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님은 살림이 제일 쉬웠다던데. 나는 이렇게 살림이 어려웠나, 새삼 느끼며 거의 죽어가고 있는 중. 월요일 이사가 급하게 정해지고, 휴가를 하루 내고, 일단 이사와 관련된 모든 서류절차 등을 월요일에 마치고, 친구들과 집청소를 하고, 대강 살 짐만 들이고, 다음날 엄마가 내 짐들을 대대적으로 들여주고... 대략 짐 속에서의 일주일을 보내고, 밤마다 짐풀고 짐풀고 짐풀고의 연속...  

토요일, 각종 살림들이 들어와 겨우겨우 짐정리 세팅을 85% 정도 완료했다. 금요일 새벽 다섯시까지 책정리를 하던 게 거의 하이라이트.... 장르별 국가별 작가 가나다순으로 정리하는 걸 보고 친구가 혀를 끌끌찬다. 하하하. (꼭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살림을 하다보니, 아, 내가 모르는 게 이렇게 많구나. 세상에나, 집이 깨끗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손길이 끊임없이 필요한 거구나, (비극적이게도 이 집에는 그 누군가, 가 나밖에 없구나...) 뭐 이런 것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중. 매일매일 잘 때마다 삭신이 쑤신다. 그나마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녀석은.

멍청이.

로봇 청소기 이름이다. 생각보다 멍청해서 지어준 이름.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멍청해서 귀여워 죽겠다. 윙윙 돌아다니면서 정작 쓰레기 있는 데는 막 피해다니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센서를 발로 툭툭 치면서 쓰레기 있는 데로 보낸다. 멍청아, 여기 말고, 저기, 멍청아, 거기 말고, 거기 말고, 그쪽, 그러면 제자리에서 혼자 막 위이이이이잉 돈다. ㅎㅎㅎ 그래도, 지능이 좀 있나? 이제 우리 집에 좀 적응을 했는지 제법 구석구석 잘 다니기도 한다. 그래도 여전히 방에 머리카락 같은 게 남아 있는 걸 보면 으이그....하면서 한숨을 짓게 만들지만, 그래도 먼지통을 비울 때면, 나 이만큼이나 치웠거든, 하면서 녀석이 유세하는 것 같다. 먼지통을 툭툭 털면서, 수고했어.... 할 때는 마치 엉덩이를 두드려주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드디어 기계와 대화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리고, ㅁ님이 보내주신 스팀 청소기. 이거 나름 완소 아이템이다. 방 닦는 걸 싫어하는데, 이렇게나 먼지가 많이 쌓일 줄이야.... 한 번 돌리고나면 걸레가 새카맣다..... 어휴. 없었으면 허리 좀 휠 뻔했다. 청소기를 돌리고 나면 스팀 청소기 걸레도 빨아야되고, 정말 할 일 투성이.

빨래는... 어휴.... 섬유유연제 넣는 걸 안까먹는 일이 관건이다. 어찌나 어려운지...세탁실 문을 열어 자꾸만 남은 시간을 확인하는 게 일이다. 그리고나서는 끝나자마자 바로 널어줘야하니. 어휴. 어휴. 도무지 알라딘에 들어올 조금의 여유도 허락되지 않는 일상이다.  

그리고, 계절이 바뀌면서, 하수구냄새가 올라올 거 알긴 했지만, 이게 이렇게 심각할 줄은 몰랐다. 날이 솔솔 풀리면서, 냄새가 솔솔 올라오는 게 거의 죽음이었다. 코 막고 화장실에 들어갔어야 했을 정도. 거의 전쟁 수준으로 탈취제도 갖다놓고, 뿌려보고 난리를 쳤는데, 결국 친구가 가져다 준 아로마향초로 대략 해결.

그 와중에 오늘은 교회 식구들(이라고 해봐야 우리 식구 4명 목사님 식구 4명, 교회후배 1명)과 이사 예배를 드렸는데, 할 줄 아는 게 없어 유부 초밥과 우동, 군만두로 메뉴를 정하고 (-_-v) 음식을 내고, 후식으로 딸기주스와 브라우니, 케잌, 커피, 과일 등을 내는데, 정말 정신이 쏙빠지게 바쁘다. 예전 엄마들은 자식 일곱 낳고, 그 가족들 매일매일 부양하면서도 살았을텐데, 나는 이정도 손님에도 도무지 정신을 못차리겠으니 원...

그래도, 일단 놀러오시는 분들께는 대략 합격점을 받고 있는 중이다. 걱정 그득한 눈으로 다들 오셨다가, 생각보다 잘 산다고, 걱정 안해도 되겠다고 돌아가시는 마음들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가진 것을 이것저것 챙겨주시는 바람에, 벌써부터 부자가 된 기분이다. 이래저래 손님들 대접하고 마시고 하느라, 원두 한봉지는 이미 동났다. 전기주전자를 샀는데 아직 안와서 냄비에 물을 계속 끓여내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더라. 그리고, 생수, 생수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물을 사서 오는 건 차 없는 사람에게 보통 노가다가 아니더라. 어제 ㄱ언니 부부가 왔을 때, 무거운 짐들을 좀 사다가 차로 나르면서 생수 6병을 사다 놨는데, 오늘 손님 치르고 하느라 벌써 절반 가까이 마셨다. 정말, 정수기를 렌탈하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ㅜㅜ  

한쪽 구석 마련한 테이블과 수납의자는, 제법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아직 수납의자 쿠션이 도착을 안해서 딱딱한 바닥에 앉기는 하지만, 뭐 나쁘지 않다. 최대 수용 인원 7명. (그나마도 3명이 불편한 바의자에 앉아야..ㅎㅎ) 후배 ㅊ양이 선물해준 스탠드도, 제법 집에 잘 어울린다. 불을 끄고 노란 조명 아래 일기를 쓰는 기분도 나쁘지 않다.




 
이제 풀 짐이 두박스쯤 남았는데, 급한 건 다 풀었으니 천천히 할 작정이다.
어쨌든,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이, 나름 상쾌하다. 살림은 어렵고, 삭신은 쑤시지만


 


댓글(48) 먼댓글(1)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1. 귀여운 알람 시계도 있다!
    from 자유를 찾아서 2010-03-22 10:36 
     내게는, 웬디님의 귀여운 로봇 청소기만큼이나 귀여운! 알람 시계가 있다. 친구가 독립 기념으로 선물해준 건데 - 사실 내가 이거 사달라고 졸랐다 -, 첨 한번은 애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얌전히 있는데, 스누즈 버튼을 누르면 설정해 둔 시간이 지나고 나서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애가 방 안을 막 돌아다닌다. 완전 귀엽다 완전 귀여워. 앞뒤 운동만 하지 않고, 앞뒤좌우 왔다갔다 하면서 지 맘대로 불규칙하게 움직이는데 좁은 거리에서 왔다갔다
 
 
poptrash 2010-03-22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이건 꿈의 집?

웽스북스 2010-03-22 00:50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런데 건물 보시면 기절하실지도 몰라요 ;;; =_=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되실.....

실비 2010-03-22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부러운데요~^^
정리하느라 고생하셨어요.
천천히 하셔욤~

웽스북스 2010-03-22 00:51   좋아요 0 | URL
그러려고요. 날마다 허리가 휠 지경이에요.
그나저나, 반갑습니다, 실비님. ^-^

2010-03-22 0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2 0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L.SHIN 2010-03-22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전에 웬디님이 말했던 식탁 등을 저렇게 해놓으니까, 좋은데요! ^ㅡ^
이제 웬디님도 멋진 (독립) 도시녀군!!
우리 웬디님, 수고했어요.(토닥토닥) 여자 혼자 사는 거 절대 티내고 다니면 안 돼요.
동네에서 누가 물어보면, 무조건 '언니랑 같이 살아요' 이렇게 말하세요.
보조 도어락도 꼭 달고~

웽스북스 2010-03-24 00:34   좋아요 0 | URL
네. 근데 동네에서 아무도 안물어보더라고요.
보조 도어락은 달려있어요. 다행이지. ㅋㅋㅋ

주신 워터볼도 책장에 어여삐~

순오기 2010-03-22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책을 위해 이사한 거 같아요.ㅋㅋ
살다보면 노하우도 생기고 적당히 게으름도 부리게 되니까 괜찮아요. 토닥토닥~
스팀청소기 처음엔 애용하지만 그거 빨기가 더 귀찮아서 그냥 재래식 걸레가 최고라고 외칠지도...ㅋㅋㅋ

웽스북스 2010-03-24 00:35   좋아요 0 | URL
뭐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덕분에 책들도 같이 호강하죠.
재래식 걸래도 어차피 빨아야되는 건 마찬가지라서
전 그냥 허리 안굽히는 스팀 청소기가 아직 좋아요. ㅎㅎㅎ

개인주의 2010-03-22 0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깔끔깔끔..
책 간수하는 것도 정성이 많이 드는 일인데
자취집인데 책이 저정도이시면 ..0_0
저는 집이 쌀이 자주 떨어지는 지경으로 엉망으로 살아가는 지경이라
한수 배워야겠습니다요..ㅠㅠ

웽스북스 2010-03-24 00:35   좋아요 0 | URL
아직 처음이라 그렇다고 주변에서 끌끌..ㅋㅋㅋ
(오래오래 가보겠어요)

저도 뭐, 조금씩 무너지고 있습니다.

카스피 2010-03-22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허 책이 정말 많으시네요.그리고 식탁이 참 아늑해 보입니다^^

웽스북스 2010-03-24 00:36   좋아요 0 | URL
네. 식탁겸 책상겸 티테이블겸 등등등의 목적으로. ㅎㅎ
카스피님도 만만치 않으실텐데요 뭘~

pjy 2010-03-22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은 살면서 완성해가는~~ 첨부터 넘 완벽해지려고 욕심내면 살림살이 힘들어서 금방 나가떨어지고 진저리납니다.. 한템포 여유있게^^;

웽스북스 2010-03-24 00:36   좋아요 0 | URL
네네 지금 두박스는 아직 정리안하고있어요. 그래서.
일단 좀 쉬고!!!!

다락방 2010-03-22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왜 접힌부분 펼치기가 안되죠? 보고싶은데 보고싶은데 ㅠㅠ 이따 다시 도전해봐야겠어요. 그나저나 웬디양님, 무슨 무인도에 사는것도 아닌데 멍청이랑 말 텄군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웽스북스 2010-03-22 09:34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보시라고 접기 없앴어요. 중간에뭔가 문제가생겼었나봐요. ㅋㅋㅋ

다락방 2010-03-22 09:52   좋아요 0 | URL
악 >.<

저 책들좀 봐요, 책들좀 봐!! >.<

웽스북스 2010-03-24 00:37   좋아요 0 | URL
훗.뭐야 다락방님.
만만치 않으면서~

치니 2010-03-22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두요, 접힌부분펼치기를 되게 하라 되게 하라!
웬디양님 되게 꼼꼼한가봐요, 저는 이사하고 한 이틀이면 정리 끝나는데. ㅋㅋㅋ
암튼 위시리스트 말씀해보시랍. 정리 다 하고나서도 필요한 거 있을 거에요 ~

웽스북스 2010-03-22 09:42   좋아요 0 | URL
응? 없앴는데, 그래도 사진 안보여요?

yamoo 2010-03-22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책이 장난아니군요! 그나저나 저도 이사를 해야 하는데...글을 보니, 참 난감하네요..주말 계속 부동산을 통해 집보러 다녔는데..하~ 진짜 피곤해요~ 그나저나 정말 좋은 집이거 같아 부럽습니다~ㅅ_ㅅ

웽스북스 2010-03-24 00:37   좋아요 0 | URL
아이구. 구하셨어요?
집구하는 거 정말 장난 아닌데,
제가 기를 좀 보내드릴 수도 없고 말이죠...

이매지 2010-03-22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x님이라고 하면 아치님인 줄 알아요 ㅎㅎㅎ
집 정리 되면 새로운 책을 좀 싸들고 찾아갈께요 ㅎㅎㅎ

웽스북스 2010-03-24 00:37   좋아요 0 | URL
아. 이 말을 하고 얼마 후에,
상황이 반전되었죠? ㅎ

화이링이에욥!

마늘빵 2010-03-22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오, 저런 분위기 완전 좋아 완전 좋아. 나 빨리 웬디님 집에 가야겠다. 울집은 저런 분위기 낼 데가 없어서 ㅠ

살림 완전 쉬워요, 나한테 배워요. 막 요래.

그너저나 책장은 박스로 사셨군요! 나도 박스 여섯 개 있다눙. 아, 웬디님은 이미 보셨지. 집들이 선물 들고 방문할게요! 날잡자요.

웽스북스 2010-03-24 00:38   좋아요 0 | URL
쳇. 아프님한테 배우라니.
말도 안돼.

우리 배틀이라도 한번 붙어요.
저 박스는 다 얻은 거고 맞은 편에 책장 더 있어요. ㅎㅎㅎㅎ
싱크대 서랍에 저도 아프님 드릴 선물 넣어놨다는.

머큐리 2010-03-22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깔끔하실 것 같았는데..역시군요..ㅎㅎ
오프에서 뵈었으면 집들이하자고 막 그랫을텐데요...

2010-03-24 0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주미힌 2010-03-22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분위기 있네요...
책정리가 가능했어요?;;; ㄷㄷㄷㄷㄷ

웽스북스 2010-03-24 00:39   좋아요 0 | URL
제가 좀 능력자...ㄷㄷㄷㄷㄷㄷㄷ

BRINY 2010-03-22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 넓고 예쁘네요.
12월에 이사하고, 1월에 방학하면서 한달내내 책정리만 한 거 같아요. 아구구...결국 절반정도 과감히 팔아버렸답니다.

웽스북스 2010-03-24 00:39   좋아요 0 | URL
아아아. 저도 책은 수시로 방출하고 팔고 주고 하고 있어요.
한꺼번에 고생 안하려면.....

무스탕 2010-03-22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깔끔하게 정리해 놓으셨군요!
퇴근하면 고생하셨을 며칠이 선~하게 보입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
가끔 책에 보면 괜히 현관에 남자신발 두고 그런대요. 집에 남자랑 같이 사는걸로 보이려구요.
배달온 사람들이 신발보고 가면 여자혼자 사는 집이라고 생각 못하게요.
이제 멍청이한테 말도 가르켜 보세요. ㅎㅎ

웽스북스 2010-03-24 00:41   좋아요 0 | URL
멍청이 말도 하긴 해요.
룸바를 충전해주세요. 막 이러는데.
너 이름은 룸바가 아니고 멍청이라고 이름부터 가르쳐야겠어요.

신발보다는 잘생긴 남자하나 꼬셔서
웨딩촬영만 좀 같이 해달라고 부탁해볼까봐요.

마노아 2010-03-22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로망이에요, 로망! 너무 예쁘군요. 전체 샷이 궁금해요!!

웽스북스 2010-03-24 00:41   좋아요 0 | URL
전체샷은 한번에 찍기가 좀 어려운 구조에요. 직접 와서 보세용. ㅎㅎ

레와 2010-03-22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0.0


전체 모습을 보고싶어요! ^^

2010-03-24 0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그 2010-03-22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깐 않오는 사이에. 많은 글을 올리셨군효! 와우.. 예쁜 집 잘보고 갑니다.
조만간 처들어가보고 싶어지는군효. 흠.

웽스북스 2010-03-24 00:42   좋아요 0 | URL
언제든 환영 ^-^

선익엄마 2010-03-23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와 우리집보다 백만배 멋진데

웽스북스 2010-03-24 00:42   좋아요 0 | URL
에이 말도안돼,
그집 벤치마킹한 거 아시죠? ㅋㅋㅋㅋㅋㅋ

메르헨 2010-03-24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정리하고 나면 몸살 좀 나실 듯...
사람이 참 이상하게 말이죠...
로봇청소기가 청소하고 난 뒤의 그 먼지도 버리는게 귀찮구요.
스팀청소기의 걸레도 빨기 귀찮구요.
ㅎㅎㅎ 그렇더라구요.
조금씩 조금씩 정리되면 내 집이 젤 편하지요.^^

웽스북스 2010-04-13 22:49   좋아요 0 | URL
네. 점차 스팀청소기 사용 횟수가 줄고 있어요.ㅜㅜ
역시 귀차니즘 앞에 장사 없는...;;;;

그래도, 좋아요. 좋아. 헤헷.

風流男兒 2010-03-25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댓글다는 사람하고 배틀이나 붙으려고 하고 이거야 원. ㅎ
정수기를 목놓아 외친 이유가 다 있었던 거지요 후훗
근데, 집 정말 좋네. 잘 구했심.

여름에 창문 열고 지내면 딱 좋겠네 ㅎㅎ

웽스북스 2010-04-13 22:49   좋아요 0 | URL
우리집 소음 심한 거 알고, 일부러 이렇게 말한 거죠?
나 다 알아.
 



지난 주 금요일에 꽃무늬 치마를 하나 샀다. 흰 치마에 살랑살랑 꽃그림이 그려져 있는 치마를 지난 주말 내내 입고 추워서 못입다가, 어제 다시 꺼내 입었다. (엘형님. 다락방님. 바로 그치마에요)

나는 일기예보를 잘 보지 않는다. 그냥 그날 그날의 기분과 예상되는 일정, 만나는 사람 등에 따라 옷을 입는 편인데, 어제는 3월하고도 11일쯤 됐고, 좀 예쁘게 보이고 싶었던 사람도 있었고, 겨울옷은 정말이지 지겨워서 못입겠으니, 이쯤은 입어주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꽃무늬 치마에, 겨울과 봄 사이 어디쯤에서 봄에 더 가까운듯한 자켓을 입고, 꽃무늬 스카프까지 빙 두르고, 샤방샤방한 걸음으로 집을 나서 출근하고, 점심시간에 밥을 먹으러 나오니. 우와.

날씨가 너무 춥다. 잔뜩 화를 머금은 날씨. 아. 정말 이렇게 을씨년스럽고 우중충한 날,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가 두껍고, 검은, 표정까지 칙칙해보이는 검은 의상으로 다니고 있는 가운데 살랑살랑 꽃무늬 치마를 입고 덜덜덜 떨면서, 때론 사람들의 안쓰러운 눈길을 한몸에 받으며 걸어다니고 있는 나는 흡사, 





한 송이의 미친개나리 같았다.





그 생각을 하니, 자꾸만 헐헐. 웃음이 났다. 그런데, 나쁘지 않았다. 나는 원래 봄을 기다리다 기다리다 때이르게 고개를 불쑥 내밀어 사서 고생을 하는 미친개나리를 안쓰럽도록 좋아한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녀석이 보이지 않으니, 내가 온몸으로 미친개나리 퍼포먼스를 나도 모르게 해버린걸까. 저녁에 내가 있는 곳에 잠깐 들렀던 친구에게, 아무래도 나 오늘 미친 개나리같아. 라고 말을 해버렸다. 옆에 있던 사람이 당혹스러운 눈길로 쳐다봤지만, 친구와 나는 손뼉을 치며 아주 깔깔거리며 좋아했다.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010-03-14 1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7 0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2 0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10-03-13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데요, 겨울 날씨 초봄의 미친개나리 ㅎㅎ
조금 성급하지만 뭐 어때요. 그김에 미리 봄바람 살랑 느껴보는거죠. 아, 코 앞에 왔구나, 봄이라는 녀석이. 뭐 이렇게. ^^

웽스북스 2010-03-17 00:19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러게요. 그런데, 또 갑자기 날씨는 왜이리 추워졌는지.
아. 그런데, 리얼 미친 개나리는 도대체 어디에 피어있는걸까요?

L.SHIN 2010-03-13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놔, 글 읽다가 중간에 추천 눌러보기는 처음이네.

정말이지, 그 치마! 웬디님하고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 다리가 그렇게 이쁘고 길면...
죄라구요,정말. -_- 괜찮아, 웬디님은 미친개나리여도 아름다우니까.
그러니까 정말 꽃무늬 봄옷을 사주고 싶어지네.ㅋㅋ

웽스북스 2010-03-17 00:2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엘신님 고마워요. 고마워.
근데 그 다리는 사기에요. 부츠로 가려서 그래요. ㅎㅎㅎㅎ
이제 부츠의 계절이 가서 너무 슬픈. ㅜㅜ

hnine 2010-03-13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지런한 개나리라고 해주세요...개나리가 서운하겠어요 ^^
꿏무늬 샤방샤방한 치마, 웬디양님 웃는 모습과 함께 연상하니 참 잘 어울리네요.

웽스북스 2010-03-17 00:20   좋아요 0 | URL
그런데, 전 미쳤다는 말을 좀 좋아해요. 대학 때 친구들 모임 이름도 광 시스터즈. 광숙이 광호 광수 등등 앞글자에 광 부쳐서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0-03-14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친 개나리, 라니! 하트 뿅뿅 날려주겠어욧!
♡.♡

웽스북스 2010-03-17 00:2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하트 받고 2배 얹어 반사!

레와 2010-03-15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두꺼운 겨울옷 따위 벗어 던지고 싶어요!!!



그러나 내일부터 다시 추워진다는 구라청.ㅡ.ㅜ



아, 또, 인증샷을 보고 싶은건 오직 나뿐?! ^^;

다락방 2010-03-16 09:37   좋아요 0 | URL
난 인증샷이 아니라 실재하는 웬디양님을 봤는데. 움화화화화화화화화홧

어쩐지 뻐기고 싶은 1人

웽스북스 2010-03-17 00:22   좋아요 0 | URL
우후후훗. 레와님. 봄에 살랑살랑하게 한번 볼 수 있음 좋을텐데.
아. 레와님 계신 곳은 멀기만 하고...

뻐기는 다락방님. 흥. 다음엔 더 이쁘게 입고 만나요.
아. 그런데... 예쁜 옷이 없다...윽.

風流男兒 2010-03-16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아암 미친개나리라니 ㅎㅎㅎ 개나리가 들으면 좋아하겠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
아 개나리 들으라고 한 소리가 아니구나 ㅎㅎ

웽스북스 2010-03-17 00:23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하
제가 너무 개나리 입장을 생각을 안했나봐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ㅋ가 몇갭니까 이거 -_-
비웃음쟁이. 흥입니다. (비웃음근절!!!!!!)

메르헨 2010-03-17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나리...저도 그러고 싶어요.
온통 옷이라곤 흑백이 전부에요.ㅜㅜ
봄이와도 입을게 없어요. 흠...
오늘 엄청 춥던데 오늘은 무얼 입으셨는지 궁금하네요.^^

웽스북스 2010-04-13 22:49   좋아요 0 | URL
저도 실은 요즘 엄청 칙칙해요.
세상에. 이 댓글로부터 한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춥네.

도치 2010-04-13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방명록 사용법에서 좌절하다가 이곳에 엄청시리 늦은 안부인사 남겨요.

음.... '미친 개나리'같은 표현은 제가 즐겨사용하는 표현방식입니다. 일상에서 말이죠.^^ 좀더 구수한 육두문자로 치장을 하기도 하지만요.

그날 잠에 취해 제대로 인사도 못드려서 죄송했습니다. 제 생체리듬이 그렇다 보니 하루 일과가 고된날은 스스로도 겁날정도 입니다. ^^;; 듣기로는 잠을 제대로 못주무셔서 일요일에 고생 좀 하셨다고 하셨던것 같은데 정상컨디션을 찾으셨죠?

제게 이번 모임은 정말 엄청 큰 추억과 행복을 주었습니다. 민정님과 더불어 모님준비하시고 진행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웽스북스 2010-04-13 22:51   좋아요 0 | URL
도치님. 얌전하게 생겨가지구. 육두문자를 즐겨쓰시는군요. ㅎㅎ

저는 성격이 못되먹어서, 못일어날 것 같으면 그냥 안자기 전법을 즐겨쓰고 있습니다. 덕분에 굿바이언니가 옆에서 고생을 좀 한 것 같아요.

그나저나, 부지런하게 후기도 쓰시고, 대단 대단하십니다. 저는 후기도, 문답도 어찌 정리해야 할지, 까마득하기만 합니다.
 
밀크 - Milk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특히나 이런 소수인권자들을 다룬 영화들을 보면, 우리도 알고보면....의 논리를 성립시키기 위해서 여러 부분들을 간과하고 지나다 보니 오히려 인물들을 단선적으로 그려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 천재적인 감독 구스반산트는 그런 자가당착에 빠지지 않는다. 오히려 주인공인 하비밀크를 여러 관점으로 조명하면서 다양한 부분들을 조명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매우 큰 미덕 중 하나. 

하지만 더욱 큰 미덕은, 역시나 숀 펜의 연기인데, 연기의 물이 오를대로 오른 이 멋진 배우는, 쉽지 않았을 이 역할을 매우 편안하게 소화해낸다. 마치 노래를 너무 잘하는 가수가 처리해내는, 고음이라고 전혀 느껴지지 않는 고음같은 느낌. 게다가, 존재 자체만으로 미덕이던 SCOTT 굳이 그냥 연기를 하지 않아도 거기 있다는 것만으로도 막 빛이난다. 반짝. 반짝. 

미국의 게이 인권운동가이자 최초의 동성애자 시의원이었던 하비 밀크의 생애를 담은 영화다. 특별히 의원에 출마하고, 낙방하고, 하는 과정들을 많이 담고 있다. 미국에서는 현재도 선거 때 동성애에 대한 입장이 굉장히 중요한 쟁점이라는 사실에 의아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화면으로 보니 이것 역시 굉장한 투쟁의 역사를 지니고 있었구나, 싶다. 

희망한다고 해서 희망하는 세상이 온다는 보장은 없지만, 희망하지 않는다면 희망하는 세상은 결코 오지 않는다. 그런데 매우 제길슨하게도 그 대가는 언제나 너무 크기에, 그리고 그 큰 댓가에 비해 그 녀석은 너무 더디 오기에, 혹은 오다가 휙 발걸음을 돌려버리기도 하기에, 우리는 줄곧 녀석을 놓아버리곤 한다. 그렇다면 결국, 끝까지 그녀석을 붙들고 있는 놈이 이기는걸까. 나는 아직도 그걸 잘 모르겠다. 아. 붙들어도 이긴다는 보장도 없으면서 놓아버리면 바로 지는, 더러운 세상. ㅜㅜ 

그렇지만, 하비밀크는 적어도, 아름다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의 삶은 충분히 살고도 남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이 결국은 또 우리가 끝끝내는 그 녀석을 놓아버릴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늘빵 2010-03-08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이거 내용도 모르고 봤다가 완전 감동 먹었잖아요. 아...

웽스북스 2010-03-13 12:15   좋아요 0 | URL
감동 맛있었어요? (응?) ㅋㅋㅋㅋㅋ

차좋아 2010-03-08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권은 내가 봐도 귀여워." 이 한마디에 게이 유전자 30프로 보유할거라는 진단 받았습니다. 그럴지도 모른다고 했지요. 진짜 조권은 귀여운데......

웽스북스 2010-03-13 12:16   좋아요 0 | URL
연아는 제가 봐도 너무 예뻐서 깨물어주고 싶은데,
저는 65%쯤 되나요? ㅋㅋㅋ

레와 2010-03-08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망한다고 해서 희망하는 세상이 온다는 보장은 없지만, 희망하지 않는다면 희망하는 세상은 결코 오지 않는다." <강추>


'밀크' 제목만 보고도 울컥, 웬디양님 글보고 또 울컥..

웽스북스 2010-03-13 12:17   좋아요 0 | URL
아. 이 웃을 일도 없는 세상에 레와님을 울컥하게 만들다니.
제가 많이 반성할게요. 뚝.

pjy 2010-03-08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붙들어도 이긴다는 보장도 없으면서 놓아버리면 바로 지는, 더러운 세상. ㅜㅜ

흐르는 물에서 밀려나지 않고 제자리만 유지해도 참 잘했습니다! 상 받을만 하지요~~그러나 현실은 제일 많이 전진해야만 하는, 더러운 세상~~

웽스북스 2010-03-13 12:19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ㅜㅜ 그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몰라주는 더러운 세상. ㅜㅜ

네꼬 2010-03-08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뜬금없게도 이 영화의 일본어판 전단지를 누군가에게 받았던 것이 한참 전이에요. 하도 개봉을 안 해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그러니까 지금 하고 있다 이거군요. (이 네꼬의 어두운 눈.) 고맙습니다. 네 번째 추천이 저예요. 웬디양님은 어쩜 이렇게 빠르고 똑똑한지.

웽스북스 2010-03-13 12:20   좋아요 0 | URL
네꼬님. 제가 뭐 어디 네꼬님만 하겠어요.
네꼬님은 게다가 사랑스럽기까지 하잖아요.

머큐리 2010-03-09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별다섯개... 최고에요

웽스북스 2010-03-13 12:20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도 좋아하셨군요. 이 영화. ^-^b

2010-03-12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3 1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의 창의성과 소통의 기술
박웅현, 강창래 지음 / 알마 / 200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아하기도 싫어하기도 난감한, 어쨌든 대단한 것만은 분명한 아저씨.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웽스북스 2010-03-08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씨가 만드는 광고만큼 세상이 간단하게 아름다워졌으면 좋겠다만.
 
클라란스 토닝 로션(지복합성용) - 200ml
클라란스
평점 :
단종


향이 순해서 좋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