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많이 사지도 많이 읽지도 않았다. 세어보니 지금까지 40권을 완독했고 28일까지 3권을 마저 읽어야 한다. 알라딘에서 저번에 보내준 결산에서는 20권을 샀는데 그게 다 내 책도 아니었다. 올해는 지역서점에서 책을 좀 많이 사긴 했는데, 다른 해에 비해 책을 많이 사진 않았다. 읽는 것에 대해 말하자면 1-2월에는 책을 많이 읽었다. 40권 중 20권 이상을 1-2월에 읽어서, 올해 책 많이 읽겠구나! 생각했었는데... 나머지 기간 동안 그만큼 읽지를 못했다.
한 해가 무척 빨리 지나간 느낌이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세 달 출장을 다녀왔고, 출장 후 휴가가 많이 생겨서 올해는 휴가만 40일을 넘게 썼다. 40일이면 내 일 년 연차의 두 배에 가깝다. 한 달 근무일을 20일이라고 치면 세 달 출장에 두 달 휴가를 쓴 셈이다. 그러고나니 일곱 달만 남은 느낌...? 그래서 시간이 빨리 지나간 것처럼 느껴졌나보다. 출장을 갔을 때는 업무 외 시간에도 사람들이랑 교류해야 하다보니 개인 시간이 별로 없는데- 라고 하지만 집에 가지 않아서 1-2월에는 많이 읽었는데- 휴가 때는 개인 시간이 분명 있었을텐데 왜...?
저번에 썼지만 3월부터 11월까지 게임을 열심히 했고, 또 올해는 병원엘 많이 갔다. 내 병원도 많이 갔고 동물병원도 많이 갔다. 꼭 출장이 원인은 아니지만 출장 후 발병했고 출장 후 악화되어 출장으로 생긴 휴가로 병원을 잘 다니고 덕분에 고양이도 잘 돌볼 수 있었다. 꼭 필요한 일 외에는 앉아있지 않으려 하다보니 누워서 게임을 하게 되었고, 재활 치료와 운동을 주기적으로 하다보니 책 읽을 시간도 잘 나지 않았다. 마음의 여유도 많이 줄었던 것 같다.
그런데 책을 읽지 않는데도 특별히 문제가 없었다. 전에는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고 그 책들을 다 사고싶고 읽고 싶고 그랬는데 이제는 몸이 안 아픈게 우선이 되고, 운동도 중요하지만 또 잘 쉬어야 되고... 그리고 우선순위가 높은 일들을 하고 나면 책은 뒤로 밀리게 되었던 것. 잘 안 읽으니까 관심도 줄고 안 읽는데 또 사기도 그렇고.. 하면서 구입도 덜하게 되었던 것 같다. 한동안 책에 집착하는 시기였다면 자연스럽게 그 마음을 좀 내려놓게 된 것 같다.
고양이 건강은 점점 안 좋아지고, 내 운동도 계속해야 하고... 그래서 내년에도 독서에 힘을 덜 쏟을 예정이다. 전에는 어떻게든 시간을 내면 책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시간이 있다고 꼭 책을 잘 읽을 수는 없다는 걸 알았다. 내 몸도 편해야 하고 마음도 편해야 하고. 올해 세어보니 북클럽을 대략 6개 정도 하고 있었는데, (2월 이후 읽은 책은 거의 북클럽 책이었다) 내 맘대로 스케줄을 조정할 수 없으니 힘들었다. 그래서 내년은 북클럽 안식년으로 정하기로 했다. 마음 편하게 혼자 읽으면서 그동안 사두고 못 읽은 책, 선물받고 못 읽은 책도 좀 읽고 정리하고 싶다. 오랫동안 함께 해온 북클럽들이 몇 있는데 아직 한 군데밖에 말 못했지만, 이렇게 쓰고나면 좀더 얘기하기 쉽지 않을까 한다.
이렇게 마음을 정해놓고, 교양인에서 홍보하는 희진샘 글쓰기 강좌에 나도 모르게 손들 뻔 하다가 겨우 손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보니 내년엔 <정희진의 공부>도 다시 시작되려나? 올해 <정희진의 공부>가 쉬어서 거기서 언급된 책들을 읽어보려고 했는데 결국 한 권도 읽지 못한듯 하다. 어쨌든 계획은 계획일 뿐이지만, 내년에는 북클럽 없이 쉬엄쉬엄 읽으려고 한다.
자의든 타의든 책에 대해 조급하지 않게 된 것,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그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있다면 <혼불>을 읽고 책씻이까지 마친 것. 같이 읽는 분들과 남원에 있는 '혼불 문학관' 에 가서 해설사님의 해설도 듣고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물론 즐겁게 놀기도 했다. 완결이 나지 않은 이야기이고 한국 특히 남도 지방의 풍습이나 우리 민족에 관한 내용이 많아 '이야기'는 많이 전개되지 않아 아쉽지만, 읽는 동안 많이 배우고 느꼈다. 한창 경제발전에 힘을 쏟던 1980-90년대에 우리 민족의 뿌리에 대해 전하려 했던, 일제 시대의 상처를 잊지는 않되 자신감을 북돋워 주려했던 작가님의 마음이 인상적이었다.
그 외 좋았던 책 몇 권.
내년엔 기대를 덜 할 테니까 좀더 만족스러운 독서 생활을 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