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서관에 가야겠다. 오랜만에. 점심은 도서관 매점의 쫄깃한 라면으로 때워야지. 루이보스 티를 우려서 보온병에 담고 새로 산 두툼한 레깅스에 털 안 빠지는 아크릴 니트를 입고 구두굽 소리가 적게 나는 부츠를 신어야지. 이게 얼마만의 도서관 여행인가!

아뿔싸. 오늘은 월요일이다. 도서관 휴관일.
문제는,,, 지난주 월요일에도 이와 같은 생각을 했다는거다.
월요일만 되면 도서관에 가고 싶다. 닫힌 도서관의 문을 거침없이 열고 밀린 문학잡지들과 오늘의 신문을 보면서 야금야금 활자들을 잡아먹고 싶었다. 그러고 싶었는데. 쩝.

 

2. 이십년지기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초중고 동창생. 초등학교때는, 아니 국민학교때는 얼굴만 알던 동네 친구였다. 중학교에 입학해서도 걔가 걔라는 사실만 알았을뿐 같은 반이 되기 전까지는 알면서도 모른척 지내던 친구였다. 같은 반, 앞 뒷자리에 앉자마자 그간의 모른체를 만회라도 하는 듯 우리는 급속도로 친해졌다. 친구는 늘 공부 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했고 나는 친구를 따라 독서실을 따라가곤 했다. 친구는 모 투자신탁 차장. 나는 나. 우리는 서로 다른 자리에서 서로의 자리를 부러워하고 이 몸으로 죽을때까지 살아야 하니 건강하게 돌보자는 다짐으로 한 시간의 긴 통화를 마쳤다. 친구도, 나도 늙어가고 있다.

 

3. 영화 & 영화



사랑후에 남겨진 것들 & 어웨이 프럼 허. 두 영화는 쓸쓸하게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고집스러운 남편과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아내가 다른 도시에 사는 삼남매 집에 방문하는 것에서 영화는 시작한다. 이미 자기 가정이 있고 자기 방식의 생활 패턴을 갖고 있는 자식들은 부모를 짐으로 생각한다. 세계 어느 곳이나 자식들은 살아있는 부모에게 냉담한가. 문득 손가락을 깨물고 싶어졌다. 아내는 일본의 그림자 춤 부토 무용수였으나 남편의 반대로 꿈을 접었다. 그러나 그녀는 늘 그 춤을 꿈꾸었고 사랑하는 막내 아들이 근무하고 있는 일본에 갈 날만을 기다린다. 그녀는 문득 세상을 떠나게 되고 혼자 남은 남편은 일본으로 떠난다. 아내가 그토록 와보고 싶었던 일본에서 부토 춤을 추는 18세 일본 소녀를 만난다. 부토 춤을 추는 덩치 큰 늙은 사내의 행보는 지금 부터다.

어웨이 프럼 허, 의 감동은 올해 내가 본 영화 중 단연코 첫번째다. 영화를 본 날이 여름, 어스름한 주말 오후였던 것을 기억한다. 치매에 걸린 아내, 아내는 치매라는 세상에서 다른 환자를 돌보고 사랑에 빠진 듯 보인다. 그걸 지켜봐야 하는 남편의 마음은 사랑을 잃은 자의 표정과 같다. 그러니까 치매는 우리와 조금 다른, 어떤 세상이다. 요양원에 모셔야 하고, 자식들을 구렁텅이에 빠뜨린다는 치매와는 다른, 다른 모습으로 살게 될 세상이다. 사랑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세상이 치매다.

 



지난 여름, 언니 가족과 춘장대 해수욕장에 다녀왔다. 몹시 더운 날이었고 갑작스레 폭우가 친 날이었다.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는 정전이 되어 카드 단말기가 작동이 되지 않았다. 그날밤, 심심한 가족들에게 중앙역, 을 보게 하였다. 14살, 18살이 끼어있어서 영화를 고르는게 쉽지 않았다. 이미 여러번 본 영화였으므로 나는 소파에 누워 눈을 떴다 감았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영화 끄트머리에 눈을 떴을 때 언니 가족은 지쳐보였다. 그래도 끝까지 이 영화가 자신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고집과 아집에 지쳐 보이는 도라는 조슈에라는 소년을 만나고 소년의 불행에 본의아니게 뛰어들게 되고, 소년의 행복을 찾아주기 위해, 소년의 아버지를 찾기 위해 함께 모험한다. 결말은 짐작 가능하다. 소년과 나이든 여자의 만남은 가족 만들기의 전형이다.

이스라엘 영화 누들, 은 독일 영화보다 좀 더 거칠다. 히브리어의 투박함이 독일어를 외려 부드러운 언어로 보여주는데 인물들 사이의 대화나 표정, 제스처들이 쎄다. 이 영화는 모두 날이 선 상태의 사람들에게 집착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하여 어쩌다 떠맡게 된 중국인 꼬마의 집찾기, 엄마 찾기가 시작된다. 중앙역의 도라처럼 누들의 미리도 고집과 아집, 상처로 범벅된 인물이다. 화해라는 목표지점에 이르기까지 중국인 꼬마의 역할을 기대하게 된다. 엄마를 찾을 것 같은 실낱같은 희망을 보게 되었을 때 중국인 꼬마 누들은 미리와 미리의 가족들에게 젓가락 사용법을 호기롭게 가르친다. 엄마라는 배경은 그렇게 힘이 세다. 가족이란 배경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포뇨와 렛미인의 유사점은 없는듯 보이지만, 3초만 더 생각하면 금세 알 수 있다. 아기 물고기와 뱀파이어. 그들과 사랑에 빠진 소년들. 물고기는 변신하여 소년의 세계로 들어간다. 뱀파이어는 소년과 함께 열차를 타고 칙칙폭폭 미래로 나아간다. 어쨌든 해피엔딩. 포뇨는 목소리가 너무 귀엽다. 포뇨가 몸 담았던 초록색 양동이도 너무 귀엽다. 물에 빠진 세상은 생각보다 살 만하다. 모험과 호기심이 산소라도 되는건지 마냥 신나는 아이들. 그런데 언제부터 일본 아이들도 엄마를 엄마라 부르지 않고 엄마의 이름을 부르게 된 것일까. 소스케가 엄마를 찾으며 엄마의 이름, 리사를 부르던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만약 뱀파이어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면 뱀파이어에게 나를 아주 세차게 차버리던지 아니면 나를 얼른 뱀파이어로 만들어 같은 종족의 선상에 서게 하던지 하라고 채근할 것이다. 그런데 그건 사랑이 아니라 나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징징거림일지도 모른다. 감동한 부분은 그 노인이다. 뱀파이어에게 마지막 피까지 헌사하고 바닥으로 떨어진 그 노인. 마지막 내 남은 핏방울로 너를 살게 한 사랑이란, 두렵다. 각자 자기의 자리에서 상대의 악조건 혹은 불편한 조건을 생각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는 것, 그게 사랑인지도 모른다. 사랑, 참 어렵다. 순수한 사랑은 더더욱 어렵다. 그런 나이가 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애초에 나는 그런 사랑에 빠질까봐 두려워했다는 걸, 한 해가 저무는 시점에서 수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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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12-22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패션스똬일을 머리속으로 생각만 하셨나요? 아니면 다 실체화 시킨다음에 아치 월요일! 하셨나요?
2. 전...도서관에 가서 책을 본적이 전무합니다. 열람실에서 공부만했던 기억이..(피 튀기는 자리싸움은 두말하면 잔소리고요.)
3. "바시르와 왈츠를"도 시간이 되시면 한 번 봐주세요~~

플레져 2008-12-22 19:37   좋아요 0 | URL
1. 머릿속에서 완성! ㅎㅎ
2. 책 빌리는 재미도 좋구요, 구입한 신간 목록 훑는 재미도 있구요, 미처 못 본 책들 구경하는 재미도 좋아요 ^^
3. 아. 그럴게요! 정보 감사!

비로그인 2008-12-23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ET ME IN과 AWAY FROM HER, 제가 올해 건진 BEST입니다.(쓰고나니 영어 남발이로군요!) 아직 너무나도 생생히 기억이 나요. 활짝 웃던 젊은 여자와 늙어 기억하지 못하는 아내를 바라보는 남자의 얼굴, 어디서 난 돈이냐고 묻는, 거들먹거리는 무시하는 표정과 그 앞에서 무안해하던 초자연적인 여자아이의 얼굴.

플레져 2008-12-23 19:10   좋아요 0 | URL
막차에 올라타듯 렛미인 마지막회 상영을 보고 왔더랬어요. 햇살이 내리쬐던 영화의 마지막 장면과 비슷한 날씨였죠. 무서운 장면은 좀 손가락을 가리고 보기는 했지만 안보면 참 억울했겠다 싶은 영화. 그런 영화를 만나는 재미가 관객의 재미겠지요 ^^ 초자연적, 이란 표현 딱입니다. 역시 주드님.

다락방 2008-12-23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웨이 프롬 허는 저는 별로였는데 Jude님과 플레져님에겐 베스트로군요. 그나저나 저 누들은 저는 다른 시각에서 좋았어요. 마지막에 아이의 엄마를 찾아주고 돌아가야 하는데, 돌아가고 나면 이 모든 상황이 종료되고 다른 생활이 행복하게 시작되느냐, 하면 그게 아니잖아요. 돌아가도 어김없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남아있죠. 바로, 형부요. 이제 형부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남자로서 드러낸 그 속내를.

같이 보던 동행은 울었어요, 누들을 보고.

이 근사한 페이퍼안에 누들이 있어서 반가운데요!
:)

플레져 2008-12-23 19:13   좋아요 0 | URL
미중년에 가까운 남자 배우의 외모가 몹시 맘에 들었던 탓도 있습니다 ㅎㅎ 나이든 남자의 얼굴이 다 그러했으면 좋겠단 생각도 했지요 ^^ 저두 누들 보고 울었어요. 눈물이 나올 줄 몰랐는데 뒤통수치듯 멍...해지더니 가슴에서 먼저 눈물이 흐르더라구요. 형부는 아무리 그래도 언니에게도 올인할거 같아요. 언니 캐릭터는 이기적이기 때문에, 연연할줄 알기 때문에 형부를 놓아주지 않을거 같아요. 우유부단한 형부는 기다렸다는듯 다시 언니에게로 고고씽... 하지 않을까 ^^

2009-01-16 0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1 0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휴일의 평화


오늘은 휴일입니다
오전에는 평화로웠습니다
조카들은 '톰과 제리'를 보았습니다
남동생 내외는 조용히 웃었습니다
여동생은 연한 커피를 마셨습니다
어머니는 아주 조금만 늙으셨습니다

오늘은 휴일입니다
오후 또한 평화롭습니다
둘째 조카가 큰 아빠는 언제 결혼할거야
묻는 걸 보니 이제 이혼을 아나봅니다
첫째 조카가 아버지 영정 앞에
말없이 서 있는 걸 보니 이제 죽음을 아나봅니다

오늘은 휴일입니다
저녁 내내 평화롭기를 바랍니다
부재중 전화가 두 건입니다
아름다운 그대를 떠올려봅니다

사랑하는 그대를 떠올려봅니다
문득 창밖의 풍경이 궁금합니다
허공이라면 뛰어내리고 싶고
구름이라면 뛰어오르고 싶습니다

오늘은 휴일입니다
이토록 평화로운 날은
도무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詩 심보선 <슬픔이 없는 십오 초>

 

 

 

 

 

 

남편은 당분간 주말에도 집에 오지 못한다. 재활치료를 하고 있는데 재활치료 경험이 있는 시동생이 훌륭한 파트너가 되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거르면 굳어버릴 거라는 주술에 걸린 것처럼 남편은 굳은 팔을 (세상에 팔이 굳어있다니!) 움직이기 위해 홍화씨를 삼키고 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휴일은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 아빠가 되어 움직이는 날이었다. 몰랐던 건 아니고 안중에 없던 일이었다는 말이 더 맞는 말이겠다. 빵을 사러 가는 길에 만난 아빠들은 아내와 함께도 아니었고 아이들과 함께였다. 엄마들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세상의 엄마들은 일요일에 어디에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지만 단 한명의 엄마를 발견하였으므로 답을 구하는 일은 금세 그만두었다. 제과점에서 오직 단 한 명의 엄마를 발견하였는데 그 엄마는 빵에도 아이들에게도 남편에게도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휴일을 맞은 엄마들은 어떤 감정에도 휩쓸리지 않고 처연한 표정이어도 되는 날일까. 그 엄마의 남편인 아빠는 산만하게 뛰어다니는 아이를 제지하고 아내에게 어떤 빵이 좋겠느냐고 여러번 물었다. 그 엄마는 입만 비죽 내밀고 확답을 주지 않았다. 그 아빠는 애가 타서 죽을 것만 같은 새까만 얼굴로 아이 엉덩이를 때리며 겁을 주고 유통기한이 정해진 땅콩 크림빵을 집어들었다. 우와. 정말 맛좋은 시나몬 페스츄리나 커피번에는 관심도 없다니! 찹쌀 크림 도넛의 쫄깃함을 지나치시다니! 슬그머니 힌트라도 주고싶었지만 그런 관심이 호의로 받아들일리 없을 터. 가끔은 푼수를 떨어도 세상은 덜 각박할텐데... 세상 모든 아빠들의 휴일은 한 남자의 휴일이 아니라 모두의 균형을 유지하는 날로 기록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걸 평화라고 불러야 한다면, 기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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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1 0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01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02 01: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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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3 15: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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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12-01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일인 어제 형부는 조카를 데리고 잠시 우리집에 방문해서 컴퓨터를 손봐주고 가셨지요. 언니는 집에 있었어요^^

플레져 2008-12-01 17:05   좋아요 0 | URL
세상의 엄마들은 휴일을 휴일처럼 쓰고 계시는거지요? ^^

다락방 2008-12-01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도 플레져님 덕에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을 산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 올려주신 시도 너무 좋아요. 이 시집이 좋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종종 보곤 했는데, 이참에 저도 한권 사서 휴일의 평화를 느껴봐야 겠어요.

플레져 2008-12-02 15:15   좋아요 0 | URL
이 시집은 한 편씩 곱씹어 읽는 맛이 있어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좋아하실거에요... 매일, 휴일의 평화를 느낄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을텐데 말이죠 ^^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은 참 풋풋하지요? 오래 묵혀두었는데 다시 꺼내봐야겠어요.

2008-12-16 18: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호사는 호사고, 할일은 할일이고, 싫은일은 싫은일이다. 나는 이제야 진정한 타짜가 된 기분이다. 할 말 하고 살자에 충실한 삶은 아니었다. 할 말은 되도록 묻고 좋은 말만 하고 살아, 도 내 모토는 아니다. 그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던 습관이 내 것이었다. 언젠가 이런 말을 쓴 적 있다. 못 견디겠으면 연극배우입네 하고 견뎌보라고. 그런데 그럴 필요도 없어졌다. 그냥 말을 하면 되는 거였다. 내게 숙제를 떠밀듯 넘겨버린 일에 대해 나도 똑같이 숙제로 만들어 넘겨줬다. 아우 시원해. 받은 공은 돌려줘야 하고, 날아오는 공은 치면 된다. 야호!

 헉. 책 이미지가 이렇게 크게 올라오다니. 다른 서재에서 볼 때마다 아.. 이렇게 크기를 조절하는 기능이 생겼구나 내맘대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큰 이미지가 뜨니 좀 난감하네.

사놓은지는 한참 되었는데 읽은건 어제다. 인생에 아이가 있어야 하느냐 마느냐는 곧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와 이어진다. 그리고 그 어떤 소수의 삶도 함부로 구겨질 수 없다는 것도.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인터뷰 기록들이 많아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기분도 든다. 소수에 대한 다수의 횡포, 고지식함, 보수적인 편견이 떠나지 않는 지대가 바로 무자녀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다. 일일이 내 삶이 이렇네 저렇네 설명하기도 어렵고. 그런데 생각보다 젊은 층에서 무자녀 상황에 대해 쉽게 납득하지 못한다. 그들은 아주 확고한 시선으로 결핍이라고 치부하고 만다. 그게 좀 안타깝다.

 

 이 책을 받고는 꺄악- 고함을 질렀어요. 그렇잖아도 장바구니에 넣으려던 찰나였거든요. 보내주신 님, 늘 고맙습니다. 미처 메일도 못 보내고 그저 좋아라만 했네요. 좀 여유가 생겨서 1권 열심히 읽고 있어요. 언젠가부터 이렇게 두툼한 책을 받으면 부담이 아니라 그저 즐겁고 좋더라구요. 열심히 읽은 소감은 리뷰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해볼게요 ^^

 

 

 남편이 병원에 입원해있을때, 좀 안정을 찾게 되었을 때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젖과 알>은 아쿠다가와상 발표가 되었던 순간부터 궁금했다. 몇해 전부터 아쿠다가와상 수상 서적들을 해마다 읽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8월의 길 위에 버리다> 의 느낌이 좋아서 두어번은 더 읽었다. <혼자 놀기 좋은날> 의 분위기와 배경도 몹시 마음에 든다. <젖과 알>도 이 두 소설의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외롭고 공허하다. 슬프다는 말에서 조금 물러나 깊다, 라는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수상작 없음. 얼마전 소설 공모 당선작 없음의 배후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어려운 경제 상황이 있기도 하고, 안 팔릴 것 같은 책에는 기꺼이 상금을 쓰지 않겠다는 진단이었다. 무엇보다 이 책에 대한 불쾌함은 좋아하는 작가가 저리 떡 버티고 있다는 거다. 아니, 그녀를 두고 왜? 왜? 충분한 능력이 있는데 왜? 왜? 작품을 읽었을 때 나도 좀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그러나 저 소설 말고 올해 발표한 소설이 몇 편 더 있는데. 그게 참 좋았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어쩐지 이 책에 실린 작가들에게 미안하고 연민을 느끼는 오지랍까지 생긴다. 남의 말 할 처지가 아닌디... 그리고 이 책에서 그동안 좀 편견을 갖고 있던 김태용을 향한 색안경을 벗게 되었다. 첫 문장부터 어떻게 소설을 끌어나가려고 했던 걱정이 무색해졌다. 그렇다고 김태용의 다른 소설을 읽을 마음으로 돌아선건 아니다. <포주이야기>가 참 좋았다는 거다 ^^

 

우와. 대전 출신의 시인이네! 대전에 살게 되면서부터 대전 출신 문인들이 누가 있을까 수수께끼하듯 찾아보았다. 누가 있을까. 누가 있었을까. 역시나 생각하면 퍼뜩 떠올라주지 않는 기억력. 작가의 고향에 대해 관심이 없었으니 기억도 나지 않는 거였다. 진은영 시인이 대전 출신이어서 반가웠던 건 순전히 내가 지금, 이곳에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시인이니 더 반가운거고. 기억의 회로는 정직하다. 기억에 없는건 관심의 차이다. 지난 여름 사들인 시집들은 애석하게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게 시에 대한 절망으로 이어질뻔했다. 시인이 변했나 내가 변했나. 도통 시가 읽히지 않았다. 그리고 만난, 좋아하는, 시인. 그냥 좋다. 한 번 더 읽고나면 왜 좋았는지 꼼꼼하게 말할테다. 내가 시집을 읽는 방법은 간단하다. 일단 한번 읽는다. 의미 따지지 않고 일단 읽는다. 그러다 단어에 발목이 걸려 휘청, 하는 느낌이 들면 그 시는 무조건 편애다. 이 시집도 그랬다.

 

뜬금없이... 트리트먼트 이야기 좀 해야겠다 ^^; 미용실에서 두피클리닉을 할 생각이었다. 내 두피는 아주 심각하다. 특히 여름엔 무진장 심각하다. 원인은 땀도 있고, 아토피성 피부로 변한 탓도 있다. 일년에 한 두 계절은 아무데서나 머리를 벅벅 긁게 만든다. 몇 년 전에 사용했었는데 마침 쬐금 남아있어 마지막으로 꼭 꼭 눌러짜서 샴푸 후 두피에 싹싹 펴바르고 10분간 스팀타월을 하고 있었다. 그후... 두피가 많이 진정되었다는 걸 알았다. 잘때 땀 많이 안흘리고 려고 노력했고 (전기장판은 꼭 끄자!) 퍼머 머리라고 빗질 한번 제대로 안했는데 하루에 빗질도 잘 해주고, 머리 감고 난 후엔 꼭 두피를 약한 뜨건 바람으로 말렸다. 스팀타월 효과도 있었을거다. 지금은 아주 만족까지는 아니지만 계속해서 써볼만하다고 느끼는 지점이다. 샴푸가 더 좋다하니 두어달 쯤 더 써보고 샴푸도 바꿔야겠다. 두피도 피부에요! 라는 미용실 원장의 말이 달리 들리는 걸로 보아 나도 나이를, 야금야금, 먹고 있다.




 

 

 

 

 


 

 

 

 

 

 

 

이 책들을 보내주신 분께도 깊은 감사를. 꾸벅.

 오늘 오후에 읽고있던 책이다. 가끔은 내 뜻과 달리 독서의 방해를 받는데... 그건 순전히 전화때문이다. 이사오면서 집 전화를 놓지 않았다. 휴대폰은 진정 필요할 때만 걸려오는 도구가 되었다. 그래도 가끔은 사랑스런 조카와 긴 통화를 나누기도 한다. 독서하는 동안 조명은 중요다. 되도록 자연광에서 책을 읽으려하는데 오늘처럼 흐린 날씨에는 다른날 보다 빨리 불을 켜게 된다. 좀 으스스한 것 같아 예전에 사두고 읽지 않았던 책이었는데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한동안 아무 생각 없이, 깊은 생각하기를 꺼려했던 나에게는 스스로 생각의 구덩이를 파도록 유도했다. 오랜만에 책 관련 페이퍼를 쓰고나니 좀 뿌듯하다. 그리고 지금 막, 이미지 크기가 예전 사이즈, 여러가지 사이즈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_- 수정하기도 번거로우니 그냥 두련다. 다음엔 작은 사이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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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6 14: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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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6 1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직도 내 집의 사용법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식기장과 개수대 사이, 식기장 밑에 달려있는 길다란 형광등을 발견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차마 거기 불이 있을 줄이야. 불은 간이 선반, 저렇게 조리기구들을 걸어놓을 수 있는 걸개와 컵 서너개를 올려놓을 수 있는 철제 선반에 달려있었다. 설거지를 할 때 저 형광등만 켜놓았었는데 좀 으스스하고 음산했다. 조리기구들 앞에선 좀 태가 나지만.

 

오랜만에 맘먹고 싸이 미니홈피에 사진 한 장을 올려놓았는데 그게 바로 저 사진이다. 그런데 사진이 온데간데 없어졌다. 홈에는 '요리기구' 라는 제목이 떡하니 있는데 아무리 요리기구를 요리클릭 조리클릭해도 사진은 보이지 않는다. 지울 수도 없고 새로 쓰기도 귀찮은 이 사태를 어찌해야 할 것인가. 하여, 괜히 서재에 끄적여본다. 내일 다시 홈피에 로그인했을 때 돌아와있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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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2 0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0-25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1-06 0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1-25 0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의 저녁놀, 이라고 쓰고나니 아주 조금전에 보낸 시간같다. 건너편 아파트 단지에서 거주하고 있던 것처럼 홀연히 나타나 점점 색을 띠었던 구름. 황홀하였으나 그 시간은 극히 짧았다.

기록할 수 있는 '사진' 의 장치가 있어 다행이다.

 

 

 

 

 

 

 

 




어제 해거름 무렵, 거실 바닥이 황금색이었다. 황금빛 구름이 하늘을 장악한 듯 떠있었다. 수변공원 시냇물에 비친 황금빛 구름 색.

이 도시의 여름은 나와 맞지 않다. 조금 답답하다. 하여, 알러지로 고생하고 있다. 환경의 변화,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다는 건 살아있다는 말과 상통하는걸까. 그렇다면 요즘 나는 조금 힘들게 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가장 고픈 건, 비다. 서울에선 늘 장마와 상관없이 비가 많이 왔다. 서울에서 비 소식이 들리는데 이 곳에는 비가 오지 않을 때, 나는 지친다. 정말 비가 귀한 도시. 이 정도의 더위는 견딜만 하다고 으쓱해보지만, 그래도 비에 인색한 것만은 어떤 것으로도 위안이 되지 않는다. 장맛비가 쏟아져도 시원하게 내리지 않는다. 혹은 내가 잠든 사이 두어 시간 퍼부은 정도. 서울에선 정말 비가 많았다. 우산을 갖고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안갖고 간 날이면 어김없이 비가 내리곤 했다. 이곳에선 그런 걱정이 필요없다. 비는 거의 오지 않는다. 더 참을 수 없는 건, 비가 올듯 말듯한 모양새의 날씨다. 그게 가장 큰 불만이다. 불만이 알러지로 전이된 것처럼 나는 앓고 있다. 서울에서의 기억이  새로운 주거지에서의 안착을 조금 더디게 한, 여름이다.



어느 비오는날, 일산에서 화분을 싣고 달려온 M.

나는 매일 아침 칼라 벤자민의 안위를 걱정하고, 환기를 시킨다. 새벽 4시에 물을 주면 좋다고 해서 그때 일어난 적도 몇 번 있다. 간혹 아래층에서 담배 연기가 올라오면 기겁할 정도로 유난을 떤다. 가끔 말도 건넨다. 외출할 땐 인사도 하고 다녀와선 안부를 묻고.

산세베리아 화분이 두 개가 있는데 그애들의 위협적인 모양과 달리 야들야들하고 포슬포슬한 느낌이 나서 보기만해도 참 좋은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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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8-07-30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플레져님 너무 오랜만이에요!!!!! ㅠㅠ 잘 지내셨어요?
이사를 가셨나보네요. 에구 어떡해요 알러지로 고생하신다니...
저도 더위에 지쳐가고 있습니다. 얼른 여름이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플레져 2008-07-30 17:52   좋아요 0 | URL
키티님, 정말 오랜만이죠?
지난해 서울을 떠났습니다. 봄에 입주했구요.
저는 요새 비염, 알러지로 날이 흐리다 맑다를 점치고 있어요...훌쩍.
지난번에 키티님 서재에서 멕시코 사진 넘넘 잘 봤어요.
이제야 인사를...^^;;

2008-08-07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29 0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