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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돈키호테를 찾아서 - 포기하지 않으면 만나는 것들
김호연 지음 / 푸른숲 / 2025년 3월
평점 :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어보고
작성한 포스팅이에요.

책의 제목을 보자 다른 책 두 권이 떠올랐다.
김호연 작가님의 소설 <나의 돈키호테>.
그리고 얼마 전에 읽었던 최민석 작가님의 에세이 <마드리드 일기>.
책 제목에서 작가님의 소설, <나의 돈키호테>이 떠오르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스페인-한국 교환 작가로 김호연 작가님보다 1년 후에 간
최민석 작가님의 <마드리드 일기>에 '김호연'작가님이 등장했기 때문에
김호연 작가님의 에세이도 나올 거라는 예상을 은근히 하며 기다렸기 때문이었다.
<파우스터>와 <망원동 브라더스>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작가님이
한차례 호황기(?)를 지난 후 새로운 작품과 생계 등을 고민 중에
찾아온 3개월간 스페인과 한국 교환 작가로 선정 소식을 받게 됐다.
그렇게 스페인 마드리드 레지던시인 '헤지덴시아 데 에스튜디안테스'에서
3개월간 지내며 겪은 이야기를 에세이로 담은 책이다.
다만 '돈키호테'에 관한 소설을 쓴다는 조건이 붙었다는데...
그래선지 이 책에는 마드리드 이야기뿐이 아닌 돈키호테를 찾아다니는 여정이 담겨있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3대 미술관인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 프라도 미술관,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의 다른 분위기와 미술관 속 작품 이야기,
그리고 마드리드의 북동쪽에 위치한 세르반테스의 고향 알칼라 데 에레나스까지 다양한 스페인의 이야기가 있다. 옛 카스티야 왕국의 수도였던 마드리드에서 차로 10분 걸리는 톨레도까지 나온다. 스페인을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나는 네xx에 미술관과 도시 이름을 검색창에 넣어 이미지 파일과 함께 보며 읽기도 했다. 세르반테스의 생일을 맞이하여 열리는 행사도 새로웠다. 돈키호테 낭독과 퍼레이드는 정말이지 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작가님의 경험과 자료수집이 소설에 잘 담겨 있다.)
작가님의 에세이는 작가님의 소설과 참 많이 닮았다. 소설뿐 아니라 이 에세이에서도 초반에는 공항에서 자신을 마중 나오는 사람들을 찾고, 마드리드 적응하는 과정에서 삐거덕 되는 모습이 큰 웃음을 안겨준다. 웃픈 과정이긴 하지만, 소설 속 인물도, 에세이 속 작가님도 어떤 한 목적을 갖고 있다. 오랜 시간 결과도 없고, 맨땅의 헤딩 같은 느낌에 무언가를 해도 좌절할 수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나아가는 굳건함이 이 에세이에도 엿보인다. 작가님 소설에 나왔던 인물들에게서도 비슷한 모습이었던 게 떠오른다. 꿋꿋이 조금씩 나아간 과정의 그 끝은 좋았다. 작가님도 이 마드리드 교환 작가 시기를 거치고, 이후에 쓰신 <불편한 편의점>이 23개국에 판권도 팔려 2023년과 24년엔 스페인에 특강 및 현지 독자들과의 북토크도 있었으니 말이다. 24년 하반기엔 스페인에서 만난 돈키호테를 토대로 소설 <나의 돈키호테>도 완성에 독자들의 사랑을 받기도 했다.
작가에 '전업'이란 단어를 붙인 '전업작가'란 단어가 이 책을 읽는 내 눈에는 볼드체처럼 보였다. 작가가 아닌 굳이 전업 작가라고 왜 늘여 불러야 했을까?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을 작품을 언제 내보일지 알 수 없고, 생계에서도 불안정한 것이 작가의 삶일 테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이런 작가의 삶에서 '그럼에도 나는 오직 쓰고 또 씁니다'라고 말하고자 '전업작가'를 쓰신 게 아닐까 생각했다. 내외부적으로 치열하게 싸워가야 하는 고군분투하는 작가의 삶이 그 '전업'이란 단어에 얹혀 있는 듯했다. '전업작가'란 단어에서 외로움과 함께 묵묵하면서 묵직한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나도 같은 전업을 쓰는 '전업주부'이지만, 나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만...
만화 스토리에 편집자의 삶을 거쳐 시나리오와 소설까지 다양한 글쓰기를 한 작가님이라서 김호연 작가님의 글은 쉽고 재미있다. 친절하고 배려 있다. 작가님 본인 소설이 되길 원하고 의도하는 '에어포트 노벨(비행시간에 읽으려고 가져가는 책)'에 이 에세이 또한 너무 들어맞는다. 또한, (작가님들이 대체로 그러시려나? ㅎㅎ) 글감을 위해 몸 하나 불사르는 것을 오히려 바라시는 것 같다. 가령 작가님을 찍어주겠다고 배려를 보이는 독일인이 사진을 찍어주고 난 후 작가님의 핸드폰을 도망가는 일을 상상하며 그랬다면 글감이 됐겠다고 하는 장면이 있다.
아무튼, 이 책 속 스페인의 이야기는 또 다른 여행 에세이처럼 재밌다. 그곳에 있는 유명 관광지와 유명인들의 장면들이 그려진 장소들을 떠올리며 가고 싶은 희망을 품는 것도 즐겁다. 에세이 속에서 작품을 향해 나아가는 작가님의 글쓰기의 과정이 한 치 앞도 알 수가 없어서 우리네 인생과 비슷해 보인다고도 여긴다. 작품이 완성되어가는 기승전결 또한 흥미롭고 그가 만난 돈키호테는 용기와 도전까지 불어 넣어주는 듯하다. 돈키호테의 무모해 보이는 행동이 쉬워 보인다고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승승장구하는 듯 보였던 베스트셀러 작가, 김호연 작가님이 스페인을 거쳐 이 책을 내기까지의 모든 과정도 그러했을 거다. 아마 그런 순간순간을 친구들과 함께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돈키호테의 모습을 따라 지금까지 오셨을 거라 생각하며 에세이를 읽고 내게도 묘하게 도전이 된다. 나 또한 그런 돈키호테의 호기로움을 따라 700여 페이지가 넘는 고전 <돈키호테 1>를 읽어보는 도전을 감행기로 했다. 내게 산초와 로시난테는 누구로 하지?는 생각 좀 해봐야겠지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