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책 〉
《 라캉, 들뢰즈, 바디우와 함께하는 도시의 정신분석 》1
- 과잉 도시 | 현대 도시의 철학적 모험 _장용순 / 이학사
도시의 형성은 혼돈에서 질서라는 단계를 거쳐 형성되었다. 그러나 현대 도시의 전반적인 모습은 질서라는 단어를 붙이기 무색하게 혼란의 소용돌이에 처한듯하다. 각종 전염병의 창궐, 사건과 사고, 인종차별과 혐오, 정서적 불안정, 그리고 도시와 도시민이 불러온 여러 가지 자연재해 등이 현재 도시의 얼굴이다.
건축 학자이자 철학자인 저자는 시리즈 도서를 통해 현대 자본주의사회와 도시가 직면한 위기를 정신분석과 철학의 관점에서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시리즈는 총 3권의 도서로 구성되었다. 1권『과잉도시』는 제목 그대로 과잉으로서의 도시를 뜻한다. 무한과 유한, 물질대사가 키워드이다. 2권『환상도시』는 환상으로서의 도시를 뜻한다. 정신, 사회, 도시에서 작용하는 환상에 대해 분석한다. 이때 환상은 이야기, 신화, 종교, 이데올로기라는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3권『사건도시』는 사건으로서의 도시를 뜻한다. 혼돈과 실재를 다룬다. 무한의 혼돈이 유한의 체계에서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살피면서 그 증상을 분석하고 있다.
1권『과잉도시』에선 무한한 자연의 흐름이 어떻게 분절되면서 유한한 문명 체계가 되는지 그 양상을 원시시대에서 시작해 고대,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를 거쳐 근대와현대까지 어떻게 이어져왔는가를 살피고 있다. 저자는 도시가 비대해지고 거주인구가 늘어날수록 신경증과 정신병 같은 정신 병리와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는가에 주목한다. 1권에서 저자의 사유와 논조를 돕는 철학, 사상가들은 푸코, 한병철, 들뢰즈, 벤야민, 바타유, 맑스 등이다.
근대도시와 현대도시는 어떻게 다를까? 20세기 근대의 이상도시는 주거, 업무, 상업, 여가를 분리하는 지역지구제에 의해 설계되었다고 한다. 신체에 비유하자면 간, 위, 폐, 뇌 같은 기관들이 분화되듯이 관공서, 사무소, 교육시설, 공업지역, 문화시설 등으로 도시가 세분화된 것이다. 반면 20세기 후반 현대도시는 순환계와 신경계가 발달하듯이 자원, 물류, 상품, 인구의 순환과 연결성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진다.
자본주의사회 다음에 올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저자는 원시사회, 전제군주사회, 자본주의사회의 발전 방향을 보면 다음에 올 사회는 더 탈코드화되고 더 탈영토화된 체계일 가능성이 높다고 피력한다. 국가의 경계를 초월해 전 지구적 차원에서 거대한 흐름이 형성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들뢰즈는 이런 경계와 구분이 없는 공간을 ‘매끄러운 공간’이라고 부른다.
멋진 책(시리즈)이다. 많은 사진과 도표를 통해 건축과 도시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외형의 도시보다도 도시민의 내면(정신세계)을 염려하며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저자가 분석틀로 만나고 소개하는 여러 철학자들의 주요사상을 따라 철학의 세계로 한 걸음 한걸음 다가서는 길도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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