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아버지께 전화를 하니까 여기저기 아프다고 하신다. 오랜만에 전화를 드리니 그동안 왜 전화를 안 하냐고는 못하시고 아프다는 투정만 하셨다. 간호사 딸이니까 뭔가 다를 줄 알고 그러셨겠지만, 나는 대뜸, "의사한테 더 강한 진통제 처방해 달라고 하세요."라고 하면서 어디 아프다고 자꾸 불평하지 마시고 오늘도 이렇게 눈을 뜰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100미터라도 걸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딸아이가 전화로 하는 말을 잘 들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음식을 씹어 삼킬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등등 하시면서 매일 느끼는 고통일지라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시라는 잔소리를 했다. 다행히 아버지는 순순히 그러마 하셨다. 나는 사실 아직 아버지의 목소리가 정정하신 것을 듣고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다. 아버지가 정말 다 죽어가는 것 같은 목소리로 아프다고 하셨다면 그런 말을 할 수 없었을 거다.
지난주 토요일에 나는 공식적으로 중환자실 업무를 충실히 마쳤다. 마지막 날은 그런데 내 홈그라운드였던 중환자실이 아닌 DOU에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정말 입에서 단내(?)라고 하나? 뭐 그 정도로 힘들게 일을 마쳤다. 그러면서 속으로 "으이구 내 팔자야!" 했지만. 이제 내일이면 아 기다리고 고 기다리던 PACU에서의 첫 하루가 시작된다. 2주 동안의 오리엔테이션 기간을 준다고 했다. 하지만 내 프리셉터나 아니면 내가 느끼기에 오리엔테이션 기간이 더 필요하면 더 요구할 수 있다고 하면서 중환자실에서 나 이전에 PACU 간호사로 가게 된 K는 2번째 업무를 마치자마자 혼자 일을 했다는 말을 한다.. 그러니 내가 어찌 2주씩이나 주는데 더 요구할 수 있겠는가? 2주 안으로 오리엔테이션을 마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지. 끙
지난주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마지막 중환자실 간호사로서 업무를 마쳤는데 자축을 할 수 없었다. 너무 피곤해서. 그래서 오늘 수술실에서 일을 했는데 마지막 수술이 취소가 되어 집에 오는 길에 혼자 자축했다. 딘타이펑에서. 파사데나에 있는 수술실과 우리 집 중간에 딘타이펑이 있어서 그냥 거기 갔다. 그리고 그곳에 간 것도 꽤 되는 것 같기도 해서. 타이완 맥주를 시켰더니 웨이터가 아주 큰 사이즈라고 해서 정말 큰 줄 알았는데 한 500ml짜리. 하아~~ 이 사람이.ㅋㅋㅋ
딘타이펑의 오이는 정말 너무너무 맛있다. 어떻게 하면 알맞게 아삭하고 달짝지근한지!! 설명할 수 없음이다.ㅠㅠ
저렇게 시작해서
이렇게 다 먹고
디저트로 단팥 찐빵을 시켜서 또 다 먹었다. 배가 남산만 하다는 느낌이 들었음. ㅎㅎ(오래된 농담인가요?^^;)
그리고 엔 군의 친구 엄마이면서 내 친구인 C가 hip replacement surgery를 했다고 해서 사과맛 롤케이크를 사가지고 병문안을 가려고 파리 바게트에 들렀는데 카운터 뒤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새삼 감회가 새로웠다. 한국에서 애용하던 제과점이 내가 사는 곳과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는 이런 일이 가능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정말 새삼 대단한 일이 아닌가!!! 싶었다.
저건 가게의 한 단면이고 오른쪽에는 커피나 빙수 같은 것들의 주문을 받는 곳인데 사진상 안 나왔다. 얼마나 음료 주문이 많으면 컵 쌓여있는 것 좀 보소!
그리고 역시 빠질 수 없는 우리 동네 구름 사진!!!!!!!!!!!!!!!!
구름을 보면 정작 불평불만 그만하고 매일매일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할 사람은 바로 나라는 것을 안다.
오늘 하루도 조용히 "감사합니다."라고 입 밖으로 말해본다.
이제 더위가 한풀 꺾일 때도 되었는데 너무 덥다. 낮에는 주로 병원에 있으니까 더운 줄 모르다가 밤에는 내 작은 스누피 선풍기를 켠다. 작은 것이 회전도 되고 바람도 단계별로 높일 수도 있고, 꽤 찬 바람이 나온다. 그래서 켰다 껐다 한다는. 알라딘 굿즈 중 정말 아주 실용적인 물건!! 올 1월인가? 받은 것 같은데 카탈리나에 처음 가져가서 시범으로 켜보고 사용하진 않고 그냥 가져왔는데 집에 와서 아주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 돈이 아깝지 않은 알라딘 굿즈!! 물론 문진도 돈이 아깝진 않았다는. ^^;;;
남편 덕분에 화장대(?라고 하나??) 위가 좀 정리가 되었는데 내가 다시 선풍기 올리고 이것저것 올려서 다시 쌓이려고 하는 중.
어쨌든 요즘 밤에 하는 짓이라곤 선풍기 틀고 책 읽는 거. 책 읽다가 꾸벅꾸벅 졸면서 가끔 이북 떨어트리는 거.ㅠㅠ 그러면 남편이 그만 자라고 한마디... 그게 요즘 내 밤 풍경. 아주 평화롭지요.ㅋㅋ
오늘 모처럼 컴으로 알라딘 접속을 한 김에 또 책을 질렀지요.ㅠㅠ
요즘 읽고 있는 책에서 언급하는 책에 나온 책이나 북플에서 친구들이 읽고 좋다는 책들. 이래서 친구들 북플에 가는 거 위험함.
이 책 어느 책에서 추천한 건지 기억이 거의 안 나는데 아마도 <교토의 밤 산책자>에서 보고 보관함에 담은 것 같은데... 내 기억을 믿을 수 없지만, 그러면서도 믿기는 건 뭔지.
이 책은 <어금니 깨물기>에서 김소연 작가가 추천한 거 같은데.. 물론 추천한다고 하면서 한 건 아니고 이 책에 대한 글을 썼는데 너무 좋아서 읽고 싶어졌음.
그리고 이렇게 두 권을 주문했다. 하아~~ 뭐라고 해야 할까? 신. 난. 다? ㅋ
그리고 프님이 들으시면 아주 반가워하실 이야기.
BTS의 노래 4 곡을 내 플레이 리스트에 추가해서 듣고 있다. 셔플로 들으니까 자주 듣지는 않지만, 어쩌다 나오면 듣는데 나쁘지 않다. 아니 쫌 맘에 든다. 다는 아니고. 어쨌든 내가 BTS의 노래를 듣게 된 계기는 바로 심채경 박사의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때문이다. 이유가 궁금하면 500원이 아니라 이 책 읽기!^^;;;
BTS – Mikrokosm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