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똑같은 생각만 할까 - 문제의 함정에 빠진 사람들을 위한 창의력 처방
데이비드 니븐 지음, 전미영 옮김 / 부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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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먹고 살기 위해선 업이 업인지라 창의적인 사람이 돼야 한다. 그런데 왜 맨날 똑같은 생각만 하는 걸까? 이 책 제목은 마치 나를 위해 쓴 제목 같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곧바로 창의적인 사람이 된 건 아니지만 적어도 왜 내가 맨날 똑같은 생각만 하는지 이유를 알 것 같기도.

 

곤충학자 앙투안 마냥에 따르면 호박벌이 날아다니는 것은 물리법칙에 어긋난다고 한다. 개미 역시 자신의 몸무게의 백 배에 달하는 무게를 들 수 있다고 하는데, 이것 역시도 물리법칙에 어긋나지 않나. 우리가 호박벌을 붙잡고 너는 날 수 없어”, 혹은 개미를 붙잡고 너는 이런 걸 들 수 없어라고 아무리 훈계를 늘어논다한들 호박벌은 유유히 날 것이고 개미 역시 자신보다 무거운 짐을 여전히 지고 다닐 것이다.

 

저자인 데이비드 니븐은 문제를 내버려두라고 충고한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는 말을 들으면 왜 우리는 코끼리 생각만 할까. 즉 문제가 문제인걸까?

 

문제를 우선시할 때 실패할 확률은 17배나 높아진다고 한다. 요즘 매일 생계에 대한 걱정뿐인데 문제를 밀쳐두고 그럼 뭘 해야 하나?

 

지루한 영화를 보라?

 

노벨상 수상자인 프랑수아 자코브는 지루한 영화를 보고 있다가 실마리를 얻었다고 한다.

오랜만에 타르코프스키 영화를 봐야 할까? 나에게 타르코프스키는 지루하지 않은데.....

(이웃님들. 자신이 본 가장 지루한 영화를 추천해 주세요 )

 

두려워하지 마라

 

두려움이 아니라 약간의 즐거움을 느낄 때 더 명료하게 생각할 수 있다고 한다. 단순한 처방은 초콜릿을 먹어라. 초콜릿을 먹는 것만으로도 창의력이 향상된다고.

 

문제에서 힘을 구하지 않으려면 작은 쪽을 취하라? 코미디 작가 앨 프랑켄은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작가 제안을 받았다. 그러나, 페이가 다른 작가들의 절반에 불과했다. 모욕적인 제안이었다. 그러나 프랑켄은 그 쇼가 자신의 경력에서 전환점이 될 것이라 믿고 그 조건을 수락했다. .....착취를 당해야 할까? 딱히 내 경력에 전환점이 될 것 같지 않아도?

 

추상화를 감상하라.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불확실함과 애매모호함을 견디지 못한다고 한다. 불확실함은 무력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에. 고로 추상화를 보면 불확실성을 더 쉽게 감내하게 된다고.

 

노력하지 마라?

 

사실 해마다 나는 시나리오를 써 왔다. 쓰면 쓸수록 시나리오 쓰는 게 더 쉬워질 것이라 예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올해에만 세 번의 실패. 도대체 여태 어떻게 써왔는지 신기할 정도다. 리뷰 역시 마찬가지다. 2년 동안 500편 이상의 리뷰를 써왔음에도 글쓰기는 전혀 쉬워지지 않는다. 왜 그런 걸까? 글쓰기 코치 샤론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무슨 일이든 더 열심히 하면 자연히 익숙해진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좋은 글을 쓰려고 애를 쓸수록 글쓰기가 더 낯설게 느껴집니다. 글쓰기 규칙과 기준들을 죄다 익혔기 때문에 자기가 쓰는 단어들이 하나같이 기준에 어긋나는 것처럼 생각되거든요.”

 

기준이 너무 높아져서 일까?

 

흔들어라?

 

다르게 보고 싶다면 저자는 문자 그대로 몸을 흔들라고 조언한다. 실험에 따르면 몸을 유연하게 움직인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창의력이 24퍼센트 더 높아졌다. 자주 몸을 흔들어야 겠다. 그렇다면 물구나무를 서도 창의력이 높아질까?

 

초안을 버려라?

 

토머스 워드의 실험에 따르면 최초의 충동이 작동되지 않을 때 우리의 창의력은 배로 높아진다고 한다.

 

다른 누군가가 되어 판을 보라?

 

포커 챔피언 셀브스트는 상대의 의중을 읽을 땐 반 박자 쉬는 것으로 반사적인 반응을 극복하려고 훈련했다고 한다. 즉 셀브스트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상대방의 자리에 앉아 판을 바라보는 모습을 상상했다. 자기 패에서 눈을 돌리는 것. 그것이 평범한 선수와 비범한 선수의 차이를 낳았다. 바둑에서도 자신의 바둑알을 만지작거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실력이 2단계 상승한다고 한다.

 

좁은 방에서 나와라?

 

천장이 높은 공간에 있을 때 창의력이 높아진다고 했다. 갇혀 있으면 아이디어도 갇힌다.

툭 트인 곳으로 나가자.

 

거꾸로 뒤집어라?

 

창의적인 사람들은 반의어에 25% 더 집중한다고 한다. 즉 문제를 거꾸로 뒤집을 때 정신의 수문은 열릴 수 있다고.

 

저자는 책에서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할 여러 사례를 제시하는데 그 중에 가장 인상적인 건 동일본 여객철도 사례다. 동일본여객철도사는 산을 에두르지 않고 통과하기 위해 터널을 뚫었다. 그런데 물이 샜다. 방수 처리를 했음에도 여전히 물이 새어 들어왔다. 철도회사는 배수관, 송수관을 놓는 계획을 세웠다. 어느날 한 정비공이 목이 말라 이 물을 마셨다. 그런데 어라, 이 물이 자신이 마셔 본 그 어떤 물보다 맛있었다나. 이 정비공의 제안대로 철도회사는 이 물을 팔았다. 이 물이 오시미즈 워터라고. 오시미즈 워터는 연 매출 85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저자에 따르면 이미 답은 자신 안에 있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차분히 앉아 명상을 해볼까?

 

지금 귀를 귀울여라

당신은 답을 가지고 있다. 해결책은 당신 내면에 있다.

그 소리를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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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6-09-23 08: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12시간짜리 영화도 밥도 굶어가며 하루종일 보기도 하는 사람인데, 1시간 10분짜리 데릭 저먼 <블루>는 정말 지루했어요. 너무 짧아서 잠들기도 애매했고요ㅎ; 시각을 잃고 영화를 제대로 찍을 수 없는 자신의 상태를 그대로 반영해서 화면을 블루 처리하고 나레이션만으로 진행하죠. 공감도 잘 안되고 익숙하지 않은 방식에 지루했던 거겠죠.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데, 그 이미지와 나레이션의 절절함은 이 영화를 잊을 수 없게 했습니다. 스토리가 지루하면 저는 다른 걸 많이 보는 편입니다. 대사, 배경, 소품, 소리 등등. 평론가들은 극찬하지만 대중들에겐 브레송 영화도 지루하다는 악평을 듣죠. 브레송 영화도 스토리 보다 다른 게 더 독특하죠. 무엇을 볼 것인지 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본다면 볼 건 무궁무진하죠. 이건 창작 정신과도 상통하고요. ˝갇혀 있으면 아이디어도 갇힌다˝라는 표현은 공간만의 문제가 아닌 거죠.

시이소오 2016-09-23 08:45   좋아요 0 | URL
브레송 영화 저는 너무 좋아해요. 브레송 영화는 다 보고 말았네요. 데릭 저먼 영활 봐야겠습니다 ^^

컨디션 2016-09-23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알고보면 일종의 자기계발서인가 봅니다? 접근방식이 좀 다르다는 점 외에는 이렇다할 구실(?)을 하기 힘들어 보이기도 하구요..
참, 지루한 영화 뭐가 있을까나 생각해봤는데 밑천이 워낙 없어놔서 그런가, 생각나는 게 없네요 ㅎㅎ

시이소오 2016-09-23 08:54   좋아요 0 | URL
컨디션님, 대체적으로 재밌는 영화만 보신듯. 혹 나중에라도 떠오르신 영화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6-09-23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루한 영화 자신있게 권합니다. 앤디 워홀의 << 앰파이어빌딩 >> 추천합니다. 8시간짜리 영화인데 말 그대로 카메라가 고정된 채 빌딩만 8시간을 비춥니다. 강추 !

시이소오 2016-09-23 09:20   좋아요 0 | URL
ㅋ ㅋ ㅋ ㅋ ㅋ ㅋ ㅋ 저도 그거 얘기만 들었지만 보고 싶진 않네요. 적어도 무언가가 움직이긴해야 ㅋ

또한 저는 워홀이 싫어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9-23 09:34   좋아요 0 | URL
30분 정도 보다보면 워홀 욕하게 되죠.. 저 새끼 미친 새끼 아냐... 이런... 반응이 대부분입니다..ㅋㅋㅋ

시이소오 2016-09-23 15:14   좋아요 0 | URL
ㅋㅋ ㅋ ㅋ 워홀 미쳤죠 ㅋ

yureka01 2016-09-23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념이 고정될수록 변화가 비례적으로 어려운 이유겠죠.
편견이 자유를 구속시킬수록 ㄷㄷㄷㄷ^^.

시이소오 2016-09-23 15:15   좋아요 0 | URL
맞는 말씀입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움직여야 겠어요 ^^

CREBBP 2016-09-23 1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나리오 작가셨군요. 어쩐지 포스가 남다르다고 생각했다는.. 멋진 직업이에요 부럽부럽
제가 본 가장 지루한 영화 스틸라이프였어요(중국, 2006) ㅋ, 보다가 10번 정도 잠들어서 겨우겨우 끝까지 봤다는. 그래도 영화는 좋았어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모티브로 영화화했다는 그거 (제목 까묵)도 매우 지루.. 그렇다고 해서 지루한 영화가 형편없다는 말은 아니라는..

시이소오 2016-09-23 15:17   좋아요 0 | URL
오, 지아장케 영화 지루하죠. 설리를 위하여 봐야겠어요 ^^

에이바 2016-09-23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루했던 영화는 단연 쇼아...? 3시간까지는 버티고 봤는데 그 뒤로 실패했고요. 가장 최근에 극장에서 보다 존 영화는 탕웨이 나오던 황금시대였어요. 중후반부에 좀 졸았어요. 드니 빌뇌브 영화 보다가도 좀 졸았고 이건 육체적으로 피곤한 상태에서 정신적 충격이 와서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요.

시이소오 2016-09-23 15:17   좋아요 0 | URL
쇼아와 황금 시대 보고 싶네요 ^^

stella.K 2016-09-23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글이라는 게 매번 알고 쓰는 것 같지가 않아요.
그렇게 글쓰기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도 그냥 꼴리는대로 쓰던가,
쓰면 글이 되던가 매번 그런 식이죠.
그러니까 이 작법에 관한 책이 필요한 건가? 그럴 때가 많아요.ㅋ

글쎄, 지루한 영화 저도 안 본건 아닌데 갑자기 물으면 아무 생각이 않나요.
예전에 <녹색광선> 재미없다고 들었는데. 전 본적이 없어놔서리...

시이소오 2016-09-23 15:19   좋아요 0 | URL
에릭 로메르 영화도 한 지루함하죠. 볼 영화가 많아져서 좋네요 ㅋ^^

cyrus 2016-09-23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나 열심히 쓴 글의 내용이 누군가가 먼저 생각해서 표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맥 빠집니다. 그래서 어떤 책의 리뷰를 쓰기 전에 다른 사람의 리뷰를 봅니다. 이미 작성된 리뷰 내용과 겹치지 않도록 쓰려고 합니다. 이래서 글쓰기는 어려워요. ^^

시이소오 2016-09-23 16:16   좋아요 0 | URL
내용이 겹칠수도 있지 않나요?
사이러스님의 리뷰는 서평이라서 그럴수도 있겠네요. 저는 아직 독후감이라 ㅎㅎ

cyrus 2016-09-23 16:18   좋아요 0 | URL
서평이나 독후감이나 둘 다 비슷한 장르죠. ㅎㅎㅎ

시이소오 2016-09-23 16:24   좋아요 0 | URL
저도 한 십년후에는 서평을 쓰려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