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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를 떠나면
크리스털 하나 김 지음, 허선영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6년 8월
평점 :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어보고
작성한 포스팅이에요
#K디아스포라 #장편소설
#한국전쟁 #네가나를떠나면 #크리스털하나김

비극은 참으로 참혹하여
우리를 참담함으로 인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비극으로 눈물범벅된 과거에서
반복되는 실수를 하지 않으려
그 비참함을 더욱 알려 애쓰고
그런 역사의 반복이 더 이상 없기를 바라며 과거를 읽는다.
이민진 작가님의 추천도 있었지만,
<파친코>와 비슷한 느낌의 책이라 선택했다.
내용이 아무래도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해서일지 모르겠지만,
한국계 작가님들의 책을 보면 내용에서 실용성이랄까? 그런 게 느껴진다.
현상을 명료하게 바라보고,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인물들은 수동적이지 않고, 능동적으로 애쓰고 싸워내는 모습들이 엿보인다.
이 책을 읽으며 아이들과 6.25 전쟁에 대해 이야기해봤다.
아빠가 태어나기 고작 30년 전에
너희가 배운 6.25전쟁이 일어났다고,
너희 외할아버지는 당신 누나에게 업혀 북한에서 서울을 지나 홍성까지 피난 왔노라고
말해줬다.
생각보다 좁은 시간적 격차에 아이들이 깜짝 놀랐다.
'한국전쟁이 고대시대 이야기가 아니었네?'
우리나라 이렇게 짧은 시간의 급변을 반복하다 못해
현재는 K-컬처로 영향력을 세계적으로 발산하고 있는 데까지
왔다는 사실이 아이들에겐 얼마나 체감이 될까?
나야말로 그 변화가 체감이 안 되는데,
일제강점기, 전쟁, 그리고 독재를 지나온 어른들은
이 당시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살아갔을까? 어떻게 그 시간을 견뎌냈을까?
사촌지간인 두 남자, 지수와 경환은 한 여인(해미)에게 같은 마음을 품고 있다.
하지만 당시는 6.25전쟁이 터진 직후라
지수는 서울에서 그리고 지수와 경환은 같은 지역에서 남쪽을 피난을 내려왔다.
홀어머니와 폐가 안 좋은 동생이 있는 해미에게 지수가 청혼을 하고,
함께 놀아온 경환과는 결국 그렇게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지수는 청혼하자마자 경환과 참전을 하고
그 전쟁을 버티고 견디다 결국 지수, 경환과 재회하게 된다.
작가님은 이민 2세대이면서 한국전쟁을 겪은 외할머니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책을 완성했다.
세계대전의 영향 속에서 조선은 그리고 한국은
일제 침략과 남북전쟁(6.25전쟁), 그리고 독재 정권 집권 등을 겪으며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허겁지겁 쏟아내고 있었다.
그런 소용돌이를 살아내는 이들의 모습을 이 책은 담고 있다.
누군가는 먹고살기 바빴고,
누군가는 정치적으로 독재를 꾀하는 이들을 비판하며 타도를 외치고,
누군가는 시대의 흐름을 재빠르게 탐지하고 자기 배를 더울 늘리기에 급급했겠지.
그런 이야기가 이 책 속에 있다.
전쟁 속에서도 가진 사람과 갖지 못한 사람의 차이가 있었다.
친척 누군가의 집을 얻어낸 해미는 '집'이란 게 있었고,
경환은 그렇지 못했다.
전쟁 이후의 삶도 마찬가지였다.
휘문고 아이들은 대입을 안정적으로 치러내기까지 차근차근 준비하지만,
청계천에서 쓰레기를 주우며 살아가는 경환에겐 주야 독경으로 겨우 독학해야 했다.
쥐에게 살점을 물린 경환에겐 당장 살 앞길도 막막한데,
치료해 주는 의사는 의사가 되려면 이 나라를 떠나 공부하라고
경환에게 맞지 않는 조언을 한다.
지수는 소작농을 관리하며 자신의 집을 소유할 만큼 넉넉한 삶을 살지만,
경환은 종이 찍는 공장에서 일하거나 화장품 판매원이 되어
자신의 집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특히 경환의 경우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며 현실을 극복하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환경에 부딪히고 결국엔 그 삶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무력한 인간의 모습을, 인생의 허망함을 볼 수 있었다.
비슷하게 주체적으로 살 수 없는 데다 자신의 뜻대로 살 수 없었던
해미의 삶에도 눈길이 갔다.
해미는 영리하면서 똘똘했지만, 가족 특히 동생을 챙겨야 했다.
그 가족이 살려면 자신이 안정적인 사람과 결혼해야 했다.
그렇게 가정에서 남편을 내조하며 자식을 가져야 하는
조력자는 되어도 주체자는 될 수 없다.
그녀의 자녀들은 낳을수록 더 견딜 수 없는 짐으로 그녀의 삶을 억누른다.
해미라는 캐릭터가 딱히 상식적이라 생각되진 않지만,
가정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성에게 헌신과 생산을 요구하는 사회적인 압박과 마주하여
그녀는 자신을 찾고 싶어 하고, 자신의 삶을 주도하고 싶어 한다.
아마 직접 무언가를 할 수 없고 돌파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그렇게 해미가 변덕을 부리며 일탈하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전쟁과 혼돈의 정치사회에서 서민의 삶이 보이는 작품들에 익숙해선지
이 책은 비교적 현대적인 느낌이 들었다.
설탕도 못 먹을 텐데 시럽이라고?
휴가라는 개념이 이때도 있었을까?
우리나라가 '차'를 마시는 문화였던가 싶게
'차'를 마시는 장면이 유독 자주 있었는데,
아무래도 미국계 작가님이셔서 근대적인 느낌이 살지 않았을까 생각도 했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
가장 강렬했던 단어가 있었다.
바로 '질투'다.
남이 가진 것을, 내가 못 하는 것을, 억압당하는 시선에서
내게 없는걸 갖고 있는 상대를 바라볼 때 생기는 마음이다.
이런 폭탄 같은 질투를 몸에 지닌 인물들은
탱탱한 외줄 같은 삶을 버티고 살아냈다.
때론 들끓는 감정을 쏟아내고, 행위로 표현하고,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해 애쓰고 발악했다.
아주 다른 2026년의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 딱히 달라 보이진 않았다.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인데도 몰입감이 엄청나 흥미롭게 읽었다.
역사의 그 비참함을, 우리나라에서 점차 잊혀가는 풍습과 관습에 대해
우리나라를 또 새롭게 알아가는 계기이면서도
인생의 선배들의 인생을 통해 또 삶의 의미와 현상을 되짚어보는 책이었다.
<파친코>를 재밌게 읽으신 분이라면,
몰입감 넘치는 대서사의 역사소설을 읽고 싶은 분이라면
많이 많이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