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므레모사‘와 ‘지구 끝의 온실‘을 거쳐 ‘파견자들‘까지. 계속해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계신 작가님. 경이롭다는 말 이외에 무엇이 필요할까?우주에서 왔다는 범람체라는 존재는 인간에게 침투해 광증을 발현시킨다. 어릴 적 범람체가 침투했지만 광증을 일으키지 않고 살아남은 태린은 범람체로 오염된 지상을 조사하는 파견자가 되지만 도리어 지상에서 범람화되고도 자아를 완전히 잃어버리지 않은 사람들을 발견하게 된다.결국 이 이야기도 므레모사의 귀환자처럼 또다른 삶의 형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이야기이다. 므레모사에서는 귀환자를 숨겨서 살게 했지만 파견자에서는 전이자(범람화된 인간)와 인간 사이에 느슨하게나마 공존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더 발전된 세계를 작가님이 창조해 내신 것 같다.범람체는 균류, 곰팡이류, 버섯류 등에서 만들었다고 했는데 글을 읽는 동안 나는 계속 인간 뇌의 신경망을 생각하고 있었다. 연결을 통해 감각적으로 세상을 인식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것 같다. 물론 인간은 주로 시각을, 범람체는 촉각을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지만.태린이 겪었을 수많은 갈등과 혼란, 고난. 그 와중에도 느꼈을 사랑과 경이로음 등 여러 감정이 잘 느껴져서 좋았다. 이제프가 살았더라면 결국 태린을 이해하게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끝내 범람화된 인간을 인간으로 인정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작품의 결말을 수긍할 수 있었다.계속 김초엽 작가님의 작품들을 기다리고 싶다.
아직 희망을 버리기엔 이르다. 나는 서두르지도 앞지르지도 않을 것이다. 매년 새해가 되면 1월 23일의 음력 날짜를 꼬박꼬박 확인할 것이다 . 운이 좋으면 죽기 전에 한번 더 진정한 왈츠의 날을 맞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날 나는 숲속 식당의 마당에 홀로 서 있지 않을 것이다. 다리가 불편한 숙녀에게 춤을 권하듯 누군가 내게 손을 내밀 테고 우리는 마주서서, 인사하고, 빙글, 돌아갈 것이다. 공중에서 거미들이 내려와 왈츠의 리듬에 맞춰 은빛 거미줄을 주렴처럼 드리울 것이다. 어둠이 내리고 잿빛 삼베 거미줄이 내 위에 수의처럼 덮여도 나는 더는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기억의 왈츠 - P241
1980년대에 여성을 임신의 도구로만 보는 나라의 이야기를 만든 작가가 놀랍다. 읽으면서 끔찍하다는 단어를 몇 번이나 생각했는지... 나도 그렇고 내 딸이 이런 사회에서 살게 된다면 소름 끼친다.저출산때문에 난리인 요즘 이책을 읽으니 작품 속의 이야기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마지막으로 주인공이 무사히 탈출했다고 믿고 싶다.
미시마야 변조괴담 여덟 번째 이야기.드디어 미미 여사께서 좀비물을 쓰셨구나. ‘좀비‘라는 용어가 나오지는 않지만.좀비는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한 나름의 해답인 ‘부귀‘에 대한 내용이 흥미로웠고, 그 시대 영지의 정치와 괴물을 연결시킨 부분도 인상깊었다.이런 흥미로운 이야기를 계속 만날 수 있도록작가님 건강하세요~
"사랑은 파도 같은 거야. 순식간에 사람을 집어삼키거든. 그 파도가 덮쳐 오는 순간 눈을 꼭 감고 물에 잠겨 허우적대지만, 그 물결은 곧 빠져 버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여자들은 그 파도의 잔물결에 잠겨 있는 것은 자신뿐이라는 걸 깨닫지. 정신 차리고 보니 자신을 집어삼킨 파도는 이미 다른 곳으로 가서, 그런 적도 없었던 적 시치미를 떼고 다른 이를 집어삼키고 있는 꼴을 보여 줘. 그게 남자들이야.""웃기지. 이쪽은 이미 소금물에 젖어서 옷도 머리카락도 모두 버렸는데.""여자의 인생이라는 건, 적어도 이곳에서는…… 파도에 쓸려 가는 모래보다 못한 거야. 네 아내로 살아 봐야 마지막에 내게 남는 이름은 네 ‘성’뿐이겠지.""그거 알아? 파도는 밀려 갔다가 다시 또 돌아와. 영원히 친다고.""하지만 모든 파도는 다 다른 모양인걸.""난 네가 제일 못돼서 사랑하고, 제일 예뻐서 사랑해. 가끔은 짠해서 사랑하기도 하고, 웃겨서 사랑하기도 하지. 그 사랑도 다 달라. 파도의 모양 따위가 뭐 어때서 그래."그 동화의 끝은 막장 드라마 4권 - P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