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우리집 작은딸 14번째 생일이었다.
13년 전 이때 나는 수술로 출산 후 병원에 누워 추적추적 내리는 봄비 소리를 듣고 있었다.
4월 초 퇴원하는 날 특히 비가 많이 내렸다.
그날 좀 참담한 심정으로 집에 왔었고 그렇게 또 정신없이 세월이 흘렀다.
아이는 어릴 때부터도 잘 먹고 어찌나 건강한지 여태 고맙지만 이제 살은 그만 찌고 좀 빠져야되는데 은근 걱정이다.
키는 165센티미터로 반에서 두번째라고 하는데 교복이 벌써 터질 거 같다.ㅋ
키 더 크면 치마가 너무 짧아질 건데...
아침에 미역국을 끓여달라고 해서 끓여주고 그전날 아이랑 같이 나가서 산 케이크 잘라주고
단발머리 안 뒤집어지게 스타일링(^^)해 주고 학교 보냈더니(만날 허겁지겁 나간다)
오후에 친구들한테 생일선물 많이 받았다며 좋아라 풀어놓았다.
그중 제일 눈에 띈 건 바흐 연주곡 악보집!
남자친구가 준 거다. 깨알같이 글을 쓴 엽서와 함께.
오늘 그 아이 엄마랑 통화를 했는데 고민끝에 아이가 고른 선물이란다.
피아노를 둘 다 잘 치니까 딸이 뭘 좋아할지 며칠을 고민한 끝에... 포장까지 직접해서...ㅋ
오늘 아침에도 정신없이 챙겨서 보냈더니 사물함 열쇠를 안 가져갔다고 문자가 와서
세수도 안 하고 뛰어나가 열쇠를 갖다주고 왔다.
중학생이 된 지 한 달, 아주 잘 적응해 다니고 있고 도서위원으로 자진해 활동도 하고 바이얼린도 다시 시작했다.
지난 일요일에 친구 한명이랑 같이 데리고 나가 피자 사주고 운전기사 노릇 해주고 악기사 가서 바이얼린도 손봤다.
브릿지랑 어깨걸이랑 1번 줄이랑 활이랑, 새것으로 교체하고 물건 좀 깨끗이 쓰라고 살짝 잔소리 한마디 하고.
오래 둘 땐 활을 풀어놓아야 되는데 깜박해서 활이 휘었다며,
유머러스한 주인아저씨 말씀, 양궁할 거면 그대로 쓰시고...ㅋㅋ
아이가 매사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라 고맙다.
가끔은 오늘처럼 영어학원 땡땡이도 치지만 썩 잘하고 있는 줄 안다.
다그치지 않고 자율적으로 할 수 있게 사달라는 문제집만 사줬다.
중간고사에 약속한 게 있으니... 그러지 않아도 잘 하고 싶은지 학기초부터 의욕이 대단하다.
그러면서 컴퓨터앞에서 보내는 시간도 만만치 않으니... 이건 뭐?ㅋ
좀 더 있으면 정말 아이랑 함께할 시간이 줄어들 건데
아직 어릴 때 아이랑 대화도 많이 하고 아이의 친구로 편안한 상대가 되어줘야겠다.
늘 모자라는 엄마라 이것저것 마음이 안 됐다. 이제 딸들 눈치도 봐야하고.
내일이면 4월이 시작된다.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