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의 생각하는 식탁 - 착한 음식의 거짓말
정재훈 지음 / 다른세상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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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금처럼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적이 있을까? 불과 몇십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먹을 것이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한 세상이었다. 20세기초 공기에서 암모니아를 만들어내 비료를 만들어낼 기술이 없었다면 인류는 지금처럼 음식을 골라먹는 고민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빈곤에서 벗어난 지금 현대인들은 너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는 슈퍼푸드, 미네랄 함유 음식들. 어떤 비타민이 부족하면 무슨 병에 걸리고, 사실은 못먹을 때 이야기가 아닐까? 

대부분의 현대인이 비타민 결핍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지만, 오늘날 실제로 비타민 결핍으로 문제를 겪는 건 가간한 지역에 국한된다. 폴란드 출신의 화학자 풍크가 티아민에 비타민이란 이름을 처음으로 붙였던 시절만 해도, 현미 대신에 백미를 먹고 각기병에 걸리는 사람이 많았다. 쌀이 도정하는 과정에서 비타민이 풍부한 배아와 쌀겨층이 제거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과거에는 쌀 이외에 비타민을 얻을 수 있는 대안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백미를 먹는다고 각기병에 걸리지 않는다.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는 과거 가난한 자의 음식이었던 폴렌타를 자랑스럽게 내어놓는다. 사람들은 그걸 먹더라도 이전처럼 펠라그라에 걸리지 않는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기 때문이다. 결핍은 예난 지금이나 가난한 사람들의 걱정거리다. 잡식동물인 인간에게 정말 치명적인 것은, 비타민의 결핍이 아니라 빈곤이다.(69쪽)

 

인간은 몸은 나름의 방식으로 진화해왔다. 그런 과정에서 잡식동물로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자연에서 섭취하는 방법을 터득했을 것이다. 지은이는 영양을 섭취하는 과정이 단순하지 않다고 말한다. 즉, 특정 영양소만 섭취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그리고 음식을 섭취하는 일 또한 복잡하다. 인간은 예부터 미생물과 경쟁하는 조건에서 생존했다.

우리 몸이 음식에서 영양분을 섭취하고 이용하는 과정은 복잡한 화학반응이 정밀하게 조절되는 매우 섬세한 활동이다. 마르코 리바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영양 상태가 좋다는 것은 여러 영양소가 복잡한 과정을 통해 미묘한(그리고 어떤 면에선 신비로운) 균형을 이루었다는 의미다."  ... 산소는 몸에 꼭 필요하다. 그러나 높은 압력으로 순수한 산소는 폐를 상하게 할 수 있다. 적절한 수분 섭취는 생존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물도 너무 많이 마시면 해롭다.(42쪽)

 

음식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은 단일 성분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여러 성분이 복합적으로 빚어내는 것이며, 한 가지 음식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여러 음식이 만들어내는 전체 패턴에 따른 결과다. 한 가지 성분, 한 가지 음식에 의존하는 것은 그래서 더 위험하다. (190쪽)

  

사람과 미생물 간의 경쟁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썩은 과일은 고약한 냄새와 맛 때문에 먹을 수가 없다. 미생물이 과일을 독식하려고 그 맛과 향을 변질시켰기 때문이다. 반면 사람과 미생물이 싸우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사이좋게 음식을 나눠먹을 때도 있으니, 그게 바로 발효다. 발효된 음식은 미생물이 먼저 음식 속의 영양분을 먹고 나서 남긴 음식이다. 미생물이 콩을 먹고 부산물로 남긴 음식이 간장과 된장이고, 포도를 먹고 남긴 음식이 와인, 우유를 먹고 남긴 음식이 요거트이다. 미생물이 독차지한 부패 음식과는 달리 발효 식품은 사람도 먹을 수 있다. 음식물이 미생물에 의해 부패할 때는 악취와 유독물질이 생겨나는 데 반해, 발효될 때는 원래 음식의 성분이 분해되어 풍미를 내는 물질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179쪽)

 

빈곤에서 벗어난 게 아니라 이제는 굉장히 풍족한 삶을 살고 있다. 점점 더 다양한 음식들을 고를 수 있다. 게다가 영양에 대한 불필요한 정보들까지 넘쳐난다. 그 정보들이 실제로 검증되었는지 확인 곤란한 경우가 많다.

빈곤에서 벗어나 정말 풍요로움에 이르렀을까? 지은이는 이에 의문을 제기한다. 점점 더 많은 식품이 마트에 있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우리가 먹던 기존의 음식은 음식 산업화의 영향으로 단순해 지고 있다. 칠레산 청포도, 미국산 오렌지와 같이 더 많은 과일을 맛볼 수 있지만, 실제로 들여다 보면 홍옥 같은 사과 품종은 마트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지은이의 지적처럼 부사외의 사과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과연 다양해 진 것일까? 

 

마트는 다양성 그 자체다(92쪽)

표준화된 신선식품은 종류가 제한적이다. 칠레산 청포도와 미국산 오렌지로 마트의 과일 종류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사과의 종류는 줄어들었다. 국광, 홍옥은 마트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고, 눈에 띄는 것은 부사뿐이다.

반면 오래 보존할 수 있어서 장거리 수송이 가능하고, 단일화 규격에 맞추어 표준화하기 쉬운 가공식품은 세계화에 가장 어울리는 식품이다. 이러한 식품은 대량 생산하여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전 섹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 가공식품은 세계화라는 거대한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여 사람들의 식생활에 무엇보다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섬나라 어린이가 생라면 조각에 스프를 뿌려 먹고, 남태평양 사람들이 콘비프 통조림을 즐겨먹는 일이 이제는 자연스러워 졌다. 코카콜라 광고는 그대로 '언제 어디서든' 마실 수 있는 음료가 되었다.

세계인의 식탁은 다양해졌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미국이 만들어낸 가공식품 문화에 맞게 표준화된 것일 뿐이다.(95쪽)

 

음식에 대한 이런 저런 판단을 하기에 앞서 조금 더 자연의 생리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왜 과일을 먹고 채소를 먹는 것일까? 지구의 생태흐름 속에서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억지로 먹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식물은 먹히고 싶지 않다. 먹히기를 바라는 것은 식물자체(채소)가 아니라 과일이다. 사실 과일은 원래부터 먹히도록 설계됐다는 면에서 독특한 음식이다. 달콤한 맛과 향기, 부드러운 질감은 사람을 포함한 대부분의 동물들에게 매력적이다. 과일은 동물을 이용해 식물의 씨를 퍼뜨리는 중요한 목적을 수행하도록 만들어졌다. 따라서 동물이 식물의 원뜻을 거스르고 과일 속의 씨까지 소회시키는 일이 생기면 곤란하다. 이를 대비하여 식물은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었다. 대체로 씨는 단단한 껍질로 싸여 있어서 깨뜨리고 힘들고, 맛도 없으며, 독성화학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18쪽)

 

관점을 달리해서 음식 입장에서 보자. 언론에서는 매일 포화지방이 나쁘다, 불포화지방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포화지방이든, 불포화지방이든 생물은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생존방식에 맞게 필요한 지방을 갖도록 진화한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생태계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히 포화지방은 나쁘고, 불포화지방은 좋다고 말해서는 안될 것 같다.

 

인간의 관점에서는 음식이지만, 먹히는 음식의 입장에서 보면, 식물이든 동물이든 모두 다 살아있는 생물이다. 어떤 지방에 포화지방이 더 많이 들어 있느냐, 불포화지방이 더 많이 들어 있느냐 하는 문제는 그 생물이 사는 지역의 기후와 관련된다. 포화지방은 불포화지방보다 낮은 온도에서 그만큼 더 안정적이다. 불포화지방은 상온에서 액체인 만큼 잘 상한다. 북극에 사는 바다 물개와 캐나다에서 자라는 아마의 씨앗 속 지방질에는 불포화지방이 많이 들어 있고, 열대 지방의 코코넛 오일과 팜유에는 포화지방이 많이 들어 있는 이유도, 아마 그들의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추운 지방에서는 상온에서 액체인 불포화지방이 부동액 역할을 해 줄 수 있어서 좋고, 더운 지방에서는 잘 상하지 않는 포화지방을 가지고 있는 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의 건강을 위해서 자신의 구성 성분을 정하는 생물은 없다. 그러므로 생물이 자라는 환경을 무시한 채, 그것이 사람의 건강에 좋은지 나쁜지만 살피며 음식과 영양 성분을 좁은 관점에서 판단하는 일은, 기본 가정부터 잘못된 무의미한 일일 수 있다.(204쪽)

 

오히려 잡식동물로 식물과 동물을 섭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하며, 음식문화에 대한 보다 합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근래의 인간은 다른 생명체에게 삶을 빚지고 있다는 사실을 자주 망각한다. 우리가 먹는 농산물을 재배하느라 땀을 흘린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 역시 너무 자주 잊곤 한다. 그러나 잡식동물인 인간에게 '나만 소중해' 정신은 어울리지 않는다. 무엇을 먹을 수 있고, 어떻게 먹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함께 나누고 발전시킨 것이 현대 인류 문명의 토대를 이루지 않았는가? 잡식동물인 인간에게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필연적이며, 소중한 것이다. (56쪽)

 

현재의 음식문화가 인간의 삶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되새겨보자.

 

우리는 '가공'이라는 말만 들어도 모종의 불안감이 느껴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 생식이 최고라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식품 가공의 원조는 불을 사용한 음식물의 조리였다. 프랑스의 저명한 미식가 브리야 사바랭은 요리가 문명의 진보에 가장 크게 이바지한 기술이라고 주장했다. "우리가  불은 사용하는 법을 배운 것은 요리의 필요 때문이었고, 인간이 자연을 길들인 것은 불에 의해서였기 때문이다."브리야 사바랭의 주장처럼 불을 이용한 요리는 인류의 역사와 음식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단. 가열은 세균을 죽여서 먹거리를 더 안전하게 하고, 날것 특유의 독성을 제거하여 음식의 맛과 질감을 좋게 해 준다. 익힌 음식은 날것보다 소화하기 쉽다. 삶아서 으깬 감자를 한개 먹으면 300Kcal가 흡수되지만, 생으로 먹으면 200Kcal만 흡수된다.

이에 더해 음식에서 영양소를 소화, 흡수하는 데에도 에너지가 소비된다. 음식을 씹고, 삼키고, 위산과 소화액을 분비하고, 위와 장을 움직여서 음식을 이동시키는 소화에도 비용이 드는 것이다. 조리한 음식은 날것에 비해 이러한 소화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하버드대 인류학과 교슈인 리차드 랭엄은 요리야말로 인류의 뇌를 커지게 해 준 배경이라고 이야기한다. 랭엄 교수의 화식가설은 다음과 같다. 익힌 음식은 날것보다 소화하기 쉽다. 음식을 익혀 먹으면서부터 사람의 장 크키는 대형 유인원보다 작아졌고, 이로 인해 소화기관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이 줄어들었다. 이렇게 절약된 에너지는 상대적으로 커진 뇌가 추가로 사용하는 열량으로 공급되었다. 요약하자면 '유인원에서 사람으로 진화한 것은 불로 익힌 음식 덕분'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소화하기 쉬운 음식이 사람의 커다란 뇌를 뒷받침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점이다. 뇌는 체중의 2.5%에 불과하지만, 기초대사율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비싼 조직이다.(1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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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센의 읽기 혁명 - 세계 최고의 언어학자가 들려주는 언어 학습의 지름길
스티븐 크라센 지음, 조경숙 옮김 / 르네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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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제는 분명하다.

자발적인 읽기는 유일한 언어 학습법이다.

 

저자인 크라센은 실증적인 연구를 통해 읽기가 가장 중요한 언어학습법임을 보여준다. 언어는 너무 복잡해서 공부를 통해서 배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여러 의미를 갖는 단어들은 책 속에서 익히는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누구나 알만한 이야기다. 단순히 이 책이 읽기만 이야기한다면 그냥 그런 학습법 책과 차별점이 적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장점 중의 하나는 읽기라는 것이 중요한 학습법이기 때문에 저소득층에게 좋은 방법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방기하면 안된다고 이야기한다.

 

교사들은 가난한 가정환경에서 자라는 공부 못하는 학생들을 가르치기 싫을 것이다. 그러나 그 아이들을 외면한다면 학교는 더 이상 학교가 아니다. 병원에서 건강한 사람만 받으려고 하고 아픈 사람은 외면하는 셈이다. 학교라는 곳이 학생들의 실력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오히려 돌이킬 수 없도록 벌어지게 만들고 있다.(63쪽)

 

아이들이 책을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하고 책을 읽기에 적합한 아늑하고 편안한 장소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환경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이 많이다.

이러한 요건을 갖춘 장소로 도서관이 있다. 책을 쉽게 접하기 어려운 학생들이 많은 현실에서, 리터러시의 발달에 읽기가 매우 중요하다는 논의가 옳다면 도서관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74쪽)

 

뉴먼과 첼라노는 "중산층 가정의 아이들은 대체로 광범위한 읽기 환경에 노출되지만 가난한 지역의 아이들은 적절한 읽기 환경을 적극적으로 꾸준히 찾아내야만 한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와 같은 엄청난 차이를 볼 때, 빈곤 가정 아이들에게 음소 인식 및 음철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무엇보다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것은 아이들에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쥐어주는 일이다.(80쪽)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에 작은 도서관을 많이 짓는것도 한 방법을 수 있겠다. 그런면에서 건축가 고 정기용의 작업 '기적의 도서관'은 훌륭한 도서관이다. 기존의 도서관이 조금 접근하기 힘들었다면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처음부터 어린이들이 도서관을 편하게 생각할 수 있게 만들었다.

 

작은 도서관을 만들고 사서를 확충하는 것은 어떨까? 부모나 친지 혹은 사교육을 통해서 책을 많이 접해본 아이들이 아닌 저소득층 아이들이 책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말이다. 어쩌면 도서관과 책읽기는 저소득층에게 줄 수 있는 단하나의 교육복지가 아닐까 싶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보면, 저자는 문학책 읽기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동의하는 바다. 사실 다른 종류의 읽기는 독해 정도이라면 문학은 상상력을 열어주고, 언어를 풍성하게 해준다. 언어는 생각의 집이라는 말처럼 언어가 풍성해지면 그만큼 풍성하고 정교한 생각을 할 수 있다. 문학을 잘 이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나는 언어 수업시간은 기본적으로 문학 수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해진 책 읽기와 스스로 골라읽기는 상호보완 역할을 할 것이다. 문학을 통해서 학생들은 지적으로 성장할 것이며 더 많은 범위의 다양한 책에 노출될 수 있다. 그리고 스스로 책을 더 많이 읽게 된다. 사실상 문학 프로그램이 효과적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문학 수업을 받은 학생들이 자율 독서를 더 많이 하는가에 달려 있다. 결국 자발적 독서는 언어 능력을 발달시키고, 지적 성장에 기여하며, 문학의 의미를 더 잘 이해하게 해준다.(169쪽)

 

하지만 저자가 문학책 읽기만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TV나 만화책이 해악이라는 연구결과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특히 만화 같은 경우는 고급단어가 사용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만화책 읽기도 분명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글쓰기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쓰기가 글연습에 그리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지만 글쓰기의 주된 목적인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할 수 있는 도구로 쓰기를 강조한다. 쓰기 전까지는 자신의 생각에 대해서 잘 정리가 안된다.

비록 쓰기가 문체를 발달시키는 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지만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다. 스미스가 지적한 것처럼 우리는 적어도 두가지 이유 때문에 쓰기를 한다. 첫째, 우리는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하기 위해 글을 쓴다. 둘째, 자신의 생각을 좀 더 명백히 하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 쓴다. 사실은 두 번째가 더 중요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자신을 위한는 일이다. (155쪽)

 

이 책이 아주 읽기 편한 책은 아니다. 읽기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어떤 연구들이 있었는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교수법을 알려주 듯 하다. 책을 들고 끝까지 읽어나갈 재미는 부족하다. 하지만 읽기의 중요성을 알리는데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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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의 연금술 - 생명과 죽음의 원소, 질소를 둘러싼 프리츠 하버와 카를 보슈 이야기
토머스 헤이거 지음, 홍경탁 옮김 / 반니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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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질소를 비료로 만들어 낸 두명의 과학자에 대한 이야기이자, 19세말 20세기 초 식량생산과 관련한 미시사이기도 하다.

 

맬서스의 이론 이후 급증하는 인류와 굶주림을 해결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비료의 발견으로 그 우려에서 해방된 듯 했다. 그런데 일차적으로 새들의 분뇨인 구아노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초석이라 불리는 천연 질산염을 찾아냈지만, 질산염이 언제까지 공급될지는 모를 일이었다.

지금도 천연자원을 둘러싼 분쟁이 있던 것 처럼 19세기말 초석을 두고 페루, 칠레, 볼리비아가 질산염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인류를 굶주림에서 해방시킬 질산염은 질소화합물이다. 과학자들은 공기중에 흔한 질소를 활용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프리츠 하버가 공기중에서 질소를 암모니아로 만들어내는 방법을 발견했다. 그리고 바스프에 있는 보슈는 곧 그 가치를 알아채고 실제 생산에 들어간다. 공기를 이용해서 비료를 만들어 낸 순간이다.

 

하버와 보슈, 그들은 나중에 모두 노벨상을 수상하며 과학자로의 영예를 갖는다. 하지만 전쟁을 두고 둘은 자신의 과학에 큰 고민에 빠져든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정부와의 협정이 체결되면서 바스프는 이제 더는 단순한 화학기업이 아니라 방위 산업체가 되었다. 보슈는 이런 현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팀원들도 이런 역설적인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식량 생산을 위해 열심히 일해왔는데, 지금은 같은 기술이 사람을 죽이는 데 쓰이고 있었다. 보슈는 이에 대해 그다지 말을 많이 하지 않았지만, 이런 분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보슈의 수석보좌관은 초석 협상과정에서 보슈가 "더러운 비즈니스"라고 표현했던 것을 기억했다. 거래가 마무리되자 보슈는 "내 인생에서 가장 취하고 싶은 날이다"라고 말했다.(179쪽)

 

보슈는 과학이 그리고 인류의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가 전쟁에 활용되는 것에 혼란을 느꼈다. 그래서 나치와 각을 세우기도 했지만, 그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보슈는 과학과 기술을 하도록 타고난 사람이었다. 결과는 이제 명백하다. 친구이자 동료인 반나치주의자 헤르만 뷔허는 보슈가 우울증에 빠져드는 모습을 절망적으로 바라보며 이렇게 썼다. "죽기 전 몇 년 동안, 비록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히틀러의 정책을 실현 가능하게 해주었다는 생각에 집착했다." 정확한 표현이었다. 보슈 평생의 사업, 과학적 발견과 공장들, 전 세계를 먹여 살리고 회사의 수익을 올리려는 시도들은 나치를 무장하고 나치의 연료를 공급하는 데 이용되었다.(319쪽)

 

반면 하버는 적극적으로 전쟁에 개입한다. 화학무기를 개발하는 선두에 서서, 화학전에 대해 조언하기도 했다. 화학가스에 의해 사람들이 죽는 것은 개의치 않았다. 전쟁의 승리에 목말랐단 것처럼 행동했다.

사람들은 훗날 제1차 세계대전을 화학자의 전쟁이라고 불렀다. 확실히 독일에게는 정확한 표현이었다.
....
하버는 충심을 다해 전쟁에 온 힘을 쏟아부었다. 하버의 연구소는 군사 연구에 전념하는 연구센터로 바뀌었다. 하버는 무엇이 필요한지 설명했고, 정책을 입안하려고 아이디어를 짜냈으며, 거래를 주선하고 계약...을 성사시켰다. 그리고 가능하면 늘 제복을 입었다. 하버는 군과 민간기업이 한 몸으로 합쳐진 집합체였다.
누군가 과학자를 비폭력적이라고 생각한다면, 하버를 보면 그것이 오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하버는 승리만을 추구하는 냉혈한이었다. 하버의 동료에 따르면, "하버는 지식은 사람을 부드럽게 변화시킨다는 몽테스키외의 믿음을 계속해서 저버리는 행동을 했다. 하버의 야심은 끝이 보이지 않았고, 마치 혼자서 전쟁에 나가 이기려는 사람 같았다."
다른 이유도 있었다. 하버는 개종을 했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하버를 여전히 유대인으로 생각했다. 독일의 유대인들은 대체로 전쟁에 극도로 열성을 보였다. 다른 독일인과 같은 이유도 있었지만, 황제를 위해 싸워서 독일인으로 가치가 있음을 보여주려는 생각 때문이었다.(196쪽)

 

1차 대전이 끝나고, 독일은 전쟁배상 등 책임을 져야 했다. 하버와 보슈가 만든 공정은 프랑스, 영국 등에 의해 감시당했다. 현명한 보슈는 비료 공장을 계속 돌릴 수 있기를 바라면 최대한 기술을 들키지 않기 노력했다. 반면 하버는 지속적으로 화학가스를 개발했다.

 

하버는 독가스개발을 시도하는 것이 독일의 미래를 보장하고 그 결과 다시 한번 위대한 나라로 부상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
하버는 연구실에 이프르에서 벌였던 최초의 독가스 공격 사진을 액자에 담아 걸어놓았다. 독일 국방부와도 연락을 유지하고 있었다. 화학전에 대비하여 개발한 최소한의 일부 공법과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한편, 평화 시에는 화학제품을 생산하고 연합국 조사관들의 눈을 피할 수 있게 해주었다. 동시에 독일이 벌인 화학전에 깊은 인상을 받아 직접 화학무기를 개발하고 싶어하는 나라들에 은밀하게 조언을 해주었다. 불법 무기와 관련한 어둠의 비즈니스에서 일종의 중개인이 되어, 독가스전에 관한 고급 질문에 조언을 해주며 전쟁 중에 겨자가스 공장을 운영했던 사람과 연결해 주었다.(233쪽)

 

하지만 나치는 반유대정책을 펼쳤다. 하버가 아무리 독일인이었고, 독일의 승리를 위해 노력했지만, 나치가 보기에 하버는 유대인일 뿐이었다.

하버는 죽었지만, 그의 연구는 계속되었다. 하버의 연구를 이어 받아 독가스가 개발되었고, 그 독가스는 유대인을 죽이는데 활용되었다.

프리츠 하버가 연구하던 화학 살충제는 건물의 이를 잡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이어졌고, 다른 학자가 연구를 계속해 치클론B zyclon B라는 독가스를 개발했다. 나치는 이 독가스를 강제 수용소의 수감자를 죽이는 데 사용했다. (343쪽)

 

과학은 정치와는 상관없는 일일까? 하버는 공기중의 질소를 암모니아로 바꾸는 기술로 인류를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했다. 반면 화학가스 전쟁을 주도했고, 유대인 학살에 쓰인 독가스를 개발했다. 과학자는 정치적으로 윤리적으로 중립일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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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로 빵을 만든다고요? - 인류 굶주림의 해결사, 프리츠 하버의 삶과 과학
여인형 지음 / 생각의힘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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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말 인류의 과제는 굷주림이었다. 인류는 계속 늘어나지만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다. 남미에서 질산나트륨, 구아노 등의 비료를 발견하면서 굷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질산나트륨과 구아노가 언제까지 공급될지 알 수 없었다.

 

비료는 주로 질소, 칼륨, 인 화합물을 혼합한 것으로, 칼슘, 마그네슘, 황 등이 포함되어 있다. 당시에 비료를 생산하는 데 가장 큰 문제는 질소화합물의 부족이었다. 질소는 대기의 약 80%를 차지하는 원소로, 공기 중에 가장 풍부하게 존재하고 있다. 또한 인체의 구성 원소에서 산소, 탄소, 수소에 이어 4번째로 많은 원소로, 인체 무게의 약 2.6%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생존에 필요한 단백질과 아미노산을 비롯한 생리 화학 물질에는 반드시 질소 원소가 결합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자연 상태에서 질소가 풍부함에도 왜 질소를 이용할 수 없는 것일까? 그것은 생물체가 기체 질소를 직접 이용할 수 없고, 질소 원소를 포함하는 화합물로 변환되어야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체 질소를 질소 화합물로 변환시키면 되지만 질소는 매우 안정한 기체이기 때문에 격렬한 반응 조건이 아니면 변환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65쪽)

 

공기중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질소. 그 질소 화합물을 찾아내는 것이 과학자들의 중요한 임무 중에 하나였다. 질소화합물을 찾기 위한 화학자들의 노력을 끝없이 계속되었지만 그 문제를 해결한 것은 프리츠 하버였다. 프리츠 하버는 질소를 이용해 암모니아를 만들어냈다.

하버의 발명과 발견이 갖는 위대함은 그동안 공기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매우 안정한 질소를 사용해서는 질소 화합물을 생산할 수 없다는 개념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계를 연 획기적인 것이었다. 인공적인 질소 고정에 대한 서막이 열리는 순간이었다.(85쪽)

 

그리고 전쟁이 일어난다. 하버는 유대인이지만, 기독교로 개종했다. 그리고 스스로 자랑스러운 독일인으로 생각했다. 그는 전쟁을 가장 빨리 끝낼 수 있는 방법이 화학전이라 생각하고 화학가스 개발에 앞장선다. 그래서 불행하게도 하버상수라는 것을 남겼다.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가스의 살상 능력을 추정하는 기준으로 하버상수를 사용하였는데, 하버 상수는 죽음에 이르는 시간과 가스의 농도를 곱한 양으로 엊의된다. 하버상수가 작으면 더 큰 독성을 지닌 물질이다.(110쪽)

 

1차 대전이 끝나고, 몇 년후 하버에게 노벨상이 수상된다. 질소화합물의 개발로 인류를 굶주림에서 해방시킨 공을 인정받은 것이다. 하지만 하버의 삶은 편탄하지 않았다. 히틀러의 등장으로 반유대주의에 따라 독일인이라고 생각했던 하버 역시 독일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전쟁과 관련하여 하버의 잘못을 꼽으라면 그의 커다란 애국심이 윤리 의식에 너무 앞섰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아마도 과학 결과의 사용과 윤리 의식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되겠지만, 결국 선택의 몫은 그것을 이용하고 활용하는 인간이지 과학 결과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쟁 중에 화학전을 고안하고 적극 가담한 것은 그 시대를 살았던 독일의 하버를 비롯한 과학자, 그리고 연합국 과학자들의 숙명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런 숙명을 온몸으로 거부한 과학자들도 적지 않았다는 것은 역사적 기록이 말애 주고 있지만 말이다.(115쪽)

 

 

참고로 하버가 연구하던 시절은 화학분야의 발전이 태동을 이루고 있을 때였다.

하버의 관심분야는 물리화학 분야 중에서도 특히 전기화학 분야였다. 전기화학은 영국에서 다니엘(John Daniell, 1790~1845), 데이비(Humphry Davy, 1782~1829),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1867) 등이 이미 오래전에 시작한 분야였다. 먼저 다니엘은 다니엘 전지를 만든 과학자로, 다니엘 전지는 아연(zn)의 산화와 구리(Cu) 이온의 환원 반응을 이용한 전지이다. 쉽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어서 중고등학교에서도 시범용 실험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데이비는 패러데이의 스승으로 전기화학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업적을 남긴 영국의 과학자이다. 특히 그는 나트륨, 칼륨, 칼슘과 금속을 전기분해를 통해서 분리하였는데, 칼륨은 전기분해를 통해서 처음으로 분리된 금속이다. 패러데이는 패러데이 상수 및 패러데이 법칙으로 유명한 화학자 겸 물리학자로, 초등학교의 학력으로 최고의 과학자 반열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패러데이 법칙은 화학 반응 생성물의 양과 전하량과의 관계를 규정짓는 중요한 법칙이다.

전기화학과 연관된 전해질 및 이온의 해리 및 평형에 관한 연구는 스웨덴의 아레니우스(Svante Arrheniues, 1859~1927), 네덜란드의 반트호프(Jacobus Henricus Van't Hoff, 1852~1911) 등이 하고 있었다. 아레니우스는 이온 해리에 관한 기초 이론을 처음으로 세운 스웨덴의 화학자로서 1903년에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였다. 아레니우스는 당시에 이미 지구 평균 온도가 이산화탄소의 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과 지구의 온난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예측하였다. 반트호프는 삼투압, 화학 평형의 확립에 막대한 공헌을 한 과학자로, 1901년에 노벨화학상을 최초로 수상하였다.

독일의 전기화학 및 물리화학 분야에서는 앞서 이야기하였던 오스트발트와 네른스트(Walther Nernst, 1864~1941) 등이 활발하게 연구활동을 하고 있었다. 오스트발트는 질산을 생산하는 공정을 처음 개발한 과학자로, 그 공정을 오스트발트 공정이라고 하며 1909년에 촉매와 평형에 관한 업적으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하였단. 네른스트는 열역학 제3법칙을 주창한 과학자로, 1920년에 노벨화학상을 수상하였다. 그의 이름이 붙은 네른스트 방정식은 화합물의 활동도와 전위 관계를 나타내는 식이다.

이와 같이 하버가 전기화학에 관심을 가질 당시에는 근대 전기화학 및 물리화학의 기초를 세운 유명한 과학자들이 전기화학의 기본 원리와 실험 방법 등과 같은 뼈대를 다듬어 가는 중이었다.(36-37쪽)

 

 

 

 

 

 

 

 

인류의 굶주림을 해결한 위대한 과학자이자 격량에 휘말렸던 독일을 진정한 조국이라고 착각하여 새로운 전쟁 무기까지 개발한 유대인 천재의 말로는 쓸쓸하기 그지 없었다. 한편으로는 인류에게 커다란 기여를 하였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많은 폐해를 남긴 과학자 하버의 이중성은 그가 만든 암모니아가 비료의 원료로 사용되거나 또는 폭약의 원료로 사용되는 이중성을 지닌 것과 매우 닮아 있다. (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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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 음식물과 첨가물에 관한 오해와 진실
최낙언 지음 / 지호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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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만 해도 식품첨가물 하면 식품에는 넣어서는 안 될 것 처럼 여겨졌지만, 최근 들어서는 합리적으로 생각해보자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저자 최낙언은 식품첨가물 뿐만 아니라 음식과 관련해서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그런 결과물이 여러 권의 책으로 나왔는데 식품과 첨가물에 대해 알고 싶다면 바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현재까지의 과학 결과물로 설명하기 때문이다.

 

WHO가 가공육을 발암물질이라 하자, 언론들은 가공육내 아질산염의 문제에 대해서 지적한다. 그리고 사실 아질산은 많은 TV프로그램에 주인공으로 많이 출연했다. 아질산나트륨은 어떻게 발색제 역할을 할까? 과학적으로 들여다보면 발색제가 아니라 화학 반응에 의한 아주 자연적인 현상이다.

식육 제품에 아질산을 사용하는 이유는 헤모글로빈 산화(변색)를 억제하기 위해서다. 유럽에서는 햄이나 소시지를 만들 때 짠맛을 내기 위해 사용했던 암염이 고기 색깔의 안정 효과와 보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오래 전에 알게 되었는데, 나중에 이 작용이 암염에 있는 아질산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식육 제품에 아질산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9세기경으로 호메로스와 서사시에 최초로 기술했으며, 고대 로마시대에도 이를 사용한 기록이 있다. 아질산의 기능은 색을 만드는 기능이 아니고 색을 유지하는 기능이다. 즉 항산화제의 기능이다. 붉은색은 헤모글로빈이 가지고 있다. 그런데 산소와 결합한 헤모글로빈은 가열하면 쉽게 산화하여 붉은색을 잃는다. 직접 요리하면서 갈변하는 것은 크게 상관없지만, 소비자는 갈변된 상태의 고기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산소에 의한 갈변을 막는 좋은 방법이 산소 대신 일사화질소를 결합시키는 방법이다. 일산화질소는 결합력이 강해 헤모글로빈의 산화를 막아 탈색을 억제한다. 비타민C, 에리소르빈산 같은 항산화제를 쓰면 산화가 억제되므로 아질산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아질산은 맹독성의 보톡스균 같은 혐기성 미생물의 성장을 강하게 억제하므로 식중독도 예방한다. (183쪽)

매일 시장에서 신선한 고기를 사다가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면 굳이 가공육을 먹을 필요가 없다. 물론 맛의 차이도 있지만. 결국 가공육은 현대인의 편리한 삶과 궤를 같이 한다.

 

활성산소 역시 박멸해야 할 물질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활성산소는 몸에 필수적이다. 노화라는 한쪽측면만 봐서는 안된다.  

우리는 활성산소의 해악만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활성산소는 세포의 성장에 필수적이다. 또 활성산소는 인간을 비롯한 동식물의 체내에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의 이물질이 침입했을 경우에 이를 녹여 없애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간에서는 활성산소가 해독 작용을 하기도 하고 어떤 활성산소는 암세포를 죽이기도 한다. 또 활성산소가 인체의 세포 성장과 세포 자살에 관련된 다양한 생체 신호 전달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초파리의 경우 활성산소를 만드는 효소의 유전자를 없애면 번식하지 못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정자는 활성산소를 뿜어내는 관을 통과하지 않으면 성숙하지 않는다. 몸 속에 활성산소가 적당량 있는 상태에서 사람은 최고의 성과를 낸다. 10년 전부터 활성산소가 세포의 성장과 분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최근 그 구체적인 메커니즘이 밝혀지고 있다.(213쪽)

 

사실 인류의 식생활은 고된 일이었다. 많은 시간이 흐르면서 농경이라는 문화가 정착되고, 산업화가 되면서 본격적인 식품이 발달했다. 그런 과정에서 인류는 충분히 많은 음식을 거르고 걸러 왔다. 게다가 식물조차도 천연의 독을 잃어가고 있다.

인류는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 이동하고 적응하는 힘든 과정을 겪고, 농사와 목축을 통해 본격적으로 도약하기 시작했다. 소수의 힘없는 세력에서 어느덧 지구의 주역이 된 것이다. 농사는 독이 적은 작물의 선별 과정이기도 하고, 가식부위가 많은 작물의 선별 과정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쓸 만한 것을 골라 키우는 과정이다. 반복된 선별의 과정을 통해 야생종을 보다 생산량은 많고, 독은 적은 것으로 개량한 것이다. 식물은 인간이 돌보기 시작하면 독의 생산을 줄인다. 식물은 벌레와 유충이 다가오면 방어물질인 독소를 다량으로 생산하고, 위험이 줄어들면 독소의 생산량을 줄인다. 독소의 생산에도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인간이 벌레를 잡아주고 편안한 생육환경을 제공하면 식물은 독의 생산을 줄인다. 요즘 우리가 먹는 독소(살충제) 성분의 99.9퍼센트가 식물의 천연성분이라고 한다. 요즘이 이럴진대 예전에는 얼마만큼 많은 천연 독을 먹었을지 짐작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 양도 견딜 수 있는 수준이었기에 생존할 수 있었다. 불과 수십 년, 수백 년 전의 먹을 것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가에는 유해 수준으로까지 독이 많은 불량한 식물을 섭취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연은 가혹했고 오래살기 힘든 조건이었다.(24쪽)

 

하지만 원래 식물은 사람들의 생각처럼 선한 존재는 아니다. 그렇다고 악한 존재도 아니다. 번식하기 위해서 쉬임없이 동물과 다른 식물들과 경쟁하는 존재인 것이다.

나무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아스피린(살리실산)을 방출한다. 이것은 식물 고유의 방어 체계 신호 물질로 여러 식물의 조직에서 동물이 싫어하는 물질과 소화되지 않은 물질을 연쇄적으로 만드는 과정을 촉발한다. 그리고 이 물질은 인근 식품들이 읽고, 해석하여, 그들 자신의 방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식물은 도망가지 못한다. 곤충과 초식동물에 유일한 방어 수단이 여러 가지 화학물질을 만드는 방법이다. 따라서 천연 식물은 대부분 독성물질을 만든다. 공격하는 초식동물과 방어하는 식물은 서로 독성물질을 가지고 치열하게 군비경쟁을 한다. 모든 초식동물을 방어할 수 있는 식물도 없고, 모든 식물을 먹을 수 있는 동물도 없다. 식물은 방어에 그치지 않고 피톤치드로 공격을 하기도 한다. 성가진 벌레가 오지 못하게 하고, 다른 식물도 못 자라게도 한다. 이런 물질을 피토알렉신(타감작용)이라고 한다. 예쁜 가을 낙엽이 한편으로 안토시아닌이란 물질로 다른 식물을 못 자라게 하기 위한 책략이기도 하다. 자연이 평화로워 보이는 것은 겉보기로만 그렇다. 그 안에는 항상 처절한 생존의 노력이 있다.(85쪽)

 

그래서 어떤 특성조차 살기 위한 생존 욕구에서 나온 것이다.

모든 척추동물은 뜨거움을 느끼는 감각인 TRPV1이 있어서 캅사이신으로 통증을 느낀다. 반면 새들은 고추를 먹고도 태연하다. 조류와 포유류의 TRPV1 구조가 조금 다르다. 그래서 조류의 TRPV1은 열은 감지하지만 이 캅사이신에는 반응하지 않아 고추의 매운 맛(통증)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고추가 씨를 퍼뜨려 자손을 늘리려면 동물의 힘을 빌려야 한다. 그런데 포유류에는 이빨이 있어서 음식을 씹을 때 씨가 으깨져 싹이 트지 않는다. 게다가 씨가 넓게 퍼지려면 걸어 다니는 포유류보다는 날아다니는 조류가 더 좋은 파트너다. 따라서 캅사이신은 고추가 불청객인 포유류를 쫓아내려고 만들어낸 진화의 산물인 셈이다.(120쪽)

 

음식과 건강!

최근에 빼놓을 수 없는 주제이다. 많은 언론들이 몸에 해로운 식품을 찾아내려고 안달이다. 정부 또한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는 과학적 결과가 아닌 정치적 판단에 의한 경우가 많다. 결국 오늘날 식품과 관련된 모든 문제는 양이 많다는 것이다. 먹을 것이 없어서 고난의 세월을 보낸 선조와는 달리 우리는 풍족한 음식 속에 살고 있다.  

건강 전도사들은 설탕만 줄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처럼 이야기하였지만 오히려 심각해진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에게는 항상 그 다음의 해결책이 있다. 다른 희생양을 찾으면 된다. 설탕이 나쁘다고 하자 제조업체는 설탕 대신 과당을 열심히 만들었고, 음료업체는 설탕대신 과당을 사용했다. 그래서 설탕 소비량은 줄고 과당은 늘었다. 이렇게 크게 소비가 늘어난 과당을 비난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크게 소비가 늘어난 과당을 비난하면 되는 것이다. 공장에서 만든 과당은 천연 과일의 당이 아니고 포도당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만든 인공당이라 나쁘다고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과일 속 과당이나 포도당을 전환한 과당이나 동일한 효소 작용 결과이고, 모든 면에서 같다. 따라서 과당은 공식적으로 천연으로 인정된다. 양의 문제를 종류로 바꾼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교훈의 시작이다. (37쪽)

 

 식품의 모든 문제는 양의 문제다. 뭐가 나쁘다고 하면 항상 대안을 찾는다. 대안을 찾으면 '좋은 짓을 했으니 조금 나쁜 짓을 해도 되겠지' 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래서 문제가 더욱 악화되는 것이다. 양의 문제는 양으로 풀어야 한다.

소금 섭취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 가장 간단하고 좋다. 어차피 과식이 문제이기에 식사량을 줄이면 모든 것이 한꺼번에 해결이 된다. 하지만 단순히 양의 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그것이 아주 오래된 과거부터 우리의 생명을 지켰던 감가의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탄수화물은 단맛, 단백질은 감칠맛, 미네랄은 짠맛의 욕구로 각인된 것이다. 맛의 추구는 영양의 추구와 동일한 행위로 우리 몸에 내장되어 있다. 우리 몸의 감각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식품 문제를 이해하는 출발점이다.(96쪽)

 

인간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단순하고 완전하지 않다. 생명체가 다 환경에서 나름의 생존전략을 펼치고 있듯이 인간 역시 다르지 않다. 그것을 이해한다면 식품에 대해 보다 합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항상 관계가 진화를 유도했다. 가장 결정적 진화의 고비였던 진핵세포의 탄생이 미토콘드리아와 내부 공생 결과이고, 독자적 삶을 추구하는 식물의 능력은 엽록소와 또 한 번의 내부 공생의 결과로 가능해진 것이다. 결국 혼자만 안전하다는 것은 가상의 세계일뿐이다. 우리가 이 정도의 안전을 누리는 것은 우리가 모든 관계에서 우위에 있어서가 아니다. 우리 몸의 장 속에 독성 미생물이 감염되지 않아서 안전한 것이 아니라, 이미 100조 마리나 장 속에 자리 잡고 있기에 유해 미생물이 이들과의 경쟁에서 지기 때문이다. (297쪽)

 

과학적 발견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진화론이라고 한다. 진화론적 관점을 무시한 건강, 질병, 식품에 대한 이해는 전혀 과학적인 사고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은 완벽한 설계도를 바탕으로 창조된 완전한 개체가 아니다. 세균에서 물고기로, 물고기에서 계속 덕지덕지 고쳐서 오늘의 이른 진화의 과정에 있는 개체다. 생물학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인간의 발달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그러므로 진화는 나를 이해하는 데 너무나 중요한 열쇠다. 우리의 행동과 생활방식은 철저하게 변했지만 우리 몸은 아직 2만 년 전 그대로다. 우리 몸의 습관, 건강 혹은 질병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부분에서 진화의 유산과 관련되어 있다.(3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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