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은 민음사 패밀리세일을 하는 날이다. 매년 갔기에 올해도 어김없이 참석. 매년 갔기에 뭐 더 살게 얼마나 있겠는가 했지만 같이 간 지인과 합치니 무려 52권의 책을 구입했다. 저렴하게 구입했지만 육체적 고통이 너무 컸기에 왠지 퉁쳐야할 것 같았다.

 

기대했던 쿤데라 전집은 구경하기가 어려웠지만 계획한 책들은 거의 다 샀다. 최신간은 없었지만 근간은 구할 수 있었던 터라 책을 사놓고도 구간될 때 읽는 요상한 습관을 가진 나로선 살짝 미뤄두길 잘했다 싶은 책들을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많은 책들을 샀지만 그중 정말 갖고 싶었던 책들을 소개해 본다.

 

 마음 먹은지 얼마 안되지만 [자기만의 방]을 판본대로 모으고 싶다. 민음사 판을 구매함으로서 겨우 두번째 모으는 것이지만. 그런데 왠지 두껍다 했는데  '3기니'와 함께 실렸다. 두 편의 에세이가 실렸다고 하니 왠지 공짜로 책 한 권 더 얻은 느낌이랄까? 같이 간 지인에게 사라고 부추겨 결국은 사게 했다. 근래 단발머리님과 나눈 댓글 중에 그녀의 소설이 살짝 어려운 것은 인정해야했으니 지인에게 소설은 적극적으로 권하지 않았다^^:

 

 

 

 장은진 소설가님의 책 [앨리스의 생활방식]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어 구매했다. 그리고 오늘부터 읽고 있다.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이라는데 왠지 풋풋함이 느껴진다. 빨리 다 읽고 나서 느낌을 정리해보고 싶다. 책을 읽기 전에는 저 표지가 썩 맘에 들지 않았는데 읽으면서 보니 참 맘에 든다. 책의 표지는 책을 읽기 전에는 함부로 논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뒤늦게 해 본다.

 

 

 인문서로 야심차게 계획한 책 두 권을 구입했다. 사랑하는 심보선 시인의 책이라 [그을린 예술]을 패밀리세일에서 구입한 것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열심히 읽어야겠다. 사실 나는 바디우도 베케트도 잘 모르는데 트위터에서 많이 접하다보니 마치 아는 사람 같아졌다. 읽어나 보고 안다는 착각을 하길 바라는 마음에 구입하고자 했다. [베케트에 대하여] 나도 알고 싶소!

 

 

 작년 패밀리세일에서 구입한 [검은책]을 읽고 좋아진 파묵을 그 해 [소설과 소설가]로 만나 깊은 공감을 했었다. (http://blog.aladin.co.kr/tiel93/6022146) 그래서 이번에 그 책을 사고, 이난아 번역가가 쓴 [오르한 파묵]이라는 파묵 연구서도 한 권 샀다. 정말 기대가 된다. 좋아하는 작가에 작품을 더 잘 이해하고 싶은 마음은 참 소중하다. 파묵의 소설을 터키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나로서 잘 이해하기가 어려웠는데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공감을 하길 바란다.

 

수많은 파본들 사이에서 찾아낸 좀 멀쩡한 [색채가 없는...]도 샀고, 쿤데라의 오래된 책도 사고, 선물하기 위한 책도 사고, 있던 책 또 사서 마침 집에 놀러온 조카도 주고(^^:), 충동구매로도 사고 정리 해 보니 내 몫으로 산 책이 29권이었다. 같이 간 후배는 리스트는 딸랑 두 권 정해서 오더니 23권을 샀다 ㅎㅎㅎ 거기에 있다보면 그렇게 사대게 된다. 책 싸게 사서 비축된 돈의 상당부분이 밥값에 차값에 기름값으로 다 빠졌겠지만 뭐, 일상의 활력이 되면 그것도 좋은 일 같다. 다만 좀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필요는 있는 것 같다. 육체적 고통이 너무 심하다ㅠㅠ 아, 그리고 제발 애들 데리고 오지 말길, 나도 애 데려가 봐서 아는데 아이에게 너무 힘든 일이다 ㅠㅠ

 

 

  

밥상마루에서 밥 먹고 북카페 북눈에서 차 마시고 '따순기미'에서 감동적인 맛의 빵도 사고, 이곳 저곳 들르던 중에 시공사책방에도 들러서 트루먼 카포티의 책을 두 권 구입했다. [차가운 벽]과 [티파니에서 아침을]. [인콜드블러드]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때에 다시 그의 작품을 찾게 된 걸 보면 그의 작품이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기긴 했는가 보다. 

 

 

 

 

 

19일에 파주에 같이 간 바로 그 지인과 예술의 전당으로 연극 [세 자매]를 보러 가기로 했다. [세 자매]는 커녕 안톤 체호프의 작품을 제대로 읽은 게 없는데 마침 [체호프 희곡 전집]이 있길래 얼른 구입했다. 가기 전에 [세 자매]라도 읽고 가야겠다. 아무 기대 없이 갔는데 이렇게 내 욕구에 딱 맞는 책을 만나는 기분은 어쩌면 구매 리스트를 사고 전투적으로 간 앞의 쇼핑보다 만족도 면에서는 더 높은 것 같다.

 

 

집에 다섯 개의 쇼핑백을 들고 온 나를 본 남편은 허허 웃었지만 괜한 미안함에 아직 온라인 서점에서 사야할 책들이 있는 터라 머리를 굴린다. 아, 남편이 없는 날 택배가 오도록 주문하려면......?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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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시경 2013-12-09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주에 직접 가서 구입할수도 있구나,, 대전에선 너무나 멀고 먼 길이라 엄두는 안나지만 한번 가 보구 싶긴 하네요^^

그렇게혜윰 2013-12-09 20:37   좋아요 0 | URL
주말에 가면 굉장히 한적해요. 오시려면 날 좋은 날, 돗자리깔고 누워도 좋을 공간이 있으니 봄에 한 번 가 보세요.
 

탐이 나는 책들이 있다. 책 소식을 듣기만 해도 입에 군침이 살살 도는, 그저 갖고 싶다, 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책들이 있다. 대체로 그 책들은 예쁘다. 두껍다. 비싸다. 덥썩 사기엔 자기검열을 하게 되지만 며칠 밤을 뒤척이게 만드는 책들, 그 중 결국엔 사는 책이 있기 마련이지만 다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늘도 트위터를 하다가 괜히 링크를 따라가는 바람에 탐나는 책들을 보고야 말았다. 뒤척이다 깨어 정리라도 해 본다.

 

 

 

 

 

 

 

 

 

[리틀 빅 북]은 7명의 일러스트레이트 전문가들이 모두 합쳐 100명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소개하는 인터뷰를 엮은 책으로, 우리나라 번역본에는 2명의 한국 일러스트레이트 전문가 조선경 씨와 김다정 씨의 인터뷰가 추가로 구성되었다.

 

 책 정보를 통해 미리보기를 보면 알겠지만 그림들이 정말 사랑스럽다. 이런 그림을 한 권의 책에서 만나기란 행운과도 같다. 더구나 100명의 작가의 그림이라 그 다양성 측면에서도 무척 반갑다. 정가 38,000원의 부담이 크지만 소장 가치가 있어 심히 고민되는 책이다.

 

 

한때 우주박사였던 아들의 관심은 이제 우주에서 저만치 멀어서 한국의 탑에 가 있지만 아들 덕분에 나는 학창시절에도 없었던 우주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남아있다. 제목부터 뭔가 나를 지적으로 자극한다. [태양계의 모든 것]이라니! 원서 제목은 [All that solarsystem]쯤 되어야 하건만 심플하게 그냥 [Solar system]이다. 이 자신감 보소! 표지만 봐도 모든 게 있을 것만 같다.

 

 일주일 전 오죽헌에 갔을 때 제목은 기억이 안나지만 특별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여러 유물들 중에 내 눈길을 사로잡는 물건이 있어 사진을 찍어두었다.  오른쪽 사진 속 '뿔잔'이 그것인데 그 디자인적 아름다움에 매료되었었다. 지금 저런 잔이 나온다면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지? 어디 이것 뿐이랴?  [오래된 디자인]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도자기 및 예술 작품의 사진과 설명도 실려있겠지만 내가 궁금한 것은 그런 것들 보다는 민속적인 느낌이 나면서도 지금 보아도 세련된 듯한 시대를 초월하여 삶에 깃든 아름다움을 보길 기대하고 있다. 가격도 비교적 착하다.

 

   

 [버지니아 울프 단편소설 전집]이 개정되어 출간되었다. 한 작품이 아주 짧은 분량인지 500쪽도 안되는 책에 아주 많은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사실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을 읽으면서는 많이 졸았던 터라 장편은 엄두 내기 힘든데 이 책으로 시작하면 되겠다 싶어 탐심이 무럭무럭 자란다.

 

 

수잔 손택의 책 [다시 태어나다]를 장바구니에 담고 구매 직전에 있는데 알라딘 서재에서 로쟈님 페이퍼에 그 책과 지그문트 바우만의 노년의 일기 [이것은 일기가 아니다]를 보고 말았다. 게다가 역자가 철학자 이택광이라니!!! 요즘 핫한 철학자들이 많지만 내가 한 권이나마 제대로 읽은 철학자는 한병철과 강신주, 이택광 그리고 지그문트 바우만이다. 자꾸만 지그문트 바우만에 눈길이 가는 것이 단지 그의 이름이 발음되는 느낌이 좋아서만은 아닌 것 같다. 관심!

 

뭐 쓰고 보니 그닥 많지는 않다.^^ 그래도 망설여지긴 하다. 장바구니에 담아놓은 책들을 아직 구매하지도 못한 상태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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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1-15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권 두 권
애틋하게 여기면서
즐겁게 장만하고,
또 사랑스레 읽으시겠지요.

마음으로도 배부르고
또 곁에 두어 읽어도 즐거울 테고요~

그렇게혜윰 2013-11-15 13:28   좋아요 0 | URL
그만큼 읽지 않는다는 것은 반전입니다 ㅠㅠ
탐나는 책이 없는 것보다야 있는 게 나아요, 두근두근 하는 느낌도 좋구요^^

단발머리 2013-11-15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소세키(소간지 아니고, 소세키^^) 전집 때문에 무척 괴로운 나날입니다.
최근에 울프책을 읽어서인지 [버지니아 울프 단편소설 전집]에도 눈이 가네요.

아... 구매를 부르는 이런 페이퍼, 정말 어쩌면 좋아요~~~

그렇게혜윰 2013-11-15 13:29   좋아요 0 | URL
하하하! 버지니아울프 소설, 경험상 졸렸잖아요?ㅋㅋㅋㅋ 그녀가 참 좋은데 다가가기가 쉽잖네요. 그래도 단편이 매우 짧아보이니까 우리 이건 꼭 사도록 해요! 단, 전 내일 민음사 팸세 다녀온 후에 지갑 사정을 보고 시기를 조정하구요 ㅎㅎㅎ
 

날이 갑자기 추워졌다. 지난 주 내내 여행다녀온 것에 감사한다. 이번 주라면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경치 구경하느라, 문화유산 답사하느라 가져간 책 중 한 권만 겨우 읽어냈을 뿐 근 일주일을 책구경 못하고 살았다. 무슨 책이 나왔는지 무슨 책이 이슈가 되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채로 지냈다.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스마트폰 무제한 요금제를 이용하면서 시력이 나빠지는 것만 같다.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일주일을 그렇게 지냈다면 그것을 습관으로 삼아도 좋으련만 틈이 생기니 또 책 구경이다. 오늘도 서울 북페스티벌에 다녀왔다. 책이라는 물질, 그 이름, 그 존재를 모조리 좋아하는 모양이다. 오랜만에 책 구경을 하니 여기도 소설, 저기도 소설, 11월은 소설의 계절인가? 얼른 하나 하나 장바구니에 담는다. 예전 같으면 무턱대고 구입하기도 했지만 요샌 지출이 너무 많아져서(벌이도 없으면서ㅠㅠ) 장바구니에 일단 담아두고 집에 읽지 않은 그 작가의 다른 작품을 재빨리 읽기 시작한다. 남들따라 무턱대고 산 책들이 많다 아직 읽지 않은. 요즘은 그 작가를 내가 좋아할 수 있겠는가,를 기준으로 사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서 먼저 다른 작품으로라도 만나보려는 것이다. 잘 되진 않는다. 가능할 때(경제적으로 쪼들릴 때?^^) 조금씩 해 보는 거다.

 

 

우선 눈이 가는 작가는 김연수 소설가이다. 익히 그의 강연에 호감을 가졌다가 그의 산문집을 읽어봤으나 그의 말솜씨에는 미치지 않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주변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권했다. 소설을 읽어볼까 펼쳐봤다가 그만 둔 적도 있다. 이쯤되면 안맞는가보다 하고 지나칠 만도 한데, 생각해보니 제대로 읽은 소설이 없더라. 그래서 읽기 시작했다. 좋아하지도 않았으면서 책이 몇 권 있다. 그 중 소설을 선택해서 읽어보려 한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이 책이 마음에 들면 현재 예약판매 중인 소설 [사월의 미, 칠월의 솔]도 사서 읽어보려 한다. 제목은 그의 작품 중 최고로 맘에 든다.

 

 

두번째로 읽고 싶어지는 소설가는 황정은이다. 유명세에 비해 난 그녀의 소설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다. 내가 황정은을 아는 것은 문장DJ로서의 목소리, 그리고 현재 창비에서 운영하는 팟캐스트 라디오 책다방의 DJ라는 것이 전부다. 그녀의 소설은 주변 사람들이 하나같이 추천한다. 안타깝게도 집에 하나도 없으므로 일단 도서관에 들러 그녀의 가장 유명한 소설 [백의 그림자]를 읽어보고 [야만적인 앨리스씨]를 살지 말지 결정해야겠다. 이렇게 쓰고 나니까 스스로 무척 합리적인 소비자처럼 느껴진다. 낯설다.

 

 

세번째는 하성란 소설가의 소설이 읽고 싶다. [A]로 알게된 소설가의 소설은 힘이 있었다. 현재 단편집 [여름의 맛]과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으로 [카레 온 더 보더]가 출간되었다. 둘 다 기대가 된다. 이미 자체 검증은 끝난 바이다^^ 표지의 궁금증은 [여름의 맛]이, 제목이 주는 궁금증은 [카레 온 더 보더]가 더 크다. 갑자기 입맛이 돈다.

 

 

현대문학에서 세계문학 단편선을 출간해내고 있다. 굉장히 신선한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표지 디자인도 맘에 든다. 현재 헤밍웨이, 포크너, 대실 해밋, 토마스 만의 단편집이 출간되었다. 어느 것이나 다 좋지 않을까?

 

 

[허삼관 매혈기]의 위화의 새로운 소설이 출간되었다. 작년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모옌 출간 경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언제 그랬냐는 듯 위화가 중국 작가 중에 인지도가 가장 높아서인지 최근 많이 출간되는 듯 하다. [재앙은 피할 수 없다]의 경우 읽어본 사람 말로는 기존 위화의 소설과는 다르다는데 그 다름이 어떤 다름인지가 궁금하다. 위화의 경우 소설 뿐만 아니라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에서 느꼈던 생각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새 소설의 출간이 그저 반가울 뿐이다.

 

언제 소설이 출간되지 않은 시기가 있었는가 하지만 11월 출간되는 소설들은 그 규모가 다른 듯 하다. 창비에서도 세계문학전집이 몇 권 출간되었고,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도 새로 책들을 출간했으며 유명한 외국 소설가들의 책들도 많이 나왔다. 김동영이나 백가흠 같은 인기 많은 국내 소설가들도 신작을 내놓았으며, 첫 장편 소설을 내는 이재찬도 있다. 이 얼마나 풍성한가! 11월은 바야흐로 소설의 계절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책구경을 하며, 신기한(나혼자만 신기해할지도 모를) 것을 발견했다. 바로 마로니에북스에서 출간된 메릴린 로빈슨의 책 [하우스 키핑]과 [길리아드]이다. 메릴린 로빈슨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2009년 오렌지 문학상, 2005년 퓰리처상, 1980년 펜/헤밍웨이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라고 한다. 그런데 2008년과 2006년에 타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가 개정판으로 나온 이 책들에 '2013년박경리 문학상 수상작가'라고 쓰여있지 않은가! 박경리 문학상은 범세계적이구나!! [하우스 키핑]은 메릴린 로빈슨의 대표작이라고 한다.

 

그나저나 오늘 책구경 한 번 잘했다. 배부르구나! 천고마비의 계절은 계절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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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1-11 0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월에도 가을에도
12월에도 겨울에도
늘 아름다운 책들 만나시기를 빌어요~

그렇게혜윰 2013-11-11 11:4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트위터를 통해 이상북을 알게 되었고 호기심이 생겼다. 하지만 호기심만으로 대상에게 접근하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 될 수 있기에 알아보기로 하고 도서관에서 주인장 윤성근의 책 두 권을 빌렸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과 [심야책방]. 이 두 권이면 이상북에 대한 기본 지식(?)은 알게 될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결론은, 용기있는 분이라는 생각 그리고 그 용기에 대한 인정과 이해를 하는 이가 많으니 행복한 분이라는 생각이다. 책을 좋아하기에 비슷한 점이 많지만 아마 걷는 삶이 다르다는 점이 그와 나의 가장 큰 차이를 만드는 것 같다. 그 차이를 좁혀가고 싶기에 한 번은 꼭 들르고 싶고, 가까이 산다면 수시로 들르고 싶어지는 곳이 바로 이상북이다.

 

어릴 때는 책이 그냥 옆에 있으면 좋았다. 그것뿐이었다. 나는 책에게 욕심을 부리지 않았고 책도 나한테 무얼 바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나와 책은 친구였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그런데 지금은 책을 보면서 버릇없이 욕심이나 부리고 있었다. 문제는 누구도 아닌 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깨닫고 참 부끄러웠다. 책을 보면 책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걸 못 했던 거다.  (32-33쪽)

 

--> 문득 책 초판일을 기준으로 언니, 친구, 동생으로 불러야겠다는 엉뚱한 생각도 든다. 동생으로 보면 내가 너무 만만하게 보려나??^^ 어쨌든, 책은 책이다.

 

 

더 많이 가지려고 하지 말고 더 좋은 거 가지려고 하지 말고, 그저 여기 있는 내 앞에 있는 사과 한 쪽이면 충분하다는 말. 그게 바로 생명이고 평화다. (77쪽)

 

--> 도법 스님 즉문즉설 시간에 윤성근씨가 느낀 점인데 문장은 매끄럽지 못하지만(^^) 이상북의 철학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도 새겨들을 말이다.

 

아이가 편식을 하면 엄마가 혼낸다. 미워서 그러는 게 아니라 골고루 먹어야 건강해지기 때문이다. 책도 편식하는 사람이 있다. 로맨스 소설만 읽는 사람, 무협지만 읽는 사람, 돈 버는 책만 읽는 사람, 처세 책만 읽는 사람, 증권 투자 책만 읽는 사람. 이런 사람들에게 책이란 그냥 맛 좋은 사탕일 뿐이다. 입맛에 맞는 달콤한 사탕을 매일 입에 달고 살면 이가 상한다. 건강도 나빠진다. 자기가 좋아하지도 않는 책을 몇 시간씩 투자해서 읽으라고 강요하는 건 아니지만 자기만의 책 세상에 빠져 다른 책들을 무시하는 마음이 문제가 된다. 그런 사람들은 무조건 어떤 분야 책이 좋다고 하고 다른 책은 멸시한다. 고전은 고전 나름대로 좋고 가벼운 에세이는 에세이 나름대로 다 좋은 건데, 책에 귀천을 따지는 건 좋지 않다. (151-152쪽)

 

--> 책에 귀천을 보인도 따지시는 것 같은데 ㅎㅎ 좋은 책과 좋지 않은 책은 분명 있는 것 같다. 아마 좋은 책 내에서의 귀천을 따지지 말자는 뜻 같다. 책 읽은 사람들 중 교만한 사람 적지 않다는 것도 인정한다. 경계해야 할 점이다.

 

살면서 건방을 떨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걸 알았다. 어떤 작가는 책 하나를 쓰려고 자기 지식을 모두 담아내고, 또 어떤 번역가는 그걸 번역하는 데 자기 인생의 많은 부분을 쏟는다. 누가 더 대단한 일을 한 건지는 따질 수 없다. 문제는 그런 책 한 권을 아무렇지도 않게 서점에서 만 얼마에 사서 읽다가 책장 어딘가에 처박아 두는 내 모습이다. 눈 없고, 귀 없고, 입 없고, 손도 발도 없는 책이지만 그 앞에서 더욱 겸손해야겠다. 책은 내게 밥, 살면서 없어서는 안 되는 귀중한 밥이다. (229쪽)

 

--> 가끔 너무나 고마운 책들이 있다. 저자의 노고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책들. 이 자릴 빌어 고마움을 전한다. 연탄재라는 시가 떠오른다. 뜨거움으로 만들어진 책들이다.

 

 

오늘부터 한 5일간 가족 여행을 떠난다. 남편이 내게 육아 면제 쿠폰을 주었다. 여행동안 숙소에만 있어도 좋단다. 책 잔뜩 가져가서 읽어보고 싶다. [심야 책방]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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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엔 아동용 집이 많지 않다. 아이가 세 살 때쯤 누가 자연관찰 전집이 있어야한다기에 개중 가장 저렴이로 하나 들여놓고(하지만 나는 그 책이 정보 글로 가득한 어느 책들보다 좋은 동물 책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준 꼬망스 전집, 그리고 기탄에서 산 세계명작(이건 정말 최악이라고 생각한다.)이 전부이다.

 

나는 세계문학을 구입할 때도 한 출판사로 세트로 사는 것을 지양한다. 책꽂이에 같은 모양의 책이 백권씩 꽂혀있다면 정말 숨막힐 것 같다. 그런 건 서점이나 북카페에 있어야 멋이 있는 것이지 우리집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게 경계를 하며 이런 저런 출판사에서 리뷰도 읽어보고 평도 귀기울여가며 구입을 해도 몰리는 것은 또 어쩔 수 없다.

 

아이는 여섯 살, 이제 곧 세계 명작 동화라는 것들을 읽을 테지. 잠자리에서 이미 내가 읽는 [어린왕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다 들려줬으니 다음에 읽어줄 책을 준비해야하는데 저 스스로 읽을 나이가 되면 나는 어떤 책을 이 아이에게 권해주어야 할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동용 전집류의 세계문학의 이야기와 그림에 적잖이 실망한 터라 고민은 꼭 필요한 것 같은데 그럼 어떤 책으로? 전집 전문보다는 행본 전문 출판사를 선택하지 싶다.

 

 

그러다 눈에 뜨인 출판사가 '어린이 작가 정신(어린이 작가 정신 클래식)'이다.

 

<구성 (괄호 안은 분량 : 단위 쪽)>

01 눈의 여왕(48)                  02 행복한 왕자(48)

03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73)   04 오즈의 마법사(96)  05 이솝 이야기(56)               06 크리스마스 캐럴 (64)        07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92)   08 로빈 후드의 모험(80)        09 인어공주(56)                  10 산타클로스 이야기(72)

11 드라큘라(108)                 12 베오울프(64)

13 피터 래빗 이야기(64)         14 피노키오(88)

 

 

아이 나이를 유아에서 10살 전후로 보았을 때, 분량과 그림 및 판형 등에서 현재 내 마음에 가장 드는 세계문학 세트이다. 베아트릭스 포터스의 [피터래빗 이야기]만 보더라도 한 권 안에 다섯 이야기가 들어있고, 그림은 기존의 책들과 달리 따로 삽화가를 두어 새롭게 창조했다는 점도 맘에 든다. 아마 이건 베아트릭스 포터서의 [피터래빗 이야기] 전집을 갖고 있기에 하는 말이기도 하다^^ 어찌 됐든 쉽게 만들기 보다는 생각을 한 번 더 하고 만든 느낌이 든다. 책의 분량도 전체적으로 그림 포함 100쪽을 넘지 않는다는 점도 아이들이 읽기에 부담이 적을 듯 하고, 편집도 깔끔하여 가독성도 좋을 듯 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림이 취향을 탈 것 같다는 점이다. 귀엽거나 예쁜 걸 좋아하는 사람, 혹은 명화의 느낌이 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선호하지 않을 것 같다.  오래 두고 볼 수록 매력이 있는 그림처럼 느껴져 나는 좋다.  개인적으로는 노키오의 그림과 편집이 무척 맘에 든다.

지금 14권까지 나왔고 앞으로도 추가될 것 같은데 세트를 묶을 때 세트로 구입하는 것도 좋고 엄마 취향을 적극 고려하려면 따로 따로 사주어도 좋을 거 같다. 권 한 권 사주는 재미도 좋으니 말이다.

 

지금 우리 아들은 나이가 어리니 내가 읽어줘야할 것이므로 지금 내가 산다면 선별적으로

 

 

 

 

 

 

 

 

 

 

 

 

이 책들을 먼저 살 것 같다.

 

 

 

 

이 다음단계로는 비룡소나 시공주니어 등 많은 출판사들이 성인 도서에 가깝게 출간되어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 보인다. 다만 10살 이전에 읽을만한 좋은 그림과 바른 편집이 되어 있는 세계 문학을 고르기가 어려워 안타깝다. 일단 이 시리즈라도 중간에 끊어지지 않고 꾸준히 출간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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