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식품첨가물 이야기 -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최낙언 지음 / 예문당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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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진위도 그렇지만, 해석의 진위도 판별이 어렵다. 흔히 비만 아이들이 보통 아이들에 비해 성적이 좀 낮다고 한다. 이것을 두고 사람들은 패스트푸드가 비만을 일으키니 패스트푸드를 먹으면 성적이 낮아진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뚱뚱하기 때문에 성적이 낮은 것인지, 성적이 낮기 때문에 뚱뚱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문제로 뚱뚱해지고 동시에 성적도 떨어지는 것인지 그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사회경제적 약자들에서 비만율이 높은 것은 부모의 보살핌이 적어서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성적도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사회경제적 문제 때문에 비만과 성적 저하가 일어나는 것인지, 비만자체가 성적을 낮추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26쪽)

 

생각해보면, 너무 쉽게 식품첨가물에 책임을 던지는 경우를 쉽지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종편 세상이 된 후, 식품첨가물은 넣어서는 안되는 악인양 포장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생존을 위해 음식을 보존해야 했고, 음식의 기능은 살리면서 맛과 향은 배가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왔다. 대표적인게 소금이다.

 

종편이나 기타 언론을 보면 식품첨가물의 축적성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실제로 식품첨가물은 축적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식품에서 축적성이 문제되는 오염물질은 크게 '중금속'과 다환구조물질' 2개 뿐이다. 식품에서 가장 공통적인 관리 항목이 중금속이다. 다른 산업의 폐기물인 중금속이 토양과 물을 통해 식물로 전해지고 이것을 먹는 동물이 오염된다. 중금속은 무겁고 단백질과 결합력이 커서 체내에서 양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길기 때문에 배출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따로 체내에서 쉽게 제거하는 기술도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리고 중금속은 식품 산업에서 만든 것이 아니고 다른 산업의 폐기물의 오염으로 생겨났으므로 식품 산업은 억울한 피해자이다. 첨가물은 그대로 섭취하는 천연식품에 비해 정제되고 순도가 높아 이런 물질의 혼입이 없고 구조가 단순하여 축적성이 없다.(222쪽)

 

반면,

그럼 채소는 우리가 아는 모습 그대로일까? 양배추, 콜리플라워, 브로콜리, 케일은 사실 모두 같은 식물이다. 야생겨자의 끝꽃눈을 비대화시킨 것이 양배추고, 꽃을 비대하시킨 것이 콜리플라워, 꽃과줄기를 비대화시킨 것이 브로컬리, 잎을 비대화시킨 것이 케일이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작물인 것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배추김치의 재료인 결구배추를 보면 야생에는 도저히 존재할 수 없는 작물임이 자명하게 보일 것이다. 생산성을 위해 유전자가 변형된 작물을 무조건 나쁘다고 하면 이들 채소도 위험하기는 매한가지다. (232쪽)

 

이 책의 앞부분을 보면 시민들이 왜 식품첨가물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누가 그 우려를 증폭시키는지 말한다.

왜 전 국민의 80%는 식품에 불안감을 가지는 것일까? 이것은 바로 소비자의 높아진 눈높이를 돈벌이의 기회로 삼으려는 일부 건강전도사들과 기업, 언론이 잘못된 정보를 여과없이 사용하여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이 갖추어야 할 가장 최소한의 요건은 안정성이다. 안전하지 않는 식품은 한낮 쓰레기이며 무조건 즉시 퇴출시켜야 한다. 하지만 안전은 우리가 통상 먹는 식품 수준의 안전성을 말하는 것이지, 어떠한 조건에서도 무조건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세상에 절대적인 안전은 없다. 물도 많이 마시면 죽고, 산소도 과잉호흡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10쪽)

 

 무작정 위험하다는 주장은 무작정 안전하다는 주장보다 더 유해하다. 우리가 가진 자원과 시간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엉뚱한 것에 신경쓰는 사이에 진짜 위험하거나 개선이 가능한 것은 방치되기 쉽다. 공연한 불안감으로 가짜 환자를 만들어 정작 보호를 받아야 하는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특히나 요즘처럼 공황장애나 건강염려증 같은 불안으로 인해 파생되는 질환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때는 더더욱 쓸데 없는 불안감은 없애야 한다. 불량식품은 육체에 피해를 주지만 불량지식은 정신과 육체 둘 다 피해를 준다. 지금은 불량식품을 만드는 사람 못지 않게 불량지식으로 불안감을 조성하고 권장하는 사람들도 악당임을 알아야 한다.(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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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 식품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낱낱이 파헤치다
최낙언 지음 / 경향미디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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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생각인데, 일단 글자가 많아서 좋다. 책같은 느낌이다.

 

저자는 건강에 대한 과잉이 오히려 인류의 건강을 망치고 있지 않은지 반문한다. 비만을 해결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이후 미국의 비만율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고, 어느 때 보다 장수하고 있음에도 건강에 대한 염려는 어느 때 보다 강한 것을 지적한다. 천연이라는 것이 좋은 것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아직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오히려 몇천년의 경험과 과학적 검증을 거친 화학물질을 근거없이 매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단 미네랄, 비타민에 대한 지적이다. 방송을 보다 보면 미네랄과 비타민을 많이 먹어야 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든다. 그러나 비타민과 미네랄의 용도를 알면 그리 많은 양이 필요하지 않다.

미네랄은 더욱 위험하다. 필요량의 2~3배가 넘으면 위험이 발생하고 5배가 넘으면 철분같이 중요한 미네랄도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다. 그나마 나트륨은 오랜 경험으로 잘 견디는 편이지만 나머지는 더 조심해야 한다. 필요한 만큼만 있는 것이 좋다. 다른 모든 영양, 포도당, 아미노산, 지방은 비타민보다 훨씬 중요한 기능을 한다. 하지만 이들이 중요한 만큼 체내에 대책이 있어 이들 기능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비타민은 우리 몸의 시스템이 돌아가는 데 필요한 부품 중 하나일 뿐이니 지나치게 특별 대우할 필요는 없다.(29쪽)

 

천연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화학물질이라고 하면 인공물질이라고 생각하고, 인공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괜한 거부감을 갖는다. 그런 사람들의 심리에 기대 천연물의 문제는 잘 거론되지 않는다. 전통적인 방법의 젓갈이 발암물질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소시지, 햄 등이 발암물질이라면 크게 부각된다.

사실 천연물이라면 검증 실험 자체를 거의 하지 않는다. 나쁘다는 결과를 찾아내도 아무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김치나 막걸리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발표를 하면 싫어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첨가물은 애초에 뭔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검증이 시작되며, 사소한 흠집이 발견되면 그것이 엉터리 실험 결과일지라도 소비자를 위해 무슨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것 처럼 난리를 피운다. (129쪽)

 

문제는 언론이 이런 사람들의 습성을 잘 이용하는 것이다. 과학적 근거 없이 위험한 것 처럼 터뜨리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공업용 우지가 아닐까 싶다. 식품 산업에 사용하는 쇠기름에 공업용이라는 말을 붙여 맡이 제조업 등에 사용하는 나쁜 기름인 것 처럼 만들어 담당 검사가 승진하고 당시 대표적인 라면사인 삼양은 망할 직전에 까지 갔다. 결국 법원에 잘못된 판단이었음이 드러났지만 이미 라면계는 농심에게 넘어간 뒤였다. 공업용 우지 사건이 없었다면 삼양과 농심의 시장 지배력은 지금과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언론이 정보 왜곡으로 식품불안을 조장한 사례

  • 1989년 공업용 우지 : 검찰의 무지가 저지를 불행한 사건
  • 1989년 미국산 발암성 자몽과 사과 : 엉터리 실험 + 언론의 합작품
  • 1998년 포르말린 통조림 : 양의 개념, 화학의 이해부족
  • 2004년 쓰레기 만두 소동 : 경찰의 편견 + 언론의 선정성
  • 2005년 기생충 김치 : 언론의 선정성
  • 2006년 과자와 아토피 : 언론의 편견
  • 2006년 벤젠, 비타민 음료 : 양의 개념, 화학의 이해 부족

 

어떤 물질은 인간에게 굉장히 위험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그런 물질이 인간 생명과 생존에 필요한 경우도 있다. 섣불리 위험하다고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다만, 이런 식으로 섣부른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일산화질소는 불안정하고 유독한 자유라디칼(짝짓지 않은 전자를 가지는 원자단)이다. 자동차 엔진에서 방출되는 환경오염물질, 공해물질, 스모그, 산성비의 원인물질로 알려진 이 물질이 혈관을 팽창시켜 혈압을 낮추거나 혈류의 흐름을 원할하게 하여 협심증 증세를 완화시키는 약품으로 쓰인다는 것이 의아할 것이다. 하지만 일산화질소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거의 모든 신체활동에 개입한다. 뇌, 코, 목, 폐, 위, 간, 신장, 생식기, 장, 혈관 등이 모두 일산화질소를 필요로 한다.(182쪽)

 

오래전부터 사용되고 이렇게 중요한 기능을 많이 하는 아실산(일산화질소)이 가장 위험한 첨가물, 발암물질로 일방적으로 매도되는 것을 보면 우리의 첨가물에 대한 지식이 얼마나 편향된 것인지 알 수 있다. 독과 약은 하나다. 과량이면 독이 되고, 독도 희석하면 약이 된다.(184쪽)

 

 

저자가 던지는 말을 잘 생각해봐야 한다. 천연, 친환경이 과연 인간, 자연을 위하는 일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인간이 만든 것이 합리적 근거가 있다면 그것을 활용하는 것이 맞다.

 

화학기술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었다. 우리에게는 아직 화학의 발전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색을 위해 곤충을 10만 마리를 잡는 것이 친환경일까 아니면 합성색소가 친환경일까? 색소는 유죄일까 아니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욕망이 유죄일까? 이런 문제는 더 이상 흑백론이 아닌 추구할 방향과 양적인 문제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불안에 휩쓸린 필요는 없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모자람도 못하다. 지나치게 신경을 쓰면 오히려 그것이 병이 되고 화가 된다.(93쪽)

  

 만물은 화학물질이다. 인간 자체가 화학물이고 음식도 화학물이고 물조차 화학물인데 사람들은 화학을 싫어한다. 화학을 잘 이해하여 더 잘 활용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잘못된 편견으로 혐오하면서 인간의 생활이 나아지거나 안전해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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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리 데인저러스 - 우리가 잘못 알아 온 음식, 건강, 환경에 대한 100가지 지식들
제임스 콜만 지음, 윤영삼 옮김, 전창림 감수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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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WHO에서는 1군 발암물질에 가공육을 포함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서둘러 진화에 나서는 모양이기는 하지만, 1군 발암물질이 대단히 위험한 것인것 처럼 잘못알려진 문제도 크다.

 

책을 보다 보면 발암물질로 크게 다섯가지를 든다.

  •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활성산소
  • X선이나 자외선 같은 전리방사선
  • 바이러스나 세균
  • 발암성 화학물질
  • 우리 몸속에서 합성된 발암 물질 (155쪽)

사실상 우리가 먹는 야채과 과일을 포함한 모든 식물성 식품에는 거의 모든 천연 발암물질이 들어있다!

천연 화학 물질이든 인공 화학 물질이든 동물에게 다량으로 주입하는 실험을 해 보면 거의 절반 이상이 발암 물질이다. 다만 이러한 실험에서처럼 우리는 발암물질을 다량으로 섭취하지 않을 뿐이다. 아무리 발암물질이라 하더라도 적은 양을 섭취할 경우에는 아무런 해가 되지 않는다. (159쪽)

 

천연 식물성 화학 물질들 중 절반(64가지 중 35가지)은 동물에게 많은 양을 투여했을 때 발암 물질로 작용했다.

 

뜻밖이다. 천연은 안전한 줄 알았는데, 저자의 글에 따르면 식물 조차도 안전하지 않다. 식물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천연살충제를 만들어낸다. 사람이 식물을 섭취하는 것은 살충제를 먹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실 음식을 요리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독성물질이 나온다.

독성 물질이라고 해서 무조건 위험한 것은 아니다. 위험성에 대한 평가는 언제나 '양'을 먼저 따져 봐야 한다. 만약에 훈제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고기 안에 들어 있는 기생충이나 세균 같은 위험한 유기체들이 우리 몸속에 들어와 더 큰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54쪽)

 

친환경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는 유기농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어떨까?

합성 화학 비료를 사용해 키운 농산물보다 짚을 썩힌 퇴비를 사용해 키운 유기농 식품이 실제로 우리 몸에 훨씬 더 위험하다고 지적하는 식품과학자들도 있다. 자연 비료를 쓸 때 동물의 배설물에 든 치명적인 세균들이 식품을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약 잔류물 때문에 죽었다는 사람은 여태껏 한 명도 보고된 적이 없지만, 음식을 통한 세균 감염으로 죽는 사람은 질병 통제 센터에 매년 수백 명씩 보고된다. 예를 들어 '이콜라이O157:H7'과 같이 음식을 통해 전해지는 치명적인 대장균은 사망자 250명과 환자 2만명을 만들어 내고 있다.(48쪽)

 

유기농 기술을 통한 식량 재배가 거듭될수록 천연 발암 물질의 함유량도 높아진다. 식물들은 몇 세대를 걸쳐 더욱 강한 농도의 천연 살충제를 만들어 분비한다.(51쪽)

 

저자의 지적이 일리가 있긴 하지만, 친환경에 대해서는 저자의 생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물론 유기농이 과학적으로는 기존 식품에 비해서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농사 방식의 다양성, 종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대안 농법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영양제나 건강보조식품에 대해서도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가 없거나,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모든 영양소라도 우리 몸속에서 제 기능을 하려면 세포에 흡수돼야 한다. 알약으로 비타민 하루 권장량을 채우려고 하는 경우에는 세포에 흡수되는 양이 음식으로 섭취할 때 보다 훨씬 적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는 복용량을 늘린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여라 가지 물질이 우리 몸 속에 같이 들어갈 경우 서로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양이 많은 쪽이 적은 쪽의 영양분 흡수를 막는다.

철 흡수량이 높아지면 아연 흡수량은 낮아진다. 아연과 구리 또한 서로 흡수를 방해한다. (101쪽)

 

이 뿐만 아니라, 방사선, 온난화 등에 대해서도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저자의 지적은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 천연이라고 무조건 좋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건강정보를 종합해보면 아기들에게는 꿀을 먹이지 말라는 등, 천연이라도 금지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천연이면 그냥 좋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 생각을 깨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역할은 충분하다.

 

과학적 진실과 대중적 인기 사이에는 언제나 갈등이 존재한다.

 

지금까지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분은 공공 정책을 통해 해결하려는 문제 뒤에는 언제나 복잡한 과학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대중들의 건강을 지키면서 해로운 독성 물질을 규제하고 생태 환경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는 생명 활동에 꼭 필요한 물질이라 하더라도 다른 상황에 처하면 위험한 물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자연적인 것이 무조건 안전하다'는 뿌리 깊은 환상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 대중들이 갖는 화학 물질에 대한 공포심은 잘못된 정보와 이해, 그리고 과학적 선동에 기초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물질이라고 해서 무조건 위험한 것도 아니다. 노출된 양, 그리고 물질의 형태와 시간을 고려해 위험성을 판단해야 한다. 100% 좋거나 100% 나쁜 물질은 없다. 어떤 물질이든 언제나 효용성과 위험성을 비교하고 분석해 봐야 한다.(295쪽)

 

아래 사례는 우리 생각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한 고등학생이 학교에서 캠페인을 벌였다. 우리가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무색무취한 화학 물질인 '일산화이수소'가 매년 수천 명의 사망자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복합 물질은 심각한 수화 현상을 일으키거나 소변이 자주 마려운 증상을 일으킨다. 뿐만 아니라 땀이 많이 나게 하고 구토를 일으키며 기체 상태에서는 심각한 화상을 입히기도 한다. 또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우연히 흡입했다가 죽을 수도 있다' 이물질은 말기 암 환자의 종양에서도 발견됐고 땅을 침식시키며 산성비의 주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이렇게 설명하고 나서 50명의 학생들에게 이 화학 물질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해 달라고 했을 때 43명이 흔쾌히 서명했다. 그리고 6명은 결정을 보류했으며 단 한 명만이 반대했다. 단 한 명만 그 화학 물질이 바로 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물론 제대로 된 설명이 안 된 것이기는 하지만, 우리에게 건강정보는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특히 첨가물의 경우 그 첨가물이 왜 필요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빼고, 부작용들만 보여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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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해서 행복한, 보테로
이동섭 지음 / 미진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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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보테로 전시에 가지 못했을 때 무척이나 아쉬웠다. 보테로의 그림을 보는 순간 확 그림에 빨려들어갔기 때문이다. 이건 뭐지.. 도대체 왜 이따위로 그리는거야 라며 혼란에 빠졌다.

 

그리고 2015년 드디어 그의 작품을 만났다. 왜곡되어있지만 오히려 더 사실감 있게 다가왔다.

 

그는 왜 그런 그림을 그린 것일까?

추상이 대세이던 시기였지만, 이처럼 보테로는 고전 화가들의 작품을 파고들었다. 미대 교수들은 그에게 고전을 따라할 게 아니라 그만의 스타일을 찾으라고 했지만, 그는 그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있었다. 바로 회화란 무엇인지, 회화의 근본적인 체계는 어떠한지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찾고 싶었던 것이다. (18쪽)

 

그리고 답을 찾는 과정에서 라틴 문화가 담겨있다. 그는 콜롬비아 출신이다.

 

보테로가 추상보다 인물화를 좋아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는 인물화야말로 자신의 뿌리인 남미 문화의 전통과 연결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이는 유럽에 머물던 내내 남미 예술가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남미 문화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 결과이기도 하다. (24쪽)

그들의 작품을 면밀히 관찰한 보테로는, 오로스코와 시케이로스의 표현주의 화풍보다는 리베라가 그린 거대한 크기의 멕시코 벽화에 더 끌렸다. 왜냐하면 벽화의 기하학적인 구조와 단순한 구성 등이 그가 좋아하는 회화 스타일, 특히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프레스코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서 보테로는 결정적인 요소 하나를 찾아냈다. 바로 그의 작품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스타일로 자리매김한 거대한 조형성이다.

사실, 인물과 대상을 거대하게 표현하는 방식은 당시 남미 화가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그중에서도 남미 벽화운동의 선구자로서, 화폭의 대부분을 전형적이고 단순화된 인물들로 채우는 리베로의 스타일은 보테로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27쪽)

 

사실 그의 그림이 처음부터 둥글둥글했던 것은 아니다.

1950년대의 보테로가 프레스코와 멕시코 벽화 등을 통해 대상의 비율과 크기 등을 탐구했다면, 뉴욕에 정착한 60년부터는 사람이나 동물과 같은 대상을 둥글둥글하고 풍만하게 묘사하는 '볼륨 기법'을 발전시켜 나간다. 거기에 고르고 밝은 색채, 외곽선이 뚜렷하게 보이는 형태 등 남미 민속 미술의 특징을 적극 참조했다. 60년대 초반의 작품들에서 보이는 다소 거친 붓 터치는 후반기로 갈수록 확연히 부드러워진다. 형태는 더욱 자연스러워지고 색채까지 더욱 밝아지고 깔끔해진다. ... 이렇게 60년대 후반에 이르면 보테로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이 완전히 확립된다.(39쪽)

 

그의 볼륨감 넘치는 그림에서 내가 보고 싶었던 것은 왜 그렇게 그렸을까이다. 아름답기만 한 다른 유명 대가의 작품보다 그의 그림에 확 빠져든 것도 그런 느낌이다.

 

그는 단지 볼륨감 있게만 그림을 그린 것은 아니다. 그의 그림의 바탕에 라틴 문화가 있었던 것처럼 최근의 그의 작품은 전쟁과 학살과 아픔이 담겨있다.

총에 맞은 사람역시 볼륨감있다. 웃기게 보이기 보다는 오히려 냉정하게 그림에서 나오게 된다. 단순히 그림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아 .. 맞다. 지금 이런 일이 있지.

볼륨감 넘치는 그림 스타일로 인해 보테로가 삶의 쾌락과 즐거움만을 그린 화가라고 오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작품 세계에 깊게 뿌리 내닌 조국 콜롬비아가 마약과 폭력으로 얼룩지기 시작한 1990년 후반부터, 그의 작품들은 납치, 학살, 고문, 죽음과 같은 아주 현실적인 주제를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이전의 작품들에서 보이던 유머나 여유는 사라지고 어두운 분위기가 짙게 드리워졌다.

최근에도 이와 유사한 주제를 그렸는데, <아부 그라이브Abu Ghraib> 시리즈가 그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보테로는, 이라크 전쟁의 산물인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벌어진, 이라크 죄수들에 대한 미군의 잔혹한 고문 행위를 고발하고 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삶과 풍만함에 대한 보테로의 찬양은 잔인함과 고통에 대한 증오와 짝을 이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174쪽)

 

전시에서는 그의 최근작들을 보지못했다. 보테로의 최근 그의 그림들을 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꼭 재출간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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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딜리아니, 열정의 보엠 - 개정판
앙드레 살몽 지음, 강경 옮김 / 다빈치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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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그는 참 잘 생겼다. 이탈리아 태생의 그는 그림을 찾아 파리로 향한다. 몽마르뜨에서 그리고 몽파르나스에서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그림을 그려낸다. 유파도 없다. 그냥 그림을 그릴 뿐이다.

 

그는 중간에 조각에 뜻을 두었다. 잘 안됐다. 하지만 그 때 조각의 경험이 그의 그림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모딜리아니의 모든 여성상을 특징짓는 것은 긴 목이었다. 거기에는 희화적인 것은 전혀 없었다. 정열이 정신을 방해하지도 않았다. 모딜리아니에게 부족한 것은 자신의 정열을 말로 표현하는 것 뿐이었다. 그는 자신의 눈으로 포착한 모든 것을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모딜리아니는 색조를 만들어내는 데 신중했으며, 자기만의 형태를 생각해내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근본적인 것 두 가지를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하나는 조화로운 구성인 동시에 무한한 변화가 가능한 법칙이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영감이라고 불리는 것과 그 깊숙이 미적 감각이 존재하는 서정성을 완성시키는 것은 결코 보완적인 관계에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는 완전한 인물을 창조해내지는 않았다. 그는 시대의 흐름을 잘 몰랐지만, 모딜리아니의 누드화와 인물상을 자세히 분석해보면 세기 공통의 특색이 나타난다. 그것은 깊은 인간성의 상징이다. 정신, 나는 감히 시대정신이라고 말하지만 그 정신에 따라 최종적인 제약을 가함으로써 독창성이 비로소 나타는 것이리라.
(237쪽)

 

 

 책은 그의 친구이자 시인인 앙드레 살몽이 지었다. 개인 전기라기 보다는 친구의 입장에서 서술했다고 볼 수 있다. 한눈에 모딜리아니를 알기는 쉽지 않다. 다른 모딜리아니 전기를 읽고 이 책을 읽는 것은 도움이 되겠지만, 이 책만 읽어서는 모딜리아니를 이해하기 쉽지 않다.

 

(사진은 모딜리아니, 피카소, 살몽)

 

평점 : 별셋인 이유. 모딜리아니를 처음 읽는 다면 나중에... 모딜리아니를 깊이 들여다 보고 싶다면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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