冊 이야기 2014-205
『블랙 기업』 곤노 하루키 / RSG(레디셋고)
1. 때로 청년실업 문제를 청년들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도 있다. 물론 크게 잘못된 경우이다. ‘프리터’(정직원이 되지 않고 파트타임 노동만으로 생계를 해결하는 젊은 계층)나 ‘니트족’(취업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청년 무직자)으로 몰아세운다. 물론 극히 일부 청년층에서 그런 케이스가 있을지라도 청년실업 문제는 국가적, 사회적으로 적극적인 해결과 치유가 필요하다.
2. 이 책의 제목이자 키워드인 ‘블랙기업’이란 명칭은 원래 일본에서 ‘폭력조직과 결탁한 기업’을 뜻하는 말이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광범위하게 ‘법에 어긋나는 조건의 비합리적인 노동을 젊은 직원에게 의도적, 자의적으로 강요하는 기업 혹은 노동 착취가 일상적,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기업‘을 의미하고 있다.
3. 저자의 표현을 옮기면 ‘블랙 기업’이라는 문제를 단순히 ‘청년 노동자가 비도덕적인 회사로부터 피해를 입는다는 측면’으로만 파악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 사회에 실로 다양한 폐해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블랙 기업은 소비자의 안전도 위협한다. 개인으로서의 청년뿐 아니라 전체 경제와 고용 시스템까지 파괴한다. 청년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우울증이나 급기야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기형의 사회가 그렇게 만든 것이지만, 청년은 본인이 사회부적응자로 잘 못 판단한다.
4. 이 책이 쓰인 무대는 일본이다. 그러나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 책에선 블랙기업이라는 문제에 관해, 청년 노동자가 개인으로서 피해를 입는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 문제로서의 측면까지 다루면서 블랙 기업문제에 대한 사회의 시야를 넓히고 있다.
5. 1) 블랙 기업이 개인에게 어떻게 마수(魔手)를 뻗치는지, 2) 개인으로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3) 사회적인 해악으로서 블랙 기업의 실태와 폐해는 무엇인지, 4) 블랙 기업에 대한 사회적인 대처법은 무엇인지가 주요 내용이다.
6. 여러 이야기 중 ‘블랙기업의 패턴과 구분법’에 눈길이 머문다.
- 대량 채용과 대량 해직 : 오랫동안 일할 수 없다.
1) 월수입을 과장하는 꼼수 : ‘고정 잔업 수당’ 혹은 ‘정액 잔업 수당’이라는 명목으로 ‘기본급여’에 포함시켜 월수입을 부풀리고 과장하는 방식.
2) ‘정규직 채용’이라는 위장 : ‘수습 기간’을 이용한 속임수. 3, 6, 9개월 또는 1년간 ‘수습기간’이란 명목으로 단기 고용 계약을 맺는다.
3) 입사 후의 성별 경쟁 : 일단 대량으로 직원을 뽑고 회사 내규에 ‘예선’이라는 시스템을 적용시켜 입사 동기들 간에 치열한 경쟁을 유발시킨다.
4) 전략적인 직장 내 괴롭힘으로 ‘스스로 그만 두도록’ 유도한다 : 열 받아 나가게 만든다.
5) 잔업 수당 미지급.
6) 과로사에 이를 정도의 장시간 노동을 합법적인 형태로 시키는 회사도 있다.
7) 회사 측이 아쉬우면 직원들을 퇴직시키지 않는다 : 국내에선 급여를 몇 달치 깔아놓는(일부러 체불시키는)경우를 자주 본다.
8) 직장인지 조폭 집단인지 모를 수상한 회사 :신체 상해나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도 한다.
7. 그렇다면 어떻게 ‘블랙 기업’을 퇴출시킬 것인가? 저자는 두 가지 사회적 전략을 제안하고 있다. “첫째, 노동조합이나 NPO에 가입하고 상담해서 새로운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노동법 교육을 확립하고 보급해야 한다. 특히 청소년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