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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일기 - 책과 사람을 잇는 어느 다정한 순간의 기록
여운 지음 / 티라미수 더북 / 2025년 7월
평점 :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어보고
작성한 포스팅이에요.
#책과사람 #서점원의기록 #서점일기

취미는
한 사람이 누군지
한눈에 보여주는
가방에 달랑거리는 키링과 같다.
그것으로
카페도 만들고,
모임도 만들 수도 있는,
밤새워이야기 할 수 있는
공통된 취미 소유자들만이
공유 가능한 이야기들이 있다.
이야기하고 싶어하고
또 그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책은 자신을 말해주는
키링같은 것일테다.
책 이야기를 할 때
귀가 쫑긋해진다.
책 이야기가 다뤄진 문장이
스쳐서라도 눈에 띄면
눈길이 가다 멈춰선다.
이 책은
내가 그런 이유로
픽(Pick!)한 책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책'이 사는 집!
바로 '서점'의 이야기다.

이 책은 세 가지 구성으로
책과 사람을 잇는 어느 다정한 순간을
기록하고 있다.
(첵제목 카피에서 가져왔습니다.^^)
인터넷 서점, AI는 절대 못할 일이다.
문제집을 구매하려는 학생,
손주에게 책을 사 주려는 할머니,
시집을 찾는 어르신,
<에그박사><흔한남매>의 매니아인 어린이,
문제집을 찾는 학원선생님까지
남녀노소가리지 않는 고객들이
그들의 책을 찾아
이 서점에 들른다.
저자가 사람이기에
이들의 일상적인 모습에 주목하고,
사람이기에
이런 일상도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인터넷 서점이 생기고,
총알과 양탄자를 앞세워
빠르게 배송되는데다
오히려 더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게
요즘 책이다.
인터넷 서점 속
AI는 어쩜 그리 내 취향을 잘도 아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고리즘이 나를 더 잘 안다.
그리고! 요즘 종이책만 있나?
전자책으로도 서점에 가지 않아도
책은 손쉽게 볼 수 있다.
책의 손쉬운 접근성에 역행한다듯
독서인구는
매년 다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기사는 말해준다.
너무 자주 보여 놀랍지도 않을 정도다.
동네서점은 폐점을 맞게 됐다는 소식도
종종 마주한다.
우리에게 서점이 존재 이유가 있을까
생각하는 게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서점을 통해 책을,
그 안의 다정함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아직 있다.
그 책과 사람이 이어지는
이야기가 나는 그리웠다.
똑똑한 책보다는
정확한 정보보다는
한마디에 위로받고
표정으로 온기를 주고 받는다는
일상이
모습이
아직 서점이 있어
존재한다는 걸
나는 이 책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따스한 삶의 냄새가
책이 있는 그곳에는
여전히 있어보여서
코를 대고 킁킁대듯
나는 이 책을 읽었다.
저자님 서점
어딘지 알면
한번 가보고 싶기도 했다.
우리 동네에 있음 얼마나 좋을까?
그 서점에서
온기가 담긴 책공기를
나도 느껴보고 싶다.
(작가님! 이 글 보면 좀 알려주심 안되나요?^^)
책에 대한, 그리고 책을 매개체로 한 모임에 대한 글도
인상적이었다.
저자의 생각이 나랑 너무 똑같아서
내가 적은 게 아닐까 싶은 문장들이
한두군데가 아니었다.
함께 읽기의 가장 중요한 점은 나와는 다른 시선을 접한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만 갇혀서 나만 옳다고 여기는 확증편향에 빠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는 태도는 매우 위험하다는 감각을 상기시켜 주는 것이 바로 독서 모임이다. 나와 의견이 달라도 '아, 그럴 수도 있구나'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다. 생각이 한 곳에만 고이지 않으려면 다양한 관점을 접해야 한다. 생각은 흘러야, 마음은 나눠야 건강해진다. ...p.154
어쩌면 소설의 역할, 문학의 역할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사실을 바탕으로 한 소설을 통해 직접 겪은 일은 아니더라도 읽기를 통해서 인물의 입장이 되어 그 슬픔과 고통을 함께 공감하고 기억하는 행위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가장 먼저 '써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마음이 가장 크게 들었다. 스스로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꼭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까닭은 그것이 아마도 작가의 소명이라고 여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p.209
매일 수많은 책들이 쏟아지는 세상을 살고 있다.
그 많은 책들,
소화하지 못할 거면서
조금이라도 내 속에 꾸역꾸역 넣고 싶은 욕심에
정신못차리고 내 눈앞에 쌓아둘 때가 많았다.
책의 여운이 남기도 전에
다음 책을 꺼내드는,
이렇게라도 하면 내 것이 될 거라는 착각에
휩싸일 때가 많다.
(이미 나보다 더 뛰어난 AI가
내 앞에서 날아가고 있단다...)
필사를 하고,
적은 책을 읽더라도 곱씹어 읽는 저자의
독서 습관에
내 책읽기도 한번 돌아봤다.
저자처럼 꾹꾹 눌러 필사하며
한문장이라도 깊이 담아보는
책읽기를 (몇 번에 한번이라도) 해보리라 생각했다.
감정을 뒤흔들고
여름을 서늘하게 해줄
에어컨 같은 강렬함이 있는 책은
당연히 아니다.
산들바람처럼
들어올 때가 있고 멈출 때가 있는
피부를 가볍게 스치는 바람이 느껴지는 책이다.
책을 키링처럼 달고 사는 당신이라면,
이 여름 푸르른 숲을 떠올리며
이 책 속에서 느껴지는
부드럽게 감싸는 산들바람같은
AI는 절대 해줄 수 없는
책과 서점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공감했으면 좋겠다.
책이 들어간 이야기는
사람 숨결이 들어간 책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언제 읽어도
나도 끼어들고 싶게
재미난 이야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