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나 이런 소수인권자들을 다룬 영화들을 보면, 우리도 알고보면....의 논리를 성립시키기 위해서 여러 부분들을 간과하고 지나다 보니 오히려 인물들을 단선적으로 그려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 천재적인 감독 구스반산트는 그런 자가당착에 빠지지 않는다. 오히려 주인공인 하비밀크를 여러 관점으로 조명하면서 다양한 부분들을 조명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매우 큰 미덕 중 하나.
하지만 더욱 큰 미덕은, 역시나 숀 펜의 연기인데, 연기의 물이 오를대로 오른 이 멋진 배우는, 쉽지 않았을 이 역할을 매우 편안하게 소화해낸다. 마치 노래를 너무 잘하는 가수가 처리해내는, 고음이라고 전혀 느껴지지 않는 고음같은 느낌. 게다가, 존재 자체만으로 미덕이던 SCOTT 굳이 그냥 연기를 하지 않아도 거기 있다는 것만으로도 막 빛이난다. 반짝. 반짝.
미국의 게이 인권운동가이자 최초의 동성애자 시의원이었던 하비 밀크의 생애를 담은 영화다. 특별히 의원에 출마하고, 낙방하고, 하는 과정들을 많이 담고 있다. 미국에서는 현재도 선거 때 동성애에 대한 입장이 굉장히 중요한 쟁점이라는 사실에 의아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화면으로 보니 이것 역시 굉장한 투쟁의 역사를 지니고 있었구나, 싶다.
희망한다고 해서 희망하는 세상이 온다는 보장은 없지만, 희망하지 않는다면 희망하는 세상은 결코 오지 않는다. 그런데 매우 제길슨하게도 그 대가는 언제나 너무 크기에, 그리고 그 큰 댓가에 비해 그 녀석은 너무 더디 오기에, 혹은 오다가 휙 발걸음을 돌려버리기도 하기에, 우리는 줄곧 녀석을 놓아버리곤 한다. 그렇다면 결국, 끝까지 그녀석을 붙들고 있는 놈이 이기는걸까. 나는 아직도 그걸 잘 모르겠다. 아. 붙들어도 이긴다는 보장도 없으면서 놓아버리면 바로 지는, 더러운 세상. ㅜㅜ
그렇지만, 하비밀크는 적어도, 아름다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의 삶은 충분히 살고도 남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이 결국은 또 우리가 끝끝내는 그 녀석을 놓아버릴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