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나 씨의 상상그림책 1번 <문제가 생겼어요>를 내 목소리로 읽어주었다.
할머니가 손수 수 놓은 새하얀 식탁보를
아이는 엄마 몰래 다리미질을 하다가 딴 생각하는 바람에 태워버렸다.
문제가 생긴 것이다.
새하얀 식탁보에 누렇게 다리미 자국이 생기자
아이는 엄마한테 혼날까 봐 두려워서
거짓말을 하려고 궁리를 해 보기도 하고
도망치려고 해 본다.
아이들은 주인공이 점점 양심을 버리고 거짓말을 생각해 내는 과정과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고, 배를 타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회피하고 싶어하는 그 마음이 이해가 되는 듯하다.
아마 각자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게다.
나도 이 아이처럼
엄마한테 혼날까 두려워 양심을 팔아먹은 적이 있었던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싶었던 적이 있었던가 생각해 보면
서로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
난 엄마와 교사의 입장에서
주인공의 엄마의 언행에 더 눈과 마음이 간다.
다리미 자국이 나 버린 식탁보를 본 엄마는 화를 내기는 커녕
두려워하는 아이를 향해
" 예쁜 얼룩이구나!" 라고 말해 준다.
그리고 색실을 가져와서 다리미 자국을 이용해 창의적인 모양을 만들어 낸다.
이게 바로 창의성이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고, 엄마의 사랑이 아니겠니?
나 또한 잘못을 저질러 불안에 떨고 있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마음이 넓고 깊은 어른이고 싶은데 오늘도 아이들과 쟁쟁거리고 실랑이를 하고 있다.
하다 못해
럭셔리한 화장실을 사 줬는데 아무데나 변을 싸 버린 우리 집 고양이 오니에게도 화를 낸 게 참 부끄럽다.
집에 온 지 일주일이 다 되어가는데도 아직도 우리 가족에게 마음을 열어 주지 않는 오니에게
많이 서운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많이 반성했다.
오니가 부모 형제와 떨어져서, 낯선 환경에서 얼마나 힙들까 더 배려했어야 하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