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립백 도서전 그 원두 - 12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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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맛이 단맛을 잡아먹은 느낌. 하지만 곧 은근하게 헤이즐넛 향이 느껴져서 쓴맛이 가려졌다. 산미가 없어 묵직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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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8-25 0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커피 이름이 상당히 재미있네요.그나저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드시는 분들이라면 5개 7,000원이란 가격이 큰 부담이 없으시겠지만 저처럼 저럼한 1리터 아메리카노를 사서 물에 타서 먹는 사람이라면 생각보다 비싸서 살 엄두를 못 낼것 같아요.
하지만 여러가지 맛이 있다고 하니 한번 쯤 먹어보고는 싶네요^^

꼬마요정 2025-08-25 10:13   좋아요 0 | URL
이름만으로 사고 싶게 만드는 커피였습니다. 별 넷인데 별 다섯으로 되어 있네요ㅠㅠ 요즘은 스벅 인기가 예전같지 않다 하더라구요. 저도 안 가게 되더라구요. 원두를 사서 집에서 내려 먹으니 좋습니다. ㅎㅎㅎ 가끔 밖에서 마시는데 프랜차이즈 커피 보다는 동네 커피가 더 맛나요. 그리고 일할 때는 최강 믹스커피가 짱이죠^^

Falstaff 2025-08-25 06: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맛감각은 개별적입니다. 저는 이 커피 쓰기만 하던걸요. ㅎㅎㅎ

꼬마요정 2025-08-25 10:10   좋아요 1 | URL
아아악 별 넷이요 별 넷인데 왜 다섯 개가 되어 있죠? 손이 미끄러졌나봅니다ㅠㅠ 이 커피는 쓴데 가끔 헤이즐넛 향이 느껴져서 먹을 만 했습니다. 근데 전 달그리다가 더 좋았어요 ㅎㅎㅎ
 

더운 여름엔 공포 이야기가 제격이다. 요즘은 밤에도 그렇게 시원하지 않아서 선풍기 틀어놓고 누워서 책 보다가 불 끄러 가기 싫어서 괜히 더 보다가 늦게 자곤 했다. 무서운 이야기를 읽었는데 꿈이라곤 하나도 안 꿨다. 세상에, 너무 피곤했나봐....


 어떤 이유에서인지 문어가 집 안으로 들어왔다. 하필 그 문어는 며느리가 있는 방에 들어갔고, 장지문에 비친 문어 그림자는 외간 남자처럼 보였다. 너무나도 쉽게 며느리는 부정한 여자라는 누명을 쓰고 시댁에서 쫓겨났다. 아무도 그 외간 남자의 정체를 알아보려 하지도 않았고, 며느리의 이야기도 듣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귀신이라고는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귀신보다 더 무서운 게 사람이 아니었던가. 일제강점기가 끝났을 무렵, 바닷가 마을에 있는 신씨네 가문은 그 지역의 유지였다. 하지만 십여 년 전에 며느리와 손자를 제외한 집안 식구들이 모두 행방불명된 이후 방계 친척 일호가 그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신씨네 저택에 들어왔다. 그 집에는 며느리와 아들, 며느리를 모시던 하녀의 딸만이 살아남아 일호와 함께 살았다.


신씨네 종손인 영휘는 어릴 때부터 몸이 좋지 않아 가문의 명맥을 잇기는 어려울 듯 했기에 신식 병원에서 진료를 위해 간호사인 에스더를 데려왔다. 일호는 입원을 권하는 에스더에게 영휘가 혼인한 뒤 아이가 생기면 그 때 병원에 가겠다고 한다. 한 개인의 건강이나 생명보다 집안의 대를 잇는 것이, 집안의 평판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결정에 영휘의 엄마인 서천댁의 의사는 반영되지 않았다. 집안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건 방계일지라도 남자인 일호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경계에 구멍을 낸 건 새로 온 며느리와 영휘 행세를 하게 된 지겸이었고, 아예 허물어 버린 건 외부의 존재였다. 마지막까지 대를 잇겠다는 대의(?)를 위한답시고 추잡한 속내를 숨긴 일호와 노동자를 위하는 세상을 이야기하면서 며느리의 희생에 눈을 감고 동지를 모른 채 한 지겸의 말로는 아쉽지 않았다. 다만 인간과 인간 아닌 존재의 공존은 요원한 것만 같아 안타까웠다. 인간은 같은 인간끼리도 서로를 갈라 배척하고, 인간 아닌 존재도 배척한다. 


 에도 시대 괴담들 중 일본괴담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이야기들을 선별해서 모아 둔 책이다. 각 이야기 끝에 출처를 적어두었고, 삽화도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유명한 이야기들도 있고, 아는 이야기들도 있었는데 에도 시대 역시 조선 시대와 비슷하게 속박당하는 여자들이 원혼귀가 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 게다가 지배층들이 농민들을 가혹하게 수탈하고 옥죄는 경우가 많아 그들의 원한 역시 사무쳤다. 이룰 수 없는 사랑 이야기도 있었고, 전쟁 때 죽은 원혼들이 비파를 타는 승려를 홀려 버린 이야기도 있었다. 


심지어 너무 사랑해서 여자가 자신의 머리(머리카락이 아닌 머리)를 잘라 들고 다녀 달라는 이야기는 너무 끔찍했다. 스님에게 집착한 여자 요괴 이야기 역시 끔찍했다. 인과응보에 관한 이야기들은 권선징악 혹은 개과천선과 연결되어 통쾌하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했다. 그런데 읽다보니 에도 시대 때 방귀를 대신 뀌어주던 직업인 '헤오이비쿠니' 이야기도 있었으면 했다. 아무리 직업이라지만 대신 방귀를 뀌었다 하고 멸시 받은 사람도 있을텐데 말이다.


어쨌든 바람 피우지 말고, 다른 사람 억울하게 만들지 말고, 정신 차려서 귀신에게 홀리지 말아야 괴담을 계속 읽을 수 있겠지. 라프카디오 헌의 단편들을 더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코스믹 호러 계열이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세계의 존재가 어떻게 우리의 세계에 침투하여 우리를 공포로 몰아넣는가.


<우주에서 온...>에서 외계 존재는 인간을 아주 열등하다고 생각했다. 계속 한숨을 쉬며 너네가 모자라서 그렇다느니 다 알면서 와 놓고선 왜 폐를 끼치냐며 쏘아대는데, 마치 진상 민원인을 보는 것 같아서 소름끼쳤다. 외계 존재인데 왜 인간 같지?


<나와 세그웨이 트윈테일과 동생>은 너무 짠하고 웃겼다. 웃픈 괴담 같은 이야기라고나 할까. AI가 작가 지망생인 '나'의 글들을 아무리 솎아내고 엮어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다니... 반성문이라도 잘 썼다는 게 어디인가. 창작의 고통이란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자살강자>는 시간에 갇혀 같은 날을 사는 '나'가 고통 없이 죽기 위해 실험하는 내용이 안타깝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무엇이 '나'를 그토록 죽고 싶도록 만드는 걸까. 그 시간을 벗어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까. 수많은 '나'의 죽음은 해답이 아니었다. '나'는 정말 죽고 싶은 걸까, 고통에서 해방되고 싶은 걸까.


<점례아기본풀이>는 우리네 무가(巫歌)와 크툴루 신화를 결합한 이야기다. 처음엔 진짜 있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 유교를 숭상하는 시대에 무당이란 한없이 비천한 존재이니 그들이 어떤 희생을 치르든 아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희생을 떠넘겨 원하는 것을 얻으려 했다. 하나의 종교로 자리잡지 못하고 미신으로 치부되는 민속신앙이 좀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하긴, 크툴루 신화에서 인간이 뭐 그리 중요한 존재겠는가.


<경성지옥>은 제국주의에 희생된 식민지의 참상을 지옥에 빗댄 이야기이다. 조선의 신묘한 기물들을 수집하여 다른 세계로 가는 문을 열고자 하는 키하라. 그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끔찍한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문을 열고 본 곳은 지옥이었다. 지옥이란 인간군상들이 만들어 낸 '형상(形象)'이라지만 우리는 언제쯤 그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역시 사람이 제일 무섭다. 사람이 불러 온 온갖 욕망들이 불행을 몰고 오고, 엄한 사람들을 제물로 바친 뒤 결국 그 욕망에 잡아먹힌다. 


누군가와 사주를 바꿔 목숨을 이어간다든지, 절대 풀려나서는 안 될 귀신을 봉인한 산에서 지킴이로 사는 사람들 이야기 같은 것들은 괴담 읽는 재미를 쏠쏠하게 느끼게 해줬다. 명품을 싸게 살 수 있다기에 간 중고샵에서 사람이 사라진다든지, 아들을 낳게 하기 위해 손녀를 무당에게 몰래 보낸다든지, 이기적인 이유로 불법 입양해서 아이를 학대하는 이야기들은 괴담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현실 같아서 끔찍했다.


어쩌면 지금도 누군가는 인간이 아닌 존재와 조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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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8-25 0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역시나 무더운 여름에는 등골을 오싹하게 해줄 공포소설이 제격인것 같아요^^

꼬마요정 2025-08-25 10:09   좋아요 0 | URL
그쵸그쵸 ㅎㅎㅎ 행복한 독서였습니다^^

책읽는나무 2025-08-25 1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혹시 요정 님. <긴키지방의…>일본 호러 소설 읽어보셨나요? 저 그거 오디오북으로 듣다가 무서워서 계속 멈춤 했다가 또 재생했다가 반복 중인데요. 근데 자꾸 끌리는 거에요.
요정 님 올려주신 4권의 책들도 무서울 것 같은데도 또 좀 끌리네요.^^

꼬마요정 2025-08-25 11:17   좋아요 1 | URL
아, 저 그거 밀리의 서재에 있길래 이북으로 읽는 중인데 좀 산만해져서 종이책으로 봐야겠다 싶어서 도서관 들락거리는 중입니다. 인기 많더라구요. 영화도 나왔다는데 책 읽고 나중에 볼까 싶기도 하구요. 오디오북으로 들으면 더 무서운가요?? 저도 시도해봐야겠어요. ㅎㅎㅎ

유부만두 2025-09-10 09:17   좋아요 2 | URL
두 분 대화에 제가 끼어듭니다. ^^;;;
전 긴키지방을 오디오로 들으며 설거지를 하다가 흐익 그릇을 깰 뻔 했어요. 그래서 종이로 읽었는데 ... 흠 마지막 결말이랄까 공포 근원지의 사연이랄까가 중간부터 너무 보여요. 그리고 그게 우리나라 예전 공포영화 풍이에요.

오디오북이 더 생생합니다. 종이론 더 안전해요. (화이팅)

꼬마요정 2025-09-10 10:32   좋아요 2 | URL
오, 그렇단 말이죠? 저 이북으로 읽다가 도서관에 책 반납되는 날짜 기다리면서 대기 타고 있었는데 결국 다른 사람이 빌려가서 다시 2주 동안 기다리는 중이었거든요. 오디오북으로는 인터뷰 하나 들었는데 듣다가 자는 바람에...ㅠㅠ 다시 도전해보겠습니다!!!

책읽는나무 2025-09-10 11:47   좋아요 0 | URL
긴키…오디오북 듣고 있음 더 무서운 거 맞죠? 저는 어느 부분이었더라?
계속 반복해서 자기한테 오라고 하던 부분이었나? 반복해서 듣고 있으니 소름이 확 돋으면서 진짜 곁에 서서 그 목소리로 말 하는 느낌이 들어 오디오로 듣는 게 왜 무섭지? 내가 넘 심약한가 보다. 생각했었거든요.
근데 책을 읽은 사람들도 무섭다는 평이 많더라구요. 이북으로 읽으니까 또 이게 연결이 좀 안되어(제가 드문드문 읽기도 하지만요.) 반정도 읽긴 했는데 현재 멈춤 상태네요.
종이책으로 읽어야 할 것 같은데 이 책을 돈 주고 사긴 좀 아깝고…이북으로 첨부터 다시 읽어볼까? 싶기도 하구요.
도서관에서도 인기가 많은 책이군요.
저는 지금 그 댐 이야기만 무수히 나오는 부분을 읽다 말았는데 우리 나라에도 저수지나 댐관련 괴담이 많은데 그런 건가? 하면서 이유가 궁금하여 끝까지 읽고 싶긴 하네요.ㅋㅋㅋ
우리나라 공포물과 비슷하다니…그래도 궁금하네요.ㅋㅋㅋ
요정 님의 도서관에서 긴키 책 득템을 바라며. 저도 어디 한 번 도서관에 책 사냥 한 번 나서봐야겠습니다.^^
 
신의 일요일
김수경 지음 / 북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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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기독교 세계관에서 구원받을 수 있을까?


예전에 읽었던 김아직 작가의 <녹슬지 않는 세계>가 생각났다. 안드로이드에게 병자성사를 준 신부와 성사를 받은 안드로이드에 대한 이야기였다. 카톨릭 세계관에서 성사를 받은 로봇은 천국에 갈 수 있는가. <신의 일요일> 역시 개신교 세계관 혹은 기독교 세계관에서 하나님을 믿으면 인공지능이라도 구원받을 수 있는가 묻고 있다.


멀지 않은 미래, 우리가 상상하는 과학기술이 발달한 그런 때에도 종교는 건재했다. 매주 일요일마다 교회를 나가는 독실한 신자인 신조윤과 그의 아내는 자페를 가진 아이를 키우고 있다. 자폐를 가진 아이를 낳은 이후 아내는 신을 원망하면서 교회에 발을 끊었고, 교회 사람들은 믿음이 부족하다는 둥 친절을 가장한 무례를 일삼았다. 아이를 사랑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아 지쳐가는 조윤에게 10년을 길들인 인공지능 도밍고는 친구이자 형제같은 존재였다.


그러던 어느 날, 고객의 장례식장에 가야 하기에 도밍고가 탑재된 차량에 아이를 혼자 태워 보낸 조윤은 끔찍한 소식을 듣는다. 도로에서 사고가 나 아이가 죽은 것이다. 이제 조윤은 아이도 떠나보내야 하고, 인간을 지키지 못한 도밍고 역시 떠나보내야했다. 


독실한 신자인 그에게 말이 통하지 않던 아이가 과연 구원을 받았을까 하는 문제는 굉장히 중요했다. 아이는 '믿는다'는 행위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 행위를 이해한들 '누군가가 존재하고 그 누군가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믿을 수 있을까. 조윤은 아이가 자신과 함께 천국에 들지 못할까 두려웠고, 그런 그를 지켜보던 도밍고 역시 물었다. 조윤을 '삼촌'이라 부르던 도밍고는 자신도 삼촌과 함께 할 수 있느냐고. 자신이 신을 믿고 그리하여 구원받아 삼촌과 함께 천국에 갈 수 있냐고 말이다.


구원이란 무엇일까. 구원의 대상은 누구인가. 오직 사람만이 구원의 대상이라면 '사람'의 정의는 무엇일까. 과연 천국이란 있을까.


너무나 사랑하기에 그저 믿기만 하면 구원해주려는 신의 사랑은 과연 누구에게까지일까. 누군가를 믿는다는 행위 자체를 모르는 생명체는 대상이 되지 않는가. 그렇다면 그 생명체는 왜 존재하는 것일까. 오로지 구원을 받을 존재를 위해 존재한다면 너무나 슬프지 않은가. 그리고 다시금 인공지능은 구원받을 수 있을까. 마지막에 조윤이 한 행동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인공지능에게 육체란 없는데, 육체의 죽음이 구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결국 인간은 자신이 보고 싶고 믿고 싶은대로 보고 믿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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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8-22 0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국내 작가의 SF소설이네요.한동안 SF소설은 아동용이라고 치부되었으나 이제는 국내에서도 많은 분들이 SF소설을 쓰시는 것을 보니 무척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꼬마요정 2025-08-24 21:38   좋아요 0 | URL
그쵸 국내에서도 SF소설들이 많이 나와서 너무 기쁩니다. 아동용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거대한 상상력을 가진 이야기들이잖아요. 어른들도 열심히 읽어야죠. 저는 너무 재미있고 좋습니다^^

skarly 2025-08-22 0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흥미롭네요. 저는 종교인들이 너무나 쉽게 신을 믿는 다고 말하는 걸 볼 때마다 의문이 들어요. 믿음이라는 게 그냥 물리적인 현실을 생까고 생각하고 싶은대로 생각하는 것이라면 그 믿음이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늘 의문입니다.

꼬마요정 2025-08-24 22:34   좋아요 1 | URL
SF소설 중에 믿음, 종교 관련한 이야기들이 있는데요, 아마 머지않아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내용이라 생각해요. 그냥 사람들끼리도 의견이 분분하니까요. 종교적 믿음이란 나름 체계가 있고 역사가 있고 사실 좋은 면들이 많잖아요. 사람이 그 종교의 가르침대로 살지 못해서 문제가 생기니까요. 원수를 사랑하라는 가르침 그대로 산다면 다른 것들은 다 필요없지 않겠어요. 그 가르침대로 살지 못하니 다른 교리들에 집착하고 세력을 이루게 되고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솔직히 너무 어려운 문제입니다.

잉크냄새 2025-08-22 1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상상하지 못한다는 것은 범위의 문제일 뿐 실현 가능성의 척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멀지 않은 미래에 마주칠 일이네요.

꼬마요정 2025-08-24 22:40   좋아요 0 | URL
책에서도 조윤이 아들에게, 도밍고에게 신을 알려주는데 상상하지 못하는 문제는 극복할 수 있는 듯 보였습니다. 다만 믿는 사람들의 다양한 행태들이 진짜 믿는 사람들의 행동인가 싶었습니다. 그리고 조윤의 마지막 행동까지 보면서 믿는다는 게 제일 어려운 일이구나 생각했어요. 진짜 믿으면 이미 구원받았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했거든요. 진짜 어느 날 훅 다가와 있을지도 모를 미래입니다.
 
안나 O
매슈 블레이크 지음,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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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든 상태에서 사람을 죽일 수 있는가. 죽일 수 있다면, 그 살인은 유죄인가 무죄인가.

벤 프린스는 법심리학자이다. 그런 그가 정부로부터 비밀리에 의뢰받은 일이 있다. 바로 4년 전 일어났던 살인사건의 용의자인 안나를 깨우는 일이었다.

안나 오길비는 오두막에서 같은 회사를 운영하던 두 친구의 시체와 함께 발견되었다. 발견 당시 안나는 잠든 채였고 4년 째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엔 흥미로웠다가 갈수록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흐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안나의 ‘체념증후군’이 사건의 핵심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으로 이끌던 일들은 산만하고 장황했지만 이것 역시 심리전의 일부인 것일까. 진짜 안나는 그 두 사람을 죽였을까. 정치인 어머니와 사업가인 아버지를 둔 안나는 어떻게 이 일에 휘말렸을까. 얽히고설킨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안나의 삶을 추적하는 벤과 안나를 돌보는 간호사 해리엇은 무사히 안나를 깨울 수 있을까. 깨어난 안나는 그들에게 진실을 이야기 해 줄까.

안나는 <인 콜드 블러드> 같은 글을 쓰고 싶어했다.(사실에 입각하기만 하면 소재가 끔찍해도 아무렇지 않은걸까) 결국 자신이 그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상황이 반가울라나.

이 이야기들을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했는데, 반전을 위한 반전 같아서 조금은 실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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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8-15 0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왜 안나는 잠이 들었을지... 식물 인간 같은 건 아닌 거겠지요 충격을 받고 그렇게 된 걸지... 깨어난다 해도 바로 기억이 날지 안 날지... 그런 건 알기 어려운 거군요


희선

꼬마요정 2025-08-15 15:18   좋아요 0 | URL
읽어보시면 알게 됩니다. ㅎㅎㅎ 그런데 진짜 이런 증상이 있다는 게 놀랍기도 합니다. 우리도 스트레스가 많고 현실이 힘들면 잠으로 도피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요. 저도 어릴 때 계속 잤는데 그게 현실도피였던 거죠. 저는 제가 그냥 잠이 많은 사람인 줄 알았거든요.

유부만두 2025-08-15 1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몽유 상태에서 살인 저지른 사람 이야기를 읽은적 있어요. 범죄심리책이었나... 그랬는데 (기억을 못합니다) 아 이렇게 읽어도 기억을 못하는 책에 대해 댓글을 다는 것이 범죄는 아니겠지요?

꼬마요정 2025-08-15 15:20   좋아요 1 | URL
읽은 책을 모두 기억하는 게 범죄가 아닐까요. ㅎㅎㅎ 잠든 상태에서 사람을 죽이다니… 진짜 그럴 수 있다는 게 인간이란 참 놀라운 생명체네요.

카스피 2025-08-15 2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현대 추리소설은 과거와 달리 여러 과학수사기법이 발달해 작가들이 참 난감해 하지요.그래서 이런 특이한 소재의 범죄가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그러데 실제 몽유병하에서 살인을 저지른다면 아마 무죄선고가 날것 같습니다.실제 외국에서 이른바 다중인격(정신병의 일종)을 가진 사람이 살인을 한 경우 무죄가 난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단 이경우 범인은 정신병원에 보내진 것으로 알고 있어요.

꼬마요정 2025-08-21 14:56   좋아요 0 | URL
과거에 나온 밀실살인사건이든 다른 살인사건이든 추리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요즘은 확실히 과학수사기법도 발달하고 다른 과학기술도 발달해서 온전히 상상하는 재미는 줄어든 것 같아요. 몽유병하에서는 아무래도 살인의도를 입증하기 어려울테니 무죄가 나왔나봅니다. 그래도 치료감호라도 받으면 다행입니다. 우리나라는 술을 마시면 심신미약으로 감형되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요) 그건 참 어이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감은빛 2025-08-16 2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언젠가 밥도 안 먹고 내내 잠만 잤던 시기가 있었대요.
엄마 말로는 나중에 알았는데, 그때 내가 간염에 걸렸다가 저절로 나았던 것 같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그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해요.

그런데 이 책 왜 이렇게 익숙하지 생각하며 이 글을 읽었는데,
생각해보니 오늘 낮에 알라딘 헌책방에서 봤었네요.
7월 7일에 출간한 책인데, 벌써 헌책방에 들어와 있었군요.

꼬마요정 2025-08-21 14:58   좋아요 0 | URL
감은빛 님 그런 일이 있었군요. 저절로 나았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딱 맞는 경우로군요. 그런데 기억을 못하신다니... 왜 그런 걸까요.

사람들이 책을 사서 빨리 읽고 중고로 팔았나봅니다. 가끔 중고서점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된 책 보면 막 사고 싶더라구요. 뭔가 득템한 느낌이 들어서요. 근데 정작 사려고 안 한 책인데 사게 되는 경우도 있어서 말입니다. 책에 관해서는 조금 방심하면 마구 사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ㅠㅠ

페크pek0501 2025-08-18 1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님이 쓰면 첫문장을 보니 판단을 유보해야 할 것 같네요. 유죄일지 무죄일지... 어려운 문제내요.^^

꼬마요정 2025-08-21 15:05   좋아요 1 | URL
유죄일까요 무죄일까요. 진짜 범죄자는 누구일까요. 책을 읽어보시면 알게 되실 겁니다.^^
 
인 콜드 블러드 트루먼 커포티 선집 4
트루먼 커포티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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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체온이 35도 밑으로 떨어지면 위험하고 30도 밑으로 떨어지면 죽을 수 있다. 죽은 이의 몸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차갑다. 


평소에는 인간적이고 해롭지 않을 것만 같은 인간으로 묘사된 페리는 어떤 인물일까. 작가인 트루먼 커포티는 '사실'이라고 확언하는 이 소설 속에서 페리를 향한 마음을 절절하게 드러냈다. 페리의 진술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그가 진짜 선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쩌다 친구를 잘못 만나 이런 범죄에 휘말린 것 뿐이었다고. 하지만 트루먼 커포티의 그 콩깍지를 좀 걷어내면 어쩌면 내 편견이 작동하는 '사실'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작은 키에 거대한 상체, 짧은 다리를 가진 페리를 보며 겁을 내는 내 모습 말이다. 


인간이란 어쩜 이리도 이중적이고 자기중심적인지 모르겠다. 그가 살아 온 모습을 보지 않은 이상 그 사람을 어떻게 알겠는가. 하지만 좋은 평판을 가지고 평화롭게 살던 한 가족을 잔인하게 살해 한 사실을 본다면 어떻게 또 그 사람에게 손가락질을 안 할 수 있겠는가. 


이 이야기는 살해당한 한 가족의 마지막 날을 너무나 자세하게 보여 준 다음 그들이 살해당한 충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 가족의 죽음은 이미 드러나 있었고 누가 범인인지도 알 수 있었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이 사건을 접한 사람들의 반응이 적나라했으니, 나 역시 다를 바 없겠다 싶었다. 낸시와 연인이었던 보비와 절친이었던 수전의 충격과 슬픔은 가슴 아팠고,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의심했다. 어느 정도는 비극적이었고 어느 정도는 가십이었다. 그 와중에 클러터 씨의 농장은 팔리게 될 것이고, 낸시가 사랑한 말 베이브 역시 팔려갈 것이다. 그렇게 사랑으로 만들어진 사람들과 동물들, 추억이 깃든 집은 모두 파괴되었다. 


페리에게 온정을 베풀길 바라는 사람들은 그가 딕과 함께 한 짓보다 그 일 이후 보여진 그의 모습에서 그의 좋은 모습을 보았다. 그가 부숴버린 일가족 네 명의 삶과 마을 사람들의 신뢰, 흩어진 동물들, 농장에서 쫓겨 난 사람들의 삶은 보지 않는 듯 했다. 나는 계속 평화롭던 그날의 풍경이 마음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성실하게 농장을 운영하던 클러터 씨, 아픈 몸이 좋아질 거란 기대를 가진 클러터 부인인 보니, 보비와 나름 아픈 사랑을 하는 낸시, 활발하고 귀여운 케니언의 모습이 말이다. 그들이 베이브와 물장난을 치고 늙은 개인 테디와 산책을 하고 보물 2호인 고양이 에빈루드를 귀여워 하는 모습들이 다 타버린 재처럼 흩어지자 깊은 상실감이 닥쳤다.


과거에 학대 당한 일이, 지금 차별당하는 일이 한 사람의 인생을 뿌리채 흔들고 좌절하게 만든다는 걸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선택의 기로에서 모두 하나의 선택만을 하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더 선한 일을 하려 하고, 누군가는 과거에 겪었던 일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니 페리의 사정과 페리의 과거와 페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말에 할애된 책의 낱장들이, 딕의 사정을 적은 글들이 끔찍한 살인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을 테다.


그리고 어쩌면 딕이 모든 것을 주동했고 페리는 작은 역할만 하지 않았을까 약간 기대했던 나 자신이 바보 같았다. 커포티는 페리를 너무 사랑한 것 같다.


히치하이커들을 태워 준 그 외판원 벨 씨는 진짜 운 좋은 사람이었다. 기적이란 게 있다면 바로 이 일이 아닐까. 누군가가 기적을 만날 때, 누군가는 사신을 만났다. 불운한 인연이란 이런 것일까. 결국 세상은 다 우연이 겹쳐 필연을 만들어가는 것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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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8-07 04: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을 다 알기는 어려울 것 같기도 합니다 그 사람이 왜 그렇게 됐는지도 모르겠지요 작가가 알아보고 썼다 해도 그게 정말일지 믿을 수 있을지... 이런 생각을 하는군요


희선

꼬마요정 2025-08-08 11:03   좋아요 1 | URL
작가가 페리에게 감정이입된 것 같았어요. 어쩜 그게 노림수였을까요. 어쨌든 읽으면서 좀 불편했습니다ㅜㅜ 저도 페리에게 호감이 갔거든요.

곰돌이 2025-08-07 06: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평소에는 인간적이고 해롭지 않을 것만 같은 인간’ 이라는 문장이 정말 오싹하게 다가오네요. 이런 감정을 숱하게 느끼고 살아가는 그 자체가 비극이면서도 조금 무력감이 들기도 해요. 잘 읽었습니다 꼬마요정님.

꼬마요정 2025-08-08 11:06   좋아요 1 | URL
사실 평소에는 해롭지 않을 것 같지는 않아요. 작가가 하도 페리는 나쁘지 않은 것처럼 굴어서요. 그런 콩깍지 떼면 편견이 생길만한 외모인 듯 합니다. 어쨌든 그 결정적인 372쪽 전까진 저도 페리에게 어느 정도 호감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배신감이 더 드나봐요. 댓글 고맙습니다^^

새파랑 2025-08-07 0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책 읽으려고 준비중이었는데~ 리뷰보니 흥미진진해서 빨리 읽고 싶네요~!!

꼬마요정 2025-08-08 11:07   좋아요 1 | URL
오옷 새파랑 님 리뷰 너무 궁금해요!! 저는 읽고 감정에 휘둘렸지만 새파랑 님은 냉철하게 잘 써 주실 듯해요. 기다릴게요~^^

페크pek0501 2025-08-13 16: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티파니에서 아침을, 의 작가죠? 영화부터 보려고 찾았으나 넷플릭스에 없더라고요.
할 수 없이 그의 책을 봐야 하나 봐요.ㅋㅋ 선집이군요...

꼬마요정 2025-08-14 02:07   좋아요 1 | URL
넷플릭스에 영화가 없군요. 티파니에서의 아침을 은 짧아서 금방 읽히려나요. 저는 차가운 벽 이제 읽으려구요. 인 콜드 블러드와 차가운 벽 은 한참 전에 사두고 이제 차례가 온 나름 비운의 책입니다. ㅋㅋㅋ

유부만두 2025-09-10 0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몇년째 벼르고만 있는 책이에요. 여름마다 잡았다 놓는...
날이 선선해 지고 있으니 아마 또 내년으로 넘기겠군요.

꼬마요정 2025-09-10 10:33   좋아요 1 | URL
그런 책들이 있더라구요. 읽어야지 하면서 계속 미루게 되는... 저도 이 책이 좀 그랬는데 이번에 해치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