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의 주제는 '너 자신이 되어라'가 아닐까. 내가 생각했던 나는 내가 아니었어.
내가 가장 경멸하던 모습. 그게 나였다니.
역쉬, 이 달의 책으론 사사키 아타루의 <제자리 걸음을 멈추고>를 뽑는다.
(수정합니다. 미안하다. 아타루. 파스칼 키냐르의 <은밀한 생>을 빼먹다니.
이달의 책으론 파스칼 키냐르의 <은밀한 생>을 뽑는다.
1. 제자리 걸음을 멈추고. 사사키 아타루
아날렉타analecta,라고 했다. 사사키 아타루는 여러 지면에 발표한 글들을 긁어모았다. 첫 번째 글, <인문학의 역습>을 읽었을 뿐인데 피의 온도가 급격히 올라간다. 부글부글 끓어 육체 밖으로 흘러넘칠 기세다. <1Q84>에 대해 이런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1Q84>는 하루키의 말처럼 옴 진리교에 저항하는 이야기인가? 아니면 아타루의 비판처럼 옴 진리교를 이용할 뿐인 허울뿐인 저항이었던가?
2. 철학듣는밤 2. 김준산, 김형섭
사사키 아타루의 <제자리 걸음을 멈추고>와 김준산, 김형섭의 <철학듣는 밤2>에는 공통된 내용이 다섯 가지 들어있다.
1. 멍청한 유럽인, 똑똑한 이슬람
우리는 흔히 유럽이 그리스 로마 문명의 계승자라고 배워왔다. 그러나,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사사키아타루에 따르면 유럽의 왕들조차 문맹이었고, 정작 고대 그리스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계승한 것은 이슬람이었다.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에도 이 내용이 실려있었던가? 여태까지 속고 살아오다니, 아 억울해.
2. 썩을 대로 썩은 대학, 혹은 지식인
사사키 아타루는 진정으로 학문에 뜻을 둔 사람은 대학 밖이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베이컨, 데카르트, 파스칼, 스피노자, 라이프니츠, 홉스, 로크, 루소, 디드로, 볼테르....등등 대학교수가 아니었다. 나치에 협력한 독일 대학들. 신자유주의에 부역하는 썩어빠진 대학들. 강단에서 자칭 지식인이라며 썩어빠진 소리나 지껄여대는 대학 교수들.
3. 우리는 죽을 수 없다 – 모리스 블랑쇼
하이데거는 “사람은 타인의 죽음을 경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죽음을 경험할 수 있을까?
(혹시 자신의 죽음을 경험한 사람이 있다면 나에게 댓글 같은 거 달지 말아 달라. 비밀 댓글은 더더욱 안 된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 반드시 죽는다. 기필코 죽는다”는 말에 딴지를 건 사상가가 모리스 블랑쇼다.
‘정말 그럴까? 혹시 죽지 않는 거 아닐까?’
자신의 죽음을 증명했거나,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블랑쇼의 주장대로라면 우리는 죽을 수 없다. 다만 죽어갈 뿐이다.
고로 인간은 인간이 되고자 하는 ‘죽어가는 짐승’일뿐이다.
“우리는 죽어갑니다. 죽음을 향해 가는 무한한, 끝없는 여정입니다. 어차피 죽는다거나 어차피 죽으니까 같은 부질없는 말에 현혹되지 마십시오.”
어차피 죽는다거나, 죽은 후 ‘최후의 심판’날에 무덤을 뚫고 슝슝 날아오를거라 믿지 말자. 내가 무덤 파봤다.
뼈다귀 밖에 없더라. ‘최후의 심판’날에 무덤을 뚫고 부활해봤자 수 억개의 뼈다귀들의 비상?
무덤을 뚫고 슝슝 날아오르는 수억 개의 ‘뼈다귀들의 천국’?
4. 비관적 낙관론
메뚝씨 : 폐허에서 출발해야 하는 순환구조죠.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있을 때를 출발 시점으로 삼으면 그 출발점에서 유효기간이 짧고 작품은 허접하게 돼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부터 “기념비적 현실 가운데 나타나는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죠. 때문에 텍스트의 힘은 놀라워요. p223
내가 보기에 에밀 시오랑은 마치 폐허에서 시작하는 것처럼 장식하나, 사실은 폐허로 끝난다. 폐허에서 시작해야지 폐허로 끝나선 안 되는 법이다. 희망으로 시작하는 작품에 동의할 수 없듯이(ex ; 스티븐 핑커) 폐허로 끝나는 작품에도 동의할 수 없다. 최악은 희망으로 시작해 희망으로 끝나는 경우다. (ex : 스티븐 핑커)
핑커 이전이나 핑커 이후나 “낙관주의는 인민의 아편이다.”
최선이라면 아마도 <돈키호테>의 산초의 대사 같은 것.
자신이 미쳤다고 시인하고 병석에 앓아누운 돈키호테. 산초에게도 미안하다고 말한다.
산초는 울먹이며 말한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소중한 나리. 죽지 마십시오. 가슴속 근심만으로 죽다니 그게 더 광기 아닙니까. 둘시네아 공주도 어딘가에 있습니다. 자, 일어나십시오. 내일부터 다시 여행을 가십시다. 공주님을 찾으러 가자고요.
.....기사는 쓰러지기도 하고 쓰러뜨리기도 합니다. 오늘은 졌어도 내일은 이길 거예요”
5. 몰라도 된다.
나도 사사키 아타루처럼 반복 한번 해 볼까? 이지성 씨가 일반인들이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 쓰셨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지식인’이 아니다. 일반 대중들이 알아야 할 것들이다.
“물론 일반인들이 이런 것들을 구체적으로 알 필요까지는 없다. 하지만 이것들의 기초가 되는 수학적, 과학적 발견을 한 제논, 아폴로니오스, 슈피텔, 네이피어, 데카르트, 페르마, 파스칼, 뉴턴, 라이프니츠, 가우스, 해밀턴, 드모르간, 실베스터, 바이어슈트라스, 케일리, 리만, 칸토어, 소피야 코발렙스카야, 칼 피어슨, 화이트헤드, 러셀, 힐베르트, 바일, 괴델, 토머스 영, 맥스웰, 볼츠만, 아인슈타인, 닐스 보어, 슈뢰딩거, 하이젠베르크 등의 삶과 사상과 업적 정도는 알아야 한다. ”
일반인인 나의 대답 :
조까. 몰라도 된다. 라캉, 들뢰즈, 푸코? 몰라도 된다. 사실 책 따위 안 읽어도 그만이다. 반드시 읽어야 할 그런 책은 없다.
그저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 그런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메뚝씨의 직업이 교사라는 건 이 책의 ‘양날의 검’이 아닐까. 메뚝씨가 난해한 철학자들을 쉽게 쉽게 설명해준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한편으론 교사들의 만성적인 고질병인 자신 외에 모든 사람을 ‘학생’으로 환원해 사사건건 ‘가르침’을 들이미는 건 이 책의 소소한 단점이다.
3. 철학 깡패. 노야 시게키.
저자보다는 역자 때문에 읽은 책이다. 김경원 역자는 우치다 타츠루의 거의 모든 책을 번역한 이다. 러셀의 말대로 ‘세계가 5분 전에 만들어졌다’면 어떨 것인가? 반박할 수 있을까? 세상엔 약 70억개의 의식이 있다. 당신이 보는 걸 나는 볼 수 없다. 저마다의 의식만이 있다면 실재의 세계는 어디에 있는 걸까?
4. 결정적 한마디. 유태진
아, 이런 책은 나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저자에겐 노자의 문장을 되돌려주고 싶다.
스스로 보이려 하는 자는 밝게 드러나지 않고, 스스로 옳다고 하는 자는 빛나지 않고, 스스로 자랑하는 자는 공이 없으며, 스스로 뻐기는 자는 대단한 것이 없다. - 노자.
너는 뭐 잘났냐고 물으신다면....
네 모습 그대로 미움받는 것이 너 아닌 다른 모습으로 사랑받는 것보다 낫다 – 앙드레 지드
5. 꿈은 삼키는 게 아니라 뱉어내는 거다. 홍승훈
이거 실화냐? 영국, 홍콩 등 세계 7개국 출간이란 출판사 홍보성 문구, 믿어도 될까?? 팩트 체크 해봐야 할 듯. 2030을 대상으로 쓴 책이어서일까? 40인 나로서는 영. 닳고 닳아 판에 박힌 문구들. 이런 자기 계발서 때문에 제대로 된 자기계발서마저 욕을 쳐 먹는 거다. 읽고 그저 뱉어내버렸다.
6. 좋아하는 일만 하며 재미있게 살 순 없을까? 나카고시 히로시.
그럴 순 없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꿈꾼다면 상관없겠지만. 아이돌이 되고 싶다고,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누굴 탓하겠는가? 이런 책을 고른 내 탓이다. 내 큰 탓이로소이다! (메아 쿨파, 메아 막시마 쿨파!)
천직을 찾아주는 다섯 가지 질문
1. 오늘부터 앞으로 50년 동안 좋을대로 지내도 된다면 무엇을 하겠습니까?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해변의 호텔에서 뒹굴거나, 수영장 썬배드에 누워 책을 읽겠다.
- 그런 직업은 없다. 천직 찾기 실패
2. 만일 오늘 밤 신이 나타나서 당신이 어떤 일을 하건 반드시 성공하도록 돕겠다고 약속한다면, 어떤 직업을 선택하겠습니까?
- 가수 혹은 피아니스트. 나보다 노래 잘하는 사람이 우리나라에만 적어도 천만명은 있을 듯. 악마에게 영혼을 팔면 모를까. 신이 나타나도 해결이 안 된다. 천직 찾기 실패.
3. 당신에게 질투의 불꽃이 가장 불타오를 때는 언제입니까?
모 감독이 모 작품으로 모 영화제에서 상 받았을 때. 가뜩이나 당시의 여자 친구는 모 감독 자랑질로 염장을 지르고. ‘아니 그럼 모 감독을 사귀지. 왜 나를 사귀는 거야?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모 감독은 유부남이었다.) 내가 모 감독 대타야??!! ......그렇다면 영화감독을 하란 말인가?
6.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나는 이 시인의 책을 읽어봤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라, 왜 남자지? 그 분은 여자였는데,’ 아차,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시인은 박연준 시인이었다. 장석주 시인의 연인이신. 아, 이런
.....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읽다보니 분명 이미 읽은 대목도 있었다. 이상하다. 책이 출판되기 전에 여기 실린 글을 읽었는데.
이것도 나의 착각일까? 분명히 기억하는 건 책 대여점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빌리는 대목. 이웃 분들의 리뷰를 통해서 읽은 걸 한참 전에 읽었다고 착각하는 걸까. 그래서 이웃 분들의 리뷰를 뒤져봤지만 그 대목을 인용한 글을 못 찾았다. 혹은...... 박준 시인 알라디너 신지요??
7. 홍세화의 공부.
“제게 공부는 우선 ‘나를 잘 짓기 위한 끝없는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 각자에게 중요한 과제는 ‘나를 잘 짓는 일’입니다. 한 번 태어나 되돌릴 수 없는 내 삶을 어떻게 지을 것인가는 나에게 달린 문제입니다. 누가 대신 지어줄 수 없습니다. 아무리 시대적 상황이나 사회경제적 환경이 억압적이라고 하더라도 나를 짓는 주체는 나일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김규항과 생각이 다르다. 김규항은 “비판에 적절한 때란 없다”면서 이명박근혜 시대에 김대중, 노무현 까기에 바빴다. 아니 그럼 연산군을 까지? 광해군을 까거나? 김규항은 왜 하필 이명박근혜 시기에 이명박근혜의 파렴치한 짓거리엔 눈감고 김대중 노무현 까기 놀이에 전념한 것일까?
어느 네티즌의 말처럼 안철수는 ‘신이 내린 사람’이라는 데 동의한다. 깨끗한 정치가 절박한 시기에 안철수가 김대중, 노무현 때의 쓰레기들을 전원 데려가 궁민당을 창당한 일은 얼마나 시의적절하였던가. 이거야말로 분리수거의 귀재?? 진보 표를 갉아먹을거란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궁민당은 보수표를 갉아먹었으니 이 어찌 신의 한수라 아니할쏜가.
어느 개그맨 말처럼 산에 올라가는데 핸드폰 밧데리가 5%로 남았으면 내려 와야지. 오프로면 내려와야지. 어딜 기어 올라가? 뒤질라구. 한편으론 궁민당이 앞으로 어떤 선전(?)을 펼칠지 기대되기도.
아이를 가르칠 때도 훈계를 해야 할 ‘적절한 때’를 고민해봐야 하는 법이다. ‘몰상식’으로 중무장한 자유당 버러지들에 대한 비판을 최우선으로 하되, 이제 슬슬 ‘오만방자하고 무식하고 싸가지 없는 진보’를 깔 시점이다. (진보정당인 정의당이 6프로의 지지를 받는 현 시점에선 아직도 진보 비판을 하기엔 이른 시점일까?) 사실 한국의 운동권만큼이나 가부장제에 찌들대로 찌든 집단도 없다. 가부장제로 따지자면 자유당 버러지들과 막상막하다. 홍세화가 한국 사회에서 살지 않고 프랑스로 삼십년간 망명생활을 한 점은 홍세화 본인에겐 불행일지언정 우리에겐 축복인 셈이다. 홍세화만이 한국인이라면 으레이 누려야할(?) 가부장제의 세례(?)를 비껴갔으므로. 그런 점에선 박노자가 소중하듯 홍세화도 소중하다.
8. 인생의 재발견. 바바라 브래들리 해거티
중년에 대한 선입견을 깨부수는 책이다. 연구에 따르면 ‘중년의 위기’는 거짓말이다. 첫 장을 읽을 때만 해도 이 책을 여러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었다. 그러나, 읽으면 읽을수록 책의 성격이 분명해졌다. 중년을 연구하는 척 하더니, 결국은 중년인 저자의 일기장이었다. 내 일기장도 읽거나 쓰지 않는데 내가 왜 남의 일기장을 봐야만 하는 건가? 남의 일기장을 끝까지 읽은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9. 휴가지에서 읽는 철학책. 장 루이 시아니
올 여름도 휴가를 가지 못했다. 어디 이름 모를 섬으로 여행을 가고 싶은데.....그래서 내 침실을 해변이라 생각하고 이 책을 읽었다. (어차피 휴가를 가도 책을 읽을 거잖아?) 덕분에 휴가 제대로 보냈다. 내겐 독서가 ‘아타락시아’다. 이제는 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한가로움’의 라틴어 어원인 ‘오티움Otium’은 ‘자신을 형성하고. 교양을 쌓고, 영혼을 배양하는 시간, 자신을 완성하기 위한 시간’을 의미했다. p58
라틴어 동사 ‘카르페레carpere’는 뽑아내는 행위에 의한 포획의 의미를 내포한다. 또한 이 동사는 ‘뜯어먹다’, ‘풀을 뜯다’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현재를 붙잡다’라는 것은 그것을 영양분으로 섭취하고, 포식하고 동물적 감각을 동원해 자신의 것으로 삼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p80
10. 부테스. 파스칼 키냐르.
부테스는 세이렌의 노랫소리에 홀려, 노래를 들으려는 열망에 타올라, 물속으로 뛰어든 자다. 그래서 부테스는 아프로디테의 거품 속에서 익사한다. 아직 키냐르의 <음악 혐오>를 읽어보진 않았지만 음악에 대한 무한한 예찬. 부테스다. 물로 뛰어드는 욕망. 위험을 무릅쓰는 결단. 미지의 것을 추구하기. 본성의 지고한 솔직함을 따르는 것. 목소리의 부름에 응답하기.
Was ist Musik? Tanz. (바스 이스트 무직크? 딴츠)
음악이란 무엇인가? 춤이다.
그렇다면 춤이란 무엇인가?
참을 수 없이 일어서는 욕망이다.
나는 비밀에 가까워진다.
본래의 음악이란 무엇인가? 물로 뛰어드는 욕망이다.
밀란 쿤데라, 파스칼 키냐르, 롤랑 바르트, 발터 벤야민. 아무리 읽어도 질리지 않는다.
나는 그들 속으로 뛰어든다. 책의 부름에 응답하기.
11. 더 나쁜 쪽으로 – 김사과
생각해보니 김사과의 단편은 처음이었다. 김사과는 단편을 장편을 쓰기위한 습작 정도로 생각하나? 조각조각 분절된 사유와 이미지들. 다음 장편에서 이어 붙여야 하나?
12. 이동진 독서법
이동진 책을 너무 많이 읽었나. 추천 목록 말고는 건질게 없다. 하긴 그게 어디인가? 이동진이 추천하는 500권 중 내가 읽은 건 118권. 참담한 성적표다. 누가 리스트 정리해주면 안 될려나? 500권 정리하려니 엄두가 안 난다. 내년 독서의 가이드로 삼아야겠다.
13. 나를 읽다. 겅징종
뭐 이렇게 발음하기 힘든 저자 이름이 있을 수 있을까. 심리학 책을 읽으면서 속마음을 들킨 것 같은 체험은 처음이었다. 아, 나 결백증 환자였어(결벽증 아니고)!!!
“결백한 사람은 주로 수동적인 방식을 선호하고 적극적으로 나서려 하지 않아요. 만약 그들이 적극적으로 갈등에 개입한다면, 그건 자신이 옳다고 확신할 때 뿐이죠. 그들은 결백하기 때문에 처벌과 책임에서 자유롭고, 소위 도덕을 따라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옳지 않은 일은 절대 안 해요. 자신의 결백을 지키기 위해 나쁜 일을 봐도 힘껏 대항하지 않아요. 그런 일 자체에 끼고 싶지 않으니까. 그들이 말하는 결백함이란 그런 것이죠. 악한 일을 하지 않으면 자신은 깨끗해질 거라고 생각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곧 잘못을 하지 않는 것인 줄 알아요.
또 결백한 사람들은 남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너그러운 척하죠. 겉으로는 상대를 너그럽게 이해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앙금을 끌어안은 채 거리를 두고 냉랭하게 대해요.
.....결백 결벽증은 마음속에 사랑이 부족한 데서 비롯되는 겁니다. 결백결벽증이 있으면 타인을 아끼지 못하고 자기 자신은 더더욱 사랑하지 못하죠. 자기 내면 깊은 곳의 진정한 감정과 생각을 제대로 볼 줄 알고 진정한 목소리를 따라 걸어야 합니다......믿으세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과 사람은 일정한 크기의 죄를 감당할 용기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나는 타인의 인정 따위는 필요 없다고 자신했다.
이 책을 읽어보니, 여태까지 나는 타인의 인정을 구걸하는 삶을 살았다.
“나이가 들면서 우정에 대한 갈망이 점점 커졌고 그는 조금씩 멍청한 척 하는 법을 배웠다. 반응이 느리고 둔감한 사람일수록 쉽게 사랑받는 사실을 알게 되자 최대한 느리게 반응하려 애썼던 것이다. 그는 또한 딱한 처지의 사람들이 동정과 지지를 받는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남들의 환심을 사기위해 약자인 체하며 스스로를 꾸밀줄도 알게 되었다......
대학시절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었던 그는 계속해서 ‘피해자’가 되려고 했다.....그는 너그러운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가 생각하는 너그러운 사람이란 곧 피해를 보는 사람이었다. 피해자가 되면 모든 사람이 자신을 보살펴주리라 믿었다. 그렇게 그는 타고난 본성을 억눌렀다. 신랄하고 예리하고 승부욕이 강한 성격을 억지로 다그쳐 부드럽게 바꾸었다.“
나는 주로 타인들에게 너그럽다는 평을 들으며 살아왔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
이게 전부 타인의 인정을 받으려는 개수작이었구나!
“살아가면서 적절한 타협은 좋은 일이지만, 당신의 본성에서 벗어날 정도로 지나치게 타협하면 안 돼요. 본성은 당신의 마지노선을 결정하기도 합니다. 나는 대체 어떤 사람인지, 왜 기쁜지, 왜 슬픈지, 왜 화가 나는지, 왜 부끄러운지 이런 것들을 확실하게 알도록 하세요. 자기 자신의 감정을 존중할 줄 알아야 남들의 감정도 존중할 수 있게 되고, 그래야 원만한 대인관계를 형성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나는 세상에 아부하고 있었던 거였어! 이럴수가. 내가 가장 경멸하는 삶을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살아오고 있었다니!
요즘 들어 거울 속의 내 외모가 마음에 안 든다. (마음에 든 적이 있었단 말인가?) 왠지 점점 더 못생겨지는 것 같다.
나만의 착각일까?
“옛말에 ‘모습은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했는데, 이 말은 심리적으로도 근거가 있어요. 사람의 외모는 내면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서 외모를 내면의 척도라고 한답니다. 이때 ‘모습相’이란 이중적인 의미로 물리적 형태와 심리적 형태를 뜻하죠. 물리적인 형태는 외모이고, 심리적 형태는 우리 내면의 환경과 기후예요. 당신이 기쁠때면, 마음이 화창해지고 얼굴도 따라서 부드러워지죠. 당신이 화가 나면, 마음에도 천둥 번개가 치면서 얼굴 또한 흉악해져요. 당신이 우울해하면, 마음이 우중충해지고 얼굴도 침울해지고요. 또 야한 생각을 하면 마음이 불그스름해지면서 눈빛까지 음흉해지고....
특정한 심리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으면 외모에도 비슷한 변화가 따르기 마련이에요. 명랑하던 사람이 갑작스레 우울증에 걸렸을 때, 일 년 쯤 지나면 눈빛이 죽어버리고 전체적으로 염세적인 모습이 되고 말죠. 사람이 완전히 달라지는 거예요. 조용하던 사람도 어떤 사건을 계기로 상처를 받아 난폭해지면 일 년 후에는 포악한 분위기를 풍기고, 착하고 소박하던 사람이 정치적 암투에 휩쓸려 살아남으려고 간교를 부리다보면 얼마 못 가 두 눈에 교활한 빛이 깃들게 되고요.“
그러니까 나는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인정받고 싶어서 착한 사람 연기를 해 온 거다. 내가 화를 폭발시킬 때의 모습, 어쩌면 그게 나의 본성인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 나는 동네 골목대장에다 웅변을 잘 했다고 한다. 7살적엔 내 동생을 때린 초등학교 4학년 형의 머리를 짱돌로 찍었다고. ......짐승. 그것이 나의 본성인가? 본성대로 살면 조만간 폭행죄로 교도소 끌려 갈 것 같은데, 그럼 어찌해야 하나요? 응?
14. 리스트의 힘. 가오위안.
이런, 수록된 단점 리스트에 내 단점이 전부 다 있을 수 있다니! 정말 문제가 많다.
나는 우유부단하다.
나는 게으르다.
자신감이 부족하다
열정이 3분을 못 간다.
지나치게 신중하다
눈앞의 성과만 추구한다
에너지가 분산된다
리더십이 부족하다
거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장점이자 단점인 항목 중에 한 문구가 또 내 심장을 후벼파는구나.
“타인을 잘 배려함 : 좋은 인간관계를 맺기에는 유리하지만 자기 본모습을 잃기 쉽다. 다른 사람들이 당신의 세심함과 배려를 좋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당신을 바보 같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행동이 지나칠 경우, 인간관계에 상처만 남긴다.”
나로선 타인을 배려한다고 한 행동이었는데 뒤에선 오히려 사람들이 날 험담한 경우가 몇 번이었던가!
배려하지 않겠어. 나빠질테다!
리스트가 너무 많아. 리스트 쓰다 늙어 죽겠다. 기억할 것은 언제나 가장 중요한 일을 하라,는 것.
15. 돌파력. 라이언 홀리데이
첫 번째 시도는 성공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는 쓰면 쓸수록 더 많이 생기는 자원이다. 재생 가능한 자원이라는 뜻이다. 기적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약한 고리를 찾아야 한다. 천사(angels)를 찾지말고 올바른 각도(angles)를 찾으라. 반드시 방법이 있다. 장기전에 대비하고 모든 가능성을 시험하다 보면 어느새 목표에 도달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당신이 지금 어디에 있느냐고, 무엇을 하느냐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느냐고 물으면 지체없이 이렇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노력하고 있다고, 점점 더 목표에 다가가고 있다고. 문제가 생기면 두 배 더 노력해서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p114
“정신차려라. 엉뚱한 일을 걱정할 시간에 네가 정말로 하고자 하는 일에 집중해라. 네가 할 일이 무엇인지는 너 자신이 가장 잘 안다. 헛짓하지 말고 원래 자리로 돌아가라.“
과정은 책임과 권한을 잊지 말라고 촉구하는 목소리다. 그것은 아주 작게라도 행동을 시작하도록 우리를 자극한다. 정교한 기계처럼, 다가오는 모든 저항을 조금씩 정복하라. 한 번에 한 걸음씩. 꾸준히 전진하라. 과정에 온 힘을 기울이라. 두려움을 과정으로 대체하라. 과정에 의존하고, 과정에 기대고, 과정을 신뢰하다라. 서두르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라. 더러는 다른 것들보다 더 어려운 문제도 있다.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를 먼저 해결하라. 나머지는 그 다음에 해결하면 된다.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다.
과정은 지금 이 순간에 맞는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나중에 일어날 일들, 결과물, 그림 전체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p127
유도의 창시자로 알려진 가노 지고로는 신장이 150센티미터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를 상대해본 어떤 사람은 이런 표현을 남겼다. “마치 아무것도 없는 빈 도복을 붙잡고 씨름하는 기분이었다.”
인생은 하나의 장애물이 아닌 여러 가지 수많은 장애물로 점철된다. 따라서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기전으로 힘을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가야 할 곳에 도달하기 위해 그 무엇도 우리를 멈출 수 없다는 단호한 의지가 필요하다.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는 모든 장애물을 돌파해야 한다. 끈기는 행동이다. 인내는 의지의 문제다. 하나는 에너지고, 또 하나는 지구력이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테니슨의 표현을 살펴보자.
시간과 운명이 우리를 약하게 만들어도
우리의 의지를 꺽지는 못한다.
노력하고, 찾고, 추구하되, 결코 포기하지 말라.
16. 라이프 스토밍. 앨런 웨이스, 마셜 골드스미스.
여러 코칭의 글 중 가장 눈에 들어오는 글.
“나와 무슨 상관인가?”라고 자문한다.
‘건강한 이기심’을 가져야 한다. 나에게 중요한 일이 먼저다. 다른 사람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희생시키고만 있으면 인생 여정을 이어나갈 수가 없다. 직관에 어긋나는 것 같지만 자기 자신을 도와야 다른 사람도 잘 도울 수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야 자신감도 생긴다. 긍정적인 자아상을 가지고 자신감까지 가지게 되면 현명하게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 사람을 도울 때도 승패 게임이 아니라 상생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 계속해서 다른 사람을 위해 자리를 비켜주다가는 영원히 서행 차선에서 느린 걸음을 옮기고 있어야 할 수 도 있다.
17. 파스칼 키냐르. <은밀한 생>
18. 강철멘탈. 하쿠타 나오키
이런 책을 과연 자기계발서로 분류할 수 있을까.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살자고? 기껏해봤자 해고 당한다니! 험담하지 않는 사람은 신용할 수 없다니?! 뜨끔한 충고는 ‘헤프게 웃지 말라’였다.
저는 헤프게 웃는 사람이 왜 그런 웃음을 짓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만, 그들은 타인에게 미움 받는 걸 끔찍이도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 상대가 하는 말에 웃어주기만 하면 적어도 미움은 사지 않을 거라고 무의식중에 계산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그래선지 그들은 유독 상대의 낯빛을 살핍니다. 그러다 상대의 표정이 굳으면 돌연 허둥댑니다. p184
그동안 나는 얼마나 웃음을 남발하며 살아왔던가. 타인에게 미움 받기 싫어서, 사랑받고 싶어서, 인정받고 싶어서 그랬던 걸까? 웃기지 않으면 웃지 않겠어. 안 웃어줄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