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 음식물과 첨가물에 관한 오해와 진실
최낙언 지음 / 지호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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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만 해도 식품첨가물 하면 식품에는 넣어서는 안 될 것 처럼 여겨졌지만, 최근 들어서는 합리적으로 생각해보자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저자 최낙언은 식품첨가물 뿐만 아니라 음식과 관련해서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그런 결과물이 여러 권의 책으로 나왔는데 식품과 첨가물에 대해 알고 싶다면 바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현재까지의 과학 결과물로 설명하기 때문이다.

 

WHO가 가공육을 발암물질이라 하자, 언론들은 가공육내 아질산염의 문제에 대해서 지적한다. 그리고 사실 아질산은 많은 TV프로그램에 주인공으로 많이 출연했다. 아질산나트륨은 어떻게 발색제 역할을 할까? 과학적으로 들여다보면 발색제가 아니라 화학 반응에 의한 아주 자연적인 현상이다.

식육 제품에 아질산을 사용하는 이유는 헤모글로빈 산화(변색)를 억제하기 위해서다. 유럽에서는 햄이나 소시지를 만들 때 짠맛을 내기 위해 사용했던 암염이 고기 색깔의 안정 효과와 보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오래 전에 알게 되었는데, 나중에 이 작용이 암염에 있는 아질산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식육 제품에 아질산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9세기경으로 호메로스와 서사시에 최초로 기술했으며, 고대 로마시대에도 이를 사용한 기록이 있다. 아질산의 기능은 색을 만드는 기능이 아니고 색을 유지하는 기능이다. 즉 항산화제의 기능이다. 붉은색은 헤모글로빈이 가지고 있다. 그런데 산소와 결합한 헤모글로빈은 가열하면 쉽게 산화하여 붉은색을 잃는다. 직접 요리하면서 갈변하는 것은 크게 상관없지만, 소비자는 갈변된 상태의 고기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산소에 의한 갈변을 막는 좋은 방법이 산소 대신 일사화질소를 결합시키는 방법이다. 일산화질소는 결합력이 강해 헤모글로빈의 산화를 막아 탈색을 억제한다. 비타민C, 에리소르빈산 같은 항산화제를 쓰면 산화가 억제되므로 아질산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아질산은 맹독성의 보톡스균 같은 혐기성 미생물의 성장을 강하게 억제하므로 식중독도 예방한다. (183쪽)

매일 시장에서 신선한 고기를 사다가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면 굳이 가공육을 먹을 필요가 없다. 물론 맛의 차이도 있지만. 결국 가공육은 현대인의 편리한 삶과 궤를 같이 한다.

 

활성산소 역시 박멸해야 할 물질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활성산소는 몸에 필수적이다. 노화라는 한쪽측면만 봐서는 안된다.  

우리는 활성산소의 해악만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활성산소는 세포의 성장에 필수적이다. 또 활성산소는 인간을 비롯한 동식물의 체내에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의 이물질이 침입했을 경우에 이를 녹여 없애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간에서는 활성산소가 해독 작용을 하기도 하고 어떤 활성산소는 암세포를 죽이기도 한다. 또 활성산소가 인체의 세포 성장과 세포 자살에 관련된 다양한 생체 신호 전달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초파리의 경우 활성산소를 만드는 효소의 유전자를 없애면 번식하지 못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정자는 활성산소를 뿜어내는 관을 통과하지 않으면 성숙하지 않는다. 몸 속에 활성산소가 적당량 있는 상태에서 사람은 최고의 성과를 낸다. 10년 전부터 활성산소가 세포의 성장과 분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최근 그 구체적인 메커니즘이 밝혀지고 있다.(213쪽)

 

사실 인류의 식생활은 고된 일이었다. 많은 시간이 흐르면서 농경이라는 문화가 정착되고, 산업화가 되면서 본격적인 식품이 발달했다. 그런 과정에서 인류는 충분히 많은 음식을 거르고 걸러 왔다. 게다가 식물조차도 천연의 독을 잃어가고 있다.

인류는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 이동하고 적응하는 힘든 과정을 겪고, 농사와 목축을 통해 본격적으로 도약하기 시작했다. 소수의 힘없는 세력에서 어느덧 지구의 주역이 된 것이다. 농사는 독이 적은 작물의 선별 과정이기도 하고, 가식부위가 많은 작물의 선별 과정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쓸 만한 것을 골라 키우는 과정이다. 반복된 선별의 과정을 통해 야생종을 보다 생산량은 많고, 독은 적은 것으로 개량한 것이다. 식물은 인간이 돌보기 시작하면 독의 생산을 줄인다. 식물은 벌레와 유충이 다가오면 방어물질인 독소를 다량으로 생산하고, 위험이 줄어들면 독소의 생산량을 줄인다. 독소의 생산에도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인간이 벌레를 잡아주고 편안한 생육환경을 제공하면 식물은 독의 생산을 줄인다. 요즘 우리가 먹는 독소(살충제) 성분의 99.9퍼센트가 식물의 천연성분이라고 한다. 요즘이 이럴진대 예전에는 얼마만큼 많은 천연 독을 먹었을지 짐작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 양도 견딜 수 있는 수준이었기에 생존할 수 있었다. 불과 수십 년, 수백 년 전의 먹을 것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가에는 유해 수준으로까지 독이 많은 불량한 식물을 섭취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연은 가혹했고 오래살기 힘든 조건이었다.(24쪽)

 

하지만 원래 식물은 사람들의 생각처럼 선한 존재는 아니다. 그렇다고 악한 존재도 아니다. 번식하기 위해서 쉬임없이 동물과 다른 식물들과 경쟁하는 존재인 것이다.

나무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아스피린(살리실산)을 방출한다. 이것은 식물 고유의 방어 체계 신호 물질로 여러 식물의 조직에서 동물이 싫어하는 물질과 소화되지 않은 물질을 연쇄적으로 만드는 과정을 촉발한다. 그리고 이 물질은 인근 식품들이 읽고, 해석하여, 그들 자신의 방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식물은 도망가지 못한다. 곤충과 초식동물에 유일한 방어 수단이 여러 가지 화학물질을 만드는 방법이다. 따라서 천연 식물은 대부분 독성물질을 만든다. 공격하는 초식동물과 방어하는 식물은 서로 독성물질을 가지고 치열하게 군비경쟁을 한다. 모든 초식동물을 방어할 수 있는 식물도 없고, 모든 식물을 먹을 수 있는 동물도 없다. 식물은 방어에 그치지 않고 피톤치드로 공격을 하기도 한다. 성가진 벌레가 오지 못하게 하고, 다른 식물도 못 자라게도 한다. 이런 물질을 피토알렉신(타감작용)이라고 한다. 예쁜 가을 낙엽이 한편으로 안토시아닌이란 물질로 다른 식물을 못 자라게 하기 위한 책략이기도 하다. 자연이 평화로워 보이는 것은 겉보기로만 그렇다. 그 안에는 항상 처절한 생존의 노력이 있다.(85쪽)

 

그래서 어떤 특성조차 살기 위한 생존 욕구에서 나온 것이다.

모든 척추동물은 뜨거움을 느끼는 감각인 TRPV1이 있어서 캅사이신으로 통증을 느낀다. 반면 새들은 고추를 먹고도 태연하다. 조류와 포유류의 TRPV1 구조가 조금 다르다. 그래서 조류의 TRPV1은 열은 감지하지만 이 캅사이신에는 반응하지 않아 고추의 매운 맛(통증)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고추가 씨를 퍼뜨려 자손을 늘리려면 동물의 힘을 빌려야 한다. 그런데 포유류에는 이빨이 있어서 음식을 씹을 때 씨가 으깨져 싹이 트지 않는다. 게다가 씨가 넓게 퍼지려면 걸어 다니는 포유류보다는 날아다니는 조류가 더 좋은 파트너다. 따라서 캅사이신은 고추가 불청객인 포유류를 쫓아내려고 만들어낸 진화의 산물인 셈이다.(120쪽)

 

음식과 건강!

최근에 빼놓을 수 없는 주제이다. 많은 언론들이 몸에 해로운 식품을 찾아내려고 안달이다. 정부 또한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는 과학적 결과가 아닌 정치적 판단에 의한 경우가 많다. 결국 오늘날 식품과 관련된 모든 문제는 양이 많다는 것이다. 먹을 것이 없어서 고난의 세월을 보낸 선조와는 달리 우리는 풍족한 음식 속에 살고 있다.  

건강 전도사들은 설탕만 줄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처럼 이야기하였지만 오히려 심각해진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에게는 항상 그 다음의 해결책이 있다. 다른 희생양을 찾으면 된다. 설탕이 나쁘다고 하자 제조업체는 설탕 대신 과당을 열심히 만들었고, 음료업체는 설탕대신 과당을 사용했다. 그래서 설탕 소비량은 줄고 과당은 늘었다. 이렇게 크게 소비가 늘어난 과당을 비난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크게 소비가 늘어난 과당을 비난하면 되는 것이다. 공장에서 만든 과당은 천연 과일의 당이 아니고 포도당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만든 인공당이라 나쁘다고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과일 속 과당이나 포도당을 전환한 과당이나 동일한 효소 작용 결과이고, 모든 면에서 같다. 따라서 과당은 공식적으로 천연으로 인정된다. 양의 문제를 종류로 바꾼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교훈의 시작이다. (37쪽)

 

 식품의 모든 문제는 양의 문제다. 뭐가 나쁘다고 하면 항상 대안을 찾는다. 대안을 찾으면 '좋은 짓을 했으니 조금 나쁜 짓을 해도 되겠지' 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래서 문제가 더욱 악화되는 것이다. 양의 문제는 양으로 풀어야 한다.

소금 섭취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 가장 간단하고 좋다. 어차피 과식이 문제이기에 식사량을 줄이면 모든 것이 한꺼번에 해결이 된다. 하지만 단순히 양의 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그것이 아주 오래된 과거부터 우리의 생명을 지켰던 감가의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탄수화물은 단맛, 단백질은 감칠맛, 미네랄은 짠맛의 욕구로 각인된 것이다. 맛의 추구는 영양의 추구와 동일한 행위로 우리 몸에 내장되어 있다. 우리 몸의 감각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식품 문제를 이해하는 출발점이다.(96쪽)

 

인간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단순하고 완전하지 않다. 생명체가 다 환경에서 나름의 생존전략을 펼치고 있듯이 인간 역시 다르지 않다. 그것을 이해한다면 식품에 대해 보다 합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항상 관계가 진화를 유도했다. 가장 결정적 진화의 고비였던 진핵세포의 탄생이 미토콘드리아와 내부 공생 결과이고, 독자적 삶을 추구하는 식물의 능력은 엽록소와 또 한 번의 내부 공생의 결과로 가능해진 것이다. 결국 혼자만 안전하다는 것은 가상의 세계일뿐이다. 우리가 이 정도의 안전을 누리는 것은 우리가 모든 관계에서 우위에 있어서가 아니다. 우리 몸의 장 속에 독성 미생물이 감염되지 않아서 안전한 것이 아니라, 이미 100조 마리나 장 속에 자리 잡고 있기에 유해 미생물이 이들과의 경쟁에서 지기 때문이다. (297쪽)

 

과학적 발견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진화론이라고 한다. 진화론적 관점을 무시한 건강, 질병, 식품에 대한 이해는 전혀 과학적인 사고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은 완벽한 설계도를 바탕으로 창조된 완전한 개체가 아니다. 세균에서 물고기로, 물고기에서 계속 덕지덕지 고쳐서 오늘의 이른 진화의 과정에 있는 개체다. 생물학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인간의 발달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그러므로 진화는 나를 이해하는 데 너무나 중요한 열쇠다. 우리의 행동과 생활방식은 철저하게 변했지만 우리 몸은 아직 2만 년 전 그대로다. 우리 몸의 습관, 건강 혹은 질병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부분에서 진화의 유산과 관련되어 있다.(3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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