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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인 - 할인행사
스콧 힉스 감독, 노아 테일러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영화와 감독이 영화제들에서 상을 수상하고 또 그에 대해서 모두가 좋게 평가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미지는 좋게 형성되어 있다.
소유욕과 수집벽이 심하게 있는 내게 이 영화는 항상 따라 다니며 괴롭히는 존재였다. 출시를 한지 몇년이 지나도록 이 영화의 DVD 타이틀을 구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야 되는데!', '사야 되는데!' 생각만 하다가!? 큰 맘 먹고서 제 값을 다 주고서 구입을 했다. 소위 시쳇말로 '질러 버렸다!' 밥 한두 끼니를 못 먹고 절약한 돈으로 이 영화를 구입해도 그 행복감은 배고픔에 비교할 바가 아니다. 이 영화를 보면 몇 일은 행복한 기운이 절로 난다.
이 영화가 주는 감동에 견줄만한 영화들을, 내가 알고 있는 수준에서 나열해 본다면 다음과 같다. '레인맨', '나의 왼발', '여인의 향기', '제리 맥과이어' 정도 쯤이 될 것이다. '삶의 깊이'와 '참다운 인생'의 진한 여운을 남기게 해주는 영화들은 그리 많지가 않다. 당장에 비디오 가게나 DVD 대여점에 가서 진열장에 꽂인 수많은 영화들을 처다보면 사실 명화들의 계보를 뒤적 거리는 일과 명화를 찾는 일 등은 쉽지가 않다. 유치한 세미 포르노가 하루에도 수십개씩 생명을 다해서 싸구려로 버려지고 불태워 진다. 그런 영화들은 이미 작품으로서의 목숨을 끝마쳤기 때문에 딱딱한 하드 웨어, 플라스틱 껍질 그 이상은 될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이 영화는 앞으로 최소 10년 아니, 15년 정도는 살아남을 작품이다. 혹은 그 이상의 생명력을 갖고 있다. 이 영화가 목숨을 다하는 그 날은 이 영화 정도의 감동과 여운을 줄 수 있는 다른 명화가 나왔다는 즐거운 이야기 쯤으로 추즉,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좋은 작품을 만나는 일은 그만큼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다.
다음은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주인공인 '데이비드 헬프 갓'은 실존 인물이다. 동구권 국가 태생인데, 정확히 어느 나라인지는 영화를 보고 나서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유는 영화에서도 구체적을 배경이 되는 나라를 가르쳐 주는 힌트가 없기 때문이다. 극중에 어린 '데이비드'를 후원하는 러시아의 여 작가가 등장을 하는 것이 기억이 나는데, 그가 러시아 출신인지 아닌지는 확실히 모르겠으나 러시아 출신의 천재 피아니스트는 아닌 것 같다.
영화는 유난스럽다거나 영화가 줄 수 있는 환타지적 요소나 볼거리 등은 제공해 주지 않는다. 다만 영화는 조용히 물흐르듯 잔잔하게 한 남자의 일생, 일대기를 사실적으로 읽어 나간다. 한적하고도 스산한 조용한 가을 분위기를 영화 전체가 한결같이 맥을 이루고 있다.
어린 시절에 이런 비슷한 경험들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꽤나 많을 것이다. 비가 오는 날 비를 피하려 우산을 찾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산도 귀찮아서 비를 맞으면서 신나게 달려가는 일을 해 보는 것. 이 것이 어린 시절의 한 때에 지나지 않는, 단지 하나의 에피소드라면 충분히 용인이 되는 일이지만, 이미 성인의 나이, 중년이 된 '데이비드 헬프 갓'은 바바리 코트를 입은 채 폭우가 내리치며, 천둥과 번개만이 집 밖에서 놀고 있는 오밤중에 온전한 피아노를 찾아서 거리를 헤멘다. 그리고 영업이 끝난 식당 홀에 놓인 피아노를 발견하고 그 식당의 직원들을 처다보면서 문을 두드린다. 영화의 시작은 이렇다. 그리고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한 천재 예술가의 일생을 평범하게 그려낸다.
그런데 이렇게 평범히 잔잔하게만 흘러가는 영화에 많은 사람들이 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는 클라이맥스적인 효과도 없이 자칫 지루해 질 수 있을 만큼 밋밋하게 지나간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 영화는 끝나는 그 순간까지 지켜보는 사람들의 집중력을 흐트려 트리지 못하게 한다. 아무런 과장과 허구가 없는 영화, 한 남자의 일대기를 조용히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영화가 이렇게 강한 힘을 발휘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것은 이 영화의 내용이 거짓이 없는 실화라는 것에 바탕을 두고 있고, 아버지라는 존재가 자식에게 주는 올바른 사랑법은 과연 어떤 것인가? 란 지극히 당연하고도 보편적인 관심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데이비드 헬프 갓'이란 사람이 '이 영화의 제목' 그대로 '빛나는(Shine)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밝은 빛 속에서 어둠 속으로 들어가 다시 어둠 속에서 환한 빛을 찾아내서 더욱더 밝게 빛나는 사람... 그는 지금 빛나는 삶을 살고 있다.
세상에 태어 날 때부터 천재인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고 한다. 천재의 가능태를 갖고서 태어난 사람일지라도 아무런 노력없이는 세상에서 천재 행세를 할수 없다. 그 위치의 언저리에 미칠 수조차 없다. '데이비드 헬프 갓'이란 인물이 천재의 가능태를 갖고서 태어난 사람들 중에 한명 일 수도 있고 혹은, 그저 그런 평범한 범인이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마침내 피아노라는 악기가 가장 두려워하는, 가장 어려운 곡인 '라흐마니노프'를 '정복', '이해', '소화', '이겨' 내고서... 가장 잘 연주할 수 있는 살아있는 사람이 된다. 그러나 삶에 있어서 행복과 불행은 동전의 양면일지도 모른다.
그가 그런 위대한 위치에 오를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그의 아버지의 못다이룬 꿈이 바로 훌륭한 음악가가 되는 것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데이비드 헬프 갓'이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를 치게 된 것은 순전히 그 자신만의 의지에 의해서 였는가? 아님, 그렇게 피아노를 치도록 만든 아버지의 환경적, 의지적 노력 때문인 것인가?
부모의 못다이룬 소망과 꿈을 자식을 통해서 대리적으로 이루게 하려는 아버지의 과잉 압력이 결국 유약한 '데이비드'를 정신 분열로 이끌고 갔는지도 모른다. 흔한 프로이드 식의 정신분석학의 관점에서 영화를 바라보자. 정신 분석의 '이중 구속 가설'로 '데이비드 헬프 갓'의 내면 심리를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아버지는 바로 아들을 이중으로 구속하는 존재이다. 아버지가 '데이비드'의 성장 과정에서 줄기차게 요구했던 것들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한다.', '내 곁에 있어라!', '내 통제를 따라라!', '또한, 너는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되어야 하고, 모든 대회에서 1등을 해야하며, 최고의 명곡인 '라흐마니노프'를 소화해 내야한다.', '이 세상에서 너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이 아버지이다.', '누구도 나만큼 너를 사랑 할 수는 없다.'
주인공 '데이비드'가 콩쿨에서 '라흐마니노프'를 완벽하게 쳐 내고 난 후에 미쳐 쓰러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데이비드'에게 주어진 삶의 과제는 두가지 였는데, 아버지가 제시한 이 두가지 요구는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상충하는 면을 갖고 있다. 한 가지 요구는 '아버지와 가족을 사랑하라. 그리하여 너는 집과 가족을 떠나서는 않된다.' 는 것이였고 두번째는 '라흐마니노프를 연주할 수 있는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되라는 것.' 의 명제였다. 이 두가지의 아버지가 심어준 과제는 서로 이율 배반적이다. 영화에서는 아버지가 이런 내용들을 표면적으로 들어내서 표현하고 있지 않을 지라도 데이비드가 성장 과정 속에서 이런 자신의 아버지가 전달해 주는 소망의 내용을 무의식적 혹은 의식적으로 전달받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데이비드'가 '라흐마니노프'의 연주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그가 더 좋은 피아노 교육을 받기 위해서 피아노의 대가들이 있는 외국 학교로 유학을 가야만 한다. 바로 아버지가 계신 고향 집과 가족을 떠나서 '미국'이나 '영국'으로 유학을 가야만 한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이 자신의 통제 밖으로 벗어 나서 훌륭히 커가는 것을 한편으로는 반대를 하고 있다.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착한 장난감으로서 천재 '데이비드'를 잃어버리기가 싫기 때문에... 그리고 자꾸만, 왜곡된 아버지의 사랑은 자신의 고향 집 안에서 데이비드가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되라고 강변을 한다. 바로 아버지 자신의 '통제'와 '관리 속'에서만 데이비드는 착한 천재 피아니스트가 되길... 아버지는 소망 했다. 아버지가 무의식적으로 데이비드에게 전달한 메시지이 내용은 이러했었을 수도 있다. "네가 고향 집을 떠난다는 것은 그간 길러준 아버지의 사랑과 은공을 배신하는 패륜적인 행동이다!" 라고.
고향 집과 아버지를 등지고 영국 유학 길을 떠난 '데이비드'를 아버지는 인정치 않는다. '데이비드'의 모든 기록이 담겨진 스크랩은 태워지고서 더 이상 아버지는 그를 자신의 사랑을 받는 아들로서 받아들이지 않는다. 더이상 아버지의 사랑은 세상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의 일그러진 사랑법 속에서 유약하고 삶에 있어서 피아노 밖에 모르는 여린 '데이비드'가 결국 미치게 되는 과정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 결과이다. 이렇게 선택해서 행동해도 아버지는 '데이비드'를 꾸중하고 불만족스럽게 대했을 것이며, 저렇게 행동을 선택해서 삶을 살았어도 아버지의 '데이비드'에 대한 불만족스런 태도는 마찬가지 였을 것이다. 만일에 '데이비드'가 고향 집과 가족들 아버지 곁을 떠나지 않고서 머물고만 있었다면 과연 그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거듭 날 수 있었을까? 고향 집에 있는 자신의 아들이 천재 피아니스트가 되지 못한 채 머물러 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의 아버지는 또 그를 더욱 힘들게 하지는 않았을까? "너는 왜 천재 피아니스트가 되지 못하고 콩쿨에서 1등을 하지 못하는 것이냐?!", "너는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는 나쁜 패륜아의 길을 가려고 하는 것이냐?!" 라고. 아버지는 '데이비드'를 더욱더 세차게 추궁했었을 수도 있다.
콩쿨의 연주회 장에서 라흐마니 노프 전부를 소화해 낸 다음, 쓰러진 '데이비드'는 그의 전성기가 될 수도 있었을 인생의 황금기인 20대 후반에서 부터 장년기 모두를 정신 병원에서 자신의 병마와 싸우며 지내게 된다. 정상적인 인간의 모습이 아닌 정신병자의 몰골을 하고서 피아노와는 멀어진 채 정신병원을 전전한다. 그 누구도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에 화려했던, 천재 데이비드 헬프 갓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이 영화는 아름다운 피아노의 선율을 '데이비드 헬프 갓', 본인의 연주로 직접 들을 수 있고 서브타이틀의 감독과의 인터뷰, 골든 글러브 시상식 장에서의 배우가 말하는 소감 등도 매우 만족할 만한 볼거리들을 제공해 주고 있다. 극중 배역들은 연기력이 탄탄한 여러 나라의 세기의 배우들이 영화에 캐스팅 되었기 때문에, 대가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감상, 평가해 볼 수도 있다.
자신의 병마인 정신질환을 이겨내고서 정상인들 보다도 더 위대한 재능과 실력을 갖춘 사람에게 우리들이 'Shine' 이라는 애칭을 붙어 주어도 전혀 껄끄럽다거나 이상하지는 않다. 그 것은 너무도 당연히 그가 가져 가야할 잃어버린 그 자신의 삶에 대한 몫이고 보상이다. 그 사람에게 돌아가야 할 새로운 영예, 영광스러운 이름인 것이다. '데이비드 헬프 갓', '데이비드 샤인(Shine)!'
언젠가 '인생의 묘미'란 한국 작가의 수필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수필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바둑판' 중에서 가장 좋은, '최상의 바둑판'은 재료가 될 나무를 건조하는 동안에 갈라 졌다가 끝끝내는 다시 붙어서 말짱하게 네모진, 똑바로된 바둑판 원 재료 모양을 다시 갖추게 되어 바둑판의 재료가 다시 쓰이게 되는, 바로 그 목재로 만들어진 바둑판이 가장 좋은, 최상품으로 인정을 받는다고 한다. 그 나무로 만든 바둑판이 최상의 바둑판이 된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말리는 도중에 갈라져 버린 나무가 다시 원래 모습 그대로 붙는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아주 보기 드문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 나무는 그 아픔의 흔적을 고스란히 그 자신의 모습에게 남기게 되는데, 갈라졌다가 그대로 아물어 버린 실금을 바둑판 표면에 갖게 된다고 한다. 수많은 바둑판들 중에서 이런 바둑판은 너무나 드물고, 귀해서 거의 찾아 볼수가 없다고 한다.
최상품의 바둑판처럼, 영화 샤인의 주인공인 '데이비드 헬프 갓'을 만나는 일은 넘어져서 쓰러진 인생이 어떤 모습으로 다시 일어설 것인가? 에 대한 휼륭한 통찰을 우리들에게 시사해 준다. 삶에서 넘어져 송두리채 아무 것도 남아 있는 것이 없었던, 천재라 불리던 한 소년이 수십년 동안 행방을 묘현히 감춘 채 잠들어 있다가 중년의 나이에 다시 대중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가 보여준 모습은... 아름답고 찬란한 연주로 화답한다.
인생의 황금기 동안에 어둠만을 보면서 삶을 산 그가 자신이 아닌 타인들게는 밝은 곳에서 빛이 되는 음악만을 선사하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자신의 정신병과 싸우며 그 병을 극복해 내고서 완성한 '라흐마니노프'는 진정한 예술가의 명곡, 연주가 된다. 빛과 어둠, 인생과 예술이 모두 합쳐져 잔잔히 그려지는 영화! 그 모든 것들이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의 결정체로 다시 태어나는 영화!
어둠 속에서 실 빛살처럼 귀하게 빛나는 영화... 샤인!
"빛나라!", "데이비드 헬프 갓!", "빛나라! Sh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