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의 장난감 日記
현태준 지음 / 시지락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이 글을 쓰는 리뷰어는 이 책의 저자 만큼이나 장난감에 미친 인간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학생사 문방구로 장난감, 고전 프라모델, 빈티지들을 사러 갔다가 그 문방구 역사 40년 지기, 주인이신 차 사장님의 권유로 이 책을 사서 읽게 되었다. 차 사장님께서는 아마도 자신의 이야기가 실린 이 책을 '꾼'인 나에게 읽히고 싶으셨나 보다. 28세의 남자 대학생인 나는 프라모델과 장남감 류를 사기 위해 그 초등 학교, 학생사 문구점을 무려 6회나 방문 했으니, 차 사장님이 이런 나를 '꾼'으로 본 것은 당연한 아니, 정확한, 제바로된 선견지명이었다. 대화는 무려 다음 손님이 문방구 안으로 들어오기 까지 거의 20분 이상 지속 되었다. 아마도 다음 번에 내가 그 학생사 문방구를 방문하게 되면 난 차 사장님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다. 그리고 소기의 목적 달성... 오래된 빈티지 장난감을 여러개 구입했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은 본인이 쓴 이 서두가 이해가 될 것이다.)

  각설하고서 다음은 책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살면서 노란색 표지의 책을 본 적이 있는가? 아마도 전체가 노란색 바탕의 표지로 되어 있는 책을 만나기는 쉽지가 않다. 내 인생에 있어서 노란색으로 꾸며진 책은 이 책이 네번째이다. 첫번째 책은 고등학교 때 수학 능력 시험 외국어 영역을 위해서 암기한 우선 순위 영단어, 출판사 비젼, 두번째로는 소설가 이외수 씨의 '감성 사전', 세번째로서 강원대학교 문장 작법 교양 과목의 수업 교재인 '글씨기의 원리와 실제' 북스힐 출판사 였으며 대망의 네번째 책은 바로 이 책 '아저씨의 장난감 일기'이다. 왜 이 책들은 색상이 노란색인가? 노란색 병아리 색깔, 가장 유치한 색, 아이들의 노랑 우산 색상으로 책의 표지 바탕을 꾸민 것은 이 책의 성격을 극명하게 단적으로 드러낸다. 소위 이중적인 가치관과 윤리관이 팽배한 한국 사회에서 성장하지 못한 '차일드어덜트(childadult)'나 '피터팬 신드롬(peterpan syndrom)'의 미성숙한  어른의 내용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어른들이 장난감을 좋아해서는 안되는 것이 통념적인 한국 성인 사회의 문화이다. 아마 일반적인 회사라면 장난감을 좋아하는 어른이 좀 이상하게 취급 당할 지도 모르고 왕따 내지는 별스러운 인간 대접 받기가 쉽상일 것이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장난감을 갖고서 노는 어른을 욕하는 그 어른들이 자신의 아이들이나 다른 친척, 친구의 딸, 아들 생일 날에 선물로 바로 그 장난감을 선물하기 좋아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자녀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은 아주 즐거워하고 잊혀져 있던 자신의 어릴적 추억을 떠올리며 새삼 감회에 젖어들곤 한다. 이 것은 바로 자신의 감추어진 욕구에 대한 대리 만족이다. 자신이 장남감을 갖고 논다고 생각을 해 보자. 장인, 장모가 아님 아버님, 어머님이, 동창회의 친구들이, 친목회의 회원들이 회사의 동료가 이런 자신을 어떻게 생각 할지를!!!??? "이런 망할 자식! 돈 벌 시간에 애들처럼 하찮은 장난감이나 갖고 놀다니!!" 이건 끔찍한 일이다. 사회적 지탄, 손가락질, 뭐! 매장 당할 수도 있다. 그런 것은 어른의 신분과 책임감을 망각한 행동으로 참으로 경거망동한 일탈적인 모습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을 욕하는 약은 어른들 중에는 아들이 변신 합체 로봇을 가지고 놀 때 옆에서 몰래 함께 놀아준다는 명목으로 어린 아들보다도 더 어리게 장난감을 갖고서 논다. 그리고 장난감 총으로는 세워둔 인형 표적을 맞추어 쓰러뜨린다. 또 어떤 엄마는 자기가 갖고 싶은 '바비 인형'들을 자신의 딸에게 사주곤 남들 몰래 뒤에 숨어서 "키득 키득" 웃는다. 어린 아이들 보다도 더 재미있게 웃음 짓고 있는 어른들이 부지기수다. 이런 어른들이 차라리 다음에 말할 어른들 보다 더 사회적으로 건전한, 바람직한 모습들일 것이다.

  어른들의 문화는 노름, 술과 담배, 저질스런 요정 문화, 창녀촌, 조기 축구, 과도한 운동 등의 과격한 마초적 남성 자기 파괴 행동, 혹은 노래방이나 단란 주점에서 육체를 파는 행위들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 문화는 이렇게 엄격히 구분이 되어 있다. 건전한 장소에서 남들을 꾸짓고 욕하는 문화와 자신만이 몰래 숨어서 더러운 것들을 즐기는 문화로... 그리고 돈과 성과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서 정신없이 살아가기를 사회 문화는 강요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이룩한 많은 훌륭한 부분들이 실제로 존재하며 우리 사회는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의 산업 사회가 되었다. 그러나 그런 이면에 우리가 잊고 살아온 것에 또 다른 산업적 측면과 생산 가능성은 없는 것인가? 바로 일본은 우리가 하찮게, 갖잖게 여긴 것들을 가지고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일본은 매니아, 오타쿠, 오소쿠 문화가 발달되어 있는 대중 문화의 세계적 강국이다. 한마디로 우리 나라와 일본은 여러 측면에서 레벨이 다르다. 쨉이 않된다. 그런 대중 문화의 시장에 있어서 규모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인구가 일본이 2배 이상이니! 그 것도 한 원인이 될 것이다. 단지 그 것만이 차이 발생의 원인인가? 리뷰를 하는 당사자의 의견은 이렇다. 우리 사회는 남과 다른 가치관을 추구하거나 조금 다른 의견을 갖은 자들을 참지 못한다. 모든 인간이 나와 똑같은 평범한 인간, 보편적인 인간, 사회적으로 건전한 인간이 되어야만 한다. 실리보다는 대의 명분과 명예와 체면과 허례 허식에 관심이 많다. 윗사람의 눈에서 벗어나면 개밥그릇을 차는 신세가 되기 때문에 쥐 죽은 듯이 잠자코 있어야만 하는 발바리가 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겉으로만 말 잘듣고 착한 아랫 사람은 결국 그 윗 사람을 욕하는 '수동 공격적인 태도'만을 키워 나게게 된다. 이렇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자기 개성을 찾아가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우리는 이중적인 가치관을 갖고서 이야기를 한다. "그 것도 직업이 될 수 있느냐?!", "니가 정상적인 어른이냐?!" 등등 아마도 현태준이란 사람에게 우리는 두가지 시선으로 그를 대할 것이다. 겉으로는 그 사람이 듣기 좋아하는 이야기를 그 사람 앞에서 입에 사탕 발림으로 말을 하고 뒤 돌아서면 그를 욕한다. "나이살 처먹고 저게 뭐하는 짓이야!?" 라고. 이런 이중적인 문화적 가치 판단을 갖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자신의 삶을 시간들을 행복하게 쓰는 그를 보면 참으로 본 받고 싶다. 똑같은 직업과 똑같은 명예만을 위해서 모두가 인생을 소비해서는 않되는 것이다. 이런 매니아, 오타쿠, 오소쿠 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적 소양을 갖추게 될 때 하위 문화의 강국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되는 것의 밑바탕, 근본, 저력이 되는 것이 아닌가? 만화가 아이들만을 위한 산물인가?! 장난감이 어린이들을 위해서만 존재한다고!? 어불성설이다. 새로이 등장하는 고차원적인 장난감을 개발하는 당사자는 어른이다. 그 것을 만드는 자가 그 것에 대한 본질을 더욱 잘 알고 있지는 않을까? 단언 하건데 장난감은 어린이들만을 위한 전유물이 아니다. 당당히 하나의 하위 문화로서 인정되어야 하는 사회적 현상, 부분인 것이다. 즐거움은 삶의 정신 건강에 좋은 자극을 준다. 그것이 어린이든 어른이든 상관없이...

  이 책은 이런 척박한 한국의 이중적 사회 문화에 위배되는 도전장을 낸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필두로 해서 새로운 서적들이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나와야만 될 것이다. 또 현태준 씨는 이 책 이후에 또 다른 책들을 기획해서 자꾸만 새로운 시리즈 물을 만들어 내야만 한다. 더 세분화하고 더 방대하게...그 것은 그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사명감과 소명이다. 다른 사람들을 위한 또 다른 배려이기도 하다. 매니아, 오타쿠, 오소쿠로서 이 글을 쓰는 자도 조만간에 관련 분야의 책을 출판해 낼 것이다. 우리가 우리것에 대한 문화를 창출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계속 되어온 문화 종속을 벗어 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더빙해서 보여주는 일본의 만화 영화를 우리 것인냥 속인다 해도 그 내용에 반영된 일본 문화, 일본인의 정신은 본질적으로 그들이 만들어 낸 그들의 것이지 우리의 것은 아니다. 만화의 가치와 장난감의 가치, 코스튬 플레이 등의 놀이 문화의 가치에 산업적인 성공을 거둔 일본이 세계 시장을 제패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볼 때 이런식의 하위 문화의 특정 영역에 대한 전문적인 수집과 정리, 자료의 기록과 보존은 참으로 칭찬을 해야만 할 긍정적인 일인 것이다. 관이 주도적으로 이런 것에 대한 박물관과 기록의 역사 보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다는 생각이든다. 그 것은 문화 강대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아마도 한국에서 장남감 박물관의 성대한 개관이 있다면 그 최대 기여자 중 한 사람은 바로 현태준이란 인간이 될 것이란 생각이든다. 조만간에 그를 한번 찾아가 봐야 되겠다. 재미있는 별스런 인간 현태준 재미있고 별스러운 인간 심재윤이... 

  문화 강국들이 튼튼한 주류 대중 문화를 소유하고 있음은 그 밑에 막대한 소수의 다양성 추구가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만 할 것이다. 여러 다양성들이 전문화 되고 포용이 되는 세상이 진정한 문화 강국의 참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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