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에 미싱을 무서워했다. 아이를 낳고 미싱을 배워볼까 싶어 사고 배우기도 했는데 몇 번을 못 했다. 미싱이 너무 빨랐다. 아시는 분 말씀으로는 가정용 미싱은 별로 안 무서운데 배울 때 공업용으로 배워서 겁을 먹은 것 같다고 하셨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나는 손바느질이 더 편하다. 잘하지는 못해도 시간도 잘 가고 뭔가 만들어지는 게 즐겁다.

 

어제도 문득 아들 비니가 만들어주고 싶어서 원단을 찾아보니 마땅한 것이 있었다. 다이마루 원단에는 연필로 패턴도 잘 안그려져서 그냥 패턴 없이 만들었더니 정말 큰 비니가 되었다. 그래서 접어주고 와펜도 달아주니 그나마 착용은 가능한데 왠지 파마할 때 뒤집어쓰는 그런 느낌? 미안하다 아들~~ 남은 원단을 쭉 길게 연결해서 끝만 가위로 쓱쓱 갈라 주어 머플러까지 완성했다. 글쎄 아기 용품점가니 이런 스카프를 12000원에 팔지 뭔가!!!바느질도 필요없는 이런 행위를!!!

 

카페에도 가입해보고 인터넷을 뒤적여봐도 눈만 시리고 책을 사서 봐야겠는데 의외로 손바느질 책은 많지 않다. 미싱 책을 같이 사서 필요한 부분을 응용하는 수밖에 없겠다. 일단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도 해 놓고 그걸 보고 구매해야겠다 싶어 정리해 본다.

 

일단 내가 사서 본 책은 두 권이다. 이 두 권은 소품 위주로 되어 있어서 같이 사기 보다는 둘 중 한 권을 선택해서 사면 될 것 같다.  난 두 권을 다 샀는데 한 권은 처분(?)했다. 현재는 <참 쉬운 손바느질>책을 보고 있다.  

 

 

 

 방금 도서관에 신청한 책 두 권이다. <예쁜 옷 리폼>은 2013년 신간이고 <모리의 행복한 바느질>은 2011년 책이다. 앞의 책이 리폼에 집중해있다면 뒤의 책은 아이옷과 소품에 집중된 책이다. 둘다 필요할 것 같아 신청했다. 다만 불안한 점은 표지에서 보다시피 앞의 책은 그닥 세련미가 느껴지지 않고, 뒤의 책은 여자아이 옷에 집중될 것 같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단 구매는 보류하고 도서관에 신청해 두었다.

 

 위의 <예쁜 옷 리폼>의 저자 다카하시 에미코가 양재계의 권위자인 모양이다. <매일 입고 싶은 여성복> 미리보기를 보니 패턴들이 무척 쉽게 되어 있다는 점이 초보자로서 부담이 적고 성격이 꼼꼼하지 못한 나로선 구매의사가 높아진다. <아기자기 소품들>을 먼저 시작할지 여성복을 먼저 시작할지만 정하면 될 것 같다.  *도서관에 가보니 <아기자기소품들>이 있었는데 그 얇기에 놀랐다. 특별해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

 

  

  그 외에는 아이들 옷 만들기에 관한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패턴부터 남다른 우리 아이 옷 만들기>는 실용적으로 보인다. 실물 패턴이 많은 것이 큰 장점이고 설명이 상세하여 초보자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다만, 나는 손바느질로 해야한다는 점이 부담이 되긴 한다만 가격도 좋고 맘에 든다. <만들기 쉬운 핸드메이드 아기 옷>은 만들기 쉽다는 것에는 흥미가 생기는 데 아기 옷이라는 점이 걸린다. 응용할 능력이 된다면 모를까.... 그점만 빼면 해볼 만한 작품들이 많다. <간단하고 깔끔한 아이옷 만들기>는 <패턴부터....>와 비슷한데 살짝 스타일의 차이가 있는 듯 하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양재는 일본이 으뜸인가 보다.

 

 

이 두 권의 책은 오늘 도서관에서 빌릴 예정이다. 빌려보고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 도서관에서 빌려보니 <손바느질 노트>는 자수책에 가까웠다. *<자투리 천 손바느질>이 오히려 초보가 연습하기엔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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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아들의 완소 북!세트가 완성되었습니다. 유치원에서 보고 집에 와선 사달라고 늘 말하던 수잔네 마을 이야기, 한꺼번에 사주기 보다는 한 권 한 권 사주마 하며 가을 편을 사주곤 곧 겨울을 사줘야겠다 싶었는데 선물을 받게 되어 이참에 모두 갖추게 되어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아마 아이가 들뜬 것에 비하면 제가 들뜬 것은 아무 것도 아니겠지요? 귀가가 늦어져 미처 어젠 제대로 못 갖고 놀더니 오늘 아침엔 이 네 권을 가지고 식전 댓바람부터 수잔네의 마을에 푹 빠져있었어요^^

 

처음엔 그냥 다가올 겨울의 이야기를 읽더군요. <수잔네의 겨울>을 말이에요. 그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주로 이야기는 아들이 하고 저는 추임새만 넣었지만요^^ 그렇게 놀다가 아침을 먹겠거니 했는데 밥을 차리는 동안에도 아들은 수잔네의 마을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어요^^

 

 

 

 <수잔네의 가을>을 가져오고, <수잔네의 여름>도 펼치기 시작합니다. 뭘 하려나 궁금해집니다. 마지막에 <수잔네의 봄>까지 쫙쫙 펼치고 나서야 뿌듯하게 미소짓는 아들.  그러더니 지금은 겨울이라(?) 자기는 겨울에 있겠답니다.  그렇게 또 봄에 갔다가 여름에 갔다가 가을에 갔다가 하며 몇 년의 세월을 보낸 아들^^

 

아무래도 수잔네의 마을에 푹 빠져서 당분간은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을 것 같아요! 하트 뿅뿅!! 

 

 

 

 

 밥 먹으라는 어른들의 재촉에 할수없이 책들을 접기는 했습니다. (아, 집이 좀 넓었더라면 그냥 펴놨어도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제 몫이었네요^^;) 어른들이 수저를 뜨고 나서도 미련을 못 버리는지 한 권의 책을 세워 펼치더니 그 안에 들어가 자기는 수잔네의 마을에 핀 꽃이랍니다. 요즘 할머니와 함께 화초를 가꾸는 재미에 빠져있거든요^^ 참 재밌고 사랑스러운 아침이었습니다. 아들이 식사를 하려고 했을 때 이미 어른들은 식사를 마친 상황이라는 것이 반전이지만요. 우리 집 어른들은 밥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ㅎㅎㅎㅎㅎ

 

 

 

 

수잔네 마을 디자인의 벽지나 매트가 나오면 좋을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저희 아들은 '수잔네'를 자꾸만 '수잔이네'라고 불러요 ㅠㅠ 안 고쳐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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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시:리즈' 라는 시인들이 자발적으로 주최한 낭독회에 참여하는 목적으로 시작된 우리들의 모임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어제도 10월의 낭독회를 관람하기 위해 모인 우리 네 사람(원래는 5명인데 5명이 다 모인 적은 한 번 있다.)은 늘 그렇듯 6시 50분에 만나 국수를 먹고 나서 씨클라우드에 도착했다.  오늘은 김선재 시인, 백가흠 소설가, 가수 시와의 공연이었고 멤버1을 제외한 우리들은 크게 누군가를 좋아하기 보다는 그 낭독회를 좋아해서 참석했다.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고 했던가? 우린 시계를 보지 않았다. 도착했을 땐 이미 시간이 늦었다. 우린 입장하지 못했고, 그럼 우리가 가야할 곳은 '여기가 아닌가? 그럼 어딘가?'로 잠시 행사의 제목을 빌려 멘붕이 되었다. 얼른 정신을 차리고 근처 술집으로 갔다. 그때부터 이어진 우리들의 이야기, 이야기, 이야기, 이야기 들.

 

그 이야기들의 요지는 이렇다. 사실 이렇게 나이들어(평균연령 45세쯤?) 낭독회에 참석하면서 이런 데 다니기엔 나이가 좀 있는 게 아닌가하는 소심함, 이 들곤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늘 이기는 우리는 작가와의 만남이나 낭독회에 부지런히 참석한다. 농담삼아 사생팬이라는 표현까지 했지만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작가에 대한 애정을 애써 숨기지는 않는다. 그러면서 우리끼리 자학적인 개그를 했다. 우리가 늙어서 아무래도 저쪽에서 몰래 보고 있다가 우리가 뜬 걸 확인하고 스탭을 풀어 뒤에 다 세워놓았다는, 소설에서 시작하여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들. 우리는 깔깔 웃었다.

 

자학 개그 중엔 젊은 학생들은 왜 놀지 않고 거기서 그걸 듣고 있는가!에 대한 규탄부터, 가짜 포스터를 뿌려서 혼선을 주자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고 했던가. 우리는 기가 막히게 행사가 끝난 시간을 알아챘다. 애써 이런 시간도 나쁘지 않다며, 담부턴 가지 말까보다 하는 말까지 나왔지만 지하철 역 입구에 있는 양말 장수에게 가장 어려보이는 양말들을 선택하며 담엔 이거 신고 꼭 들어가자는 다짐을 했다. 그때도 못 들어가면 뽀로로 양말을 신기로 했다.

 

 

 

우리는 모두 책을 사랑한다. 출판사에서 책에 관한 일을 하는 멤버0과 1이 있고,  우리가 심빠라고 부르는 가장 적극적인 팬인 멤버2가 있고, 책을 어마어마하게 사고 그것을 거의 다 읽는 멤버3이 있으며, 책을 좋아하지만 썩 많이 읽지는 않고 낭독회에 올때마다 아들을 설득해야하는 멤버4인 내가 있다. 한 달에 한 번 시인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도 물론 소중하고 즐겁지만 책을 좋아하는 '우리'라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을 꾸준히 만날 수 있다는 것 또한 그에 못지 않게 소중한 기쁨이다.

 

다른 멤버0~3까지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난, 굳이 우릴 거부(?)한다면 식사 시간을 늦추면서까지 낭독회에 입장하지 못해도 좋다. 낭독회를 목적으로 만나 자학 개그만 두 시간 해도 충분히 좋다. 개인적인 사정(추위와 육아?)으로 참석하지 못하지 않는한 그들을 만나는 그 시간들이 좋다. 이젠 우리끼리 술 마셔도 시계를 보지 않을 테다!!!!

 

 

부록 : 사생팬의 대상들 

멤버 0이 사랑하는 시인 - 담에 만나면 꼭 물어보겠음.

멤버 1이 사랑하는 시인 - 강정, 그러나 어제는 백가흠 소설가 보러 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정 시인 뒤통수만 보고 옴.

멤버 2가 사랑하는 시인 - 심보선, 심빠인 듯하니 심보선 시인의 경계가 요구됨.

멤버 3이 사랑하는 시인 - 김소연, 유일하게 여자를 좋아하심.

멤버 4가 사랑하는 시인 - 오은.

 

 

 

 

 

 

 

 

 

 

 

 

* 본 내용은 은희경 소설가의 소설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와 내용상 관계가 없습니다. 하지만 스무 살 무렵 읽은 그 소설은 참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은희경 소설가의 1990년대의 소설들을 참 좋아합니다. 섬세한 날들의 섬세한 문장은 저를 잘 안아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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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2013-10-24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심보선 시인의 경계가 요구됨!!!! ㅋㅋㅋㅋ

난 아님. (응?!) ㅋㅋㅋㅋㅋ

멤버2 2013-10-24 17:2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이러면 내가 누군지 모르겠지? ㅋㅋㅋㅋㅋㅋ

그렇게혜윰 2013-10-26 11:08   좋아요 0 | URL
와~~똑똑하다!!

멤버2 2013-10-24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제는 분명 심보선 시인이 안 왔을거라 믿으며...편히 잠들 수 있었어요. ㅎㅎㅎㅎ
다음달에는 도시락이라도 챙겨 씨클라우드 계단에서 저녁을 해결할지도..ㅋㅋㅋㅋ
선물해주신 양말 신고 출근했어요. 그래서인가 오늘 유난히 발이 이뻐 보여요. ^^

그렇게혜윰 2013-10-26 11:08   좋아요 0 | URL
동안 아니 동족이 되었겠군요 ㅎㅎ

미망 2013-10-24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하.........
글 구성이 어찌 이리 재미 있나요?
멤버들 모두모두 멋지신 듯...
작가님이 아니라 멤버들 모두 만나보고 싶을 정도로 ...

그렇게혜윰 2013-10-26 11:09   좋아요 0 | URL
재밌었나요? ㅎㅎㅎ 그날의 이야기는 정말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그렇게혜윰 2013-10-24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멤버0은 문어발이라고 함.ㅋ
 

어릴 적부터 나는 잘 우는 아이였다. 요샛말로 찌질해서 잘 우는 스타일은 아니었고, 말다툼을 해도 뭐가 서러운지 무서운지 눈물부터 주륵주륵 흘렸더랬다. 그럼 상대는 제풀에 꺽여 미안하다고 말하기도 했고, 억울한 듯 자기가 울린 게 아니라는 제스쳐를 취하기도 했고, 도리어 더 화를 내기도 했다. 의도한 적은 없었다. 지금도 분명히 기억하건데 말싸움하면서 울지 않기 위해 벽과 싸우는 연습을 할 정도로 나는 울음부터 터뜨리는 내가 싫었었다.

 

뉴스의 사건을 보고도 울었고, 배구 경기를 보면서도 울었으니 당연히 영화를 보면서는 안우는 날이 없었다. 크게 울 일이 아니어도 슬펐고, 울 수 있는 장면이면 휴지 한  통을 옆에 끼고 마음껏 울었다. 그 모습을 보던 여동생은 늘 나를 비웃었다. "저거 촬영한 거야. 진짜 아니야 가짜야!" 가스나, 어찌나 현실적인지.

 

엉엉 울지는 않았다. 소리없이 우는 편이었다. 대학 때에는 내 모습 중 우는 모습이 제일 예쁘다던 친구가 있었을 정도이니 아마 어른이 되어서도 나는 잘 우는 편이었나보다. 그런데 울면 많이 아프다. 눈이 퉁퉁 붓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온 몸의 진을 다 빼는 듯 하다. 그것이 반복되다 보니 울 상황을 피했다. 극장에서도 펑펑 울던 나이지만 주먹을 꽉 쥐며 울지 않으려고 애썼고(물론 성공한 적은 거의 없다.), 남편과 다툴 땐 얼음장처럼 스스로를 차갑게 만들었다. 동정심이 생길 땐 머릿 속으로 얼마나 많이 스스로를 설득했는지 모른다.

 

그러다보니 어느 덧 울음이 줄었다. 그런데 사람에게는 눈물 총량의 법칙이 있는가보다. 예전보다 횟수는 현격히 줄었는데 울음이 너무 깊다. 눈물이 몇 시간이고 내내 흐른다. 왜 그럴까? 나이가 들었으면 그러지 않을만도 한데. 생각해 보건대 어릴 땐 울면서 말도 같이 했던 것 같다. 속상한 것을 눈물과 말로 함께 쏟아낸 것 같다. 엄마가 있었고, 동생이 있었고, 친구가 있었고, 연인이 있었다. 나이가 들었고 여전히 내겐 엄마가 있고, 동생도 있고, 친구도 있고, 남편도 있다. 그런데 눈물이 날 땐 그들을 피해 혼자만의 공간으로 도망간다. 그 속에서 소리죽여 운다. 내 울음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라....그러다 아이에게 가장 먼저 들키곤 해서 마음이 두 배로 아프다.

 

그런데 눈물을 오래 흘리다보면 눈물을 흘리는 시간동안은 몹시 고통스러운데 다 흘린 후에는 후련하다. 다 그렇다더라. 치유의 힘이 느껴진다. 문득 힐링에 관한 책들과 방송 프로그램들을 떠올려본다. 그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람? 힘들거나 슬프거나 아프거나 답답할 땐 눈물을 흘리면 그게 가장 좋은 치유가 되는 것 같다. 물론 내 개인적인 느낌이다. 눈물도 아무나 아무때나 흘리는 것은 아니겠지만 가끔은 슬픔을 찾아서 느끼고 싶을 때가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찾아낸 슬픔의 소스 그 이상으로 펑펑 울어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것도 능력이라면. 오늘도 많이 울고 많이 아팠다. 울고 나면 요샌 뼈마디도 아프다. 헛헛한 마음이 채워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후련은 하다. 말로 뱉어내지 못할 땐 울음으로라도 토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배설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 눈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가끔은 울자, 힐링에 관한 다른 것을 찾아 헤매지 말고.

 

<읽으면서 펑펑 울고 그 울음이 고마웠던 책과 영화 몇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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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와우북에서 적지 않은 책을, 이곳저곳의 온라인 서점에서 적지 않은 책을, 지금도 매일 택배아저씨가 던져주는 책들(정말 우리동네 택배 아저씨들은 왜 책을 문앞에 두고 가는거야 ㅠㅠ)이 꾸준한 요즘이다. 그러면서 읽고 있는 책이 진도가 나가지 않아 사실 뭔가 문제 의식을 느끼고 있다. 근래 너무 쉽게 읽히지 않는 책들만 읽은 건 아닐까 나름대로 분석해보기도 하지만 꼭 그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아무래도 책꽂이에 꽂힌 읽지 않은 책들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언젠가 누가 TV에서 윤종신씨가 반년은 예능을 실컷 하다가 반년은 가수로서의 고민에 빠지는 것이 반복된다고 하던데 나도 비슷한 것 같다. 한 반년은 실컷 사는 데 열중하며 합리화, 정당화를 신 나게 하다가 또 반년은 사는 것에 대한 회의를 느끼는 것의 반복이 되는 것이 말이다. 요즘은 후자의 시기인 듯 하다. 아마 가을이라는 계절도 한 몫하지 싶다.

 

근래 묵직한 책들을 읽고 있고 앞으로도 한 두권 계획된 책들이 좀 묵직한데 가벼운 책들을 사이 사이 읽는게 좋을 것 같다. 이건 뭐 마치 의무감으로 읽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사실 책 읽는 것이 즐겁다. 말투가 영 가을스럽다. 사놓고 읽지 않은 <모든 게 노래>를 비롯하여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들도 적지 않지만 또 습관처럼 온라인 서점에 매일 들어오니 새로 나온 책들도 보게 된다. 사던 안사던 어떤 책이 나오는가에 대한 궁금증은 어쩔 수 없다. 사던 안사던이라고 했지만 그 중 많은 책이 구입 목록에 언젠가 오르는 것을 보면 관심 신간을 정리하는 페이퍼가 스스로에게 책을 살 때 충동구매를 막아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또 오늘 한 블로거가 추천한 책이 맘에 든다고 해 주셔서 누군가에게 함께 책을 고른다는 의미도 주는 것 같아 기분이 꽤나 좋다. 오늘은 좀 가을의 마음을 봄처럼 느끼게 할 책들에 눈길이 간다. 이렇게 책을 고르고 페이퍼를 쓰다보면 두 시간 훌쩍(정말 책을 취향 따라 고르자니 책 고르는 데 적잖은 시간이 흐른다. 그 점이 스스로에게 묻게 만들기도 한다. "뭘 이렇게까지 열심히 고르니?"라고.) 충만하게 간다. 두 시간 후엔 좀 박탈감도 들지만 말이다.

 

 

[오늘, 수고했어요], 이수동 (알라딘가 12,420원)

 

 <토닥토닥 그림편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수동 화백의 신간이 한달 전쯤 출간되었다. 사실 나보다도 주변 사람들이 이 책을 어찌나 사랑하시던지 한동안 트위터엔 이 책의 구절과 그림이 많이 올라오곤 했다. 그때 난 좀 무거운 느낌이 좋아서 눈여겨보지 않았는데 요즘 같이 무게가 느껴지는 때에 읽으면 봄처럼 가벼운 느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늦게나마 추천해 본다. 출간 당시만 해도 사은품이 많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포스트잇을 준다^^

 

 

 

 

눈여겨 보지 않을 때에는 표지도 내 보기엔 그저 그랬는데 미리보기로 속을 보니 안에 담긴 그림들이 정말 너무 탐나게 예쁘다. 엽서로 제작되면 모조리 사고 싶을 정도로. 이 책 읽고 나면 그 그림들 이용해서 누군가에게 편지가 쓰고 싶을 것 같다. 가을 날 봄바람을 마주하는 기분, 좋다 딱 좋다!!

 

 

 

 

[시를 어루만지다], 김사인 (알라딘가 11,700원)

 

 중견시인 김사인의 시 감상글 모음이라고 해야할까, 시 해설서라고 해야할까? 시가 해설이 어디있겠는가 싶으니 감상글 모음이라는 표현이 더 좋겠다만 시인의 감상이니 해설에 더 가까운 감상일 수도 있겠다. 시가 뭐가 가볍냐고, 할지도 모르겠다만

시집의 경우에는 읽으면서 한 시인을 이해하게 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독서이지만 이런 류의 책들은 다양한 시를 한 번에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느낌이 가벼워진다. 비슷한 책으로 권혁웅 시인의 <당신을 읽는 시간>이 있는데 시인의 해석이 나와 같거나 다른 부분을 생각하면서 읽은 기억이 괜찮았다. 더구나 시를 즐겨 읽지 않는 사람일 수록 이런 스타일의 시 감상서가 편할 것 같아 추천해 본다. 사이버 문학광장의 세번째 문학집배원인 나희덕 시인의 배달시(?)모음집인 <유리병 편지>도 괜찮을 것 같다.

 

 

[체호프 유머 단편집], 안톤 체호프 (알라딘가 14,720원)

 

 

체호프가 뭐하는 사람인지도 알고 어떤 책이 유명한지도 알지만 난 체호프의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못했다. 누군가의 책을 읽지 못한 것이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지만 어디 가서 책 좀 읽는다고 말하기엔 또 썩 당당하지 못하다. 사놓은 책은 물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눈길이 가는 것은 단언컨대 '유머'라는 말 때문이다. 그것도 단편으로. 이 책은 안톤 체호프가 돈이 필요해서 썼던 유머 소설을 모은 책이라고 한다. 이를 테면 작가의 초기작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더 끌리는데? 왠지 내가 읽게 될 체호프의 '첫 책'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체호프는 시기별로 읽는 걸로!^^

 

 

 

[시간 있으면 나좀 좋아해줘], 홍희정 (알라딘가 8,550원)

 

 

마지막으로 소개할 책은 제 18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인 홍희정의 <시간 있으면 나좀 좋아해줘>이다. 이 책 출간 소식에 정말 가슴이 콩닥콩닥했다. 홍희정 작가를 좋아하느냐고? 죄송하게도 처음 접했다. 그럼? 당연히 제목 때문이다. 왠지 뒤에 '바쁘면 말고......'라고 말을 흐릴 것만 같다.

 

출판사 트위터에 올라오는 이 책의 구절들을 읽을 때마다 그렇게 마음이 행복해진다. 따뜻해진다. 문학동네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몇 구절을 옮기며 오늘 책 소개는 끝! 아마 읽다보면 미소가 지어질 것이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건 몇 살을 먹어도 좋은 법이야.  https://twitter.com/munhakdongne/status/389583151460147200

 

무엇보다 그녀의 웃는 얼굴이 좋았어. 초승달을 떠올리게 하는 웃음이랄까. 구름이 스르르 비켜나면서 살며시 드러나듯 애틋하게 빛나는 미소 말이야. 그래서 얘기했지. 뭐라고요? 시간 있으면 나 좀 좋아해달라고. 

https://twitter.com/munhakeditor/status/389558652966686720

 

그 사람이 웃어주는 것만으로 우주의 모든 애정을 받는 것 같은 느낌, 꼭 그 사람이어야만 하는 이유를 모아 밤새 태산이라도 쌓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그런 느낌에 흠뻑 젖는 시절을 마음껏 누려야 돼.

https://twitter.com/munhakeditor/status/389558432098840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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