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토끼야 들어와 편히 쉬어라
김서령 지음 / 실천문학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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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의 호주 유학 전문 커뮤니티를  들락거리는 학생들에게는
내년도 학비인상 계획보다 순창고추장과 팬틴샴푸의 가격이 더 궁금한 법이다.
우습게도 말이다.('바람아 너는 알고 있나'166쪽)

-- 호주 유학 다녀온 학생입니다. 정리해 드려야 할 듯해서요.
매운맛 너구리에는 다시마 조각이 한 개 들어 있구요,
순한맛 너구리에는 건더기 스프 안에 다시마가 잘게 잘려진 채로 들어 있답니다.
참고하세요.(168쪽)

호주의 한인 식료품점에서 파는 너구리우동.
매운맛 너구리에 다시마 조각이 한 개 들어 있다느니
순한맛 너구리에는 잘게 잘려진 채로 들어 있다느니
한 호주 유학 사이트가 시끌시끌하다.
그 반대면 어떻고 또 안 들어 있으면 어떨라구.
그런데 나도 그 다시마 조각 하나에 신경을 쓰느라
하루를 다 보낼 때가 있다.

오늘 아침 모 텔레비전 방송에서는 탤런트 전광렬이
아름답고 매력적인 긴 생머리의 아내와 치아교정중인 듬직한 초등학생 아들과
프랑스를 여행하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비 내리는 거리에서 우산도 아무런 약속도 없이 올려다보면
예쁜 커튼을 친 창 안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
더욱 아늑하게 보이는 법이다.
프로방스며 보르도며 노트르담 사원이며 어디에 있어도 그림 같은
가족의 뒤를 쫓으며 나는 흡사 비오는 거리에 우산도 없이 혼자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맛있는 냄새와 아늑한 불빛이 흘러나오는 창을 바라보며.

김서령의 소설 속에는 하염없이 길을 떠나고 낯선 거리를  떠도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은 불빛이 흘러나오는 창 안을 훔쳐보지도 않는다.
우산 하나 장만할 생각도 없이 내리는 비를 쫄딱  맞고 있다.
비슷한 몰골로 어쩌다 시선이 마주치는 사람이 있으면 주머니의 동전을 털어
커피나 술을 한잔 사서 나눈다.
표제작 '작은 토끼야 들어와 편히 쉬어라'의 태원이 엄마처럼
손목을 와락 그러쥐고'집으로 끌고 가 국물이 진한 시래기국을 끓여
뜨거운 국밥을 퍼먹이기도 한다.

책 뒤에 실린 방민호의 '점점이 빛나는 모나드적 개체들'이라는 해설도 재미있었다.
신파와 함께 더할 수 없는 냉철함을 갖춘 이 작가라, 그 적확한 표현이라니.
얼마 전 박완서의 '친절한 복희 씨'에 대한 해설을 읽고 눈이 크게 떠졌는데
아무래도 그의 모든 글들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모나드에는 창이 없다.'
리뷰를 쓰다가 문득 정확한 뜻이 궁금해 창을 하나 더 열고 '모나드'를 검색하니
밑도 끝도 없이 이런 구절이 눈에 띈다.
'모나드에는 창이 없다.'

그 개체들은 초라하지만 점점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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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da 2007-07-12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에 대한 애정이 실린 해설은 더 재미나고 뭔가 다른 거 같아요. 저도 찾아 읽어 보려고 메모했어요.^^

로드무비 2007-07-12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완서 소설 '친절한 복희 씨'에 대한 그의 해설 제목이 '육체문학의 힘'이었거든요. 제목만큼이나 해설도 샤프하고 멋졌어요. 이 소설집 재밌게 읽었어요. 꽃양배추 님도 좋아하시지 않을까.^^

비로그인 2007-07-12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정작 순한맛 너구리의 다시마 조각은 모르고 있었다는...너구리입니다. 안녕하세요. 님의 글은 일전에도 계속 읽었는데 오늘 댓글로 인사드리는군요.

로드무비 2007-07-13 12:51   좋아요 0 | URL
앗, 새초롬너구리 님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제가 인용한 저 구절에 낚이신 건가요?^^

비로그인 2007-07-12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육체문학이라...뭔가 갸우뚱거리게 되는 군요

로드무비 2007-07-13 12:53   좋아요 0 | URL
'육체문학'이란 생소한 용어가 마음에 들어요. 정직한, 잔꾀 부리지 않는, 멋부리지 않는, 뭐 그런 의미도 포함하는 것 같고.^^

2007-07-12 18: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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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3 1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waits 2007-07-12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여기저기서 많이 마주치네요, 기대돼요.
마침 지난 주에 저희 도서관에도 들어왔길래 눈 여겨 봐뒀는데...^^
언젠가부터 해설은 잘 안 읽게 됐는데, 이 책은 꼭 찾아봐야겠어요.

로드무비 2007-07-13 12:57   좋아요 0 | URL
중간에 두 편은 조금 지루했는데 전체적인 색깔이 좋았어요.
나어릴때 님은 어떤 작품을 제일 재밌게 읽으실라나? 아마도 '역전다방'?^^

건우와 연우 2007-07-13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가 오지 않아도 어두워지는 골목에 서면 남의집 처마의 불빛을 흘끔거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누구라도 찾아주기를 기대하면서...
담아갑니다.^^

로드무비 2007-07-13 13:01   좋아요 0 | URL
어둑한 골목에 서서 남의 집 들창으로 흘러나오는 불빛과 도마질 소리, 생선 굽는 냄새 등을 맡고 있으면 아득해지지요. 남부럽지 않게 부엌을 하나 차지하고 지지고볶으며 사는데도 이상하게 골목에 혼자 서있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2007-07-14 1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19 0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19 0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19 08: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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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1 09: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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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1 09: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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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2 1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젊음이여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 시대의 격랑을 헤쳐나간 젊은 영혼들의 기록
황광우 지음 / 창비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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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마지막 주, 광주항쟁 마지막 수배자였던 윤한봉 씨의 부음을 접하고
10여 년 전에 나온 그의 저서 <운동화와 똥가방>을 검색했더니 절판이다.
마침 한 서점에 재고가 있다는 기록.
부랴부랴, 황광우의 신간과 함께 주문했다.


'젊음이여,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는 윤동주의 시 '사랑스런 추억'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그런데 어쩌자고 원고를 넘기자마자 쓰러져 병상에 누웠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큰형 혜당 스님(황승우)과 세째형 황지우 시인과의
재미있고 소소한 일화들을 기대했다.
소년기와 청년기의 황씨네 형제들은 어땠을까?
(김훈은 오래 전 황광우의 결혼식장에서 그들 형제를 보고
"가히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로군"이라고 한마디 던졌다고 한다.)
아무튼 이 책은 그 소박한 기대를 보기좋게 배반했으니,
80년 5월과 87년 6월을 그럴 수 없이 담담한 어조로,
사실에 의거하여 기록하고 있다.

1979년 8월 나는 광주의 현대문화연구소에 출입하였다.
윤한봉 형은 감옥에 간 후배들 옥바라지를 하기 위해 책들을 수집하고 있었다.
나도 내 징역살이에서 본 책을 다 내놓았다.
윤한봉은 수도사였다. 지산동 어느 켠에 골방 하나를 쓰고 있었다.
가서 보니 빈방이었다.
'나의 재산목록'이라고 쓰인 편지지가 있었다.
팬티, 양말, 칫솔, 이쑤시개, 손톱깎이 등
50여 종이 그의 총재산이었다.(67쪽)

광주의 윤한봉, 윤상원, 박관현, 들불야학, 전남여고 앞에서 책과 튀김을
함께 팔았다는  카프카서점 주인 김남주, 용접기술사 2급 자격증을 따고
독산동 귀뚜라미보일러에서 일한 노회찬, 박병태, 거름출판사, 권인숙, 박종철......
한마디로 이 땅의 민주화에 바친 눈부신 젊음의 기록.

위장취업 여대생 박상옥(고대 83학번)의 일화가 특히 인상 깊었다.
온 집안의 희망이었던 명문대생 동생이 어느 날 자신처럼 공원이 되었다.
"상옥아, 세상이 얼마나 더러운지는 너보다 내가 더 잘 안다.
엄마아빠 걱정하시니 가끔 집에나 들러라."(127쪽)
동생을 말리기는커녕 그로부터 20년간 생활비를 보내주었다는 언니.
세상이 얼마나 더러운지 잘 안다는 말이 가슴을 친다.
그나마 세상이 요만큼이라도 바뀐 건 그들 덕분이라 생각한다.
살아 있는 에피소드들을 읽고 있자니 안재성의 소설 <경성 트로이카>를 읽을 때 
느꼈던 감동과 흥분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경성 트로이카의 주역 중 한 명인 '걸어다니는 자본론' 이재유 이야기도 나온다.)

황광우는 이 책에서 윤한봉의 자필 재산목록을 소개하고 있는데,
사실 그의 재산 목록 1, 2호는 손목시계와 만년필이었다.(<운동화와 똥가방>)
10년 전에 윤한봉의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으며
일체의 감상을 배제한 이런 기록이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했는데
엊그제 황광우의 글을 읽으며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5월광주와 6월항쟁은 사실의 기록만으로도 충분하다.
아아, 오오 하는 감
탄이나 기교, 과장은 필요가 없는 것이다.

신문지에 둘둘 만 시루떡 같은 글의 구수함과 찰짐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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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9 13: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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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0 00: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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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7-07-14 0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사른 청춘은 재가 되었나 님, 황씨네 형제에 관심이 있어 오래 전
혜당 스님의 책도 사보고 했습니다.
이 책이 좋았던 건 전혀 멋을 부리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냥 객관적인 진술. 달리 보면 그게 좀 오만한 태돈가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촉촉하게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드라이한 진술로 일관한 게 전 좋았어요.
저 혼자 먼저 도취한 태도를 무지 싫어하다 보니 그 반동으로.^^
그래봤자 윤한봉 님과는 또 다른 면모를 보이긴 하더군요.
그건 그렇고 곧 개봉되는 영화 '화려한 휴가'가 어떤 기폭제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은밀한 마음이 있습니다.
영화 속에 카프카서점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한쪽 옆에서 튀김을 만드는 시인을 보고 싶어요.^^

조용히 님, 아이고 고맙습니다.(_ _)

2007-07-13 1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07-14 05:01   좋아요 0 | URL
씽긋 님, 아이고, 그 사실을 깜빡했어요.
자는데 이상하게 뒤통수가 간지러워 일어났더니......는 괜히 하는 말이고,
일 때문에 일어나 컴 앞에 앉았는데 메일을 확인하고 싶더라고요.ㅎㅎ
혜당스님 책에도 버젓이 나와 있고 시인의 글을 통해 알고 있었던 사실인데
그리고 그분의 삶을 멋지다 생각해 놓고 이럴 수가.....
책이나 좋아하는 작가에 관한 한 꽤 쓸만한 기억력이었는데
이젠 그마저도 제겐 없군요. 엉엉.

혜당 스님 책을 찾아 읽고 리뷰와 댓글 틀린 부분 고쳤습니다.
고맙습니다.^^


2007-07-10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육명심의 문인의 초상 -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72인, 그 아름다운 삶과 혼을 추억하며
육명심 글.사진 / 열음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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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김종삼은 항상 빈곤이라는 산더미 같은 바윗덩이에 깔린 신세인데도
어쩌다 원고료라도 생기면 그 즉시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에 써버렸다.
또한 후배들에게 술도 사주고 용돈도 잘 주는 사람이었다.
결코 비상금 따위를 따로 챙기는 꼼수를 쓰지 못하는 위인이었다.

그가 쓰는 시도 그의 이런 고급 취향과 맞물려 있다.
그의 시는 하나같이 짤막하고 간단하며 단단하게 압축되어 있다.
그리고 매우 탐미적이다.
대표작 중 하나인 '북치는 소년'은 그의 이런 특징을 잘 말해준다.
또한 그의 탐미적인 시선은 꿈과 환상의 세계로까지 잇닿아 있다.

이 같은 생득적인 본성을 뒷받침하는 일화가 있다.
그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아이의 소풍을 따라간 적이 있었다.
점심을 먹은 후 아버지가 보이지 않자 어린 딸은 한참을 찾아다니다
한 언덕 위에 묵직하고 넓적한 돌을 가슴에 안고 잠들어 있는 아버지를 발견했다.
딸은 아버지에게 다가가서 왜 그러고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하늘로 날아갈까 봐'라고 대답했다.
과연 그다운 말이다.
(김종삼 시인, 본문 73쪽 중)

<문인의 초상>은 1970년대 언저리에 사진작가 육명심이 집중적으로 찍은
우리나라의 시인과 소설가 등 문인들의 흑백 사진집이다.
박두진 박목월 김종삼 구상 강은교 등 널리 알려진 시인들 외에도
전봉건, 박봉우, 이원섭, 이유경 등 어느 날 시나 글로 만나
어떻게 생겼을까 잠시 궁금해 했던 시인들의 사진이 떠억하니 나와 있다.

반바지에 '난닝구' 차림으로, 한동안 우리집 뒷방에 진을 치고 있다가
소원대로 트럭 운전기사가 되었던 식객과 똑같이 생긴 강우식 시인을 필두로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탄성이 터져 나왔다.
멋들어진 글씨의 '禁酒'  쪽지 앞에서 저고리를 풀어헤치고 홍소하는 고은 시인,
동네 개천 앞에 쪼그리고 앉은 박용래 시인의 모습은
한편의 시를 방불케 한다.
시인이랍시고 한껏 폼을 잡은 사진들은 몇 편 없고
 대부분 생활인의 냄새를 물씬 풍겨서 더할 수 없이 좋다.


1990년대 초 한 문학상 시상식장에서 만취하여 자신이 수상하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갈짓자 걸음으로 돌아다녔던 시인이 있었다.
시상식에 참석했던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그가 이 책에서
눈빛이 형형한 청년의 모습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이제 그 부끄러운 기억은 지워달라고.
(어쩌면 그는 그날 필름이 끊긴 가운데 연출했던 그 장면이 너무 무참해
일찍 세상을 버렸는지 모른다고까지 생각했다.)

올해 2월 세상을 떠난 오규원 시인의 초상을 보는 순간 가슴이 울컥했다.

한적한 오후다
불타는 오후다
더 잃을 것이 없는 오후다
나는 나무 속에서 자본다
(오규원 시인이 눈을 감기 전 제자의 손바닥에 쓴 시)

나는 그가 의도적으로 다소 가볍게 시를 쓴다고 생각했는데
책꽂이 앞에 검은 스웨터를 입고 앉은 모습에서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아우라를 본다.
책상 앞에 붙여두고 오며가며 보고 싶다.
그리고 책 표지를 장식한 박두진 시인의 인품이 그대로 드러나는 얼굴, '
이상하게 오싹해지는 휴전선'의 시인 박봉우.
보기만 해도 내 사는 꼴이며 모습이 부끄러워지는 얼굴들이 있다.

지난해인가, 이  비슷한 포맷의 <시인 박물관>이라는 책은
나에게 엄청난 실망을 안겨 주었는데......

생각지도 않은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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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7-06-22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찜해놓고 있었는데 리뷰 읽어보니 망설일 이유가 없군요 ^ ^

2007-06-22 2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06-22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 님, 망설일 이유가 없습니다.^^

사고 싶은 건 사고 님, 제 유일한 신념이 바로 그겁니다.
사고 싶은 건 사고, 먹고 싶은 건 먹고.
하나 덧붙이면 보고 싶은 건 보고.^^*
에잇, 그거 제가 사드리고 싶은데, 요즘 좀 거시기해서...=3=3=3

2007-06-23 0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7-06-23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부터 몹시 당겼더랬어요.
멋진 책과 멋진 리뷰어의 합작, 잘 보았습니다 ^^

hanicare 2007-06-23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인박물관..음...향수묻은 손으로 나물 무친 격이더군요.
육명심씨..열화당에서 세계사진가론으로 익힌 이름인데 이 책도 명심해 두었다가 땡스투나..

로드무비 2007-06-23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 줄 고치고 있는데 다녀가셨구랴. 하니케어 여사.
향수 묻은 손으로 나물 무친 격, 절묘한 표현입니다.
어찌나 화가 나던지.^^

플레져 님, 육명심 씨 이름이랑 표지에 이끌려 바로 구입했습니다.^^

뒤프레의 평전 님, 그 무렵 제가 무지 좋은 책들을 읽어댔는데요.
이상하게 리뷰는 쓰고 싶지 않은 거예요.
노란 색연필은 밑줄 긋기용으로 산 겁니다.
남이 쳐놓은 밑줄은 한 번 더 읽게 되죠?
저도 그랬답니다.ㅎㅎ
그리고 그 영화, 다소 감상적인 듯하나(페이퍼에도 썼지만)
전 무지 마음에 들었습니다.
보는 시각은 모두 이렇게 다르군요.^^
(그 친구들에게 위로와 힘을 주는 글 쓰실 거죠?)

프레이야 2007-06-24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바로 담아갑니다. 좋은 책 소개 고맙구요.^^

로드무비 2007-06-24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 님 담아가 주셔서 고맙습니다.^^

2007-06-24 14: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07-06-25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선 땡스 투. 무비님의 한마디는 언제나 강력해요. 쿠궁.

로드무비 2007-06-25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 님, 제가 좀 과장이 심하죠. 헤헤헤.^^*

2007-06-26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6-26 1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6-28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02 0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음
나쓰메 소세키 지음, 박유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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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늘 헷갈렸다.
일본문학에 매료되어 줄창 일본 소설만 읽어대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게 너무 오래 전이다 보니 기억이 가물가물한 것이다.
몇 주 전, <마음>과 관련한 오후 님의 글을 읽고 처음이든 몇 번째든 
무조건 주문하여 읽기로 마음을 굳혔다.

이 책에서  '더럽혀진 햇수가 긴 사람을 선배'로,  '자살'을 '부자연스러운 폭력'이라고,
또 '사랑'을 '죄악'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나쓰메 소세키.
한 마디로 인간의 에고이즘과 죄의식을 이렇듯 차분하고 냉정하게
잘 버무려낸 작품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타인을 경멸하기 전에 자신을 경멸했기 때문에 타인의 애틋한 마음에 응하지 않는'(17쪽)
선생님이 있다.
우연히 만나 세상 일에 초연한 듯한 그 모습에 끌려 대학생인 '나'는 그의 집에 드나든다.
서재며 풍기는 분위기로 보아 교수쯤이 아닐까 짐작했는데 그는 세상에 속한 어떠한 직함도 없다.

--선생님은 한때 굉장한 독서가였는데, 그 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전처럼 그 방면에
흥미를 느끼지 않게 되었다는 말을 전에 사모님에게서 들은 적이 있었음을 떠올렸다. (......)
"선생님은 왜 전처럼 책에 흥미를 갖지 못하시는 겁니까?"
"왜라고 할 것까진 없지만......말하자면 아무리 책을 읽어봐야 그리 훌륭해질 것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또 이유가 있습니까?"(......)
"또 있다고 말할 정도의 이유도 아니지만, 전에는 남 앞에 나서거나 남이 뭘 물어보거나 했을 때
모르면 수치로 느껴져 창피했는데, 요즘은 모른다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수치가 아니라는 걸
알기 시작했습니다.(......)"(67~68쪽)

'책을 읽어봐야 별 수 없다'는 선생님의 진술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는 별다른 취미가 없는 인간이기 때문에 '영화와 책이 시들해지면 무슨 재미로 사나' 하여,
이 부분을 읽을 때 잠시 미간을 찌푸렸던 기억도 나고.

병으로 위독한 고향의 실제 아버지보다, 이 쓸쓸하고 무표정한 선생님에게 더 이끌리는 청년.
예전에는 선생님이 그에게 보낸 자서전 형식의 긴 편지 내용보다
뭐라 표현할 수 없이  고즈넉하고 신비한 선생님 댁의 분위기와
나이 차를 훌쩍 뛰어넘는 그들의 교제에 시선이 머물렀다.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어떤 일을 경험하고 난 후,
'나는 할 수 없이 죽은 목숨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가자'고 결심했다는 선생님.
세상에는 그렇게 쓸쓸한 결심을 하고 말없이 실행하는 인간도 있는 것이다.

<마음>은  또 자연스럽게 다음에 내가 읽을 책을 지정해 주었다.
나쓰메 소세키의  <나의 개인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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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7-06-13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조건 보관함에 넣습니다. 전에 리뷰 쓰신 참선 일기가 너무 좋았거든요. 고맙습니다.

로드무비 2007-06-13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 님, 제가 고맙습니다.^^

2007-06-13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06-13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 확인도장을 분명 받았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쓸쓸합니다요.
맞아요, 심연이라 해봤자, 꼴랑 죄이고 어리석음이고 열등감이고
빤하고 빤한 것.
그런데 전 문학이나 영화 속의 그 어두운 부분을
기꺼이 즐기는 편입니다.^^

2007-06-13 1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06-13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도 마시고, 에서.ㅋㅋㅋ

치니 2007-06-13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좋아했던 책. 다시 리뷰를 읽으며 떠올려봐도 참 좋네요.

2007-06-13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로이카 2007-06-13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스스로에게 타이르듯 말하지만, 그 모름으로 화나고 그 모름을 감추려고 했던 제 모습들이 떠올라 참 부끄럽네요. 하지만 저 말씀을 한 소설 속의 선생님과는 달리, 그것과 저의 책읽기는 별개일 것 같아요. 분명 책읽기는 어떤 종류의 지식을 얻게 해주기는 하지만, 그 자체로 내가 뭘 모르는지, 또 내가 지금 아는 것이 거짓일 수도 있다는 것은 가르쳐주지 않는 것 같거든요. 모르는 게 두려워서 책을 읽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겠지요.. 고3이 문제 푸는 것도 아니고..

로드무비 2007-06-14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로이카 님, 독서가 다는 아니지만 인생의 큰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니겠습니까. 독서 행위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고 높이 떠받드는 모습을 보면 가소로운데, 사실 저의 진심은 잘 모르겠어요. 어떤 책을 제대로 읽고 나면 자부심이 생기거든요.^^

바뀐 서재가 어리둥절 님, 댓글 다는 것도 정말 어색하네요.
전의 서재 돌려달라고 조르고 싶을 정도.
두 권 다 좋았다니 저도 즐겁습니다.^^

치니 님, 소설 읽는 즐거움이 이런 것이다, 알려주는 듯하여요.^^


2007-06-14 11: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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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5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06-17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 곧잘 하던 생각 님, 맞아요. 제 앞가림은 해야죠. 너무 많이 알아도 인생이 허무하고, 몰라도 병폐. 우짜면 좋습니까.^^
 
우리들의 스캔들 창비청소년문학 1
이현 지음 / 창비 / 2007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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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타깝게도 올해는 교생들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다들 나이에 비해 늙수그레한 데다 촌스럽기 그지없다.
남자 교생들은 성장기를 냉동인간으로 보낸 것처럼 작달막하고
여자 교생들은 의도를 짐작할 수 없는 옷차림이다.(16쪽)

연두색 바탕에, 전체 금실이 체크무늬로 박힌, '도무지 의도를 짐작할 수 없는' 투피스를 맞춰 입고
교생 실습을 나갔다.
동래에 소재한 남자 중학교였다.
그 나이에 여자 교생이라면 환장을 한다는데 우리반 아이들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어느 날 퇴근길, 학교 앞에서 우연히 마주친 1번  꼬맹이가 석간신문을 돌리고 있길래
배달 마치기를 기다려 근처 중국집으로 데리고 갔다.
자장면 곱배기를 사먹였더니 다음날부터 눈에 띄게 얌전해졌을 뿐만 아니라
주변의 떠드는 녀석들을 잡도리하려 들었다.
교생실습 기간 동안은 소 닭 보듯 하던 녀석들이
무슨 속셈인지 마치고 났더니 편지를 무더기로 보내왔다.
그것이 한동안 나의 기쁨이 돼 주었다.

<짜장면 불어요>의 작가 이현이 중2 교실을 배경으로 왁자지껄한 장편을 한 편 써냈다.
<우리들의 스캔들>.
보라 이모가 보라네 중학교 2학년 1반에 교생으로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 이모가 어떤 이모냐, 어른들의 눈으로 보면 문제의 소지가 많은 인물이다.
아이들은 물론 개성이 강하고 제멋대로인 이 교생선생님께 매료된다.
새빛중학교 2학년 1반에는 선생님도 부모님도 모르게 자기들끼리만 알고 몰래 드나드는
비밀의 방이 하나 있다.
그 인터넷의 가상공간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루루공주'니 '바이올라'니 '소주원샷'이니 L(<데스노트>의 L) 등의 닉네임으로 온갖 이야기를 나눈다.

-- 옛날에 나는 늘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고 싶어하는 아이였다.
학교에서, 집에서 그밖의 모든 것에서.
그래봤자 주변을 빙빙 돌고 있을 뿐이었지만 마음으로는 늘 그랬다.
(......) 고백하자면 어른이 되어도 별수없이 똑같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드는 거다.
"그게 뭐 어때서?"
얼굴 똑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듯이, 생각이며 행동거지며
사는 모양새도 모두 달랐으면 좋겠다.
제멋대로, 내키는대로, 다 달랐으면 좋겠다.(<짜장면 불어요> 작가 머리말에서)

유쾌하고 미더운 머리말이라 일부러 소개한다.

델리 스파이스의 '챠우챠우'가 배경음악으로 흐른다는 그 비밀의 방에서,
아무도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멋진 닉네임으로 함께 수다를 떨고 싶다.

때로 그 방에는 어른들의 세계와 별 다르지 않은 칙칙하고 무서운 이야기가 떠돌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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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2 22: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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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07-06-12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도 작가의 그 말 좋아해요. 이현 작가는 제멋대로인 것 같아도 참 일관성 있어요. 반가운 일이죠. 이번 책도 재미있더군요. : )

로드무비 2007-06-12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 님도 읽으셨군요.
작가의 미더운 모습 참 좋죠?^^

그 옷, 지금 생각해도 웃긴다니까요.
괴상망측한 옷차림으로 나름대로 우쭐우쭐 그 학교 언덕을 오르던
제 모습이 그립네요.
님은 무지 세련되고 화사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전 공부 못하고 선생님께 지지리도 구박받던 몇 녀석들에게만
인기였어요.^^


hanicare 2007-06-13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나는 늘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고 싶어하는 아이였다..
(......) 고백하자면 어른이 되어도 별수없이 똑같다.
엄마가, 그리고 김모씨가 종종 하는 말. 나의 정신연령은 딱 일곱살이다. 니 딸에게 언니라고 해도 시원챦다.(7살짜리들과 이야기할 때 제일 편한 거 보니 맞는 말이네요.)
6.10 때 구호가 독재타도 호헌철폐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벌써 20년이 지났다더군요.
어릴 땐 조숙하다고 하더니 지금은 미숙하다고들 하네요. 난 변한 게 없는데요.후훗.

그런데 최승자시인의 말마따나 기쁘다 철판 깔았네...라서 그런가 요즘은 불뚝 불뚝 반항심이 솟습니다. 그래서 뭐? 나의 이상에 비추면 자신이 한심하지만, 그래두 세금 잘내고 공중도덕 잘 지키쟎아...게으른 게 흠이지 뭐...

*그러고 보니 로드무비님하고 꽤 오랫만이네요.칫.,,


로드무비 2007-06-13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anicare 여사, 반갑습니다.
KBS 6.10 다큐 연이틀 보셨군요.
20년 전의 흑백사진과 지금 모습의 대비가 제 시선을 끌었습니다.
자기 나이 비슷한 사람이 화면에 나오면
"누부야, 나도 저렇게 늙어 비나?"
동생의 물음에 내 대답.
"어, 똑같다!"
ㅋㅋㅋㅋㅋ

전 어릴 때도 미숙했고 지금도 미숙하네요.
이렇게 늙어 죽는 걸까요?( '')

그나저나 짜장면 불어요 머리말이 없었으면
리뷰 마무리를 어떻게 했을지.^^

홍수맘 2007-06-13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탱스 투 *^ ^*

로드무비 2007-06-13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수맘 님, 땡큐!!^^

2007-06-14 00: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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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7-06-17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동이 님, 너무 자주 나오는 건 좀 그렇죠? 동감.
가족여행 준비, 좋으시겠어요. 어머님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