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 - Milk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특히나 이런 소수인권자들을 다룬 영화들을 보면, 우리도 알고보면....의 논리를 성립시키기 위해서 여러 부분들을 간과하고 지나다 보니 오히려 인물들을 단선적으로 그려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 천재적인 감독 구스반산트는 그런 자가당착에 빠지지 않는다. 오히려 주인공인 하비밀크를 여러 관점으로 조명하면서 다양한 부분들을 조명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매우 큰 미덕 중 하나. 

하지만 더욱 큰 미덕은, 역시나 숀 펜의 연기인데, 연기의 물이 오를대로 오른 이 멋진 배우는, 쉽지 않았을 이 역할을 매우 편안하게 소화해낸다. 마치 노래를 너무 잘하는 가수가 처리해내는, 고음이라고 전혀 느껴지지 않는 고음같은 느낌. 게다가, 존재 자체만으로 미덕이던 SCOTT 굳이 그냥 연기를 하지 않아도 거기 있다는 것만으로도 막 빛이난다. 반짝. 반짝. 

미국의 게이 인권운동가이자 최초의 동성애자 시의원이었던 하비 밀크의 생애를 담은 영화다. 특별히 의원에 출마하고, 낙방하고, 하는 과정들을 많이 담고 있다. 미국에서는 현재도 선거 때 동성애에 대한 입장이 굉장히 중요한 쟁점이라는 사실에 의아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화면으로 보니 이것 역시 굉장한 투쟁의 역사를 지니고 있었구나, 싶다. 

희망한다고 해서 희망하는 세상이 온다는 보장은 없지만, 희망하지 않는다면 희망하는 세상은 결코 오지 않는다. 그런데 매우 제길슨하게도 그 대가는 언제나 너무 크기에, 그리고 그 큰 댓가에 비해 그 녀석은 너무 더디 오기에, 혹은 오다가 휙 발걸음을 돌려버리기도 하기에, 우리는 줄곧 녀석을 놓아버리곤 한다. 그렇다면 결국, 끝까지 그녀석을 붙들고 있는 놈이 이기는걸까. 나는 아직도 그걸 잘 모르겠다. 아. 붙들어도 이긴다는 보장도 없으면서 놓아버리면 바로 지는, 더러운 세상. ㅜㅜ 

그렇지만, 하비밀크는 적어도, 아름다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의 삶은 충분히 살고도 남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이 결국은 또 우리가 끝끝내는 그 녀석을 놓아버릴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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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10-03-08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이거 내용도 모르고 봤다가 완전 감동 먹었잖아요. 아...

웽스북스 2010-03-13 12:15   좋아요 0 | URL
감동 맛있었어요? (응?) ㅋㅋㅋㅋㅋ

차좋아 2010-03-08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권은 내가 봐도 귀여워." 이 한마디에 게이 유전자 30프로 보유할거라는 진단 받았습니다. 그럴지도 모른다고 했지요. 진짜 조권은 귀여운데......

웽스북스 2010-03-13 12:16   좋아요 0 | URL
연아는 제가 봐도 너무 예뻐서 깨물어주고 싶은데,
저는 65%쯤 되나요? ㅋㅋㅋ

레와 2010-03-08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망한다고 해서 희망하는 세상이 온다는 보장은 없지만, 희망하지 않는다면 희망하는 세상은 결코 오지 않는다." <강추>


'밀크' 제목만 보고도 울컥, 웬디양님 글보고 또 울컥..

웽스북스 2010-03-13 12:17   좋아요 0 | URL
아. 이 웃을 일도 없는 세상에 레와님을 울컥하게 만들다니.
제가 많이 반성할게요. 뚝.

pjy 2010-03-08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붙들어도 이긴다는 보장도 없으면서 놓아버리면 바로 지는, 더러운 세상. ㅜㅜ

흐르는 물에서 밀려나지 않고 제자리만 유지해도 참 잘했습니다! 상 받을만 하지요~~그러나 현실은 제일 많이 전진해야만 하는, 더러운 세상~~

웽스북스 2010-03-13 12:19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ㅜㅜ 그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몰라주는 더러운 세상. ㅜㅜ

네꼬 2010-03-08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뜬금없게도 이 영화의 일본어판 전단지를 누군가에게 받았던 것이 한참 전이에요. 하도 개봉을 안 해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그러니까 지금 하고 있다 이거군요. (이 네꼬의 어두운 눈.) 고맙습니다. 네 번째 추천이 저예요. 웬디양님은 어쩜 이렇게 빠르고 똑똑한지.

웽스북스 2010-03-13 12:20   좋아요 0 | URL
네꼬님. 제가 뭐 어디 네꼬님만 하겠어요.
네꼬님은 게다가 사랑스럽기까지 하잖아요.

머큐리 2010-03-09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별다섯개... 최고에요

웽스북스 2010-03-13 12:20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도 좋아하셨군요. 이 영화. ^-^b

2010-03-12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3 1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