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점점 빠르게 지나간다.

어느 새 6월이다.

 

오페라 4주 수업이후 그림으로 만나는 인문학 강좌를 3회 들었다.

경기도 문화재단 학예사인 김종길 미술평론가의 수업을 들었다.

 

김종길 선생님의 수업은 정말 유익했다.

최근의 내가 얼마나 게으르게 살았는지 반성도 하게 되었고, 책읽기의 깊이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생각하게 되었다.

수업 중 선생님이 보여준 그림이 생소하지 않았지만 막상 그림과 관련한 정보가 어찌나 없던지, 반성하게 되었다.

 

김종길 선생님의 미술평론을 보기 위해 중고샵에서 두 권의 화집을 구매했다.

김억의 국토,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풍경을 고스란히 목판화로 새겨 넣은 작가의 세심함에 입이 절로 벌어진다. 산, 강, 바다, 섬. 그 모든 것을 담아두기에 나무판이 작았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 새겨 넣은 것은 정말이지 감탄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흥덕의 도시, 도시의 풍경과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이 그림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익살스럽게만 볼 수만은 없는 그림들이다. 작가의 그림을 보며 암울했던 시대에 욕지기가 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림을 통해 이 시대의 정신을 본다.

 

 

 

6월에는 정말이지 시간을 좀 더 알차게 써야겠다. 계획만 세우는 것이 아니라 다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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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3-06-03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섬님 참 알차게 지내시네요..
저는 오늘 늘어져있는 느낌인데... ^^

아아, 저도 실천을 해야겠어요, 실천을!

꿈꾸는섬 2013-06-05 21:38   좋아요 0 | URL
전 정말 실천이 절실히 필요해요.ㅜㅜ

오랜만에 들어와도 늘 반갑게 맞아주셔서 고마워요.^^

순오기 2013-06-04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접하는 꿈섬님 소식 반가워요~
현준이랑 현수도 쑥쑥 자랐겠지요? 몸도 마음도~ ^^

꿈꾸는섬 2013-06-05 21:39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반가워해주시니 정말 좋네요.
아이들은 정말 많이 자랐어요.ㅎㅎ
해운대 오공주 만남은 정말 부럽네요.^^

세실 2013-06-06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알찬 시간 보내시는군요^^
욕심쟁이 꿈섬님! ㅎ
아름다운 6월 되세요~~~

꿈꾸는섬 2013-06-07 11:57   좋아요 0 | URL
사실 그다지 알차지 않은 시간을 보내며 낭비하고 있었는데 그나마 미술강좌를 듣게 되어 다행인 5월이었어요.
정신을 어디에다 두고 사는 건지, 아무 생각없이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어요.ㅜㅜ

6월은 정말 알차게 보내야겠어요.^^
아름다운 6월 만들어봐야죠.^^
 

문애인 교실 두번째

베르디의 3대 오페라중 하나인 <리골레토>에 대한 감상이 있었다.

 

'리골레토' 우스꽝스러운 광대, 하지만 그에게는 감춰둔 딸이 있고, 딸 질다는 아름답다.

천하의 바람둥이 만토바 공작, 모든 아름다운 여자는 그 누구를 막론하고 손에 넣고야마는 사람이다. 그를 도와 나쁜짓을 일삼던 리골레토, 그를 향해 몬테로네는 저주를 퍼붓고, 리골레토는 아름다운 딸 질다를 생각하면 그 저주가 마치 이루어질 것 같은 불안함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마침내 그 저주는 아무리 벗어나려고 발버둥쳐도 덫에 놓인 짐승처럼 그에게 떨어진다.

 

1851년, 지금으로부터 162년전에 만들어진 이 오페라는 정말이지 소름끼칠 정도로 아름답지만, 추악한 인간의 본성에 대한 생각을 갖게 만든다.

자신에게 돈이 된다면 무슨 일이든 악행을 저지르고야마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그건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로 살아있는 인물들이 아닌가.

 

짙은 분장과 가면 속에서 웃고 떠들어대는 광대가 당시 오페라의 주인공이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웠을 것이다. 소설에서 말하는 문제적 인물이 아닐 수 없다.

 

 

<리골레토> 수업을 위해 리골레토 복장으로 나오신 장베드로 교수님, 복장과 분장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전번주에 확인한 10여명의 수강생들이지만 자신의 열정을 보여주고 성심을 다해 재미난 강의를 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그래도 최선을 다해 강의를 해주시고, 1시간반 수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게 완강해주셔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전번 시간 제르몽 분장 사진도 함께 찍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계속 후회하고 있어요.ㅜㅜ

 

<리골레토>하면 '여자의 마음' 밖에 몰랐는데, 이 강의를 통해 좀 더 많은 곡들을 주의있게 듣게 되었다. 교수님의 설명이 곁들여진 극의 흐름과 노래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질다와 만토바공작의 헤어지기 아쉬워하던 장면, 정말 25번의 안녕이라는 말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애절함이 묻어 있었던 것 같다.

2중창, 4중창 등 함께 어우러진 화음들도 좀 더 주의깊게 보게 되었다.

드라마나 뮤지컬은 한번 본 것들은 다시보면 재미가 없는데 오페라는 그 내용을 상세히 알고 보는 것이 재밌다는 장교수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이번 기회를 빌어 오페라에 대한 공부를 좀 더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은 전적으로 옳다.

이제 두번의 수업만이 남았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아쉽다.

그래도 다음주는 <아이다>를 감상할 생각하니 또 한 주가 기다려진다.

그리고 그 다음주 갈라콘서트는 정말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면 좋겠다. 열심히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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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4-11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럭셔리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는 그 동네, 정말 좋은 마을이네요.^^
 

남양주시에서 오페라를 즐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해봤다.

하지만 4월 한달동안 베르디의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문애인 교실이 오픈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 카페에 들어와보니 베르디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베르디를 알면 오페라가 보인다'는 강좌가 있는 게 아닌가. 너무도 기쁘게 바로 강좌를 예매했다.

그리고 3월내내 4월을 기다렸다. 내가 살고 있는, 가까운 곳에서, 베르디의 오페라를 만날 수 있다니...... 

당연히 기대감에 부풀어서 평내도서관을 찾았다.

많은 사람들이 예약했겠지 했는데, 내 생각과는 달리 객석은 한산했다. 그래도 오페라를 감상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였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1주, 라 트라비아타 공연을 감상했다. 장베드로 교수님의 해설이 곁들여져서 조금 쉽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봐 오던 공연과는 사뭇 다른 라 트라비아타였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연이라는데, 사실 그래서 더 낯설게 느껴졌다. 테너와 소프라노의 아리아는 정말 훌륭했다. 아름다운 선율에 고운 목소리는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라 트라비아타, 장베드로 교수님 말씀대로 옛날의 사랑이나 현대의 사랑이나, 동양의 사랑이나 서양의 사랑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유희, 사랑의 감정, 이별에 대처하는 남자와 여자의 모습, 요새 흔한 막장 드라마의 요소가 이미 그 옛날 오페라 속에 살아 있었던 건 아닌지. 창부와의 사랑, 돈많은 아버지와의 갈등, 사랑해서 떠나지만 결국 그 사랑은 감출 수가 없는 것, 그리고 여주인공의 가슴 아픈 죽음. 사랑과 죽음이라는 소재는 시대를 초월하는 것이 아닐지.

 

시간에 쫓겨 라 트라비아타 전체를 관람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주요 장면들 위주로 보고 설명을 듣는 것도 좋긴 했지만 어쩄든 극의 흐름에 대한 감정이 끊어져 버리는 아쉬움이 컸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이탈리아의 가극을, 그것도 남양주라는 지역에서 즐길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영광이다. 다시 학생이 된 기분도 들고, 여전히 어렵기만 한 오페라를 조금은 친숙하게, 친밀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정말 기쁘다.

 

2주에는 리골레또, 3주에는 아이다, 4주에는 갈라콘서트. 한 주 한 주 기대감이 생겨서 좋다.

 

사실, 장베드로 교수님과 따로 기념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용기가 없어서 그만두었다. 하지만 단체 기념사진을 찍었으니 그거라도 만족한다. 담당자분께 사진 전송 부탁드렸는데, 꼭 전송해주셨으면 좋겠다.(사진 전송해주시면 주변사람들에게 보여주게 되니 나름 홍보가 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이번 한달만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다음번에도 계속해서 강좌가 이어졌으면 좋겠다.

다음에 푸치니, 로시니, 모차르트 등 다양한 주제로 오페라 공연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에따라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감상하러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한다.

 

자, 그럼 다음주 리골레또를 기다리며 한 주를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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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봄이 오길 기다렸다.

아침 저녁으론 쌀쌀하지만 한낮의 햇볕은 따뜻한 날이 가끔 찾아와주어 좋다.

오늘이 바로 햇볕 좋은 봄날이다.

사람들과의 만남횟수를 줄이고보니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더불어 책 읽는 시간이 늘어났으면 좋으련만, 계획했던 <레미제라블> 5권을 아직 다 읽지 못한 채 3월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지금은 3권을 읽는 중...

 

요즘은 4월을 기다리며 산다.

4월 매주 수요일, 베르디를 만나러 간다.

<베르디 탄생 200주년 기념, 베르디 3대 오페라 감상>, 우리 동네 도서관에서 이런 걸 한다.

1주 라 트라비아타, 2주 리골렛또, 3주 아이다, 4주 3대 오페라 갈라 콘서트.

 

4월이면 날도 좋을텐데, 거기에 베르디의 3대 오페라를 매주 만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레인다.

 

얼마전 중고서점에서

이것들을 건졌다.

오페라의 '오'자도 잘 모르는 나에게 쉽게 읽을 수 있는 만화책 읽기는 가볍게 알아가기에 딱 좋다.

그리고, 아이다 cd는 요새 주로 듣는다.

 

 

 

그리고 예전에 증정본으로 받아 책장에 고이 모셔두었던 <해냄 클라시커 50 오페라- 세상을 감동시킨 환상의 무대, 세계 걸작 오페라 50>을 꺼내보게 되었다.(알라딘 상품에서 찾을 수가 없다ㅜㅜ)

 

오늘처럼 반짝반짝 빛이나는 날엔 밖으로 나가야할 것 같다. 아이 마중 나갈 시간보다 몇분 일찍 나가서 산책을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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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3-29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도서관은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썩 훌륭한 프로그램을 많이 하죠.
베르디 오페라를 만날 4월은 여삼추로 기다릴만하네요.^^

꿈꾸는섬 2013-03-31 21:29   좋아요 0 | URL
지역 도서관이 훌륭한 문화공간이죠.^^
정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ㅎㅎ

세실 2013-03-29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바람이 불기는 하지만 햇살이 따뜻하네요.
점심 먹으러 다녀오는 길가엔 노오란 개나리꽃이 활짝 피었어요.
세련된 도서관이군요. 우리 도서관에도 접목하면 좋을듯해요.
어느 도서관일까요? 홈페이지 들어가 볼래요^^

꿈꾸는섬 2013-03-31 21:31   좋아요 0 | URL
개나리, 산수유...노랗게 피었죠. 참 예뻐요.
남양주 평내도서관이에요. 남양주시에서 운영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하늘바람 2013-03-29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즐겁게 햇살을 맞으시네요
나도 본받아야겠다

꿈꾸는섬 2013-03-31 21:31   좋아요 0 | URL
봄햇살, 정말 좋아요.^^
동희도 곧 나들이 나가야죠.^^

다크아이즈 2013-03-29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꾸는 섬님 저도 4월을 기다립니다.
벚꽃도 좋고, 사과꽃도 좋은데 저는 복사꽃에 환장합니다.^^*
아이다의 개선행진곡 들으며 복사꽃밭 거닐면 넘흐 부조화겠지요? 흐흐~~

꿈꾸는섬 2013-03-31 21:32   좋아요 0 | URL
팜님도 4월을 기다리시는군요.ㅎㅎ
복사꽃, 정말 예쁘죠.^^

울보 2013-03-29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사월을 기다리는 이유는 다르지만,
그래도 사월 ,,기다려 지네요,
3월이 너무 추워서 ,,
4월은 내마음도 좀 따스해질까 싶어서요,,책은 좀더 많이 읽을 수있겠지 라는 마음으로 4월을 기다립니다,

꿈꾸는섬 2013-03-31 21:33   좋아요 0 | URL
3월이 너무 추웠죠.^^
곧 따뜻해질거에요. 좋은 일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소나무집 2013-03-30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월을 기다리는 일인이에요.
사월엔 따스하고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길 바랄게요.^^

꿈꾸는섬 2013-03-31 21:34   좋아요 0 | URL
소나무집님댁에도 따스하고 좋은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사월을 기다리는 저마다의 이유는 다르지만, 기다리는 게 있다는 게 참 좋아요.^^
 

어제, 아주 오랜만에, 친구가 놀러 왔다.

친구 둘째 주려고 챙겨두었던 옷가지들을 가지러 직접 왔다.

친구는 내게 부담이 될까봐 일부러 점심을 먹고 출발해서 일찍 가겠다고 했지만 오랜만에 놀러오는 친구를 그냥 보내기 아쉬워서 저녁을 먹고 가라고 권했다.

자동차로 30~4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살지만 아이들 키우다보니 서로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가끔 친구가 일하던 세무서에 찾아가 점심을 먹긴 했지만 가족 동반한 방문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못 본 사이 아이들은 쑥 자랐다.

중학교 1학년, 14살때부터 친구이니 어느새 26년지기다.

우리가 함께 보냈던 시간들을 속속들이 아는 사이라 서로가 점잖을 빼지도 않았고, 허물없는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친구는 사교적이지 못한 남편 대동하여 친구집에 오는 게 불편하다고 하지만 사실 친구가 걱정하는 것처럼 친구의 남편은 우리를 불편하게 한 적이 없고, 오히려 남편과 동갑이라 우린 재미난 시간을 보냈다.

친구네를 위해 우리가 준비한 건, 삼합(돼지고지수육, 홍어, 묵은 김치)과 훈제연어 샐러드 그리고 각종 술(소주, 막걸리, 맥주)을 준비했다. 삼합이 있으니 가볍게 막걸리를 마시자고 했는데, 주당 넷이서 막걸리 3병은 금새 비워졌다. 그리고 소주는 부담스러우니 맥주로 마시자고, 우리가 사다놓은 건 큐팩 3병이었는데, 그것도 어느새 비워졌다. 그래서 남편이 얼른 나가서 큐팩 3병을 더 사왔는데, 그것마저 다 마셨다. 헐, 우리는 정말 엄청나게 마셨다. 오늘 하루 종일 힘들만큼.

사실 친구가 술을 잘 마신다. 그녀의 남편도, 그리고 우리 부부도.(난 소주는 잘 못 마셔도 맥주는 좀 마신다)

우리 아이들이 9살, 7살. 친구 아이들이 8살, 5살. 아이들은 처음엔 낯설어했지만 금새 친해져서 우리 집 구석구석을 마구 헤집고 다녔다. 아이들 방의 모든 장난감이며 물건들은 모두 어질러져 있었지만 어제는 아무도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가끔 친구 남편이 아이들이 사고 칠까 걱정된다며 조심하라고 하긴 했다. 남편은 아랫집에 딸기 한팩 가져다 드리며 미리 양해를 구하고, 아이들은 그 덕에 정말 신나게 놀았다. 친구 둘째가 밥 먹고 침대에서 뛰는 바람에 이불에 토해서 친구와 그녀의 남편이 엄청 미안해했다. 하지만 그 이불은 어차피 빨아야할 거였다. 오늘 아침 깨끗하게 빨아서 말렸다.

술도 많이 마셨으니 자고 가라고 했지만 끝내 거절하고 대리기사 불러 친구네는 12시전에 돌아갔다. 하긴 나도 집에서 자는 게 더 편하고 좋긴 하니 말리기도 쉽지 않았다.

남편은 가끔 나 좀 만나고, 우리 집에도 자주 놀러 오라고, 친구에게 말해주었다. 고마웠다. 사람 만나는 걸 불편해하는 나에게는 오랜 친구만큼 좋은 친구가 없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서로를 속이거나 불편해하지 않는 오랜 친구,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은 친구가 있어줘서 고마웠다.

중학교 때 서로 책읽기 경쟁이 붙어서 누가 더 많이 읽나 서로 얘기하기 바빴던 기억이 난다. 서로 형편이 좋지 않아 부잣집에나 있었던 세계문학전집을 친구 집에서 같이 빌려 봤던 친구. 종로에서 만나기로 하면 종로서적에서 책읽으며 서로를 기다렸던 친구. 좋은 시를 읽으면 추천해주던 친구. 자기가 읽고 좋았던 책은 책 사기 힘들었던 내게 선물로 주었던 친구. 어려운 일이 있을때 물어보면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주던 그런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니 좋았다. 그녀의 가족, 우리 가족은 또 다른 친구가 되어 함께 나이들어가면 좋겠단 생각을 한다.

친구 [親舊,親口]

1) 오래도록 친하게 사귀어 온 사람  2) 숭상하고 존경하는 대상에 대하여 경의와 복종을 표하기 위해 입을 맞춤  

 

 

 

아이들도 이제 어느정도 자랐으니, 가끔 만나 소소한 이야기 나누자,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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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3-03-02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 맞는 친구가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도 축복이죠.
부럽고 예뻐보여요, ㅋ~.
26년지기...쉬운 일이 아니죠.
아, 그러고보니, 저도 오랜친구 한명한테 시차땜에 좀 소원했었네요.
연락해봐야겠어요.^^

꿈꾸는섬 2013-03-03 00:06   좋아요 0 | URL
와~~양철나무꾼님이닷!!!
가깝게 살지만 아이들 키우느라 잘 못 만나게 되더라구요.
친구는 직장맘이라 주말이면 더 아이들에게 애틋해서 그 시간을 빼앗을 수가 없어요.
이제는 가끔 가족 동반해서라도 만나야겠어요. 오랜만에 정말 좋더라구요.^^

순오기 2013-03-03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교 때부터 함께 한 친구~ 진짜 오랜 친구네요.
친구를 만나는 것도 좋지만 부부가 함께 했다니 정말 부러워요.
나는 부부가 같이 만나는 친구는 없어요, 남편 친구들 부부는 아이 키울때 종종 모였지만...
애들 커버리곤 거의 만나지 않으니 부부모임은 전혀 없거든요.ㅠ

꿈꾸는섬 2013-03-03 19:54   좋아요 0 | URL
남편 친구들과는 종종 가족 모임을 했었는데, 제 친구들과는 그럴 시간이 없더라구요.
서로 애 키우기 바쁘고 각종 행사가 많으니 매번 미루게 되었죠. 핑계김에 오랜만에 만나 즐거운 시간 보냈어요. 종종 그런 시간 보내야겠어요.^^
어제 순오기님 서재에 올리신 방송 봤어요. 남편이랑 함께 봤는데, 존경스럽다고, 우리도 노력하자고 하더라구요.^^

소나무집 2013-03-03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오랜 친구가 있다니 저도 부럽네요.^^

꿈꾸는섬 2013-03-03 19:56   좋아요 0 | URL
정말 오랜 친구죠. 별별 사정 속속들이 아는, 그래서 서로 부끄러울게 없는, 그런 친구에요.
애들 키우며 만난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그런 일들 얘기까지 나누니 좋더라구요.^^

프레이야 2013-03-03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 친구는 그저 고맙지요.
속속들이 다 말하지 않아도 푸근하구요.
좋은 시간 보내신 것 같아 보기 좋아요^^

꿈꾸는섬 2013-03-03 19:57   좋아요 0 | URL
맞아요. 고마워요.^^ 푸근하기도 하구요.
친한 친구라, 정말 좋았어요.^^

하늘바람 2013-03-03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네요
많이

꿈꾸는섬 2013-03-04 17:19   좋아요 0 | URL
여자들은 애 키우다보면 친구 만나기가 쉽지 않죠.
저도 굉장히 오랜만에 만났어요.
하늘바람님도 곧 만나게 되실걸요.^^

2013-03-04 1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3-03-04 17:20   좋아요 0 | URL
ㅎㅎㅎ기억할게요.^^

마녀고양이 2013-03-06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네 대접한 음식을 보면서, 코알라가 저런 집에 놀러가야 한다고 하네요. 큭큭.
우리 집은 부르지도 가지도 않는 편인지라, 저렇게 대접한다는 자체가 대단하다는 감탄을... ^^
즐거운 시간을 부르는 페이퍼네요.

꿈꾸는섬 2013-03-13 15:38   좋아요 0 | URL
ㅎㅎ댓글이 넘 늦었네요.
코알라와 달여우님을 초대하면 오실래요?
메뉴는 같은걸로~~ㅎㅎ
달여우님께 워낙 받은게 많아서 초대해서 대접하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