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갑자기 추워졌다. 지난 주 내내 여행다녀온 것에 감사한다. 이번 주라면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경치 구경하느라, 문화유산 답사하느라 가져간 책 중 한 권만 겨우 읽어냈을 뿐 근 일주일을 책구경 못하고 살았다. 무슨 책이 나왔는지 무슨 책이 이슈가 되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채로 지냈다.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스마트폰 무제한 요금제를 이용하면서 시력이 나빠지는 것만 같다.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일주일을 그렇게 지냈다면 그것을 습관으로 삼아도 좋으련만 틈이 생기니 또 책 구경이다. 오늘도 서울 북페스티벌에 다녀왔다. 책이라는 물질, 그 이름, 그 존재를 모조리 좋아하는 모양이다. 오랜만에 책 구경을 하니 여기도 소설, 저기도 소설, 11월은 소설의 계절인가? 얼른 하나 하나 장바구니에 담는다. 예전 같으면 무턱대고 구입하기도 했지만 요샌 지출이 너무 많아져서(벌이도 없으면서ㅠㅠ) 장바구니에 일단 담아두고 집에 읽지 않은 그 작가의 다른 작품을 재빨리 읽기 시작한다. 남들따라 무턱대고 산 책들이 많다 아직 읽지 않은. 요즘은 그 작가를 내가 좋아할 수 있겠는가,를 기준으로 사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서 먼저 다른 작품으로라도 만나보려는 것이다. 잘 되진 않는다. 가능할 때(경제적으로 쪼들릴 때?^^) 조금씩 해 보는 거다.

 

 

우선 눈이 가는 작가는 김연수 소설가이다. 익히 그의 강연에 호감을 가졌다가 그의 산문집을 읽어봤으나 그의 말솜씨에는 미치지 않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주변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권했다. 소설을 읽어볼까 펼쳐봤다가 그만 둔 적도 있다. 이쯤되면 안맞는가보다 하고 지나칠 만도 한데, 생각해보니 제대로 읽은 소설이 없더라. 그래서 읽기 시작했다. 좋아하지도 않았으면서 책이 몇 권 있다. 그 중 소설을 선택해서 읽어보려 한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이 책이 마음에 들면 현재 예약판매 중인 소설 [사월의 미, 칠월의 솔]도 사서 읽어보려 한다. 제목은 그의 작품 중 최고로 맘에 든다.

 

 

두번째로 읽고 싶어지는 소설가는 황정은이다. 유명세에 비해 난 그녀의 소설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다. 내가 황정은을 아는 것은 문장DJ로서의 목소리, 그리고 현재 창비에서 운영하는 팟캐스트 라디오 책다방의 DJ라는 것이 전부다. 그녀의 소설은 주변 사람들이 하나같이 추천한다. 안타깝게도 집에 하나도 없으므로 일단 도서관에 들러 그녀의 가장 유명한 소설 [백의 그림자]를 읽어보고 [야만적인 앨리스씨]를 살지 말지 결정해야겠다. 이렇게 쓰고 나니까 스스로 무척 합리적인 소비자처럼 느껴진다. 낯설다.

 

 

세번째는 하성란 소설가의 소설이 읽고 싶다. [A]로 알게된 소설가의 소설은 힘이 있었다. 현재 단편집 [여름의 맛]과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으로 [카레 온 더 보더]가 출간되었다. 둘 다 기대가 된다. 이미 자체 검증은 끝난 바이다^^ 표지의 궁금증은 [여름의 맛]이, 제목이 주는 궁금증은 [카레 온 더 보더]가 더 크다. 갑자기 입맛이 돈다.

 

 

현대문학에서 세계문학 단편선을 출간해내고 있다. 굉장히 신선한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표지 디자인도 맘에 든다. 현재 헤밍웨이, 포크너, 대실 해밋, 토마스 만의 단편집이 출간되었다. 어느 것이나 다 좋지 않을까?

 

 

[허삼관 매혈기]의 위화의 새로운 소설이 출간되었다. 작년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모옌 출간 경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언제 그랬냐는 듯 위화가 중국 작가 중에 인지도가 가장 높아서인지 최근 많이 출간되는 듯 하다. [재앙은 피할 수 없다]의 경우 읽어본 사람 말로는 기존 위화의 소설과는 다르다는데 그 다름이 어떤 다름인지가 궁금하다. 위화의 경우 소설 뿐만 아니라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에서 느꼈던 생각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새 소설의 출간이 그저 반가울 뿐이다.

 

언제 소설이 출간되지 않은 시기가 있었는가 하지만 11월 출간되는 소설들은 그 규모가 다른 듯 하다. 창비에서도 세계문학전집이 몇 권 출간되었고,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도 새로 책들을 출간했으며 유명한 외국 소설가들의 책들도 많이 나왔다. 김동영이나 백가흠 같은 인기 많은 국내 소설가들도 신작을 내놓았으며, 첫 장편 소설을 내는 이재찬도 있다. 이 얼마나 풍성한가! 11월은 바야흐로 소설의 계절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책구경을 하며, 신기한(나혼자만 신기해할지도 모를) 것을 발견했다. 바로 마로니에북스에서 출간된 메릴린 로빈슨의 책 [하우스 키핑]과 [길리아드]이다. 메릴린 로빈슨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2009년 오렌지 문학상, 2005년 퓰리처상, 1980년 펜/헤밍웨이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라고 한다. 그런데 2008년과 2006년에 타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가 개정판으로 나온 이 책들에 '2013년박경리 문학상 수상작가'라고 쓰여있지 않은가! 박경리 문학상은 범세계적이구나!! [하우스 키핑]은 메릴린 로빈슨의 대표작이라고 한다.

 

그나저나 오늘 책구경 한 번 잘했다. 배부르구나! 천고마비의 계절은 계절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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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1-11 0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월에도 가을에도
12월에도 겨울에도
늘 아름다운 책들 만나시기를 빌어요~

그렇게혜윰 2013-11-11 11:4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