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소개된 책들 중 서평과 관련된 고명섭의 '즐거운 지식'과 안광복의 '키워드 인문학' 그리고 원자력의 문제를 다룬 '기후변화의 유혹, 원자력'은 별도로 다루었기에 이외의 책들을 정리해본다.  

  상상목공소 김진송지음

TV를 보다가 창의력과 관련된 프로그램이었는데 왠 목수가 나왔다. 순간, 창의력을 이야기하는 이들은 항상 세대의 흐름에 민감한 사람들이 창의력이라는 틀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창의력을 재단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창의적이지 못할 것인데 말이다. 그 때 보게 된 이가 바로 김진송이다. 물론 책에 관심이 많은 터라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라는 책 제목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에 대해서 알고 있지는 못했다.  

이번에 재미있어 보이는 책이 한권 출간되었다. 제목하여 '상상목공소'  

"<상상목공소> 역시 글을 푸는 실마리로 볼 때 ‘목수 김씨’의 나무 작업에 관한 책이라 할 수 있다. 목하 그는 나무로 ‘만들기’를 하는 사람이다. 또한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다. 이 두 직업의 공통점은 창작가라는 것. 없던 것을 ‘상상하여 만드는’, 창조하는 사람이란 것. <상상목공소>는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성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생겨날 수 있는지를 고집스럽게 바닥까지 파고들어 사유하는 책이다.

이 책에는 이 책이 어떤 책인지를 알려주는 머리글도, 맺는글도 없다. 지도도 없이 낯선 도시를 헤매듯, 독자는 이 낯선 책의 체계와 전모를 파악하려 바지런히 읽어야만 한다. 이는 지은이가 의도한 것으로 느껴진다. 왜냐하면 상상력이란 낯선 것에 대한 감정이입(공감)에서 생겨나는 것이라고 그는 쓰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의 책처럼 ‘상투적인’ 서술의 체계를 세우지 않은 것은 이 글 자체가 (상상력을 제약하는) 상투성에 매몰되지 않고 독자들 역시 그랬으면 하는 그의 의도인 셈이다. 그의 사유를 따라가는 일이 처음엔 다소 요령부득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내리 읽다 보면 그가 힘겹게 찾아내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감응할 수 있다. 
 ..... 

다른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능력. 그것이야말로 상상력이며 이는 곧 타자에 대한 감정이입(공감) 능력이라고 그는 말한다. 상상력은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내는 능력만이 아니다. 상상력은 타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다. 이를 통해 우리는 나와 타자를 보는 시각의 상투성을 넘어설 수 있으니,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타자를 느끼라고 그는 말한다. 우리가 “자연을 바라보고 놀라움을 느끼는 것은 감정이입이 일어나기 때문”이며 “감정이입은 자연이 지닌 상상력의 한 귀퉁이를 (인간이) 차지하는 방편”이다.
인간의 상상력이란 결국은 자연의 상상력에서 배우는 것이니, 상상력에 대한 그의 탐구는 과학(학문)지식 밑에 경험지식, 그 아래에 자연지식이라는 식으로 ‘서열화된 지식’이 우리의 상상력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으로 나아간다. “인간은 자아를 통해 타자를 인식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는 이제 막 타자들의 언어를 이해하는 출발점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0026.html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은 얼마나 되는가? 간혹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무지하면서도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지식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스포츠나 먹거리에서도 그렇다. 수많은 실험에서 그 허위가 들어났음에도 펩시와 코카콜라를 구분할 수 있다고 여전히 말하는 사람들, 스타벅스와 다른 커피맛을 안다고 하는 사람들. 그에 관한 것들을 돌아볼 수 있는 재미있어 보이는 책이 출간되었다.  바로 <보이지 않는 고릴라> 이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 크리스토퍼 차브리스?대니얼 사이먼스 지음 · 김명철 옮김/김영사 1만4000원

"재밌는 실험에 참가해보자. 인터넷 누리집(invisiblegorilla.com/gorilla_experiment.html)에 방문해보면 흰옷을 입은 사람들과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뒤섞여서 서로 농구공을 주고받는 동영상이 나온다. ‘흰옷을 입은 사람들이 서로 공을 주고받은 횟수를 세어보라’고 한다. 그런데 동영상이 끝나자 이렇게 물어본다. “혹시 중간에 나타났던 고릴라는 보셨나요?” 정신없이 농구공을 주고받는 사람들 사이로 고릴라 탈을 쓴 여학생이 태연하게 걸어들어오더니, 화면 중앙에서 가슴을 두들기곤 다시 화면 밖으로 걸어나갔던 것. 와, 그걸 어떻게 못 볼 수가 있냐고?

<보이지 않는 고릴라>는 인간의 인지 능력이 얼마나 불완전한지, 또 우리가 얼마나 ‘그걸 어떻게 모를 수가 있냐’는 자기 착각 속에 빠져 있는지 일깨워주는 책이다. 지은이인 인지심리학자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와 대니얼 사이먼스는 1999년 이 ‘고릴라 실험’을 했고, 놀랍게도 실험 참가자의 50%가 고릴라의 등장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눈에 보이는 세상의 특정 부분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을 때 예상치 못한 사물이 나타나면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이를 실험심리학에서 ‘무주의 맹시’라 부른다.

그러나 지은이들이 더욱 흥미를 느낀 것은, ‘무주의 맹시’ 자체가 아니라 뒤늦게 무주의 맹시를 깨달은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고릴라를 보지 못했던 사람들은 자신이 고릴라를 못 봤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곧 ‘내 주의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을 전혀 해본 적이 없는 것이다.
..........

지은이들은 인지 능력의 한계를 깨닫지 못해 벌어지는 일상 속의 착각을, 크게 여섯 가지로 구분했다. 고릴라 실험이나 운전중 통화와 관련된 착각은 ‘주의력 착각’이다. 같은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은 왜 엇갈릴까? 미리 말해주지 않아도 우리는 갑작스레 변해버린 사물들을 눈치챌 수 있을까? 이는 기억력의 한계를 고려하지 않은 ‘기억력 착각’의 사례들이다. 우리는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해 그릇된 결정을 내리곤 하는, ‘자신감 착각’에 빠져 있기도 하다. 실력이 낮으면 자신감이 높고 실력이 늘어갈수록 자신감은 줄어든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고 한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66557.html 

대한민국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책들도 출간이 되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등록금문제인데 <미친 등록금의 나라>는 별도로 정리했고 검찰과 룸살롱을 다룬 책이 있다. 

〈검찰공화국, 대한민국〉
김희수 서보학 오창익 하태훈 지음/삼인 1만3000원
"세계 어느 나라에 견줘도 가장 강력한 권한을 한국 검찰은 독점하고 있다. 법률에 정해진 권한만도 막강한데 범죄 예방, 정보 수집 등 법률이 정하지 않은 활동까지 벌이고 있다. 권한은 국민을 위해 쓰라고 주어진 것이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 일정한 ‘정치적 독립성’ 노력을 보이던 검찰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급속하게 ‘권력의 손발’로 되돌아갔다. 그 위세는 커졌지만, 국민은 검찰을 믿지 못한다. 검찰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다. “스폰서 검사”에서 “그랜저 검사”, “정치검찰”, “최대 암적 존재”까지.
.... 

정부조직법상 행정부(법무부)의 외청에 불과한 조직이 어찌하여 ‘검찰공화국’임을 실감케 하는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게 되었나.

물론 이는 기본적으로, 앞서의 유례없는 독점 권한들이 주어진 데 있다. <검찰공화국, 대한민국>은 이 독점 권한은 나눠야 한다고 말한다. 권력은 나눠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검찰권은 통제되고 감시돼야 한다. 기소권은 검찰이, 수사권은 경찰에 줘야 한다. 이는 영미법계 국가들이 이미 하고 있는 것이다. 영미법 국가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아예 분리시켰다. 독점 부작용 방지다. 프랑스는 기소권의 일부를 판사가 갖고 있다. 독일은 기소편의주의 남용을 막기 위해 기소 법정주의를 하고 있다. 검찰의 영장청구 독점권도 재고돼야 한다. 재정신청은 고발사건까지 전면 확대해야 한다.

검찰이 사실상 한 개 중앙부처 이상의 영향력을 갖고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하는 데는 현행 법률상 독점 권한들 외에도 청와대, 법무부와 검찰의 관계, 비대해진 검찰의 자체 조직 논리가 숨겨져 있다. 검찰은 모두 한몸이라는 ‘검사동일체’ 원칙에 따라 검찰행정은 총장 1인에 집중돼 있다. 그 1인이 수장으로 있는 대검찰청을 정점으로 강력히 중앙집권화돼 있다. 검사동일체 논리는, 각각의 검사가 하나의 독립적 관청이어야 한다는 법집행기관의 기본 취지를 파괴하고 개별 검사의 소신 수사를 가로막는다.

이뿐이 아니다. 외청을 지휘해야 할 법무부 자체가 검찰조직에 장악돼 있다. “법무부 외청의 공무원인 검사 또는 검사 출신들이 장관?차관?실장과 국장 등 법무부 주요 보직을 완벽히 장악하고 있다. 각 부서 과장?실무 책임자도 대부분 현직 검사들이다. … 이명박 정부 들어 검찰에 의한 법무부 장악이 더욱 강화된 것이다. 하급기관 종사자들이 상위기관을 거꾸로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것도 완벽하게.”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66558.html  

강준만의 작업은 항상 놀랍다. 누군가 놓쳤지만 한국사회의 중요한 소재를 찾아내는 능력은 인정해야 한다. 특히 이번에 내놓은 책은 대한민국이 돌아가는 속살인 룸살롱이다. 강준만교수가 이제 안식년을 맞아 교환교수로 잠시 한국을 떠났다. 새로운 작업이 기대된다.

<룸살롱 공화국>  
 강준만 지음/인물과사상사 1만2000원.

  
"2002년 검찰 수사로 도마에 오른 연예기획사의 방송 관계자 룸살롱 접대는 지난해 장자연씨가 죽음으로써 드러낸 ‘연예인 성접대’의 빙산의 일각이었다. 20여년간 검사들의 ‘스폰서’였다고 폭로한 부산?경남지역 건설업자 정아무개씨도 1999년 대전지역 변호사의 판검사 접대향응 사건, 2004년 춘천지법 판사들의 ‘룸살롱 접대’ 사건 등을 떠올리게 한다. 강준만 교수는 <룸살롱 공화국>에서 해방정국의 요정에서 시작해 룸살롱으로 장소를 바꿔 지속돼 온 ‘밀실접대’의 역사를 오롯이 기록한다. 한국의 온갖 권력이 룸살롱에 반복적으로 드나드는 이유는 뭘까. 그는 그 답을 ‘칸막이’에서 찾는다. “룸살롱의 물리적 본질은 칸막이가 아닌가. 칸막이는 패거리 만들기의 필수요소이며, 패거리주의는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핵이다.” 책장을 덮으면 칸막이 안에서 ‘유사친분’을 쌓으며 문제를 해결해가는 한국 사회의 고질병을 어떻게 고칠 것인가라는 과제가 떠오른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68829.html 

이 책은 자칫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사회변혁을 꿈꾸는 듯 하지만  말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니. 골수 좌파들의 눈에는 진보의 모양을 한 자본주의의 하수인일 뿐이라 치부할 테지만 골수 좌파들이야 말로 세상을 바꿀 의지가 없는 사람들 아닌가. MB 세상과 같은 세상이 와야만 자신들이 빛나니까. 대중은 안중에도 없는. 이책에 대한 소개를 읽다가 조지 레이코프가 생각났다. 어떤 단어를 사용해야 하는지는 프레임을 이야기 하면서 진보의 과제를 보여준 조지 레이코프의 생각과 맞닿아 있는 것 같다.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제이슨 델 간디오 지음 김상우 옮김/동녘 1만5000원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의 유별나면서도 매력적인 지점은, 단순히 수사의 중요성을 외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간디오는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더불어 구체적인 수사 전략까지 제시한다. 한마디로 활동가들을 위한 수사 지침서이자 실용서인 셈이다. 책의 부제가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갖춰야 할 수사학’이며 원제가 ‘급진주의자들을 위한 수사학’인 것도 그래서다.

......
그가 강조하는 혁명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수사는 글쓰기와 말하기다.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두 가지 수단. 활동가의 글쓰기와 말하기의 전략은 치밀해야 한다. 메시지는 무엇인지, 목표가 무엇인지, 독자나 청중은 어떤 이들인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제안은 매우 구체적이다. 가령 글쓰기와 말하기는 완전히 다르게 준비해야 하는데, 글은 첫문장에 신경을 써야 하고 말은 숫자나 전문용어를 배제한 채 몸짓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것.


각론으로 들어가면 언어 선택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한다. 이를 테면 ‘짭새’와 ‘경찰’, ‘미등록 노동자’와 ‘불법 이주민’ 중 어떤 단어 선택이 더욱 효과적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아울러 권력을 위해 조작된 언어의 본래 의미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 역시 활동가의 몫이다. “언어를 바꾸면 생각하는 방식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면 세계를 대하는 방식이 바뀌고, 그렇게 되면 사람들의 믿음, 가치, 태도, 행동이 바뀐다. 이렇게 모든 것이 바뀌면 사회의 방향이 바뀌게 된다.”
말의 언어를 넘어 몸의 언어도 지은이는 강조한다. 수사와 마찬가지로 몸의 맵시 역시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여기서 수많은 활동가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것 같다. 혁명가는 외모를 가꾸고 몸에 치장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선입견이 강하다. 그러나 말하기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선 소통이 이뤄지는 공간의 분위기와 연설가의 외적 효과에 조화를 이뤄내야 한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에 상당히 큰 영향을 받는다. 말하는 사람의 겉모습이 낳는 수사적 효과가 대단히 크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속 가능, 윤리적 소비 등을 연상시켜야 할 채식주의자가 뚱뚱하고 기름진 얼굴로 나타난다면 그의 올곧은 주장의 효과도 반감될 공산이 크다. 하다 못해 메시지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플래시몹 같은 거리 퍼포먼스를 연출하는 것도 효과적인 수사라고 간디오는 강조한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66519.html   

       

이 책은 2월에 소개된 책이지만 소설가 장정일의 독서후기로 한겨레신문에 소개되었다. <녹색성장의 유혹>이라는 책에서도 의료산업이 어떻게 포장되고 과장되고 있는지 지적했는데 연관되어 읽어보는 것도 괜찮겠다.

<미국처럼 미쳐가는 세계> 에단 와터스 지음 · 김한영 옮김/아카이브 1만8000원

"2004년 인도양 연안 국가를 휩쓴 쓰나미가 25만명의 사망자를 낸 직후, 생존자들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치료하겠다고 미국인 심리치료사들이 스리랑카로 몰려 왔다. 이 치료는 외상에 붕대를 감듯이 심리적 외상을 받은 사람에게도 즉각 ‘심리적 붕대’를 감아 주어야 한다는 이론에 근거하지만, 이 치료 기법이 모든 문화권에 적용될 수 있을까? 미국인 치료사들은 생존자를 상대로 ‘고통을 회피하지 말고 직면할 것’과 ‘기억회상하기’ 등을 주문했고, 똑같은 기법으로 현지인 상담사를 훈련시켰다. 하지만 이 기법은 30년 넘게 민족·종교 분쟁을 치르면서 스리랑카 민중들이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고안한 ‘완곡 어법’을 파탄냈다. 미국인 치료사들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치료한답시고 권장한 ‘직설 화법’은 스리랑카 사회의 또다른 쓰나미가 됐다.
.........

2000년께만 해도 일본에서는 우울증이 질병으로 분류되지 않았고, 심한 정신질환만이 치료와 격리를 필요로 했다. 미국의 약품업계는 우울증을 삶의 예술(?)로 여기는 일본을 공략하기 위해 치밀한 준비를 한 끝에, 1990년 초 일본 공황과 함께 부쩍 늘어난 과로사에서 ‘과로사=자살=우울증’이란 등식을 완성했다. 자살의 증가와 우울증 사이에는 큰 연관성이 없을뿐더러 과로사가 속출하는 기업 환경이 더 문제 되어야 했으나,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는 식으로 친근하지만 방치하면 안 되는 가벼운 정신질환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책의 후반부는 약을 팔기 위해 새로운 정신질환 범주를 늘려 가려는 약품회사와 미국정신의학협회의 은밀한 결탁을 상세히 폭로한 크리스토퍼 레인의 <만들어진 우울증>(한겨레출판·2009)과 직결된다. 자칫 ‘미국 까기’로 독해가 축소될 염려가 없지 않은 이 책은, 프로이트 없는 정신의학, 다시 말해 모든 정신병 증상을 뇌와 유전자 결함으로 몰아야만 ‘알약’을 팔 수 있는 대형 약품회사들의 생의학적 관점과 인간의 마음이 다양한 종교적·문화적 믿음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교차문화적 정신의학의 날카로운 대결장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66554.html  

   

2009 년에 런던을 다녀오고 나서 정혜윤의 <런던을 속삭여줄께>가 출간되어 참 아쉬웠다. 내가 찾던 여행서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책은 단순히 여행서적은 아니지만 책과 사색이 담겨있다는 점에서 나의 여행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파리를 생각하면 아쉬운 것이 바로 정수복의 책이다. 2008년 파리에 다녀오기 전 정수복의 <파리를 생각한다>와 <파리의 장소들>이 출간되었더라면 얼마나 행복했을까라고 생각했다. 프랑스에 체류중인 정수복씨의 새 책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이 나왔다. 이제 프랑스와 관련된 독서목록이 충실한 책으로 채워지고 있다.


"그는 1990년대에 사회학자로 대학에 강의를 나가고 환경운동에 몰입하다, 2002년 문득 그만두고 집을 내놓고 6년 유학생활의 장소 프랑스 파리로 건너갔다. 그는 이를 ‘정신적 망명’이라고 표현했다.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를 쓴 홍세화 선생은 정치적 망명을 하신 분입니다. 어쩔 수 없이 조국을 떠나 살아야 했습니다. 저는 제 의지로 떠난 정신적 망명자입니다.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에 적응을 강요하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어요. 당시 귀농운동하던 이병철 선생께 여쭈었죠. ‘프랑스 남부로 가서 귀농해도 귀농이죠?’라고. 그랬더니 당황하시면서 ‘어, 귀농이지’ 하고 답하더라고요. 환경운동을 10년가량 하면서 한계를 느꼈죠.”

그는 파리에서 9년 남짓 생활하면서 파리를 걷고 또 걸었다. 리옹, 브르타뉴, 프로방스 등등 프랑스 전역을 걷고 여행했다고 한다. 2009년 파리 산책기 <파리를 생각한다-도시 걷기의 인문학>을, 지난해엔 <파리의 장소들-기억과 풍경의 도시미학>을 펴냈다. 걷기는 사색이요 영감의 원천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는 책에서 오늘의 국내 사회학이 현실과 호흡하지 못하고 있으며, “학술지 논문평가 제도화로 학자가 논문제조기로 전락했다” 비판한다. 그 자신을 좌도 우도 아니고, 사르트르 팬이지만 때론 카뮈에 가깝게 다가가는 그런 지식인, 분류가 불가능한 독자적 지식인으로 규정한다. 그것은 다른 말로는 개인주의다. 그는 한국에서 건강한 의미의 개인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청년에서 노년에 이르기까지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 삶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쓰메 소세키가 이야기했듯이)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가. 답이 안 나오지만 그 질문을 끝까지 포기하면 안 됩니다. 그것이 진정한 개인주의입니다. 그러려면 문학, 예술, 교양을 책을 통해 폭넓게 체험해야겠지요.”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6954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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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섭 한겨레신문 기자의 서평집이 출간되었다. 고명섭기자의 책 서평 혹은 소개글은 항상 눈여겨 읽고 있는데 한 권의 책으로 엮여져서 나왔다. 요즘엔 별로 시간을 쓰지 못하지만 서평집을 항상 관심있게 보는 편이다. 일단 읽지 않는 책의 경우는 책 선정의 좋은 가이드가 된다. 그리고 읽은 책의 경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일깨워주기도 하고 보다 차원높은 독해법을 보여주기도 해 책 읽기가 풍성해진다.

<즐거운 지식> 고명섭 지음 / 사계절 25,00원
"<즐거운 지식>은 <한겨레> 책 담당 기자로 있는 고명섭씨가 2006년부터 써온 신간 리뷰 기사를 묶은 책이다. 오디세우스에게 세이렌은 “앎의 유혹”이었으니, 그 유혹에 넘어가면 과거와 현재의 지식을 얻을지언정 “그 자신은 미래를 저당잡히고 끝내 삶을 잃어버릴” 수도 있음을 지은이는 인지하고 있다. <즐거운 지식>의 항해에 또다른 나침반은 니체다. 니체에게 앎은 “유혹과 위험과 공포 사이를 질주하는” 항해다. 지은이의 주 관심사는 서양 철학, 또는 지금 세계 읽기를 감행하는 정치사상이다. 책은 사상, 인문, 교양 ‘세 바다’로 짜였는데, ‘사상의 바다’로 가는 항구에는 지젝, 네그리, 가라타니 고진, 데리다, 바디우, 랑시에르, 샌델, 아렌트, 칸트, 니체,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포진해 있다. ‘인문의 바다’에는 괴테, 밀턴, 톨스토이, 베버의 삶과 함께 프로이트와 융의 분투가 넘실댄다. 지은이에게 니체와 오디세우스가 그랬듯이, 여기 실린 187편의 책 리뷰는 ‘지식의 즐거움’에 기꺼이 가닿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든든한 나침반 구실을 해줄 것 같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67692.html 


책 소개와 관련해 한겨레신문 월요일자 신문도 즐겨본다. 책과 관련된 기사는 토요일에 실리지만 월요일자 교육섹션에 안광복교사의 연재글이 있기 때문이다. '안광복교사의 인문학 올드 앤 뉴'라는 꼭지의 기사가 책으로 묶여져 나왔다.현재는 '안광복교사의 시사쟁점'이라는 새 꼭지가 연재되고 있다.  


사회적 이슈들을 종종 다루고 있어 유용한 독서정보를 제공했는데 책으로 묶여 나오니 반갑다.
"기독교 성경을 보면, 옛 제사장들은 가축을 죽이는 일을 한 사람이 도맡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짐승을 잡을 땐 그때그때 제비를 뽑았다. 도축이 꽤 기술이 필요한 일이었는데도, 왜 솜씨 좋은 이에게 맡기지 않았을까? 한 사람이 계속 살생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죽이는 일이 손에 익으면 짐승이 불쌍하다는 생각도 옅어진다. 잔인해지는 것이다. 역사상 식탁이 가장 풍성한 현재는 이 사실에 눈감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좁은 공장식 농장에서 사육되는 돼지와 이런 환경 탓에 구제역 살처분된 300만마리가 넘는 소?돼지를, 치솟는 물가보다 더 고민해본 적 있는가.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이런 잔인함과 멀지 않다. 먹거리뿐만이 아니다. 어떤 지도자를 선택할지, 종교의 다원성을 어디까지 인정할지 등등 우리는 모두 고민 없이 지나치고 있다. 철학박사이면서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지은이 안광복씨는 이처럼 생활 속에서 지나칠 수 있는 ‘고민거리’를 인문학을 통해 자연스럽게 상기시킨다.  


‘경제 프렌들리’, ‘아파트’ 등 한국 사회 모습뿐만 아니라 축구, 패션 등 가벼운 소재까지 50개 주제를 모은 <키워드 인문학>은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각 주제에 대한 인문학적 고민을 쉽게 풀기 위해 지은이는 경영학이나 심리학 등의 책들까지도 인문서로 꼽아 소개했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68828.html 

 
아울러 작년 9월에 소개되었는데 아직 손에 넣지 못한 독서가로 더 유명한 장정일과 근래 '로쟈의 비행'이라는 블로그로 유명해진 이현우 책을 다시 찾아본다.

빌린 책,산 책,버린 책 - 장정일의 독서일기  "소설가 장정일씨의 독서 습관이 참 독특하다. 그는 우선 많은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다. 빌린 책을 읽다 너무 아까운 좋은 책을 보게 되면, 필히 곁에 두어야 할 책을 뒤늦게 산다. 이런 검증을 거치지 않고 산 책 가운데는 읽은 뒤 버리는 것도 많다. 그는 버릴 책은 아무 공중전화 부스의 전화기 위에 놓는 방법으로 버린다고 한다. ‘장정일의 독서일기’라는 부제가 붙은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의 제목은 그의 이런 독서 습관에서 따왔다. 빌리고 사고 버리면서 인연을 맺은 책 80여권이 담겨 있다.

어떻게 인연을 맺었건간에 책들은 나름대로 문제를 던지고, 지혜를 준다. 우선 책을 읽는 방식에 관한 책들은 삶의 방식을 되돌아보게 한다. 가령 그는 “300쪽짜리 책을 10여분 만에 읽을 수 있다”는 다치바나 다카시류의 속독술을 “사고의 숙성을 본질로 하는 ‘책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다”고 비판한다. 어떤 책을 읽었는지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파악하게 한다. 지은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자서전 <신화는 없다>에서 이 대통령이 읽은 책의 제목을 써놓지 않았고 존경하는 스승도 거론하지 않은 점에 주목한다. 이런 점은 “모든 것을 혼자서 해낸” 이 대통령의 독불장군식 성격을 반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40426.html 

  

<책을 읽을 자유> 이현우 지음 / 현암사 18,000원
‘인터넷 서평꾼’으로 유명한 ‘로쟈’가 <로쟈의 인문학 서재>에 이어 두번째로 낸 서평집이다. <로쟈의 인문학 서재>가 에세이 범주에 속하는 글들을 모은 것이라면, 이번 책은 본격적인 서평집에 해당한다. 지난 10년간 각종 매체에 썼던 서평, 그의 블로그 ‘로쟈의 저공비행’에 올렸던 글들을 30개의 꼭지로 정돈했다.
.....
그는 요즘 강조되는 ‘맥락적 책읽기’를 일찍부터 보여줬다. 그의 블로그는 책과 작가에 관한 ‘위키피디아’를 방불케 한다. 시인이자 소설가 장정일이 메인 게스트로 나온 어느 ‘북포럼’에 패널로 나가 발표한 글에서 로쟈는 장정일의 작품이 읽히던 시대, 장정일의 작품세계를 따라가면서 이성복·황지우·유하 등의 시인, 마광수, 밀란 쿤데라, 노무현, 이문열, 황석영, 강유원 등을 줄줄이 떠올린다. 작년에 나온 김규항의 <예수전> 위에 한완상의 <예수 없는 교회>를 겹쳐 읽으면서 ‘혁명’이라는 키워드를 뽑아낸 뒤 에드먼드 버크의 <프랑스 혁명에 관한 성찰>, 한나 아렌트의 <혁명론>으로 나아가는 식이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9172118395&code=9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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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와 취업난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대학생들이 한해 2~3백명에 달한다고 한다.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110328090056440&p=imbc 



한창 패기와 꿈에 부풀어야 할 젊은이들의 자살을 두고 의지 등을 문제삼는 것은 그들을 두번 죽이는 생각이다. 한해 천만원 혹은 천만원이 넘는 등록금에 전셋값 급등으로 인한 생활비의 가중에 취업난이라는 장벽앞에서 젊은이들에게 무슨 희망이 있을까. 사회가 젊은이들을 죽으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등록금은 우리만의 문제이거나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등록금이 우리만의 문제인 것은 유럽 혹은 캐나다의 수십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것은 미국 역시 등록금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2~30년전 등록금 문제에 직면했다. 미국은 유럽과는 달리 개인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아냈다. 대출을 활용했는데 2~30년의 상환기간을 가져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아무런 대책도 없다. 대출의 경우도 단기간이고 대출을 받기가 쉽지 않다. 지방대생의 경우 대출을 거부당하기까지 한다.

이런 등록금 문제를 다룬 책들이 3월에 소개되었다.


<미친 등록금의 나라>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집필/개마고원.1만3000원

"사실 유럽 다수 국가는 대학등록금이 없거나 있어도 우리 돈 몇십만원 수준이다. 이는 교육을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 복지로 여기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자꾸 미국 사립대와 비교한다. 우리 사립대는 미국 사립대보다는 싸지만, 주립대보다는 비싸다. 우리는 대학생 10명 중 8명이 사립대에 다니는 반면 미국은 10명 중 7명이 주립대에 다닌다. 1인당 국민소득으로 볼 때 우리 국공립대 등록금 부담률은 세계 1위다.

그러고 보면, 교육에 ‘수익자부담’ 논리를 적용하는 건 교육을 상품으로 보는 생각이다. 상품 구매자인 학생(학부모)에게 돈을 지불하라는 논리다. 우리 대학의 수익자부담주의는 미군정에서 시작됐다. 세계에서 사립대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된 뿌리다.

<미친 등록금의 나라>는 교육이 복지임을 상기시킨다. 무상교육이 가능하며, 그 징검다리로 적어도 ‘반값 등록금’은 당장 실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대학의 부실 회계 사례들을 보면 수긍할 수 있다. 반값 등록금 근거의 하나는 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이다. 이 기구는 ‘국공립대학 등록금 1500달러’를 기준선으로 잡는데 그 까닭은 회원국 대다수가 국공립대 비중이 절대적이고 대부분 등록금이 없거나 1500달러 밑이기 때문이다. 우리 국공립대는 1500달러의 3배다. 또한 우리 사립대는, 그러니까 대학생 대부분은 1인당 소득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등록금을 내는 반면, 캐나다?유럽국의 등록금은 1인당 소득의 10분의 1도 안 된다. 2009년 한국의 1인당 소득은 약 3100만원(2만8000달러). 그 10분의 1은 310만원이다. 2010년 사립대 연평균 등록금은 754만원. 그 반값은 370만원이다. 따라서 연 350만원 안팎 등록금이 적정하다고 책은 결론 맺는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66559.html 

<대학주식회사>

미국대학들의 상업화 과정을 담고 있는 책이 소개되었다. 우리나라 대학 역시 상업화를 넘어 중앙대의 경우 두산대로 불릴 만큼 기업이 대학을 직접 운영하는 상황이다.

"지난 30년 동안 미국 대학교육의 상업화를 파헤친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제니퍼 워시번의 <대학주식회사>는 특허 장사에 혈안이 된 대학들, 돈 때문에 학자의 양심을 던져버린 교수들, 이런 교수들 밑에서 학자로서의 꿈을 포기해야 했던 대학원생들의 이야기로 빼곡하다. 학생들은 해마다 수만달러에 이르는 등록금을 내고, 대학은 이 돈으로 스타 교수들의 고액연봉을 충당하지만 정작 강의는 스타 교수가 아니라 박봉에 시달리는 시간강사들이 맡는 이상한 구조도 정교하게 파헤친다. 하버드, 스탠퍼드 등 세계적으로 선망받는 대학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고, 한국의 대학들이 열심히 좇아가려는 길이다. 워시번은 이 책의 결론에서 대학의 본분을 묻는다. 우리가 대학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하고 있고, 교육과 학문의 공공성은 왜 지켜져야 하는가?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665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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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으로 봤을 때는 그다지 눈에 들어오는 책이 없었는데 인터넷으로 살펴보니 괜찮은 책들이 있었다. 위키리크스 2권, 동물과 관련된 3권의 책이 소개되었는데 함께 묶어 읽어볼 만 하다. 

 
2000년대 지식인으로 꼽히기도 한 우석훈의 책이 출간되었다. 1990년대 박노자, 홍세화, 진중권, 강준만 등에 의해 이루어진 논쟁과 비판이 2000년대에 들어서는 조국, 장하준, 우석훈 등으로 대변된다. 
 

<88만원 세대> 현 시대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지적해 온 우석훈은 근래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토건주의가 바로 한국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이야기한다.

 

디버블링
우석훈 지음/개마고원•2만7000원


 

"뭔가를 계속 짓고 부수면서 돈을 돌게 하고 경제를 지탱하겠다는 방식은 낯설지 않다. 요란한 포클레인 소리는 지금도 어디서나 들리는 익숙한 소음이다. 경제가 결국 먹고사는 문제, 집을 따뜻하게 하는 문제라면 대규모 공사만큼 방을 빨리 데우는 방식도 없다. 역사가 그랬다.
그러나 더는 삽이나 콘크리트 앞에서 경제란 놈이 꿈적도 않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대규모 토목공사 벌인다고 수백만명의 백성들이 벽돌을 지어 나르고 품삯을 받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나라는 여전히 온통 공사판이다. 토건주의, 공사주의라는 두툼한 옷을 벗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제 그것이 거품만 키울 뿐이라는 것을 알아도 멈출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한국 토건 경제의 풍경은 애처롭다. ‘거품붕괴’(디버블링)의 공포를 안고서도 계속 거품 유지용 ‘군불’을 때야 하는 모순적 상황이다.

 

생태경제학자 우석훈은 <디버블링>에서 “어렵더라도 빨리 탈토건 경제로 방향을 잡지 않으면, 거품이 터져 일본보다 훨씬 심각한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국민경제를 생태적으로 전환하라는 것이다. 그가 제안하는 구체적 처방부터 보면, 이런 것들이다. △일주일에 이틀 일하는 정규직 △재택근무 그리고 완전 연봉제 도입 △사교육 폐지 △주 4일제 수업 도입 △등록금 100만원. 일주일에 이틀 일하는 정규직 방안은 이른바 ‘워크 셰어링’(work sharing) 개념이다. 삶이 불안하고 팍팍한 것은 버는 돈이 적어서가 아니라 미래의 막연한 불안 때문이다. 하여 종신고용을 약속하는 대신 노동시간을 줄이고 임금을 깎는 방안을 제안한다면 여러분은 받아들일 수 있지 않나요라고 묻는다. 직원들이 죽어라 일해야 직성이 풀리는 토건 경제 시각으론 납득할 수 없겠지만, 발랄한 창의력의 시대에서 일주일에 5일 일하는 사람은 일주일에 이틀 일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또 공장 일은 기계가 다 하고 그나마 있는 직원들은 비정규직으로 채워 쥐어짜는 방식이 토건 경제라면, 생태 경제는 숙련가를 키우는 방식이다. 생산과 혁신의 바탕인 지식의 축적을, 언제 잘릴지 모를 비정규직에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65367.html

 

2월에 소개된 책들 중에는 방대한 작업이 돋보이는 책이 있다. 철학자 이정우의 세계철학사와 역사문제연구소의 한국사 작업이 있다.

 

세계철학사1-지중해 세계의 철학


이정우 지음/길•3만8000원 


"철학자 이정우(52•사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가 <세계철학사1-지중해 세계의 철학>을 펴냈다. 전체 3권으로 기획된 대작의 제1권이다. 지은이는 2000년 철학연구공동체인 철학아카데미를 세운 이래 줄곧 철학사 강의를 해 왔는데, 그 강의록이 이 저작의 바탕이 됐다. 전체 3권의 첫 권이라고는 해도, 이 한 권만으로도 200자 원고지 4000장, 840쪽에 이르는 분량이다. 지은이는 앞으로 2년에 한 권씩 ‘아시아 세계의 철학’(제2권)과 ‘근현대 세계의 철학’(제3권)을 펴낼 계획이다. 이 세 권이 모두 출간되면,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세계철학사 전체를 포괄하는 저작이 등장하게 된다. 지은이는 초국적 기업 중심의 비인간적 세계화를 넘어 보편성을 지닌 진정한 세계화를 이루는 것이 우리 시대의 과제라고 말한다. 그 과제를 해결할 비전을 찾아내려면 과거로 돌아가 그 시대를 역으로 음미한 뒤 현재로 돌아오는 거시적인 지적 성찰이 필수적이다. 세계철학사 집필은 과거를 경유해 새로운 비전을 찾으려는 노력인 셈이다.


이 저작은 ‘세계철학사’라는 이름에 진정으로 어울리는 기획의 산물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서구에서 나왔던 세계철학사 저작들은 사실상 서양철학사를 몸통으로 삼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인도와 중국의 철학 전통에 지면을 할애하더라도, 서구 철학사의 ‘전사’(前史)로 배치할 뿐이었다. 이런 식의 구도는 옛소련 소비에트과학아카데미의 <세계철학사>에서도 반복됐는데, 지은이는 이런 배치가 ‘헤겔적 편견’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말한다. 헤겔은 <철학사 강의>에서 비서구 지역 철학 전통을 철학사의 전사(프리히스토리)로 보았으며, 그런 전통은 오늘날 탈근대철학의 기수인 들뢰즈 철학에서조차 엿보인다는 것이다. “근대 서구인들에게 비서구 지역들은 반드시 ‘전그리스적’이어야 했다.” 지은이는 이런 편견에서 벗어나 인도와 동아시아 철학 전통을 제2권에서 ‘아시아 세계의 철학’으로 따로 서술한 뒤, 제3권 ‘근현대 세계의 철학’에서 다시 종합할 계획이다.

 

......

그런데 세계철학사를 그리스에서 시작하는 것도 서구적 편견의 소산은 아닐까? 지은이는 그리스에서 철학사를 시작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민주주의가 그렇듯이 ‘철학’이라는 말도 그리스에서 출현했기 때문이다. “민주정과 철학이야말로 그리스 문명이 인류에게 선사한 두 가지 아름다운 선물이다.” 지은이는 철학이라는 독특한 사유양식이 민주주의와 일정한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전제군주와 일부 귀족계층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사회에서는 철학이 탄생할 수 없다.” 그리스가 일찍이 민주주의를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이 그리스 문명이 바다를 중심으로 한 해양 문명이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육지로 직접 연결되지 않은, 조그만 나라들로 쪼개진 곳에서는 거대권력이 나타나기 어렵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65372.html
 


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 1~5
역사문제연구소 기획/웅진하우스•각 권 1만8000원
  
 
"제대로 된 역사책을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역사책엔 어느 쪽에서든 보는 자의 눈높이와 시선의 각도가 담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린 최소한 불리하다고 비틀고, 불편하다고 눈감지 않은 ‘착한 역사책’을 늘 만나고 싶어한다. 
 

역사문제연구소가 그런 책을 내보자고 기획을 했고, 17명의 학자가 뜻을 함께했다. 원시시대에서 남북국시대까지, 고려시대, 조선시대, 개항에서 강제병합까지, 일제강점기 등 우리 역사를 다섯 권에 담았다. 전문 분야별로 팀을 쪼개 공동 작업을 했지만, 책을 완성하기까지 3년이 걸렸다. 그만큼 공이 많이 들어갔다. 
 

우선 시각의 건강성을 유지하려는 일관된 긴장이 책 구석구석에서 느껴진다. 통일신라시대가 아닌 남북국시대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그중 하나다. 신라 우위의 한국사 체계를 이어온 남한에서는 주저 없이 그 시대를 통일신라로 정의했고, 발해를 강조하는 북한에서는 발해와 후기신라시대로 구분했다. 발해와 신라가 200년 넘게 땅을 맞대고 융성하며 경쟁했던 시대는 당연히 남북국시대로 부르는 것이 온당한 시각일 것이라는 게 지은이들의 생각이다.

 

또 우리는 발해를 지배계급인 고구려 유민이 피지배 계급 말갈족을 복속시켜 세운 나라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시각 교정이 필요하다. 고구려는 이미 말갈, 선비와 거란 같은 여러 유목민을 거느린 다민족국가였다. 발해 시조 대조영은 말갈족 출신으로 일찍 고구려 중앙정부에 진출해 무장으로 활약했던 인물이다. 그는 고구려인이었고 또 말갈족이었던 것이다. 발해를 세운 고구려 지배계층엔 고구려 왕족인 고씨 외에도, 말갈족 출신 관료, 말갈족 추장들까지 포함돼 있었다. 발해는 지배층, 피지배층 모두에 고구려계와 말갈계가 공존했던 다민족 융합국가였다. “한민족 형성사 속에서 말갈족이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할 때 고구려문화를 계승발전시킨 말갈족의 발해는 한국사의 일원으로 올바르게 자리잡을 것이다.” 

 

역사의 장면 장면은 스스로 다면적이고 중층적일 때가 많다. 그것을 잡아내느냐 마느냐는 보는 이의 몫일 것이다. 대한제국 시기 외국자본이 경쟁적으로 한국에 진출해 광산, 철도, 전기 등 각종 사업을 벌였다. 국사 교과서는 이권침탈로만 보고 있지만, 사실 그것은 대한제국의 대외정책 전반을 놓고 볼 때 투자유치 방법으로 열강간 세력균형을 유도한 생존 전략이기도 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64158.html 

 

 

 

 

 

 

 

 

2월에 소개된 책 중에 가장 관심있는 책은 바로 <음식과 요리>이다. 그러나 7만8천원이라는 가격대가 아무래도 걸린다. 하지만 책장 한쪽에 꼽아 두고 싶은 책이다. 

 

음식과 요리

해럴드 맥기 지음•이희건 옮김/백년후•7만8000원


"이 책의 어떤 부분이 그토록 매력적이었을까? 이씨는 “음식과 요리에 대해 우리가 빠뜨리고 있던, ‘왜’와 ‘어떻게’를 알려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보통 과학자들은 요리를 연구 대상으로 삼지 않고 요리사들은 과학적 이해 없이 음식을 만든다. 그러나 ‘왜’와 ‘어떻게’를 통해 그 둘은 자연스레 연결될 수 있다. 이를테면, ‘왜 어떤 고기는 흰색인데, 어떤 고기는 붉은색일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해답은 근섬유의 종류가 다르다는 사실에 있다. 갑작스럽고 빠른 운동을 하는 근섬유와 달리, 오랫동안 지속적인 운동을 하는 근섬유는 산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산소를 전달해주는 단백질을 포함하고 있다. 그 단백질이 고기를 붉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아느냐 모르느냐는 음식을 ‘어떻게’ 만드느냐와 연결되게 된다. 결국 과학적 사실에 대한 이해가 밥상에 올라오는 음식의 맛과 영양을 좌우하게 되는 셈이다. 인간 아기의 몸무게가 갑절로 늘어나는 데에는 100일이 걸린다. 그러나 송아지의 경우엔 50일 걸린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결론은 뭘까? “소젖은 모유보다 단백질과 미네랄 비중이 갑절 이상 높다”는 사실이다. 거의 모든 세상의 음식들을 들여다본 이 책에는 이러한 깨달음들이 빼곡하게 들어 차 있다.

 

그러나 이 책이 단순히 과학적 사실들만을 나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씨는 “보편성을 근거로 한 ‘통찰’이 들어 있다”고 말한다. 역사•문화 등에 대한 인문학적인 지식이 깔려 있어, 음식과 요리를 종합적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것이다. 흔히 우리가 좋은 고기의 조건으로 내세우는 ‘마블링’ 기준에 대해, 지은이는 “미국 소농장주협회가 농무성에 로비를 펼쳐 도입된 기준이며, 다량의 마블링이 결코 소고기의 연한 육질과 맛을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밝힌다. 또 그 뒤에는 경제적 요구에 따라 고기의 맛을 단순•표준화하는 ‘도시형 대량생산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단것을 먹기 위한 유럽의 사탕수수 대량재배는 식민지 경영과 노예노동 없이는 불가능했으며, 농장 소유주들이 벌어들인 막대한 부는 산업혁명 초기의 돈줄이 됐다. 농업혁명은 관개시스템을 장악한 극소수가 다수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위계사회의 시작이었으며, 곡물을 중심으로 한 식단의 단순화를 낳은 “편식의 주범”이기도 하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65364.html 

 

번역가로 유명한 이윤기의 유고집이 두권 출간되었다. 번역가로 유명하지만 실력있는 소설가였던 만큼 그의 소설집과 산문집은 반가운 일이다. 

 
유리 그림자 이윤기 지음/민음사•1만원
위대한 침묵 이윤기 지음/민음사•1만원 

 

"지난해 8월 예순넷 아까운 나이로 세상을 뜬 이윤기의 유고 소설집과 산문집이 나왔다. 소설집 <유리 그림자>에는 표제작을 포함해 단편 넷이 실렸고, 산문집 <위대한 침묵>에는 다섯 묶음에 모두 37편이 수습됐다.

 

이윤기(사진)의 소설은 교양과 지혜를 큰 특징으로 한다. 그의 주인공들은 교양과 지혜를 갖춘 현자이거나 그것들을 좇는 ‘학생’이기 십상이다. <‘소리’와 ‘하리’>라는 작품에는 “우리 사는 데가 온통 학교가 아니냐”는 구절이 나오는데, 이 말은 삶과 세계를 대하는 작가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

....  이윤기의 소설은 유머와 지성으로 무장한 에세이적 특성을 강하게 내비친다. 유고 소설집 속 작품들에서 그런 면모는 한결 두드러지는데, 네 작품 모두에서 작가 자신이 실물대로 등장한다는 사실과 그 점은 무관하지 않다. 소설 <‘소리’와 ‘하리’>의 뒷이야기가 산문집 <위대한 침묵>에 실린 ‘오, 소리’에 나오는 데에서 보듯 소설과 산문의 구분은 그다지 엄격하지 않다. 산문집은 양평 시골집 주변에 나무를 심고 가꾸면서 얻은 자연의 지혜, 유난히 사람을 좋아하던 그의 주변 인물들 이야기, 어린 시절부터 최근까지 작가의 개인사, 그리고 그의 전공인 신화 이야기 등으로 이루어졌다. 그 가운데, 미시간주립대 학장이었던 고 임길진 박사를 기리는 작가의 추모글을 작가 자신에게 되돌려준다.


“죽음은 죽는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잊히는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이렇듯 잊히지 않고 있으니, 그 떠난 자리가 참 아름답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63002.html



이외에도 가짜논리와 정치의발견 역시 읽어봄직하다.

 

가짜 논리
줄리언 바지니•강수정 옮김/한겨레출판•1만2000원.


 

“내가 해 봐서 아는데….”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붕어빵 장사도, 뻥튀기 장사도, 청소부도, 막일도 모두 해봤다고 말한다. 노점상도, 실업청년도 열심히 살면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덧붙인다. 국가의 국민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대통령의 대표적 화법이다. 이는 그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권위자본을 가진 사람들이 ‘내 경우엔 그랬으니까…’라며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는 오류는 매우 흔하다.

“그 얘길 또 해야겠습니까?” 이 역시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토론회에서 여야당을 막론하고 과거의 잘못을 들추면 이 말을 한다. “논쟁을 흘러간 옛 노래 수준으로 전락시켜 피로를 유발하는 전략”이다. “선거 때는 이걸 하고 저걸 하겠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가설로 일관하면서, 자기가 곤란할 땐 가설에 대답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정치인의 아이러니’를 잘 보여주는 표현이다.

 

<가디언> <인디펜던트> 등에 활발하게 글을 쓰는 줄리언 바지니는 <가짜 논리>에서 부제처럼 ‘세상의 헛소리를 간파하는 77가지 방법’을 풀어놨다. 터무니없이 공포를 부풀리는 언론 기사, 책임을 회피하거나 입에 발린 말을 주로 하는 정치인의 말, 통계의 오류를 범하는 국책기관의 분석 등을 실례로 들고 논리의 약점을 짚었다. 지은이는 “부실한 논리를 들먹이는 건 적들만이 아니며, 우리가 찬성하는 주장의 근거 역시 함량미달일 때가 있다”며 “부지런히 묻고 의심하는 태도”를 강조한다. 강수정 옮김/한겨레출판•1만2000원.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62993.html

 


정치의 발견
박상훈 지음/폴리테이아•1만1000원


"이 책은 꼭 정치에 입문할 사람만이 아니라, 나 같은 사람, 그러니까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여전히 정치혐오증을 버리지 못한 사람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이념적 선명성이나 순결성을 외치면서 정치의 가능성을 깎아내리는 사람들에게 이 답답한 양반들아 제발 제대로 알고서 말하라는 심정으로 쓰인 듯한 책이라는 뜻이다. “운동이 강조된다는 것은 그만큼 현실에서 정당과 정당체제가 나쁘다는 것을 말해주는 지표는 되겠지만 운동으로 정치제체를 대신할 수는 없”다라든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에서 승리하려면 먼저 민주주의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둘러싼 투쟁에서 승리해야 한다”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상훈의 정치학은 다분히 최장집의 이론적 자장권에 머물러 있다. 정당과 갈등의 중요성을 표나게 강조하는 대목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니까 최장집의 글을 꾸준히 읽어왔다면 이 책을 이해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 정치학 고전에 드는 책을 인용해 정치의 가능성을 설명하고 있는지라 설득력도 높다. 그 가운데 막스 베버의 말을 인용하며 논리를 펼치는 ‘정치는 누가 어떻게 하는가’가 가장 호소력 높다. “선한 목적을 위해 헌신하고자 하면서도 그 수단으로서 강제력이라는 ‘악마적 수단’을 회피할 수 없는 정치의 현실을 이해하지 않고 정치의 길을 나서기는 어렵다”라는 말을 보며 고개를 주억거리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빈민운동가인 사울 알린스키의 말들이 많이 인용되고 있는 ‘정치의 기술, 실천의 기술’도 주목할 만하다. 익히 예상하겠지만,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권력과 권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체제 내부에서 일하는 것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운동가에서 정치가로 변신한 오바마에 관한 내용도 많이 나오는데, 집권 과정에서는 배울 바가 두루 있겠지만, 최근의 통치 내용으로 보건대 반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의 핵심은 “인간의 평균적 한계 위에서 서로 협력하고 나날이 진보하는 것의 가치와 보람을 더 중시해야 한다”는 지은이의 말이다. 이 한 구절에 담긴 의미를 이해한 이만이 참된 정치가가 될 터다.

 

얇은 책이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여전히 운동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이라면 상당히 논쟁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정치의 가능성을 확대하고 싶은 이라면 든든한 이론적 지원군을 만난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그런데 관점을 바꿔 이 책을 읽는 것도 좋을 성싶다. 할 것이냐 말 것이냐가 아니라, 민주주의 시대에 정치의 가능성은 무엇인지 공부하는 차원에서 읽어보자는 것이다. 술자리에서야 누구나 정치를 알고 있는 듯 호기를 부리지만, 정작 이 정도 수준의 학습도 없이 함부로 정치를 말하는 것이 현실이니 말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6308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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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소개된 책 들 중에 별도로 묶어볼 만한 책들이 있다.)
 

음식과 관련해 곤란한 질문은 바로 개고기와 관련된 것이다. 특히 외국인이 묻는다면 더 곤혹스럽다. 그런데 더 이해하기 힘든 것은 개고기에 반대하면서 쇠고기, 돼지고기를 먹는 사람들이다. 개와 소, 돼지가 무슨 차이가 있지? 개는 깨끗하고 돼지는 더럽다? 집단식 사육방식 때문에 그렇지 돼지는 개처럼 교육을 시키지 않아도 똥,오줌을 잘 가린다.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면 간혹 '개 보다 못한 인간'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보게 된다. 그들은 사람보다 개를 더 우위에 놓는 경향이 있고, 기득권층에서 강하게 나타난다. 이분법으로 놓기는 그렇지만 개를 사랑하지만 사람은 차별하는 사람, 개를 먹지만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누가 도덕적으로 옳을까?


하여간 2월에는 동물과 관련해 3권의 책이 소개되었다.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멜라니 조이 지음•노순옥 옮김/모멘토•1만2000원.

<동물 권리선언>
마크 베코프 지음•윤성호 옮김/미래의창•1만2000원


 

"사람은 다른 동물과 얼마나 다를까?
미국 콜로라도대학 명예교수(생태학•진화생물학)로 제인 구달 등과도 오래 협력해온 동물행동학자 마크 베코프가 2010년에 낸 <동물 권리 선언>은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건 분명하지만 결코 그들보다 더 우월한 건 아니라고 얘기한다. 다른 동물들도 사람처럼 인지능력이 있고 온정•사랑•연민•배려•존경•존엄•평화를 느끼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존재라는 걸 베코프는 숱한 사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베코프는 낙관주의자요 현실주의자지만, 인간이 이 사실을 깨닫고 동물들을 지구라는 같은 집에 사는 대등한 동료요 벗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전환을 이뤄내지 못하는 한 자신의 ‘인간다운’ 삶과 미래도 없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그것은 인간이란 과연 어떤 존재인가,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하는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 결코 쉽지 않은 이 철학적인 주제를 쉽고 잔잔하게 풀어가는 것, 그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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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츠와나의 사파리에서 새끼 코끼리가 굶주린 사자들 밥이 됐다. 그때 100여마리의 코끼리들이 몰려오더니 사자들을 내쫓고 피투성이의 사체를 코로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훌쩍이면서 차례차례 예를 표하고 순서대로 물러섰다. 코끼리떼가 인간의 총에 죽임을 당한 코뿔소를 애도하는 광경도 목격됐다. 2008년 12월 중국의 한 서커스 공연장에서 원숭이 한 마리가 미니자전거에 올라타기를 거부했다. 조련사가 회초리로 원숭이를 때리자 분노한 다른 원숭이 두 마리가 조련사를 공격했다. 한 원숭이는 조련사의 귀를 잡아 비틀고 다른 원숭이는 그의 머리를 잡아당기고 목을 물었다. 조련사가 회초리를 떨어뜨리자, 한 마리가 그것을 집어들고 부러질 때까지 조련사를 계속 때렸다. 레버를 누르면 음식이 나오게 돼 있는 실험실에서 우리에 갇힌 쥐가 처음엔 열심히 레버를 누르다가 그렇게 하면 다른 쥐가 전기충격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레버 누르기를 거부했다. 토큰을 넣으면 음식이 나오는 원숭이 실험실에서 수컷 다이아나 원숭이는 아직 그 기술을 배우지 못한 암컷을 위해 자신의 토큰을 넣어 먹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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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간은 아직도 철저한 ‘종(種)우월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2009년 1월 지은이가 사는 마을에 코요테 한 마리가 나타나 원반던지기 놀이를 하던 여인을 공격했다는 신고가 떴다. 달려온 콜로라도주 야생동물관리국 직원들은 코요테를 사살했다. 그 전에도 지은이가 애완견 제스로와 원반 물어오기 놀이를 할 때 종종 인근 붉은여우들도 함께 놀고 싶어했다. 문제의 코요테는 여인을 물지도 않았고 난폭하게 굴었는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관리들은 사전 예방 조처라는 명목으로 다섯 마리의 코요테를 추가로 사살하기까지 했다. 그해 6월에는 얼어붙을 듯이 찬 바다를 160㎞ 이상 헤엄쳐 아이슬란드 스카가피외르뒤르 해안에 간신히 도착한 북극곰 한 마리를 현지인들이 사살해버렸다. 인간에게 위험하다는 일방적 이유만으로.


멀리 갈 것도 없다. 곳곳에 덫을 놓아 멸종위기의 산양이나 방사한 반달곰들을 죽이고, 먹이를 찾으러 민가로 내려온 멧돼지를 사살하는 게 당연한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소•돼지만 300만마리를 넘고 오리•닭 등을 합하면 무려 1000만마리가 넘는다는 구제역 생매장 참극도 현재진행형이다.


...
“이 세상이 모두 우리의 집이고 모든 살아 있는 존재가 이를 공유하고 있으며, 모든 존재는 서로를 보살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대로는 우리 삶이 존엄할 수도 풍요로울 수도 없으며 지속가능하지도 않다고 베코프는 말한다.

이 책이 지닌 또 하나의 강점은 지향점은 선명하되 설득방식은 온건하고 현실주의적이라는 것이다. 베코프는 일거에 실험실을 폐쇄하자거나 모두 채식주의자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먼저 생각을 바꾸고 일상의 가능한 일부터 하나하나 바꿔가보자고 권한다. 예컨대 우리가 먹는 고기 양을 조금 줄이기만 해도 산업구조가 바뀌고 온난화 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단다. 그걸 위해 베코프는 반대자들에게도 온정적으로 접근한다. 상대를 배려하는 온정이 온정을 낳고 세상을 가속적으로 밝고 풍요롭게 만드는 선순환 효과를 동물한테만이 아니라 인간끼리도 기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65374.html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를 쓴 멜라니 조이 미국 매사추세츠대학 교수는 해마다 학생들에게 개와 돼지에 대한 생각을 묻는 수업을 한다. 학생들의 대답은 비슷하다. 개는 귀엽고 다정하지만, 돼지는 더럽고 멍청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은이는 이런 편견이 잘못됐음을 지적하면서 학생들에게 “왜 우리는 돼지는 먹고 개는 먹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데, 학생들은 “먹기 위해 돼지를 키운다. 왜 그런지는 생각 안 해봤다”고 답한다.

 

지은이는 소나 돼지를 당연히 고기로 소비할 수 있다는 생각 뒤에는 육식주의가 도사리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채식주의처럼 육식주의도 확고한 이데올로기이지만, 육식주의는 채식주의와 달리 현실을 보지도 듣지도 않는 부정을 통해 지탱된다고 주장한다. 지은이는 이를 육식주의의 비가시적 특성이라고 이름 붙인다. 현실에서 돼지는 태어난 지 2~3주 뒤부터 더러운 우리에 쑤셔 넣어지고, 6개월 뒤에는 도축장으로 향한다. 돼지는 도축장 컨베이어 벨트에서 때로는 산 채로 사지가 절단되고 분리되며, 고통스런 비명을 내지른다.

 

지은이가 한국의 개고기 소비에 대해 적은 부분은 동의하기 어렵다. 지은이는 “계몽된 서양에서는 개와 고양이가 당연히 받아야 할 대우를 해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나 후진적인 사회에서는 그걸 본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은이의 논리대로라면 소고기나 돼지고기, 개고기 소비 모두가 잘못된 육식주의이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64146.html

 

<우리가 먹고 사랑하고 혐오하는 동물들>
할 헤르조그 지음•김선영 옮김/살림•1만8000원
 
"매일 쇠고기를 먹으면서 개고기 먹는 걸 혐오하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 흔하다. 60%의 “미국인이 동물들은 살 권리가 있다”와 “우리는 고기를 먹을 권리가 있다”는 데에 모두 동의한단다. 어시장 연례행사에서 상인들의 죽은 생선 던지기를 보고 즐기면서도 죽은 고양이 시체를 그렇게 주고받는다면 기겁을 할 사람들이 많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사랑하고 그들에게 키스까지 퍼붓는 사람이 모피 생산을 위해 밍크 항문에 전기충격을 가하거나 바다표범 머리를 몽둥이로 내려치는 잔혹에는 어떻게 그토록 무감각할 수 있는지.


그뿐인가. 모피코트를 입고 고양이를 사랑스럽게 안고 가는 여성, 돼지고기는 거부하지만 고등어는 먹는 자칭 ‘채식주의자’, 훨씬 많이 자행되는 쥐 실험엔 침묵하면서 원숭이 실험 연구자에게만 테러를 가하는 과격 동물보호운동가, 투계를 잔인하다 비난하면서 닭튀김이나 치킨버거는 맛있게 먹는 사람, 7만마리의 닭을 희생시키느니 차라리 같은 고기양을 지닌 대왕고래 한 마리를 희생시키는 게 낫다며 고래를 먹자는 캠페인을 펴는 동물보호단체….

 

인간과 동물 관계 연구의 권위자인 할 헤르조그 웨스턴캐롤라이나대학 심리학과 교수의 <우리가 먹고 사랑하고 혐오하는 동물들>은 동물에 대한 인간 사고와 행동방식에서 드러나는 이런 비일관성과 역설 뒤의 심리학, 동물 애호가나 보호론자들이 자신의 신조에 집착하면 할수록 일상생활에서 더 첨예하게 부닥치게 되는 도덕적 난관들을 흥미로운 사례들을 동원해 현란하게 파헤친다.


....


지은이가 드는 인류동물학의 뜨거운 쟁점 세 가지. 첫째, 돌고래 등 동물과 함께 놀고 교감하면 우울증이 치료되고 자폐증이 낫는다는 얘기가 옳은가? 둘째, 사람들은 자신이 키우는 개를 닮아간다는 얘기는 정말인가? 셋째, 어려서 동물을 학대한 아이는 결국 폭력적인 성인으로 자랄까? 첫째는 아니고 둘째는 맞고 셋째 또한 아니란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6537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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