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백신백과>는 주요 백신에 대해 대상 전염병 및 백신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어떤 효과를 내는지가 잘 설명되는 책이다.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한권씩 가지고 있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했지만, 일단은 판단보류다.
저자인 시어스박사는 의사인데, 밥선생님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활동을 많이 한다. (옛날 그림을 쉽게 그리는 법을 소개했던 밥을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밥을 알 정도면 40대 이상이 아닐까 싶다. 최근 광고에 잠깐 등장하기도 했지만)
저자는 백신에 대해 맹신하는 사람과 맹목적으로 반대하는 사람사이에서 서로 잘 해보자는 입장이다. 이런 백신은 반드시 맞아야 한다. 하지만 어떤 백신은 백신을 맞추는 시기를 조절하거나, 굳이 맞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한다. 즉, 사실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지만, 의사로써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부분이 있다.
몇년전에 미국에 홍역이 유행한적이 있다. 그 때 심각하게 공격을 받았던 이가 바로 이 시어스 박사다. 시어스 박사는 홍역 예방접종을 권하지만 꼭 맞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홍역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시어스 박사를 주치의를 두는 사람들이 생겼다. (미국은 주치의제도인데, 대부분의 의사들이 홍역 예방접종을 하지 이들을 환자로 삼기로 거부하면서 홍역 예방접종에 다소 느슨한 기준을 적용했던 시어스 박사의 병원으로 몰렸던 것) 홍역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시어스 박사의 고객(환자라고 해야하나) 중 하나가 홍역에 걸려서 시어스 박사의 병원에 방문했다. 그리고 그날 병원을 방문했던 홍역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총 8명이 홍역에 감염되었고, 지역전체로 퍼져나간 것이다.
책은 점점 많아지는데, 책을 읽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정작 자신은 자기 책 처럼 하지 않아서 망했다던 스티븐 코비같은 사기꾼들이 넘쳐나고, 이미 전문서적에서는 효과가 없다고 판명된 경영이론을 자신의 회사에서 이렇게 적용했다고 써대는 국내 저자들의 경영서적들이야 그냥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면 끝이지만, <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나 <병원에 가지 말아야 할 81가지 이유>, <예방접종이 오히려 병을 키운다>와 같이 생명과 관련된 책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모임에서는 수두파티를 한다. 수두에 걸린 아이의 수건을 돌린다던지. 수두야 감기정도의 증상만 나타나니 수두에 걸리고 항체가 형성되는 게 맞지만, 어떤 아이에게는 심각한 병이 될 수도 있다. 또한 한번 수두에 걸리면 나중에 대상포진 등에 쉽게 노출된다고 하는데. <병원에 가지 말아야 할 81가지 이유>의 저자 허현회씨는 병원 치료만 받으면 별 문제가 없는 당뇨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예방접종이 오히려 병을 부른다>의 저자 역시 몇 해전 50여세의 나이로 사망했는데, 사망이유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 저자들이야 그렇다치더라도 이런 책을 펴내는 출판사 편집인도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