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설탕 두 조각 소년한길 동화 2
미하엘 엔데 지음, 유혜자 옮김 / 한길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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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나도 아이에게서 물러설 줄을 안다. 큰아이가 3학년 때였던 것으로 기억되는, 내겐 아주 충격적인 일이 있고난 이후로 그렇다. 무슨 일로 그랬던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난 아이를 심하게 야단하였고 아이는 자물쇠가 달린 비밀일기장에 입에 담지도 못할 욕을 갈겨놓은 걸 그 다음날 우연히 발견했다. 빨간 필기구로 박박 신경질적으로 모나게 써놓은 글귀를 보는 순간 어찌나 가슴이 두근거리며 얼굴이 화끈거리던지, 그날 난 나의 어린시절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난 어른들에게 그리 고분고분한 아이가 아니었다. 보기엔 말수가 적으니 온순한 형으로 보이지만 내부에선 불만과 비판과 내 나름의 잣대가 항상 촉수를 세우고 있었다. 나의 심기를 유독 긁은 분은 지금은 벌써 돌아가시고 안 계신 외할아버지였다. 다섯살 아래의 남동생을 편애하고 나에겐 별로 따뜻하게 대해주시지도 않았다. 내딴엔 그게 참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난 더 어릴 때부터도 엄마가 버스타고 가자고 하면 택시 타고 가겠다고 길바닥에서 딱 버티고 있기 일쑤였단다. 그래서 엄마는 살살 꼬셔서 나를 집까지 데려가서 심하게 때리곤 했단다. 한번은 우물에 빠뜨리겠다고 거꾸로 날 들고 내 고집을 꺾으려하기도 했다. 내려놓으니 난 죽는다고 펄쩍펄쩍 뛰면서 난리를 부리더란다. 고1 땐 담임선생님이 무슨 시집을 학급의 아이들 의사와는 관계없이 모두 다 사라고 하셔서 이의를 제기했다가 쓴소리를 들어야했다. 아무래도 만만한 아이는 아니었지싶다.

그래도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을 위험부담을 안고서도 자기가 먹겠다고 결정하는 렝켄은 나보다 열배는 착한 아이인 것 같다. 모두가 지나온 그 시절에 거대한 벽과도 같은 부모님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 한 번 안 가져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문제가 렝켄은 부모님의 큰 키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키가 좀 작았더라면 대화가 될텐데, 키가 너무 커서 말이 안 돼.'  이렇게 단순한 아이다운 발상에서 출발하여 렝켄은 환상을 경험한다. 렝켄은 마법을 쓸 줄 아는 요정을 자기 마음의 나라에 불러들인다. 빗물거리에서 사는 그 요정은 손가락이 여섯 개이다. 길다란 손가락을 깍지 끼고 앉아 렝켄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렝켄의 소원을 들어준다.

렝켄이 요정을 두번째로 찾게 될 줄은 자신도 몰랐다. 자신의 소원대로 부모님이 성냥갑 속에 들어갈 정도로 작아졌지만 정작 기쁘기만 한 게 아니라 두려움과 슬픔이 덮쳐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고아가 된 것처럼 세상에 저 혼자서 살아가야 하는 막막함은 물론 외롭기까지 하다. 렝켄이 두번째로 요정을 찾아가는 길은 더욱 매력적이다. 어디선가 바람을 타고 날아온 요정의 편지 한 장으로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려서 그것을 따라 하염없이 뛰어가는 것이다. 바람거리로 옮긴 요정의 집은 꽁꽁 언 겨울풍경이다. 이곳의 시간은 자연의 시간과는 다르다. 12라는 숫자만 있는 벽시계안에는 수리부엉이가 있고 밤 12시 아니면 낮 12시에만 마법은 발효한다.

부모님을 되돌려놓기를 위해서 요정은 렝켄에게 힘든 결정을 스스로 내리게 한다.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시간을 놓쳐버리는 꼴이 될 것이다. 렝켄은 드디서 '시간을 돌려주세요!' 라며 소리친다. 판타지의 세계에서 자신의 욕구를 해소하고 돌아갈 수 있는 현실이 있다는 건 행복하고 다행한 일이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불합리한 현실이 있기 때문에 환상의 세계가 더 진실한 것으로 간주되는 것일 게다.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은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에 아이들이 한 입에 톡 집어넣기 좋아하는 각설탕 두 개가 있다. 입에 들어가면 까끌한 느낌과 달콤함이 모순되게 느껴지지만 사르르 녹으면서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가. 내 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판타지의 공간에서는 시간을 돌린다는 식의 시간장치가 가능하다.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하는 소망은 누구든 가져봄직한 환상의 출발지점이다. 역시 미하일 엔데는 '시간'이라는 끝없는 주제를 놓지못하는 것 같다.

- 물론 그 결정은 지금 네가 이 자리에서 내려야 해.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원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게 되어 계속 그렇게 지내야 되거든. 살다 보면 그런 일이 종종 있잖아. 이해할 수 있겠지? 정말로 계속 이렇게 지내길 원하니?-

지금도 나의 어른들과 마음의 갈등을 하며 사는 나는 이 글귀가 마음에 꽂혔다. 3학년 아이들은 렝켄의 당찬 행동이 좀 심한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그동안 부모님께 터놓고 이야기하지 못하고 마음에 담아두었던 섭섭한 것을 표현하는 대목에선 봇물 터지듯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하고싶은 대로 하지 못하게 하는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기도 했다. 역시 아이들은 착하다. 어른들의 눈이 비뚤어져있을 뿐이다.

렝켄은 환상을 경험한 후 한 가지 변화가 생겼다. '렝켄은 부모님의 말씀을, 부모님은 렝켄의 말을 무턱대고 반대하지 않고 꼭 필요할 때만 그렇게 했'다. 나도 우리 아이들도 서로 물러나야하는 아름다운 지점을 안다. 참 많이도 전쟁을 겪고 얻은 지혜이다.

이 책은 환상적인 이야기에 걸맞게 삽화가 멋지다. 삽화가 주는 기묘한 분위기가 이야기를 더욱 극적이게 한다. 빗물거리와 바람거리의 요정의 집으로 들어가는 풍경은 그야말로 환상이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그 풍경을 담기에 지면이 부족한 것 같다. 오히려 눈을 감고 머릿 속으로 그려보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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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12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학생이라면 누구에게라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죠^^, 차분한 리뷰 잘 읽고 갑니다.

다연엉가 2004-05-12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2학년인 소현이도 서서히 반항의 몸짓이 일고 있다는 것을 느낄때가 있습니다.
아이의 말을 반대할때마다 부모의 키가 절반으로 줄여든다면 기꺼이 각설탕을 먹을 아이들이 많을 것 같네요. 리뷰를 읽고 많은 반성을 하게 합니다.^^^

BRINY 2004-05-13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아이들은 착하다-그 아이들이란 몇살부터 몇살인가요.
오늘 신체검사날, 중학생 130명 상대로 시력검사 하고 났더니 힘들어 죽겠습니다. 뒤에선 죽어라 떠들면서, 나와서 시력판 읽으라고 하면 웅얼웅얼.
게다가 스승의 날 전날이라고 법석을 떠는데, 그냥 학생들이 교실 어질러놓고 낙서하고 주전부리하고 소리지르는 이벤트일 뿐이지 뭐냐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선생님, 우리가 이런 거 해줘서 고맙죠?]하고 대답을 강요하더라구요.

호밀밭 2004-05-13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하엘 엔데의 작품 늘 좋아요. 사실 이 책은 읽지 못했지만요. 전 설탕이라는 단어의 어감을 좋아해요. 단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어떻게 그 느낌에 딱 맞는 이름을 가졌는지 신기해요. 이 동화 언젠가는 읽어 봐야겠네요. 좋은 리뷰 잘 읽고 갑니다.


달아이 2004-05-13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어느 방송에서 엄마의 잔소리란 주제로 토론을 했는데, 어떤 엄마가 그러더군요. 아이를 잘 키워야 하는 의무와 책임감 때문에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게 된다구요. 전 그 소리가 참 마음에 와 닿았는데, 큰애는 아닌가보더군요. 덕분에 또 짤막한 다툼극 하나를 펼쳤답니다. 이러다 우리 아이도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을 원하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

BRINY 2004-05-13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를 잘 키워야 하는 의무와 책임감 때문에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게 된다 -> 저도 맘에 와 닿는 소리여요. 지금은 애들 보내놓고, 우리반과 옆반에 한명씩 데리고 애보기하는 중입니다. 어른인 제가 참고 이해해야죠. 음음.

프레이야 2004-05-13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니님, 아이들 때문에 맘이 좀 상하셨군요. 제 생각에도 스승의 날 없애면 좋을 것 같아요. 서로 부담도 되고, 늘 감사한 마음이야 이 날 형식적으로 하는 것보다 어느 때고 마음에서 우러날 때 할 수 있잖아요^^ 님, 이 책은 초등저학년 권장도서로 되어 있구요. 전 3학년 아이들이랑 함께 읽었어요. 한 4학년까지는 아이들, 그래도 착해요. 간혹 아닌 것 같은 아이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 착하지요. 그애들 보면 내가 참 착하지 못하다는 생각 많이 하거든요. ^^

치유 2004-05-16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차분하고 좋은 글을 읽고 꼭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읽는나무 2004-05-24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밀렸던 리뷰를 몇편 읽다가....이리뷰가 마음에 와닿아 몇자 적습니다...
저와 같은 감정들을 느끼셨는지.....코멘트가 많네요..^^
많은 뜻을 내포한 책같단 생각을 하며....님의 리뷰 잘 읽고 갑니다.....^^
 
키가 크고 수수한 새라 아줌마
패트리샤 매클라클랜 지음, 이영아 그림, 아기장수의 날개 옮김 / 고슴도치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어린이독자를 긴장과 흥분으로 몰고가는 동화에 비해 이런 식의 동화를 아이들은 지루해한다. 나른한 일상과도 같은 스토리 전개에는 특별한 사건이나 자극적인 대사도 없이 전체가 잔잔한 바다의 물결이듯 하나의 고요한 리듬을 타고 넘는다. 그 바다에 몸을 맡기고 누우면 햇살이, 바람이 부드럽게 이마를 간진다. 그리고 어느새 마음은 근원 모를 충족감에 젖는다. 작은 것의 귀중함, 사소한 것들의 행복감, 서로를 기쁘게 해주려는 소소한 노력들이 사람의 마음을 참 푸근하게 만든다. 높은 파도를 타고 스릴을 느끼고 싶은 아이들은 이런 류의 동화에 매력을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문학적인 느낌을 가질 줄 알고 문장의 아름다움을 찾는 일에 기쁨을 느끼는 아이라면 충분히 재미있었다고 말할 것이다.

<키가 크고 수수한 새라 아줌마>는 원제를 꾸밈없이 번역해 놓은 제목이다. 좀더 글의 분량이 길고 묘사가 많이 나오는 <초원의 집>과 비슷한 시대와 공간을 배경으로 하여 미국개척시대의 생활이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작가가 자신의 가족사를 글감으로 하여 쓴 동화라는 점도 닮았다. 삽화는 번역하여 나오면서 그려넣었는데, 글의 내용을 좀 더 삽화로 많이 표현해도 좋았을 것 같다. 마치 외국사람이 그린 것 같다는 평을 아이들이 하는 것으로 보아 글의 분위기와는 맞아떨어졌다고 본다.

화자는 애나라는 소녀다. 남동생과 아빠와 살며 엄마를 대신하여 집안일도 하는 야무지고 착한 아이다. 둘째를 낳은 바로 다음날 저 세상으로 아내를 보내고 집안에 늘 퍼지던 노래소리는 끊겼다. 그런 아빠가 어느날 아내를 구하는 광고를 신문에 내고 얼마 후 기차를 타고 동부해안의 메인 주에서 중부 캔사스까지 한달 예정으로 온 새라아줌마. 그녀는 노란 보닛모자를 쓰고 커다란 천 가방을 들고 왔다. 한눈에 보아도 키가 크고 수수하며 손도 크고 거칠다. 머리도 잘 땋고 목수일도 잘 한다. 특히 그녀는 노래 부르는 걸 무척 좋아한다.

광활한 들판에서 농사를 주로 하는 애나의 가족과 새라가 살아온 해안 마을의 생활 환경은 많은 차이가 있다. 가치관에도 차이가 있어 캔사스의 가족들의 메인 주의 비교적 개방적인 사고와 말을 금세 따라한다. 새라는 하루도 바다를 그리워하지 않는 날이 없다. 그런 기미를 눈치 채는 예민한 애나는 그래서 불안하다. 새라의 딸이 되기를 바라는 애나는 가엾게도 새라가 좋아하는 바다가 우리에게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새라와 애나의 가족이 점점 가까워지는 과정이 참 섬세하고 소박하게 그려진다. 제이콥씨는 별로 말이 없다. 하지만 누구보다 자상하고 상대를 기쁘게 할 줄 안다. 예전처럼 집안에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계속 울려퍼지기를 바라는 애나가 새라에게 집중하고 고심하는 심리는, 애나가 비스킷 반죽을 젓다가 손동작이 느려지기도 하고 반죽을 섞고 또 섞는 행동으로도 잘 보여준다. 인물들의 소중한 감정을 은근하고 단아하게 보여준다. 부연설명이나 장식이 없이 심리묘사의 방식이 조촐하다. 문장도 길지않고 불필요한 묘사는 거의 자제했다는 느낌이 든다.

이웃의 매기 아줌마도 광고를 보고 아내가 되려고 와서 가족을 이루고 사는 사람이다. 테네시가 고향인 매기는 새라에게 '어디에 살든지, 늘 그리운 것들이 있기 마련이지요', 라며 정원을 꾸밀 수 있는 납작한 나무상자와 닭 3마리를 선물로 준다. 그리움을 달래는 수단이 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새라의 마음 속 그리움의 뿌리는 언제나 바다이다. 파랑, 회색, 초록색의 3가지 색을 띠는 바다를 내내 걸어두기 위해 새라는 읍내에서 3가지 색의 색연필을 사오고 새 가족이 되는 이들의 집에는 옛노래와 함께 새 노래가 울려퍼질 것이다. 애나와 케이럽 그리고 제이콥씨도 죽은 엄마와 아내를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늘 그리워하며 살아갈까.

4학년 아이들과 이 책을 함께 읽고 얘기 나누며 지금 그리운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거의 모두 돌아가신 할아버지 또는 할머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난 지금 내가 그리워하는 게 뭔지 모르겠다. 다시 오지 않을 지나간 날들이라고 말하기엔 아이들에겐 이해되지 않을 먼 나라의 그리움이라 난 입을 다물고 종알거리는 아이들의 착한 눈을 응시했다.

가족은 서로 닮아가나보다.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최대한 배려하고 기쁘게 해 주는 것이 참가족일 거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도 서로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면서 살아가는지. 가정의 달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의 사건들이 신문의 사회면에 끊이지 않는 요즘, 무슨무슨 날들을 형식적으로 챙기는 것보다 어느날 문득 조용히 내 가족을 위한 작은 기쁨을 마련해보는 건 어떨까. 바닷가 모래언덕을 그리워하는 새라를 위해 아빠가 만들어준 헛간 반 높이의 건초더미 모래언덕 같은 것처럼 말이다. 그 언덕은 이름하여 '우리의 모래언덕'이다. 네명은 점점 자신들도 미처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라는 이름으로 가족이 조심스레 되어가고 있다.

이 책은 한번 두번 문장을 되새기며 인물의 심리를 내것처럼 느끼면서 읽는 게 좋겠다. 담백해서 아름다운 문장과 잔잔한 감동을 만나는 즐거움도 신나는 사건이 펼쳐지는 이야기의 즐거움 못지않게 좋더란 걸 아이들이 느낄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케이럽의 이야기는 <종달새>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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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무늬 2004-05-17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바다에 몸을 맡기고 누우면 햇살이, 바람이 부드럽게 이마를 간진다. 그리고 어느새 마음은 근원 모를 충족감에 젖는다. 작은 것의 귀중함, 사소한 것들의 행복감, 서로를 기쁘게 해주려는 소소한 노력들이 사람의 마음을 참 푸근하게 만든다."
책이었다며 예쁜 색깔로 밑줄을 그어놓았을 구절입니다. 언젠가 어느 소설책을 읽어나가면서 누군가 밑줄을 긋고 자신의 생각을 적어놓은 것들을 보면서 참 놀란 적이 있었어요. 어쩌면 내가 그 순간 느낀 그 느낌들을 이렇게 정확하게 표현해놓았을까하고요. 더욱 놀랐던 것은 책을 다 읽는 순간 그 끝에 적혀있는 코멘트 밑에 제 이름이 있었다는 사실이었죠^^::
님께서 표현하신 이 구절도 혹시 예전에 제가 읽고 적어놓은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제 일상의 어느 순간엔가 느낀 느낌을 너무나 구체적으로 형상화시켜 놓으신 것 같아요. 저 스스로는 표현하지 못했었는데 누군가 그것을 구체적으로 표현해주는 순간에, " 맞아 바로 그거!"라고 대답하는 그런 느낌이네요.
제가 그리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자문해보지만 저 역시 쉽게 대답이 떠오르질 않네요. 분명 제 몸은 무엇인가를 목마르게 그리워하고 있는데, 제 의식이 삶의 속도에 취해 그 목마름을 망각하게 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늘 그렇듯이 잃어버려야, 그 부재를 통해서 목마름을 깨닫게 되는게 아닌지....삶의 행복이란 고통스러운 목마름에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족....얼마전에 어느 TV프로에서 독신 여자, 자녀 없이 살려는 부부, 이혼한 어머니 둘과 그 자녀들이 함께 이룬 가족에 대한 내용이 방송된 적이 있었습니다. 관습에 의해 형성된 가족의 틀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더군요. 님의 글에서도 그 장면들이 떠올라습니다.
한 편의 동화를 읽고 적어놓으신 짧은 글이 제게 참 많은 상념들로 울려옵니다.^^

프레이야 2004-05-17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무늬님, 님의 글에서 느껴지는 감수성이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 '삶의 행복이란 고통스러운 목마름에 있는 것' 이란 님의 글이 와닿으네요. ^^

예성림 2004-05-30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달새>까지 얼마전에 읽었습니다.
작가가 그리는대로 그대로 우리는 볼 수 있고 느낄수 있는 책이죠.
격렬함도 때로는 좋지만 때로는 이렇게 잔잔함도 좋지요.
작가의 장식없는 문체가 많이 부러웠습니다.
 

한달에 한번 꼴로 돌아오는 어머니 교육두레의 날이다. 나는 급식과 관련한 일을 돕는 것으로 조가 짜여졌다. 오늘은 급식재료를 검수하는 일을 하였다. 4명이 한 조인데 한 분은 갑자기 남편이 병원에 입원을 하는 바람에 못 오셨다. 아침 일찍 요가를 하고 와서 바로 아이 학교로 갔다. 희령인 혼자서 씻고 옷 갈아입고 있으라고 어젯밤 미리 당부를 해 놓았다.

8시30분 급식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영양사께서 사람 좋은 웃음으로 맞아주셨다. 전에도 한 번 뵈었는데 어쩜 그리 편안한 웃음으로 사람을 대하는지 참 좋아보였다. 급식 재료들은 벌써 도착하여 재료실에 쌓여있었다. 우리는 흰 가운을 걸치고 신발도 갈아신고 손에는 위생비닐장갑을 끼고 재료실로 들어갔다. 나는 리포터화일과 볼펜을 들고 재료 하나하나에 대한 포장상태, 위생상태, 온도, 수량, 원산지, 제조일 같은 것들을 체크하여 기입하는 일을 하였다. 다른 분들은 일일이 재료를 뒤적여보고 냄새도 맡아보고 세심한 눈으로 상태를 살펴보는 일을 했다.

냉동식품(명태포) 같은 경우에는 오는 과정에서 약간의 해동이 되어 박스 아랫부분에 있는 것은 괜찮은데 윗부분에 있는 것은 거의 다 녹아있었다. 운반과정에서 최대한 급속으로 하는데도 어쩔 수 없다고 배달원이 말했다. 영양사와 우리 검수단은 직송으로 배달 받는 걸 고려해봐야겠다고 말했다. 갑오징어는 원양산인데 냉동되었던 것을 냉장상태로 보관하였다가 가져온 것이었다. 이것도 윗부분에 있던 것에서 약간 콤콤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여러번 맡아보다가 한 마리를 들어냈다. 아깝게 어쩔 것인가 했더니 영양사는 과감하게 버린다고 말했다. 난 괜찮은 것 같던데 다른 두 분이 그렇게 까다롭고 꼼꼼하게 검수를 했다. 다 우리 아이들이 먹을 것이고 온도도 점점 높아가는 요즘이라 위생에 더 신경을 쓰이는 모양이다. 

야채(콩나물, 부추, 대파, 마늘)는 모두 무농약으로 쓴다. 콩나물이 참 건강하고 깨끗해보였다.  오는 과정에서 온도는 다소 높아졌지만 상태는 양호했다. 이 학교는 화학조미료를 일절 쓰지 않고 음식을 만든다. 오늘은 콩나물국의 국물을 내기 위한 넙적한 멸치(이름이 뭐더라?)가 두 박스 있었다. 원산지는 기장군이었고 잘 말려져 때깔도 고왔다. 그외 참기름, 식용유, 카레가루, 부침가루, 김, 어묵 같은 것들도 다 좋았다. 그런데 재료실 타일바닥이 물기가 있어 좀 질척거리는 게 맘에 들지 않았다.  한 사람이 급식재료운송차도 상태를 점검하였다.

오늘 아이들 급식식단은 쌀보리밥, 콩나물국, 흰살생선카레튀김, 어묵오징어무침, 김구이, 비지미김치다. 맛있겠다. 난 아이들 아침을 빵으로 하기 때문에 학교나 유치원에서 점심을 맛있게 먹는 걸 상상하며 그나마 위안한다. 게으른 엄마의 변명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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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5-11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내일 중으로 급식업체 방문이 있다고 들었는데...처음이고, 게다가 살림엔 소질이 없는지라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

BRINY 2004-05-11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곳은 자체급식하시나보네요. 저희는 S그룹 계열사에 위탁급식하는데, 학부모 급식 검수는 없어요. 저도 가끔 학생식당 가서 밥먹는데, 괜찮더라구요. 반찬은 김치 빼고 3가지. 도시락 반찬으로 환영받는 것을이 주로 나와요. 냉동식품 튀김류가 자주 나오는 거 아니냐고 가정 선생님은 지적하시지만, 저야 워낙 찬 도시락 밥이 싫어서 학교 다닐 적엔 거의 빵 싸가지고 다녔기에, 따뜻한 밥과 국을 먹을 수 있고 도시락 안 싸갖고 다니는 것 만으로 감사하답니다.

프레이야 2004-05-11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자체급식을 합니다. 급식실 설비를 잘 해놓았어요. 전교생이 급식실에서 갓 나온 따끈한 밥과 국으로 식사를 하죠.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해요. 저도 도서실 도우미 하는 날이면 급식을 먹는데 아주 맛있고 깔끔해요. 신설학교라 내년엔 6학년은 교실에서 먹게 될 거라네요. 학생수가 늘어나니까요. 이번 주 금요일 식단이 뭐더라, 현미밥, 추어탕, LA갈비찜, 오이소박이, 배추김치네요. 꼴딱 침 넘어가요, ^^

이리스 2004-05-11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추어탕.. 같은 것도 나오는군요.. ^^

파란여우 2004-05-12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급식수준이 거의 호텔식에 버금가는 수준이군요...요새 애들은 정말 좋겠다.^^

호랑녀 2004-05-13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추어탕에 갈비찜이라구요?(아무래도 이사해야겠군요)
우리학교도 올해부터 어머니회에서 급식검수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참 어렵네요. 일단 내 아이 놔두고 급식검수하러 일찍 나오는 것도 부담이시고...
가끔 엿보는데, 참 열심히 하시네요. 도서실도우미도 하시고.
배혜경님 아이들네 학교는 참 좋겠어요.

프레이야 2004-05-13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 호랑녀님, 침나오죠? ^^
이번 금요일(5월14일)의 급식식단은 특별히 스승의 날 축하급식이랍니다. 그래서 다른 때보다 식단이 좀 고급^^으로!! 다른 때도 맛있구요.
 
쉽게 찾는 우리꽃 - 봄
김태정 지음 / 현암사 / 199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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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암사에서 펴낸 '쉽게 찾는' 시리즈 중 '우리 꽃' 편은 3권으로 나뉘어 있다. 하나는 봄, 또 하나는 여름, 그리고 가을과 겨울을 한 데 묶었다. 이 책은 한 손에 꼭 쥐고 나들이 가기에 좋은 판형이라 맘에도 쏙 들어온다. 어른 옷의 호주머니나 아이들의 작은 가방에 쏙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이다. 산으로 들로, 또는 집 주변의 호젓한 산책길에, 연령 구분 없이 아이고 어른이고 쥐고 다니며 펴보기 좋은 크기와 모양이다. 

'걸어다니는 식물도감 김태정 선생님의 색깔별 야생화 사전'이라는 소제목처럼 이 책은 간단명료한 사전식이다. 긴 글이 아니라, 꽃마다 10여가지의 항목으로 짧고 분명한 기록을 해놓았다. 이를테면 속명, 분포지, 개화기, 꽃색, 결실기, 높이, 특징, 용도, 생육상 같은 항목으로 나누어 알기 쉽게 명시해두었다.

특이한 점은 색깔별로 봄꽃을 모아놓은 것이다. 우리의 야생화는 어느 한 가지 색으로 말하기 곤란한 것들도 많아 애를 먹었다는 글과 함께, 크게 흰색, 노란색, 녹색, 붉은색으로 나누어 모아두었다. 내가 좋아하는 보라 계열의 꽃은 붉은색으로 들어가 있다. 그 안에서 다시 꽃들을 나열하는 순서에는 어떤 기준이 있어보이진 않는다. 그래서 찾으려면 조금 주의를 기울여야한다. 꽃과 잎의 모양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클로즈업된 사진을 다시 두어 우리가 관찰한 것과 비교해볼 수 있게 하였다. 이렇게 모두 210여종의 봄 야생화가 색깔별로 옹기종기 모여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 같다.

한 생명이 엄마의 태안에서 나오면서 탯줄과 결별하는 동시에 아기는 이름으로 불린다. 엄마가 그 작은 생명을 이름으로 부르는 건 동고동락했던 생명이 아기에게 계속 이어지는 것이며 사랑과 관심이 끊이지 않음을 말한다. 수많은 야생화를 보고 또 스쳐지나가면서도 그에게 다가가 다정히 이름 불러주며 말을 걸어보지 않았던 것 같다. 나도 모르는 나의 무관심이, 아니면 무심함이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했으리라. 내가 먼저 눈웃음 짓고 이름 불러줄 때 그가 사람이든, 야생화이든 나의 벗이 될 것이다. 내 사랑의 영역 안에 보금자리를 틀 것이다. 

이 봄꽃 사전으로 꽃이랑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나들이 가기 전 먼저 만나보는 것도 좋겠다. 표지에는 세밀화로 그린 꽃 한 줄기가 뿌리채 서 있는데, 붉은색 편에서 찾아보니 뻐꾹채라는 국화과의 꽃이었다. 이름도 하나하나 불러보면 어쩜 그리 정겹고 아름다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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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편지 2004-05-10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리즈의 책들과 한 권으로<어린이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나무백과사전> 어떤 게 날까 고민하다 아직 구입을 못했습니다. 여러 권으로 나뉘긴 하지만 가지고 다니기도 편할 테고... 손에 쏙 들어오는 것이 더 나을까요..

프레이야 2004-05-10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책은 못 보긴 했지만, 나무에 관한 사전이니, 우리꽃 시리즈와는 좀 다를 것 같은데요.
'쉽게 찾는 우리나무'도 있더군요. ^^

즐거운 편지 2004-05-10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이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풀백과사전>이네요.^^
그렇죠.. <쉽게 찾는 ~> 시리즈가 꽃, 나무, 나물... 거기에 또 세분화되고 그래서 나무나 꽃은 한 권으로 된 걸 구입해야할지.. 그러다 다른 책 구입에 밀리고 있답니다.^^


다연엉가 2004-05-10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괜찮더군요. 아담하여 가지고 다니기에도 안성마춤이고요. 전 내일 엄마들 10분이랑 들꽃여행을 가는데 이 책을 들고 갑니다. 다른 분들께도 추천하고요.
그런데 전 엉가처럼 이런 글이 안나와 항상 부러울뿐입니다.^^^^^
 
여자는 힘이 세다 : 한국편 세상을 바꾼 여자들의 빛나는 도전 이야기
유영소 지음, 원유미 그림 / 함께자람(교학사)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제목이 주는 느낌은 양성평등을 은근히 부르짖는 쾌활한 분위기의 창작동화에 가깝다. 하지만 부제 '세상을 바꾼 여자들의 빛나는 도전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여성인물이야기 책이다. 세계편이 먼저 나왔고 한국편이 뒤이어 나왔다. 세계편에서는 제인 구달, 마리 퀴리, 아멜리아 에어하트, 마더 테레사, 아웅산 수지, 헬렌 켈러, 마거릿 버크화이트가 등장한다. 아이들이 잘 모르고 있었던 인물들을 더 많이 다루고 있어 바람직하다. 한국편에서는 최승희, 최은희, 정정화, 박에스더, 명성황후, 이태영 그리고 조수미를 만날 수 있다. 대개의 5학년 아이들이 명성황후와 조수미 정도를 친근하게 들어본 정도였다.

인물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만나게 해 줄 때는 다소 조심스럽다. 한 인물을 제대로 이해하고 다각도로 조명해볼 수 있을 정도의 눈을 가질 수 있기 전에 어른들의 성급한 마음이 설익은 인물이야기책을 들이미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위인전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인물이라면 업적은 분명 있으니 한 인물의 업적 정도는 알고 넘어가겠지만 그 인물에 대한 판에 박힌 듯한 인식이 생겨버릴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또한 한 인물을 이해하려면 그 인물이 살았던 사회역사적 배경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보다 폭 넓은 통시적인 이해가 가능하려면 초등고학년에(독서력이 있다면 4학년 쯤에) 인물이야기를 만나게 해 주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자는 힘이 세다>에 나오는 인물들은 어쩌면 요즘 아이들이 괴리감을 느낄 수도 있는 여성인물들이다. 별 어려움을 모르고 온실 속의 화초로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 험난한 길을 스스로 선택한 이들이 얼마나 공감을 불러일으킬지 안타까웠다. 역시 아이들은 나의 우려대로 그들이 몸담았던 암울한 시대의 비극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선 나도 별반 크게 다를 게 없겠지만 말이다. 이들 주인공의 공통점은 조수미를 제외하고는 모두 일제강점기를 살아냈던 여성들이란 점이다. 만약 이 시대에 살았던 인물이라면 어떤 길을 택했을까 잠시 생각해보았다. 역시 그 성품대로 강직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개척하며 뜻을 펴서 세상을 바꾸어보려 애썼을 거라 믿고 싶어진다.

무용가, 기자, 의사, 여자대통령, 변호사 또는 판사, 그리고 음악가(성악가) 같은 꿈에 대해 이야기하며 아이들은 어두운 역사의 그림자는 잊고 자신들의 꿈에 대해 조잘댄다. 인물의 이야기가 아이들의 꿈에 그런 식으로 접목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좀더 정의감이 돋보이는 아이라면, 사회의 편견과 온갖 종류의 불평등, 식민국과 이념의 대립이라는 참담한 역사, 비굴한 동족에의 배신감과 굴욕감 앞에서  자신의 참다운 길을 스스로 선택한 이들의 의지에 목이 메이고 가슴에 강한 빛 한 줄기가 들어왔을 것이다. 

압록강을 수차례 건너다니며 독립자금을 나를 때에도 겁나지 않던 정정화가 후에 우리 경찰에게 수모를 당하고 무릎이 꺾일 때,  '독립자금을 가져오겠다며 겁없이 국경을 드나들던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 그 차가웠던 마룻바닥이 내 가슴마저도 식게 만든 것이다.' 라는 대목에서 난 쓰라렸다. 쉰두 살의 정정화 의사의 가슴에 붙타는 애국심을 일순간 싸늘하게 만든 건 일제시대 경찰과 다르지 않았던 우리 경찰이었다고 나온다. 우리가 그래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지금의 자유와 평등은 이같은 인물들의 고난의 선물이다. 

이 책은 일곱 명의 여성인물을 다루다보니, 깊이보다는 압축된 내용으로 중요한 업적과 긍정적인 측면만을 보이고 있다. 역사적인 배경설명도 다소 부족한 면이 있지만 흐름을 이해하는데 그리 부족하지는 않다. 인물의 사진이 적절히 나와있어 처음 만나는 인물에 대해서도 그리 낯설지 않게 보여주어 아이들에겐 실제와 동떨어진 인물이기 쉬운 점을 덜고 있다. 그외 인물의 자서전 등의 자료글과 주변인물들의 말을 실어 인물을 좀더 다각도로 이해할 수 있게 돕고 있다. 또한 조수미 같은 현대 생존 인물도 등장시켜 세계에 한국을 알리고 있는 당당하고 아름다운 여성의 힘을 다정한 편지글로 전해준다.

이 책과 함께 세계편도 보고, 아이세움에서 나온 여성인물이야기 시리즈를 연계하여 보여주면 좋겠다. 엘리너루스벨트, 아멜리아 에어하트, 최은희, 이태영, 수잔 B. 엔터니까지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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