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달력을 펼쳐놓고 오늘의 날짜와 같은 날을 확인한 후 요일은 대충 어제 기준으로 (커피프린스를 보았다, 는 기준) 짐작한다. 이사한다는 말을 모두에게 하지 못했다. 이십년지기 친구들에게 아직 그 말을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 지 모르겠다. 대전에 도착하여 짠~ 하며 서프라이즈 전화를 할까. 디데이를 남겨놓고 그동안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풀어놓다 마지막에 사실은 나... 라는 서두와 함께 시작할까. 싸이 홈피가 있는 친구들에게는 방명록에 '나 이사 가' 달랑 네 글자만 남겨 놓고 나올까. (그럼 내게 바로 전화 할까, 안할까. 안하면 집들이 명단에서 제외 시켜버릴까. 말까.) 뭐 이런 상상들을 하면서 이사 준비를 하고 있다.
경주에서 뜨거운 휴가를 보내던 중 한 시간 거리의 통도사에 가기로 했다.
우리나라 삼보 사찰 중 하나로,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어 대웅전에는 불상이 없다는 그곳, 통도사. 내가 하고 싶은대로, 내 마음대로, 꿍짝이 잘 맞는 여행 파트너로서 남편은 더없이 좋은 벗이었다.
저 맑고 푸른 하늘길. 자기야, 달려~~~!
대웅전에 들어가 잠시 앉아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너무 더워 사진 촬영을 거부했으나 남편이 기념 운운하는 바람에 억지로 뙤약볕에 나섰다.
저 찌그러진 표정이란...
숙소에서 경주 월드가 보이고 보문호를 떠다니는 오리배도 보인다. 저 오리배는 아침에 살짝 나타나는데 (더위 때문에 승객이 없는듯) 줄행랑 치듯 빠른 속도로 돌아보고 슝~ 지나간다.
저 귀여운 오리배를 타고 싶었으나 더워서 통과.
연애 시절, 남편과 하도 할 일이 없어서 한탄강 까지 거슬러 올라가 오리배를 탄 적 있다.
남편 혼자 열심히 오리배를 움직였었지 아마...ㅎㅎ 저 배는 단체로 탑승하는 거라서 혼자 노동할 필요는 없을 듯.
앞선 두 번의 경주 여행에선 거의 굶다시피 했었다. 이번 여행의 또 다른 기쁨은 경주 맛집 기행. 너무 맛있어서 그랬나. 음식 사진들은 거의 다 초점이 맞지 않았고 저 사진 한 장 건졌다. 저긴 그야말로 꼬불꼬불 산 길을 따라 찾아간 '화산한우단지' 내 화산한우숯불갈비센터? 다. 고기를 주문하면 바로 떠서 갖고 오기 때문에 그 싱싱함이란, 그 야들야들함이란, 어디 비할 데가 없다. 가격도 서울에 비하면 착하다. 공기밥에 딸려나온 된장찌개와 시래기국은 그야말로 시골 된장 맛. 아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