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학년 작은딸이 어제 방학식을 하고 오늘부터 여름방학에 들어갔다.  십자수를 하고 싶다고 해서 돈을 줬더니 십자수 세트를 어제 사들고 들어왔다. 완전초보인데 세트 안에 든 간단한 설명서를 보고 바로 시작했다.  

바늘귀에 실을 꿰는 일부터 무지하게 집중하며 시작하는데 문제는 온 집이랑 제 몸에 빨강 파랑 노랑 실밥들이 후두두두... 원래 온 집에 어질러 놓고 옷은 아직도 아무곳에나 허물 벗듯 벗어놓고 그런다.

어제 저녁 행사가 있어 나가야했다. 낮에 자꾸 몸이 늘어져 자고 있는 동안에도 혼자 끙끙 대면서도 하더니 내가 나가야할 즈음에는 좀 자야겠다며 들어갔다. 집중을 너무 해서 소진해진 모양이었다. 자도록 두고 나갔다. 그리고 낭송회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니까 

"엄마, 이거 선물이야. 어때?" 

이러며 뭘 내놓는다. 작은 열쇠고리인데 네모모양에  꽃 두 송이가 들어있다.  어제 하루 종일 걸려서 완성한 작품! ^^   

얼마 전에는 일요일에 하루종일 나갔다 왔더니 들어오자마자  

"엄마 주방으로 가봐." 

이러며 주방으로 끌고가 싱크대를 가리켰다. 몇가지 그릇들은 씻어놓고 우유병도 헹궈서 엎어놓고 싱크대위에 어질러 놓은 것들도 싹 치워놓았다. '우렁각시가 되어 엄마를 도왔더니 엄마가 기뻐하시는 모습이 참 좋았다'라고 적힌 글은 그 후 얼마 뒤 아이의 일기장에서 우연히 읽은 글귀다. 이런 게 사랑이다. 보이지 않게 도와주고 내색하지 않고 마음 써주고.

얼마전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 통 뜸한 것 같아 물어봤더니 친구한테 듣기 싫은 말로 상처를 입은 것 같았다. 물론 아이도 그만큼은 아니어도 갚아주었을 테고 누가 먼저 시작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것도 아이가 컴플렉스로 여기는 걸 갖고 믿었던 친구가 그랬으니 마음이 무척 상했던 모양이다. 그러다 오늘아침 듣기로, 서로 사과하고 화해했단다. 늘 친구 좋아하고 정 주고 그래서 더 상처도 심하게 받고 마음 아파하는 아이다. 키가 이제 나만 해진 아이가 오늘 아침 내게 영화보러 가자고 데이트 신청을 한다. 오늘은 이래저래 아이도 학원 가야하고 나도 점자도서관 가야하고 시간이 안 맞으니 주말에 꼭 보러 가자고 달랬다. 그러자고 얼른 타협해주니 또 고맙다. 

십자수를 하며 제 마음을 달래려는 것 같아 보여 안쓰럽기도 하다. 이제 작품 2개 더 만들거란다. 아빠랑 언니것으로..ㅎㅎ 

가정통신문도 어제 안 보여주고 오늘 아침에 그것도 내가 보여달라고 말을 꺼내니까 아참, 깜박했다며 보여준다. 나도 무스탕님, 바람돌이님, 세실님 페이퍼 보고 가정통신문 생각이 났으니 엄청 무심한 엄마 같으니라구~  사랑해, 우리 통통귀염둥이~ 이러며 엉덩이를 토닥거려줬는데 이젠 좀 쑥쓰러운지 씨익 웃는다. 힘내라! 흐린 날 있으면 화창한 날 온단다.  

아무튼 가정통신문, 좋은 말만 씌어있네.

학교에서 가정으로 

자신의 생각을 조리있게 말과 글로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두뇌가 명석하고 성실하게 학습하여 전교과 성적이 고루 우수하며 리더쉽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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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7-22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우렁각시 딸~
넘 이쁘네요

프레이야 2009-07-23 09:07   좋아요 0 | URL
태은이도 좀 더 크면 그럴 거에요^^
예쁘고 또롱또롱한 태은이~ ^^

후애(厚愛) 2009-07-22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따님이 효녀네요!!
너무 이쁜 딸을 두셔서 좋으시죠?^^
전에부터 십자수를 배우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어요.
아직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십자수 세트를 파는 줄 몰랐네요. 다음 기회에 기필코! ㅎㅎㅎ

프레이야 2009-07-23 09:08   좋아요 0 | URL
십자수 저도 오래전에 해본 적 있어요.
바늘 귀를 꿰어달라고 하던데 눈이 어릿어릿하더라구요 ㅠㅠ
문구점에서 가지가지 색실이 담긴 간단한 세트를 팔더군요. 도안이랑요^^

세실 2009-07-22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렁각시 따님 기특하기도 해라~~ 따뜻한 모습이 그려집니다.
'조리있게 말과 글로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남'은 역시 독서의 힘이겠죠?

프레이야 2009-07-23 09:09   좋아요 0 | URL
독서의 힘, 맞겠죠.^^
사실 큰딸이 저만할 때보다 독서를 덜 하는 것 같아 좀 마뜩지않아요.
책보다 노는 걸 좋아라하는 ㅋㅋ

바람돌이 2009-07-22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렁각시 딸 저의 로망입니다. ㅎㅎ
딸 키운 보람이 펑펑 쏟아질듯합니다.
가정통신문을 보니 전형적인 모범생 나무랄데 없는 녀석들에게 붙는 말들이 다 들어가있군요. ^^

프레이야 2009-07-23 09:10   좋아요 0 | URL
아마 예린이가 곧 그리 될 것 같아요.
우리집에도 두명이 참 다르더라구요. 큰딸은 저런 적이 거의 없어요.
감정표현도 좀 덜하는 편이고요ㅎㅎ

무스탕 2009-07-22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이쁜 딸이에요. 우렁각시 딸이 저도 필요해요.. 부럽부럽부럽 +_+
엄마한테 데이트 신청도 하는 센스도 잊지않고 있네요. 선물도 챙겨주고.. 정말 부럽부럽부럽 +_+
울 정성이 방금 오감자 먹으면서 소스 찍어먹는다고 비닐캡을 떼어달래요. 떼어줬더니 껍질은 저 먹으래요 --+

프레이야 2009-07-23 09:11   좋아요 0 | URL
얘가 그래요. 데이트신청을 어찌나 자주 하는지.. ㅋㅋ
동글동글 착한 정성이가 주는 껍질이라면 저도 헤헤거리며 먹을래요. 우힛~

다락방 2009-07-22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이지. 엄마랑 딸 사이에는 확실히 다른 사이에는 없는 그 무언가가 더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딸은 키우면 키울수록 더 예쁜 것 같고 말이지요. 물론 저는 아직까지도 가끔 엄마를 무지 속상하게 하지만, 사실은 가장 사랑한답니다.

그나저나 생각을 조리있게 말과 글로 표현하는 건, 프레이야님을 쏙 닮았나봐요.
:)

프레이야 2009-07-23 09:12   좋아요 0 | URL
저도 엄마와 많이 싸워요.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서로 바라는 게 있으니
더 그리 속상한 게 많은가 봐요. 사실은 가장 사랑한다는 님의 글귀에 속마음 다 보이네요.^^
우힛~ 저 닮았나요?

울보 2009-07-22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멋져요ㅡ,,,
멋진 딸을 두셨네요,,
우리 딸도 우렁각시가 되어줄까요,자라면,,,,

프레이야 2009-07-23 09:13   좋아요 0 | URL
아마 곧 그럴거에요^^
류가 정말 많이 자랐던걸요. 이름처럼 예쁜 류^^

조선인 2009-07-22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더쉽이라니 정말 멋지잖아요.

프레이야 2009-07-23 09:15   좋아요 0 | URL
리더쉽!은 마로가 짱일 것 같아요.^^
리더쉽이 지나쳐 독단적이란 인상을 주지 말아야할텐데요..
저학년 때보다 점점 학년이 올라갈수록 타협하고 양보하는 법도
배워나가는 것 같더라구요.

뽀송이 2009-07-22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잘 지내셨어요?
아들만 둘 있는 저와는 또 다른 모습의 님을 봅니다.^^
작은 따님이 보면 감수성이 풍부하고, 마음이 여리고, 조용조용 가족을 위해주는 예쁜 구석이 많은 것 같아요.^^
마음으로 친구에게 상처받고,,, 묵묵히 십자수를 했을 작은 따님을 보니 제 마음이 다 뭉클해집니다.
요즘의 초등 5학년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맘적으로 조숙하고 사려 깊은 것 같아요.^^;;
저 5학년때는 정말~ 철 없었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ㅎ ㅎ

우리 아가들~ 많이 많이 곁에서 힘이 되어주고, 친구가 되어주고, 편이 되어 줘야겠어요!!
님~~~ 작은 따님이랑 영화도 즐거이 보시와요.^^ 저도 작은 아들녀석이랑 해리포터 보려고요.^^*

프레이야 2009-07-23 09:18   좋아요 0 | URL
와락~ 뽀송이님, 작은애가 확실히 그런 편이에요.
큰애는 속정은 있겠지만 무뚝뚝한 편이구요.
저의 그 나이때를 떠올려보면, 나도 그때 조숙한 편이었나싶어요.
아이들곁에서 늘 힘이 되어주려는 님 저도 본받을래요. 그래야죠!!
앗, 우리딸도 해리포터 보자고 하던데, 제가 그건 별로 안 보고 싶다고 하니까
킹콩을 들다 보자고 해서 그럴까 하고 있답니다.ㅎㅎ

카스피 2009-07-23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엄마에겐 아들보다 딸이 최고지요^^

프레이야 2009-07-23 09:19   좋아요 0 | URL
친구처럼, 아니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친구가 되는 사이로 살고 싶어요.
그래도 아들도 하나 있으면 더 좋을텐데,, 이런 안 될 욕심을 ㅋㅋ(가끔)

가시장미 2009-07-23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 딸은 5학년이군요. :)
정말 저 가정 통신문 내용을 보면 딱! 혜경언니 딸이네요. ㅋㅋ
어떻게 교육시켜야 하는 건가요? 비법 좀 알려주세요. 으흐
저도 나중에 저런 가정 통신문 받고파요.

프레이야 2009-07-23 09:20   좋아요 0 | URL
아흐 그랬보여요?? ㅎㅎ
전 정말 잘 해주는 게 없어요.
장미님 대문사진 넘 멋진 거 알아요? ^^

같은하늘 2009-07-23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으~~~ 전 이런 글을 볼때마다 눈물을 머금습니다...ㅜㅜ
아들만 둘인 저는 어쩌라고...

프레이야 2009-07-23 10:17   좋아요 0 | URL
아들 둘, 저도 부러워요.^^
하나씩 나누면 좋겠지요 ㅎㅎ

순오기 2009-07-23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우렁각시 딸의 기쁨이 엄마도 알라디너도 같은 맘일듯해요.^^
첫아이들은 감정표현도 덜하지만 둘째들이 훨씬 곰살맞지요?
딸과 하는 데이트가 남편이랑 하는 데이트보다 설레이죠~~~ ㅋㅋ

프레이야 2009-07-23 22:23   좋아요 0 | URL
네, 첫애랑 둘째랑 정말 다른 것 같아요.
저도 맏이라 부모님께 표현하는 방식이 좀 무뚝뚝하니 그래요.
딸과의 데이트 좋지요^^

2009-07-24 0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9-07-24 10:24   좋아요 0 | URL
요렇게 찝어주는 우리 오기언니 고마워요. 고쳤어요.ㅎㅎ
저 대문사진 비야언니죠? 오기언니랑 에너지가 꼭 닮은 사람^^
그건, 사랑이었네 읽고있어요.

아영엄마 2009-07-23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저희집 작은 딸내미(같은 5학년이죠~ 근데 키는 여적 꼬맹이..ㅠㅠ)도 최근에 십자수에 필이 꽂혀 기말 시험 끝내고 사와서는 한 며칠 열심히 하더군요. 아직 작품 완성은 안되었던데 언제 마무리지을런지...
이쁜 따님과 데이트 잘 하시어요~

프레이야 2009-07-23 22:24   좋아요 0 | URL
우리딸도 제거 하나 해놓고는 다음 것 진도가 지지부진해요 ㅎㅎ
혜영이가 벌써 5학년이에요? 와! 그랬구나.
연우랑 세자매 정말 예뻐요.

비로그인 2009-07-23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생각을 조리있게 말과 글로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오, 엄마 닮았나 봅니다. 하하


프레이야 2009-07-23 22:26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 저랑 감정소통도 잘 되는 편이고 대화도 잘 되는 편이에요.
엄마의 감정을 살펴주는 아이라 사실 첫애보다 더 정이 가요.

털짱 2009-07-30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뿌듯하시겠어요. 저도 자랄 때 저희 어머니를 저렇게 기쁘게 해드린 적이 있는지 살짝 부끄러워지네요.^^

프레이야 2009-07-30 21:48   좋아요 0 | URL
사실, 저도 그래요.^^
별로 살가운 딸이 못 되어서요.
엄마한테 따지기나 잘 했지요.ㅠ (지금도 별로 살갑게 못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