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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의 사람들
M. 스콧 펙 지음, 윤종석 옮김 / 비전과리더십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계모의 말만 듣고 아직 어린 아이를 돌아가며 구타한 한 마을사람들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도벽이 있다는 계모의 말만 듣고 마을 사람들은 아이를 볼 때마다 한 명씩 돌아가며 머리통을 쥐어박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나는 그 기사가 사실이라고 믿을 수가 없었다. '집단악'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무시무시한 영화를 한편 보고 난 기분이랄까. 현실은 종종 나쁜 영화보다 훨씬 악독하다.

악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여는 책이라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극찬했다는 M.스코트 팩의 <거짓의 사람들>을 읽었다. 저자의 머리말 첫 대목이 "이 책은 위험한 책이다"이다.

'인간의 악을 직접 들여다볼 수 있기 전까지는 치유의 희망을 꿈꿀 수 없다. 그런데 악이란 기분좋은 볼거리는 아니다.' 인간의 어두운 면을 다룬 책이 유쾌하게 읽힐 리는 없다. 그런데 나는 그 어두운 면에 평소 호기심이 많다.

10년 전쯤, 남대문시장 골목 노상에서 칼국수를 사먹는데 나는 칼국수를 말아주는 여성의 안 보아도 좋을  얼굴을 보고 말았다. 어쩌다보니 나는 손님이 하나도 없는 그녀의 좌판 앞 긴 나무의자에 궁둥이를 걸쳤다. 다른 나무의자 위는 바글바글했다. 그녀는 그것이 몹시 유감이었던 듯 혼자서 앙앙불락이었다. 그나마 하나 얻어걸린 손님에게 친절하게 대하긴 해야겠는데 기분이 몹시 나쁘니 혼자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나도 덩달아 어쩔 줄을 몰랐다. 억지로 웃는 얼굴의 무시무시함이라니! 그녀는 여차하면 자신의 손님을 모두 가로채가는 옆 가게 여자에게 칼이라도 던질 기세였다. 나는 침통한 얼굴로 칼국수를 먹었다. '하고많은 가게 중에 왜 하필 이런 가게로 기어든 거야. 아아, 내가 사는 건 왜 이 모양일까!' 속으로 탄식하며 말이다. 나는 왜 그때 그녀의 안 봐도 좋을 얼굴까지 고스란히 보고 앉아 있었던 것일까! 내게도 무슨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닐까!

그날 저녁 퇴근 후 내가 좋아하는 시인을 만났다. "신이 내릴려나, 제 눈엔 요즘 이상한 게 자꾸 보여요. 모르고 지나가도 좋을 사람들의 얼굴까지!" 그날 낮에 본 칼국수집 여자 이야기를 하자 그 시인은 씨익 웃으며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걱정 마! 로드무비는 절대 신이 내릴 얼굴이 아냐!"

"가려진 영혼 속에서 벌어지는 섬뜩한 숨바꼭질 놀이, 단 하나뿐인 인간의 영혼은 그 속에서 혼자서 치고받다 스스로 피하여 숨는다."(저자가 Good and Evil이란 책에서 인용한 글)

위의 구절은 남대문시장 칼국수집 여자가 국수를 끓이고 또 내가 국수를 다 먹길 기다리는 20여 분 동안 보여준 바로 그 무시무시한 원맨쇼에 대한 기록에 다름아니다. 사실은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저 구절을 보는 순간 그녀가 의식의 수면 위로 둥실 떠올랐다.

악은 아주 멀쩡하고 태연한 얼굴로 우리의 일상 속에 출몰한다. 범죄를 저지르거나 알코올로 도망가는 것만이 악이 아니다. 악은 아주 교묘한 모습으로 나타나 어느 날 문득 우리의 삶을 뒤흔든다. 자기 기만, 무정한 것, 이 모두도  악에 포함된다.

교회 헌금통 속에 55센트를 넣다가 어느 순간 '너는 55세에 죽을 것이다'라는 밑도끝도 없는 문장이 머리속에 떠오른 조지. 차를 달리다가 45마일 속도제한 표지판을 보는 순간 '너는 45세에 죽을 것이다' 하는 말이 떠오른다. 그는 결국 그런 식의 강박에 시달리다 못해 상담을 받기 위해 저자를 찾아온다. 그는 얼마나 그런 생각에 시달렸던지 마침내 아들의 목숨을 담보로 악마와 계약을 맺는다. 그는 그 전까지만 해도 아주 평범하고 멀쩡한 시민이었다.

또 이런 부모도 있다. 형이 자살한 후 급격히 우울증에 빠진 소년 바비. 그의 무정한 부모는 그런 아이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총을 선물한다. 바로 바비의 형이 자신을 쏘았던 그 총을......

부모자식 간의 기묘한 관계(바비, 로저의 두 경우), 뒤틀린 부부관계(사라와 하틀리), 애증의 모녀(빌리), 자신의 상담의사조차 가지고 놀고 장악하려다 실패하고 사라지는 찰린이라는 독신 여성......이 책에는 정말 이 인간 세계에서 타인과 자신을 속이며 어두운 얼굴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온다. 그 생생한 사례들을 읽다보면 깨닫지 않을 수 없다.거짓을 바탕으로 한 관계는 반드시 무너지고 만다는 걸......

'악한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도 겁이 많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기 모습이 빛 가운데 드러나는 걸 끊임없이 피하면서 자신의 목소리 듣기를 거부한다. 그들은 완전한 공포 속의 삶을 살아간다. 그들은 더이상 지옥에 갈 필요가 없다. 이미 그 안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악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 그 무시무시한 실체 그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 이 책을 쓰는 나의 의도다.'

나는 그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 속에서 내 속에도 고스란히 있는 악의 씨들이 꿈틀꿈틀하는 걸 느꼈다. 그런데 저자의 다음과 같은 명쾌한 정의가 조금 위로가 된다.

'인간은 우연히 악의 파트너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성인이다. 우리는 운명적으로 어쩔 수 없이 악의 세력에 붙잡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덫을 놓는 것이다.'

나는 적어도 스스로 덫을 놓고 그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우를 범하지는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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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혼 2004-09-11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를 읽으니, 저에게도 떠오르는 책이 하나 있네요, 다시 들춰보고 저도 얘기를 하나 풀어놓고 싶어집니다.
이런 게 바로 웹의 효과가 아닐까요, 거미줄이 확산되듯, 하나의 줄에서 또 다른 줄이 이어져 나오고, 그렇게 한 줄 한 줄 이어져 또 하나의 새로운 망과 공간이 생겨나는 것......

누구든 우연히 악의 파트너가 되는 건 아니라는 것! 선이든 악이든, 그 씨앗은, 그 선택의 실마리는, 그 결정적 계기는 모두 내 안에 이미 들어와 자라고 있는 걸까요?

하얀마녀 2004-09-11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잘 쓰시네요. ^^

로드무비 2004-09-11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일락와인님, 빨리 하나 풀어놓으세요.
이 리뷰를 읽고 뭔가 떠올랐다니 몹시 궁금합니다.^^

하얀마녀님, 역시 잘 쓰죠? 호호호(방자한 웃음)
인간에게 최고의 악은 교만과 태만이래요.
이 책을 쓴 분이 그렇게 말했어요.^^;;;

superfrog 2004-09-11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에게 최고의 악은 교만과 태만.. 흠.. 같은 글자로 끝나는 낱말인데도 전혀 다른 의미로군요. 타인의 교만에 심하게 질리고 자신의 태만에 괴로워하고 있어요..;;;

로드무비 2004-09-11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한테 질렸다는 말씀이세요? 금붕어님? 엉엉.
저는 교만과 태만을 다 가지고 있어요.엉엉.

水巖 2004-09-11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역시 잘 쓰시네요. 군더덕이 없이.

플레져 2004-09-11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에서의 악을 가면이라고 했을 때, 예전에 아주 강했던 친구가 요즘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어요. 그애 답지 않은 연약한 행동들 때문에 기막힐 뿐이지만, 친구 역시 강했다기 보다는 자신의 약함을 들키고 싶지 않은 겁많은 소녀가 아니었나 싶네요. 별 다섯개에 어울리는 리뷰여요! 보관함에 넣겠습니다 ^^ 추천~!

2004-09-11 2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깍두기 2004-09-11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만 읽고도 무서워지니 이 책을 읽어야 할라나요?
님의 칼국수집 아줌마 이야기 정말 리얼하군요. 나도 생에서 그런 얼굴을 남에게 보인 적이 없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로드무비 2004-09-12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암님, 고맙습니다. 군더더기가 없다는 칭찬......(__)
플레져님, 저는 저 책 속의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꼈어요.
단, 자식을 교묘하게 학대하는 부모들 빼고...
깍두기님, 마음이 가면 읽으시고 두려움이 느껴지면 읽지 마세요.
읽고 싶은 책만 읽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2004-09-12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고 싶었는데, 읽으셨군요. 저도 읽으려도 벼르고 있어서 리뷰는 안 읽었어요..책 읽고 읽으려고요,ㅎㅎ.어쨌든 기인~ 리뷰...짝짝짝! 아, 리뷰는 안 읽었는데 댓글만 읽고도 추천!

2004-09-12 16: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4-09-15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군요.^^
자기기만과 무정,뒤에서 살짝 웃고 있는 메시스토펠레스에 대해 동의합니다.근데 또 한편으론 자기위무를 위한 악도 가능하리라 생각해요.허무적인 위악이 될 수도 있으나...제가 최근에 본 오에 겐자부로의 책에서도 이러한 느낌이 많았습니다.현상적인 악이 아니라 인간 내부에 존재하며 수시로 꿈틀거리는 바닥을 알 수 없는 절망과 공포가 악의 한 모습일 듯 해요. 때론 본인의 의지를 부드럽게 설득하며 좌절시키는 두려움도 그 깊은 모습중하나가 아닐까....

드팀전 2004-09-15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아주머니의 얼굴에서 악을 연상하신 건 너무 낭만적 관찰자의 시선인거 같아요.꼭 그런식은 아니어도 좋았겠으나.그녀의 생활을 위한 치열함이 그런 얼굴을 낳았다면...삶의 치열함이 악이 되어야만 하지요.가끔 장사하시는 분들의 과격한 열정이 눈에 거슬리고 한심해 보일때도 있긴하지만 먹고 살기 위한 애씀으로 이해하시는게...

로드무비 2004-09-15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드팀전님. 반갑습니다.
저는 평소 시장통의 악마구리같은 소음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제게 없는 생의 열기 같은 걸 부러워도 하고요.
그런데 그 아주머니에게서 악을 본 건 스스로 절제할 수 없는 분노.
어딘가에 사로잡힌 것 같은 모습...그것 때문이죠.
정말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거든요.
제 속에 있을지도 모를 분노 그런 것 때문에 민감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그러니 낭만적 관찰자의 시선이라는 말씀은 조금 억울해요.
뭐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할 수 없지만...^^

드팀전 2004-09-15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억울하셨다니 죄송해서 어쩌나 .....쯥
전 시장통의 소음을 별로 안좋아합니다.제가 관찰자죠.
단 마음에 뭉게 뭉게 피어오르는 낭만성을 자제하려고 하지요. 뭐 그런 경계심 아닐까해요.
시골에서 농부들 보면 도시인들이 멋도 모르고 "아...시골에서 농사나 지었으면.."이런 헛소리 하진 말자는.....그런 낭만성에 대한 자기경계정도...
자주 들를게요.

로드무비 2004-09-15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안 삐졌어요, 드팀전님.^^

라이더 2005-01-13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보,예스24를 능가하는 알라딘의 리뷰. 이래서 다시 돌아오곤 합니다.

잘 읽었어요. 알라딘은 전공서적(원서) 서포트좀 잘 하라!!!
 
우리 아빠 - 레제르 만화 컬렉션
장 마르크 레제르 그림 / 열린책들 / 2000년 1월
평점 :
절판


세상의 아빠들은 왜 그렇게 술을 마실까?  '딱 한번만 만나고 싶다' 같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면 가족이 해체되고 부모와 헤어져 혼자 지내다 엄마를 찾는 이들의 경우 열 명 중 여덟은 그 원인이 아빠의 술버릇 때문인 걸 알 수 있다. 허구헌날 마셔대는 술, 그로 인한 찢어지는 가난과 불화, 병...

열린책들에서 나온 장 마르크 레제르의 이 만화 속의 아빠는 아직 어린 아들을 가게에 보내 포도주를 매일 다섯 병씩 사오게 한다. 술꾼이라면 적어도 하루에 다섯 병은 마셔줘야 한다나? 주인공 소년은 그래도 아빠가 침대 옆 탁자 위에 가족 사진을 늘어놓은 걸 보고 엄마와 자신과 어린 동생들이 사랑받고 있다고 확신한다. 구차하지만 애틋한 확신이다.

그의 주인공들은 별다른 신념이나 희망 없는 사람들답게 흐린 선으로 꾸불텅하게 그려져  묘한 정감을 불러일으킨다.

아이는 가끔 술취한 아빠에게 죽지 않을 정도로 두들겨 맞는다. '두고보자, 내가 크면...(퍽!)...그래, 내가 크기만 하면...(퍽!)...정말이지... 내가 크면...(퍽!)...복수하고 말겠다!'가 아이의 결심이다.

<우리 아빠>에 나오는 엄마는 시큰둥하며(대사가 없다. 할 말이 없다는 뜻이겠지) 설겆이 등 최소한의 집안일이나 하는 무뚝뚝한 뒷모습이 그려질 뿐이다. 하루의 노동에서 풀려나 겨우 앞치마를 벗는 엄마를 술취한 아빠는 질질 끌고 가 침대 속에 자빠뜨린다. 자신의 욕정을 풀기 위해...

이 작가가 바라보는 가족의 모습은 절망적이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가족 구성원은 제각각이다. 그러니 같은 피를 가졌다는 그 사실이 살아가는 데 아무런 위로가 되지 못한다.

이 콜렉션에는 '그 외의 이야기들'이라고 하여 '마음의 편지', '오르가즘' 등 몇 편의 섬뜩한 작품이 함께 실려 있다. '마음의 편지'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이렇게 읊조린다. "나는 백작님네 거름 구덩이를 청소한다. 나는 늙었고, 못생겼고 슬프다." 시편의 절창을 떠올리게 하는 독백이 아닐 수 없다. 그에 대한 마음의 편지는 이렇다. "절망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은 일입니다. 최대한 집중하세요. 일하세요. 다른 것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마세요."

'오르가즘' 편을 보고 철저하게 여성의 편에 서서 수컷들을 조롱하고 있는 작가에게 고개를 갸웃했다면  책의 맨 마지막에 있는 작가 소개를 꼼꼼히 읽어볼 일이다.

'그는 증오도 경멸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레제르는 심판하려고 들지 않았다. 그는 자기 작품에 등장하는 그 악의 없는 괴물들을 사랑했다. 그리고 그는 어떤 환상도 없이, 현실 그대로의 모습으로 여성을 사랑하고 숭배할 수 있었던 사람이었다.'

(아아, 우리 아부지가 술꾼이었다면, 그래서 어린 시절 내가 술심부름을 한번이라도 해봤더라면 더욱 절절한 리뷰를 써서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었을 텐데...아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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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두 2004-08-23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억, 레제르닷! 흐흐....
제가 너무 좋아하는 작가랍니다. 추천추천....합니다.

로드무비 2004-08-23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 감사합니다.^^

하얀마녀 2004-08-23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 아빠가 되진 못했지만 역시 알콜이 가정파괴에 대해서 공감을 많이 하게 되네요.
저도 추천하고 갑니다. ^^

플레져 2004-08-23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빠가 술을 많이 드시고 오는 날에는 아이스크림과 바나나도 함께 왔더랬습니다.
은근히 그런날을 기다리기도 했었는데...
추천합니다~ 읽고 싶은 충동, 그것이야말로 알라딘이 바라고 독자가 바라는 리뷰겠지요?
님의 리뷰가 그래요, 늘...^^

로드무비 2004-08-23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얀마녀님, 참 남자분이셨죠?
이 글은 남자들에게 조금 먹히는군요.
하루빨리 아이 아빠가 되고 싶으신 건가요?^^
플레져님, 깊이 감사드립니다.
제 리뷰나 짧은 글을 항상 관심을 가지고 읽어주시는 분.
저 또한 님의 글에 관심 많아요.^^

밥헬퍼 2004-08-24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처럼 다시 들르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어린시절 아버지의 술심부름을 무진장많이 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지금은 술한모금 먹지않고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되었지요. 반발은 아니었습니다. 일종의 경이로운 탈선인 셈이요. 리뷰의 끝을 읽다보니 괜히 지난 시절 생각이나서 그냥 적었습니다.
 
죠로쿠의 기묘한 병 - 히노 히데시 걸작 호러 단편 시리즈 2
히노 히데시 지음 / 시공사(만화)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죠로쿠의 기묘한 병'은 이런 대사로 시작된다.

"이 바보 같은 놈! 또 그림 따위나 그리면서 농땡이를 피우다니!

그러니까 그렇게 이상한 종기가 생기는 거야."

어느 날 얼굴 위에 독버섯처럼 생긴 일곱 가지 색깔의 종기가 나기 시작한

동생 죠로쿠에게 퍼붓는 형의 악담이다.

"이 바보 같은 놈! 또 만화나 읽으면서 농땡이를 피우다니!

그러니까 그렇게 일거리도 딱 끊기는 거야."

어디선가 그런 목소리가 들린다.

이 만화 어딘지 참 무서운 데가 있다.

 

다음은 이어지는 설명.

--죠로쿠는 어렸을 때부터 머리가 모자라 그림을 그리거나

멍청히 있을 때가 많았다.

내 초등학교 몇학년 때 통신표(성적표)를 보면,

"체육시간이면 멍하니 다른 곳을 보고 있습니다."고

담임선생님이 우리 부모님께 일러바쳤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죠로쿠에게 육친과도 같은 애정을 느낀다.

 

시간이 흘러 종기로 온몸이 뒤덮이자 죠로쿠는 깊은 산 속 폐가에 갇히게 된다.

늙은 어머니가 가져다주시는 음식으로 연명하며 자신의 몸에서 쏟아져내리는

색색깔의 피와 고름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순전히 제목만 보고 이끌려 주문했다.

나로서는 처음 알게 된 히노 히데시의 걸작 호러 단편 시리즈 제 2권이고

죠로쿠 외에도 열대어를 기르며 공상하는 게 유일한 낙인

소년이 주인공인 '물 속'과, 

통학길에 있는 작고 지저분한 애완동물 가게에서

조그만 생쥐 한 마리를 얻어와 집이 쑥대밭이 되는 '생쥐',

그리고 사람을 잡아먹는 이야기 '백관동물' 이렇게 네 편이 실려 있다.

 

--온몸에 생긴 종기에서 흘러나오는 일곱 빛깔의 고름으로

그림을 그려내는 죠로쿠의 광기와 환희...

호러만화 역사에 남을 무섭지만 숭고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이야기들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책 뒷표지에 실린 글을 소개하는 것이  리뷰를 열 장 쓰는 것보다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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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rsta 2004-07-13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어떤 소설인가 어디서, 가난한 화가 남편의 뒷수발을 하는 부인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화가의 의식주뿐 아니라 그림에 주로 쓰는 선홍색 안료까지 구해다 준 부인덕에 어느날 유명해지게 되는데, 그때쯤 부인이 죽었죠. 그 선홍색 안료가 남편 몰래 뽑아준 부인의 피였다는..;;
고름으로 그림을 그리다니, 만만치 않군요.;; 리뷰가 정말 생생해요.(오싹)

LAYLA 2004-07-26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허헉..-,.-;;;;리뷰와 코멘트 모두 으스스 합니다!
tarsta 님 코멘트 보니 레드 바이올린도 생각이 나구요!

icaru 2004-12-22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뒷표지에 실린 글을 소개하는 것이 리뷰를 열 장 쓰는 것보다 낫겠다.



흐하하... 이 책도 솔깃~
 
소주병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147
공광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4년 4월
평점 :
품절


언제까지나 청년일 것 같은 '대학일기'의 시인 공광규도 어느새 늙나보다.

얼마 전 나온 새 시집을 보니 나이 마흔의 피로와 당혹감이 덕지덕지 묻어난다.

 

    작은 인정에 취하고 / 작은 비난에 상처받고

    작은 욕망에 갇히는 나는 / 큰놈 되기 다 틀렸다(시 '큰놈' 중)

 

'지독한 불륜'이라는 제목의 시집을 상재한 이후 몇 년 만의 시집인가?

'소주병'이라는 간결하고 단호한 이 시집의 제목이 나는 참 좋다.

'먹고사는 데 급급하여, 혹은 쾌락의 토끼 꼬리만 따라다니다

오늘 도심 골짜기에서 길을 잃었다'는 시인의 통렬한 고백이 시집 곳곳에

신음처럼 배어 나온다.

 

     더러워져가는 나를 끌고 / 장대비 속을 이백 리나 달렸다

     강물이나 도랑에 처박고 싶은 / 비겁해져 가는 중년(시 '원적사에서 하룻밤' 중)

 

내가 잘못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을 멈추지 않는 한 그는 시인이고 청년이다.

그의 정신과 언어는 아직 녹슬지 않았다.

거친 입담 속에 사람과 세상을 향한 뜨거운 관심과 애정이 보인다.

그는 이 땅에 몇 안 되는, 명실공히 사내 대장부 같은 뚝심 있는 시인이다.

아직도 그의 삶의 자리는 노동자들의 옆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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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뇌충 겐씨 스토리 1
히라모토 아키라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 차례부터 소개할까요?

영세 트럭 운전사 / 황혼의 트럭 운전사 / 스쳐가는 트럭 운전사 / 필름 끊긴 트럭 운전사...

뭔가 그 제목들에서부터 페이소스가 느껴지지 않습니까?

'무뇌충 겐씨 스토리' 1권을 읽고 너무 재미있었던 나머지 <멋지다 마사루> 전권과 함께

나머지를 주문했습니다.

저는 역시 무르익는(?) 중년이라 그런지 천방지축 마사루보다는 겐씨가 좋습니다.

고물 트럭을 몰고 돈도 안되는 일만 찾아다니다가 그나마 일거리도 끊어진 겐씨.

음침한 그림체라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저는 땀냄새 무지 풍길 것 같은, 살아가는 데 아무 대책 없어 보이는 겐씨가 좋습니다.

어렵게 구한 똘똘한 조수와 그의 애인이 오래도록 겐씨의 친구가 되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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