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리어 88 Vol.1 + 2 세트 (2disc) [알라딘 특가] - 한정수량
토리우미 히사유키 감독 / DVD 애니 (DVD Ani)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일본은 환타지의 상상력을 제공하고 미국은 그 것을 실사로 만드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데 이 만화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이 만화 영화가 극장판으로 만들어 져서 개봉된 이후에 미국에서는 토니 스코트 감독이 탑건 이라는 F-14 톰캣, 전투기의 광고 영화(?)를 만들었다. 그 것도 그 전투기를 제작하고 양산해 내는 맥도날 더글라스 사의 의뢰와 막대한 자금 지원을 받고서... 토니 스코트 감독은 이 만화 영화를 보지 않은 채 탑건이란 영화를 만들었을까? 아님, 이 만화 영화를 보고 난 후 참고해서 탑건이라는 영화를 만들 때 도움을 받았을까?

 마찬가지의 비유로 일본이 먼저 '신세기 사이버 포뮬러 시리즈의 만화 영화'를 만들면 헐리우드는 또 다시 막대한 자본과 물량을 투입해서 그 것의 실사 판인 '영화 드리븐'을 만들어 낸다. 일본이 사이버 펑크의 효시인 '만화 영화 아키라'를 먼저 만화 영화로 만들면 미국은 '영화 블레이드 러너'를 실사로 유사한 작품군들을 다시 만들어 낸다.

  서두는 딴 소리로 시작을 했으나 각설하고서... 

  이 만화는 스토리가 현실 이상의 내용을 담고 있다. 어떤 영화, 드라마, 비극들 보다도 이야기에 사실성이 있다. 다른 길을 가는 두 명의 주인공, 등장 인물들 간의 갈등을 그리고 있으며, 사랑의 이야기가 중심에 서 있고 전장에서 부딪히는 피로 맺어진 전우들의 우정이 있으며, 배신과 음모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중심 축에 전쟁이 있다. 필연적으로 타인의 목숨을 없애 야지만 내 자신이 하루라도 더 생존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공간, 바로 전쟁터. 그 곳에 목숨을 팔려와서 살아가는 용병들의 매력적이고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배경으로 해서 이 만화 영화는 전개가 된다.

  라이벌과도 같은 두 남자. 주인공의 삶의 모습을 비교해 볼 수가 있을 것이다. 비정한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하이애나 보다도 더 간사하고 치사하게 삶을 살아가야 한다며 잔혹한 야수같은 자신만의 이기심을 길러가는 야망에 가득찬, 기회주의자인 친구. '칸자키'와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적들을 죽여야만 하는 연약하고 마음이 우유부단한, 그래서 더욱 괴뢰워하는 또 다른 한 생명. 바로 용병 부대, 에어리어88의 넘버 1 탑건, '카자마 신'.

 가장 비정하고 잔인해야만 하는 죽음의 전장 속에서 오히려 에이리어 88의 용병들은 전우애를 만들어 가고 대조적으로 전쟁이란 재앙이 없는 일상의 세계 속에서 친구, 칸자키는 잔인한 하이애나처럼 삶을 영위해 나간다.

  프라모델을 좋아하는 매니아라면 특히, AERO 쪽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 작품을 적극적으로 추전해 드리고 싶다. 이 작품에 등장을 하는 모든 메카닉들은 현실의 전투기들과 동일하게 묘사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단지 전투기들의 외관 뿐만이 아니라. 캐노피 속의 조종석과 레버의 위치와 조작들 까지도 실제의 전투기 들과 동일다.   

  아마도 여성들 보다는 대부분의 남성들이 광적인 매니아로 이 만화 영화에 흥분할 것이다. 물론 이 글을 쓰는 자도 한 100여 번을 돌려서 보지는 않았나 싶다. 혼자서 심심하면 보고, 사촌형들이 집에 오면 보고, 친구들이 놀러 오면 모여서 또 보고, 선배와 보고, 후배들과 또 보고... 극장에서 영화를 트는 작은 방 속의 영사원처럼 이 작품을 매번 틀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주면서 변사처럼 떠들곤 한다. 

  이 만화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맨 처음의 장면이다. 바로 크루세이더를 조종하면서 주인공 카자마 신이 본부를 찾는 대사이다.

 '고찌라(여기는) 제로 제로 섹션 카자마 씬', '고찌라(여기는) 제로 제로 섹션 카자마...'

 그러나 에어리어 88 본부는, 관제탑은 대답하지 않는다. 아무런 답변이 없다.   

  전장에 나가서 머신건의 총알들을 적의 전투기와 전차에 정신없이 쏟아 부을 때, 사이드 와인더와 스팰로우 미사일로 조준해서 발사 버튼을 연속해서 누르는 순간. 아무도 나 자신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 그 사지를 빠져나와 활주로에 무사히 안착했을 때. 캐노피 밖을 벗어나서 대지의 숨을 쉴 때. 그 때 비로소 타인과 대화가 가능한 인간의 모습으로 잠시 돌아오게 된다.

  전쟁의 기계인 전투기 속의 부속품이 되어버린 한 인간... 전쟁의 부품들이 되어버린 영혼들의 대 서사시를 감상해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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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id 2008-01-12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정정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아키라 만화의 연재가 1982년... 블레이드러너 역시 82년 작품입니다. 극장판 아키라가 블레이드러너의 영향을 줄수는 없었고... 공각기동대를 위시한 일본의 사이버 펑크물들이 오히려 블레이드러너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건 오시이 마모루의 이야기 속에도 등장하죠...뭐... 공각기동대가 다시 헐리우드로 건너가.. 매트릭스등을 양산해 내기는 하지만요...

skyhawk3126 2008-11-24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참고로 F-14는 맥도널 더글라스에서 만든 전투기가 아니라 그루만에서 만들었죠. 후에 보잉인가로 넘어갔던거 같은데 그 전까지 그루만사는 걸작 미해군기들을 많이 만들었던 항공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