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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문화를 읽는 6가지 키워드 - 영웅본색, 정교도통, 강하세월, 음식남녀, 이매망량, 혼혜귀래
리어우판 지음, 신의연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12월
평점 :
품절
《 중국 문화를 읽는 6가지 키워드 》
_리어우판 / 흐름출판
어느 한 나라의 문화를 정리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때로는 여러 빛깔의 문화가 기록될 수도 있습니다. 기록자의 관점에 따라 중요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중국의 문화 역시 책 한 권으로 압축되기엔 무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문화가 6가지 키워드로 정리되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저명한 문화인류학자 리어우판입니다. 6가지 키워드는 지은이가 평소에도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부분이라고 합니다. 저자의 주요 연구 분야가 중국 현대문학 및 문화연구 그리고 중국 현대소설과 중국영화인 만큼 6개의 주제는 ‘문학’을 공통점으로 합니다.
영웅본색(英雄本色)
‘영웅본색’하면 1980년대에 제작되었던 동명의 홍콩영화가 생각납니다. 주윤발, 장국영이 출연했지요. 저자는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한 마디도 안합니다. 저자가 이 챕터에서 텍스트로 삼은 것은 사마천의 『사기』 「항우본기」입니다. 저자가 「항우본기」를 택한 이유는 항우가 실제 역사 속 인물이지만 사마천이 그를 영원불멸하게 만들어 지금까지도 영화 등에서 주목받게 한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마천의 「항우본기」는 처음으로 문자를 통한 영웅 전통을 창조해놓은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중국적 영웅 전통의 의의와 영향을 탐구해보자고 합니다.
영웅(英雄)이라는 한자를 해자해보면 ‘영(英)’은 꽃부리, 열매가 맺지 아니하는 꽃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초목에서 막 자라난’혹은 ‘정화(精華)’의 뜻도 있다고 합니다. ‘웅(雄)’은 승리하다, 우수하다, 뛰어나다는 뜻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남성의 용감함‘을 말합니다.
항우의 생애는 짧고 굵습니다. 24세에 병사를 모아 일으키고, 25세에 거록전투(鉅鹿戰鬪, 중국 진나라 말기에 항우가 진나라의 주력부대를 무찌른 전투로, 이후 항우의 위세가 크게 신장되었다고 합니다)를 치릅니다. 사마천의 『사기』엔 항우의 용맹한 전투장면을 묘사한 부분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정교도통(政敎道統)
한유(韓愈)의 「원도(原道)」를 텍스트로 삼습니다. 한유(768~824)는 중국 고문(古文)의 대가입니다. 한유를 통해 중국의 두 전통을 이야기합니다. 유가 전통과 고문 전통입니다. 한유가 처음으로 고문을 중국의 문류(文類)중 하나로 세웠고, 가장 우월하면서도 가장 자각적인 방식으로 표현했다고 합니다. 형식만 화려한 변려문(騈儷文)에서 벗어나 내용이 알찬 고문을 사용하게 했을 뿐 아니라 중국의 2000년 고문 전통을 정립한 인물로 소개합니다. “고문 전통에서 본다면, 개인적으로, 한유의 지위는 선진시대 제자(諸子)들의 지위처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내 경우는 문학의 시각에서 사상에 접근하기에 고문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저자의 표현입니다.
강하세월(江河歲月)
저자에게 누군가 묻기를 “당신이 마음속에서 가장 좋아하고 가장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중국 문학가는 누구입니까?”라고 묻기에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한 사람의 이름을 말했다고 합니다. ‘소동파’(蘇東坡, 1036~1101)라고. 저자는 소동파가 중국문학사에서 중요한 전통인 감정을 토론하는 ‘서정 전통’의 대표자라고 생각합니다. 소동파는 ‘당송 고문팔대가’일 뿐만 아니라 북송시대의 매우 유명한 지식인이자 사대부였습니다. 그는 20대 초에 과거에 합격해 진사가 되었습니다. 소동파의 문장을 하나 옮겨봅니다. “내가 어디 가든지 즐거워하지 않음이 없는 것은, 내가 세속 밖에 머물기 때문이다(余之無所汪而不樂者, 蓋遊於物之外也)”라 했습니다. 즉 자신은 이익의 득실을 떠나 인생의 영욕을 초월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런 ‘초연(超然)’의 태도는 세상일에 무관심하다는 뜻이 아니라 초연하고 독립적인 생활태도를 갖고 살겠다는 마음을 표현했다고 이해합니다.
음식남녀(飮食男女)
‘음식남녀’는 ‘영웅본색’처럼 익숙한 타이틀입니다. 풍몽룡(馮夢龍)의 「장흥가중회진주삼」을 텍스트로 합니다. 고대 백화문(白話文, 당나라 대에 발생하여, 송, 원, 명, 청 시대를 거치면서 확립된 중국어의 구어체를 말하며, 이를 글로 표기한 것을 의미합니다)으로 쓰인 통속적 이야기입니다. 풍몽룡(1574~1646)이 살았던 시기는 인쇄업과 여행업이 엄청나게 발달해 돈 있는 집안의 부녀들까지 모두 명절이나 연말에 여행을 다니기도 했다고 합니다. 소비습관이 있다 보니 부녀들의 패션업도 유행했습니다. 욕망과 일탈은 모두 소비의 산물입니다. 「장흥가중회진주삼」의 특징은 상인들의 생활묘사에 있습니다. 문인들은 상인들을 무시하는 때였지만, 이 책에 나오는 상인은 정을 중히 여기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소설의 내용이 흥미롭지만 지면 관계상 줄거리는 생략합니다. 느낌을 한 줄로 표현한다면 ‘사람의 인연이란 처음도 끝도 없구나. 끝인 듯 처음이고, 처음인 듯 끝이구나’입니다.
이매망량(魑魅魍魎)
위의 네 글자 모두 도깨비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이매망량은 온갖 도깨비를 의미합니다. 포송룡의 『요재지이』 「화피」 「화벽」을 텍스트로 합니다. 『요재지이』는 가히 귀신이야기(총체적으로는 기이한 이야기)백화점입니다. 431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포송령은 귀신과 정령들의 세계와 왕래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귀신 이야기를 수집하고 다녔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요재지이』속 이야기 몇 편은 영화화되기도 했지요.
혼혜귀래(魂兮歸來)
현대작가의 관점으로 중국 문화전통을 정리해보겠다고 합니다. 중국 현대 작가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루쉰입니다. ‘혼혜귀래(魂兮歸來)’는 ‘혼이여, 돌아오라’는 뜻입니다. 중국 청년들은 초, 중,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 때까지 루쉰을 지겹도록 배운답니다. 그래서 학교를 졸업하고도 루쉰이라는 이름을 만나는 것은 즐겁지 못하다고 합니다만, 중국현대문학에서 루쉰을 빼면 이야기가 진행이 안 됩니다. 저자는 루쉰의 대표작인 「광인일기」와 「아Q정전」을 이야기합니다. 많은 서양학자들이 「광인일기」를 중국 현대문학의 효시라고 하는 이유는, 이 작품의 시각이 가장 주관적이고, 언어에는 거의 개인적 의식의 흐름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책의 원고는 저자가 홍콩 중문대학에서 강의한 내용을 정리했다고 합니다. 가독성이 좋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중국의 문화로 시작해서 문학으로 끝납니다. 이 책의 내용은 세계 온라인 강의 연맹인 코세라(Coursera)의 교과목 중 하나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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