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일이 힘든 아주머니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다고 한다.
그 소리를 들은 고양이가 나타나고, 멸치 한 봉지를 품삯으로 주면 도우미로 일하겠다고 한다.
고양이가 도우미 역할을 알아서 척척 해 주면 좋을 텐데, 여러 모로 말썽만 피운다.
고양이랑 함께 먹는 점심은 좋았지만, 이런저런 말썽에 힘들어진 아주머니는 고양이를 쫓아내고 만다.
마침 비가 오고 아주머니는 고양이가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이것이 이 책의 대강의 줄거리다.
여기까지의 정보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지어 보았다.
번개가 번쩍이더니 우르릉쾅쾅 천둥이 울어댔어.
시커먼 밤하늘에 구멍이 뚫렸나?
아주머니는 빗소리에 자다 깨다 잠을 설쳤어.
그래서 그런지 몸에 커다란 추가 열 개는 매달려 있는 것만 같아.
아침을 알리는 알람 소리를 분명히 들었는데 눈이 떠지지 않아.
“맛있는 잡곡밥이 완성되었습니다. 밥을 잘 저어 주세요.”
깜짝 놀란 아주머니는 눈을 번쩍 떴어.
압력솥의 음성 지원을 켜 둔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싶어.
그런데 예약해 둔 밥이 완성되었다는 소리는 지금 밥을 먹을 시간이라는 말이잖아.
가족들 모두 일어나지도 않았고 씻지도 않았는데 정말 큰일이야.
“아이, 이를 어째! 늦잠을 자버렸네. 여보, 어서 일어나요.”
그리고 아이들 방으로 쫓아갔어.
“얘들아, 늦었다. 어쩌면 좋니?”
국도 데우지 못하고 냉장고의 반찬만 꺼내서 대충 상을 차렸어.
아저씨는 늦었다며 밥도 먹지 않고 서둘러 출근했지.
겨우 눈곱만 떼고 식탁에 앉은 아이들도 잠이 덜 깼는지 먹는 거 보다 흘리는 것이 더 많아.
“엄마, 체육복 어딨어? 오늘 체육 들었단 말이에요.”
“그걸 지금 말하면 어떻게 해? 요즘 계속 비가 와서 빨래를 좀 미뤄 뒀단 말이야. 미리 말했으면 밤늦게라도 건조기를 돌렸을 텐데. 편한 옷으로 아 무거나 입고 가.”
가방은 미리 챙겨두고 잠을 자라고 날마다 얘기해도 소용이 없지 뭐야.
회신서 종이를 내야 하니 사인을 해 달라.
준비물로 나뭇잎을 챙겨가야 하는데 어떡하느냐.
일기 한 편을 써서 내야 하는데 깜박했다 등.
아침에 말해서 해결이 되면 다행인데, 그렇지 못한 일들이 대부분이야.
아주머니의 눈썹 끝은 하늘을 향했고, 속에서는 화산분출 준비 중이야.
바쁘고 정신이 없으니 목소리도 날카로워졌지.
가족들이 모두 나가고 난 뒤, 한숨을 돌려 보려 했지만 어지러운 모습이 눈에 들어오니 그럴 수도 없지 뭐야.
방바닥에 떨어져 있는 침대 위 이불부터 주워 올렸어.
뱀 허물처럼 바닥에 내팽겨쳐진 옷들은 세탁 바구니에 넣었지.
날이 좋지 않아 미뤄두었던 빨래도 한보따리 쌓여 있어.
오랜만에 냉장고 정리도 해야 할 거 같아.
그러고 나면 장도 봐야할 테고.
절로 한숨이 나왔어.
“이 많은 일을 언제 다 한담?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네.”
아주머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어.
“누구세요?”
“저예요.”
“저라뇨? 저가 누구죠?”
구멍으로 살짝 바깥을 살펴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어.
“문 좀 열어 주세요. 도와 드리러 왔어요.”
아주머니는 아무도 없는 거 같은데 소리가 계속 나자 호기심이 생겨 문을 열어 보았지.
문 앞에는 노란 장화를 신은 고양이가 서 있었어.
‘장화 신은 고양이라니! 그럼 나도 고양이의 도움을 받아 놀랄만한 일 을 겪게 되는 건가?’
어젯밤 아이들에게 읽어 주었던 『장화 신은 고양이』 이야기의 결말을 다시 떠올려 보았어. 분명 고양이의 주인은 행복해졌으니 아주머니에게도 이건 좋은 신호일거야.
“저를 고양이 도우미로 써 주세요. 무슨 일이든 시켜만 주세요.”
아주머니는 고양이를 찬찬히 다시 살펴보았어.
조그만 고양이가 힘은 있을지 모르겠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도 궁금해졌지.
“도우미로 써달라고? 우리 집 형편이 좋은 편이 아니라 한 번도 도우미를 써 본 적이 없는데…….”
“품삯은 걱정 마세요. 하루 품삯은 멸치 한 봉지면 충분해요.”
아주머니는 자기만 믿으라며 가슴을 탕탕치는 고양이를 보니 힘이 저절로 나는 거 같았어.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도 있으니 오늘 하루는 고양이 힘을 빌려 보기로 마음먹었어.
“그래? 그럼 널 지금부터 우리 집 도우미로 들일게. 이름부터 정하자. 냥 이 어때?”
고양이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아.
“난 특별한 고양이에요. 내 이름도 특별하게 지어 주세요.”
“특별하게? 지금은 너무 바빠서 이름을 짓느라 시간을 보낼 수가 없어. 나 중에 아이들이 오면 다시 의논해 보도록 하자. 그럼 우선은 그냥 고양이라 고 부를게.”
아주머니는 고양이에게 청소기부터 돌려 달라고 부탁했어.
“좋아요. 걱정 마세요. 청소기 돌리기라면 자신 있어요. 저만 믿어 주세요.”
로봇 청소기는 전원 버튼만 누르면 알아서 일을 하니 제일 간단한 일을 맡긴 셈이야.
“에그머니나.”
청소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화들짝 놀란 고양이가 달려와 아주머니 다리에 찰싹 매달렸어.
“청소기가 자기 혼자 막 움직여요.”
로봇 청소기는 원래 그런 거라고 말해도 고양이는 의심스러운 듯 한참을 이리저리 살폈어.
그러더니 곧 청소기에게 먹이를 주겠다며 과자 부스러기를 여기저기 흘리며 다니기 시작했지.
아주머니는 고양이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겠다고 생각했어.
“어항에 물고기 밥을 좀 주는 게 어때?”
“좋아요. 걱정 마세요. 물고기 밥 주는 거라면 자신 있어요. 저만 믿어 주 세요.”
큰소리를 친 고양이는 어항으로 다가갔지.
한 손에는 물고기 밥을 들었지만 물고기를 보는 순간 눈이 반짝였어.
고양이는 아주머니가 얼마나 바쁜지를 확인하더니 어항에 손을 넣어 물고기를 잡겠다고 이리저리 휘젓기 시작했지. 어항 주변은 금세 물바다가 되었어.
“고양이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고양이 도우미가 아니라 고양이 훼방꾼 이구나.”
아주머니의 고함 소리에 움찔한 고양이가 고개를 숙였어.
“죄송해요. 사냥 본능이 살아났지 뭐예요?”
아주머니는 고양이의 몸을 조금 피곤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
몸이 힘들면 말썽을 덜 피울 테니 말이야.
“고양이야, 화장실 청소 좀 해 줘. 이번에는 진짜 제대로 해야 해. 솔로 바 닥을 박박 문지르는 거부터 시작해 봐.”
“좋아요. 걱정 마세요. 화장실 청소라면 자신 있어요. 저만 믿어 주세요.”
목소리가 커진 걸로 봐서 이번에는 진짜 자신 있는 눈치야.
아주머니는 고양이를 믿고 세탁실로 들어갔어.
얼룩진 옷들은 조물조물 손빨래를 먼저 해야 해.
더러운 양말은 때부터 벗겨내는 것이 좋아.
체육복도 더러워진 부분은 없는지 살핀 후 세탁기에 넣었어.
“고양이야!”
세탁기의 전원 버튼을 누른 후 아주머니는 고양이를 부르며 화장실로 갔어.
빼꼼 열려 있는 화장실 문 사이로 보니 하얀 것이 수북했어.
고양이가 정신없이 화장지를 풀어 헤쳐 놓았지 뭐야.
화장지를 온 몸에 감았다 풀었다 하면서 그 위에서 뒹구느라 아주머니가 부르는 소리는 듣지도 못한 눈치야.
“아니, 이게 뭐야? 고양이 너 지금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니?”
한층 목소리가 높아진 아주머니를 보고 고양이는 정신이 돌아왔어.
“앗, 죄송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놀이가 화장지 풀어헤치기인데. 화장지 를 보니 청소를 해야 한다는 것이 생각나지 않았어요.”
“고양이야. 너는 도우미가 아니라 정말 훼방꾼이었구나.”
아주머니는 힘이 빠져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어.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요? 시켜만 주신다면 이번에는 진짜 제대로 할게요.”
아주머니는 더욱 간절해진 눈빛으로 이야기를 하는 고양이에게 살짝 눈을 흘겨 주었어.
“꼬르륵~” 아주머니와 고양이의 뱃속에서 동시에 소리가 났어.
그러고 보니, 아주머니는 아직 아침도 먹지 않았는데 점심시간이 되었지 뭐야.
고양이도 몸을 이리저리 움직인 때문인지 배꼽시계가 밥 달라고 아우성이야.
“우리 일단 밥부터 먹고 다시 시작해 보도록 하자.”
아주머니는 날마다 혼자서 밥을 먹다가 고양이랑 함께 먹으니 심심하지 않아 좋았어.
오늘 만큼은 라면을 끓여 먹거나 물을 말아 풋고추를 된장에 찍어 먹거나 멸치를 고추장에 찍어 대충 먹진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
잘 쓰지 않던 예쁜 그릇을 꺼내 반찬도 담아 보았어.
고양이는 자기가 거쳐 왔던 집 주인들 이야기를 들려주었어.
아주머니는 그 주인들 중 마음이 가장 넓다고도 이야기 해 주었어.
그리고 가장 부지런하다고도 칭찬해 주었어.
가족들은 아주머니에게 바깥 이야기를 잘 해 주지 않았어.
집안일을 하는 아주머니는 가족들이 밖에서 보낸 시간이 궁금했지.
하지만, 다들 바쁘다며 아주머니랑 도란도란 이야기 해 주질 않았어.
그런데, 고양이는 아주머니가 하는 시시한 이야기들도 맞장구를 치며 들어 주었어.
오전 내도록 고양이가 말썽 피운 것들은 그냥 잊어버리기로 했어.
마음이 넓은 주인이라면 그 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았어.
“세탁기가 다 돌아갔네요. 해가 반짝 났으니 빨래를 널어서 말리는 것이 어떨까요? 빨래 널기라면 자신 있어요. 저만 믿어 주세요.”
두 손을 모으고 보내는 눈빛이 제법 간절해서 아주머니는 한 번 더 고양이를 믿어 보기로 했어.
고양이 덕분에 오늘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겠다 싶으니 기분이 더욱 좋아졌어.
고양이는 오전과 같은 실수는 다신 하지 않겠다며 더욱 바쁘게 움직였지.
손바닥에 힘을 주니 손톱이 툭 튀어 나왔어.
손톱으로 옷들을 꿰어 하나하나 널기 시작했지.
“빨래 끝!”
이번만큼은 제대로 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 올랐지.
커피를 다 마신 아주머니도 베란다로 나와서 크게 칭찬해 주셨어.
그리고는 널려 있는 빨래를 흐뭇한 표정으로 살펴보셨지.
“꺄악! 이게 뭐야.”
구멍이 뻥뻥 뚫린 빨래들이 아주머니 눈에 들어왔어.
고양이의 손톱이 엄청난 일을 했지, 뭐야.
아주머니는 이번에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어.
마음 넓은 주인 노릇은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어.
아주머니 손에는 어느새 빗자루가 들려 있었지.
깜짝 놀란 고양이는 장화도 신지 않은 채 집 밖으로 달려 나갔어.
반짝 해님이 하늘에 떠 있는데도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
장화도 신지 않고, 우산도 쓰지 않은 고양이는 그 비를 흠뻑 맞게 되겠지.
그러고 보니 고양이가 실수투성이로 일을 하긴 했지만 하루를 다 바쳤는데 품삯으로 주기로 한 멸치 한 봉지도 주지 않고 쫓아버린 꼴이 되어 버렸어.
아주머니는 한 손에는 우산을, 또 다른 한 손에는 멸치 봉지를 들고 얼른 고양이를 쫓아 뛰어 나갔어.
고양이는 비를 맞고 힘없이 터덜터덜 걷고 있었지.
고양이가 멀리 가지 않아 천만다행이야.
“고양이야, 도우미 대신 내 친구가 되어 줘.”
아주머니는 고양이에게 일을 시킬 때보다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가 더 좋았어.
고양이랑 함께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행복해 지기로 마음먹었어.
그리고 아직 고양이에게 이름도 지어주지 않아 이렇게 헤어질 수는 없었지.
고양이도 아주머니 집으로 다시 돌아가 장화를 신기로 했어.
장화 신은 고양이는 주인하고 잘 살았더라는 이야기를 고양이도 알고 있었다지, 아마!
이야기를 짓고 난 후 원래 책을 읽어 보았다.
역시 동화 작가는 꼭 필요한 문장만 사용하고, 생략의 미도 잘 발휘하는구나! 싶다.
삽화의 고양이가 무척이나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