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에 꽃무늬 치마를 하나 샀다. 흰 치마에 살랑살랑 꽃그림이 그려져 있는 치마를 지난 주말 내내 입고 추워서 못입다가, 어제 다시 꺼내 입었다. (엘형님. 다락방님. 바로 그치마에요)

나는 일기예보를 잘 보지 않는다. 그냥 그날 그날의 기분과 예상되는 일정, 만나는 사람 등에 따라 옷을 입는 편인데, 어제는 3월하고도 11일쯤 됐고, 좀 예쁘게 보이고 싶었던 사람도 있었고, 겨울옷은 정말이지 지겨워서 못입겠으니, 이쯤은 입어주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꽃무늬 치마에, 겨울과 봄 사이 어디쯤에서 봄에 더 가까운듯한 자켓을 입고, 꽃무늬 스카프까지 빙 두르고, 샤방샤방한 걸음으로 집을 나서 출근하고, 점심시간에 밥을 먹으러 나오니. 우와.

날씨가 너무 춥다. 잔뜩 화를 머금은 날씨. 아. 정말 이렇게 을씨년스럽고 우중충한 날,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가 두껍고, 검은, 표정까지 칙칙해보이는 검은 의상으로 다니고 있는 가운데 살랑살랑 꽃무늬 치마를 입고 덜덜덜 떨면서, 때론 사람들의 안쓰러운 눈길을 한몸에 받으며 걸어다니고 있는 나는 흡사, 





한 송이의 미친개나리 같았다.





그 생각을 하니, 자꾸만 헐헐. 웃음이 났다. 그런데, 나쁘지 않았다. 나는 원래 봄을 기다리다 기다리다 때이르게 고개를 불쑥 내밀어 사서 고생을 하는 미친개나리를 안쓰럽도록 좋아한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녀석이 보이지 않으니, 내가 온몸으로 미친개나리 퍼포먼스를 나도 모르게 해버린걸까. 저녁에 내가 있는 곳에 잠깐 들렀던 친구에게, 아무래도 나 오늘 미친 개나리같아. 라고 말을 해버렸다. 옆에 있던 사람이 당혹스러운 눈길로 쳐다봤지만, 친구와 나는 손뼉을 치며 아주 깔깔거리며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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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4 1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7 0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2 0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10-03-13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데요, 겨울 날씨 초봄의 미친개나리 ㅎㅎ
조금 성급하지만 뭐 어때요. 그김에 미리 봄바람 살랑 느껴보는거죠. 아, 코 앞에 왔구나, 봄이라는 녀석이. 뭐 이렇게. ^^

웽스북스 2010-03-17 00:19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러게요. 그런데, 또 갑자기 날씨는 왜이리 추워졌는지.
아. 그런데, 리얼 미친 개나리는 도대체 어디에 피어있는걸까요?

L.SHIN 2010-03-13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놔, 글 읽다가 중간에 추천 눌러보기는 처음이네.

정말이지, 그 치마! 웬디님하고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 다리가 그렇게 이쁘고 길면...
죄라구요,정말. -_- 괜찮아, 웬디님은 미친개나리여도 아름다우니까.
그러니까 정말 꽃무늬 봄옷을 사주고 싶어지네.ㅋㅋ

웽스북스 2010-03-17 00:2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엘신님 고마워요. 고마워.
근데 그 다리는 사기에요. 부츠로 가려서 그래요. ㅎㅎㅎㅎ
이제 부츠의 계절이 가서 너무 슬픈. ㅜㅜ

hnine 2010-03-13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지런한 개나리라고 해주세요...개나리가 서운하겠어요 ^^
꿏무늬 샤방샤방한 치마, 웬디양님 웃는 모습과 함께 연상하니 참 잘 어울리네요.

웽스북스 2010-03-17 00:20   좋아요 0 | URL
그런데, 전 미쳤다는 말을 좀 좋아해요. 대학 때 친구들 모임 이름도 광 시스터즈. 광숙이 광호 광수 등등 앞글자에 광 부쳐서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0-03-14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친 개나리, 라니! 하트 뿅뿅 날려주겠어욧!
♡.♡

웽스북스 2010-03-17 00:2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하트 받고 2배 얹어 반사!

레와 2010-03-15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두꺼운 겨울옷 따위 벗어 던지고 싶어요!!!



그러나 내일부터 다시 추워진다는 구라청.ㅡ.ㅜ



아, 또, 인증샷을 보고 싶은건 오직 나뿐?! ^^;

다락방 2010-03-16 09:37   좋아요 0 | URL
난 인증샷이 아니라 실재하는 웬디양님을 봤는데. 움화화화화화화화화홧

어쩐지 뻐기고 싶은 1人

웽스북스 2010-03-17 00:22   좋아요 0 | URL
우후후훗. 레와님. 봄에 살랑살랑하게 한번 볼 수 있음 좋을텐데.
아. 레와님 계신 곳은 멀기만 하고...

뻐기는 다락방님. 흥. 다음엔 더 이쁘게 입고 만나요.
아. 그런데... 예쁜 옷이 없다...윽.

風流男兒 2010-03-16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아암 미친개나리라니 ㅎㅎㅎ 개나리가 들으면 좋아하겠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
아 개나리 들으라고 한 소리가 아니구나 ㅎㅎ

웽스북스 2010-03-17 00:23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하
제가 너무 개나리 입장을 생각을 안했나봐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ㅋ가 몇갭니까 이거 -_-
비웃음쟁이. 흥입니다. (비웃음근절!!!!!!)

메르헨 2010-03-17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나리...저도 그러고 싶어요.
온통 옷이라곤 흑백이 전부에요.ㅜㅜ
봄이와도 입을게 없어요. 흠...
오늘 엄청 춥던데 오늘은 무얼 입으셨는지 궁금하네요.^^

웽스북스 2010-04-13 22:49   좋아요 0 | URL
저도 실은 요즘 엄청 칙칙해요.
세상에. 이 댓글로부터 한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춥네.

도치 2010-04-13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방명록 사용법에서 좌절하다가 이곳에 엄청시리 늦은 안부인사 남겨요.

음.... '미친 개나리'같은 표현은 제가 즐겨사용하는 표현방식입니다. 일상에서 말이죠.^^ 좀더 구수한 육두문자로 치장을 하기도 하지만요.

그날 잠에 취해 제대로 인사도 못드려서 죄송했습니다. 제 생체리듬이 그렇다 보니 하루 일과가 고된날은 스스로도 겁날정도 입니다. ^^;; 듣기로는 잠을 제대로 못주무셔서 일요일에 고생 좀 하셨다고 하셨던것 같은데 정상컨디션을 찾으셨죠?

제게 이번 모임은 정말 엄청 큰 추억과 행복을 주었습니다. 민정님과 더불어 모님준비하시고 진행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웽스북스 2010-04-13 22:51   좋아요 0 | URL
도치님. 얌전하게 생겨가지구. 육두문자를 즐겨쓰시는군요. ㅎㅎ

저는 성격이 못되먹어서, 못일어날 것 같으면 그냥 안자기 전법을 즐겨쓰고 있습니다. 덕분에 굿바이언니가 옆에서 고생을 좀 한 것 같아요.

그나저나, 부지런하게 후기도 쓰시고, 대단 대단하십니다. 저는 후기도, 문답도 어찌 정리해야 할지, 까마득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