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동학사.
동학사에 가려면 3km는 족히 걸어야 한다.
저~~ 아래에 차를 주차해놓고, 저~~~ 위까지 올라야 동학사에 닿을 수 있다.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이란 바로 저런 것이 아닐까.
와글와글, 반짝반짝 소란스럽게 모여있는 저 빛. 벌써 두 달전이다.
술 익는 저녁이란 바로 저런 하늘 아래에 펼쳐지는 풍경일지도 모르겠다.
대전으로 이사 와 좋은 점은 집과 하늘이 아주 가깝다는 것,
산골마을처럼 밤은 한밤중이요, 아침은 간혹 신령한 안개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
사진을 자세히 보면 어느 집 굴뚝에서 피어난 연기꽃이 보일 터.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서울을 떠난다고만 얘기한 후, 그 다음 이야기를 잇지 못했다. 아니 잇지 않았다.
서울과 대전을 넘나들고 있었고, 어느 곳에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내 집, 내 공간, 내 책상이 간절히 그립다.
얼른 1월이여 오라!
얼추 입주할 아파트가 마무리 공사 중이다.
어제는 식수를 심고 있는 걸 보았는데 또 한번 뭉클했다.
운전면허증은 무리없이 취득했고, 주말마다 남편을 교관으로 모시고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봄엔 마곡사에 가라고 했던 그녀를 떠올리며 10월에 찾은 사찰.
추갑사, 춘마곡을 그녀 덕분에 알게 되었다. 그녀는 눈치를 챘으려나? ^^
그대의 발길을 돌리는 곳, 이라는 접근금지 울타리가 므흣한 곳, 마곡사.
멀리 우리 아파트가 보이고, 아파트와 인접해있는 관평천.
한 시간 삼십분 가량 산책과 운동. 서울에서 이사 온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관평천 끝에는 청둥오리 대가족, 두루미 싱글족, 백로 핵가족, 불청객 솔개등등이 산다.
하늘과 맞닿아 있는 그곳에 서서 마골피의 비행소녀, 박혜경의 rain을 부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바로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