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짜와 카프
카프와 샤미
레이
크리스마스다. 이제 2022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서 올해 안에 내가 이 책들 리뷰를 쓸 수 없을 것 같아서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정리를 해 보았다. 크리스마스 트리와 고양이는 덤^^
이 책은 지난 9월, 소원 1기인 남편이 소녀시대 팬미팅 간다고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서 서울 다녀 오는 기차 안에서 다 읽었다. 남편은 팬미팅 가고, 나는 친구 만나서 한강을 구경했더랬다. 덕분에 아이가 있어서 한동안 못 만난 친구를 만나 너무 반가웠다. 부산과 서울 사이의 거리는 멀고, 이제는 힘이 들어서 기차로 다니기 힘들고... 코로나 이후 기차든 비행기든 마스크 쓰고 뭘 먹지도 못하게 하니 여행 다니는 기분이 안 나서 씁쓸했다. 하지만 이 책 덕분에 재미있게 다녀올 수 있었다. 다행히 기차 안에서 음료는 마실 수 있어 커피랑 물도 홀짝이면서.
남편이 나랑 가고 싶어한 이유는 나도 그렇지만 점점 혼자 기차 타고 서울 다녀오는 것이 힘들어서다. 집에 있으면 너무 편한데, 얼마나 좋아야 이 좋은 집을 두고 2시간 반을 기차를 타고 서울 가서 또 공연장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갔다가 공연을 즐기고 돌아올 수 있을까. 심지어 공연이 끝나면 체력이 거의 바닥이 나서 공연을 본 흥분으로 겨우 겨우 돌아오는데 다음 날은 초죽음이 될 때도 많다. 그래서 부산에 있었더라면 냥이들과 집에서 맛있는 거 먹고, 책 읽고, 드라마 보고, 혹은 가까운 곳에서 맛있는 거 먹고 이럴 텐데, 서울까지 다녀와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거다. 하지만 공연 티켓은 예매했고, 날짜가 임박해서는 취수료가 엄청나고, 그래서 우리는 가야만 하는 거다. 이 책 역시 2백년 만에 레닌그라드에 찾아 온 폭염이 극성을 부리는 때, 아내와 아들을 오데사로 보내고 혼자 아파트에 남은 천문학자 말랴노프의 이야기이다. 더 자세히 말하면 말랴노프 머리에 떠오른 엄청난 공식에 관한 이야기이다. 말랴노프가 이 공식을 떠올리고 공책에 막 쓰면서 공식을 정리하는데 이상한 일들이 생기고 급기야는 시체까지 등장한다. 어떤 조직이 이 공식이 세상에 드러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다. 우리도 가끔 뭔가를 할 때 알 수 없는 방해가 있었던 적이 있지 않은가. 결국 말랴노프는 선택을 하는데, 그 선택을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나랑 남편은 그 수많은 방해를 뚫고 친구를 만나고, 팬미팅에 참석했다. 장하다!!
지금은 소련이 무너지고 러시아이긴 하지만 여전히 그 곳은 투명하지 않은 곳이니, 그들이 사상 등의 자유를 얻으려면 어쩌면 정말로 10억년 같은 긴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그래서 멋지게 리뷰를 쓰고 싶었는데, 뭔가 잘 안 됐다. 좋아서 너무 좋아서 좋아요!! 이렇게만 되니까. 총 9개의 이야기가 있는 단편집인데, 각각의 이야기가 너무 흥미로웠다. <숲 속의 컴퓨터>도 그렇고 <박승휴 망해라>도 그렇고 인간이 가지고 있는 횡재수를 바라는 마음과 시기심을 잘 드러내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결국 내 생각대로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들은 얻은 것이 있다. 약간의 부(富)와 첫 번째는 아니더라도 굉장한 우주를 가졌으니 말이다. <토끼의 아리아>는 너무 현실적이어서 놀랍고 안타까웠다. '나'는 어이없지만 간교한 술수로 주웅길 회장에게 간을 떼인다. 그리고 그가 늘 맥주를 마시는 이유 역시 너무 안타깝다. 하지만 곽재식 작가님이 이과라서 나올 수 있는 이유일 것 같다. 놀라워라!! 이 분은 곽재식 작가님의 다른 책에도 가끔 등장하는데 자주 나오면 좋겠다. <박흥보 특급>은 물가인상을 고려하지 않은 점이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흥부와 놀부 이야기에서 인플레이션을 반영해야지!! <흡혈귀의 여러 측면>은 뭔가 쌤통이지만, 또 안타깝다. 나랏돈을 잔머리를 굴려가며 빼 먹는 건 나쁜 짓이지만 그게 죽을 병에 걸릴만큼 나쁜 짓인가 싶어서 말이다. 하여간 그러고보니 여기도 우리 유네스코 감사원이 <토끼의 아리아>의 '나'였다. 반갑다.
참 재미있게 읽었다. 뇌과학이 이렇게 쉽고 재미있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이건 모두 리사 제노바의 글솜씨 덕이 아닐까 싶다. 솔직히 이 책을 읽었다고 내가 뇌과학을 다 알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동안 어렵게만 느껴졌던 말들이 현실과 접목된다고나 할까. 단적인 예로 나이가 들면서 잘 잊어버리는데, 건망증이라고 불리는 이 건 병이 아니니까 괜찮다고. 또 설단현상 혹은 말막힘 현상도 잦아지는데 자연스러운 거라고. 잘 생각 안 나면 그냥 검색하라고 했다. 난 그 동안 생각이 안 나면 계속 생각날 때까지 생각하곤 했는데 그건 뇌 운동이랑 관계 없다고.
어릴 때 좋은 기억 보다는 안 좋은 기억이 많은 나는 이 책이 참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시간의 힘을 견딜만큼 의미가 있지 않다면 굳이 기억할 필요가 없는 건지도 모른다. 너무 좋은 기억은 기록을 해서라도 기억에 남기면 될테다. 나는 여전히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때 온 양조위를 기억한다. 잊어버리면 슬플 것 같다. 당연히 양조위가 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겠지만.
또한 알츠하이머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는데, 다른 암이나 병들은 고통을 수반하는데 알츠하이머는 통증이 있는 병은 아니라고 한다. 고통이 없으니 투병하는데는 나쁘지 않다고. 하지만 알츠하이머로 인해 고통 받는 건 주변 사람이라는 게 문제다. 같이 살던 친할머니가 치매였기 때문에 잘 안다. 정말 고통스럽다. 돌아가실 때까지 우리 집에 계셨는데, 할머니도 엄마 아빠도 나도 동생들도 모두 불쌍할 때가 많았다.
충격적인 소설이다. 아고타 크리스토퍼가 살아 온 나날들이 얼마나 아팠을까 싶기도 하다가 내가 감히 알 수 없을 고통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파서 나와 고통을 함께 할 형제를 만들고, 다른 나라에서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글을 쓰는 삶을 이해한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1부가 가장 재미있으면서 가슴 아팠다. 2부를 읽으면서는 궁금함이 더해졌고, 3부에서는 그저 아프고 아팠다. 실제로 떠나온 것은 아고타 본인이었으나 책에서는 루카스를 자신으로, 클라우스를 오빠로 그린다. 떠난 것은 클라우스였으나 결국 부재한 것은 루카스인 것을. 너무 가슴 아픈 이야기였다.
놀라운 이야기였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부터 과연 무엇이 인간일 수 있게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에 공감하는지, 옳고 그름이란 얼마나 허망할 수 있는지,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등등을 생각하게 한다. 수많은 이런 소설들이 있겠으나, 한국인 감성으로 읽을 수 있는 이야기는 이 이야기이지 않을까. 그리고 한국인이 아니더라도 이 이야기를 접하면 궁금해지지 않을까, 내가 말한 것들이.
이 많은 책들 리뷰 언제 쓰지... 내용 다 까먹겠다.
오늘은 크리스마스니까, 기적이 일어난 날이니 나에게도 이 책 리뷰 술술 쓰는 기적이 일어나면 좋겠다.