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에 꽃무늬 치마를 하나 샀다. 흰 치마에 살랑살랑 꽃그림이 그려져 있는 치마를 지난 주말 내내 입고 추워서 못입다가, 어제 다시 꺼내 입었다. (엘형님. 다락방님. 바로 그치마에요)
나는 일기예보를 잘 보지 않는다. 그냥 그날 그날의 기분과 예상되는 일정, 만나는 사람 등에 따라 옷을 입는 편인데, 어제는 3월하고도 11일쯤 됐고, 좀 예쁘게 보이고 싶었던 사람도 있었고, 겨울옷은 정말이지 지겨워서 못입겠으니, 이쯤은 입어주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꽃무늬 치마에, 겨울과 봄 사이 어디쯤에서 봄에 더 가까운듯한 자켓을 입고, 꽃무늬 스카프까지 빙 두르고, 샤방샤방한 걸음으로 집을 나서 출근하고, 점심시간에 밥을 먹으러 나오니. 우와.
날씨가 너무 춥다. 잔뜩 화를 머금은 날씨. 아. 정말 이렇게 을씨년스럽고 우중충한 날,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가 두껍고, 검은, 표정까지 칙칙해보이는 검은 의상으로 다니고 있는 가운데 살랑살랑 꽃무늬 치마를 입고 덜덜덜 떨면서, 때론 사람들의 안쓰러운 눈길을 한몸에 받으며 걸어다니고 있는 나는 흡사,
한 송이의 미친개나리 같았다.
그 생각을 하니, 자꾸만 헐헐. 웃음이 났다. 그런데, 나쁘지 않았다. 나는 원래 봄을 기다리다 기다리다 때이르게 고개를 불쑥 내밀어 사서 고생을 하는 미친개나리를 안쓰럽도록 좋아한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녀석이 보이지 않으니, 내가 온몸으로 미친개나리 퍼포먼스를 나도 모르게 해버린걸까. 저녁에 내가 있는 곳에 잠깐 들렀던 친구에게, 아무래도 나 오늘 미친 개나리같아. 라고 말을 해버렸다. 옆에 있던 사람이 당혹스러운 눈길로 쳐다봤지만, 친구와 나는 손뼉을 치며 아주 깔깔거리며 좋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