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초에도 여러 주제로 책을 읽고, 정리를 하려고 임시 카테고리를 만들어 놓기는 했는데, 시간이 잘 나지 않는다. 뜸하게 남겨 놓긴 했지만 일단 2018년의 책 중에 몇 권을 기록해 둔다.
언론 등에서 지정한 올해의 책은 한번 정리를 해두긴 했는데, 시사인이 선정한 올해의 책이라는 소책자와 2018년 출판 키워드를 다룬 기획회의 477호에서 2018년 책 중에 '몸으로 쓴 글'에 주목한 부분이 있다.
매일 알라딘에 접속하고, 매주 신문과 <시사인>에서 책 관련 기사들은 빼놓지 않고 읽기 때문에, 생소한 책은 없지만, 차일 피일 미룬 책들이 대부분이다. <아픔이 길이 된다면>과 <개인주의자 선언>정도만 읽었을 뿐이다.
기획회의 477호에서는 '현장의 글쓰기, 르포의 전진'이라는 꼭지로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나는...’하고 시작하는 고백의 사사, 현장의 글쓰기는 언제나 많은 사랑을 받는다. 일하는 사람, 사회적 관계를 맺는 사람, 자신의 자리에서 평범하게 버티어 나가는 사람의 몸에는 언제나 언어가 쌓이고 그것을 옮겨 적은 르포는 그 현장감과 함께 당사자가 길어 올린 특별한 사유로 반짝이게 되기 때문이다. 개인의 고백은 타인의 감정을 동하게 하는 힘을 가진다. 최근에는 전문직 종사자들의 서사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계 종사자들의 고백으로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 ( 김현아 , 쌤앤파커스 ) , 『골든아워』 ( 이국종, 흐름 출판 ) , 『만약 은 없다』 ( 남궁, 문학동네 ) , 『아픔 이 길이 되려면』 ( 김승섭 , 동아시아) 등 이 나왔고 , 판사와 검사 등 법조게 종사자들의 고백으로 『검사내전 』 ( 김웅 , 부키 ) , 『개인주의자 선언』 『미스 함무라비』 ( 문유석 , 문학 동네 ) , 『지연된 정의』 ( 박상규 · 박준영 , 후마니타스 )등이 나왔다 . 이들 대부분은 개인의 고백에 그치지 않고 , 이 사회가 가진 제도의 균열이나 허점을 직시하게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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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로 태어나서』는 드물게 나오는 정통적인 르포르타주라고 할 수 있다. 작가가 『인간의 조건』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책이다. 꽃게잡이 배에서 돼지 농장까지 우리 사회의 노동을 기록해 온 그가 이번에는 식용 동물 농장 열 곳에서 일하고는 고기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36-37쪽, 기획회의 477호)
시사인 별책부록 <2018 행복한 책읽기>에서는 출판인들의 추천하는 책으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세 권은 < 골든아워 > < 검사내전 > <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 이다. 몸으로 쓴 기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 특히 앞의 두 권은 각각 현직 의사와 검사가 바라보는 현장의 시선 이 생생하게 담겼다 . 〈 골든 아워>는 이국종 ... 그는 책에서 ‘중증외상환자들이 겪는 처참한 고통과 의료인들 및 소방대원들의 분투를 정확히 표현하고 싶었다 ˝ 라고 밝힌다 .송성호 이상북스 대표 는 “ 자신의 일에 충실한 사람만이 사회의 문제점을 깊이 들여다 볼 수 있고 , 타인의 생과 사의 갈림길 을 알 수 있다 . 글 도 참 잘 썼다 ” 라고 말했다.
< 검사내전 >은 현직 검사가 직접 검찰 안팎의 이야기를 들려 주는 책이다 . .. 또 다른 편집자는 ˝ 법에 관한 나름의 생각 을 이토록 유쾌한 필치로 풀어 낸 책은 처음이었다 . 즐겁게 읽다 보면 저자의 법철학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 라고 말했다.
출판인 들은 신형철 문학 평론가의 문장에도 열광했다. 두 번째 산문집 〈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 을 추천한 이들은 생존한 이 가운데 가장 미문에 가까울 글쓰기 ‘순수하게 글로만 감명을 주는 저자’ '에세이 전성시대에 사유와 문장이란 무엇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책’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64쪽)
몸으로 쓴 기록의 정점을 찍은 책은 < 고기로 태어나다>이다. 식용 동물 농장 열 곳에서 일한 작가의 경험을 담은 이 책 을 누군가는 한국 논픽션의 성취로 인정 했다. 주장 은 없되 읽는 자로 하여금 불편함을 자각하게 한다. 국내 고기 산업 에 관한 충격적인 르포르타주이자 선혈이 낭자한 밑바닥 노동에 관한 서글픈 비망록 이다. ˝ 너무 잔혹한 데 읽는 일을 멈출 수 없다 ‘ 같은 편집자들의 반응도 이어졌다 .
<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 은 장애인 변호사가 장애인의 삶을 이야기 하는 책이다 . 이지은 위즈덤 하우스 편집장 은 “ 몸으로 써 내려간 경험자의 말은 언제나 힘이 세다고 느꼈다 . 술술 읽는 책은 아니지만 모두가 공존하는 삶을 위해서는 읽어야만 하는 책이다 ˝ 라고 말했다. (65쪽, 시사인 별책부록 2018 행복한 책읽기)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은 말미 올해의 저자 김원영 편에서 별도로 소개된다.
그는 이 책에서 실격당한이라고 낙인 찍힌 장애인의 삶을 변론 한다 . 책에서 말하는 실격당한 삶 , ‘ 잘못된 삶은 존중 받지 못하는 삶이다 . 이들은 개별적 존재로 인정 받지 못한다 . 다수가 혐오하는 성적지향과 정체성을 가진 사람 , 장애나 질병을 가진 사람 대부분이 그렇다. 애초 책을 쓸 때부터 생활에 밀착된 체험과 추상적인 이론을 책 한 권에 담고 싶다는 욕심을 냈다 . “ 장애라고 하는 개념 자체가 물적으로 다가왔으며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 추상적인 권리 담론이 아니라 피와 살로 구성된 사람의 경험으로 다가오길 바랐죠 .˝ (72쪽)
사회학을 전공한 그가 변호사가 된 이유가 있다 . 대체로 사정이 여의치 않고 , 교육 수준이 높지 않은 장애인 친구들과 친척들은 무슨 일이 생기면 모두 그에게 물었다. 서울대에 다닌다는 이유에서다 . 사회 사상 이론을 허세스럽게 공부하는 대학생이었는데 , 푸코를 안다고 해서 친구 아버지의 밀린 임금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웠다. 휠체어가 집안 어딘가를 긁어 놓았다며 임차 보증금을 돌려 주지 않겠다는 집주인과의 갈등을 해결할 수도 없었다 . 뭔가 현실적인 도구를 가져야 했다 . (73쪽, 시사인 별책부록 2018 행복한 책읽기)
김원영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 장애 당사자들 중에는 결국 엘리트 장애인의 이야기가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현실적인 책을 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고 본다. 기자가 언급했듯이 장애인의 삶과 문제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을 만한 책이다.
바쁘기는 하지만 그래도 연말 연초에도 여러 주제의 책읽기는 지속하고 있다. 또 다른 독서주제들이 있어 2018년에 몸으로 써낸 책들을 언제나 읽을 수 있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읽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