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머리가 멍하여 뭔가 글을 쓰긴 힘들고 밑줄을 정리해둠.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개인이 사회/이데올로기와 갖는 관계에 있어서 문화적으로 용인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젠더 차이에 대해 규범적인 모델에 따르고 있으며, 정치적 행동과 진보와 변화에 대해 정치적인 입장을 고수한다. 이런 점에서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우리 사회의 현재 있는 그대로의 구조를 유지하는데 노력을 투자하고 있으며, 그 구조 밖으로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 이 점이 가장 큰 한계다. 그래서 자유주의 페미니즘이 페미니즘 이론이나 정치적인 운동에서 가장 인기 있고, 동시에 가장 덜 위협적인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그들의 아젠다를 전략적으로 동등권 법안을 통과하는 캠페인과 같은 특정한 페미니즘 목적을 위해 활용될 수 있다. 



그래서 2년전 기혼유자녀여성들과 <여성성의 신화>를 함께 읽어보는 것으로 시작해 보려 했었으나.. 

책이 너무 두껍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이 있었고 

나 스스로도 이미 한참 지난 이론인 줄 알면서 그렇게 두꺼운 책을 다 읽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있었다.


다 읽지 않았지만 내가 읽은 부분에 한하여 <여성성의 신화>는 현상의 고발에 대한 내용이 많은 관계로... 이제와서 꼭 다 읽어야 하는 책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내가 만든 북클럽은 처음 생각과는 좀 다르게 가고 있으나,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책을 추천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방향을 잡아가고 있기에 나는 물론 구성원 모두가 보람을 느끼고 있다. 알라딘의 여성주의책같이읽기와 병행하면서 (내가) 좀 부담스러움을 느끼기 시작했지만... 발을 빼지 못해서 2023년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2023년에는 본업에 좀더 신경을 쓰려 했었는데... (먼산) 




 

일반적으로 "자유주의적이다 (리버럴하다)" 라는 말은 "보수적이다" 라는 말과 반대의 뜻을 가지고 있었고, 현 체제에 위협이 되거나 대안적인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 신념체계, 행위들을 용인하는 태도를 말한다. 하지만 자유주의적 관점은 급진적인 관점보다 전통적이고, 사회적으로 덜 전복적인 태도로 여겨지기도 한다. - P78

"자유주의" 라는 용어는 페미니스트 아젠다와 연결될 때 모호해진다. 이는 용어를 사용하는 역사적 맥락의 특수성 때문이다. 자유주의 철학과 정치학은 18세기 사회적 변화들, 즉, 봉건주의에서 자본주의 경제로 전환되고, 부르주아가 출현하며, 제도종교가 파편화되고 쇠락하며, 막 시작되는 도시화들과 함께 나온 것이다. 18세기 자유주의 전통은 개인의 자유, 이성의 가치를 강조했고, 인류는 진보하고 개혁을 이뤄낼 능력이 있다는 신념을 지녔다. - P79

그들 (로크와 루소) 의 철학은 얼핏 보기보다 덜 평등주의적인 가정들을 내포하고 있었다. 개민과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사유재산은 강조하지만, 여성이나 노동자처럼 재산이 없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있으며, 역사적으로 재산 소유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권력 관계를 도외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자율적, 이성적인 개인을 주장하는 18세기 자유주의 모델은 묵시적으로 백인 남성 중산층 개인을 위한 것이다. 예를 들어 로크와 루소는 여성의 전통적 역할을 옹호하여, 여성의 활동은 시장의 공적 영역으로부터 배제되어야 하고, 새롭게 여성화된 사적 영역인 가정과 핵가족에 국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P80

월스톤크래프트의 책, <여권의 옹호> (1792)는 이성적이고 결단성 있는 남성만큼이나 여성도 능력이 있으며, 교육적 사회적 불이익이 제거된다면 여성도 논리와 정의에 따라 마땅히 평등한 기회를 누릴 자격이 있음을 주장했다. .. 하지만 이들은 개인 여성에게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부정하는 불공정성은 비판하면서도, 남녀의 불평등한 권력관계가 만들어내는 가부장제 사회의 더 큰 남녀 불평등은 등한시한다. 이런 점은 그들이 모성에 대해 논의할 때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들은 아직도 모성을 여성의 자연스러운 역할로 인식하고 있다. - P81

‘여성성 신화‘란 중요한 아이디어 두 개를 결합하고 있는데, 하나는 여성성이란 특별하고 소중한 무엇이고, 남성성과는 다르지만 상호보완적임을 함축한다. 또 하나는 이 여성성은 결혼, 모성, 가정, 프리단이 이름지은 대로 "가정 주부라는 직업"을 통해서만 가장 잘 완성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 P83

프리단은 페미니즘 운동이 이런 "성정치학" (성적이고 개인적인 이슈들인 여성 동성애, 포르노그래피, 무조건적 임신중절권 같은 이유를 다루는 정치학) 을 앞세우는 바람에, 성에 근거한 차별을 불법화하는 ‘평등권을 위한 미국 헌법수정안‘과 같은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법적 정치적 개혁은 뒷전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성정치학을 강조하면 평범한 여성들 (결혼한 이성애자들)을 페미니스트 운동에서 멀어지게 만들고, 전통적 가정을 중시하는 뉴라이트 정치인들의 손에서 이용당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 P86

베타적 사유란 "통합적이고, 직관적이고, 정성적이고, ‘맥락적‘이고, ‘관계적‘이다. 반면, 알파적 사유란 "분석적이고, 이성적이고, 양적이며, 권위에 대한 위계적 관계에 의존한다". 두 번째 단계 페미니즘 운동은 알파보다는 베타식으로 사유해야만 한다고 프리단은 주장한다. - P89

베티 프리단은 여성성 신화를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나타난 새로운 현상으로 제시했지만, 사실 여성성 신화는 전통적인 이상으로 여겨지는 여성상의 특정 버전이고, 19세기 통용되던 ‘진정한 여성‘ 개념의 연장선에 있다. - P103

프리단이 피상적인 적을 공격할 뿐, 진짜 원인은 가만두고, 여성의 종속적인 상황을 유지시켰던 이데올로기적 수단이나 매개만을 공격한다. ... 프리단은 공/사 영역이 왜 분리되고, 젠더화되어 유지되었는지 역사적 원인을 분석하지 않는다. - P103

프리단은 여성은 자신의 통제를 넘어선 강력한 힘으로서 ‘여성성의 신화‘ 에 휘둘린다고 말하다가, 또 어떤 때는 여성들이 ‘여성성의 신화‘에 공모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각 장은 언제나 여성을 억압하는 힘에 대해 기술하고, 이런 힘에 저항할 것을 촉구하면서 끝난다. ... 이렇게 프리단은 개인적 차원의 분석에 머무르고 있는데, 이는 여성이 젠더로 인해 특정한 사회경제적 위치를 갖고 있다는 자신의 함축적 주장과 모순된다. 질라 아이젠스타인은 프리단이 주장하는 여권은 개인적 차원의 권리일 뿐, 여성 전체 차원은 다루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여성 전체를 다루려면, 성적-계급적 분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 P104

프리단은 여성과 남성이 똑같이 온전한 인간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그녀의 정의는 문화적으로 남성적이다. 집밖의 일은 합리성/독립성과 동일시한다. ... 프리단은 여성들도 교육을 받아서 남성적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은근히 여성의 전통적인 역할을 폄하하고 정작 필요한 젠더 고정 관념을 무너뜨리려고 하지 않는다. 프리단은 젠더 차이가 왜 생겨나는지도 논의하지 않는다. - P108

<여성성의 신화>에 나타나는 계급, 인종, 이성애적 편견은 늘 비판의 대상이다. 프리단의 아젠다는 백인 중산층 이성애 여성이 가정에서 벗어나 중산층 백인 이성애 남자의 가치와 생활양식을 따르는 것이다. - P109

프리단의 <여성성의 신화>에 나타나는 모순 중의 하나는 여성성의 신화가 성적인 기능장애의 원인이 되면서도, 섹슈얼리티가 성과 관련없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점이다. 섹슈얼리티가 문제의 증상이면서 동시에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 P110

<여성성의 신화>에서 가장 불만족스러운 요소는 여성 교육을 "이름 없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강조하는 것이다. ... 교육 제도는 특정한 지성적 사회적 성향에 의해 휘둘리고 있으며, 행위하는 능력은 언제나 문화적 맥락과 관련되어 있음을 증명해줄 뿐이다. - P111

프리단은 여성의 낙태 권리를 여성이 자신의 몸과 섹슈얼리티에 대한 통제력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의 맥락이 아니라, 여성이 아이를 ‘갖도록 선택‘할 수 있는 권리의 맥락에서 주장하고 있다. - P113

루리의 소설은 인간이 변증법적으로 진보한다는 모델이 너무 이상적이라고 본다. 인간이 진보한다는 모델은 직선적, 합리적, 진화적 함축성을 지니기 때문에 확실히 남성적인 젠더 편견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루리의 소설은 프리단이 제시하는 남성적인 발전 모델은 베타 사유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자신의 주장과 모순을 일으킴을 지적하는 셈이다. - P115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개인이 사회/이데올로기와 갖는 관계에 있어서 문화적으로 용인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젠더 차이에 대해 규범적인 모델에 따르고 있으며, 정치적 행동과 진보와 변화에 대해 정치적인 입장을 고수한다. 이런 점에서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우리 사회의 현재 있는 그대로의 구조를 유지하는데 노력을 투자하고 있으며, 그 구조 밖으로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 이 점이 가장 큰 한계다. 그래서 자유주의 페미니즘이 페미니즘 이론이나 정치적인 운동에서 가장 인기 있고, 동시에 가장 덜 위협적인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그들의 아젠다를 전략적으로 동등권 법안을 통과하는 캠페인과 같은 특정한 페미니즘 목적을 위해 활용될 수 있다. - P116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3-01-12 1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12 2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3-01-12 2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하님이 만드시고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책을 추천하고 이야기 나누는 북클럽을 격하게 응원합니다!
2023년도 독서 목록 나왔으면 공유 좀 해주세요. 궁금하군요 ㅎㅎㅎ

건수하 2023-01-12 20:33   좋아요 0 | URL
응원 감사합니다! 1월 쉬고 2월부터 다시 시작할 건데 주제는 정해졌으나 목록이 안 정해졌어요. 정해지면 공유할게요 ^^

책읽는나무 2023-01-12 2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담스러움을 느끼기 시작했지만...발을 빼지 못해 2023년에도 계속될 예정!!
ㅋㅋㅋㅋ
아니...수하님 저랑 비슷한 시기(맞는진 모르겠습니다? 전 작년 9 월부터 시작했거든요.^^)에 시작하신 듯한데...아니...이제와서 발을 빼신다뇨? 저같은 사람도 있는데 말입니다!
(저는 책이 어려워서 다크써클 엄청 내려와 있어요.ㅜㅜ)
안됩니다. 같이 가십시다!! (물귀신 작전!!)
전 수하님도 믿고 가고 있어요^^

건수하 2023-01-12 22:07   좋아요 1 | URL
아 발은 제가 만든 북클럽에서 빼볼까 했는데 … 멤버들이 다들 바쁘길래 좀 쉴까 했거든요. 그런데 모여서 얘기하다보니 다들 의욕적이라 계속하게 되었어요 ^^;; 그 북클럽 책은 여기만큼 어렵진 않습니다 :)

저는 <여성과 광기>로 시작하긴 했는데 중간에 많이 빼먹었어요. 피가 되고 살이 되고 있어서 어렵지만 쭉 가려고 합니다 ^^

책읽는나무 2023-01-12 22:34   좋아요 1 | URL
아....ㅋㅋㅋ
요즘 제가 문장을 제대로 안 읽는지 오독이 심하네요?ㅜㅜ
문장이 제대로 안 읽혀집니다.그려~
그래도 다행입니다. 전 또 오해를 해가지구선 혼자 화들짝~ㅋㅋㅋ
<여성과 광기>면? 작년 겨울쯤인 것 같네요? 올 초였나?
그래도 비슷하게 시작했네요^^
입동이에요. 입사동기!
화가님과도 입동이에요. 미미님도 아마???
전 매번 읽어내는 게 넘 힘들던데 그래도 읽고 나면 늘 나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 같네요?!
어쨌든 피가 되고, 살이 될테니 쭉 가봅시다!! 입동 수하님!!^^

바쁘신 중에도 북클럽도 만드시고 대단하십니다. 모쪼록 북클럽도 번창하시길요^^

건수하 2023-01-13 09:42   좋아요 1 | URL
입동! 정겹고 좋은데요~ ㅎㅎ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책나무님.
읽어내는게 힘든데 나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 같다는 말에 동감합니다 ^^

북클럽은.. 어떻게 어떻게 굴러가고 있어서 거기에 만족하고 있어요 :)

- 2023-01-12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하님 슈퍼우먼!!!! 그래도 건강 챙기셔야해요. 특히 지금 무리하면 안돼요 ㅠㅠㅠㅠㅠㅠㅠ (코로나 후유증 지금까지ㅠ앓는 공쟝쟝 올림)

건수하 2023-01-13 09:43   좋아요 1 | URL
쟝님 여름에 아프셨던 거 같은데 아직도...? ;ㅁ;
걱정해주는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잊지 않고.. 무리 안하도록 할게요!

쟝님도 몸에 좋은거 잘 챙겨드시고 어여 회복하시기를...

- 2023-01-13 11:28   좋아요 1 | URL
그 때 만들어진 면역을 위한 염증들이ㅜ여기 저기 몸 구석구석으로 옮겨 다니고 있는 것 같아요ㅋㅋㅋ 코로나는 그냥 넘어갔는 데 그 뒤에 잘 관리를 못하고 계속 일하고 뭐하고 뭐또하고 이러다가 망했다능.. 저는 아직도 염증인간입니댜ㅋㅋㅋㅋㅋ 그러니까 피곤 하면 제발 쉬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건수하 2023-01-13 13:36   좋아요 0 | URL
아악 오늘 아침 두피에 막 염증이 생겼다 했더니 이게 그건가봐요… 어쩐지 한두 군데도 아니고 막 여러 군데 생겼더라니 ㅠㅠ 아프다 ㅠㅠ
 










12월에 펀딩했던 책이 왔습니다. 사실 며칠 전에 왔는데 자가격리하느라 출근을 못해서... 

차가운 돌바닥 위에서 며칠 저를 기다려 주었습니다. 미안하다 책아.. 





흑백과 골드. 고급스럽고요. 

책은 많이 두껍진 않고 (그렇다고 금방 읽을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님)


멋진 엽서가 하나 들어있는데 가운데 분이 아마 마거릿 생어인 것 같고 

주변의 많은 여성들은.. 아마 이 사진이 책에 나와있거나, 이야기가 나와있거나 할 것 같습니다. 

 




엽서를 뒤집어보니 펀딩에 참여한 분들의 명단이 있었습니다.

흑백으로 고급스럽게 칠해봤는데 보이시나요 가운데쯤에 제 이름! 


실명이 많아서 아는 분은 별로 없고

있다고 해도 그 분이 그 분인지 모르겠고요... 



그나저나. 

제 이름 가까이에 있는 제 눈을 사로잡는 이름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아크로칸토사우루스 (두둥)




(찍을 때 거기에 초점 맞춘다고 생각했는데 실패)



아크로칸토사우루스가 누구야... 아니 뭐야... 

죄송합니다 여러분 제가 공룡에는 관심이 없어서 (먼산)


찾아봤더니 


중생대 백악기 Aptian ~ Albian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서식했던 대형 수각류 공룡이라고 합니다. 

서대문 자연사박물관 메인홀에 골격 화석이 있다고 하고요. 


어쨌거나... 이런 유니크한 이름을 북펀드할 때 쓰시는 분 누굴까요. 

처음에는 전공자일까 했는데 그러기에는 좀 대중적인 (그러나 저는 모르는) 공룡인 것 같구요 ㅋㅋ 

여튼 넘 궁금해... 

저도 좀 이런 임팩트있는 닉네임을 써야하나? 잠시 자괴감이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뻘소리고.. 이 책 빨리 읽고 싶은데 코로나로 1주 날렸더니 1월 일정 너무 급박해서 아쉽네요.

어쨌든 읽고, 글 올려볼게요 :)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서괭 2023-01-12 16: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크로칸트사우루스 ㅋㅋㅋㅋㅋㅋㅋ
공룡시기인 우리 애들이 좋아할 법한 닉네임인데요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1-12 18:30   좋아요 1 | URL
제가 애도 키웠고 ㅋㅋ 공룡과 그리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보진 않았는데 ㅋㅋㅋ
그러나 이 이름은 처음이었습니다...

책읽는나무 2023-01-12 2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펀딩하고 싶었는데...^^;;
책 고급스럽네요.
근데 실명이 참 많네요? 눈에 띄지 않으려면 오히려 실명을 써야할지도 모르겠어요ㅋㅋ
근데 제 눈엔 알라디너 글월마야 님 닉넴이 눈에 들어옵니다^^
공룡이름도 있는데 수하님은 또 그걸 검색하시고?ㅋㅋㅋ
지난 번 희진샘 후원자 이름 불러주실 때도 느꼈는데요. 확실히 닉넴이 좀 임팩트 있어야겠구나! 깨달았습니다. 재밌더군요.
앞으로의 시간들도 많으니 우리 작명에 고심을 해봅시다^^

건수하 2023-01-12 18:31   좋아요 0 | URL
글월마야님도 알라디너이시군요 ^^ 저는 아직 친구가 많지 않아서 못 알아뵈었네요.

다음 펀딩 때까지 임팩트있는 이름을 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ㅎㅎ

거리의화가 2023-01-12 17: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펀딩하신다고 하셨던 글 봤던 것 같은데 이렇게 도착을 했군요!ㅎㅎㅎ
나무님 말씀처럼 눈에 안 띄려면 실명이 낫겠다 싶어요. 펀딩할 때 제 닉네임이 떡 앞에 있으니 뭔가 부끄러운 느낌~ㅎㅎ 실상 결혼하고 현실을 살다 보니 실명을 이제 부를 일도 별로 없으니 말이죠.
아크로칸토사우루스 저도 공룡은 잘 몰라서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지만 어쨌든 재밌네요!ㅋㅋㅋ 공룡에 진심인 분이 아닐까요?ㅎㅎ

건수하 2023-01-12 18:32   좋아요 1 | URL
저는 실명이 아주 흔해서요, 눈에 진짜 안 띌건데.. 지금 닉네임도 별로 눈에 안 띄긴 합니다 :)
알라딘에서 닉네임을 바꿀 것인가, 북펀딩 때만 신박한 닉네임을 써볼 것인가...

어쩄든 아크로칸트사우루스 되게 눈에 띄죠? ㅎㅎ

잠자냥 2023-01-12 2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받았습니다. 저는 펀딩은 하지 않았고 수하님에게 땡투~

건수하 2023-01-12 22:05   좋아요 1 | URL
오오 잠자냥님 땡투 감사합니다~ 오고가는 땡투 속 싹트는 사랑~~

잠자냥님이 저보다 먼저 읽으실 것 같아요 ^^;;
 


















많은 사람들은 페미니즘이 갑작스럽게 등장한 이유가 자본주의와 산업화라는 사회적 변화로 인하여 중산층 여성들이 가정의 영역 안으로 갇히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올리브 뱅크스(Olive Banks)는 그러한 사회적 변화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19세기 중반 서구 페미니스트의 출현은 당시 복음주의 기독교, 계몽주의 철학, 사회주의 사상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았다고 논하고 있다 (Faces of Feminism 7-8). 복음주의 운동은 개인의 개종과 도덕성을 강조하면서, 18세기 후반과 19세기 초반 서구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다. 복음주의 운동은 선교사업, 구 - P35

제사업, 기금마련 집회, 심지어 목회에서도 여성의 참여를 막지 않았다. 복음주의 운동은 금주 운동과 반노예제 운동에 참여했고, 여성들은 이러한 운동에 참여함으로써 사회에서 자신의 위치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인간의 이성을 강조하는 계몽주의 철학 역시 남녀 모두가 인간이라는 바탕 하에서 평등권을 옹호했다. 메리 윌스톤크래프트(Mary Wollstonecraft)은 『여권의 옹호』 에서 남성들이 이성을 지닌 인간으로서 계층과 상관없이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하듯이,여성도 이성을 지닌 인간으로서 인간의 권리로부터 배제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사회주의 전통은 프랑스의 생시몽운동(the Saint-Simonian)에서 시작되고 영국에서는 로버트 오웬(Robert Owen)의 사상에서 나타났는데, 이는 공동체 삶을 옹호했고, 덜 통제된 성적 관계를 옹호했다. 전통적인 가족과 자녀양육에 대한 사회주의적 비판은 분명히 초기 페미니스트들에게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 P36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서구의 소위 제 1국가들만이 유독 이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는 사실이다. 엘리자베스 사라(Elizabeth Sarah)는 페미니즘 제1물결이 이 시기 서구에서 발달하고 있었던 자유주의, 자본주의, 사회주의와 같은 특정한 정치적 경제적 맥락에서 일어났다고 본다(Sarah, 521). - P37

관련된 또 다른 이슈는 영국에서 페미니즘 제1물결에 참여한 페미니스트들의 계층 문제다. 이들은 대다수 중산층 출신이다. 그러나 페미니즘 제1물결이 끝나갈 즈음에는 약 4분의 1의 여성들이 노동자 계층이었다(Becoming a Feminist, 21). 계층은 여성이 어떤 캠페인에 참여하는가에 불가피하게 영향을 끼친다. 여성 선거권 쟁취운동에 참여했던 여성들 중, 노동자 계층 여성은 다른 계층보다 숫자가 적었다. 여성 선거권 운동은 둘로 나뉘어졌는데, 하나는 성인여성 모두의 참정권을 주장하는 집단이고, 또 하나는 나이와 재산소유에 따라 선거권 자격을 부여하기를 원하는 집단, 이렇게 둘로 나눠졌다(Becoming a Feminist, 66). 또한 영국에서 페미니즘 제1물결에 참여했던 여성들은 백인들이었다. 이런 모든 점들이 중요하다면, 이는 우리가 통상 페미니즘 제1물결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상은 문화적으로 특수한 계층과 인종에 국한된 운동이었음을 알 수있다. - P38

울프가 말하는 1년에 500 파운드(요즘 시세로 말하면 약 25,000 파운드)는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안정을 제공한다는 말인데, 이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19호실로」에서 분명한 사실은 수잔이 다시 일을 시작하고 경제적으로 독립한다고 해서, 아이를 키우는 수잔의 책임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 P51

「19호실로」는 울프와 보부아르가 제기하는 페미니즘 이슈를 똑같이 다루고 있긴 하지만, 울프와 보부아르의 텍스트 속에 있는 모순과 애매함을 지적해내기도 한다. 레싱의 단편 속 ‘방’은 울프의 ‘방‘보다 훨씬 덜 긍정적이다. 수잔의 방은 도망칠 수 없는 감옥이다. 그 방에서 수잔이 누리는 자유는 일시적이고, 때로 방으로 인해주변 세상으로부터 고립되기도 한다. - P54

레싱이 말하려는 요점은 합리적 지성 [남성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성이 실패하는 이유는 지성이 문화적으로 남성성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레싱은 울프가 『자기만의 방』에서 사용했던 똑같은 전략을 가지고, 이 점을 멋지게 피력하고 있다. 레싱은 가부장 담론의 규칙을 안으로부터 파괴함으로써 가부장적 담론을 공격하고 있다. - P61

또, 레싱은 매슈의 삶도 속박되어 있다고 느낀다. 이는 보부아르의 가정, 즉, 남성은 표준이고, 남성은 자신의 몸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다는 생각에 의문을 던지게 한다. - P63

보부아르는 『제2의성』 몇 군데에서 이원론은 여성의 육체적 ‘열등성’과 ‘차이‘로 인해 생겨나기 때문에 철학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 본다. 이원론이 불가피하다는 주장과, 여성이 개인의 자율성과 책임감을 발휘하여 타자로서의 지위에 대해 저항해야한다는 주장은 서로 모순된다. - P66

경제적 여건에 따라 여성을 분리하고, 남성과의 성적 관계를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도록 하는 것은 여성을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함을 레싱은 증명하고 있다. - P68

「19호실로」에는 여성이 해방을 성취할 수 있다는 희망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제2의 성』과 마찬가지로 「19호실로」의 중요한 이슈는 한 개인이 내재적 타자로서의 위치를 저항할 수 있는 자유가 어느 정도인가다. 보부아르가 개인은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여성의 숫자는 해방을 제도화할 만큼 충분한가? 어느 정도면 의식이 깨인 소수 여성들이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과연 보부아르는 여성이 해방된다는 것은 소위 남성의 특질로 여기는 초월을 성취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남성은 변할 필요가 없고 여성은 남성처럼 되어야 함을 주장하면서, 남성과 여성이 형제처럼 되어야 한다는 보부아르의 결론은많은 독자들이 거부하고 있다. - P70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3-01-11 0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하 님, 저도 오늘부터 시작했습니다. 걱정했던 만큼 어렵지는 않게 읽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아마도 읽은 책들이 언급되서인 것 같아요. 자, 화이팅!!

건수하 2023-01-12 11:07   좋아요 0 | URL
네, 이론도 잘 요약되어 있고 친절한 책인 것 같습니다. 다행이에요.. 다락방님도 화이팅 ^^
 








아이들은 생활의 중심이자 존재의 이유가 될 수 없었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헤아릴 수 없는 기쁨과 재미와 만족을 안겨줄 수는 있지만, 삶의 원천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아직도 아이들이 생활의 중심이자 존재의 이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도리스 레싱은 60년대에 그걸 아니라고 단정지었다. 


부정, 바람, 이런 게 오히려 쉬운 답이고 '생각하는 여자'를 더 두려워했던 남편. 

자유는 찾아도 정체성은 찾을 수 없었던 아내. 

경제적 자유가 없었던 탓인가? 어쨌든 '자기만의 방' 으로는 부족했다. 


자유로운 시간은 온통 책에 쏟아붓고 있는 나로서는, 

그녀가 책을 읽었더라면 조금 덜 혼란스럽고 온건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내 주위의 살려고 책을 읽는 여자들을 생각해본다. 어떻게든 시간을 쪼개어 책을 읽으려는 그녀들. 


그러나 책을 읽지 않고 혼자 차분히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 또한 든다. 


쉽게 단정짓지 않고 다른 가능성의 여지를 남겨두는 서술이 좋았다. <19호실로 가다>만 급하게 읽었지만 더 읽어보고 싶다. 






이것은 지성의 실패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롤링스 부부의 결혼생활은 지성에 발목을 붙잡혔다.

아이들은 생활의 중심이자 존재의 이유가 될 수 없었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헤아릴 수 없는 기쁨과 재미와 만족을 안겨줄 수는 있지만, 삶의 원천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자기만의 인생을 살아가며 스스로 돈을 벌던 여자가 생계와 바깥세상의 이야기를 모두 남편에게만 의존하게 되었을 때 남몰래 느끼는 분노와 박탈감에 대해 두 사람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수전은 당연히 그를 용서해주었다. 다만 ‘용서‘라는 말이 적합한 표현이 아니었을 뿐. ‘이해‘라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하지만 뭔가를 이해한다면 그것을 용서할 수는 없다. 용서는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일에 대해 하는 것이다.

사실 오래전 두 사람은 이런 농담을 나눴다. "내가 당신한테 부정을 저지르는 건 당연한 일이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평생 충실할 수는 없어."

그렇다면 수전은 왜 인생이 사막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가?(이런 기분이 한 번에 몇 초 이상 지속되지 않는 것이 다행이었다.) 왜 중요한 것은 하나도 없고, 아이들도 자신의 것이 아닌 듯한 기분을 느끼는가?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잘못된 것은 하나도 없고, 탓할 사람도 없고, 내 잘못이라고 나설 사람도 없고······ 아무것도 잘못되지 않았다. 다만 매슈가 원하는 만큼 진정한 기쁨을 느끼지 못했을 뿐. 수전이 위험할 정도로 공허할 때가 늘어났을 뿐.

수전의 본질이 일시정지 상태로 차가운 창고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매슈도 어느 날 밤 수전에게 비슷한 말을 했다. 수전은 맞는 말이라고,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렇다면 수전의 본질이란 무엇일까? 그녀도 알 수 없었다.

처음 임신한 순간부터 나는, 말하자면 나 자신을 다른 사람들에게 넘겼어. 아이들에게. 그 후 12년 동안 나는 단 한순간도 혼자였던 적이 없어. 나만의 시간이 없었어. 그러니까 이제 다시 나 자신이 되는 법을 배워야 해.

자신의 인생에 대해 생각해야 마땅한데도 수전은 그러지 않았다. 어쩌면 그럴 수 없는 것 같기도 했다. 그녀가 억지로 수전이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보려는 순간(이런 생각을 할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왜 혼자 있고 싶어 했겠는가?), 아이들이 학교에 입고 갈 옷이나 버터 쪽으로 생각의 방향이 홱 바뀌어버렸다.

그녀는 (학기 중의 평일에) 매일 일곱 시간씩 주어지는 자유가 실제로는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 때문에 분노에 휩싸였다. 수전은 시간의 압박으로부터, 잊지 말고 이런저런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부터 단 한순간도 자유롭지 못했다. 그녀는 결코 무아無俄의 경지에 빠질 수 없었다. 모든 것을 잊고 자신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매슈가 마침내 그녀에게 비이성적이라는 진단을 내린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제 그녀는 매슈가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두 사람은 이 집에서 서로를 친절하게 참아주는 낯선 사람들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수전은 자신의 역할을 거부하는 중이었고, 그녀에게 그 역할을 계속 수행하라고 강요할 방법은 없었다. 그녀의 영혼이 이 집에 살아 있어야만, 이 집에 사는 사람들이 물속의 식물처럼 자랄 수 있고 파크스 부인도 만족스럽게 일할 수 있다고 강요할 수 없었다.

매슈가 형식적으로 자신의 의무를 다하기는 했다. 하지만 수전은 아예 자신의 의무를 수행하는 척 가장하지도 않았다. 그러자 매슈는 다른 남편들과 똑같아졌다. 이제 그의 진정한 삶이 존재하는 곳은 그의 일터였다.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십중팔구 진지하게 만나고 있을 애인이 그에게 중요했다.

이 프레드 호텔에서는 손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미스 타운센드의 호텔이 제공해주지 못한 자유를 손님들에게 줄 수 있었다.

익명의 존재가 된 이 순간이 귀중했다.

그는 그녀에게 정말로 애인이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제발 그렇다고 말해달라고 간청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 상황이 너무 무서우니까.

이 모든 일들이 그녀 자신과는 아무 상관없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인식하는 것. 그녀는 벌써 이곳에 속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제 그녀에게는 애인이라는 짐이 생겼고, 매슈도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이 얼마나 평범하고, 마음 든든하고, 즐거운 일인가!

세상에, 도대체 왜 사랑을 나눠야 돼? 상대가 누구든 왜? 아니, 사랑을 나눌 거라면, 상대가 누구인지가 중요한가?

하지만 그녀는 그 일에 대해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산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냥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가 그녀에게 애인이 있다고 믿고 싶다면, 그렇게 믿을 것이다. 실제로 그는 그렇게 믿고 싶어 했다. 런던에 마이클 플랜트라는 출판사 사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아, 가엾은 수전, 나한테 그 남자의 본명을 밝히는 게 두려웠구나.’

"여성 고유의 경험을 서사시처럼 묘사하였다"

20세기인 1960년대는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고 기존 사회규범에 대해 재고하게 된 시대로, 특히 인종차별이나 성차별과 관련된 사회적 터부taboo를 타파하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즉, 긍정적으로 보면 혁신 혹은 혁명이 범람하는 활기찬 시대였지만, 부정적으로 보면 무책임한 과잉, 현란함, 사회질서 붕괴의 시대였다.

〈19호실로 가다〉에서는 결혼을 한 사이든 애인 사이든 남자나 여자나 바람을 피우고, 표면적으로는 그것을 당연시하고 있다. ‘성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누구에게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성의 자유’는 결혼이라는 제도를 위협하고 여성의 본성이라고 간주되던 모성에 대해서도 재고하도록 한다.

〈19호실로 가다〉의 수전처럼 자신의 일도 버린 채 가정을 가꾸고 아이들의 교육에 온 힘을 쏟다 보면, 여성은 어느새 자신의 정체성까지 잃게 된다. 직장을 그만두는 희생을 감수하며 완벽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는 남편에 대한 경제적 의존뿐이다.

수전이 모든 것을 희생하며 열중했던 일이 사실은 타인이 대체할 수 있는 일임이 판명된 것이다. 레싱은 《폭력의 아이들》 이나 《생존자의 회고록》, 제인 서머스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2부작 소설(《어느 좋은 이웃의 일기》, 《만약 노인이 할 수 있다면···》) 등 여러 작품에서 친부모보다 혈연으로 얽히지 않은 타인이 아이들을 더 잘 교육시킬 수 있음을 반복해 주장하였다.

결혼이든 모성이든, 이 모든 것은 사회가 여성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기 위한 제도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19호실로 가다〉의 수전도 그동안 자신이 생각했던 수전, 즉 자신의 정체성이 사라져버렸음을 깨달으며 우울증 속으로 침잠한다.

레싱의 단편소설들은 얼핏 보면 출구가 없는 듯 암울해 보이지만, 실상 레싱은 불안증, 정신분열을 포함한 신경쇠약, 즉 ‘브레이크다운breakdown’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성적인 관계는 대부분 상대보다 한발 앞서서 상대를 지배하려는 권력 게임이기 때문이다. 매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사랑, 다정한 사랑은 말할 것도 없다.

이야기는 나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 많은 여성의 마음속에 숨겨져 있는 장소에서 흘러나온 것이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읽는나무 2023-01-11 07: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코로나 걸렸다고 다른 곳에서 들은 것 같은데 이젠 좀 괜찮으신가요?
후유증 오래가니까 단단히 몸을 챙기셔야 합니다^^

19호실 읽고 생각이 참 많아지더군요?
꽤 생각거리가 많은 작품이었습니다.
딱 저와 비슷한 상황인 것 같아 더욱 몰입되었었어요.
19호실 마지막 한 작품만 읽었는데 이 정도라면?
19호실 하나만 읽고, 바로 다음 책 넘어가려 했었는데, 앞의 다른 단편들도 읽어보고 싶은 필력입니다^^

건수하 2023-01-12 11:11   좋아요 1 | URL
어제까지 분명 괜찮은 것 같았는데... 오늘 출근했더니 아직 안 괜찮은 것 같습니다 ... =ㅁ=
원래 이런 건지 이상하게 더 아픈거 같고 피곤하네요 ㅎㅎㅎ

19호실 저도 일단 하나만 읽었는데, 더 읽어봐야겠다 했습니다.
심리묘사가 되게 탁월한 것 같아요..

책읽는나무 2023-01-12 12:03   좋아요 0 | URL
그런 상태가 계속 몇 주 가더라구요ㅜㅜ
한 달 정도 지나선 이젠 다 나았구나! 했더니 일반 감기? 걸렸었는데 그것도 오래 가더군요.
후유증이 상당히 오래 가니까 잘 다스려야 합니다.

청아 2023-01-11 08: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섯번째 아이> 강렬했기에 기대했는데 역시나였어요.
저도 이 책은 19호실만 읽었는데 다른 단편도 궁금해요. 친구가 독박육아로 한창 힘들어하는 와중이라
이 책을 추천하고 싶었지만 결말때문에 관뒀습니다.ㅡㅡ;

건수하 2023-01-12 11:12   좋아요 1 | URL
미미님 다섯째 아이 읽으셨군요? 저는 조금 주워듣고 나니 별로 읽고 싶지가 않아서 밀어뒀었어요..
19호실 읽고 나니 더 읽고 싶은데 황금 노트는 너무 두껍고... 남은 단편을 좀더 봐야겠습니다.

이 소설 한참 육아하는 시기에는 좀 위험할 것 같기도 해요 ^^;;

그레이스 2023-01-11 2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이 작품 두번째 보네요.^^
그러나 조금 다른 후기!!
이렇게 다양한 시선때문에 서재가 매력적이죠^^
도리스 레싱도 언제 읽을지는 모르나 목록 안에는 있습니다.^^

건수하 2023-01-12 11:14   좋아요 2 | URL
제가 느낌만 좀 횡설수설 써놔서... 미미님 글처럼 딱 정돈이 안 되어 있네요 :)
도리스 레싱 처음 읽었는데, 노벨상 받을만 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문장도 좋고... 저도 더 읽어보려 합니다 ^^
 









<다락방의 미친 여자>가 19세기 소설을 가지고 이야기했다면 

이 책에서는 20세기 이후 나온 페미니즘 이론들과 소설을 함께 이야기한다. 


읽으면서 챕터별로 밑줄을 정리해두고자. 


이 책이 소개하는 비평 모델에 따라 20세기 여성소설을 해석하는 것을 참고한다면 페미니즘 이론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 P16

소설을 사용해서 (페미니즘) 이론의 문제점을 발견해보고, 이론가들이 간과했던 이슈가 무엇인지 살펴본다. - P17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약점은 문화적으로 수용가능한 관념에만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 P23

이 책은 페미니즘 이론에 경험이 없는 독자들에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다양한 버전의 이론을 소개해줄 것이다. - P28

문학과 이론을 각 장에서 서로 비교 논의한 후에는, 더 이상 특정 소설과 특정 이론을 연결하지 않기 바란다. - P28

나는 영문학 강의자가 이 책을 주요 텍스트로 하면서 20세기 여성소설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고, 동시에 여기 논의된 페미니즘 이론과 더불어 최신의 이론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 P29

도리스 레싱은 말하길, "문학은 살아있고, 힘이 있으며, 결실을 맺게 하고, 사유와 토론을 자극한다. 단, 문학의 계획, 모양, 의도를 이해하지 못할 때만 그렇다. 왜냐하면, 모양과 계획과 의도를 알게 되는 순간 더 이상 아무것도 끄집어낼 것이 없기 때문이다." - P29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리의화가 2023-01-10 13: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하님 시작하셨군요. 화이팅입니다!^^

건수하 2023-01-10 15:36   좋아요 1 | URL
거리의화가님 열심히 따라가겠습니다 ^^

독서괭 2023-01-10 13:1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19세기 지나서 이제 20세기예요? 다락방님의 책 선정은 정말 기가 막히네요!

은오 2023-01-10 13:26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그렇게 이어지는군요! 저도 어제 1장 읽고 잤는데, 심지어 친절하고 흥미로워요. 책에서 다루는 고전들 안 읽었는데도 다행히 잘 읽히더라구요.

건수하 2023-01-10 15:36   좋아요 0 | URL
제목에는 안 써 있는데, 영어 원제는 그렇더라구요 ㅎㅎ 다 이유가 있었-

건수하 2023-01-10 15:37   좋아요 1 | URL
은오님/ 저도 어제 졸면서 읽다가 잤는데, 비판하는 부분은 안 읽은 건 잘 모르겠더라고요.. 이 책 읽으면서 계속 약간의 답답함이 있을 것 같아요 ㅎㅎ

은오 2023-01-10 15:57   좋아요 1 | URL
저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이해했어요. 다 읽고 특히 흥미생기는 것들만 찾아보려구요. 근데 소설은, 결말까지 다 알게 되니까 나중에 못읽겠더라고요. 19호실 다룬 파트 재밌었는데 스토리를 다 알아버려서 약간 아쉬웠어요 ㅋㅋㅋ

잠자냥 2023-01-11 11:27   좋아요 2 | URL
여기서 다락방님이 괭님의 댓글에 자화자찬 한번 해줘야 하는데, 안 하니까 이상하네요;

건수하 2023-01-11 11:28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저도 어 왜 그냥 지나가셨지? 했어요

다락방 2023-01-12 12:44   좋아요 2 | URL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분들 저를 어떻게 생각하시는 겁니까!!

독서괭 2023-01-12 14:41   좋아요 2 | URL
아 전 아래에 다신 댓글에서 자화자찬의 향기를 느꼈는데, 너무 부족했군요? ㅎㅎㅎ

은오 2023-01-12 14:46   좋아요 1 | URL
부족해요... 너무 부족합니다... 다락방님 초심을 잃으셨습니다.

다락방 2023-01-11 0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이 책에서도 다락방의 미친 여자가 (주석으로)언급되더라고요! 그럴 때 너무 짜릿하지 않습니까. 후훗.

건수하 2023-01-12 11:14   좋아요 0 | URL
열심히 읽은 책이라 짜릿하고 뿌듯했습니다 훗훗 ㅎㅎ

- 2023-01-11 1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살살 읽어요 수하님 후유증 온다구 ㅋㅋㅋㅋ 열공 앙대 ㅋㅋㅋ

건수하 2023-01-12 11:15   좋아요 0 | URL
후유증.. ㅠㅠ 피곤한 거 빼고 모르겠다 생각했는데 책도 열심히 읽었는데!
출근하니 왜 다시 아프죠 ㅋㅋㅋㅋ 한참 갈 거 같은 느낌적 느낌..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