URL
네. 고베에서 맥주 먹여 키운 소고기요. ㅎㅎㅎ
진짜 맛있었는데, 저는 저 사진 볼 때마다 꿀꺽 ㅋㅋㅋ

다락방님. 보고싶어요. 게다가 지금은 눈이와요.

도넛공주 2009-11-30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너무 예쁘신거 아니예요?
교토...두세번 갔었는데 이렇게 알차게 다니진 못해서 아쉽습니다.

웽스북스 2009-12-05 11:34   좋아요 0 | URL
알차게 다니는 게 꼭 좋은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다음에는 좀 설렁설렁 걸어다니고 싶어요.

하하. 알라딘 아니면 예쁘다고 해주시는 분들도 없고..
고마워요 도넛공주님 ㅜㅜ

라주미힌 2009-11-30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위장에 채찍질을 ;;;;; 으으으..
다이어트는 계속 하시는 중?;; ㅋ

웽스북스 2009-12-05 11:34   좋아요 0 | URL
다이어트? 그게 뭐에요?

치니 2009-11-30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규와규와규와규, 먹고싶어요!!!!

웽스북스 2009-12-05 11:34   좋아요 0 | URL
헤헤헤 역시 와규 사진이 인기짱 ㅋㅋㅋㅋㅋ
치니님. 보고싶어요!!!!!
(난 왜 다 여기에 난리)

레와 2009-11-30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라도 다음에 일본 여행을 계획한다면 꼭 웬디양님께 물어보겠어요!! ㅎ

홀가 결과물들도 궁금해요~ ^^

웽스북스 2009-12-05 11:35   좋아요 0 | URL
홀가 두롤인가를 찍었는데, 첫롤과 둘째롤을 이제 오늘 맡기려고요.
멀리 가기 귀찮아서 그냥 동네에 ㅋㅋㅋㅋㅋ
저도 매우 기대가 되어요. 아아아아. 겁나라...

무해한모리군 2009-11-30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와규와규와규와규~
잘 다녀왔나해서 들어와봤어요.
맑은 가을풍경과 웬디양님이 너무 잘 어울려요 ^^
사랑스럽기도하지~

2009-12-05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깐따삐야 2009-11-30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본에 가이드를 끼고 학생들과 갔던지라 '자유'가 부족했는데 웬디양님 페이퍼에서는 여행의 자유가 팍팍 느껴지네요. 다시 가고 싶어졌어요.
게다가 못 보는 사이에 웬디양님, 더 예뻐졌어요.^^

웽스북스 2009-12-05 11:38   좋아요 0 | URL
깐따삐야님. 요즘에 깐따삐야님 글이 많이 올라와서
전 그냥 마냥 좋아요. 헤헷.

나중에 신랑이랑 아가랑 같이 한 번 다녀오세요. 그러고보니 당분간은 좀 힘들 수도 있겠지만. 아아. 아가는 잘 크고 있는거죠?

블리 2009-11-30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셋째날이라면 금요일인거지? 같이 아라시야마에 있었는데도 못봤네~
이 날 날씨 정말 좋았지? 사람이 너무 많아 탈이긴 했지만.
토롯코 마지막 정류장이었던 카메오카의 탁 트이다 못해 황량한 풍경이
너무 좋더라. 쭉 뻗은 대숲도 좋았고.
조금씩 엇나가서 다녔나봐. 산조와 시조 쪽 카모가와도,
기요미즈데라도 산넨자카, 니넨자카(이노다 커피랑 요지야 있는 거리이름)
철학의 길 나도 다 다녀왔는데~
츠바메에서 산 원두는 불라에 선물했으니 마시고 싶음 불라로!

웽스북스 2009-12-05 11:38   좋아요 0 | URL
언니. 목요일날 만나서 너무 반가웠어요. ㅜㅜ
이 덧글에 대해 하고싶었던 얘기는 목요일에 다했으므로 패스 ㅋㅋㅋㅋ

마노아 2009-11-30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가을을 제대로 즐기고 오셨네요. 확실히 거긴 우리보다 많이 따뜻한가봐요. 옷차림이 한꺼풀 이상 차이가 나요.^^
맛난 것 많이 먹고, 좋은 구경 하고, 실컷 오감에 휴식을 준 뒤 돌아오셨군요. 와방 부럽습니다.^^

웽스북스 2009-12-05 11:39   좋아요 0 | URL
네 ㅠㅠ 마노아님. 제가 가져간 옷들이 다들 코트여서 개시도 못한 녀석도 있어요 너무 더워서 ㅋㅋㅋㅋ 짐은 무겁고 맘은 상하고 고생좀 했지요. 헤헷.

그래도 날이 좋으니 좋긴 좋더라고요. 그나저나 대장님 콘서트하던데 마노아님의 12월도 설레겠어요.

네꼬 2009-12-03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토는 네꼬씨가 제일 좋아하는 도시. 눈에 선하오 *_* 알차게도 다녀오셨네. 아라시야마에서 낮에 찍은 사진은 없어요?

웽스북스 2009-12-05 11:40   좋아요 0 | URL
있지요. 근데 그날 제가 컨디션이 좀 안좋아서 표정들이 다 어두워요. ㅎㅎ

교토에서 네꼬님 생각을 했을까요 안했을까요
아니 네꼬님 생각이 났을까요 안났을까요 ㅋㅋㅋ

후니마미 2009-12-05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와와와...
아라시야마 청수사, 카모가와 고베 산노미야... 등등등등등. ㅎㅎㅎ
제가 다니던 길이었어요
2006년에 일본에 있었잖아요 2007년에 돌아왔으니까 이제 3년 다 되는데
일본에서 일 안 하고 여행다니던 생활이다보니
이제 친일파 다 되어 버렸어요 딴 나라 가고 싶은 맘은 안 나도
돈만 생기면 일본에 다시 가고 싶어 좀이 쑤십니다
1월엔 오끼나와에 가기로 했지만
역시 일본 중의 일본은 교토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게이샤를 보러는 기온엔 안 가셨더랬어요?
교토는 하루종일 걸어다녀도 좋았던 것 같아요
시내를 4 시간 정도 걸어다닌 적이 있어요
삼간당을 중심으로 해서 걸어다니다 보니 그떄 차고갔던 만보계가
2만이 넘었던 기억, 교토에서의 첫 여행에서 그렇더군요

웬디님이 가 보셨다는 철학의 거리는 전혀 몰랐던 곳인데
커피,, 저쪽 위에 있는 커피도 이름있는 커피였군요


또 누군가의 여행기를 읽다 보면
그곳에 가고 싶다... 이 마음을 더욱더 증폭이 되어 버리네요

웽스북스 2009-12-05 11:41   좋아요 0 | URL
새나라의 후니마미님은 주말에도 일찍 일어나시는군요. ㅎㅎ
와. 그런데 그렇게 길게 여행을 다니셨었군요. 완전 부러워요.
저도 교토에서는 거기서 좀 살았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어요.
하염없이 걸어다녀도, 정말 좋을 것 같은 거리인데
전 좀 정신없이 다닌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아요. 흑.

가시장미 2009-12-08 0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 다녀오셨어요?
와우 좋으셨겠다! ^^
완전 부러워요. 홍홍..
난 언제 여행가보나 ㅋㅋ

아리따우시고
패셔너블하시고...
동안이시고....
쩝...
우리 동갑 맞나요? ㅠ_ㅠ

웽스북스 2009-12-13 17:27   좋아요 0 | URL
에에 장미님
저는 이제 명절만 오면 또
맘고생해야 할...시집도못간30대아가씨...

사회적 잣대로 봐봐요. 누가 더 잘 사는건지.
 
설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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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다 보면 가끔 내가 한국인이라는 걸 참 고맙게 만들어주는 작품들이 있는데, 이를테면 백석의 시같은 것이 특히 그런 것 같다. 누긋한, 이라는 표현이나, 눈이 푹푹 나린다, 뭐 이런 표현들은 도무지 번역으로는 전해질 수 없는 느낌. 그런데 또 그렇게 생각하다보면, 나는 갑자기 얼마나 억울해지는지 모른다. 번역이라는 매개를 통해서만 다른 언어로 쓰여진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내가 놓치고 있을, 그 절묘한 표현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정말이지, 너무나 억울한 것이다.  

이 작품을 읽는 많은 사람들은 모두가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번역자를 탓함이 아니다. 애초에 번역이 가능한 영역이 아니었을 것이다. 결국 공연한 원망의 눈초리를 바벨탑을 쌓은 인간들을 향해 허망하게 보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 속 문장들은 아름답다. 서정적이고 유려하게 표현하면서도, 일본 특유의, 단칼에 자른 듯한 절제미가 함께 어우러져있다. 공존하기 어려운 것들을 함께 녹여내는 아름다운 문장들이 종종 나의 탄식을 자아내니, 아, 원래는 얼마나 아름다웠던 것일까. (역시나 나는 억울한 거지)

열차가 접경의 긴 터널을 지나, 눈의 마을로 들어서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 작품을 읽으며 무진기행을 떠올린 것은 나뿐이었을까. 희뿌연 안개가 자욱해, 그 무엇도 손에 잡히지 않는 듯한 느낌이었던 무진만큼이나, 눈으로 가득했던 그 마을은 몽환적이고, 뿌옇고, 아무것도 잡을 수 없는, 그런 곳이었다. 그 곳에서 주인공은 각자 다른 매력을 지닌 두 여인에게 묘하게 이끌리게 되나, 결국은 누구의 삶에도 개입하지 않은 채, 끝내 방관자로 남게 된다. 아니, 방관만 할 뿐인가. 자신을 향하는 고마코의 모든 애정을 헛수고로 여기는 잔인함도 잊지 않는다. 당신을 만날 때마다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싶어서 옷을 새로 빌리기까지 했다던 고마코의 마음은 (이 부분을 읽으며 사랑은 매일 새로운 옷을 입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구나, 생각했다) 그에게는 그저 의미 없는 헛몸짓에 지나지 않았을 뿐이다. 그 무엇도 바꾸고 싶지 않았을 그에게, 어떤 존재를 받아들이는 일은 매우 버거운 일일 뿐이다. 그러고보니, 이 남자, 60년대식 원조 초식남이구나.

요코의 시신을 안고 절규하던 그녀를 남겨둔 채, 그는 다시 그곳을 떠날테고, 잊을만 하면 다시 그 곳을 찾았을테고, 자신의 짐이던 요코가 사라진 뒤의 그녀의 삶은 가벼워지기는 커녕, 덕지덕지 다시 더께가 내려앉았을 생각을 하니, 다시금 그녀의 간절함이 마음에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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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니마미 2009-11-23 0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른 어느 때보다도 웬디님 감상글이 수채화 한 편 보듯 맑아 보입니다
고마코가 매일 다른 옷을 갈아입었다는 표현은
놓치고 기억하지 못하였다가
웬디님 글로 다시 봅니다.

설국 이기에 그곳에서나 눈빛깔과 눈냄새의 여자들을 느끼는거겠지요?
시마무라는 그곳을 떠나면
동경의 남자로서 다시 그곳으로 가기 까지는 설국의 일을 까맣게 잊을텐데...
이런 부분
우리 여자로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남자들의 모습이고
기약도 없을 걸 어찌 관심을 보여버리는지
아 나쁜 남자다.... 해 봤자

이런 이야기는 소설 속에서 가능하고 그래서 아름답구요
소설을 나와 현실의 남자가 이런 상태라면
동우님 말씀대로 눈 녹은 후의 질척이는 세상과 더러움
바로 그것일테니
소설은 소설대로 현실은 현실대로 입니다 웬디님...
시마무라를 초식남이라고 부르는 웬디님이 약간 걱정스러운 ^^

웽스북스 2009-11-25 02:42   좋아요 0 | URL
어떻게, 리뷰를 쓸 때마다 이렇게 후니마미님을 걱정시키는 철없는 아가씨 모드가 되어가고 있는데요 ㅎㅎㅎ 초식남은 별 생각없이 한 말이니 너무 심려치 마셔요. 하하하. ㅋㅋ

다락방 2009-11-23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와- 저도 지금 이 책 읽고 있어요. 딱 이 민음사판으로. 절반 읽었어요. 그런데 요코의 시신을 안고 절규...하게 되는군요!

웽스북스 2009-11-25 02:42   좋아요 0 | URL
본의아니게 스포일러가 되었군요. 흑. 지금쯤 다 읽으셨겠네요.

무해한모리군 2009-11-23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임질 것이 없는 관계는 아름다우나 또 얼마나 허망한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네, 저도 원어로 읽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만과편견을 영어로 읽고 에잇 나 그동안 속았었군 하는 생각이 들던 때가 있는데 이 책도 그럴듯 합니다. 그러나 일어는.........

웽스북스 2009-11-25 02:43   좋아요 0 | URL
그죠. 아무래도 넘사벽이 존재하는 일어. ㅎ
그나저나 휘모리님은 눈이 내리는 계절에 눈의 나라로 가신다니 부러울 따름입니다. 으흑.

차좋아 2009-11-23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진기행! 맞다!! 젠장.. 무진기행을 떠올리지 못하다니~'
다시 생각해보니 설국을 먼저 읽었구나~~'다행이다.'라고 위안했지만,
<무진기행>을 읽으며도 설국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어요. 아쉽~~ㅋㅋ



웽스북스 2009-11-25 02:43   좋아요 0 | URL
괜찮아요. 향편님은 화재의 서재글에 오르신 풍월주시니까 ㅋㅋㅋ

차좋아 2009-11-25 12:25   좋아요 0 | URL
또 오를 수 있을까요?ㅋㅋ "웬디양님, 나한테 추천 했어요~ 안했어요~" 바른대로 말해요 ㅋㅋ

웽스북스 2009-11-29 21:25   좋아요 0 | URL
ㅎㅎ 전 원래 추천 잘 안해요. ㅎㅎㅎㅎ
했는지 안했는지 기억이 잘 안나지만. ㅋㅋㅋ

굿바이 2009-11-24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국을 읽으면서, 김연수 작가의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라는 말이 자꾸 맴돌았어. 고마코가 매일 옷을 갈아입는 노력처럼 말이야. 그리고 매우 미약하지만 어느 때가 되면 고마코를 만나러 국경을 넘는 노력이라도.
그렇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사랑이라는 것이 그 노력이라는 것이, 욕망의 대상을 향한 것인지, 아니면 욕망 자체를 향한 것인지. 그리고 노력으로도 나도 타인도 위로 받지 못한다면 어찌 해야 하는지. 그럴 때는 그저 눈만 내리면 되는 것인지.

웽스북스 2009-11-25 02:45   좋아요 0 | URL
타인을 통해 전적으로 위로받는 일이 가능할까요, 물론 있다 해도 일시적이거나 피상적인 게 아닐까 싶어요. 음. 실은, 생채기나 안나면 다행이죠. 그런데 그것조차 안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거잖아요. (아, 언니, 그래서 제가 이러고 있는가보아요. 흑)

동우 2009-11-25 0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서정적이고 유려한 문장, 거기다 절제미.. 동감. 나보다는 엄청 젊으신 웬디양의 독후감에서도 문장 너머 그 아득하게 슬픈 아름다움이 느껴져.... 하하, 눈을 떠보니 점령군처럼 진주한 무진 안개의 이미지와 밤의 밑바닥이 하얘진 산골의 눈...겹치는 몽환적인 이미지..

웽스북스 2009-12-13 17:28   좋아요 0 | URL
아. 제 글에서 그런 걸 느끼셨다니.
저는 그저 송구할 따름입니다.

책의 느낌을 살리려고 좀 노력했더니. 하하.

2009-11-26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러고 보니 무진기행도 있었군요. 웬디님 글 읽고 나니, 눈과 안개를 머릿속에서 교차해보며 서로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생각해보게 되네요. 이번 감상을 읽고 나니 웬디님 목소리가 정말 그 어느때와 달라서 읽고 나서 계속 내가 지금 주소를 제대로 찾아온 건지 자꾸 확인해보게 되었어요.

전 초식남 뜻을 몰라서 또 검색을 한번 해 봤드랬어요. 제가 찾은 건 '육식동물처럼 공격적이질 않고 온순하고 자기애가 강한 남자'라고 해 뒀네요.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24900.html

초식남과 시마무라를 같이 두고 보니 얼핏 그런가 싶기도 하고요. 저는 또 한편으로는 이 초식남의 모습은 작가가 결국 포장해낸 시마무라의 모습중 하나일 뿐인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전 시마무라의 모습이 그냥 당신도 어쩔 수 없는 남자 아니심?하면서 자꾸 그 사람의 행보에 꼬투리를 잡고 있었거든요.

웽스북스 2009-12-13 17:30   좋아요 0 | URL
아. 그런가요?
사실 제가 제대로 리뷰를 쓴건 이번이 두번째
지난번 거랑 많이 다르긴 다르죠.

초식남은 뭐랄까. 그런 의미이지만
사회적 맥락에서는 결혼과 많이 연결이 되는데
나만 믿어, 하는 마초남이 아니라
자기애가 강하고, 그렇기에 상대를 책임지는 걸 버거워하고,
뭐 그런 의미에서 썼던 건데,

이렇게 논란이 될줄은 몰랐어요. (별 생각 없었다는 뜻 ㅋㅋ)

도치 2009-11-30 0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설국의 느낌과 동일선에 있는 느낌의 감상글이네요.
저는 읽는 동안 시마무라의 모습에 시선이 묶여 다른 멋드러진 부분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

웽스북스 2009-12-13 17:30   좋아요 0 | URL
도치님 시마무라에 너무 감정이입하신 거에요?
ㅎㅎ

 




언젠가 갔던 홍대의 카페.  
헌책 한권을 커피 한잔으로 바꿔주는 이 곳에 쌓여있던 책들의 리스트는
사실 좀 보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보물창고, 까지를 바랐던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집어오고 싶은 책이 거의 존재하지 않던 곳.
너무 낡은 책들이 많아 책먼지에 정신이 매캐해지던 곳.  
그나마, 더치커피가 매우 저렴하고 맛이 있어 즐겁게 머무르다 나왔던 곳.

사실, 이런 컨셉의 카페를 나 역시 꿈꾸었던 적이 있는데,
이 카페가 처했던 현실을 보며,
스스로 아. 그야말로 그것은 로망이었구나. 를
실감할 수 밖에 없던 시간.




그때 올렸던 글과 사진에 누군가 남겨줬던 덧글.
그러게, 우리가 좋아하는 공간, 카페 불라에도
그 곳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끔 책을 갖다놓는데
다들 자기가 좋아하는 책들을 가져다 놓는다.


경제적 가치가 다시 경제적 가치로 환원될 때만큼
사람들 머릿속이 빠릿빠릿해지는 때도 없을 것 같다.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  
단돈 10원이라도, 내가 이익이다, 라는 뿌듯함을 얻기 위해서.


어떤 책을 가져와도 모두 커피 한 잔, 이라는 교환 원칙 앞에서는  
가급적이면 가장 저렴하게 커피를 마시고 싶다, 라는 대응원리가 성립되나보다.  
그래서, 자신에게 필요가 없는 책을 가져와
실질적 가치 0에 수렴하는 값을 지불하고 커피를 마시고는 뿌듯해한다.

그래서 가격경쟁 같은 '경제적인 영역'에서 싸우다 보면
결국에는 다같이 살을 깎아먹고, 시장을 비정상적으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게 경제적 가치가 아닌, 다른 어떤 무형의 가치로 환산될 때, 
어떤 사람들은 기꺼이 바보가 된다.
특히나 그것이, '자신'을 표현하고 남겨주는 가치라면, 더욱 그러하다.  




<나름>에서 몇달 전에 있었던 재밌는 밤, 이라는 행사에서,
나는 저 두권의 책을 5만원을 주고 사왔었다.
지금 찾아보니 알라딘에서 샀으면 절반 가격 정도에 살 수 있었을 책들을.
그것도 무려 헌책으로.

게다가 내가 가지고 갔던 엔도슈사쿠의 <바다와 독약> 6천원짜리 절판본은 
무려 2만원에,
중고샵에서 5천원 주고 산 소세키의 <마음>은 1만원에 팔렸었지.


재밌는 건, 이렇게 기꺼이 바보가 되는 순간들이,
삶을 좀 더 즐겁고 풍성한 것으로 만들어낸다는 것인데,
그 즐겁고 풍성함의 부가가치를 더하면,  
그 바보의 선택들이 오히려 더 경제적일 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일반상거래에서도 이런 것들이 가능할까.
같은 상품이더라도, 같은 조건이더라도
가격을 뛰어넘는 즐거움, 재미, 의미의 부가가치들이 더해진다면  
소비자들은 기꺼이 그것들을 선택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것들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일반화할 수 있을까.

뭐 이런 것들이 궁금한 요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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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1-22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엔도우 슈사쿠의 '침묵'은 내게 최고의 책이었지요.
영악한 현대인에게 일반화하기는 어렵지 않겠어요.^^

웽스북스 2009-11-25 02:46   좋아요 0 | URL
예. 아무래도 그럴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뭔가 놓고 싶지 않은 믿음이랄까요.
이래서 이상주의자 소리를 들어요 제가 ㅜㅜ

사과나무 2009-11-22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에게 최고의 책은 뭘까... 생각하게 되는군요.
불라에 책을 가져다 놓는다면 뭘 가져다 놓아야 할까도...

웽스북스 2009-11-25 02:47   좋아요 0 | URL
음. 그러고보니, 실은 저도 불라에 제 책을 갖다놓은 적은 없어요
우리나라씨가 그냥 한말이긴 하지만,
실은 책보다는 다른 것들을 많이 갖다놓죠. 차를 갖다놓기도 하고, 혼수 그릇을 갖다놓기도 하고, ㅎㅎㅎㅎㅎ

이런 2009-11-22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글에 재미있는 실수 하나 : "살을 깎아먹고" ㅎㅎㅎ, 뭐 그래도 되겠지만.
보람된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

웽스북스 2009-11-25 02:47   좋아요 0 | URL
응? 이거 틀린건가요? ( '')

치니 2009-11-22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웬디양. :)

웽스북스 2009-11-25 02:48   좋아요 0 | URL
전 치니님이 손 안예쁜 남자가 좋다고 해도,
치니님의 옆에 계신 그 분의 손이 예쁠 것이라 일백프로 확신해요.

(이 말을 다락방님 서재에서는 차마 못하고 있다가 여기에 하는 조웬디씨 ㅋ)

마노아 2009-11-22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앨범이 나왔을 때, 천원 이상 소신껏 입금해 달라는 제작탐의 당부에 정말 천원씩 입금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배송비도 안 나오는데...ㅜ.ㅜ 그거 한정판이라서 딱 5천장 찍었나 했는데 참 너무한다 싶었어요. 이번에 학교 학생의 집에서 불이 나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이 전소했는데, 아들만 다섯인 극빈층 집안 아이였거든요. 성금을 거두는데, 단 천원을 아까워하며 안 내는 아이들이 부지기수였답니다. 참 각박하지요. 기꺼이 바보가 되어 값진 기쁨을 전해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경우도 참 많아요...

웽스북스 2009-11-25 02:52   좋아요 0 | URL
정말 와닿네요. 각박하다고 쉽게 말하기엔 스스로 좀 반성되는 부분도 있고요.
 
설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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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무라에겐 덧없는 헛수고로 여겨지고 먼 동경이라고 애처로워도지는 고마코의 삶의 자세가 그녀 자신에게는 가치로서 꿋꿋하게 발목 소리에 넘쳐나는 것이리라. -64쪽

그런 말들은 짧게 뚝뚝 끊어지면서도 여자가 힘껏 살아가고 있다는 표시인 탓에 듣기 괴로울 정도였기 때문에, 그가 잊지 못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멀어져 가는 지금의 시마무라에겐 여수를 돋우는 데 불과한 이미 멀어진 소리였다. -76쪽

고마코의 애정은 그를 향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아름다운 헛수고인 양 생각하는 그 자신이 지닌 허무가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고마코의 살아가려는 생명력이 벌거벗은 맨살로 직접 와 닿았다. 그는 고마코가 가여웠고 동시에 자신도 애처로워졌다. 이러한 모습으 무심히 꿰뚫어보는 빛을 닮은 눈이 요코에게 있을 것 같아, 시마무라는 이 여자에게도 마음이 끌렸다. -110쪽

당신은 좋은 애야
어째서요? 어디가 좋아요?
좋은 애라고
그래요? 이상한 분이셔. 무슨 말 하는 거에요? 정신 차려요
하고 고마보는 시선을 돌리고 시마무라를 흔들며 뚝뚝 끊어 혼내듯 말하더니 잠자코 있었다.
그리고 혼자 웃음을 머금고
안되겠어요. 힘드니까 돌아가줘요. 이제 입을 옷이 없어요. 당신한테 올 때마다 새옷으로 갈아입고 싶지만 이젠 남은 게 없어요. 이건 친구에게 빌린 옷이에요. 나쁜 애죠? -126쪽

고마코는 자신을 되돌아보는 듯 오래도록 가만히 있었다. 한 여자의 삶의 느낌이 따스하게 시마무라에게 전해져 왔다. -127쪽

떠날 수 없어서도, 헤어지기 싫어서도 아닌데, 빈번히 만나러 오는 고마코를 기다리는 것이 어느새 버릇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고마코가 간절히 다가오면 올수록 시마무라는 자신이 과연 살아있기나 한 건가 하는 가책이 깊어졌다. 이를테면 자신의 쓸쓸함을 지켜보며 그저 가만히 멈춰서 있는 것뿐이었다. 고마코가 자신에게 빠져드는 것이 시마무라는 이해가 안 되었다. 고마코의 전부가 시마무라에게 전해져 오는데도 불구하고, 고마코에게는 시마무라의 그 무엇도 전해지는 것이 없어 보였다. 시마무라는 공허한 벽에 부딪는 메아리와도 같은 고마코의 소리를, 자신의 가슴 밑바닥으로 눈이 내려 쌓이듯 듣고 있었다. -134쪽

그토록 고생한 무명의 장인은 이미 죽은지 오래고, 아름다운 지지미만이 남았다. 여름에 서늘한 감촉을 주는, 시마무라 같은 이들의 사치스런 옷으로 변했다. 그다지 신기할 것도 없는 일이 시마무라에게는 문득 신기하게 여겨졌다. 온 마음을 바친 사랑의 흔적은 그 어느 때고 미지의 장소에서 사람을 감동시키고야 마는 것일까? -1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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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직 실감은 나지 않는다는데, 자꾸만 한 해가 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표식 같은 것들이 문득 문득 들이닥쳐 깜짝 놀라곤 한다. 이를테면, 얼마 전 모 작가의 행사에서 사인을 받았는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써주시는 걸 보고 화들짝. 보졸레 누보를 마신 적은 없지만, 보졸레 누보가 나온다는 소식도 나에게는 아, 올해가 가고 있구나, 라는 것을 실감하게 하는 소식. 게다가 어제는 누군가 크리스마스 캐롤을 틀려고 하는 걸 뜯어말리기까지 했다.

어제는 하이킥을 보는데, 겨울이 왜 싫으냐는 이순재의 물음에 김자옥의 대사.
나이든 여자가 겨울 좋아하는 거 봤어요? 이제 또 한살 먹는구나. 생각하는 거죠.

아. 내가 나이든 여자가 되어가고 있어서, 또또 (지난 해 숱하게 지적 받았던) 계절병, 나이먹는거 싫어병을 앓고 있구나. 라는 걸 깨닫는다. 


2

다음주에는 예전예전예전부터 계획만 잡아놓고 준비는 하나도 안하고 손놓고 있던 휴가를 떠난다. 준비된 건 비행기 티켓과 숙소 예약뿐이고, 그걸 이미 7월에 마쳐놓은 후, 나는 정말 속수무책으로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매우 솔직히 말하자면 교토에서 묵는 숙소는 H가 예약했으므로 어딘지 이름도 모른다. 비행기 출발 시간 및 도착 시간도 잘 기억도 안난다. 떠나기 3일 전인데 이런 상황. -_- 

H가 거의 모든 준비를 하고 마지막으로 스케줄 확정하고 예산을 짜자고 불렀을 때도 나는, 그냥 발길 닿는대로 가고, 마음 닿는대로 쓰자. 뭐 이런 무책임한 발언을. ㅋ 사실 예산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게, 너무 빡빡하게 짜서 가다 보면, 그대로 쓰려면 그대로 쓰는 일이 스트레스, 그대로 못쓰게 되면 그게 또 스트레스 아닌가. 그렇다고 돈이 많아 흥청망청 쓰겠다는 게 아니라, 그냥 뼛속까지 좀 비굴한 나는 돈 앞에서도 비굴하기 때문에, 굳이 예산을 짜지 않아도 머리와 마음의 제동장치가 알아서 작동해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H도 마찬가지이다. ㅎㅎㅎ  환전은 니가 할래? 라는 말에도, 미안, 나 정말 여유가 없어, 니가 좀 해주라. 라고 말할 수 밖에 없으니, 버럭하는 H앞에 나는 그저 '업어줄까?' 한마디 밖에 할 수가 없었다. 아. 미안해라. 가서 정말 잘해줘야지.

대신 내가 준비한 건, 홀가. (그런데 중형 필름을 깜빡잊고 안샀다. 화요일까지 안오면 직접 가서 사야하는데, 그럴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다) 이건 전적으로 레와님의 영향이 매우 크다. 레와님 서재에 올려둔 홀가로 찍어낸 사진들이 내게 주었던 느낌들이 홀가를 사겠다고 결정하는 데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6*6으로 찍으면 필름 한롤당 12장밖에 못찍는 이 이기적인 카메라가, 빛조절도 잘 안되고, 어두운데서도 잘 안찍히고, 필름도 어두운데서 넣어달라는 이 까탈스러운 카메라는 그러므로 뭔가 매력적인 느낌이다. 하루에 1롤. 딱 12장씩만 찍어야지, 생각. 고르고 골라서, 정성을 다해 찍기. 그래도 절반은 안나올테니 연습한다는 생각으로. (아. 연습비가 너무 비싸지만, 노래연습장 가격보다는 싸니까 참아야지) 하하. 그러고보니 정말이지, 준비한게 이것밖에 없구나. 주중엔 또 시간이 없을테니. 오늘은 짐을 싸둬야할텐데. 아. 뭘 싸야할지도 잘 모르겠고. (뭐 사람 사는 데인데 다 있지 않을까 생각)

 
3

그나마 인생의 낙이 있다면 하이킥과 선덕여왕이었는데, 선덕여왕은 미실의난부터 골로가기 시작하더니, 고미실 퇴장 이후에는 시청의 의지를 느끼지 못하게 하고 있다. 역시나 하이킥이 좀 짱이다. 아. 김병욱 초천재. 최다니엘 초간지. 신세경 초미녀. 정해리 빵꾸똥꾸짱. 신애는 좀더 힘내라. (해리한테 밀려서 슬쩍 가슴이 아파요) 
 



이런 색감의 아가일니트를 찾아 헤매고 있다. 다니엘코디천재. (다니엘 몸이 천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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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9-11-21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여행가시는군요. 가세요, 가세요. 무조건, 어디든 떠나세요.
아이때에는 새로운 자극에 많이 노출되는 것이 새로운 두뇌 신경망 구축에 최선의 방법이라면, 2, 30때에 자신을 위해서 투자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안 가본 곳으로의 여행이라고 주장하는 일인입니다. 그때의 그 느낌과 감성을 나이들어서 얼마나 써먹을 곳, 써먹을 때가 많은지 모른답니다. 그게 재산이라고 생각해요.

(최다니엘은 멋지긴 한데, 좀, 뭐랄까, 어딘가 연출된 느낌이 나지 않나요? '선덕여왕을 한번도 시청한 적이 없는 저도 '지붕뚫고~' 는 종종 봅니다. 재미있더라고요 ^^)

아 참, 여행 잘 다녀오세요~

웽스북스 2009-11-22 01:46   좋아요 0 | URL
아. hnine님. 써주신 말이 어찌나 좋은지요. 그러게요. 써먹을 곳. 써먹을 때. 사실 벌써부터 굉장히 많이 느끼고 있어요. 이런 것들도 재산이 되는구나. 아. 이런 것들도 보물이 되는구나. 저보다 조금이나마 더 오래 사신 hnine님도 그리 말씀하시는 거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아. 열심히 잘 놀다 와야겠어요.

그리고, 제가 사랑하는 것은 최다니엘의 스타일.입니다. 하하하. 연출이라도 좋아요. 흑.

Mephistopheles 2009-11-21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 재미있게 다녀오세요...
전 일단 한 숨 좀 돌리고 여행을 하던 잠을 자던 뒹굴거리던 정해봐야 할 것 같아요..^^

웽스북스 2009-11-22 01:46   좋아요 0 | URL
메피님 메피님 메피님
여행을 하던 잠을 자던 뒹굴거리던 하시면서 일단 이번 겨울 보내시더라도.

저랑 맛있는 것도 먹어주심 안될까요?
갑자기 막 우리 음식 리스트 나누며 놀던 때가 그리워집니다. 하하하. ㅜㅜ

이매지 2009-11-21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나라 가시는군요 ㅎㅎ
여행 즐겁게 다녀오세요~
저도 올해가 가기 전에 뜰까 싶었는데,
미친듯이 바빠서 휴가 쓸 엄두가 안나요 ㅠ_ㅠ

웽스북스 2009-11-22 01:47   좋아요 0 | URL
아. 이매지님.
저 이거 직장 옮기기 전에 잡아놓았던 거에요. 아마 그때 잡아두지 않았으면 절대 못갔을 것 같아요.

전 이전 직장 입사 첫해 때 휴가 5일 받았는데 그것도 다 못썼어요. 아. 신입들은 역시 좀 눈치가 보이죠 ㄷㄷㄷ

마노아 2009-11-21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멋진 여행 계획 잡으셨군요! 잘 다녀오세요~ 올 때 선물 사갖고 와요! (응?)

웽스북스 2009-11-22 01:48   좋아요 0 | URL
잘 다녀올게요. 마노아님~
선물은..ㅎㅎㅎ 고민해볼게요.

다락방 2009-11-22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하이킥 고딩한테 푹 빠졌다가 거기서 헤어나오지도 못했으면서 요즘은 닥터한테 올인중이에요. 세경이 이마에 열 짚어줄때 내가 막 심장이 벌렁벌렁 ㅠㅠㅠㅠㅠㅠㅠㅠ

내 이마도 좀 짚어달라규~~

웽스북스 2009-11-22 01:4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 제가 다음에 만나서 이마 짚어드릴게요.
(필요 없다고요? 네. ㅜㅜ)

순오기 2009-11-22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토에서 묵는군요.
이젠 이틀 전~ 잘 다녀와요!
엑기스 사진도 기대할게요.^^

웽스북스 2009-12-13 17:31   좋아요 0 | URL
잘 다녀왔고. 엑기스 사진도 올렸고.
덧글은 완전 지각 흑

블리 2009-11-22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도 웬디처럼 다~ 맡기고 여행 가고 싶다~ 맘을 비우면 훨씬 즐거운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너무 이 정보, 저 정보를 모았더니 욕심이 생겨서 원래 취지였던 여유가 강건너 가버렸어. ㅠㅠ 욕심을 덜어야지. 혹시 교토에서 스치면 보자구. 철학의 길이나 기요미즈데라, 기온은 모두 가는 코스니 혹 볼 수도 있겠지...참, H에게 은각사는 현재 공사중이란 정보를 알려주길.(내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내년 2월까지 공사라네.)

웽스북스 2009-12-13 17:31   좋아요 0 | URL
우리는 엇갈렸을 뿐이고. 흙.

무해한모리군 2009-11-23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웬디양님의 후기가 벌써 기대가 되요. 웬디양님 눈에 교토는 어떨까?

웽스북스 2009-12-13 17:31   좋아요 0 | URL
후기가 기대를 충족시켰는지 모르겠네요.
역시 남는 건 고기사진뿐? ㅋㅋㅋ

2009-11-23 1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09-12-13 17:32   좋아요 0 | URL
이렇게 전화번호를 따내고!
(하지만 임대폰이라 저장할 수 없을 뿐이고흑)

바밤바 2009-11-24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신애가 좋던데~ 신신애 화이팅!ㅋ

웽스북스 2009-12-13 17:32   좋아요 0 | URL
저도 신애 좋아요. 신신애 화이팅!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