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헨리 단편선 홍신베이직북스 4
0. 헨리 지음, 최정순 옮김 / 홍신문화사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단편 소설의 즐거움은 그 것이 말 그대로 '단편',' '짧다는 것'에 있을 것이다. 이 단편 소설집도 소설들이 숨이 길지 않아서 읽는 맛이 담백하다. 그리고 아주 오래전에 씌여진 소설이기 때문일까? 소설의 길이가 요즘 단편 소설들 보다도 더 짧다는 느낌을 받는다.

  책을 전부 다 읽고 나서 느낀 소감은 읽지 않아도 될 것을 괜히 읽어나 하는 후회 비슷한 느낌, 시간 낭비를 한 것은 아닌가? 하는 감상들이 주를 이루었다. 이유인즉, 한편의 단편 소설은 대개 어떤 하나의 '스페셜티'를 확보하고 있는데 이 소설집들에 등장하는 소설들 개개가 담고있는 '스페셜티'를 이미 다른 작품군들에서 맛 보았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에 '신선한 감을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무슨 무슨 잡지의 뒤에 실린 소설이라든가!, 텔레비전 드라마로 하는 MBC의 단막극 베스트 극장이나 KBS나, SBS 방송국에서 '창사 특집' 내지는 무슨 무슨 이유로 해서 가끔씩 해주는 '특별 드라마' 등에서 이미 다룬 내용들, 아이디어들, 독특한 소재, 플롯 등을 이 소설집에서 똑같이 발견해 낼 수가 있기 때문이다.

  보다 엄밀히, 정확하게 이야기를 한다면 이 소설을 이미 어린 시절에 읽었을 '방송 작가'나 '소설가'들이 이 소설에 등장한 모든 기법들을 이미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섭렵을 한 후에 자신이 창작하는 글들에서 이 오래된 작가의 소설 쓰기의 기법들과 똑같거나 비슷한 방식들을 무의식적으로 아무렇지 않게 써먹고 있다는 것이 아마도 정답에 가까운 분석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을 한다. 그 것도 여러 작가이 동시에 반복적으로 계속해서...

  어짜피 팝콘은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기에 많이 많이 튀겨져야 한다. 대중문화 상품들은 그 수준에서 끊임없이 반복해서 생산되어져야만 한다. 팝콘을 사먹기 위해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가? 가급적 너무 진중하고 심각하지 않게... 편하게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먹기 좋은 상태로... 대중 문화는 매스 미디어를 장악해야 한다. 지배해야만 한다.

  만일 이러 저런 다량의 독서들로 오염이 되지 않은 어린 독자나 학생들이라면 이 단편 소설들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스페셜티'들은 아주 신선하고 참신한 것들로 다가 오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읽기의 공해 속에서 이 것 저 것 마구 읽어 대는 본인과 같은 사람에게는 정말로 '쓰기의 고전'과도 같은 느낌의 책이라 말할 수 있다.

  전부 다 각설하고서 끝으로 고백하자면, 본인은 팝콘을 너무나 너무나 좋아하는 '팝콘 중독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