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키드 퓨처 - 당신의 모든 움직임을 예측하는 사물인터넷의 기회와 위협!
패트릭 터커 지음, 이은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冊 이야기 2014-207

 

『네이키드 퓨처』 패트릭 터커 / 와이즈베리

 

1. 페이스북엔 감시로봇이 24시간 상주한다. 잠도 안 잔다. ‘알 수도 있는 사람’을 ‘알고 싶은 사람’으로 읽고 친구요청을 줄줄이 클릭하거나 ‘좋아요’를 너무 열심히 누르다보면 여러 날 또는 한참동안 페북을 닫고 지내야 한다. ‘좋아요’ 클릭도 안 된다.

 

2. 내 휴대전화가 스스로 이런 메시지를 준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좋은 아침이예요~^^ 오늘 당신은 출근길에 옛 애인 아영씨와 우연히 마주치게 될 겁니다(당신은 3년 전에 아영씨와 교제를 했지요). 그리고 아영씨는 당신에게 곧 결혼한다고 말할 겁니다. 그럼 당신은 깜놀 하는 척 하셔요~”

 

3. 이 에피소드는 생각보다 현실에 가깝다. 점차 감시로봇이 인공지능화 되어간다. 이 책의 저자 패트릭 터커는 이와 같은 일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과 데이터는 이미 존재하고 있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더 퓨처리스트 The Futurist〉 잡지 부편집장이자, 〈디펜스 원 Defense One〉 기자, 〈세계 미래학회〉 정보 통신국장을 역임하고 있다.

 

4. 나의 정보는 이미 인터넷 쇼핑, 통신회사, 정부, 소셜 네트워크 등과 내 손 안에 있다고 안심하고 있는 휴대폰에 잔뜩 쌓여있다. 몇 년 후면 이런 데이터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어쨌든 이런 상황을 ‘벌거벗은 미래(Naked Future)'라고 한다.

 

5. “20년 후가 되면 오랫동안 인간이 추론할 수 있는 영역 밖에 존재한다고 여겨졌던 사건을 비롯하여 갖가지 미래 분야를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될 것이다.”

 

6. 인터넷은 예측을 방정식으로 바꿔놓고 있다. 수학자와 통계학자, 컴퓨터 과학자, 마케터, 해커들은 인류가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끊임없이 개혁한 결과를 그 어느 때보다도 세세하게 밝히기 위해 글로벌 센터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정보 수집 장치 및 앱을 사용하고 있다.

 

7. 잠재적인 인플루엔자 프로그램부터 주식 시장의 갑작스런 변덕을 예상하는 값비싼 ‘주식 투자 상담가’ 알고리즘(아직은 불완전하지만)에 이르기까지 컴퓨터 응용 예측은 어디에서나 사용된다.

 

 

8. 책은 총 11챕터로 구성되어있다. ‘사물인터넷이 만드는 글로벌 신경계’를 시작으로 인간 두뇌를 본뜬 미래 예측 인공지능 시스템 ‘그록’의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당신이 1년 6개월 후 어디에 있을지 예측할 수 있다?’ 나원참. 내가 어디에 있을지 나도 모르는데.. 내가 잠든 사이에 마이크로 칩을 심어두겠다는 것은 아니겠지? 2010년 3월, 체코의 한 연구팀이 한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중간을 생략하고 결론만 이야기하면 이들의 결과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1년 6개월 후 당신이 어디에 있을지 정시에 한 구역 이내의 오차로 예측할 수 있다.’ 재미없다.

 

 

9. 예측 가능성은 증가하고 프라이버시는 사라진다. : 새롭게 펼쳐지는 예측 시대에 우리가 겪게 될 위험은 무엇일까? 활동가 겸 작가 일라이 패리서는 『생각 조종자들』이라는 책에서 몇 가지 위험을 서술했는데 그 중 핵심은 ‘웹이 지나치게 개인 맞춤화를 추구함으로써 나타난 불가피한 결과’라고 했다.

 

10. 그렇다면 어찌해야 할까? 사람들의 행동을 예측하기 위한 데이터 활용에 가장 적극적인 구글, 페이스북과 결별해야 할까? 전기도 통신도 두절되는 깊은 산 속 움막집으로 들어가 살아야할까? 난 모르겠다. 너무 깊이 들어와서 나가는 길을 못 찾겠다.

 

11. 저자는 이렇게 조언하며 글을 마무리 한다. “(IT)기술을 향해 저항하는 것은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는 것과 같다. 이런 도구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익히는 한 편 이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정보 채집은 남용될 수 있는 여지가 많기에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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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기업 - 일본을 먹어 치우는 괴물
곤노 하루키 지음, 이용택 옮김 / 레디셋고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冊 이야기 2014-205

 

『블랙 기업』 곤노 하루키 / RSG(레디셋고)

 

1. 때로 청년실업 문제를 청년들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도 있다. 물론 크게 잘못된 경우이다. ‘프리터’(정직원이 되지 않고 파트타임 노동만으로 생계를 해결하는 젊은 계층)나 ‘니트족’(취업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청년 무직자)으로 몰아세운다. 물론 극히 일부 청년층에서 그런 케이스가 있을지라도 청년실업 문제는 국가적, 사회적으로 적극적인 해결과 치유가 필요하다.

 

2. 이 책의 제목이자 키워드인 ‘블랙기업’이란 명칭은 원래 일본에서 ‘폭력조직과 결탁한 기업’을 뜻하는 말이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광범위하게 ‘법에 어긋나는 조건의 비합리적인 노동을 젊은 직원에게 의도적, 자의적으로 강요하는 기업 혹은 노동 착취가 일상적,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기업‘을 의미하고 있다.

 

3. 저자의 표현을 옮기면 ‘블랙 기업’이라는 문제를 단순히 ‘청년 노동자가 비도덕적인 회사로부터 피해를 입는다는 측면’으로만 파악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 사회에 실로 다양한 폐해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블랙 기업은 소비자의 안전도 위협한다. 개인으로서의 청년뿐 아니라 전체 경제와 고용 시스템까지 파괴한다. 청년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우울증이나 급기야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기형의 사회가 그렇게 만든 것이지만, 청년은 본인이 사회부적응자로 잘 못 판단한다.

 

4. 이 책이 쓰인 무대는 일본이다. 그러나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 책에선 블랙기업이라는 문제에 관해, 청년 노동자가 개인으로서 피해를 입는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 문제로서의 측면까지 다루면서 블랙 기업문제에 대한 사회의 시야를 넓히고 있다.

 

5. 1) 블랙 기업이 개인에게 어떻게 마수(魔手)를 뻗치는지, 2) 개인으로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3) 사회적인 해악으로서 블랙 기업의 실태와 폐해는 무엇인지, 4) 블랙 기업에 대한 사회적인 대처법은 무엇인지가 주요 내용이다.

 

6. 여러 이야기 중 ‘블랙기업의 패턴과 구분법’에 눈길이 머문다.

- 대량 채용과 대량 해직 : 오랫동안 일할 수 없다.

1) 월수입을 과장하는 꼼수 : ‘고정 잔업 수당’ 혹은 ‘정액 잔업 수당’이라는 명목으로 ‘기본급여’에 포함시켜 월수입을 부풀리고 과장하는 방식.

2) ‘정규직 채용’이라는 위장 : ‘수습 기간’을 이용한 속임수. 3, 6, 9개월 또는 1년간 ‘수습기간’이란 명목으로 단기 고용 계약을 맺는다.

3) 입사 후의 성별 경쟁 : 일단 대량으로 직원을 뽑고 회사 내규에 ‘예선’이라는 시스템을 적용시켜 입사 동기들 간에 치열한 경쟁을 유발시킨다.

4) 전략적인 직장 내 괴롭힘으로 ‘스스로 그만 두도록’ 유도한다 : 열 받아 나가게 만든다.

5) 잔업 수당 미지급.

6) 과로사에 이를 정도의 장시간 노동을 합법적인 형태로 시키는 회사도 있다.

7) 회사 측이 아쉬우면 직원들을 퇴직시키지 않는다 : 국내에선 급여를 몇 달치 깔아놓는(일부러 체불시키는)경우를 자주 본다.

8) 직장인지 조폭 집단인지 모를 수상한 회사 :신체 상해나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도 한다.

 

7. 그렇다면 어떻게 ‘블랙 기업’을 퇴출시킬 것인가? 저자는 두 가지 사회적 전략을 제안하고 있다. “첫째, 노동조합이나 NPO에 가입하고 상담해서 새로운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노동법 교육을 확립하고 보급해야 한다. 특히 청소년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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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시선 - 초판본 ㅣ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시선집
심훈 지음, 최도식 엮음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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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 이야기 2014-202

 

『심훈 시선』 심훈 / 지만지(지식을 만드는 지식)

 

1. “밤, 깊은 밤 / 바람이 뒤설레며 / 문풍지가 운다.

방, 텅 비인 방 안에는 등잔불의 기름 조는 소리뿐....//

쥐가 천정을 모조리 써는데/ 어둠은 아직도 창밖을 직히고,

내 마음은 무거운 근심에 짓눌려/ 깊이 모를 연못 속에서 자맥질한다.//

아아 기나긴 겨울밤에/ 가늘게 떨며 흐느끼는 고닲은 령혼의 우름소리/

별 없는 하눌 밑에 들어 줄 사람 없구나!” 1923년 겨을 ‘검은 돌’집에서

- 서시 ‘밤’ 전문

* 초판본에 실린 표기를 그대로 살림.

 

.... 일제하 암울한 땅과 하늘에서 ‘행동하는 양심’과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부끄러움’사이에서 갈등하고 번민했던 시인 심훈. 그의 의식은 깊은 어둠 속에서 무거운 근심이 어깨를 누르는 가운데 연못 속으로 잠겨든다. 별도 하나 안 보이는 하늘은 하늘도 아니다.

 

2. “날마다 불러 가는 안해의 배,

나는 날부터 돈 들 것 꼽아 보다가

손가락 못 편 채로 잠이 들엇네

 

배ㅅ속에 꼬물거리는 조그만 生命

‘네 代에나 긔를 펴고 잘살어라!’

한마듸 祝福밖에 선사할 게 없구나.

 

‘아버지’소리를 내 엇지 들으리

나이 三十에 해 녾 것 없고

물려줄 것이라곤 ‘鮮人(센진)’밖에 없고나.

 

給仕의 封套 속이 부럽든

月給날도 다시는 안 올 상 싶다

그나마 失職하고 스므닷새 날.

 

電燈 끊어 가든 날 밤 燭불 밑에서

나 어린 안해 눈물지며 하는 말

‘시골 가 삽시다, 두더지처럼 흙이나 파먹게요’.

 

五官으로 숨여드는 봄

가을바람인 듯 몸소리 처진다

朝鮮 八道 어느 구석에 봄이 왓느냐.

 

불 꺼진 火爐 헤집어

담배 꼬토리 찾어내듯이

식어 버린 情熱을 더듬어 보는 봄 저녁.

 

獄中에서 妻子 잃고

길거리로 미처 난 머리 긴 친구

밤마다 百貨店 기웃거리며 휘파람 부네.

 

선술 한잔 내라는 걸

주머니 뒤집어 털어 보이고

돌아서니 카페-의 붉고 푸른 불.

 

그만하면 神經도 죽엇스렷만

알뜰한 新聞만 펴 들면

불끈불끈 주먹이 쥐어지네.

 

몇 百 年이나 묵어 구멍 뚫린 古木에도

가지마다 파릇파릇 새 엄이 돋네

뿌리마저 썩지 않은 줄이야 파 보지 않은들 모르리.

_ ‘토막생각 - 生活詩’ 전문. 1932. 4. 24

 

....무슨 사족이 필요하랴. 이 시절에 태어났으면 분명 나의 자화상이리라. 몸도 마음도 피폐해진 가운데에서 이렇게 글로나마 마음을 달래고 그려 낸 일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3.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三角山이 이러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漢江 물이 뒤집혀 룡소슴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지기 前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한울에 날르는 까마귀와 같이/ 鐘路의 人磬을 머리로 드리바더 울리오리다/

頭蓋骨은 깨어저 散散조각이 나도/ 깃버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恨이 남으오리까..”

_ ‘그날이 오면’ 부분. 1930.3.1.

 

....그러나 그는 그날을 못 보고 1936년 9월 16일. 장티푸스로 치료받던 중 36세의 나이에 무거운 마음만 잔뜩 안고 이 땅을 떠나 다른 세상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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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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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 이야기 2014-200

 

『미궁』 나카무라 후미노리 / 자음과모음

 

1. “너는 선택을 해야 해. 사람들과 그럭저럭 어울려 사는 존재가 되느냐, 아니면 사람들이 모두 등을 돌리는 존재가 되느냐.....” 나와 격이 맞지 않는 사회가 싫다고 은둔형으로 사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한 번 이 상황에 빠지면 다시 사회라는 흐름에 합류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사회가 나를 버린 것이 아니라 내가 사회를 떠난 것이라고 자위를 해보지만 별 차이가 없다. 마음에 자리 잡았던 힘든 그늘이 어두움으로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다.

 

2. 크나큰 사고로 가족을 모두 잃고 혼자 남겨진 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일 것이다. 그것도 가족의 마지막 모습이 살인사건으로 죽음으로 변한 모습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3. 소설의 화자(話者)이자 내 안의 또 다른 나와 힘겹게 씨름하는 ‘나’는 은둔형이 되느니 적당히 사회 속으로 기어들어가 살고 있다(본인은 이런 표현을 싫어하겠지만 내 느낌에는 그렇다). 변호사 사무실에 근무한다. 사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준비만 몇 년이다. 누가 물어보면 이렇게 답한다. ‘준비 중’.

 

4. 여자가 생겼다. 술집에서 우연히(아닌) 만난 중학 동창이다. 가끔, 요즘은 거의 매일 그녀의 원룸에 가서 그녀와 몸을 섞는다. 마음이 섞인 것은 그 뒤로 한참이다. 소설 속 ‘나’와 성향이 비슷하다. 마치 친남매지간처럼 닮았다. 자라온 환경, 각기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지켜준다는 마음까지 들 정도로)수호악(惡)까지도.

 

5. 1988년에 세간을 뒤흔들었던 히오키 사건. 도쿄 네리마 구의 민가에서 히오키 다케시라는 남성과 그의 아내 유리. 그리고 그의 장남이 사체로 발견되었다. 12세의 장녀만 살아남았다. 당시 이 가옥은 밀실 상태였다. 현관, 창, 모든 곳이 잠겨 있었다. 다만 한 군데, 화장실 창은 열려 있었으나 작은 환기용 창이어서 몸집이 작은 어린아이가 아니면 드나들 수 없었다.

 

6. 내가 지금 만나는 여자가 그 유일한 생존자. 그 불운한 가족의 장녀였다. ‘나’는 그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녀와 같은 나이인 12살이었다. 부쩍 그 사건이 궁금해진 ‘나’는 그 ‘미궁의 사건’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더 혼란스럽다.

 

7. 뒤늦게, 서류상으로도 나의 여자가 된 그녀가 그날의 상황을 소상하게 전해주긴 했지만, 여전히 모르겠다. 나나 그녀나 내면에 ‘어두운 부분’이 있다는 사실 말고는 인정되는 것이 없다. 나의 내면 어둠의 장소에는 오래전부터 R이라는 존재가 살고 있었다. 그 R 곧, 내 안에서 일어나는 어둠의 기운은 누군가에게 오더를 내려서 내 대신 사건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끔찍한)살인사건이나 테러, 방화 등. 물론 안 좋은 생각이란 것은 잘 안다. 그러나 끊임없이 일어나는 그 생각. ‘저 인간만 세상에 없으면’, ‘누가 내대신 없애줘졌으면..’하는 마음은 사그라질 줄 모른다.

 

8. “R은 너에게서 떨어져 어딘가 먼 곳의 진흙탕 속으로 갈 거야. 너의 음울한 모두를 등에 짊어진 채로, 그리고 그 넓고 더러운 진흙탕 속에 묻혀버려. 다시 나올 수 없을 만큼 철저하게. 어디 이래도 버티나보자, 라고 할 만큼 떡이 되게 두들겨 패고, 참혹하게 쓰레기처럼 묻어버려. 그리고 너는(그냥 살아).” ‘나’ 어렸을 적 나를 담당했던 정신과 의사가 해 준말이다.

 

9. 스릴러 소설이라고 하지만, 심리소설에 가깝다. 일어난 사건과 그 주변 상황은 마음 한편이 시리고 선뜻하지만, 끝으로 갈수록 가슴이 아리도록 슬프고 아름다운 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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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 홍수 - 황금의 지배자
에드윈 르페브르 지음, 박성준.김희균 옮김 / 레디셋고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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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冊 이야기 2014-199

 

『금의 홍수』 에드윈 르페브르 / 레디셋고 (RSG)

 

1. 금(金)은 적당히 있어야 한다. 아니 금을 보며 만지작거리며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내 것 말고 남의 것은 적을수록 좋다. 그래야 희소성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2. 금 이야기를 하다 보니 여러해 전 온 국민이 금 모으기 최면현상에 몰렸던 일이 생각났다. IMF때였다. IMF가 왜 일어났는가? 이야기하자면 길어지고 속 터지니 그만하자. 분명한 것은 나라가 그 지경까지 가도록 방치시킨 정치가와 소위 정부 관료, 재벌기업가 들이라는 인간들은 그 때나 지금이나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내가 가진 것이 없다고 그들을 매도하는 것이 아니다. 그 상황에도 어려운 형편에 아이들 돌 반지, 결혼반지, 대대손손 가보로 자리매김하던 금메달 등을 들고 나와 국고에 금을 넣어주기 위해 애썼던 국민들의 정서가 대단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거국적인 금벤트엔 충직한 언론도 큰 몫을 했다.

 

3. 이 책의 키워드는 ‘금(金)’이다. 그러다보니 느닷없이 그 때 그 일이 생각났을 뿐이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책 이야기로 들어가 본다. 때는 1900년대를 막 시작한 어느 날. 한 젊은이가 미국 월 스트리트의 어느 은행장을 찾아왔다. 그 은행은 그 지역에서 제일 큰 은행이다. 젊은이는 10만 달러짜리 수표를 내놓았다. 재무성 분국에서 발행한 금 예치소수표였다.

 

4. 목이 뻣뻣한 은행장은 표정관리 하기 바쁘다. 젊은이가 무엇을 하는 인간인지 궁금해졌다. “혹시 지금 하시는 사업이......” “저는 아무 사업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은행에 10만 달러를 예치하는 것이 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면 모르겠습니다만.” 은행장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마치 처음 만난 남녀의 썰렁한 대화가 연상된다. 커피숍에 앉아 여인이 남성에게 묻는다. “지금 뭐하세요?(하는 일)” 묻자. 나오는 대답이라곤..“지금 커피 마셔요”

 

 

5. 그리고 그 젊은이는 딱 일주일후 15만 달러, 그 다음주 25만 달러, 50만 달러, 100만 달러짜리 금 예치소수표를 매주 예금했다. 은행장에게 큰 근심이 생겼다. 도대체 그 금이 어디서 나는 걸까? 가짜 아냐? 그러나 출처를 모르는 금은 가짜가 아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예치금은 4천5백만 달러까지 갔다. 몸이 달은 은행장은 은행의 VIP고객이자 친구인 재벌과 함께 청년의 뒷조사를 시작한다. 털어도 먼지 하나 안 나온다.

 

6. 흥미롭게 시작된 《금의 홍수》스토리는 금융 픽션소설이다. 단순한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치밀한 스토리 전개가 흥미롭다. 100여 년 전 상황이지만 낯설지 않은 것은 금의 가치와 기본적인 경제의 흐름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7. 실물과 화폐 가치, 주식과 채권, 투자와 투기, 부를 지키기 위한 음모와 술수 등의 주제가 스토리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다. “상상력이 뛰어나지 않으면 위대한 금융인이 될 수 없습니다.” 그 상상력이 어떤 모양으로 나타날지 몰라도 상상력은 분야를 떠나 모든 부문에서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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