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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6월
평점 :
라오스 여행기겠거니 했건만, 하루키의 <여행기 모음집>이다. 독후감을 안 써도 되건만 <시드니>처럼 이상하게도 뭔가 궁금한 게 남아 쓰게 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어렵다는 아이슬란드어를 쓰는 아이슬란드인 인구는 고작 30만 명이라고. 이 아이슬란드의 명물이 퍼핀이라고 한다. 펭귄 비슷한 새로 다리는 오렌지색이라고. 이런, 괴상하게 생겼는데 은근 귀엽다.
블루 라군 온천도 궁금하다. 커다란 호수 규모라 할 만큼 넓은 온천이라니! 하루키가 갔을 때 ‘한국에는 온천이 없나’할 정도로 한국 단체 관광객으로 바글바글 했다는데. 어디가나 한국인이군. 아이슬란드에서는 도시 한 복판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다니.
오리건 주 포틀랜드와 메인 주 포틀랜드의 공통점은 수준 높은 레스토랑이 많다고.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서 하루키가 추천한 레스토랑은 히스먼 호텔 레스토랑이다. 하루키에게 여행 작가 폴 서루가 추천했다고 한다. 포틀랜드는 미국에서 인구당 레스토랑 수가 가장 많은 도시며 인구당 독서량이 가장 많고, 교회에 나가는 사람이 가장 적은 도시라고 한다. 교회에 나가는 사람이 가장 적다니! 급 호감이다. 특히나 메인주 포틀랜드는 여행 작가 폴 서루가 뽑은 ‘이곳에서 죽어도 좋다’고 한 전 세계 9군데의 장소 중 한 곳이기도 하다.
한 때 하루키는 그리스 섬에 살았다. 스페체스 섬과 미코노스 섬. 겨우 석 달이라지만 부럽다. 부러워. 나도 그리스에 가면 석 달 만에 <노르웨이 숲>같은 소설을 뚝딱 쓰는 거 아닐까? 음...아니겠지. 하루키는 섬을 떠날 때 마다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고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섬은 어디 다른 곳에 가는 길에 훌쩍 들르듯 방문할 수 없다. 작정하고 그 섬을 찾아가든지, 아니면 영영 찾지 않든지. 둘 중 하나다. 중간은 없다. (114)
그렇겠구나. 섬은. ‘그 섬에 가고 싶다’고 말하면 간절히 가고 싶은 거구나.
하루키는 타임머신을 탈 수 있다면 1954년의 뉴욕, 클리퍼드 브라운& 맥스 로치5중주단의 라이브를 원 없이 듣고 싶은 게 소원이라고 한다. 그 숱한 기라성같은 재즈 뮤지션을 제치고?! 하루키는 뉴욕에서 전설적인 재즈 클럽 ‘빌리지 뱅가드’를 방문한다. 소니 롤린스, 빌 에번스, 존 콜트레인, 캐넌볼 애덜리 등이 이곳에서 라이브 실황을 녹음했다니. 명성에 상관없이 출연료는 똑같단다. 그럼에도 윈턴 마살리스 같은 후덜덜한 뮤지션도 빌리지 뱅가드에서 연주하고 싶어한다고.
이외에 뉴욕엔 <버드랜드>, <스모크>와 같은 재즈 라이브 클럽이 있다. 아, 뉴욕은 언제 갈 수 있으려나.
핀란드에서 하루키는 영화감독 카이리시마키 형제가 운영하는 ‘카페 모스크바’에 방문했다. 짐작대로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의 핀란드 배경 장면들은 모두 하루키의 상상에 의한 것이었다. 하루키는 소설을 쓰고 나서 소설 공간을 여행한 셈이다. 왠지 그것조차 부럽다.
라오스 루앙프라방 에서는 매일 아침 의식처럼 승려들이 탁발을 한다고 한다.
여러분도 혹시 루앙프라방에 올 일이 생기면 꼭 일찍 이러나 ‘탁발 체험’을 해보기 바랍니다. 직접 땅바닥에 앉아 스님들에게 카오냐오를 시주하다보면, 의식의 힘이랄지, 그 장소의 힘이랄지, 예상을 뛰어넘은 무언가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체험을 안 해봤지만 무슨 느낌일지 왠지 알 것 같다. 그러나, 라오스에 간다면 직접 시주를 해봐야지.
보스턴에는 하버드가 있고, 던킨 도너츠가 있고 또한 레드 삭스가 있다. 또한 고래를 볼 수 있다니! 상어가 아니고? (상어 생각을 하니 또 샥스핀 생각에 열 불나네.)
하루키는 그리스에 산 것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에도 살았다. 작가는 진짜 부럽구나. 로마에 살며 가끔은 차를 렌트해 토스카나 지방으로 여행을 가 맛있는 와인을 트렁크 가득 담아 왔다니. 이 책에서 가장 부러운 순간이었다. 박연준, 장석주의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를 읽고는 호주 와인을 사다 마셨다. 너무 싼 걸 사서였을까? 그다지 맛이 없었다. 이번엔 키안티 와인을 한 병 사 마시고는 들썩이는 엉덩이를 달래야겠다.
구마모토 현의 구마몬이 뭐길래? 니혼 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구마몬에 의한 경제 효과가 1244조 엔에 이른다고 하니. 한국 지자체들도 지역 마스코트를 개발하면 어떨지.
엉덩이가 들썩거려 혼났다. 어지간히 떠나고 싶은가 보다. 라오스에 뭐가 있느냐고?
하루키에 따르면 풍경에 대한 기억이 있다.
그런 풍경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쓸모가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결국은 대단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한낱 추억으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원래 여행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인생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