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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아프지 마라 -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웠던 삶의 순간들에게
나태주 지음 / 시공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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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아프지 마라 -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웠던 삶의 순간들에게

_나태주 / 시공사

 

 

자세히 보아야 / 예쁘다// 오래 보아야 /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_풀꽃전문

 

2012년 광화문 교보생명 글판에 이 시가 올랐다. 탤런트 이종석이 주연한 연속극 학교 2013에도 이 시가 등장했다. 2015년에는 교보문고 자체 설문조사에서 25년 동안 광화문 글판에 오른 69개의 글 가운데서 가장 사랑받는 시로 뽑혔다. 이해인 수녀가 자신의 소식지에 이 시를 넣어 주변에 널리 알리기도 했다.

 

풀꽃이란 시를 누가 썼는지는 몰라도 이 시를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나는 사람이 많을 듯하다. 이 시의 작가이자 이 책의 저자인 나태주 시인은 43년간 시골 초등학교 교단에 섰으며, 공주 장기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했다. 그간 1973년 첫 시집 대숲 아래서를 출간한 이래 40권이 넘는 창작 시집을 펴냈다. 요즘도 꾸준히 새로운 책을 출간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그간 삶의 여정을 돌아보며, 퇴임 후 문학 강연 등으로 보내는 일상과 시간에서 배우고, 꽃이 세상에 온 의미를 느끼고, 길을 따라 다시 한 걸음 내딛는 삶 그리고 저자가 만난 많은 사람들에게 고맙습니다라는 말로 책을 꾸몄다.

 

늙은 사람이 된 것은 저절로, 거저 된 일은 아니다. 그동안 많은 세월을 살았고 또 견뎠기에 늙은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내가 늙은 사람인 것이 좋다.” _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 먹는 것을 싫어한다. 늙어가는 것이 왠지 서글프다. 또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급 우울해지고 불안해지기도 한다. 나도 한 때는 그런 마음을 갖고 산 적이 있었다. 언제부턴가 나이가 들어감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내 가족들, 부모님을 포함해서 형제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며 든 생각이기도 하다. 태어난 순서대로 간 것 아니기에, 나 역시 마음으로 준비 중이다. 천상병 시인의 마음처럼 소풍 나왔다가 집으로 들어가는 심정으로 떠나고 싶다. (삶의)여행길을 마친 후 푹 쉬는 심정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타인의 다름을 인정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틀리다다르다를 같은 의미망 안에 넣고 살아왔다. 하나의 혼동이다. 그 둘을 구별해야 한다. 상대방의 다름을 선선하게 인정해야 한다. 다름의 가치와 존재를 인정할 때 마음의 안정이 오고 진정한 평화가 깃든다. 이것이 또 보편에 이르는 길이다.” _고질적인 문제다. 어느 한쪽으로 심하게 치우친 상태에서 상대방을 보니, 당연히 달라 보인다. 삐딱해 보인다. , 우를 떠나 민족과 반민족으로 갈라지기도 한다. 목숨 걸고 싸울 일도 아니건만, 거의 그런 심정으로 맞서고 있으니 참 안타깝다.

 

나태주 시인의 글을 읽다보면, 사는 것은 곧 비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세상 첫날처럼 하루를 맞이하고 이 세상 마지막 날처럼 하루를 정리하면서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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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꼰대로 살기로 했다 - ‘요즘 것들’과 세련되고 현명하게 공생하는 생존의 기술
임영균 지음 / 지식너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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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그냥 꼰대로 살기로 했다 】

   - ‘요즘 것들’과 세련되고 현명하게 공생하는 생존의 기술 _임영균 / 지식너머



언제부턴가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를 가르는 말이, 밀레니얼 세대와 꼰대들(세대)로 바뀌었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특히 그 중간층이라고 할 수 있는 1990년대 생들이 주축을 이룬다. 밀레니얼 세대에 관한 도서가 많이 출간되는 요즈음, 대부분의 내용은 기성세대(꼰대)들이 그들을 이해하고 포용해야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관심은 또래들도 많은 듯하다. 모 인터넷 서점의 통계에 의하면, 세대별 구입도서 베스트셀러 중 20~30대들이 밀레니얼 관련 도서를 많이 구입했다고 한다. 그냥 궁금해서? 아님 밀레니얼 세대답게(?) 행동하기 위한 지침을 얻기 위해서?


이 책은 마치 적대관계처럼 묘사되는 밀레니얼 세대와 꼰대 사회를 연결시켜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 속칭 꼰대들은 물론 밀레니얼 세대도 같이 읽어봤으면 좋겠다. 서로 잘 이해하고 같이 잘 가기위한 마음가짐을 위해 이 책의 내용들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학 졸업 후 국내 유수기업에서 10여 년간 기획 업무를 담당하다가 현재 여러 기업에서 리더십에 관련된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임영균 저자는 이 책을 쓸 때 특히 3040직장인들을 주 타깃으로 했다고 한다. 이 세대가 이미 꼰대가 되었거나 스멀스멀 꼰대 세포가 스며드는 것을 느끼는 이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진짜 꼰대는 그 위에 자리 잡고 있지만, 주로 3040세대가 밀레니얼 세대와 많이 접촉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밀레니얼 세대와 어중간하게 겹치는 나이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꼰대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좀 더 나은 꼰대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것이다. 나는 지금부터 그런 꼰대를 ‘따뜻한 꼰대’ 즉, ‘따꼰’이라고 부르려고 한다.”


‘꼰대도 한때는 요즘 것 들이었다’ 말을 뒤집으면 요즘 톡톡 튀는 세대들도 언젠가는(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꼰대가 된다는 말이다. 그 사람의 자리에서 그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을 입어 보기 전까지(그 사람의 신발을 신어보고 걸어봐야 한다는 말도 있다) 그 사람의 입장을 100퍼센트 이해하지 못한다. 밀레니얼 세대가 마음에 새길 말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꼰대에게 없는 네 가지에 공감한다. 첫째, 배려심이 없다. 둘째, 수용력이 없다. 셋째, 인간미가 없다. 넷째, 센스가 없다. 이 네 가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아주 많이 부족하다고 이해한다. 어려운 말은 아니지만 다시 풀어보면, _내 입장과 이익보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 _상대방의 의견을 수용하고 실천하는 마음. _자존심을 내려놓고, 사람에 대한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 _내가 한 말과 행동이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마음 등이다.


저자는 이 외에도 ‘꼰밍아웃’하고 할 말은 하고 살자, 나는 강요하는 걸까, 권유하는 걸까? 한 번 더 생각해보기를 권유하고, under 그리고 stand 하기, 가출한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를 다시 불러들이기.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갑질이 시작된다고 주의를 주고, 가끔은 나를 객관적으로 비출 거울이 필요하다 등 여러 이야기를 통해 ‘따꼰’이 되는 지혜를 주고 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지금의 나를 성장시킨 것은 쓴소리였다. 지나고 보니 다 도움이 되는 얘기였고, 나를 더 단단하게, 더 노력하게 만들었다. 기분 좋고 달콤한 말들은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되었지만, 실제로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만든 말들은 분명 쓴소리였다. 물론 그 전달 방식이나 표현에 있어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유행을 창조하는 것은 레트로가 아니라 뉴트로다. 옛것의 가치에 요즘 것의 새로움을 더해 뉴트로 꼰대가 되어 보자"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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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 침묵으로 리드하는 고수의 대화법
다니하라 마코토 지음, 우다혜 옮김 / 지식너머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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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 침묵으로 리드하는 고수의 대화법

   _다니하라 마코토 / 지식너머



미국 애리조나에서 발생한 총기사고 후 며칠 지난 2011년 1월 12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하는 도중 갑작스럽게 51초간 침묵했다. 청중들은 숨조차 맘대로 쉬기 힘든 격렬한 통제를 당했다. 연설 도중 결코 짧지 않은 그 침묵의 시간 속에서 청중은 이내 슬픔, 고통, 연민감, 책임감 등의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이 이례적인 연설은 전국적인 추모 물결을 일으켰다. 비언어적 대화의 강력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뉴욕 타임스는 당시 “그는 전 국민과 마음을 나눴다. 재임 이후 최고의 순간”이라고 평했다.


이 에피소드가 생각난 것은, 변호사로 재직 중이면서도 여러 권의 책을 발간한 다니하라 마코토가 이 책에서 말과 말 사이의 침묵을 강조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즉, 말에도 쉼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 대표적인 지적 사항이 ‘침묵이 지속되는 대화’이다. 말이 끊기는 점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저자는 대화가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선 적절한 ‘침묵’이 필요하다고 한다.


세상에는 ‘어떻게 말을 잘 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한 책은 차고도 넘친다. 이 책을 통해 말이 존재하지 않는 ‘말과 말의 사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하는지, 그 침묵의 사용법을 생각해보는 시간이 된다. “침묵함으로써 오히려 대화의 장을 만들고, 상대의 기분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침묵을 ‘말의 사이’라고 한다.”


‘자이가르닉 효과’라는 것이 있다. ‘달성한 일보다 달성하지 못했거나 중단 된 일을 더 잘 기억하는 현상’을 말한다. TV프로그램들도 자이가르닉 효과를 십분 활용한다. 프로그램 사이사이에 광고를 끼워 넣는 형식을 예로 들 수 있다. ‘채널고정’을 유도하기 위해 광고의 남은 시간을 띄우기도 한다. 대부분의 드라마는 한 회가 끝나기 직전에 새로운 사건이나 이벤트가 벌어진다. 시청자는 그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 지 궁금해 한다. 이 자이가르닉 효과를 연설 중에 활용하는 법도 제안 하고 있다.


“대화할 때 상대방의 주의를 끌고 싶다면 질문을 내고 잠시 침묵한다. 그러면 상대는 그 질문을 곰씹으며 해답을 알아내기 위해 당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기껏 질문을 해놓고 기다림의 시간을 못 참아서 금세 답을 이야기해버리면 안 될 것이다. 때로 침묵은 상대방에게만 행사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기 위해서도 필요할 것이다.


저자는 질문이 지닌 힘을 4가지로 정리했다. _사고(思考)를 유발한다. _사고의 방향을 유도한다. _말하게 한다. _발언한 내용으로 행동을 속박한다 등이다. 질문으로 이룰 수 있는 6가지 성과도 참고할 만하다. _정보를 이끌어낸다. _호감을 얻는다. _사람을 움직인다. _사람을 키운다. _논쟁에서 승리한다. _자신을 컨트롤한다.


그러나 침묵의 리스크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입만 다물고 있다고 모든 것이 잘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대화가 잘 풀리기는 커녕 오해받을 수 있다. 침묵할 때는 심각한 표정을 짓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의 기초는 호감과 신뢰이다. 호감과 신뢰를 얻으려면 내가 먼저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고 신뢰해야 할 것이다.” 상대방을 위한 인내와 배려심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말에도 쉼표가 필요하다는 것. 그 쉼표는 나를 위해서, 상대방을 위해서도 매우 유용한 시간이 될 것이라는 점에 깊이 공감한다. 






"왜?라는 질문을 반복하면 대답하는 쪽에서는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다. (....) ‘왜?‘를 제외한 4W1H중 하나로 바꿔서 질문하면 상대가 대답하기 쉬워진다. 언제부터? 누구의 영향으로? 등."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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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심는 꽃
황선미 지음, 이보름 그림 / 시공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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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에 심는 꽃 】

 _황선미 (지은이), 이보름 (그림) / 시공사



한 작가 지망생이 있었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 연필로 쓰고 지우개로 지워가며 고친 원고를 대학 노트에 옮겨 적은 것을 지인의 안부전화를 통해 다시 들여다보았다. 작가는 그 글들을 다시 보면서 비록 시간을 먹은 종이가 누렇게 변했지만, 흑연의 흔적은 선명해서 다만 뭔가를 쓴다는 것에 하루하루를 붙잡아 세우고 견뎌 냈던 서른 초반의 작가 자신의 모습을 다시 만나게 된다. 이 책의 저자 황선미 작가의 이야기다.



작가의 데뷔작품이기도 한 『마음에 심는 꽃』은 그 당시 비록 책으로 엮어 나오진 못했지만, 작가의 프로필 맨 앞에 등장하는 작품이기도 했다. 그 작품이 이번에 책으로 출간되었다. 이보름 작가의 고운 수채화 그림이 글 내용을 더욱 빛나게 해준다.



“이 작품은 스물하고도 네 해 전, 나의 시작 어떤 지점이다. 그런데 꽤 오래 걸어 온 나의 지금에 이것이 어떤 의미가 되려고 한다. 등을 구부려 손끝으로 발을 만지는 기분이다. 참 고마운 일이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까, 지방에 폐교되는 (초등)학교가 점점 늘어나면서 그 활용이 제대로 되지 못하는 상황을 전하고 있었다. 가정집이나 학교나 사람의 온기가 없으면 금방 폐가가 된다. 문제는 각 지방 자치단체에서 폐교된 학교 건물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 사람들이 그 폐교를 사용하고 싶어도 무척 까다로운 모양이다. 아마도 서로 그 관리를 미루고 있는 것 같다. 활용방법에 대한 고민보다 어떻게 하면 관여를 안 할까 고민하고 있는 듯하다. 관리자나 이용자나 서로 좋은 해결방안이 나오길 기대한다.



이 동화의 배경이 되는 시골의 작은 분교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었다. 화자인 수현이네 반은 일학년 네 명과 삼학년 세 명이 함께 공부를 한다. 어느 날 도시에서 민우가 이사를 왔다. 수현이 짝꿍이 되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수현과 민우가 주축이 된다. 둘 사이에 갈등이 생기기도 했지만 끝은 잘 마무리 된다. 민우는 아프다. 많이 아프다. 힘든 수술을 견뎌내야 한다. 비록 몸이 아프고 힘들지만 민우는 잘 견뎌내고 있다. 수현이가 곁에서 힘이 되어주고 있다. 수현이는 꽃밭을 잘 가꾸면 삼촌이 상을 주기로 했다는 말을 전하자, 민우가 묻는다. “뭘 갖고 싶은데?” “예쁜 옷이랑, 머리띠 그리고 동화책.” 그러자 민우는 “나라면 그런 것 안 갖는다”고 하자, 급 궁금해진 수현이는 민우에게 되묻는다. “더 좋은 게 있어?” 민우는 “나라면 꽃밭을 가질 거야”



황선미 작가의 대표작으로는 각각 100만부 이상 판매된 『나쁜 어린이 표』와 『마당을 나온 암탉』이 있다. 특히 『마당을 나온 암탉』은 애니메이션 영화, 연극 등 다양한 예술 장르로 재탄생해서 어린이 문학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음에 심는 꽃』은 작가의 오늘을 위해 마중물 역할을 한 작품이다. 구름에 가려져 있던 태양이 서서히 그 모습을 다시 보여준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다시 일어날 희망을 이야기 해준다. 여러 꽃들이 서로 어깨를 기대며 여러 빛깔로 웃으며 노래하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정원을 보는 듯하다.








"아픈거 다 나으면 꼭 농구할 거야. 키도 크고. 내일 수술한대. 내 가슴을 누가 열어본다는 거지. 괜찮을거야. 난 겁쟁이가 아니니까."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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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어떻게 신화가 되는가
황교익 지음 / 지식너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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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식은 어떻게 신화가 되는가 】    _황교익 / 지식너머




왜 이 책의 저자 황교익(맛 칼럼니스트)은 온 국민의 간식거리인 떡볶이와 치킨이 맛이 없다고 했을까? 개인적인 의구심이 생겼었다. 이 책을 읽고 보니 저자가 그런 말을 한 것엔 나름대로 이유가 있고 이해가 되기도 한다. 저자는 우리의 일상에 마치 신화처럼 자리 잡은 음식들을 흔들어보고, 뒤집어보면서 그 음식의 족보를 다시 쓰고 있다.




‘떡볶이는 떡볶이가 아니다’. 무슨 이야기인가? 떡볶이는 떡을 볶지 않기에, 이름을 제대로 붙이자면 떡매운탕이나 떡고추장조림이라고 해야 된다는 것이다. “음식이름을 짓는 데에 대충의 논리는 존재한다.” 음식이름을 통해 재료와 조리법을 알 수 있게 한다든지 그 맛을 예측할 수 있게 한다든지 하는 논리가 있게 마련이다. 이 ‘대충’ 이름 붙이기 사례는 적지 않다. 닭의 갈비가 없음에도 닭갈비이고, 돼지 등뼈가 월등히 많고, 심지어 감자 한 알 구경하기도 힘든 감자탕을 들 수 있다.




“이 책은 자본과 정치권력이 한국음식에 심어둔 판타지를 읽어내는 작업으로 얻은 결과물이다. 취재하여 얻은 사실에 인문학적 상상력을 덧대었다. 그들의 판타지를 해체하면서 나의 판타지를 집어넣기도 하였다.”




정치권력 이야기가 나온 김에 떡볶이 이야기를 좀 더 옮겨본다. 이명박 정부가 벌였던 한식 세계화의 주요 아이템 중 하나가 떡볶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사실 그쪽 동네에서 벌리는 사업에 별 관심이 없었다). 저자의 취재에 의하면 당시 이명박 정부는 떡볶이를 통해 얻어낼 것이 있었다. 첫째, 창고에서 썩어가는 쌀 처분하기. 둘째, 2008년 미국 발 세계 금융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소규모 창업자를 지원한다는 정부의 액션. 셋째, 이명박 정부에 애국애족의 이미지를 붙이는 데에 떡볶이 활용. “이명박 정부가 국민이 모르게 숨긴 게 또 하나 있다. 떡볶이 쌀의 원산지이다. 음식점에서 파는 떡볶이의 경우, 그 쌀의 원산지를 표시할 의무가 없다. (....) 수입쌀로 만든 떡볶이를 숨기기 위한 술수였다. 쌀 떡볶이조차도 맛이 없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저자는 직설적으로 ‘맛이 없다’고 표현했지만, 좀 완곡한 표현을 한다면 ‘제 맛이 안 난다’고 해야 되지 않을까?




지금까지 별 생각 없이 먹었던 음식들을 다시 생각하고 들여다보게 된다. 다소 지나치게 앞서가는 면도 보이지만, 저자의 ‘쓴소리’는 대중을 향한 것이 아니라, 한국인이 먹는 음식의 질과 양을 결정하는 자본과 정치권력이 그 대상이라고 못을 박는다.




저자가 ‘쓴소리 리스트’에 올린 음식이 많기도 하다. 성체에 이르기 전에 잡아서 양념범벅으로 위장하는 세계에서 가장 맛없는 닭으로 튀겨지는 치킨, 푸드 포르노 비판, 유기농의 맹점, 음식은 약이 될 수 없다, 삼겹살과 쌈 이야기, 스스로 맥도날드화한 비빔밥, 평양냉면, 기생집 상차림의 전통인 한정식, 사찰음식, 조선 궁중음식의 원조, 그들만의 요리 ‘신선로’ 이야기 등등이다.




저자는 맛 칼럼니스트라는 타이틀을 30년 가까이 유지하면서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이 “나는 왜 이 음식을 맛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는가?”라고 한다. 본능 너머에 존재하는 음식 기호에 대한 탐구였다는 이야기다. 이 책에 실린 내용들에 불편해할 독자를 염두에 두고 저자는 끝에 이런 말을 남겼다.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은 별로 없는 책이다. 괜히 읽었다 싶을 정도로 기분이 상하고 고민만 깊어졌을 수도 있다. 기존의 한국음식 담론과는 그 결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맞다. 그간 내가 먹고, 먹어보고 싶은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가 먼 나라 음식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음식들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것은 결코 무의미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신화가 되어버린 음식들에 나 역시 “왜?”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민주공화국의 시민이면 모두 정치를 해야 한다. 매일의 밥상에서 정치를 해야 한다. 내 밥상에 왜 이런저런 음식이 올랐는지 정치적으로 따져야 한다. 민주공화국의 주인이 바로 시민이기 때문이다."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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