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로 빵을 만든다고요? - 인류 굶주림의 해결사, 프리츠 하버의 삶과 과학
여인형 지음 / 생각의힘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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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말 인류의 과제는 굷주림이었다. 인류는 계속 늘어나지만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다. 남미에서 질산나트륨, 구아노 등의 비료를 발견하면서 굷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질산나트륨과 구아노가 언제까지 공급될지 알 수 없었다.

 

비료는 주로 질소, 칼륨, 인 화합물을 혼합한 것으로, 칼슘, 마그네슘, 황 등이 포함되어 있다. 당시에 비료를 생산하는 데 가장 큰 문제는 질소화합물의 부족이었다. 질소는 대기의 약 80%를 차지하는 원소로, 공기 중에 가장 풍부하게 존재하고 있다. 또한 인체의 구성 원소에서 산소, 탄소, 수소에 이어 4번째로 많은 원소로, 인체 무게의 약 2.6%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생존에 필요한 단백질과 아미노산을 비롯한 생리 화학 물질에는 반드시 질소 원소가 결합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자연 상태에서 질소가 풍부함에도 왜 질소를 이용할 수 없는 것일까? 그것은 생물체가 기체 질소를 직접 이용할 수 없고, 질소 원소를 포함하는 화합물로 변환되어야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체 질소를 질소 화합물로 변환시키면 되지만 질소는 매우 안정한 기체이기 때문에 격렬한 반응 조건이 아니면 변환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65쪽)

 

공기중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질소. 그 질소 화합물을 찾아내는 것이 과학자들의 중요한 임무 중에 하나였다. 질소화합물을 찾기 위한 화학자들의 노력을 끝없이 계속되었지만 그 문제를 해결한 것은 프리츠 하버였다. 프리츠 하버는 질소를 이용해 암모니아를 만들어냈다.

하버의 발명과 발견이 갖는 위대함은 그동안 공기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매우 안정한 질소를 사용해서는 질소 화합물을 생산할 수 없다는 개념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계를 연 획기적인 것이었다. 인공적인 질소 고정에 대한 서막이 열리는 순간이었다.(85쪽)

 

그리고 전쟁이 일어난다. 하버는 유대인이지만, 기독교로 개종했다. 그리고 스스로 자랑스러운 독일인으로 생각했다. 그는 전쟁을 가장 빨리 끝낼 수 있는 방법이 화학전이라 생각하고 화학가스 개발에 앞장선다. 그래서 불행하게도 하버상수라는 것을 남겼다.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가스의 살상 능력을 추정하는 기준으로 하버상수를 사용하였는데, 하버 상수는 죽음에 이르는 시간과 가스의 농도를 곱한 양으로 엊의된다. 하버상수가 작으면 더 큰 독성을 지닌 물질이다.(110쪽)

 

1차 대전이 끝나고, 몇 년후 하버에게 노벨상이 수상된다. 질소화합물의 개발로 인류를 굶주림에서 해방시킨 공을 인정받은 것이다. 하지만 하버의 삶은 편탄하지 않았다. 히틀러의 등장으로 반유대주의에 따라 독일인이라고 생각했던 하버 역시 독일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전쟁과 관련하여 하버의 잘못을 꼽으라면 그의 커다란 애국심이 윤리 의식에 너무 앞섰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아마도 과학 결과의 사용과 윤리 의식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되겠지만, 결국 선택의 몫은 그것을 이용하고 활용하는 인간이지 과학 결과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쟁 중에 화학전을 고안하고 적극 가담한 것은 그 시대를 살았던 독일의 하버를 비롯한 과학자, 그리고 연합국 과학자들의 숙명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런 숙명을 온몸으로 거부한 과학자들도 적지 않았다는 것은 역사적 기록이 말애 주고 있지만 말이다.(115쪽)

 

 

참고로 하버가 연구하던 시절은 화학분야의 발전이 태동을 이루고 있을 때였다.

하버의 관심분야는 물리화학 분야 중에서도 특히 전기화학 분야였다. 전기화학은 영국에서 다니엘(John Daniell, 1790~1845), 데이비(Humphry Davy, 1782~1829),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1867) 등이 이미 오래전에 시작한 분야였다. 먼저 다니엘은 다니엘 전지를 만든 과학자로, 다니엘 전지는 아연(zn)의 산화와 구리(Cu) 이온의 환원 반응을 이용한 전지이다. 쉽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어서 중고등학교에서도 시범용 실험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데이비는 패러데이의 스승으로 전기화학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업적을 남긴 영국의 과학자이다. 특히 그는 나트륨, 칼륨, 칼슘과 금속을 전기분해를 통해서 분리하였는데, 칼륨은 전기분해를 통해서 처음으로 분리된 금속이다. 패러데이는 패러데이 상수 및 패러데이 법칙으로 유명한 화학자 겸 물리학자로, 초등학교의 학력으로 최고의 과학자 반열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패러데이 법칙은 화학 반응 생성물의 양과 전하량과의 관계를 규정짓는 중요한 법칙이다.

전기화학과 연관된 전해질 및 이온의 해리 및 평형에 관한 연구는 스웨덴의 아레니우스(Svante Arrheniues, 1859~1927), 네덜란드의 반트호프(Jacobus Henricus Van't Hoff, 1852~1911) 등이 하고 있었다. 아레니우스는 이온 해리에 관한 기초 이론을 처음으로 세운 스웨덴의 화학자로서 1903년에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였다. 아레니우스는 당시에 이미 지구 평균 온도가 이산화탄소의 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과 지구의 온난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예측하였다. 반트호프는 삼투압, 화학 평형의 확립에 막대한 공헌을 한 과학자로, 1901년에 노벨화학상을 최초로 수상하였다.

독일의 전기화학 및 물리화학 분야에서는 앞서 이야기하였던 오스트발트와 네른스트(Walther Nernst, 1864~1941) 등이 활발하게 연구활동을 하고 있었다. 오스트발트는 질산을 생산하는 공정을 처음 개발한 과학자로, 그 공정을 오스트발트 공정이라고 하며 1909년에 촉매와 평형에 관한 업적으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하였단. 네른스트는 열역학 제3법칙을 주창한 과학자로, 1920년에 노벨화학상을 수상하였다. 그의 이름이 붙은 네른스트 방정식은 화합물의 활동도와 전위 관계를 나타내는 식이다.

이와 같이 하버가 전기화학에 관심을 가질 당시에는 근대 전기화학 및 물리화학의 기초를 세운 유명한 과학자들이 전기화학의 기본 원리와 실험 방법 등과 같은 뼈대를 다듬어 가는 중이었다.(36-37쪽)

 

 

 

 

 

 

 

 

인류의 굶주림을 해결한 위대한 과학자이자 격량에 휘말렸던 독일을 진정한 조국이라고 착각하여 새로운 전쟁 무기까지 개발한 유대인 천재의 말로는 쓸쓸하기 그지 없었다. 한편으로는 인류에게 커다란 기여를 하였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많은 폐해를 남긴 과학자 하버의 이중성은 그가 만든 암모니아가 비료의 원료로 사용되거나 또는 폭약의 원료로 사용되는 이중성을 지닌 것과 매우 닮아 있다. (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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