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책의 날이 하루 지났지만, 이제야 10가지에 답할 시간이 되어서 답을 써본다.

 

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언제 어디서나 책을 읽는 걸 좋아한다. 가장 좋은 시간은 남편 출근하고 아이들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새벽시간 침대에서 읽는 걸 좋아한다.

 

2. 독서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종이책을 읽는다. 전자책은 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책장을 넘기는 흥분을 느낄 수 있는 게 종이책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종이책이 익숙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예전엔 책을 깨끗하게 읽고 노트에 메모를 했었는데 요새는 내 책엔 연필로 줄을 긋거나 좋은 곳은 마구 접어 놓는다. 하지만 요샌 빌려 읽는 책이 더 많아서 깨끗하게 읽는다.

 

3. 지금 침대 머리 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정영효 <계속 열리는 믿음>, 신영목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신용목 <아무 날의 도시>, 박은정 <아무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 신해욱<간결한 배치>, 김동영 <당신이라는 안정제>, 법륜 스님<행복>, 필립 로스<죽어가는 짐승>, 마셜B.로젠버그<비폭력대화> : 요새 다시 시집 읽기에 열중하는 중이라 시집이 많습니다. <행복>은 천천히 느리게 읽는 중이라 오랫동안 더 놓여 있을 예정이고 <죽어가는 짐승>은 다 읽었지만 뭔가 끄적여서 써볼까 생각중이라 계속 그 자리에 있지만 진전이 없어요. 그리고 <비폭력대화>는 읽고 읽고 또 읽어서 제것을 만들어야하는 거라 계속 놓여 있을 예정입니다.

 

 

 

 

 

 

 

 

 

 

 

 

 

 

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개인 서재가 따로 없이 거실에 커다란 책장이 놓여 있습니다. 아이들 책은 아래쪽에 어른들 책은 위쪽에 꽂아두는데 특별한 방식은 없고 보기에 나쁘지 않은 정도로 꽂습니다. 정리가 잘 안되는 이중으로 꽂힌 책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요새는 간소화하려고 노력합니다. 아직 중고샵에서 팔아보진 않았는데 팔아볼까도 생각중입니다.

 

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학교 들어가기 전엔 정말 공주시리즈에 열광했습니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공주><엄지공주> 등등 초등학교 시절에는 금성출판사 칼라판백과사전을 좋아해서 열심히 읽었고 중학교 들어가서 <제인에어> <폭풍의 언덕> <데미안> <테스> 등의 책을 읽고 너무 좋아 흥분했던 기억이 납니다.

 

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놀라울만한 책이 있는지 아직 모르겠는데......찾아봐야겠습니다.

책장에서 이 책들을 보고 제가 놀랐습니다.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지? 한번도 꺼내보지 않았어요.ㅜㅜ

 

 

 

 

 

 

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작가들을 만나는 건 생각만으로도 흥분됩니다. 수잔 손택이라고 썼다가 생각해보니 작가라면......얘기도 해야한다면 말이 잘 통하는 한국작가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만나고 싶은 작가는 공지영작가님, '언니'하고 부르고 싶어요.ㅎㅎㅎ

 

 

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이런 책은 너무 많은데......

수잔 손택의 책을 더 읽어야지 하고는 계속 읽지 못하고 있다.

 

 

 

 

 

 

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 놓은 책이 있다면요?

-최근은 아니고 <모방범>을 읽어내지 못해서 우리집에 1권만 있어요.ㅎ

 

 

 

 

 

 

 

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

3권의 책을 읽고 제대로 된 글을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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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6-04-24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대시작법! 은근 시 욕심 많은 그대_❤️

꿈꾸는섬 2016-04-24 15:3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무인도에서 읽는 책은 한계가 있으니 글쓰기와 시작법으로 무료한 시간을 ㅎㅎㅎ

2016-04-24 0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24 15: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6-04-24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폭력 대화, 모임도 했었는데 이 참에 꺼내어 다시 읽어 볼게요. 공지영 얘기 하시니 김영하, 김연수 작가도 갑자기 덩달아 보고 싶어지어네요. 마치 지인처럼 ㅋㅋ

꿈꾸는섬 2016-04-24 15:41   좋아요 0 | URL
비폭력대화는 일상과 동떨어져서 매번 되새겨야하더라구요.ㅎ
공지영 김영하 김연수ㅎ 모두 언니 오빠~~하고 싶어요.ㅎㅎ

단발머리 2016-04-24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전손택의 <타인의 고통>은 읽었다 포기했던 아픈 기억이 나네요. <제인 에어>도 반갑구요~~
<글쓰기 공작소>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책이구요. 역시나 어려워서 끝까지는... ㅎㅎ

꿈꾸는섬 2016-04-24 22:12   좋아요 0 | URL
전 제가 아는 게 별로없어서 지적인 여자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수잔손택은 정말이지 최고의 지성인이라는 생각이 들구요. 고인이된지 벌써 십여년이란 세월이 흘렀다는 사실이 안타까워요.ㅜㅜ
제인 에어, 정말 최고죠!
글쓰기 공작소, 예전에 다 읽긴했지만 남아 있는 게 없어서 다시 읽어야겠단 생각이 들어요.^^
 

지도와 해안과 섬을 이어가는 식으로
섬과 해안과 지도를 맞추는 것처럼
낱낱의 외곽을 새기며
앞뒤의 가능성이 앞뒤를 반박하지 못하도록
함부로 이유를 빌려다 썼다
그것을 잠깐 부르는 게 모든 것에 대한 대답이었다
-목적지 중 <계속 열리는 믿음>(75쪽)

최근 몇달동안 술 생각이 별로 없었다. 남들 마시는 것만 봐도 즐거웠다. 어젠 즉흥적으로 남편의 치맥 제안에 일찍부터 마시기 시작해서 정말 이른 시간에 취한 채 돌아와 잔 것 같다. 분명 세탁소에서 세탁물이 많으니 빨리 찾아가 달라는 문자도 받았는데 그것도 찾아 오지 않았고 오전에 수영 다녀온 가방은 정리가 되지 않은 채 욕실 앞에 놓여 있었다. 그러고보니 애들 저녁밥도 안 챙긴 게 생각났는데 그건 다행히 남편이 챙겨 먹이고 설거지까지 예쁘게 해놓았다.
속이 쓰리다. 남편 말로는 우리 둘이 생맥 10잔을 마셨다고 하니 아무래도 네잔 정도는 내가 마셨을 것 같다. ˝딱 한잔만˝ 하는 그 버릇이 어디 갔을까!
결국 다음주 마지막 수업엔 차를 놓고 갈까했으나 차를 다시 가져가기로 한다. 술을 조금만 마실 것 같지 않다. 분명 광기에 휩싸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마음 한편 좋은 사람들과 은근 취기를 즐기는 것도 좋을텐데라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그래도 너무 먼곳에서의 만취는 곤란하겠다.


아침마다 세상을 뒤집는
여자가 있다 목장갑에 기름보다
콧물 더 많이 묻고
바람이 붉은 포장을 건드리면
얼룩으로 이력을 쓰는 앞치마 한 장
먼저 달려가 펄럭인다
오른쪽 문짝이 삐걱거리는 트럭으로
반죽을 실어다놓은
여자의 사내는 골목 어귀에서
담배 한 대 다 태우고 돌아가고
뒤집을 때마다 튀어 오르는 기름방울은
마을버스가 닿지 않는 동네 엄마
없이 밥을 먹는 아이
얼굴에 주근깨 자국으로 번진다
날마다 남은 잠을 끌고 온 사람들은 말없이
가스불을 바라본다 거리를 채질하는 바람
두 볼을 스쳐
가도 세상을 벼르본 날
하루도 없다 그저 제향 같은 연기 더러 오르고
여자의 가난으로 구운
손바닥만 한 세상을 받아든 사람들은
기름방울처럼 길 위로 스며들었다
(이하 중략)
겨울을 뒤집느라 아침마다 혼자
뒤집히던 그녀
기름방울 속에 누렇게 떠 있었다
-세상을 뒤집는 여자 중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70~71쪽

신용목 시인의 시집을 머리맡에 둔지 며칠되었다. 이제야 읽는다.

방도 때로는 무덤이어서 사람이 들어가 세월을 죽여 미라를 만든다
-오래 닫아둔 창 중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24쪽

아! 하고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런 것이 시인의 시선이고 생각이고 말이구나! 빠져드는 구절이 꽤나 많다.
시라는 걸 직접 써보며 든 생각은 시는 정말 아무나 쓰는 게 아니였구나였다. 아무리 생각하고 머리를 쥐여짜도 감각이 살아있지 않은 시어들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구나를 느꼈다.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쓴 것들인지 알게 되어 시를 읽는 마음이 조금 더 공손해진 느낌이다.
신용목 시인의 시집을 처음 읽어보는데 매력적이다. 빠져들게 하는 싯구들이 정말 많다. 시를 쓰려면 정말 이 정도는 쓰고 싶다할만큼 부러운 마음도 든다. 아무래도 시인에게 반할 것 같은 그런 마음이다.
다시 시집을 펼쳐야겠다. 노트에 옮겨 적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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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3 05: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23 2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04-23 0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섬님은 진짜 시를 좋아하시는것 같아요.
시를 읽고, 느끼고, 행복해하시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요.

저는 <그 바람을 다..>을 대출했다가 그대로 반납했다는 슬픈..... 과거.....

꿈꾸는섬 2016-04-23 21:39   좋아요 0 | URL
아! 정말요? 전 이 시집 읽으면서 완전 반했다죠. 신용목 시인님처럼 쓰고 싶어요.ㅎ 거의 불가능하겠지만요.

후애(厚愛) 2016-04-23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꿈꾸는섬 2016-04-23 21:41   좋아요 0 | URL
후애님~^^감사해요. 이번 주말은 시월드와 함께라죠ㅎㅎㅎ
그저 웃어요.^^
후애님 행복한 주말되세요.^^

순오기 2016-04-23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겁게 마셨으면 좋아요, 이젠 속은 풀린 거죠?^^ 나도 오랜만에 막걸리 두 잔, 생맥 한 잔, 병맥 한 잔...목.토 이틀을 마셨네요.ㅋㅋ

꿈꾸는섬 2016-04-23 21:43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요새 숲은 정말 예쁘겠죠~~~
막걸리와 생맥과 병맥ㅎㅎ 이틀동안 즐거운 자리가 있었나봐요.^^
오랜만에 남편과 데이트를 즐겼는데 너무 취해 일찍 잠들어 애들에게 미안했어요.ㅎ

수이 2016-04-24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기!!!!!!

꿈꾸는섬 2016-04-24 07:13   좋아요 0 | URL
ㅎㅎ디오니소스의 그것!
 

  "코럴, 날 좋아해? 난 나이도 많고 또 여기 사람도 아닌데."

  코럴이 고개 들어 나를 바라본다.

  "우린 처음부터 좋아했어요. 그날 인사를 나눈 그 순간부터."

  연말의 흥청대는 분위기가 싫어 베네딕의 집에 간 날. 처음 만났던 그 순간. 무심한 눈길로 목례를 주고받던 그 순간부터 난 너를 좋아했구나. 너도.

  두 손으로 코럴의 얼굴을 감싸고 입을 맞추었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것 같은 떨림이 온뭄을 관통해간다. 나의 입맞춤은 집요하고 간절했다. 마치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다는 듯이 내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말들이 비집고 나온다.

  "너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언제나 이 순간을 꿈꾸어왔어.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았지만. 그런데 마음이 바뀌었어. 코럴! 너와 함께라면 다시 한번 사람이 사는 일들을 참아내고 견디어낼 수 있을 것 같아. 너하고 같이 있고 싶어."

  "나도 알아요. 나만이 당신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걸. 그리고 킴만이 나를 수줍게 만들어요. 나를 애타게 만들어요."

  코럴을 안고 다시 입을 맞추었다. 깊고 또 깊었다. 내 심장을 코럴의 심장에 가까이 댔다. 코럴의 나직한 탄성이 내 귓가를 간지럽게 한다. 나는 얕은 파도가 되어 코럴에게 밀려갔다. 이 세상에 나와 코럴, 둘만 남은 것 같다. 코럴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코럴 역시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서로가 서로의 이유가 되면서 달빛과 별빛은 선명해져갔다.

 그렇게 우리는 시작되었다.(303쪽~304쪽)

 

 

-------첫 눈에 반한다는 것, 그것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어떤 감정인지 잘 모를 것이다. 물론 변했을 수도 있다. 그때 그 감정 그대로일 수는 없을테니까. 하지만 가끔 그때를 두고 두고 이야기한다. 아직은 여전한데 언제까지일지 알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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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03-27 2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첫 눈에 반한다는게 뭔지 잘 모르는 1인이예요.
가끔 그때를 두고 이야기할 수 있을 사람과 첫눈에 반하신 꿈꾸는 섬님을 부러워합니다. ㅎㅎㅎ

꿈꾸는섬 2016-03-28 17:38   좋아요 0 | URL
부러워하실만큼은 아니에요. 그저 셈이 빠르지 않은 탓일 수도 있어요. 물론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짠하긴 하지만요.^^
 

알라딘에서 주문한 상품이 없다. 그런데 배송문자가 오전에 왔다. 잘못 왔는가했다. 그리고 오후 택배아저씨가 방문했다. 아들 생일이라고 쿼리도 보드게임을 미리 주문하여 그것이 왔는줄 알았다. 그런데 알라딘상자를 내민다. 우와 이게 정말 무엇일까? 궁금증 가득 안고 상자를 열었다. 백희나작가의 <이상한 엄마>와 자석붙임 그리고 편지~^^절로 입이 벌어진다.
마음 넓고 고운 알라디너의 선물에 눈물까지 찔끔거리며 책장을 넘긴다. 정말 사랑스러운 그림책이다.
백희나작가 책들을 덩달아 꺼내 읽는 아이들을 보니 좋다. 정말 좋다고밖에 말 못하겠다.
고마워요.♡♡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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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6-03-22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궁금하네요.

꿈꾸는섬 2016-03-22 19:10   좋아요 0 | URL
정말 정말 좋아요. 수퍼남매맘님도 반하실 것 같아요.^^

무해한모리군 2016-03-22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예쁘네요.

꿈꾸는섬 2016-03-22 19:11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정말 이뻐요.^^

2016-03-22 1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22 1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23 17: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6-03-23 18:54   좋아요 1 | URL
아 그렇게 추측하셨나요? 보통 서프라이즈 선물을 보낼때 보통 카드를 다들 보내주시던데요.ㅎㅎㅎ

2016-03-24 0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24 0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들 학교 보내고 읽던 시집을 읽고 내일 모레 제출할 숙제에 대해 생각해보려고했다. 아이들 돌아오기 전까지 푹 쉬면서 여유를 부리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오늘의 할일이다.
그런데 자꾸만 할일이 생긴다. 엊그제 사온 나물을 삶아 찬물에 담가두고 벌써 한두달전에 떨어진 깨를 볶았다.
늘 엄마나 시어머니께서 볶아주던 깨를 받아 먹었던지라 깨를 어떻게 볶는줄도 몰랐다.
몇년전 ˝넌 나이 마흔이 넘도록 깨도 볶을줄 모르냐˝하던 친정엄마의 타박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냥 볶으면 되는줄 알고 볶았다가 어느날 깨가 들어간 음식마다 돌이 씹혀 고생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깨를 어떻게 볶아야하는지 제대로 배워본적이 없었다. 그저 살림이란 두리뭉실 얼렁뚱땅 되는줄로만 알았던 무식함 그 자체였다. 깨가 잘 볶아지는 타이밍은 타닥타닥 튀어오를때라는데 정말 그때가 되면 고소한 냄새가 퍼진다.

오늘은 어제 하루와 다르게 얼마만에 느껴보는 여유인지 모르겠다. 남편은 전화를 걸어 ˝밥은 먹었어? 잘 쉬었어?˝하고 마지막 끊을때도 ˝그럼 푹 쉬고 있어!˝한다.
푹 쉬기위해 책 한권 펼쳐들었다.
목소리가 매력적인 ss님이 건네준 <세상 끝에 살고 싶은 섬 하나>를 읽는다. 미크로네시아 연방의 추크섬에 머문 김도헌님의 글을 읽으며 섬생활을 들여다본다. 하지만 난 고립된 삶을 원하지 않으니 아무리 바다가 좋아도 섬에서 살고 싶지는 않다. 가끔 찾아가 해풍을 맞고 파도소리 듣는 것은 좋지만 말이다.
아이들 오기 몇시간전, 아직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베란다 정리 좀 해야할 것 같다. 겨우네 쌓아놓은 것들을 치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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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03-22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정한 남편분과 꿈섬님의 깨볶는 냄새가 여기까지 나는 것 같아요. 으히히,
부러워요~~~~~~^^

꿈꾸는섬 2016-03-22 16:34   좋아요 0 | URL
다정한 남편을 둔건 확실해요. 그런데 우리둘이 깨를 볶지 않아요.ㅎㅎ
그러니 부러울게 없어요.ㅜㅜ
이제 점점 숙제를 어쩌나하고 있어요. 시꼴도 못갖췄으니 어쩌죠?

수이 2016-03-22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도 깨 볶을 줄 몰라유~ 깨 볶을 때 정성스럽게 볶아야 하는데 저는 건성으로 해서 친정엄마, 시엄마가 속 터져서 이젠 안 시켜요~ 근데 남편의 안부전화라니~ 울서방은 내가 밤새도록 술 퍼마셔도 전화 한통 없는데;;;; 단발머리님 말씀이 맞는걸요. :)

꿈꾸는섬 2016-03-22 17:25   좋아요 0 | URL
ㅎㅎ나도 마흔넘어 배웠으니 야나님은 아직 괜찮은 듯~^^
울 다정한 남편의 안부전화
가 때론 다르게 느껴진다는~^^

2016-03-22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물이 넘 많아~~~~~유~~~~♥

꿈꾸는섬 2016-03-22 17:26   좋아요 0 | URL
ㅎㅎㅎ취나물은 모두 볶을거고 곤드레는 반은 남겼다가 밥할거에요. 시간있을때 불려놓는게 편해서요.
울 아들 딸이 나물을 엄청 좋아해서 며칠을 못가요.

프레이야 2016-03-22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고소한 냄새^^

꿈꾸는섬 2016-03-22 20:50   좋아요 0 | URL
ㅎㅎㅎ오늘 깨 좀 볶았어요. 게으른 주부에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