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에 소개된 책들 중 미국과 자본주의로 엮어볼 만한 책들이 여러권 소개되었다. 미국발 금융위기이후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접근이 있는 듯 하다.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와 같이 삶에 대해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책이 흥미롭다.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토머스 게이건 지음·한상연 옮김/부키·1만5000원


"1993년 그는 소련이 해체된 뒤 모스크바의 실상이 갑자기 궁금해졌다. 무턱대고 2주의 휴가를 낸 뒤 그는 호기심 해소를 위해 러시아로 떠났다. 중간에 일단 스위스 취리히를 경유하게 됐는데, 바로 여기서 뜻밖의 현실을 만났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 시카고의 거리는 쓰레기와 오줌 냄새로 가득한데, 취리히는 제비꽃 향기로 가득했던 것이다. 모스크바에서도 내내 그의 머리에는 취리히가 떠올랐다. 마치 에덴동산에서 잠시 비틀거렸던 기억처럼.

시카고로 돌아온 그는 도대체 왜 미국보다 국내총생산은 적은 유럽이 더 행복하게 살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레이건 정부 이후 신자유주의에 매몰된 미국식 자본주의 모델과 대척점에 서 있는 사회민주주의를 채용한 독일 특유의 자본주의 모델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

그는 미국 사람과 독일 사람의 대표로 각각 바버라와 이사벨이란 캐릭터를 설정해 둘의 생활 현실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바버라와 이사벨은 똑같이 수입의 40% 정도를 세금으로 내지만, 사는 모습은 180도 다르다.
먼저 미국 중산층 바버라. 그는 교외에서 살며 수입의 41%를 세금으로 낸다. 통근거리가 멀고 상습적인 교통 정체에도 시달리지만 도심 학교는 위험해 교외로 나와 산다. 매일 밤 10시에 퇴근하고 주말도 없이 일한다. 장기 휴가는 꿈도 못 꾼다. 해고가 되면 의료보험을 받을 수 없고 아이들을 4년간 수십만달러를 내야 하는 사립대에 못 보낸다. 결국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일한다. 전세계 어느 나라보다 비싼 미국 병원비 때문에 아파도 병원 갈 엄두도 못 낸다.

독일 중산층 이사벨은? 전철이나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대중교통은 기본으로 갖춰져 있고 저렴하다. 자전거도로도 기본이다. 연장근무는 거의 없고 연 6주의 휴가가 보장된다. 보육비는 물론 대학 등록금까지 전액 국가에서 지원한다. 수입의 48%인 세금 덕을 톡톡히 본다. 해고 걱정도 없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을 다니면 사용자가 직장평의회와 합의해야 해고가 가능하다. 게다가 회사 쪽과 노동자가 절반씩 들어가는 이사회에서도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해고가 되어도 보험과 연금혜택을 받는다.

수입의 비슷한 비율을 세금으로 내지만 이사벨과 바버라는 왜 이렇게 다른 삶을 살까? 독일의 사회민주주의는 노동을 존중하는 문화를 낳았고 이는 제조업 경쟁력의 기반이 됐다. 반면 해고가 자유로운 미국은 제조업을 포기하고 금융강국으로 나갔다. 결과는? 미국은 각종 금융위기에 시달리는 반면, 독일은 인구는 8500만명인데 15억명이 사는 중국과 같은 수출 실적을 올린다. 미국의 경쟁력 높은 공장들은 폐쇄되거나 운이 좋으면 중국으로 팔려가는 실정인데도, 미국인들은 “독일은 복지로 돈을 낭비하고 노동유연성이 없어 망할 것”이라는 허세를 부린다고 개탄한다.

지은이는 지금이라도 독일식 사회민주주의 모델을 미국이 도입해야 하며, 약간의 법만 수정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결론내린다. 오로지 미국만을 대안으로 삼으며, 경쟁을 위해서 정리해고는 어쩔 수 없고, 금융업을 더 키워야 한다는 미국식 논리가 판치는 한국의 현실에서 책은 죽비처럼 우리 의식을 내리친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501926.html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
베서니 매클린·조 노세라 지음·윤태경·이종호 옮김/자음과 모음·1만7000원

"30년.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를 지배해왔다고 자부하던 미국이 금융위기로 휘청거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었다.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는 30년 전 미국 금융위기의 주범이 된 주택저당채권 담보부증권(MBS)을 만든 패기만만한 루이스 라니에리, 래리 핑크, 데비이드 맥스웰 3명의 이름으로 시작된다.

원래 이 증권은 베이비붐 세대들이 내 집 마련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보증하는 30년짜리 채권을 현금화가 쉬운 유동자산으로 변화시키려 만든 것이다. 엠비에스는 1980년대 금융기관 사이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올랐다. 이런 성공에 힘입어 다양한 파생 금융상품이 쏟아져 나왔고 헤지펀드가 무리하게 투자하면서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이 됐다. 이 세사람이 만든 이 상품은 역사상 최대의 골칫거리가 되어 폭탄돌리기 대상이 되어버렸다.

경제전문지 <포천>에서 10년 넘게 기자로 활약해온 베서니 매클린과 조 노세라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어떻게 발발했고 이를 막아야 할 정부가 오히려 어떻게 이를 악화시켰는지 한 편의 소설처럼 생생하게 그려낸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에 나오는 “지옥은 텅 비었고, 모든 악마들이 여기에 있도다”에서 제목을 따온 이 책은 금융위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금융기관 임원들과 이를 비호한 정부 고위 관계자 정치인들의 실명을 그대로 공개하고 있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500862.html 


그림자시장
에릭J.와이너 지음· 김정수 옮김/랜덤하우스·2만원

"월 스트리트 저널 등에서 오랫동안 국제경제 분야를 분석해 온저자는 이처럼 미국의 ‘돈줄’을 쥐고 있는 UAE와 같은 나라들을 ‘그림자시장’의 일원이라고 주장한다. 그림자시장은 물리적 실체가 없다. 중국과 중동의 산유국, 노르웨이와 싱가포르 등 세계적 부국들과 이들 나라가 보유한 국부펀드, 헤지펀드, 사모펀드 등의 ‘보이지 않는 연계’를 지칭한다. 저자는 “권력은 이미 이들에게 넘어갔다”고 말한다. 이 변화는 신문 1면에 나오지 않는다. “많은 부분이 빤히 보이는 곳에 감쪽같이 숨어 있고, 어떤 것들은 평범하게 숨어 있다”는 점에서 ‘그림자’다.

“유동성이 경제를 지배한다”는 말은 그림자시장의 힘을 보여준다. 자본주의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자금, 즉 유동성을 제공하는 집단이다. 세계 금융위기도 대부분 갑작스러운 유동성 부족에서 비롯했다. 저자는 “미국이 여러 세대에 걸쳐 자본을 창출하는 역할을 맡아왔지만 이제 빈털터리가 됐다”고 말한다.

대신 UAE처럼 그림자시장의 신흥 경제대국들이 유동성 공급을 맡게 됐다. 2008년 말 미국 금융위기로 대규모 은행들이 파산할 지경에 이르자, 부시 정부가 ‘돈’을 구하려고 특사를 파견한 곳도 중국과 싱가포르, UAE와 쿠웨이트 등이었다. 특히 전 세계 총 외환보유액의 3분의 1을 차지한 중국은 2009년 현재 2조4000억달러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는데 75%가 달러화 표시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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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중국과 미국의 관계가 “마약중독자와 마약상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미국은 중국의 현금에 중독됐다는 얘기다. “미국에 투자한 나라들이 미국을 지배한다. 그들은 사실상 미국 주식회사의 주주”라는 표현이 적확하게 들린다.

미국을 제외한 그림자시장 국가들 간에는 미국도 모르는 사이 동맹관계가 형성돼 있다. 중국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제재 조치에 참여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이란의 석유 개발에 600억달러를 투자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악마’라고 부른 베네수엘라에 200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고 대신 석유로 돌려받기로 하는 협정을 체결하기도 한다. “외교적으로 이란과 베네수엘라는 따돌림받는 국가이지만 그림자시장에서는 고립돼 있지 않다”는 말이 새롭게 들린다.

저자는 미국의 쇠퇴보다 “유럽의 국가들도 마찬가지라는 점이 더 충격적”이라고 말한다. 21세기의 유럽은 그림자시장 국가들의 ‘식민지’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유럽은 돈이 말라가고 있다. 영국만 살펴봐도 예산 적자가 2850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12%에 달하고 있다. 멕시코만을 오염시켜 막대한 방제비용이 들게 된 영국 석유기업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이 손을 벌린 곳은 미국이나 영국의 은행이 아니라 쿠웨이트, 카타르, 싱가포르의 국부펀드였다.

그림자시장에 속한 국가들은 2012년쯤이면 석유를 수출하거나 무역수지 흑자로 발생한 외환으로 조성한 국부펀드를 통해 10조달러 규모의 자산을 관리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국가가 주축이 된 헤지펀드와 사모펀드는 2013년쯤 19조달러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미국의 GDP가 16조달러 정도로 예상되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다. 이들은 이 돈으로 전 세계의 기업과 자원과 식량을 사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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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과 ‘을’의 관계는 역전됐지만 그림자시장의 국가들은 예전의 미국처럼 세계의 주도권을 쥐려 하지 않는다. 오직 자신들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다. 유럽이 경제위기를 겪고 있을 때도 그들은 오히려 수익성을 따져 미국 채권을 사들였다. 그럼에도 그림자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얼마나 수익을 내는지는 거의 베일에 싸인 채다. 그것은 물론 미국이 만들어낸 ‘전 지구적 자유시장 자본주의 사회’에서 비롯했다.

규제를 완화하고 자유로운 자본 이동을 강조한 결과, 그림자시장 국가들이 그 열매를 차지한 것이다.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10141911105&code=9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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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주는 인간생활의 기본토대이다. 환경에 맞게 의식주를 맞춰 개발해왔고, 의식주에 맞게 삶의 방식을 바꿔왔다. 음식 역시 문화, 환경의 기본 조건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음식의 경우는 맛 위주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어 보인다. 아마도 사람들의 관심이 음식하면 맛이 떠오르기 때문일텐데 음식과 진화를 다룬  흥미로운 책이 출간되었다. 음식을 익혀먹게 된 것이 진화의 큰 역할을 하였다는 것이다. 특히 음식이라는 과정을 통해 남녀의 역할 구분과 필요성이 대두되었다는 것이 흥미롭다.
 
요리 본능
리처드 랭엄 지음, 조현욱 옮김/사이언스북스ㆍ1만7000원

"랭엄은 침팬지 연구자로 유명한 제인 구달의 학문적 후계자로, 인류의 진화를 자기 학문의 주제로 삼아왔다. 그가 생각하는 인간 진화의 결정적 요인이 바로 ‘요리’다. 인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 바로 ‘불의 발견’인데, 이 불을 이용해 인간이 이룩해낸 가장 중요한 것이 불로 음식을 요리하는 ‘화식’의 발견이며, 이 화식이 인간의 모든 것을 바꿨다는 것이 ‘요리 본능 학설’이다. 랭엄은 이 요리 본능 학설을 이어받아 이 책으로 정리했다. 인간의 정의는 ‘불로 요리하는 동물’이란 것이다. 인간 말고도 사회를 이루고 협동하는 동물도 있고,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도 있지만 불로 요리하는 동물은 오로지 인간뿐이기 때문이다. 책은 불로 음식을 익혀 먹는 화식이란 열쇳말을 통해 인간 진화의 역사를 탐구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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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지금 인류와 해부학적 특징이 거의 비슷한 ‘직립원인’이 나온 것은 ‘육식’ 덕분이었을 것으로 인류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전보다 뇌가 커지고 협동 사냥 능력이 발달한 덕분이었을 텐데 그러면 왜 구강구조는 약해졌을까? 그 근거가 화식이다. 음식을 익히면 얻을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이 늘어나고, 녹말이 젤라틴화되는 등 음식이 부드러워져 소화가 쉬워지며, 음식섭취에 들이는 에너지를 줄이는 동시에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는 소화과정도 에너지 효율이 좋아진다. 화식 덕분에 내장이 작아진 인간은 대형 유인원에 견줘 하루 에너지 소모량의 10%를 절약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은 다른 활동에 투입할 시간과 능력을 얻게 되었고, 신체와 사회 모두 화식에 맞게 변했다는 점을 책은 역설한다. 침팬지의 경우 음식을 씹는 데 하루 6시간 정도를 소비하는데, 만약 인간도 날 음식만을 먹는다면 적어도 하루 5시간 이상을 음식을 씹으며 보낼 것이라고 랭엄은 말한다.

특히 화식이 인간 진화에 가장 중요하게 영향을 미친 부분으로 지은이는 뇌가 커진 점을 든다. 뇌는 인간의 몸무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불과하지만 소비하는 에너지양은 먹는 음식의 5분의 1에 이른다. 인간이 음식의 질을 높이는 화식 요리 문화를 통해 에너지 소비 효율이 좋은 구조로 진화한 덕분이란 가설이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요리로 인해 남성과 여성 노동 사이에 분업과 차이가 생기면서 이게 하나의 문화로 지금 우리에게 전해지게 되었을 것이라고 설명하는 장이다. 머나먼 옛날 불에 익힌 고기가 맛있다는 것을 깨달은 한 무리가 화식을 통해 직립원인으로 진화하고, 창자와 이빨이 작아지고 털은 사라지는 자연선택 과정을 거치며, 여성은 남성을 위해 음식을 요리하고, 남성은 고기와 꿀을 구하러 다닐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하게 되며 남녀 결합이 새로운 중요성을 갖게 되었을 것이란 게 책의 결론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501932.html 


경제학콘서트로 일상사례를 통해 경제이론을 설명했던 팀 하포드가 실패한 사례를 담은 책을 출간하였다. 그래서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진화해야 한다고 하는데 읽을 만 할 것 같다. 다만 기업의 성공이나 실패사례가 너무 급변하고, 이런 종류의 책들이 미래를 이야기해주지는 않는다는 점은 분명히 짚어야 할 부분이다. 대신 과거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혹은 새로운 시각으로 제시해주는 만큼 미래는 독자가 알아서 판단해야 할 것이다. (팀 하포드의 책을 뒤지다 보니 The undercover economist라는 책이 눈에 띈다. 영문본으로 가지고 있는 책인데..)

어댑트
팀 하포드 지음·김유리 옮김/웅진지식하우스·1만5000원

"팀 하포드는 가계도를 연상케 하는 조직도를 그려놓고 일사불란한 리더십을 열망할수록 실패는 불을 보듯 뻔하다고 단언한다. 그 사례로 이라크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미군을 꼽았다. 베트남전에서 민심에 기반한 북베트남군의 게릴라 전술에 완패를 당했음에도 미군은 이라크에서 주민 지지를 얻는 데 소홀했다. 베트남전 때와 마찬가지로 미군의 이라크 민간인 학살이 잇따랐다. 자신이 모든 것을 안다고 믿었던 도널드 럼스펠드 당시 국방장관 등을 비롯한 군 수뇌부는 이런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현장에서 올라온 각종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대해 “나대지 마라”며 묵살했다.

지은이는 수많은 변수들로 넘쳐나는 복잡한 현실에서 ‘완벽한 3중 안전장치’ ‘전지전능한 리더’ 따위의 환상은 도태를 불러온다고 경고한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원자력발전소 사고나 2008년 미국 금융위기도 그런 환상 때문에 생긴 실패다.

대신 그는 진화의 알고리즘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진화의 핵심은 ‘변이’와 ‘선택’이다. 진화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유전자의 교합을 통한 변이는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그 결과물 가운데 가장 최적의 생명체만이 살아남는다. 지은이는 이런 이유로 생명체나 기업은 사라지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진화는 필연적인 실패를 수반하고 생존을 위해서는 실패의 교훈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실패의 교훈을 거부한다. 이는 우리 뇌가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탓이다. 심지어 뇌는 실패마저 아름답게 기억하도록 편집해주는 보상체계까지 갖추고 있다.
그러면 우리가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은이는 자신만의 갈라파고스 섬을 만들라고 충고한다. 갈라파고스섬은 대륙과 떨어져 있는 물리적 거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먹이에 따라 부리가 달라지는 핀치새들처럼 병렬적이고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혁신과 함께 실패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뜻한다.

록히드마틴이 1950년대 스컹크워크스(사무실이 냄새나는 플라스틱 공장 앞에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라는 별도의 팀을 운영해 당시로는 파격적인 스텔스 전투기와 유2(U2) 정찰기를 고안해냈듯이 혁신은 늘 예상치 않은 곳에서 나온다. 구글은 ‘갈라파고스섬’을 회사 내부로 끌어들인 대표적 기업이다. 구글은 모든 직원들에게 근무시간의 20%를 자신이 원하는 일만 할 수 있게 해주는 20% 시간의 법칙을 적용했다. 그리고 이 시간을 통해 구글의 강점이 된 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이런 아이디어는 실패해도 회사 경영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채택된 경우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는 경우가 많았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503025.html 

           
 


대상 혹은 생각을 대변할 짧은 말을 선택하는 것은 중요하다. 제품에서 부터 정보까지 넘쳐나는 시대에 짧은 말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일전에 읽은 '1초만에 읽는 메시지'라는 부제의 <스틱>이라는 책 역시 이런 점에 주목했던 책이다.

마이크로스타일
크리스토퍼 존슨 지음· 옮김/반비·1만5000원


"‘마이크로메시지’는 시인, 카피라이터, 네이미스트(상품이나 브랜드, 기업 이름을 짓는 사람)들이 주로 쓰는 짧은 언어를 가리킨다. 한 단어, 한 음절 같은 ‘문체의 원자’에 의미를 담고, 요리저리 뒤바꾸며 창조한 새로운 언어라 말할 수 있다. 저자는 마이크로메시지를 활용하는 글쓰기 전략과 방식을 공식 글쓰기인 ‘빅스타일’에 빗대 ‘마이크로스타일’이라고 부른다.

마이크로스타일은 한순간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신속하게 의사 소통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짧은 메시지에 많은 생각을 담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저자는 마이크로스타일에서 “표현의 경제성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언어적 관심의 경제학” “인터넷 시대의 수사학”이라고 정의한다. 또 마이크로스타일은 “일상 언어의 창조성, 구어로 쓰는 시의 토대”이다.

책의 줄기는 “우리 주변에 포진해 있는 작은 언어들의 다채로움”의 사례들이다. 저자는 마이크로스타일 사례와 여러 준칙을 함께 소개한다.

...
“올바른 단어 선택”도 원칙이다. 고대 영어에서 유래한 ‘Kiss’(키스)는 친숙하고 내밀하게 들린다. 라틴어에서 파생한 ‘osculate’(구강접촉)는 어떤가. 무감각적이고 의학적인 느낌의 단어다. 키스란 단어를 써야 할 때 구강접촉을 쓰는 일이야 봐줄 만하다. 리복이 1995년 내놓은 여성용 조깅화의 이름은 ‘Incubus’(인큐버스)다. 그런데 인큐버스는 중세 민담에서 잠들어 있는 여성을 강간하는 악마의 영혼을 뜻하는 단어였다.
......
저자는 펜티엄, 블랙베리를 작명한 렉시콘의 네이미스트이자 시카고대학의 언어학 교수다.

책은 재미있는 사례들로 넘쳐나지만, 가볍지만은 않다. 언어를 매개로 한 의사소통의 기본이 되는 ‘의미’ ‘소리’ ‘구조’ ‘사회적 맥락’의 네가지 층위에서 사례들을 분석한다. 영화 <에일리언>의 슬로건이었던 ‘우주에서 찍은 <죠스>’를 ‘개념혼합’이나 ‘심적공간이론’으로 설명하듯 언어학, 수사학, 심리학을 아우른다.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10141934245&code=900308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 <청원>이라는 영화 소개를 보았다. 최고의 마술사에서 사고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주인공은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그의 내면의 고통으로 그가 죽음을 원했다는 사실에 사회는 그를 위선자라고 공격한다. 하지만 반면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죽음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지 않냐는 반론도 제기되는 영화였다. 영화와 연계될만한 책이 발간되었다. 사회적 현안을 키워드 중심으로 풀어내는 한겨레지식문고 시리즈로 <안락사는 살인인가>인데,  <인종주의는 본성인가>와 더불어 소개되었다.


안락사는 살인인가
토니 호프 지음·김양중 옮김/한겨레출판·9800원 

"<안락사는 살인인가>는 안락사, 의료자원 분배, 정신질환자 강제치료, 환자에 대한 비밀유지 등 의료윤리 문제를 다룬다. 지은이 토니 호프는 영국 옥스퍼드대 의료윤리학 교수로, 친숙한 영화, 유명사건을 실마리로 복잡한 주제를 차분하게 설명한다. 예를 들어 안락사. 죽음을 앞둔 류머티스 관절염을 앓는 노인이 극심한 통증을 못이겨 의사한테 죽여달라고 요청한다. 의사는 이를 불쌍히 여겨 환자를 위한 행동이란 믿음으로 치사량의 약물을 주입해 사망케 한다.

의사는 유죄인가? 답은 ‘그렇다’다. 인공적으로 수명을 연장하는 상황에서 처치를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와 달리 시술을 통해 죽음을 앞당기는 적극적 안락사는 현실적으로 위법이다. 실제로 적극적인 안락사를 시행한 영국의 의사는 살인미수죄를 적용 받았다. 하지만 지은이는 ‘살인하지 말라’는 율법에 이의를 제기한다. 죽음이 당사자한테 이로울 수 있다면 적극적 안락사를 반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국은 ‘안락사’ 대신 ‘존엄사’라는 용어를 쓰며, 소극적인 안락사까지는 법률이 아닌 판례로 인정하는 추세다.  

   
 
인종주의는 본성인가
알리 라탄시 지음·구정은 옮김/한겨레출판·9800원
 
<인종주의는 본성인가>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과 갈등의 원인을 짚어보고 인종주의의 허구성을 지적한다. 인종주의는 대체로 피부색으로써 우열을 구분짓고 자신과 다른 인종을 차별하는 것을 말한다. 지은이는 콜럼버스 이후 ‘이방인’을 금수로 보는 시각이 생기고, 노예무역을 거치며 인종에 대한 편견이 굳어지고 민족주의가 이를 고착화했다고 말한다. 1960~70년대 인종차별을 철폐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최근 세계경제가 악화돼 가난뱅이 유색 이주민에 대한 차별이 노골화하고 있다. 지은이는 인종주의가 비합리적인 일탈이 아니라 특수한 환경에서 성장해 마치 그것이 인류문화의 본질인 양 외피를 둘러쓰는데 성공했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법안을 만들기 위한 기초조사를 하면서도 기존의 인종분류에 따르는 게 현실이라면서, 인종주의적 관념의 틀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학이 아니라 문화적·정치적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50193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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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하반기에 들어서 대한민국은 격랑의 시대를 맞고 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퇴, 서울시장 재보궐선거까지. 부자가 되게 해주겠다던 대통령에 이어, 부자가 되는 방법인 뉴타운을 공약으로 내건 국회의원들에 질린 서울시민들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을 거부했다. (민주당을 선택했다기 보다는 반한나라당 정서가 강했다.) 복지가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책이 한권 소개되었다. 바로 얼마전 <복지국가>,<대한민국복지7가지 거짓과 진실>을 읽은데 이어 <복지국가 스웨덴>을 읽을 참이었는데 <우리는 중산층까지 복지확대를 요구한다>까지 엮어서 읽고 한꺼번에 후기를 올려야 겠다.
우리는 중산층까지 복지확대를 요구한다
경향신문 특별취재팀/밈ㆍ1만3900원

"“죽을 만큼 발버둥치지 않아도 최소한 사람같이 살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게 복지 아닌가?” 이 책의 저자들이 인터뷰한 ‘삼포세대’ 젊은이들의 물음이다. 과도한 삶의 비용으로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한 ‘삼포세대’의 출현은 복지 부재의 사회가 저출산과 고령화로 이어지며 한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함을 보여준다.

시민들은 ‘트리클 다운’이라는 세련된 용어로 포장된 ‘선성장 후분배’의 개발주의를 지적한다. ‘트리클 다운’은 대기업과 부유층의 세금을 감면해 투자를 이끌어내면 경제가 성장하고 그 혜택이 중소기업과 국민 전체에 돌아간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기업에 전자부품을 납부하는 하청업체 사장은 “원자재 가격이 2010년에 40% 이상 올랐는데 단가를 후려쳐서 수익 내는 대기업에서 이런 하청업체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고 푸념한다. 그 결과로 10대 대기업은 2010년 사내 유보금이 57조원에 달했지만 전체 일자리의 90%를 제공하는 중소기업들은 점점 고사하고 있다.

저임금노동자와 비정규직의 확대는 가계의 시장임금을 낮춰 결국 장시간 노동과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진다. 또 그것은 삶의 질과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킨다. 그래서 저자들은 “복지국가는 양극화된 노동시장과 조세제도, 대기업 위주의 경제성장 정책을 바꾸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속가능한 복지국가가 되려면 우선적으로 최저임금을 현실화하고 장기적으로는 동일노동에는 동일임금을 지급하는 ‘공정임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보편적 복지는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연대’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빈곤층이 아니라는 이유로 세금을 내면서도 복지에서 소외된다면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에 동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10141913305&code=900308 


정치적 이슈에 묻혀 있었지만 교과서에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대체하는 논쟁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보수(국회의원포함)측에서는 '자유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북한으로 가라'고 말을 했는데, '자유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 의심스럽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사람들이라는데 그 네들 말대로 반대로 해보면 '자유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친일파'라는 말이 될 수도 있고, 대한민국 자체를 거부하는 사람들일 수도 있다. 헌법에 이미 임시정부를 계승한다고 되어 있으니 그럼 '자유민주주의'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뭠미? 


친일파는 살아있다
정운현 지음/책보세ㆍ1만9000원

"<한국방송>은 6월24~25일 백선엽 특집방송을 내보냈다. 시민단체들이 우려한 대로 백씨의 친일행적은 제대로 다루지 않고 그를 전쟁영웅으로 만들었다.

백씨는 1942년 만주군 소위로 임관해 3년 동안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했다. 이 부대는 간도 지역에서 활동하던 항일 세력들을 토벌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해방 뒤에는 국군 중위로 변신해 한국전쟁 때 최일선 부대를 지휘해 1953년 전쟁이 끝날 무렵엔 별 네개를 달았다. 육군참모총장, 연합참모부 의장(현재 합참의장)을 끝으로 예편한 그는 같은 만주군 소위 출신의 박정희 정권에서 대사와 교통부 장관, 국영기업체 사장을 지냈다.

오랫동안 친일파를 연구해온 언론인 정운현씨의 새 책 <친일파는 살아 있다>는 왜 공영방송이 앞장서 친일파 백선엽을 미화하고, 왜 조중동이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하는지를 짚으면서 친일파가 미디어는 물론 사회 곳곳에 똬리 틀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최초의 친일파였던 구한말 김인승부터 을사오적들, 해방 이후 친일전력에도 불구하고 사회 지도층이 된 역대 대통령과 국무총리, 각료와 정치인들, 독립유공자로 변신한 친일파들, 국립묘지에 안장된 친일파들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왜 친일파 선정 대상에서 빠졌는지, 이승만 전 대통령과 친일세력은 친일파 청산을 위해 만들었던 반민특위를 어떻게 와해시켰는지 등의 이야기들도 흥미롭다. 책을 읽다 보면 친일파들이 어떻게 역사를 비틀어 국민들을 속여왔으며, 그들의 행적을 숨기는 동조자들이 이들을 영웅으로 미화하면서 어떻게 정치적 이익을 누리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99826.html 


한국사회에서 박정희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아직도 선거 때면 박정희를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배고픈 시절이라는 경제성장 시절을 경험하지 못한 30대 이하의 세대에서는 윗세대만큼의 관심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경제성장이라는 혜택아래 누구나 쉽게 취업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IMF 이후 취업난에 허덕이는 세대에게 박정희는 낯설어보인다.
박정희의 공과에 대해서는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그 인식이 다르다. 경제성장에 방점을 찍게 되면 정치를 희생하더라도 성공했다는 평가인 반면, 형식적 실질적 민주화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 현재의 대기업위주와 정경유착의 비정상적인 자본주의를 낳았다는 평가이다.
개인적으로 박정희의 경제성장은 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7-80년대에 압도적인 경제성장을 한 나라는 세나라밖에 없다. 한국, 대만, 이스라엘. 냉전과 중동이라는 화두아래 자유경제진영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게다가 금융경제사 측면에서 보더라도 1960년대 서구의 투자를 받아왔던 남미에 좌파정부가 들어서고, 1970년대 중동 오일머니가 서구 은행에 넘쳐나면서 미국의 보증아래 한국, 대만, 이스라엘에 엄청난 투자가 이루어졌다. 박정희가 아니더라도 경제성장 할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한다.
하여간 박정희의 경제적 공과에 대한 연구를 담은 책이 출간되었다.


박정희의 맨얼굴
유종일 엮음/시사인북ㆍ1만5000원

‘박정희 신화’라고 한다. 그 신화는 ‘그래도 우리가 이만큼 살게 된 것은 박정희 덕’이라고 결론낸다. 신화는 과거를 필연화하고, 현재를 과거에 종속시킨다. 한국 사회의 최대 화두인 양극화, 이 양극화를 추동하는 재벌 문제가 박정희 시대에 배태됐지만, 박정희 신화는 오히려 양극화에 대한 불만과 재벌에 대한 환상으로 자라난다. 경제학자 8명이 <박정희의 맨얼굴>에서 실증하려는 것이다. 책을 엮은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경제성장의 신화의 허와 실’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의 최대 정책 실패로 거론되는 양극화가 이미 1990년대 전반에 본격화됐고, 이는 박정희의 유산임을 실증한다. 유종일은 1980년대 이후 지니계수 등 소득분배 추이, 학력별·성별·기업규모별 임금격차 추이, 산업별·기업규모별 생산성 격차에 대한 실증적 통계를 내밀며, ‘외환위기발 양극화’를 반박한다. 그가 활용한 통계들을 보면, 분배추이는 1991~1994년 사이에 악화로 방향을 틀며, 고착화된다. 이는 양극화를 외환위기와 민주정부의 정책 실패에서 찾아야 할 것이 아니라 1990년대 이전 시기로 거슬로 올라가야 함을 의미한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개발독재가 키운 두 괴물, 물가와 지가’에서 박정희 시절인 1963~1979년 지가는 100배가 올라, 막대한 불로소득으로 인한 양극화 체제가 완성됐음을 실증한다. 이런 지가 상승을 통한 불로소득은 326조원으로 생산소득 131조원의 250%가 된다. 그 시절 연평균 9.1%의 경제성장률 속에서 상위 5~10%는 평균성장률 이상의 생산소득 분배에 더해 거대한 불로소득까지 챙긴 반면 땅과 집 등 자산이 없는 하위계층들은 평균성장률 이하의 생산소득을 배분받았음을 고려하면, 그 시절에 양극화의 물질적 토대는 완성됐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503020.html 


정당한 위반
박용현 지음/철수와영희ㆍ1만3800원

"‘공정사회’라는 단어가 비웃음을 사고,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책은 불티나게 팔린다. 정의에 대한 대중들의 불신이 커졌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정당한 위반>은 2008년부터 올해 초까지 시사주간지 <한겨레21> 편집장을 지낸 지은이가 잡지에 썼던 편집장 칼럼 ‘만리재에서’를 묶은 책이다. 매 주 다른 주제로 써 내려간 글이고 다양한 글쓰기 형식을 선보이지만, 밑바탕에는 언제나 법학을 전공한 필자의 ‘법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법조계’를 향한 문제의식이 흐르고 있어 책 전체가 한 주제를 다룬 것처럼 읽힌다.

책은 법치와 상식의 실종을 묻는다. 경찰버스로 둘러싸였던 서울광장과 미네르바 사건, 천안함 사건 등을 접하며 느낀 우리 사회의 모습을 얼굴 붉히지 않으며 간결하게 꼬집어 나간다. 풍성하게 인용하는 역사 속 인물과 사건, 해외 판례 등이 지금 한국 사회를 느끼고 이해하는 데 힘을 보탠다. 지은이는 “나쁜 세상에 대한 기록이자, 그 나쁜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에 대한 모색”이라고 책을 설명한다. 그래서 책의 부제도 ‘나쁜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을 묻는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50192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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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 소개된 책 중에 복지와 관련된 책이 시의적절해 보여 일단  '복지국가'와 '대한민국복지','복지국가 스웨덴'을 읽을 준비 중이다. 지금 한국사회를 달구고 있는 복지에 대해 여러면에서 알아두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9월에 소개된 책을 다시 한번 읽어보며 눈에 띄이는 <진보대통령 vs 보수대통령>, <도시개발, 길을 잃다>외에도 흥미를 끄느 책들이 있었다. 알랭 드 보통이 종교를 다룬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2000년대 건축 분야를 교양수준으로 활발하게 소개하고 있는 임석재 교수의 <임석재의 생태건축 - 일곱 번의 위기와 일곱 개의 자연> 의 출간소식이 반갑다. 

항상 좋게 만 여겨진 자아를 다른 시각으로 다룬 책이 있어 흥미롭다. 자아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인간사회는 퇴보했다는 주장인데, 그 주장이 궁금하다.  

자아폭발-타락
스티브 테일러 지음·우태영 옮김/다른세상·2만2000원


'우리는 흔히 선사시대 사람들이 괴롭고 힘든 삶을 살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인류학자들은 수렵채취로 먹고살던 선사시대 사람들이 1주일에 단지 12~20시간 정도만 식량을 찾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현대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이뿐만 아니라 이 당시에는 현대 사회의 병리적 현상으로 지적되는 전쟁, 가부장제, 사회불평등 등도 발견되지 않는다고 한다.

영국의 심리학자인 스티브 테일러가 쓴 <자아폭발-타락>은 왜 현대 인간이 평온했던 선사시대의 삶에서 벗어나 ‘정신이상’에 가까울 정도로 전쟁과 남성 지배, 사회적 불평등이 넘쳐나는 삶 속으로 들어왔는지 파헤치는 책이다. 지은이는 고고학과 인류학 등 다양한 학문에서 발견된 사실들을 넘나들며 인류 역사의 흐름을 다시 정리하고, “인류는 진보해온 것이 아니라, ‘자아폭발’을 계기로 퇴보해왔다”고 주장한다.

지은이가 쓰는 ‘자아폭발’이라는 말은 자아의식이 폭발적으로 크게 팽창해 과도하게 발달한 현상을 가리킨다. 인류가 퇴보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에 ‘타락’이라고도 부른다. 고대 인류에게는 ‘과도하게 발달된 자아’가 없었기 때문에 자연 환경이나 집단들 사이에 조화를 이루는 정신을 지니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삶을 영위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원전 4000년께가 되어서야 비로소 항시적인 전쟁, 대규모 사회적 억압, 남성 지배 같은 사회적 폭력이 고질화됐다고 한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98828.html  

자아폭발과 연장선상에서 읽을 만한 책이 한권 소개되었다.

 진화의 종말 
폴 R. 에얼릭 & 앤 H. 에얼릭 지음, 하윤숙 옮김 / 부키

'태초부터 진화가 일어났다. 인류는 200만년 동안 진화를 거치면서 커다란 두뇌를 갖게 됐다. 또 갈릴레오와 뉴턴, 아인슈타인을 거치면서 눈부신 과학발전을 이루며 지구를 지배했다. 책의 원제는 ‘The Dominant Animal’(지배적 동물)이다. 책은 하나의 생물 종인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지구에서 승리했는지, 막강한 지배자로 군림한 결과는 무엇인지를 따지고 든다.

인간은 어떻게 지배적 지위에 올랐나. 침팬지는 왜 이 세계를 운영하는 자로 등극하지 못했나. 저자들이 주목하는 건 ‘문화적 진화’다. 진화론을 따르는 전통의 책들이 초점을 맞춘 것은 “생물체가 후대에 물려주는 유전적 특질의 변화”인 ‘유전학적 진화’다. 저자들이 책의 주축 개념으로 내놓은 문화적 진화는 “사람들이 지니고 있지만, 유전자에 들어 있지 않은 정보”다. 인류는 문화적 유전을 통해 정보의 방대한 축적물을 전달하고 변화시켰다. 특히 말을 통해 사상을 전달하고, 글을 통해 그 사상을 지역적으로나 개념적으로 더 널리 전파할 수 있었다. 침팬지와 격차를 벌린 결정적 지점이다.

저자는 문화적 진화의 중요 추동력으로 상상력을 꼽는다. 상상력은 세계에 대해 인식한 내용을 세계에 대한 새로운 생각과 연결해주는 고리다. 상상력은 국가를 조직하는 일에서부터 자연법칙의 적용을 받지 않는 전지전능한 신의 세계를 창조하는 데까지 중심역할을 했다.

유전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가 결합하면서 인류는 지구의 지배 동물이 되었다. 하지만 그 결과의 양상은 비관을 불러일으킨다. 수만 가지 화학물질과 핵무기에서 나오는 방사성 원소들은 지구의 북극에서 남극까지를 오염시킨다. 지구 지표면 전체를 바꾸면서 숲을 없앴고, 강줄기를 바꾸며 생물 서식지를 변화시켰다. 해충을 독성 물질에 노출시키면서 내성에 강한 종을 만드는 식의 다른 종의 유전자를 무심결에 바꾼 사례도 부지기수다. 진화 산물인 인류의 지구 정복과 지배는 이처럼 지구 환경과 생태계를 위협하고, 지속가능한 체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역사는 노예제도와 유대인 대학살, 르완다 집단학살과 여성에게는 학대와 굴욕을 강요한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 

저자들은 진화론에서부터 생태학, 기후학, 인구학 등을 거쳐 미국정치, 국제 문제까지를 개괄하고 종합 진단한다. ‘생물학책’으로 시작한 책은 다양한 지적 탐험을 이어간 뒤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교과서’로 마무리한다. 인구·자원·빈곤·평등·환경 문제에 대한 신속한 대처가 대안이다. 식량체계를 합리화하고,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장거리 수송을 줄이고, 다극체제를 통한 국제협력과 지속가능한 기술의 공유 등을 제시한다. 저자들의 대안 리스트에는 불평등 구조를 심화시킨 대기업에 대한 규제도 포함한다.

저자들은 “쓸데없는 기술적 손질보다 훨씬 더 필요한 것은 문제에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가져다줄 사회 변화”라고 말한다. 유전자·문화적 진화가 변화의 관건이다. 저자들은 “우리가 지배적인 동물이 되게 해주었던 특성을 이제는 우리 자신과 생물 세계의 모든 존재에게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데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들이 강조하는 건 윤리와 책임, 의식혁명이다. “우리 모두 이 작은 행성에 함께 갇혀 있다는 인식”을 깨치는 게 그 혁명의 전제일 것이다.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9162016175&code=960205

그럼 다른 동물들은 어떠한가? 가볍지만 재미있게 읽을 만한 책으로 보인다. 

동물 상식을 뒤집는 책
존 로이드 외 지음·전대호 옮김/해나무·1
만3800원

머릿수만 놓고 보면 지구의 진정한 지배자는 개미, 딱정벌레, 메기, 박쥐들이다.

개미는 4분의 3이 열대우림에 서식하는데 1㎦에 9억5천만마리쯤 산다. 개미의 몸무게를 합하면 같은 면적에 사는 모든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의 몸무게를 합한 것보다 무겁다. 흰개미만 놓고 봐도 숫자만으로 지구 전체 생물 숫자의 10분의 1이다.
메기는 남극을 제외한 전 지구에 사는데 숫자로만 따지면 전체 어류의 8%를 차지한다. 박쥐의 숫자 역시 포유류 종 가운데 20%에 이른다.
딱정벌레는 모든 생물 가운데 가장 종류가 많아 800만종이 넘는 것으로 추측되며, 그 숫자를 세면 75경(1경은 1조의 1만배)마리쯤일 것으로만 짐작된다.

35억년 바닷속 단세포 동물에서 동등하게 출발한 생명체들 가운데 이들은 어떻게 승리자가 됐을까? 영국 <비비시> 방송의 인기 퀴즈프로그램에서 다룬 동물의 신비를 책으로 펴낸 <동물 상식을 뒤집는 책>은 이들 동물이 번성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개미는 잘 알려졌듯 인간 뺨치는 고도의 협업체제를 갖췄다. 흰개미는 한술 더 떠 곤충으로는 드물게 일부일처제의 가족제도를 유지한다. 메기는 온몸이 초절정 감각기관이다. 야외수영장에 커피 한 방울이 떨어져도 알아챈다.
박쥐는 인간처럼 언어로 대화를 할 수 있는 단 6종류의 동물 중 하나다. 먹이가 없으면 서로의 피를 돌려가며 마실 정도로 유대관계도 끈끈하다. 딱정벌레는 평생 한가지 먹이에만 집중해 자신을 특화했다. 심지어 전깃줄 껍데기만 먹고 사는 딱정벌레종이 명명돼 있을 정도다.
책은 동물들의 온갖 생존전략을 소개한다. 동물들의 생존법들이 너무나 다양하고 독특해 서술방식도 유머러스하다. 제목처럼 처음 들어볼 법한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자연계의 놀라운 적응능력과 진화방식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된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94673.html
  

지구가 위기라는 데는 대부분이 동의하는 바다. (지구가 위기라는 것을 부정하는 학자들도 적지않게 존재한다.) 차이는 그 해결방법에서 드러난다. 생태주의로 돌아가야 한다는 쪽,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쪽과 항상 그래왔듯이 과학의 발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와 더불어 임석재 교수의 새 책이 나왔다. 지금의 위기는 새로운 문명이 나와야 한다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임석재의 생태건축-일곱 번의 위기와 일곱 개의 자연
임석재 지음/인물과사상사·2만2000원

건축사학자인 임석재 이화여대 교수는 최근 써낸 책 <임석재의 생태건축>에서 “서양의 역사에서는 인간이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일곱 번의 위기와 일곱 개의 자연이 있었다”는 색다른 관점을 펼쳐냈다. 오늘날 환경 위기는 인류가 처음 맞이한 위기가 아니라 과거에도 이미 여섯 번이나 찾아왔었고, 그때마다 자연을 보는 새로운 관점이 등장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는 것이 핵심적인 주장이다. 곧 서양 문명이라고 해서 늘 자연을 지배하는 방향으로만 움직인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지은이는 “과거의 사례를 볼 때 지금의 환경 위기는 새로운 문명이 등장해야 해결할 수 있다”며, 새로운 문명을 준비하는 작업의 하나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무엇보다 문명을 뒷받침하는 정신적인 가치, 곧 사상과 예술, 종교 등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책의 제목은 ‘생태건축’이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생태사상사’에 더 가깝다. 과거에 찾아왔던 위기와 그것을 극복한 자연관을 참고할 때 오늘날 위기의 해결책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자연을 열등한 것으로 보거나 인간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수단과 목적으로 삼을 때 늘 생태 위기가 찾아왔으며, 이에 대한 해결책은 자연을 독립적이고 성스러운 것으로 보면서 인간을 그 속에 포함되는 것으로 정의할 때 얻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 서양에서 자연에 대한 철학적 사유는 고대 그리스로부터 시작됐다. 이들은 자연은 인간을 포함하는 포괄적이면서도 독립적인 존재 구조를 갖는다는 ‘통합적 자연관’을 가졌다. 땅의 여신인 가이아라는 상징적인 존재에서 나타나듯 자연 자체를 하나의 유기적인 생명체로 파악했던 것이다. 그러나 물질과 정신을 구분하고 정신적 가치에 견줘 물질을 열등하다고 파악한 플라톤의 이분법이 등장하면서 첫번째 위기가 찾아온다. 자연을 물질, 곧 자원으로 봤기에 여기에 기술이 개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 뒤로 이와 같은 패턴의 위기와 극복이 반복됐다고 한다. 물질적 수단으로서 자연을 개발했던 로마 문명과 중세 기독교 문명이 두번째 위기를 불렀다면, 자연을 ‘성스러운 예술작품’으로 바라봤던 자연철학 등이 이를 극복하려 했다. 르네상스 때 찾아온 인본주의와 종교개혁은 인간중심주의를 내세워 본격적인 자연정복을 시작하게 만든 세번째 위기였고, 자연을 감성적으로 대한 낭만주의가 이에 맞섰다. 17세기 자연을 기계로 파악하는 기계론적 자연관이 불러온 네번째 위기에 대해선 자연의 작동원리 자체를 성스러운 것으로 봤던 자연철학 등의 흐름이 등장했다.

대량생산이 가능해져 극심한 자연 파괴를 가져온 산업혁명은 다섯번째 위기를 불렀다. 진화론도 나타나 인간중심주의를 확고하게 굳혔다. 여기에 맞선 것은 기독교 사회주의 등이 내세웠던 ‘이데올로기로서의 자연’이었다. 대량생산에 맞서 ‘서로 다른 구성 요소들이 유기적인 조화를 이루는’ 자연의 모습을 강조한 것이다. 자본주의의 심화에 따라 나타난 물신숭배와 근대적 대도시의 등장은 여섯번째 위기로 볼 수 있으며, ‘농촌으로서의 자연’을 강조한 농촌예술운동 등이 이에 대한 대안을 찾으려 했다.  


20세기에 들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전방위적인 환경문제는 기술제일주의의 부작용으로 나타난 일곱번째 위기라고 한다. 여기에 대응하는 자연관은 ‘유기체로서의 자연’, 곧 자연 자체를 인간을 포함한 모든 요소들이 하나의 생명체처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존재로 보는 관점이다. 특히 지은이는 1973년 아르네 네스가 제창한 ‘심층 생태학’에 주목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인간의 이익을 고수하는 방식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으며, 인간중심주의를 버리고 자연중심주의를 채택할 때 진정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개념이다.

이 지점에서 생태건축의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은이는 “건축에서도 현대 기술을 최대한 포기해야 심층 생태학을 구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무리 ‘친환경’ 딱지를 붙이더라도 인간중심주의를 담고 있는 기술에는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일상생활을 자연의 순환에 순응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자연중심주의’만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생태건축이라고 강조한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95750.html
  

위의 책들과 연결성은 좀 떨어지지만 식물이라는 코드로 역사를 되짚은 책이 나왔는데 흥미로울 것 같다. 음식과 관련된 역사서 정보들을 수집하는 중이어서 유용한 정보이기도 하다. (목록만 계속 만들고 있는데 언제나 읽을라나.) 

식물, 역사를 뒤집다
빌 로스 지음ㆍ서종기 옮김/예경ㆍ1만8000원

'마야, 잉카, 아즈텍…. 중남미 지역에는 왜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많은 거대 건축 문명이 발달했을까? 유교라는 독특한 지배 이념이 중국과 한국에서 융성한 까닭은 뭘까? 미국 사람들이 바로 옆나라 캐나다보다 차를 4분의 1 정도밖에 마시지 않고 주로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세계 각 지역은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를 이어왔다. 이런 차이를 만들어낸 근본적인 요인이 무엇인지는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나 뜻밖에도 ‘식물’이란 요소로 분석하면 쉽게 풀이될 수 있다.

중남미 지역의 주식은 옥수수다. 옥수수는 다른 작물보다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훨씬 더 많다. 쌀이나 밀보다 식량 확보가 쉬워 노동력에 여유가 생긴다. 곡식 재배에 들이는 시간이 다른 문명권보다 적어 거대 국가사업에 많은 인원을 동원할 수 있었고 그래서 거대 건축 문화가 가능했던 것이다.

한국과 중국의 주식인 벼는 물로 채운 논에서 1년 내내 정성껏 키워야만 한다. 연중 안정적으로 물을 확보해 논에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조직적인 협업이 필수적이다. 그러다 보니 수많은 인원을 조직해 체계적으로 동원하는 강력한 지도력, 그리고 그 지도력에 복속하게 하기 위해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이념이 필요했다. 그런 점에서 유교는 벼농사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사람들이 차보다 커피를 즐겨 마시는 이유는 미국 역사만 들여다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영국은 식민지 아메리카에 차를 팔면서 막대한 세금을 매겼고, 아메리카 이주민들은 이에 반발해 보스턴 앞바다에 차를 내다버리며 독립 전쟁에 나서게 됐다. 영국의 억압을 상징하는 차는 당연히 미국에서 인기가 좋을 리 없었다.

인간이 이룬 모든 문명과 역사의 바탕에 식물이 있다. 인간은 식물을 주식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음식은 물론 집도, 연료도 모두 식물한테서 얻으며 살아왔다. 인간의 역사는 이런 점에서 결국 식물과 공존해온 관계의 역사이기도 하다.  

영국의 사회사학자이자 원예 저술가인 빌 로스의 책 <식물, 역사를 뒤집다>는 인간 문명을 이끌어온 주요 식물에 대한 소개서다. 동서양 대표 식량 작물인 벼와 밀, 옥수수, 감자 같은 가장 중요한 식물부터 커피와 차, 후추 같은 기호품임에도 역사를 바꾼 식물들, 그리고 중요한 과일과 기능성 식물까지 50가지를 골랐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9577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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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 조종자들 / 엘리 프레이저 지음, 이현숙.이정태 옮김 / 알키 / 2011년 8월

'인터넷 서점에 책을 사러 들어갔을 때, 원래 사려던 책 아래에 붙어 있는 다른 책 광고에 흥미를 느껴 한두권을 더 주문한 기억이 있는가?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을 열었을 때 왜 어느 친구의 글은 ‘인기글’의 위편에 자주 올라오지만, 다른 친구가 업데이트 한 글은 한참을 내려가야 읽을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내 성향을 파악해 두고 있다 구미에 맞는 정보를 끌어다 주기 때문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디지털 세상의 거인들은 언제부터인지 이용자의 취향, 관심사, 성격 같은 개인정보를 필사적으로 추적하고 분석해 맞춤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필터링 서비스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우리를 편하게 해 준다. 인류가 동굴 벽화를 그리기 시작한 이래 2003년까지 기록한 내용을 모두 모으면 약 50억 기가바이트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이만한 정보가 단 이틀 만에 만들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한곳에 오래 집중할 수 없는 ‘주의력의 붕괴’는 불가피하고, 필터링 서비스가 손을 내밀면 반가운 것이다.

하지만 엘리 프레이저가 쓴 <생각 조종자들>은 온라인상의 정보 필터링이 광범위하게 확산(이른바 ‘필터 버블’)되면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가 개인의 구석구석을 관찰하고, 특정하게 틀지워진 정보만 제공함으로써 우리 생각의 범위를 제한하기 시작했다고 경고한다. 이런 경향은 사생활 침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민주주의’와 같이 인터넷에 걸었던 해방의 가능성을 전복할 정도로 심각한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개별화된 필터링은 내가 어제 식당에서 오리고기를 먹었다면 이 정보를 바탕으로 훈제오리, 오리주물럭, 오리로스 등 오리 일색의 메뉴판을 갖다주는 웨이터와 같다. 제공되는 정보는 같이 식사한 옆 동료와 완전히 다르기에 사람들은 갈수록 개별화되고 고립된다. 많은 사람들이 오리와 사이다를 같이 먹었다고 해서 사이다를 집중적으로 추천하기까지 한다. 익숙한 것들만 늘 접하니 창의성이 나올 리가 없다. 진보 성향인 이용자는 진보 콘텐츠를, 보수는 보수 콘텐츠를 편식하게 돼 있어 타인의 정치적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외골수가 된다. 이런 알고리즘 아래서는 말초적 흥미를 끄는 콘텐츠만 살아남고 지루하지만 중요한 일들은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관심사가 아닌 것에도 눈길을 주는 게 참여민주주의의 기본이지만 현실은 그와 반대로 가고 있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발달이 초래하는 디스토피아를 우려한 점에서 니콜라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나 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거의 <잊혀질 권리>, 다니엘 솔로브의 <인터넷세상과 평판의 미래>, 존 팰프리와 우르스 가서의 <그들이 위험하다> 등과 맥을 같이하는 책이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94683.html 

           
 

'구글드'라는 책에서 구글이 사용자의 정보를 알고리즘화 한 다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를 읽은 적이 있다. 바로 위의 책에서 지적한 바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Gmail을 사용할 때 사용자가 자주 사용하는 정보에 대해 광고를 제공하는 것이다. 여행에 대해 메일을 주고 받았다면 여행과 관련된 광고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구글이 다른 검색엔진과 다른 방식으로 광고를 하는 것이었는데 단순한 페이지뷰로 성과를 측정하던 기존 검색엔진과 차별화 되는 점이었다.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반대로 말하며 나의 사생활이 그대로 정보화 되고 있다는 점인데, '생각조종자들'은 이런 우려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선택의 폭 마저 자유롭지 못한 디지털 사회의 단점을 잘 지적하고 있다. 

반면 아래에 소개된 '많아지면 달라진다'는 디지털세상의 긍정적인 면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이익 중심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터넷은 많은 부분에서 이익과 상관없이 행해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인간사회를 유지시키는 선(善)이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장점을 소개한 책으로 보인다.  

많아지면 달라진다
클레이 셔키 지음, 이충호 옮김/갤리온·1만5000원

'오후 4시까지 운영하는 탁아소가 있다. 부모들은 그 시간까지 아이를 데려가야 한다. 관찰해보니 1주일에 평균 7~8명의 부모가 그 시간을 넘겼다. 탁아소는 10분 이상 늦으면 벌금을 매기기로 했다.

벌금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늦는 경우가 첫 주 11건, 두번째 주 14건, 세번째 주 17건으로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벌금 제도 도입 전, 탁아소와 학부모 사이엔 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행동규범’이 있었다. 누군가 늦으면 직원에게 피해가 돌아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벌금이 도입되면서 규범은 사라지고 부모는 직원의 시간을 값싸게 살 수 있는 상품으로 여기게 된다. 대가를 치렀으니 직원에겐 더이상 미안한 감정을 가질 필요가 없다.

돈으로 안 되는 게 없는 세상이지만, 정작 돈이 개입되는 순간 많은 것이 망가지기도 한다. 또 모든 게 돈으로 돌아갈 것 같지만, 오히려 돈이 없어야 돌아가는 일도 많다. 클레이 셔키(뉴욕대 교수)는 <많아지면 달라진다>에서 “돈으로 땅을 살 수는 있어도 마음을 사지는 못한다. 1년치 마음을 살 수는 있어도 10년치 마음을 살 수는 없다”고 요약한다. 그는 “시장 거래라는 것이 인간 행동의 전체 목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은 버려도 좋다”고 말한다.

..... 

인간행동 연구 이론에서 가장 보편적인 동기 부여 요인은 돈이었다. 그러나 그 결론은 “돈도 안 되는 일에 사람들은 왜 그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을까?”라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한다. 셔키 교수는 그 동인을 자율성과 유능성에서 찾는다. 관심 있는 일을 스스로 할 때 힘이 생기고, 그 일을 잘한다고 느낄 때 힘은 더 커진다. 사람들이 비디오게임에 빠지는 좀 더 깊은 이유는 현란한 그래픽이나 폭력, 재미있는 스토리가 아니라 게임에 숙달되면서 얻게 되는 통제력과 유능성의 느낌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이를 설명한다.

위키피디아는 1900만개의 ‘지식 꼭지’가 270개의 언어로 제공되는 세계 최대 지식 공유 사이트이다. 2001년 문을 연 이후 그만한 정보를 쌓는 데 들어간 시간은 얼마나 될까? 셔키 교수가 아이비엠연구소와 함께 계산을 해보니 대략 1억시간이었다. “전세계 사람이 공유하는 특정분야의 지식이 내가 직접 두드리는 자판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만으로 우린 기꺼이 우리 ‘귀한 시간’을 그 공간에 바친다.”

지은이는 그 ‘귀한 시간’이란 대목에서 다시 묻는다. “정말 그렇게 귀한 시간이었나요?” 미국인이 1년 동안 텔레비전을 보는 데 쓰는 시간은 2천억시간이다. 1년 안에 똑같은 위키피디아를 2천개나 구축할 수 있는 시간이다. 노동시간 감소와 기술 발전으로 전세계 교육받은 사람들에겐 연간 1조시간이 넘는 여가 시간이 주어졌다. 그 시간들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로 촘촘히 연결돼 ‘거대 지능망’을 구성한 막강한 시간이다. 이는 이 책의 원제이기도 한 ‘인지 잉여’(Cognitive Surplus)라고 지은이가 부르는 사회적 자원이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9882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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