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 휴가 자취를 마무리 해야 한다. 조금씩 이사갈 집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오늘 아침엔 어마어마한 재활용쓰레기를 버렸다. 실은 지난주에 늦잠을 자는 바람에 걸른 탓에 두 배로 불어났다. 게다가 지난주엔 동네 친구들과 함께 급조된 술판을 벌렸다. 충동적인 전화에 기꺼이 와 준 벗들이 있는 동네. 그들을 두고 가는 것처럼 마음이 허하다.


통도사에서 경주 오릉으로 향했다. 무덥다 못해 거리를 활보하기엔 뜨거운 날씨라 릉에는 거의 사람이 없었다. 강석경의 경주 산책에서 오릉에 관한 대목을 옮겨 놓는다.
솔숲에 에워싸인 금빛 능이 나무 사이로 보인다. 신라 시조왕 박혁거세와 부인 알영, 2대 남해, 3대 유리, 5대 파사 등 박씨 왕이 묻혀 있다고 전해지는 오릉이다. 크기와 간격이 제각기 다른 다섯 기의 능들이 무정형으로 이지러져 보다 자연스럽다. 철책을 따라 걸으면 능선들이 위치에 따라 변화하는데 선도산과 능선들이 겹쳐지는 서향의 풍경이 압권이다.
철책을 따라 걷다가 만난 지킴이 노송들. 지그재그 걸음으로 나무 사이로 빠져 나왔다.

배롱나무와 푸른 하늘. 참 맘에 드는 사진 ^^


안압지. 안압지 옆 연꽃 늪지.
첨성대와 천마총, 경주국립박물관은 다음에 오기로 하고 휙 지나쳤다.
까치밥처럼 남겨둔 것이라 생각하니 왠지 위안이 된다.


감은사지 3층 석탑 표지판을 발견했던 것처럼 진평대왕릉 표지판을 발견한 남편은 쾌재를 불렀다. 남편이 진평대왕을 신라 전성기의 진흥왕으로 오인한 탓이다. 진평대왕은 생김새가 독특하고 거구였다고 전한다. 그가 밟은 돌이 부서지기도 했다고. 진평대왕은 진흥왕의 큰아들의 맏아들이다. 진평대왕에겐 아들이 없었는데 그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여왕이 바로 선덕여왕. 선덕여왕의 아버지가 진평대왕이다. 왕릉은 그저 홀로 누워있을 뿐 흔한 철책도 없다. 경주 전체가 문화유산이다보니 어떤 유적은 방치해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외지인의 시선이란 늘 오버하기 마련이다.

경주 맛집 중 하나인 육부촌. 보문단지 안에 있는 한정식 집인데 화산한우숯불센터만큼 마음에 들었던 집이다. 실내에는 만화가 이현세 작품이 커다란 액자에 걸려 있다. 사진이 초점이 맞지 않아 올리지 못한다.
우리 집에 들어올 사람들이 이미 전입 신고를 해놓았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되었다. 어쩐지 내 등을 떠미는 것 같아 조금 서운하기도 했는데 어서어서 디데이가 왔으면 좋겠다. 친구들과의 작별주간이라 마음도 몸도 지친다. 챙겨주는 이가 있어, 손 흔들어 주는 이가 있어, 다시 만날 친구들이 있어 행복한 나날이기도 하다. 행복을 몰아 새롭게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