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포에 가는 길이었다. 영덕에 게를 먹으러 갈 계획이었으나, 제주의 다금바리를 먹으러 갈 계획이었으나!... 너무 더웠다. 더위에 지친 몸, 가까운 곳으로 가는 데 쉽게 타협하고 말았다. 경주 사람들은 감포를 동해안, 이라고 부르는가 보다. 표지판에 동해안, 이라고 써 있고 영문 표기는 east coast. 동해안이라고 해서 강원도의 동해안을 떠올렸다가 east coast에서는 싱가포르 east coast beach 를 떠올렸다. 그러다 문득 발견한 또 하나의 표지판. 감은사지 3층 석탑. 이번 여행의 최대 수확, 감동의 장이었다.

감은사지 3층탑은 두 개의 탑이 나란히 서 있는데 서탑은 현재 보수중이다.
어마어마한 크기도 크기지만 소박한 마을에 아무렇지 않은듯 서 있는 문화유산.
경주의 매력은 바로 이런 것이다. 일상과 어우러져 있다는 것.


감은사지 석탑이 있는 마을.







감포에 도착해 바다를 보며 맛나게 회를 먹었다. 모처럼 맥주도 한잔. 어스름해지던 바다와
갈매기들. 뚱뚱한 갈매기는 영화 <카모메 식당>의 그 갈매기일런지도.

몇 년 전, 가족들과 함께 경주에 왔을 때 감포 어느 허름한 집에서 회를 먹었다. 감포 가는 길은 비포장도로였다. SUV 자동차도 감당 못할 만큼 울퉁불퉁한 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내비게이션의 카랑카랑한 설명만큼 반듯한 길이 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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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8-27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와우~ 상상했던 모습과 거의 비슷해요. 멋지십니다^^
감포바다와 바닷길, 횟집은 제 스물 한 살의 잊지 못할 곳이지요. 옆지기랑 처음으로
하루 데이트 코스로 간 곳이에요. 그때 참, 지금 생각해보면 가난한 대학원생이었던
옆지기가 횟집의 비싼 밥값 내느라 엄청 돈 모아왔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런 추억으로 미운정도 다독이며 사는 게지요. 님, 감은사지 석탑은 정말 아무렇지
않게 턱하니 버티고 있지요. 그래서 좋아요. 님, 여행이야기가 도란도란 그러네요^^

플레져 2007-08-27 19:44   좋아요 0 | URL
넘 더워서 풍경 사진도 제 사진도 많이 못 찍었어요 ^^;;
그나마 사람답게 나온 사진이 저 한장 뿐이랍니다.
옆지기님의 풋풋한 마음이 바닷물처럼 푸르네요.
그마음을 읽는 혜경님도 멋지시구요 ^^!
우리들의 연애는 참... 따스했어요. 그죠? ㅎㅎ
추억이 너무 많아 못 헤어져! 이런 말이 절로 나온답니다 ㅋ

미설 2007-08-28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알도도 없는 신혼때 여름휴가로 경주 다녀온 적이 있어요. 그런데 무지 더웠던 것이 젤 기억에 남아요^^ 그때는 디카도 일반화되지 않았던 터라 필름 사진이 몇장 남아 있네요^^

플레져 2007-08-28 08:40   좋아요 0 | URL
선선한 가을에 가면 경주는 또다른 모습일 것 같아요.
한여름과도 잘 어울리는 경주였지만..ㅎㅎ
미설님, 잘 지내셨지요? ^^

Mephistopheles 2007-08-28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문화 유적지 중에 저렇게 덩그라니 홀로 서있는 경우가 제법 많아요..
전..그 중에(많이 본 것도 아니지만..^^) 강릉에 있는 객사문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아주아주 오래 전 페이퍼에 한번 언급한 적이 있었음)

플레져 2007-08-28 08:41   좋아요 0 | URL
아주아주 오래 전 페이퍼...가 떠오르지 않네요. 에궁 ^^;;
강릉에도 몇 번 갔었는데 또 들를만한 구실이 생겼네요.
객사문 기억하겠습니다.

2007-08-28 0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30 1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울에서 경주로 가는 길이 그리 멀 줄은 몰랐다. 수학여행을 다녀왔고 가족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던 경주. 세 번째 방문에서야 나는 경주가 서울에서 얼만큼 떨어져 있는지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이 기억도 훗날엔 빛바래져 경주와 서울의 거리를 서울과 뉴욕 혹은 정릉에서 혜화동 쯤의 거리로 기억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호텔에 여장을 풀고 바로 석굴암으로 향했다. 경주에 왔으면 석굴암과 불국사를 먼저 봐야 한다는 남편의 지론은 꽤 비장하여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가끔 남편은 그런 식으로 귀엽게 고집 부리곤 하는데 그럭저럭 봐줄만하다. 








한여름 뙈약볕인데도 관람객들이 많았다. 다보탑과 석가탑은 열일곱에 보았던 그대로였다. 아무런 감흥없이 바라보았던 그때, 지금처럼 감동과 전율은 없었던 그때.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뒤늦게 시작된 사춘기였으므로 그 어느 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초콜릿을 들고 졸졸 쫓아다니는 남자애들이 암만 나를 보고 있어도 콧방귀를 뀔 수 있었던 건 가혹한 사춘기 때문 아니었을까. 다시 돌아오라, 보이프렌드여!

 

경주 시내 거리마다 가로수들과 함께 저 분홍빛의 꽃나무가 말 잘듣는 누이처럼 다소곳 서 있었다. 불국사에서 이름표를 달고 있는 저 꽃나무를 만났을 때 기쁨이란. 꽃나무의 이름은 <배롱나무>

-배롱나무, 지식 검색-

꽃이 오랫동안 피어 있어서 백일홍나무라고 하며, 나무껍질을 손으로 긁으면 잎이 움직인다고 하여 간즈름나무 또는 간지럼나무라고도 한다. 높이 약 5m이다. 나무껍질은 연한 붉은 갈색이며 얇은 조각으로 떨어지면서 흰 무늬가 생긴다. 작은가지는 네모지고 털이 없다. 새가지는 4개의 능선이 있고 잎이 마주난다. 잎은 타원형이거나 달걀을 거꾸로 세워놓은 모양이며 길이 2.5∼7cm, 나비 2∼3cm이다. 겉면에 윤이 나고 뒷면에는 잎맥에 털이 나며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불국사 건너편, 경주 출신의 두 문인 동리 목월 문학관이 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이면 휴관이어서 실내에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아사달 사랑탑이 뜨겁게 불타고 있는 광장, 문학관 입구의 연꽃 늪지들, 쉴틈없이 지저귀는 새들과 빈 벤치들. 문득 여름의 절정을 보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름은 이렇게 지나고 누군가의 원고지에선 뚝뚝 땀이 흐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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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8-25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돌아오라, 보이프렌드여!
이런 위험시런 발언을 하시다닛...
경주는 여전하군요..그런데 전 경주가서 먹었던 경주빵이 제일 기억에 남는군요..
금방 나온 경주빵은 너무 뜨거워 손으로 못잡았더랬죠 그걸 호호 불면서 입천장
홀라당 벗겨버리면서 한입 베어물면 질리지 않는 팥의 단맛이...
으...먹고 싶어지네요..

플레져 2007-08-25 01:56   좋아요 0 | URL
보이프렌드는 결코 부메랑과는 다른 속성을 갖고 있으니... ㅎㅎㅎ
너무 더워서 경주빵 먹을 생각도 못했어요.
차를 타고 지나면서 아, 사먹어야지 했는데 시원한 음료수가 먼저더라구요.
다음에 경주에 갈 핑계를 하나 찾았네요.
경주빵 먹으러 ^^

라로 2007-08-25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가본곳이 별로 없는 편인데
이상하게도 경주엔 여러번 가게됐어요.
경주의 깨긋함이 전 좋던데,,,
님의 글을 보니 다시 가보고 싶어지네요.
메피님 말대로 입천장 홀라당 벗겨버리는 뜨거운 경주빵도 먹고싶고,,,

플레져 2007-08-25 01:58   좋아요 0 | URL
매끈한 길, 한적한 길, 인공미가 물씬한 길, 야트막한 건물들이 인상적인 도시였어요.
갈 때마다 느낌이 다른 걸 보니 경주도 위대한 고전문학 작품인 것 같아요.
더 많은 사람들이 경주를 찾았으면 좋겠어요.

2007-08-25 0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26 14: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7-08-25 0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신혼여행도 경주로 갔었답니다 ^ ^
동리, 목월 문학관은 최근에 생긴 곳인지, 저도 못 가봤네요.
작년 겨울에도 경주 갔었는데...
역시, 사진 찍은 앵글이 남다르셔요.

플레져 2007-08-26 14:45   좋아요 0 | URL
경주와는 인연이 깊으시군요 ^^
요샌 수학여행도 해외로 떠나는 터라
누가 이 도시를 찾아올까 싶은 괜한 걱정도 했어요.
우리처럼 불볕더위를 이겨내는 관광객들이 많아서
괜히 안심이 되더라구요 ^^
경주의 맛집도 좋았구요, 다음엔 가을에 한번 가봐야겠어요.
너무 더워서 첨성대는 멀리서 힐끗 보고 지나쳤거든요.

비연 2007-08-25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7월 말쯤에 경주 다녀왔었는데요^^ 참 좋은 곳이라는 생각...
어딜 가나 릉이 보이고 불국사, 석굴암 같은 멋진 사찰들도 있고요...^^

플레져 2007-08-26 14:46   좋아요 0 | URL
버스정류장 뒤로 왕릉이 보이고
어딜가나 문화유산의 터, 라는 분위기가 물씬해서 감동이었어요 ^^
 

 

이사를 앞두고 있다.
신혼 살림을 시작할 때 전세 대란이었던 터라 마음에 드는 집을 선택할 자유는 없었다.
마침 나온 집이 있었고, 재빨리 계약. 그리고 이곳에서 어영부영 6년차 주부가 되었다.


서울에서 서울로 이사하는 거라면 기분이 이렇지만은 않을 터.
내 집 마련이라는 것으로 위안을 해야 할까.


태어나고 자라고 가정을 꾸민 이곳을 떠난다.
이 문장 만으로도 충분히 감성 모드가 되지만,
조금은 홀가분하다. 무엇보다 '변화' 라는 것에 기대가 크다.
나는 너.무.오.랫.동.안. 이 동네에 살았다.


이사할 동네에서 가까운 도서관들을 알아보았고
월요일 휴관일 때 들를 도서관도 알아보았다.
운전면허를 딸 계획이고, 내 집 꾸미기 컨셉도 정했다.


  김영하 <이사>
  애면글면 아둥바둥 맞벌이 하며 내 집을 장만하여 이사를 앞둔 젊은 부부.
  이삿짐 센터의 일꾼과 가야토기를 둘러싼 묘한 이야기.
  이사, 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이 소설이 떠오른다.
 
 

 

혼수로 장만한 물건들, 가전과 가구등은 모두 처분하고 
책과 옷가지와 식기류등등만 갖고 대전으로 떠난다. 
입주는 내년 1월. 서너달은 근처 시댁에서 머물기로 했다.
아버님, 어머님,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김경욱 <선인장>
 역시 젊은 부부가 새로운 보금자리, 아파트로 이사한다. 
 처음에 그들은 그 아파트에 열광하여 전세 기간이 끝나면 아예 사버리자고 
 할 정도로 그 집에 홀딱 반한다.
 키우던 선인장이 몇 개째 죽어버리고,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한 명도 없다.
 어느날 남편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지하로 내려가는데...

 

이사에 관련된 김영하, 김경욱의 소설은 참으로 기묘하다.
희망찬 인물들의 마음과 달리 상황은 그 반대.
어쩜 좋아. 나는 문득 일등으로 입주하고 싶었던 마음을 거둬들인다.


 정이현 <어두워지기 전에>
 어느날 윗집 아이가 살해당한다. 
 여자는 위층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것만으로도 공포에 떨고 
 이러저러한 정황으로 여자는, 남편을 의심하게 되는데...  
 

 

 


 아래층, 위층. 이라는 지시어는 아파트만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나는 위층 여자에게는 아래층 여자이며
 아래층 여자에게는 위층 여자다. 
 나의 아래층 여자는 부부싸움을 할 때 대성통곡하며
 나의 위층 여자는 한밤중에 빨래를 즐기며 식탁 의자를 질질 끌고 무언가를 옮긴다.
 안녕, 나의 아래층 위층 여자들이여.


  
 조해진 <기념 사진> 
 여자와 남자는 엘리베이터에서 처음 만난다. 
 상처가 있는 사람들의 조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엘리베이터, 는 섬뜩한 일상의 공포체험장. 
한밤중 긴 머리 여자와 동승하게 된다면, 
등뒤에서 취객이 비틀비틀 거린다면, 
무심코 들여다본 거울을 보고 놀란다면, 그게 나라면!
아파트에서 아파트로 이사한다. 
단독주택의 꿈, 전원주택의 꿈은 꿈으로만 남게 될까.


 편혜영 <사육장 쪽으로>
 어떻게 된 일인지 그동네는 으스스하다.
 전원주택이 밀집한, 그곳.
 담장마다 울타리마다 행복과 파스텔톤 무지개가 아른거려야 할 그곳의
 아침은 독촉장으로 시작한다. 
  
 

 

타국에서 집을 한 채 사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나는 종종 남편에게 해외출장이 아닌 '해외발령' 이 나길 기대했었다. 
자연과 동물과 여유가 어우러진 그곳이 해외에는 있을 것 같았다. 언감생심.

 김윤영 <그가 사랑한 나이아가라> 
 토론토에 주택을 마련한 젊은 부부. 
 '그이는 이 집으로 처음 이사 온 날, 바로 옆집의 커다란 삼나무를 오르내리며
 놀고 있는 청설모와 다람쥐들을 보고 탄성을 질렀다.
 그리고 카메라를 찾았다.' 
 소설 속 그이는 그곳에서 마지막 날들을 보내게 되고
 여자는 이상한 알약을 변기통에 버린다. 



사람을 머무르게 하는 따스한 기운이 넘치는, 그런 집을 꿈꾼다.
멋도 모른채 시작했던 신혼 살림.
밖에 있으면 불안했고, 집으로 돌아오면 행복했었다.
남편과 나는 주말이면 외출하기 보다는 집에 머무르는 것을 즐겼다. 
잠깐 마트에서 장을 보고 들어올 때, 여행에서 돌아올 때, 우리는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이렇게 외치곤 했다.

'아, 역시 우리 집이 제일 좋아' 


 발레리 줄레조 <아파트 공화국>
 한강을 건너올 때마다 아파트 병풍을 보면 가슴이 턱, 막힌다. 
 산책길에도 아파트가 있다.
 재미나게 읽었지만 좀 씁쓸했다. 
 좁고 인구 밀도가 높아도 아파트, 가 대안은 아니었는데...

 



데이트의 끝이 늘 각자의 집으로 귀가하는 것이어서 아쉬웠던 연애시절을 마감하고
둘이 함께, 늘, 같이 있도록 해 준 이 집에서 나는 떠난다. (왜이렇게 감상적인겐가...ㅎ) 
내가 바라던 일을 시작한 곳이 이곳이었으니.
책상이 놓여있던 자리, 가 그리울 것 같다. 

이사올 젊은 부부가 이 집을 보자마자 단번에 반한 것은 꽤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들에게도 기쁜 일이 가득하도록. 

2007년의 가을은 대전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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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3 0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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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에 하도 오랜만에 글을 올리는 거라 글쓰기 버튼이 어디있는지 쬐금 헤맸다. 바부. 며칠전 다녀온 제주도의 여독이 이제야 풀린다. 제주도에서의 시간은 행복했고 뜻깊었다. 타이밍이 맞아 떨어져 답사를 겸할 수 있어 더 좋은 시간이었다. 하여, 책 주문을 했다. 오랜만에 책 사니까 기분 너무 좋은거다!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사버리고 싶을만큼.

 

 정이현, 오늘의 거짓말. 
 작가의 두번째 소설집이다. 
 틈틈이 읽어온 단편들이고 표제작처럼 낯선 제목의 소설도 있다. 
 나는 그동안 잠자고 있었나?
 소설들이 낯설다. 
 소설 읽기가 낯설다.
 물론 거짓말이다. 메렁.

 

 윤순례, 붉은 도마뱀. 
 몇 년 전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작가라고 하는데 
 이 소설집은 내가 처음 읽는 그녀의 소설이 될 것이다.
 앙코르에서 납작하게 붙어있던 도마뱀은 푸르딩딩했다. 
 붉.은.도.마.뱀. 이라는 글자 하나하나가 꽤 잘 어울려 보인다.
 '붉' 을 빼도 멋진 제목이다. "은도마뱀"
 '뱀' 을 빼도 멋진 제목이다. "붉은도마"

 

 현대 아랍 문학선, 천국에도 그 여자의 자리는 없다. 
 그깟 천국이 뭐 대수라고. 흥.
 이럴땐 콧방귀가 최고지만
 왜 그여자의 자리가 없는지는 무지 궁금하다.
 처음으로 읽는 아랍소설 되겠다. 
 아니다. 아라비안 나이트가 있었으니 처음은 아니다. 
 

 

 

 러시아 문학 앤솔러지 1,2권.
 1권을 재미있게 읽었고 2권을 주문했다.
 옛날 옛날 러시아 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반가운 고전이다. 
 현대 소설과 별반 차이 없이 세련됐고 감각적이다. 
 온 세상 어린이를 다 만나는 지구 횡단기처럼 
 책으로 만나는 세상이 새삼 고맙다. 
 언젠가 어떤 작가는 자신의 소설집 한 권을 들어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이건 나의 앤솔러지 같은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어요." 앤솔러지 라는 말의 쓸쓸함과 아련함이 교차한다. 나의 앤솔러지가 될 서재, 페이퍼.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얼마전 싼 맛에 구입한 화양연화, 내 어머니의 모든 것들을 비롯한
 저렴 버전의 디비디에 엄청 실망했다. 
 화양연화는 두 남녀가 앙코르에서 재회하는 씬이 퍽 중요하건만... 잘렸다 -_-
 씨암 선셋, 은 5초마다 스톱모션을 취하고,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은 화면이 고르지 않다.
 절대로 안 산다. 싼 맛에. 하여, 이것도 조금 불안하기는 하다. 잠시 보류.



오랜만에 주문하고 나니 밥 한그릇 먹고프다.
김치 송송, 호박 볶아 넣고 멸치 다싯물 내서 국수나 말아먹어야겠다.
삶은 계란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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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7-14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온통 하얀 배경에 타이틀 이미지만 걸어놓으니 엄청 깨끗하고 산뜻해요. 문자도 눈에 잘 들어오구요. 아앗, 그 국수 참 탐나는군요. ^^

플레져 2007-07-14 20:27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잘 지내셨지요? ^^
서재 지붕 맹그는 재미를 다시 느끼고 있습니다 ㅎㅎㅎ

비로그인 2007-07-14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오래간만에 오셨어요 :)
리뷰 기다리고 있을게요 플레져 님 ^^

플레져 2007-07-14 23:40   좋아요 0 | URL
앗. 체셔님. 그렇게 어려운 부탁을.................ㅎ
제가 쓰지 않아도 좋은 님들께서 써주시겠지요 ^^! 반가워요.

2007-07-14 2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15 0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15 0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7-07-15 0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셨군요...뜸하셨습니다...버럭!

플레져 2007-07-18 19:36   좋아요 0 | URL
뜸하게 오는데도 반겨주시니 기뻐요 ^^
메피님 빽 믿고 살랍니다~ ㅎㅎ

2007-07-15 2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16 2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17 1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18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연탄재 2007-07-18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들어와 보는군요~
너무 심심한 제 서재와 달리 여기 정말 깔끔하고 좋으네요~

플레져 2007-07-18 19:37   좋아요 0 | URL
연탄재님 안녕하세요 ^^
제 서재도 요새 업뎃을 하지 않아 심심...합니다.
시원한 여름 맞으세요!

2007-07-28 0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29 0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31 1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01 0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01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06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13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14 2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7-08-14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밀댓글의 향연이에요. 저는 공개적으로 말할래요. 반가워요 플레져님^0^

플레져 2007-08-16 00:04   좋아요 0 | URL
흐흐... 마노아님, 반가워요! ^^

2007-08-15 0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실비 2007-08-16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다들 비밀댓글이시네... 인기 많으신 님.ㅎㅎㅎ
올리신책이 다 구미가 당기네요.ㅎㅎㅎ
 

직지사에 다녀왔다.
새마을호를 타고 김천역에 내리면 직지사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직지사에 가게 된 건 순전히 김연수(소설가) 때문이었다.
지난해 혼자 김천에 다녀온 적 있었던 자신감(?) 도 일조했다.

현대문학 5월호에 실린 김연수의 유년시절 이야기에서 만난 직지사. 일명 찌끼사.
김천 사람들의 테마파크 같았던 직지사에 얽힌 이야기는 이렇다. 

어느해 어린이날 온가족이 찌끼사에서 재미나게 놀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500미터는 족히 넘게 버스 정류장에 긴 줄이 서 있었다고 한다.
택시 회사에서 일한 적 있는 김연수의 아버지가 택시기사와 협상을 시도했으나,
대목인 마당에 미터기대로 받을 수 없다는 완강한 택시 운전사와 협상이 결렬되었다.
도통 택시를 잡을 수 없어 결국 아버지는 김천역까지 걸어가는 걸로 결정을 보았고
가족들은 아무 말 없이 따랐다고 한다.
그리하여 온가족이 걸어 걸어 세시간 만에 김천역에 도착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문득, 나는, 직지사에 가보아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내 마음에 기꺼이 동참해준 어여쁜 지기와 함께.



절은 고요했다.
사천왕상을 지나 대웅전이 멀리 보이자 덜컥 하는 소리가 들렸다.
마음의 평화가 시작되었다.



사찰에 가는 걸 즐기지만 모든 절이 편하지는 않다.
지난해 공주의 갑사에 갔을 때 나는 어떤 편안함을 느꼈다.
마음이 고요해지는 소리, 나를 위로하는 소리, 마음을 밀어내는 소리...

직지사에서 나는 그 두번째 경험을 하였다.

사찰에 가는 걸 즐기지만 모든 절이 마음으로 스미지는 않는다.
대웅전에서 백팔배를 올렸다.



초등학교 교실처럼 나란히 서 있는 대나무. 이런 풍경들이 인위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내 눈에 제일이면 됐지. 아무렴.



초록을 마음껏 바라보며 눈을 씻는다.
마음은 쉬이 다듬어지지 않지만 눈빛은 초롱초롱 초로롱...



담장이 있고 담쟁이 덩굴이 있고 그 안에 수줍은 듯 정좌해있는 안식처들.
들여다보는 재미란. 훔쳐보는 재미란.



직지사에는 같은 모양의 삼층석탑이 있다. 비로전 앞 삼층석탑.



대웅전 앞 삼층 석탑.



대웅전 뒤뜰의 대나무숲.

돌아오는 길에 새마을호 식당칸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셨다.
하루 여행이 이렇게 꿀맛이었던가.

직지사에 다녀왔다, 는 문장은 당분간 내게 꿀맛으로 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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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6-13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 자주 다니시는 플레져님..^^
2.0의 시대가 드디어 와버렸군요..^^
공사가 다망하셔도 자주 들리세요 호호호

플레져 2007-06-13 23:53   좋아요 0 | URL
어어. 뭘 누를 때마다 새로운 것의 연속이네요.
아~ 새로와~~
여행 자주 다닌다는 수식어가 아주 마음에 들어요! 캬캬~

2007-06-14 00: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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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4 00: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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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4 00: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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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4 01: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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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4 01: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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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달 2007-06-14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천 사투리 특이하다던데.... (생뚱맞은) ㅋㅋ

플레져 2007-06-15 12:51   좋아요 0 | URL
사투리를 구분할 수준이 안되어서 잘 모르겠어요 ㅎㅎㅎ

2007-06-15 16: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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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7 13: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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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24 18: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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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30 00: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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